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장진주

IW-9쉐이 형상

사이드 스토리작전 전2022-07-29

산꼭대기, 니엔과 시 두 사람이 사세대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그때, 커다란 바둑판 하나가 '세 번은 없어'라는 글자 위에 떨어진다. 산기슭, 강호의 수많은 원한이 한 폭의 그림을 통해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아름다운 석양을 찬양하기 위해 링이 드디어 나타난다.

등장 오퍼레이터: , 좌락, 니엔, , 우요우, , 크루스, 크루스 더 킨 글린트


길 가던 노인

……젊은이.

길거리 청년

네?

길 가던 노인

상촉 지부 양대인의 저택이 어느 쪽인가?

길거리 청년

아…… 바로 이 근처에 있습니다. 앞으로 가셔서 우회전해서 끝까지 가신 후에 패방이 보이면 좌회전하면 바로 양대인의 저택이 나옵니다.

길 가던 노인

넓은가?

길거리 청년

저야 모르죠, 들어가 본 적이 없는데.

길거리 청년

그런데 밖에서 보면…… 다른 곳이랑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오히려 좀 초라해 보일 정도입니다.

길 가던 노인

패방에 뭐라 씌어 있나?

길거리 청년

기억 안 나는데요.

길 가던 노인

……고맙네.

길거리 청년

저기 영감님.

길거리 청년

날이 어둑어둑한데 제가 안내해 드릴까요? 가시는 길에 사고라도 날까 걱정돼서요.

길 가던 노인

……괜찮네.

길 가던 노인

길이 잘 보이네.


우요우

……크윽!

우요우

(발이…… 바위 속에 빠졌네!?)

태합

여기까지 하지.

태합

서른 세 초식이나 받다니, 대단하군.

우요우

……당신이 제대로 공격하지 않은 거겠죠.

태합

만약 네가 군에 가입할 뜻이 있다면 반드시 대성할 것 같은데.

우요우

하하…… 구오성을 떠날 때 확실히 그런 생각은 했었습니다. 하지만 한 술에 배부를 수 없는 법, 일단 로도스 아일랜드의 은혜부터 먼저 갚아야 합니다.

태합

……은혜를 갚는다, 보기 드문 젊은이군.

태합

유감스럽게도 너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어.

우요우

……이론적으로는 그렇죠.

우요우

(다리를 접으면 뺄 수 있지 않을까…… 해 봐야겠다……)

태합

정청월, 내가 도와준다!

우요우

그럴 순 없지!

태합

……!

우요우

하아……하아……

태합

……너……

태합

……

태합

나는 이 난투를 그저 장난삼아 넘겨버렸는데……

태합

내가 틀렸다는 걸 네가 알려줬군.

정 사장

……

지게꾼

……말수가 부쩍 줄었군.

지게꾼

하긴, 예전부터 말수가 적었지.

정 사장

……

지게꾼

정청월은 전력을 다할 때만 말을 하지 않지. 그리고 정청월이 전력을 다할 때 무사히 달아날 수 있는 상대도 드물고.

정 사장

……말 다했는가?

지게꾼

혼잣말을 했을 뿐이야.

정 사장

……후우.

지게꾼

……비…… 가 오네?

지게꾼

……!

정 사장

어떻게 된 거지!

정 사장

(순식간에 상총의 무기를 부숴버리다니!?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는데…… 어떻게 해냈지?)

지게꾼

……누구냐!?

태합

……삿갓에 도롱이라, 비를 검으로 삼은 것인가.

태합

가공할 무공이군.

뱃사공

……그만, 이제 싸움은 끝났습니다.

뱃사공

좀 진정들 하세요.

정 사장

……


정 사장

아까 무공이 뛰어난 사람도 있었고. 만약 그들이 마음먹고 일을 크게 벌이면 분명 이기는 것도 그들이고, 도리에 맞는 것도 그들이다.


정 사장

자넨 처음부터 그 용문인을 따라다녔던 뱃사공……

태합

……양현이 애초부터 배후에서 이 사태를 저지할 생각이었는가.

태합

사세대와 예부가 모두 양현한테 속은 거네.

뱃사공

하아…… 양대인은 관리의 신분으로 어쩔 수 없었겠죠. 그러나 사세대의 이번 행동이 너무 독단적이라 생각하지 않습니까?

