스토리장진주

IW-9쉐이 형상

사이드 스토리작전 후2022-07-29

알고 보니 술잔은 누군가 미리 놓은 한 수였으며, 그자가 꾸민 일 때문에 쉐이 형상이 강림하게 된다. 그리고 세 자매는 힘을 합쳐서 자신을 물리친다. 한편, 다른 환상경에 빠진 일행들은 힘을 합쳐 그자와 맞선다. 마음이 맑고 내가 나 자신이어야만 거기서 벗어날 수 있다.

등장 오퍼레이터: , , 니엔, 좌락, , 우요우, 크루스, 레이즈, 크루스 더 킨 글린트


길거리 청년

뭐야? 천둥 치는 거야?

지나가던 행인

산 저쪽에서 천둥 치는 것 같네. 요즘 날씨가 왜 이러지……

지나가던 행인

어? 저기 산꼭대기에 뭐가 있는 것 같은데……?

길거리 청년

어? 잘 안 보이는데?


태합

……

정 사장

여기에 머문지 벌써 며칠이나 되었군.

정 사장

나갈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태합

조용히 기다리면 될 뿐.

우요우

하하…… 언젠가 밖에 있는 시 아가씨가 기분이 좋아 우릴 내보내 줄지도 모릅니다.

우요우

그런데, 그 지게꾼 어르신은 어디 갔죠?

정 사장

……아들을 산에 묻었으니, 이런 곳에서 나랑 만나고 싶지 않겠지.

우요우

두 분의 원한에 대해 저도 들었습니다만…… 꼭 이런 식으로 결판을 지어야 할까요?

정 사장

별수 있겠나?

우요우

아니, 저는 그저……

정 사장

자네가 고민할 일이 아니네.

정 사장

제삼자는 뭐든 잘 보인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은 사람 간의 공감대 형성에는 한계가 있는 거야.

정 사장

나도 어떻게 해야 옳은지 속으로는 뻔하지. 뭐가 '필요하고' 뭐가 '불필요한지', 그런 큰 도리는 누구나 알아.

정 사장

다만, 인정에는 도리가 먹히지 않을 때가 있는 거네.

뱃사공

……비가 오네요.

태합

……

우요우

하아, 이렇게 마냥 기다린다고 해결이 안 될 것 같은데요.

묵량

크아아……

우요우

……아니면, 여러분도 묵량 한 마리씩 키워보는 건 어떤가요? 녀석에게 부드럽게 대해 주면 아주 귀여운 구석이 있더라고요……

묵량

……크아아?

태합

……이 상황을 보더라도 사세대가 그자를 경계하는 게 도리가 없는 게 아니다.

우요우

네네, 알겠습니다. 여기서 이런 논쟁을 벌여봤자 의미가 없으니…… 집안에 들어가 비나 피하지 않겠습니까?

정 사장

이런 곳에서도 비는 오는구나. 참 희한한 일일세.

우요우

내리는 게 먹물이 아니라니, 확실히 희한하긴 합니다.

우요우

태합 선생님? 정말 안 들어오실 건가요?

태합

……

우요우

그럼 신 사공님은요?

뱃사공

……

우요우

신 사공님은 뭐 하고 계십니까? 아까부터 계속 손바닥을 들여다보시던데……

태합

……비를 보고 있는 건가?

뱃사공

……그렇습니다.

뱃사공

우요우의 말을 들어보니, 이 세상은 그분이 그린 그림 속 풍경에 불과하다고 하던데, 세세한 부분까지 이렇게 꼼꼼하게 그려 정말 생동하기 그지없군요.

뱃사공

해가 뜨면 숲속에서 새가 날아오르고, 안개가 대지를 덮으면 밝은 낮에도 해를 볼 수 없으며, 수많은 누각의 그림자는 그저 정적에 휩싸인 듯 조용하군요.

뱃사공

만약 그림이라면, 그 화가는 염국의 강산에서 대체 뭘 본 걸까……

태합

우사는 고상한 취미를 가지셨군.