지게꾼

사세대가 독단적으로 처사한 게 이번만은 아니지.

태합

……

지게꾼

내 아들이 너희 때문에 죽었단 걸 잊지 마.

뱃사공

왜 꼭 치고받고 싸워야만 합니까?

지게꾼

흥, 주제넘게 이 일에도 참견할 셈인가? 재주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그래?

뱃사공

……

우요우

하하…… 어쩐지, 계속 삿갓을 쓰고 있는 게 이상하다 했어요.

우요우

단지……

태합

신루, 조정의 사세대가 공무를 집행하는 중이다. 네가 참견할 일이 아니다.

뱃사공

저는 그저 길 가던 뱃사공입니다. 여러분이 여기서 싸우고 있길래 노파심에 말리려고 왔을 뿐이죠……

뱃사공

……게다가 산꼭대기의 상황이 어떤지 양대인께 특별히 부탁을 받았으니까요.

정 사장

수년 전, 염국 국경 지역에서 수적 피해가 잦아지자 조정은 이를 해결하고자 사람을 파견했고, 한 천사를 필두로 몇 명의 조정 고수들이 적진 깊숙이 들어갔었다고 합니다.

정 사장

적을 놀래지 않기 위해 그들은 수적으로 변장하고 놈들의 거점에 잠입하여 일망타진했죠.

정 사장

……하지만 거점에서 나오다가 다른 한 무리의 용감한 뱃사공들과 마주치면서 약간의 오해가 생겼습니다.

뱃사공

하아……

정 사장

실은 뱃사공 한 무리가 아니라, 그저 쪽배 한 척을 타고 물가에 지은 거점에 단독으로 접근했던 거죠.

뱃사공

아이고, 그만 하세요. 창피해 죽겠네요…… 나이도 지긋한데 아무 생각 없이 무모하게 싸움질이나 했으니. 하아!

태합

백성들은 그 천사만 기억했지, 사실 나머지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강자라는 걸 모르고 있었지.

태합

금위군 교관도 귀하를 높이 평가하던데.

뱃사공

흠, 그 계집은 나이도 어린데 무공이 엄청 뛰어나더군요. 지금은 동기들의 훈련도 보좌하기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역시 대성할 사람이군요……

뱃사공

하지만 오늘은 추억을 얘기하러 온 게 아닙니다.

정 사장

저 같은 표국을 운영하는 사람은 신 사공 같은 사람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뿐입니다. 비록 초면이라 할지라도 저는 신 사공의 말에 따랐을 겁니다.

정 사장

다만, 오늘은 공적인 일도 사적인 원한도 다 같이 따져야 하느니, 신 사공의 말에…… 따를 수 없을 것 같군요.

뱃사공

저도 양대인과 약조를 했으니 무언가는 해야겠지요.

뱃사공

나중에 숙정원에서 어떤 판결을 내리든 제가 모든 책임을 지겠습니다. 다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일시적인 독단 행위로 서로의 기분이 상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지게꾼

그럼, 말이 안 통하는 거네.

태합

……양현이 귀하를 그저 구경이나 하라고 보낸 건 아니겠지.

뱃사공

……

태합

사세대의 일에 간섭할 생각인가?

뱃사공

……어차피 사세대의 목적은 백천사를 움직이려는 거겠죠. 그렇다면 제가 대신 손을 대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태합

……

우요우

……신 사공님, 저는 당신 편입니다.

우요우

화목하면 부가 온다잖습니까.

뱃사공

……당신의 그 은인님은?

우요우

먼저 갔습니다.

뱃사공

그렇군요……

뱃사공

……!


태합

……!

우요우

뭐…… 뭐지? 저 산봉우리와 정자가…… 어떻게 갑자기 나타났지?

태합

……

정 사장

이게 바로…… 우리가 계속 찾았던 거네……

뱃사공

사태가 통제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뱃사공

……아니면 무력을 쓰는 수밖에 없겠지요.


좌락

……지금 무슨 말 하고 있는지 알고 있습니까?

니엔

너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젊은 지촉인. 우린 이해 관계상 일치하지 않나?

좌락

자신을 죽이겠다는 말입니까?