태합

부평우사 신루가 군에 10년 있었다는 건 알지만, 이렇게 문예를 정통할 줄은 몰랐네.

뱃사공

……하아, 그저 오래 살았을 뿐입니다.

뱃사공

안타깝게도 이른 봄의 빗물이라면 이 온도가 아니어야 한데 말입니다.

뱃사공

자, 빗물을 가르라.


우요우

엇……!?

정 사장

이, 이건?

태합

……굉장한 솜씨군.

뱃사공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정 사장

상총.

지게꾼

……이게, 당신들이 술잔을 다투는 이유인가?

지게꾼

산 위에 구름바다가 넘실대는데, 저긴 또 뭐가 있는가?


'쉐이 형상'

(무언의 굉음)

니엔

……아, 좀 짜증 나려고 그러네.

……

음…… 내가 홀로 만났을 때보다 확실히 좀 더 강해진 것 같네.

덩치만 클 뿐이지, 그의 형체가 있어도 결국 영혼은 없어.

……우리가 여기 있는데, '영혼' 같은 게 있을 수 없잖아?

아마도 저 술잔과 비슷한 수법을 썼겠지. 하지만 그 반대의 방식이라 형체만 비슷할 뿐이야.

영혼이 없는 형체뿐이라면, 결국은……

'쉐이 형상'

(무언의 굉음)

……!

니엔

뭐야, 너 지금 엄청 무서워하잖아.

뭐, 뭐라는 거야!

니엔

무슨 형체고 영혼이고, 왠지 날 욕하는 것 같은데?

지금은 저 녀석이 이 정자에 갇혀 있지만, 계속 이렇게 소란을 피운다면…… 어떻게 될지 몰라.

니엔

골치 아프게 됐네. 폭죽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대도 아니고.

하아아암……

어? 벌써 포기하게?

너는 진짜 아무것도 안 하네!

'쉐이 형상'

(무언의 굉음)

아하…… 이게 무서웠구나.

난……

시 꼬맹이.

그렇게 부르지 마!

너 약간 떨고 있는데, 괜찮아?

니엔

……우리 이 귀여운 동생은 눈앞의 이 그림자가 두려워, 자신을 그림 속에 가둬놓고 백 년 동안이나 눈도 감지 않았는데, 기가 죽는 것도 당연하잖아.

……그렇게 간단한 일처럼 말하지 말라고……

비록 그림자라고 해도……

니엔

정확히는 우리 셋의 그림자, 4분의 1은 쉐이의 그림자지.

……하지만 저게 우리라고.

우리가 어떻게……

'쉐이 형상'

(비웃음 소리)


……쳇, 내 그림을 들춰보면서 나를 비웃는 거야?!


니엔

어, 지금 허튼 생각 안 하는 게 좋을 거다. 아까 이 녀석은 내가 생각지도 못한 일곱 번째 무기까지 이미 만들었거든……

니엔

그러니까 심호흡이나 해. 괜히 우리까지 그림 안에 갇히면 어떡하라고……

니엔

……그림?

……!

발견했나?

도는 자연을 법으로 삼고, 큰 도리는 지극히 단순한 법.

쉐이는 이렇게 수법이 많지 않았어. 결국, 눈앞의 이 쉐이 형상도 우리 마음속에 비친 환영일 뿐이야.

그래…… 세월이 흐르면서 쉐이도 많이 변했지. 저건 곧 미쳐버릴 거야.

니엔

아니, 이미 미쳤는데.

니엔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저 녀석이 꾼 꿈과 같아.

니엔

녀석이 깨어나면 우린 다 끝장이야. 우리만 끝장나는 게 아니라 염국도 같이 봉변을 당하겠지.

니엔

링!

……니엔, 그래서 저 녀석한테 반항하려고?

니엔

응.

그럼 아주 멋진 계획이 있겠네.

니엔

……그건 확실치 않은데, 가만히 앉아서 죽기만 기다리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그래?

이유가 뭔데?