니엔

야, 그렇게까지 병적이진 않아. 워낙…… 사태가 절박하니.

좌락

그것의 뜻이 바로 당신들의 뜻이 아닙니까?

니엔

당연히 아니지.

니엔

위대한 자신에게 반기를 들 때가 된 거야.

좌락

……망언이군요.

좌락

무슨 방법이라도 있습니까?

니엔

날 믿어주는 거야?

좌락

저의 책임은 당신의 생각을 끝까지 들어주는 것뿐입니다. 믿을지 말지는 사세대에서 결정할 거고요.


영 소저

……양대인은 취미도 고상하시군요. 이 시간에 산에서 눈을 다 감상하고 계시다니.

양현

앉으세요.

영 소저

제가 올 줄 알았나 봐요?

양현

당연합니다.

영 소저

사세대에서 언제 양대인을 찾아왔죠?

양현

1년 전입니다.

영 소저

무슨 일로?

양현

술잔을 찾기 위해서.

영 소저

찾기만 해요?

양현

당시에는 그냥 찾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좌락

1년 전 염국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좌락

빅토리아의 사변, 우르수스의 동란, 그리고 목소리를 잃은 라이타니엔의 여황 한 명까지.

좌락

세상이 어지러우니 염국도 준비에 나서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좌락

조정에서는 연일 회의를 열어 '이십팔책'을 결의했는데 여러 방면의 내용이 다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염국의 안정뿐만 아니라, 이 땅의 곳곳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서였죠.

좌락

공개된 스물여덟 가지 외에도 두 가지 은밀한 정책이 염국의 결의가 시급했습니다.

니엔

……호오.

니엔

어떤 두 가지 정책이었는데?


영 소저

북쪽에는 이국의 악귀가 있고, 남쪽은 해역에 접해 있어 쉐이가 나타날 위험이 크죠.

영 소저

……사세대는 베헤모스의 문제를 우선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시종일관 주장해왔어요.

양현

하지만 예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죠. 꼭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영 소저

상서 대인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 열두 명 중 쓸만한 인재가 있을뿐더러…… 특히 공덕이 높은 사람도 적지 않다고 했어요.

양현

그러나 사세대를 설립한 목적이 바로 베헤모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까?

영 소저

그렇다고 뭐든 다 들어줄 수는 없어요. 사세대가 처음 설립되었을 땐 예부의 부속 기관에 불과했는데.

영 소저

다만 그 바둑판으로 생긴 불상사 때문에 사세대의 위상이 올라간 거고요.

양현

……

영 소저

하아…… 천 년 전의 화근이 지금도 위협이 되니, 해결하긴 해야겠네요.

양현

그러나 결정권이 사세대에 있는 것도 아니고, 예부 스스로도 결정할 수 없는 게 아닙니까?


니엔

……현 조정의 태부?

좌락

태부께서 그 대죄인을 만났습니다.

니엔

……그런 거였구나.

니엔

내가 잠을 너무 많이 자서 멍청해졌나 봐…… 그 망할 영감탱이가 그런 사람일 줄이야.

니엔

몸도 비실비실해 보이는 게 오리지늄 아츠도 모르는 것 같아서, 그냥 오지랖 넓은 늙은이인 줄로 알았지.

좌락

……태부께선 세상사 중 부족한 부분을 찾아 보완해 주시곤 합니다.

니엔

내가 그 망할 영감탱이를 비웃어서 네가 화낼 줄 알았는데.

좌락

화요?

좌락

당신 같으면 한 개구쟁이 아이가 비가 올 것 같다며 하늘을 나무랐다고 화를 내겠어요?

니엔

……

(저 녀석…… 못 하는 말이 없네요……)

크루스

(니엔이 말문이 막히는 건 처음 봐.)

좌락

태부께서 사세대에 비밀 지령을 내렸습니다. 예부와 좀 마찰이 생기더라도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니엔

……호오, 무슨 일인데?

좌락

세 가지입니다.


영 소저

날이 차졌네요.

양현

여긴 산이다 보니 날이 더 빨리 차지죠.

영 소저

이 찻집은 배경이 영 별로네요. 이래서 어떻게 손님을 잡아두겠어요?

양현

……왜죠?

영 소저

석양이 안 보이니까요.

양현

일리가 있군요.