니엔

……난 받아들일 수 없어.

니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너는 어때?

니엔한테 끌려다닐 뿐이지만…… 그래도 조금은 기대하고 있어.

니엔

정말?

헛소리 그만해.

……조금 전 너한테 우리의 최후에 관해 물었을 때 너는 '모른다'고 했잖아.

확실히 좋은 답은 아니야.

……봐봐. 너희는 여전히 너희고, 자기만의 생각이 있고, 자기만의 희로애락이 있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사물, 마음에 둔 사람, 미련이 남는 풍경이 있을 거야……

이 세상에서 그냥 이렇게 살면 참 좋지 않아?

그러니까 저걸 왜 신경 써.

우리는 그거랑 아무 상관도 없다는 거야?

……나는 나야, 저거랑 무슨 상관인데?

세상은 이미 만 년이나 취했는데, 나는 꿈 한 번도 꿀 수 없나?

니엔

그래서 네 답은?

하하……

……'상관없어'.

고개를 들고 술을 들이켠다.

꼬리는 붓과 같고 먹은 그림자 같다.

바람이 일어 검이 튕기고.

비가 오니 갓끈을 적시는구나.

탁주를 기울이며 내 마음을 씻어내리.


바둑이요? 무슨 바둑, 저는 잘 모르는데요.

리?

염국 바둑.

너무 복잡해요.

리?

그럼 뭐가 좋아?

오목 어때요?

리?

애들 장난이다.

저는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바둑을 좋아하시나 봐요?

리?

아니, 바둑은 재미없어.

바둑에 미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밥 먹고 바둑만 두는 그런 사람 있잖아요.

리?

바둑판 위에서 두 사람이 같은 규칙에 따라, 가로와 세로 사이에서 흑과 백이 서로 싸우는데, 무슨 의미가 있겠나?

리?

바둑은 그저 게임일 뿐이야.

……그렇다면 왜 저를 찾아왔나요?

리?

나 자신이랑 싸우는 게 너무 심심해서.


양현

……

영 소저

이, 이것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우린 산기슭에 있지 않았나요……

양현

……이런 능력이 있는 사람은, 그들 뿐입니다.

영 소저

……

양현

영 소저, 저를 따라오세요.

양현

저 앞의 집에…… 불빛이 보이는군요.


……당신은, 정석대로 두지 않는군요.

리?

그럼 너희는?

크루스

바둑은 어려워……

좌락

……저는 조금밖에 모릅니다.

리?

……괜찮네, 괜찮아.

리?

이 대국을…… 나는 몇 년이나 기다렸어.

저 같은 문외한을 이겨서 뭐 하게요?

리?

넌 네 조력자를 기다려야 해.

양현

……리? 네가 왜……

양현?! 어, 그리고 영 소저도……

영 소저

……

좌락

……시랑, 안녕하십니까.

영 소저

지촉인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많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군요.

크루스

(시랑?!)

리?

자, 어서 앉지.

리?

이 정도면 됐겠지.

양현

……뭐 하려고 그러는데?

리?

여러분과 바둑 한판 두려고.

바둑을 싫어하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여 바둑을 둔다고요?

리?

그런 셈이지.

당신의 이 술잔 때문에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요.

마지막에 그 아가씨가 저 대신 진실을 간파해주지 않았더라면…… 제가 어떻게 되었을까요?

리?

글쎄, 언젠가는 깨어나겠지만 자신이 그 꿈속의 거품이었다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르지. 그 거품이 터지면 눈을 뜨는 사람은 바로 나고.

양현

……뭐?

크루스

너무 무섭잖아.

무섭긴 하네요.

리?

……넌 오히려 덤덤한데?

무섭다고 했잖아요.

리?

허…… 그렇다 치지 뭐.

리?

양현이 너를 이 판에 끌어드린 건 우연이고, 다들 그렇게 생각하겠지.

리?

천하에 수많은 우연이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너는 유일하게 그 우연이 아니야.

……

리?

……와이 씨 성을 가진 자가 있을 것이다.

……!

리?

표정이 변했네. 넌 꼭 네 친구 얘기를 할 때만 그런 진지한 표정이 조금 드러나는 것 같다.

리?

자, 네 차례다.

……

리?

미리 충고하는데.

리?

한 수를 잘 못 둬도 완패하게 된다.

……윽.

양현

리.

양현

침착해.

영 소저

선생님은 어떻게 빠져나왔습니까?

리?

……아주 오랫동안 생각한 결과, 어떤 이치를 깨달았을 뿐이지.

리?

어떻게 둘 생각이야?

양현

……이번 판은……

영 소저

바둑을 논하자면, 선생님을 당할 사람은 얼마 없잖습니까?

리?

오래 살아서 그런 것뿐이야. 더 살아도 재미없어.

리?

영 소저, 이 수는?

영 소저

……

양현

……많이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탁.

백돌이 바둑판에 올라갔다.

승부가 뻔하다.

내가 둔 몇 수가 너무 엉망이었어.

양현

네 탓이 아니야.

좌락

……이 대국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리?

그냥 게임이야, 의미를 부여하지 마.

좌락

그렇게 하기 어렵군요.

리?

승부만 생각해, 너희 차례다.

좌락

……판세는 이미 명확하니, 의미심장한 말은 그만해도 될 것 같아요.

리?

패배를 인정하는가? 다른 사람들은?

크루스

……

양현

……

영 소저

……

이 대국의 의미는 이 바둑판이 아닌 것 같습니다만.

탁.

리?

……응.

리?

너와 나의 승부는 이 모퉁이에 있는 게 아니야.

계속 의미심장한 말을 하는 녀석을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같이 미친 척하는 거죠.

저는 바둑은 잘 못 두지만, 눈치 하나만은…… 빠르거든요.

리?

……아까 그 질문에 대답해주지, 젊은 지촉인.

리?

어떤 사고로 나는 동생 한 명을…… 잃었지. 네가 젊긴 하지만 직책을 맡고 있으니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 거야.

좌락

여기서 얘기할 화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영 소저

……확실히. 선생님께선 말을 삼가해주세요.

리?

그 뒤로 내가 살고 있던 그 작은 바둑 단지에 흑돌이 하나 줄었어.

리?

그 사고 때문에…… 부서진 거야.

리?

그 이후로 나는 줄곧 생각해 왔어. 나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리?

현 조정의 태부…… 내가 처음으로 그를 만났을 때, 그는 그저 가난한 학생이었어. 덕망이 높고 인망이 두터운 노인에게 이끌려 정체된 도시를 지나 궁전을 둘러싼 높은 담벼락을 바라보고 있었어……

좌락

당신은 자유로이 움직일 수도 없는데, 태부님을 뵀을 리가 없습니다.

리?

그는 재미있는 사람이야. 내가 이 차가운 바둑돌에 싫증 날 때쯤, 그의 한마디가 굉장히 내 마음에 와닿았어.

당신 아주 무료한가 봐요?

리?

마음이 허전해서 그러지.

……

리의 뒤에는 지금 많은 사람이 있다.

친구, 동료, 안 지 얼마 안 되는 관리, 그리고 일시적인 적.

하지만 리는 여전히 눈앞에 있는 사람이 잘 보이지 않았다. 자기 모습을 빌려 나타난 이 사람 말이다.

그의 얼굴은 어렴풋했다.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어렴풋했다.

……이 이상은, 제가 아무리 바둑을 모른다 해도 당신이 이겼다는 건 압니다.

리?

너와 내가 같은 규칙을 인정한 이상, 바둑판에 이기고 지는 것 따위는 없다.

그건 궤변이죠. 천하의 수많은 바둑 명인들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리?

그래. 어쨌든, 네 곁에서 지내는 동안 즐거웠어.

리?

이 대국은 네가 이겼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리?

내가…… 동생들을 너무 얕본 것 같아.

리?

우리의 대국도 의미가 없어졌다. 내가 패배를 인정하는 걸로 하지.