영 소저

양대인은 사세대를 위해 이렇게 많은 일을 하시느라 힘들었죠?

양현

소저께 감추느라 더 힘들었습니다.

영 소저

……3년 전, 저는 예부를 대신해 상촉에 정착한 것으로 의심되는 링을 감시하러 이곳에 파견되었습니다.

영 소저

그런데 당신은 상촉 지부로서 다른 동료들보다는 실권이 좀 더 많은 편이었죠.

영 소저

처음에 저는 양대인이 융통성이 없는 고지식한 분인 줄 알았는데.

양현

……그렇게 보여서 부끄럽습니다.

영 소저

……양대인, 최근 몇 년간 그렇게 많은 일을 하신 게 다 무엇 때문입니까?

양현

저는 단 한 번도 그 마음이 바뀐 적이 없습니다.

양현

고향 백성들의 행복을 위해서죠.

영 소저

……예부와 사세대를 기만하면서까지요?

양현

백성의 안위보다 더 중요한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영 소저

예부도 대비하고 있다는 걸 아시잖습니까.

양현

봄 우뢰는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는 상징이죠. 저는 이 봄 우뢰 때문에 삼산십칠봉의 봉우리가 또 하나 적어지지 않길 바랍니다.

영 소저

……양대인은 역시 그런 분입니다.

영 소저

다만, 당신은 저를 만나고 싶지 않은 거로군요.

양현

그럴 리가요.

영 소저

그러지 않을 리도 없지요. 당신이 하는 행동을 보면 뻔하니까요.

양현

관등도 다르고 공무 수행 중이잖습니까.

양현

그러나 만약에……

영 소저

……네?

양현

만약 영 소저가 그냥 영 소저였다면, 제가 어찌 기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영 소저

……

영 소저

양대인도…… 이렇게…… 솔직한 분인 줄은 몰랐어요.

양현은 찻잔을 들었다.

차가 없었는데도 오랫동안 입을 대고 있었다.


니엔

……세 가지 일?

좌락

첫 번째는, 술잔을 되찾는 거였습니다. 어쩐 영문인지 그 사람은 태부님께 술잔의 내력과 대략적인 위치를 다 털어놓았어요.

니엔

너희는 거짓말이라는 걱정은 안 했나?

좌락

두 번째는, 두 가지 은밀한 정책 외에 더 타당한 방안을 찾아 이번 사태를 최소한으로 통제하는 것입니다.

니엔

음…… 백성에 관련된 일이 발생할 때마다 염국은 엄청나게 신중해지나 보네.

좌락

세 번째는……

니엔

계속해.

좌락

……누가 됐든 세 명 이상의 대리인이 한자리에 모이면, 태부님의 친서를 전달하는 겁니다.

니엔

……친서?

좌락

맞습니다.

좌락

그래서, 시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두 소저

음…… 내가 어떻게……

두 소저

엉?

……

두 소저

너, 넌 누구야……

……너를 잊고 있었네.

됐고, 너는 정신을 잃었어.

두 소저

……!

두 소저

아, 아빠는? 상총은? 그리고 그 덩치 큰 녀석은……

그만 찾아.

못 찾는다.


태합

……이건……

지게꾼

어……


정 사장

순식간에 천지를 뒤바꿀 수 있다니……

정 사장

갑자기 나타난 그 여자는…… 대체 정체가 뭐지?


묵량

크아아……

우요우

에이, 설마! 또?!


두 소저

그…… 그림 속에 있다고?

두 소저

그게 무슨 말이야?

말해도 넌 몰라.

두 소저

자, 잠깐, 어딜 가?

산꼭대기에.

두 소저

하지만 망수평은……

두 소저

……저 정자는…… 언제 생긴 거지……?

옛날부터 있었어.

치창

크오오……!

두 소저

으악!

흥.

……이건…… 이런 걸 다 모방하다니, 날 비웃는 건가?


니엔

넌 역시 싫은 놈이구나.

좌락

맡은 바가 있으니까요.

니엔

……질문이 하나 있는데, 그냥 궁금해서 그래.

니엔

만약 내가 네 말을 듣지 않으면 사세대는 어떻게 할 작정이야?

좌락

천 년 전에 했던 일을 다시 한번 하는 것뿐입니다.

좌락

하물며 지금은 우리가 당신들보다 더 강하잖습니까?

니엔

……호오.

좌락

사세대의 방침은 아주 간단해요. '한 번에 끝내 후환을 없애자'입니다.

니엔

그래서 내가 우린 이해관계가 일치하다고 했잖아.

좌락

당신은 그저 자신을 위해 퇴로를 찾고 싶을 뿐이겠죠.

좌락

설령 제가 당신을 믿는다 할지라도, 당신이 이 황당한 일을 꼭 해낼 거라는 보장은 없잖습니까?

좌락

게다가 당신이 해내지 못한다면, 당신이란 존재가 얼마나 많은 불필요한 해를 끼칠까요? 사세대에는 과연 더 '타당'한 해결책이 있을까요?

좌락

당신은 저를 설득할 수 없습니다.

니엔

……역시 말로는 안 통하군.

니엔

넌 어떻게 생각해?

……내게 묻는 거야? 차라리 네가 찾고 있는 그 녀석에게 물어봐.

좌락

당신은……

……그런 거였군.

이게 그 사람이 말했던 큰 시련인가?

좌락

무슨 얘기 하는 겁니까?

너야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야, 자식.

삼백 년 동안 벽이나 보며 반성하고 싶지 않으면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지 마.

좌락

……

크루스

시, 화내지 마……

……흥.

좌락

당신들은 이 술잔의 유래를 알고 있을 겁니다.

좌락

얼른 내놓으시죠.

……당신들이 양현에게 부탁했고, 양현은 또 저에게 부탁했어요. 그러니까 술잔을 원한다면 양현에게 물어봐야겠죠.

좌락

리 씨는 사리에 밝으니 경중을 아실 거라 믿습니다.

양현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죠.

좌락

……만약 영사추가 해명하지 못하면 양현은 멋대로 행동한 것에 대해 대가를 치러야 할 겁니다.

……흠.

니엔

너무 그렇게 몰아붙이지 마, 자식. 사세대가 그렇게 이걸……

니엔

……잠깐.

니엔

사세대는 왜 그토록 이 술잔을 원하는 거지?

아마 그 바둑에 미친 놈의 수작이겠지, 어차피 할 일도 없으니……

……아니…… 그 녀석은 그럴 사람이 아닌데.

그 녀석이 확실히 경성에 갇혀있는 게 맞아……? 무슨 일이 발생했길래?

좌락

……

좌락

최근에 사세대가 그곳에 있는 절에서 시체 한 구를 발견했습니다.

좌락

상유라는 바둑 명수입니다. 심부전으로 인해 피 토하고 죽었어요. 천원에만 흑돌 하나가 놓여있었고 나머지는 텅 비었습니다.

니엔

……그 녀석을 만나는 건 금기라고 하지 않았나?

좌락

사세대에서 조사 중입니다.

좌락

이 술잔이 그의 음모를 파헤치는 데 중요한 단서인 게 틀림없습니다. 니엔 씨, 그리고 시 씨……

좌락

사세대는 두 분이 한번 와주셨으면 합니다.

크루스

……아하하, 이제 일이 귀찮게 되었네……

니엔

쳇.

니엔

그 녀석이 우리보다 한 걸음 앞섰단 말인가?

한 걸음뿐이겠어?

그 영감탱이가 왜 이렇게 몰아붙이나 했더니.

좌락

그럼, 링 씨는요?

좌락

사세대의 기록에 따르면 그는 다른 사람과 맞지 않고, 유독 링, 슈 두 사람과는 시를 읊으며 잘 지냈다고 합니다.

좌락

링이 계속 나타나지 않으면 사세대는……

???

……음……

???

날 찾았어?

[CG: 25_i05]

그녀는 석양을 보고 있다.

그녀는 태고와 그 밖의 시간을 걸어왔다.

사실, 시간은 장소이기도 하다.

자유로운 자만이 머무를 수 있는 장소 말이다.

후…… 아…… 이 경치 좀 봐.

해는 저물고 물은 멀리 흘러갔으며…… 눈은 내렸지만 달은 걸려있네.

석양에 그을린 구름, 어여쁘기 그지없군.

이렇게 아름다운 경치를 앞에 두고, 너희들은 기어코 흥을 깨는 이야기를 해야겠니?