당신은 지는 걸 싫어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리?

응? 아…… 그렇지, 내가 졌어.

리?

그리고 너, 이름이 크루스인 카우투스.

리?

니엔이 로도스 아일랜드를 선택한 것은 다 속셈이 있어서다.

크루스

좀 더 긍정적인 표현으로 나와 니엔의 관계를 표현했으면 좋겠는데.

리?

……음…… 상관없어, 좋을 대로 생각해.

리?

너희는 이제 이 일에서 빠져나갈 수 없어.

하아, 시가 이 초라한 정원을 보면 엄청 열받을 것 같은데.

리?

……왔냐.

별로 반갑지 않나 본데.

그리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바둑이나 두고 말이야. 왜, 그동안 매우 심심했나 봐?

리?

용케도 그걸 간파했구나. 그렇지 않고서야 시와 니엔이 그걸 절대 당해내지 못했을 텐데.

알고 있었구나…… 크루스, 잠깐 비켜줄 수 있을까? 내 형제 곁에 다가가 보게.

크루스

아…… 그래.

크루스

(어라~ 언제 우리 이름을 외웠지~?)

네가 흑돌이야? 그럼 누가 백돌이지?

리?

직접 바둑돌이 되어 천하의 사람들과 이길 때까지 겨룬다.

……지에가 사라진 것 때문에 그래?

리?

난 이미 패배를 인정했으니 너희들은 여기 있을 필요 없어. 그렇지만 링, 네게는 작은 선물을 준비했는데 아직 눈치채지 못한 것 같네. 그 선물을 받고 다시 날 찾아오거라.

너, 그녀한테……

리?

이번 일과 상관없어.

리?

그저 이 세상이 지극히 지루했을 뿐이다.


지게꾼

……계속하지.

정 사장

그 이상한 곳에서 자넨 뭐 하고 지냈나?

지게꾼

손에 맞는 곤봉을 찾다가, 결국 못 찾았지.

정 사장

아쉽군.

우요우

저기, 두 분은 계속 싸울 겁니까? 이렇게 오래 쉬셨으면 화가 좀 누그러들 법도 한데.

우요우

덩치 크신 분, 그리고 신 사공님! 두 분도 좀 말려보세요.

태합

……

뱃사공

산꼭대기에 이변이 생긴 걸 보니, 양대인께서 말한 게 진짜로 발생했나 보군.

태합

쉐이 형상이 나타났으니, 대사가 우선이지.

뱃사공

……저도 산에 올라가 봐야겠습니다.

지게꾼

그럼 가시게.

뱃사공

하아…… 정말 제 충고를 들을 마음이 없습니까?

뱃사공

윽! 산꼭대기에 무슨 일이지……

뱃사공

……머리 조심하세요!

정 사장

크윽……!

낙석 굴러떨어진다.

정청월은 칼을 휘둘렀다.

20년 전…… 아니, 10년 전만 했어도 정청월은 이 머리만 한 바위를 흙먼지도 일지 않은 채 두 동강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늙었다.

두 소저

아빠! 위험해!

정 사장

……아가야!

그는 늙었지만, 아이는 다 컸다.

정청월은 별생각 없었는데 딸이 그를 구하려다가 바위에 맞아 절벽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정청월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뛰어내렸다.

우요우

정 사장님!!

지게꾼

쳇.

우요우

잠깐, 잠깐! 당신은……

우요우

……왜 뛰어내리시는지……

태합

……신루!

뱃사공

쯧, 내가 내려가서 찾아볼 테니 당신은 먼저 올라가세요! 산꼭대기에서 무얼 보더라도 경거망동하지 말고!

우요우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정 사장

흐흑…… 왜 그랬어…… 아가야! 아가야!

두 소저

……

정 사장

아가야!

정 사장

……다행이군, 그저 기절했네……

지게꾼

내가 마지막 순간에 도와주지 않았다면 둘은 진작에 죽었을 거다.

정 사장

……상총.