좌락

……언제……

……음, 너는 네 아버지의 젊었을 때와 똑 닮았어. 다만……

온 하늘의 그을린 구름을 보고도 전혀 관심이 없느냐?

너는 이 하늘 아래에서 사는 게 아니냐?

니엔

석양 감상은 나중에 하고.

니엔

내가 너의 시를 들으려고 어렵사리 시를 끌고 여기까지 찾아온 게 아니거든.

……

……오랜만이네, 니엔, 시.

그리고 이쪽도.

……저요?

니엔

어? 너 리랑 아는 사이야?

아니.

그 전에……


리?

……

이렇게 저속한 수작은 너무 체면이 구겨지지 않을까?

리?

……역시 너는 속일 수 없군.

리?

그렇다고 단번에 간파될 줄은 몰랐는데.

네가 걸어간 게 누구의 길이라고 생각하나?

리?

……정말로 속일 수 있을 거라곤 생각 안 했어.

리?

게다가 꿈을 꾼 건 그자고, 꿈에서 본 게 나였을 뿐이야.

리?

이런 수작 다 너한테서 배운 게 아니겠어?

나는 깨어나도 나고, 나비는 꿈에서도 나비야.

하지만 그가 깨어났을 때 여전히 그 사람일까?

리?

글쎄.

그건 네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어.

리?

어지간히도 거리낌이 없군, 링.

네가 그렇게 대단하면 큰형님한테 가서 행패를 부릴 것이지, 일반 인간을 괴롭혀서 뭐해?

리?

가는 길이 달라서 같이할 수 없네.

어? 그럼 나랑은 가는 길이 같나? 나는 왜 몰랐지?

리?

참 매정하기도 하셔라. 같이 술잔을 기울였던 날이 기억에 생생한데.

리?

그래, 뭐. 너는 결국 버렸잖아…… 내가 선물한 그 술잔을.

……그럴 리가. 그저 달을 보며 노래하다가 깜빡 잃어버렸을 뿐이야.

오히려 실망한 건 나라고. 그때부터 너는 진작에…… 몰래 한 수를 두었잖아.

리?

흥…… 하하……

왜 웃어?

리?

니엔이 자기 분수를 몰라서 웃고, 시는 겁이 많고 무능해서 웃고, 너는 모든 일에 나 몰라라 해서 웃는다. 그리고, 아직도 잘난체하는 나 자신 때문에 웃는다.

……너……

설마 저, 정말로 대체할 생각이야?


……

어? 내가 뭐? 왜 날 쳐다봐?

아니, 그저 어떤 시시한 농간을 간파했을 뿐이야.

너희는 왜 날 찾아왔어?

니엔

그냥 링 언니를 한번 보러 온 건데, 안되나?

……너 자고 있었어?

음?

물어보잖아, 자고 있었냐고?

너 어떻게……

……취하면 그냥 자는 거지 뭐.

뭐 어때서?

……

니엔

……

그게 어떻게 가능해?

어떻게 가능하냐고? 어, 알았다.

……너 잠이 안 와? 내 동생 불쌍하네.

악몽 꿀까 봐 무서워서 그래?

……그걸 악몽이라 칠 수 있다면.

……음…… 우리 못 본 지 꽤 오래됐네.

넌 이런 일로 고민하고 있었구나. 네 그림은? 네 그림에 네 꿈을 담을 순 없어?

아니지…… 너도 결국 그림은 전부 거짓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걸까?

너……


……! 야, 내 그림 함부로 만지지 마!

니엔

산기슭에 있는 평범한 인간들도 네가 이쪽 세상에 끌어들였지?

뭐야…… 보잘것없는 산에 메마른 물을 보니 몹시 실망이다.

재미없네.

묵량

크아아……?

그래도 이 귀여운 낙서들은 꽤 재미있다.

얘네는 뭘 먹고 살아?

니엔

너, 우리가 왜 찾아왔는지 알잖아.

……니엔.

네 생각에 우리는 결국 어떻게 될 것 같아?

……

니엔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지 마, 나도 지금 생각하고 있잖아……

니엔

……하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어.

모르는가…… 음…… 모른다.

최선의 답안지는 아니네.