지게꾼

또 한 번, 정청월, 또 한 번!

지게꾼

그때 당신은 내 아들을 지키지 못했고, 두요야 아버지도 지키지 못했으며, 그 술잔도 지키지 못했어!

정 사장

……

지게꾼

자신이 얼마나 많은 책임을 지고 있는지 알기나 하나. 아직 후회할 때가 아니야. 당신은 아직 후회할 자격이 없어.

지게꾼

……당신은 어깨를 다쳤고 나는 다리를 다쳤지. 우리 서로 빚진 거 없다.

지게꾼

방해꾼들이 오기 전에, 빨리 끝내자고.

지게꾼

단 일격이면 충분하니까.

정 사장

……정말 높군. 평소 길을 걸을 땐 못 느꼈는데, 이 산봉우리가 이렇게도 험준했군.

지게꾼

늘 길만 걸으니까 보이지 않는 것도 있지.

정 사장

방금 그 일로 자네는 나를 한 번 구해준 셈이네.

지게꾼

난 아이를 구했을 뿐이다.

정 사장

그래, 아이까지 구해줬는데 내가 무슨 면목으로 자네와 생사를 가릴 수 있단 말인가?

지게꾼

……당신!

정 사장

자, 손을 쓰게.

숲속 깊은 곳에는 흰 눈이 남았고,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갑자기 어디선가 구슬픈 거문고 소리가 울렸다.

……

지게꾼

누구냐?

링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책상다리를 한 채 차가운 바위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바람이 불어오자 석양이 기울면서 곧 해가 지려 했다.

두 원수는 다시금 서로를 바라보았다.

거문고 소리는 하늘에서 들려오는 듯했으나, 그 여자는 거문고 따위는 갖고 있지 않았다.


크루스

콜록콜록…… 우리…… 그 이상한 녀석의 손에서 벗어난 것 맞아?

크루스

……하지만 왠지, 아직 곤경에선 벗어나진 못한 것 같아.

자기 자신한테 협박받는 게 실로 그다지 좋은 경험은 아니네요……

태합

……공자님.

좌락

태합 아저씨.

태합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좌락

……그 죄인을 봤습니다.

좌락

그러나 그 죄인의 말한 게 사실이라면, 그들은 지금 자신을 속박한 것에 맞서고 있습니다.

태합

공자께선 의구심이 드시나 봅니다.

좌락

저는 그저 태부께서 왜 그 죄인을 믿었는지 이해가 안 될 뿐입니다.

좌락

만약 그들이 실패한다면, 우리는 상촉에서 그것의 그림자를 마주하게 됩니다. 설령…… 아주 조금일지라도.

태합

사세대는 원래 백천사가 손을 쓰게 하려고 했던 게 아닙니까.

좌락

……그렇습니다.

좌락

부친께선 그러길 바랐죠.

좌락

……!

좌락

하늘이!


좌락

그림자가 모여 형체를 이루고 있네요…… 이게…… 이게 바로 쉐이의 그림자일까요?

태합

상촉엔 예부의 청뢰백 백정산이 진을 치고 있으니, 고작 쉐이 형상으로는 아무 소란도 피우지 못할 겁니다.

'쉐이 형상'

……

좌락

……저 녀석이…… 뭘 보고 있지?

좌락은 문득 쉐이 형상이 대지를 살피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리움, 분노, 연민.


그러나 산들바람이 불면서 이 거대한 그림자는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

좌락

……! 사라졌어?

꿈에서 깼으니, 당연히 사라졌겠지.

너 어떻게……

니엔

……링.

응?

니엔

넌…… 이런 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거네?

니엔

우리가 자신의 존재를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을 때, 너는 너무 쉽게 저 환상을 깨트릴 수 있는 거 아냐?

삶이란 원래 몽환적인 것, 이슬처럼 번개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거품이지.

우리가 저것에 있어 마치 망량이 그림자인 것과 같은 도리야. 겉은 같지만, 속이 다를 뿐이지.