시, 너의 그림 안에는 전부 죽은 사물뿐이라, 너무 보수적이고 의미가 없어. 그냥 버리는 게 어때?

……네가 참견할 일은 아니거든.

당시 모두에게 이름을 지어준 그녀가 어떤 기대를 했는지 잊지 말아.

……언제 적 얘긴데 그래.

좌락

당신들은 방금……

아, 별거 아니야. 잠깐 이 속세를 벗어나 덧없는 세상에 다녀왔을 뿐.

태부가 나한테 전해줄 게 있다 그랬지.

좌락

……그것과 이것은 별개입니다. 아무튼, 태부의 친서를 읽고 얌전히 사세대에 다녀와야 합니다.

그를 찾기 위해서. 그…… 바둑꾼을.

좌락

……그렇습니다.

좌락

자.

어? 편지네?

네가 말한 태부의 친서는…… 아닌데.

이 필체는…… 그자인데……

태부는 신중한 사람이라 절대 이런 초서로 친서를 쓸 사람이 아니야…… 혹시 다른 말은 없었어?

좌락

저는 그걸 전달하는 임무만 맡았을 뿐입니다.

조정의 편지라…… 참 오랜만이네.

……후훗.

니엔

우리한테 보낸 거야? 인간은 언제부터 그런 배짱이 생겼나? 진룡이나 그 곁의 몇 사람뿐만 그런 줄 알았는데.

그럼 네가 읽어봐.

니엔

엥?

두 번까지.

니엔

……!




……두 번까지라.

니엔

그렇군. 정말로 '두 번까지'라고 할 수 있겠네.

글자마다 예언이……? 이 편지는 절대 그 태부 영감탱이가 쓴 게 아니야!

니엔

필체를 보면 지에 같은데, 지에는 이미…… 혹시 다른 사람이 모방해서 쓴 건가? 그런데 왜 하필 태부의 '친서'를?

……그 바둑꾼일 거야. 그동안 꽤 많은 걸 '배웠나' 봐.

그가 멋대로 움직이면 결국은 염국의 화만 불러올 건데…… 설마 이 천서도 그의 한 수였단 말인가? 그런데 태부는 왜 그를 대신해 편지를 보냈을까……

이봐……!

태부가 백돌을 잡지 않고서야……

야! 중얼거리지 마!

[CG: 25_i06]

세 사람은 할 말을 잃었다.

비록 긴 시간 동안 존재해왔던 그들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바람은 예로부터 불었지만, 지금의 때는 이미 그 순간이 아니었다.

……서, 설마……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고……?

니엔

나한테 묻지 마……

니엔

다만…… 그림자라고 해도…… 이렇게 감시당한다는 건 싫어.

……

니엔

시, 너 무서워?

……넌 아이디어 많잖아? 뭘 좀 생각해봐.

니엔

야, 링.

니엔

우린 함께…… 너 뭐 하는 거야?

갑자기 생각났는데, 저번에 고주망태가 되기 전에 분명 여기에 술 두 개를…… 아아, 여기 있다.

……호송주네. 음…… 향이 좋아.

참 침착하기도 하네. 도대체 방법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방법? 무슨 방법?

저걸 대처하는 방법 말이야……

……자기 자신을 대처하는 방법을 내가 알려줘야 해?

난……

니엔

……넌 이번에도, 그냥 보고만 있을 거야?

그럴 리가.

……어, 우리 또 만났네.

이번엔 내가 너를 꿈꿨던 걸까, 아니면 네가 나를 꿈꿨던 걸까?

'쉐이 형상'

……

링은 꼬리로 술 항아리를 집어 들고, 모든 일의 원흉과도 같은 그 술잔에 술을 따랐다.

그러고는 하늘을 향해 추겨 들었다.

한잔할래?

리?

아니.

리?

다른 사람들도 모두 앉지.


……! 무슨 일이지?

여긴 또 어디고?

크루스

이런 느낌은 마치 시의 그림 속 같네……

좌락

그렇다면…… 당신은 누구십니까?

어둡고 캄캄한 밤.

방안에 한 그림자가 앉아 있다.

그의 뒤에는 그림 반쪽이 걸려있다.

《천원지방》.

리?

다들 괜찮다면……

리?

나랑 바둑 한판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