거품으로 변해 사라졌다고, 과연 그가 아닐까?

니엔

……말이야 쉽지.

애초에 쉬운 일이니까.

그래서 내가 너희들 언니인 거고.

좌락

……사세대는 니엔과 시의 해명이 필요합니다.

좌락

그리고, 세 분은 같이 움직일 수 없고, 반드시 사세대의 감시하에 상촉을 떠나야 합니다.

니엔

……뭐야, 그럼 이제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가족 파티를 할 수 없잖아.

니엔

난 몇 명 더 부르고 싶었단 말이야.

크루스

(에엥…… 진심이야?)

좌락

로도스 아일랜드가 이 이상 튀는 행동을 하고 싶다면……

니엔

내가 말을 믿는다면 네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도 돼.

크루스

콜록콜록……

크루스

저기…… 그건……

???

제가 보증하죠.

태합

……린 칭옌.

크루스

레이즈!

레이즈

오랜만이에요, 크루스.

레이즈

옆에 계신 분은 새로 가입한 오퍼레이터인가요?

우요우

저, 저는 우요우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레이즈 씨.

좌락

……대리사가 사세대의 공무에 관여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레이즈

천사부의 후계자로서 백천사께 모두에게 여지를 남겨주시도록 설득했을 뿐입니다.

좌락

어쩐지 영 소저께서 끝까지 가만히 계신다 했습니다…… 당신이 먼저 백천사를 설득하셨군요.

좌락

……그런데, 언제부터 천사부 혼자 이 일을 결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까?

레이즈

물론, 그럴 수 없죠.

레이즈

다만 지금 사세대도 함부로 결정할 수 없을 겁니다.

좌락

무슨 뜻이죠?

레이즈

태부께서 이미 상촉에 도착하셨습니다.

레이즈

사세대 지촉인 좌락, 예부 좌시랑 영사추, 숙정원 부감찰어사 태합, 상촉 지부 양현, 그리고 저를 포함해서 모두 오늘 밤 자정까지 양대인의 저택에 돌아가야 합니다.

레이즈

태부의 지시를 기다려야 합니다.

좌락

……

태합

……알겠습니다.

레이즈

니엔, 시, 링.

레이즈

세 분도 함께 가시죠. 태부께서 직접 만나 뵙고 싶어 합니다.

좋아.

마지막으로 본 게 벌써 삼십여 년 전인데. 그동안 얼마나 변했을까.

니엔

하아, 또야……

쳇.


양현

……으윽.

영 소저

양대인, 깼어나셨군요.

양현

……백일몽을 꾼 것 같습니다.

영 소저

아시잖아요, 그녀들의 힘 덕분이라는 걸.

영 소저

그 대국은……

양현

다행히 저희가 지지는 않았군요.

양현

……하지만 우리는 여럿이서 힘을 합쳤고, 상대는 혼자라서 그다지 명예롭지는 않습니다.

영 소저

명예라니……

영 소저

그런 자와 싸우는데 명예 따위가 뭐가 중요합니까.


정 사장

……아가야!

두 소저

……콜록…… 다들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계속 싸울 거야?!

정 사장

아가야! 넌 우리보다도 더 많이 다쳤어, 무리하지 마!

지게꾼

정청월!

지게꾼

당신은 왜…… 마지막에 칼을 거두었나? 칼을 거두지 않았더라면 다친 계집애 하나가 당신을 막을 수 있었겠나?

정 사장

난……

지게꾼

또 도피하려고? 내 손에 죽어 봐야 마음이 편한가?

정 사장

……

지게꾼

……

두 소저

……그럼 당신은?

지게꾼

……나도 마찬가지다.

지게꾼

두요야, 많이 컸구나.

지게꾼

많이 컸네……

거문고 소리가 그쳤다.

링의 모습은 사라지고 그 자리엔 소리만 남았다. 이건 그다지 좋은 꿈이 아니라, 그저 '작은 선물'이라고 그자는 말했다.

이제 그녀에겐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답을 얻고 싶은 한 가지 의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