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사세행

TA-11장생패

사이드 스토리작전 후2026-07-16

쉐이의 의식이 사라지고, 왕이 쉐이의 자리를 대신하는 데 성공한다. 뒤늦게 도착해 복수의 대상을 잃은 야는 광기와 각성의 사이에서 왕의 계산 안에 있던, 미래에 영향을 줄 결정을 내린다. 모든 일이 끝난 후, 쉐이 능묘 밖의 모두가 무사했지만 단 한 사람만은 돌아오지 못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니엔, , , , , , 레이즈 더 썬더브링어, 총웨


태고로부터 쏟아진 기억이 사방으로 튀며, 쉐이의 방대하고도 공허한 의식을 씻어냈다.

남은 의식은 꿈과 꿈 사이를 미끄러지듯 움직이며, 아주 약간이라도 의지할 곳을 찾으려 했지만……

그 꿈들은 이제 한 글자도 쓰이지 않은 죽간처럼 텅 비어버린 뒤였다. 색과 결의 차이만 있을 뿐, 본래 그 안에 있어야 할 인물과 사건은 모두 사라져 버린 뒤였다.……

쉐이?

……그가 졌다.

물론.

쉐이?

너는 그의 몸을 차지하고, 그의 자리를 대신하려 하는군. 그렇다면 네 형제자매는 어쩔 생각이지?

내 가족들이 나와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것이다. 네 빈자리를 메우러 오는 일은 더더욱 없겠지.

쉐이?

그렇다면 나는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언제나 존재할 것이다.

쉐이?

이 몸뚱이를 차지한 게 누구든, 구멍은 이미 생겨났다. 이 구멍을 네가 메울 생각이 없다면, 나는 영원히 여기에 존재할 것이다……

……이 몸뚱이를 차지한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겠다는 건가?

쉐이?

……그의 의지를 대신하면서, 그의 정신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 본질적으로는 같은 것이다.

네가 남긴 빈자리를 채울 무언가가 있을 거다.

쉐이?

네게 남은 것은 감정뿐이다. 아무리 충만한 감정이라도 불완전한 의식 앞에서는 무의미할 뿐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의 원한이 진작에 모든 걸 채웠을 테니까.

……훗, 걱정할 필요는 없다.

너를 채울 것은 너보다 훨씬 무서울 테니까.

대리인은 하얀색 물건을 뒤에 내팽개치고 앞으로 나섰다.

곧 자신의 텅 빈 정신 속에서 익사할 베헤모스가 비통한 울음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이내 고통과 불복을 상징하던 울부짖음도 사라졌고, 베헤모스가 목숨을 잃기 전에 남긴 공허한 메아리만이 이 공간에 울려 퍼졌다.

혼란스러운 의지

(혼란스러운 숨소리)

너는 곧 죽는다.

혼란스러운 의지

……내가 죽는다고?

혼란스러운 의지

나는 누구지? 왜 죽는 거지?

……너는 오만하기 짝이 없는 몽상가다. 넌 꿈속에서 끝없이 진화를 거듭했고, 무한한 별바다까지 다다랐다.

하지만 네 오만했던 진화는 네가 하찮게 여겼던 사람들에게 방해받았다.

그래서 너는 분노하고, 증오하고, 불복했다. 그리고 그 감정들은 너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너는 결국 내 손에 죽었다.

혼란스러운 의지

네놈……!

혼란스러운 의지

(혼란스러운 숨소리)

혼란스러운 의지

미래를…… 네 손으로 부숴버릴 생각인가?

혼란스러운 의지

그럼 파멸에서 도망쳐 허무까지 무한대로 팽창한, 진화된 미래는?

그건 네가 영원히 실현할 수 없는 꿈이다.

네 죽음 때문에 진화가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네 죽음은 단지 천 년을 고통받은 의지의 종착지이자 해탈에 불과하다.

만약 네가 정말로 오직 너만을 위해 반짝이는 그 별의 바다, 오직 너만을 위해 찬란히 빛날 미래에 미련이 있다면……

왕은 손에 든 마지막 바둑돌을 들어 올렸다. 검은 바둑돌은 그의 손에서 서서히 형체를 잃었고, 날카로운 무기가 되었다.



쉐이는 그가 마지막 바둑돌을 들어 올리는 것을 보았고, 까맣고 작은 돌멩이들이 무한한 창공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왕은 마지막 힘을 모아 만든 예리한 칼날을 쉐이의 눈에 사정없이 찔러넣었다……



쉐이는 검은 돌들로 만들어진 은하수가 자신에게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쉐이가 눈을 감았다.



쉐이는 꿈속에만 존재하는 미래를 봤다.

……좋은 꿈 꾸기를.

공간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결국 무너졌다.

대리인과 베헤모스의 그림자가 점차 하나로 합쳐졌다.

그렇게 새로운 '쉐이'가 탄생했다.


니엔

슈 언니, 버틸 만해?

큰 문제는 없어. 근데 계속 이런 잔챙이들을 상대하다 보니 조금 피곤하네.

니엔

야, 시! 저쪽을 공격해야지! 저쪽에 창괴가 많이 몰려 있잖아!

어디?

니엔

내가 가리키고 있잖아!

아무것도 없잖아!

니엔

무슨 소리야. 저기에……

니엔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곳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그곳뿐만이 아니었다. 마치 누군가가 대지에서 몰래 흔적을 지우기라도 한 듯 방금까지 활개 치고 있던 창괴들이 돌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지친 수비군

잠깐만, 하마터면 나를 벨 뻔했잖아!

초조한 수비군

난 분명 창괴를 베려고 했는데!

초조한 수비군

……엥? 어디 갔지?

금위군

……

금위군

알겠습니다.

금위군

사세대에서 글자 창괴가 전부 사라졌다고 전해왔다.

지친 수비군

우리가…… 이긴 겁니까?

초조한 수비군

경계를 늦추어서는 안……

초조한 수비군

지진?!

금위군

그것인가.

금위군

전원 철수한다. 즉시 넓은 곳으로 이동하라!


먼 곳에서부터 진동이 전해졌다.

진룡

……때가 왔군.

진룡이 장치를 켜는 옥새를 쥐었다. 머릿속 상상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앞에 있는 장치가 자신의 핏줄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다.

그가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거대한 그림자가 그의 앞에 나타나 오리지늄의 빛을 거의 다 가려버렸다,

[CG: 70_i07]
거대한 그림자

……

진룡

너는…… 쉐이인가?

눈앞의 그림자가 위협하듯 낮게 으르렁댔다. 진룡은 이것이 몇십 년 전에 들었던 건조한 목소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CG: 70_i07]
진룡

아니야…… 자네는 이제 쉐이가 아니군.

진룡

자네는 쉐이의 꿈, 사고, 감정을 얼마나 이어받았지?

진룡

자네는 염국의 조력이 되는 존재인가, 아니면 화근이 되는 존재인가?

진룡

자네는 그자인가, 아니면 새로운 쉐이인가?

거대한 그림자

쉐이의 창백한 기억, 말라 죽은 꿈, 쇠약해진 사고, 더러운 감정 모두가…… 이 순간 나의 의식 속에서 끓어오르고 충돌하고 있다.

거대한 그림자

하지만…… 네 추측은 맞았다.

거대한 그림자

쉐이는 죽었다……!

[CG: 70_i07]

거대한 그림자가 천지를 뒤흔들 만큼 커다란 소리를 냈다.

거대한 그림자

하지만 너와 너의 선조, 그리고 너의 나라, 너희가 쉐이에게 빚진 것이 있다면, 나와 우리에게도 빚진 것이 있을 것이다.

거대한 그림자

네 몸을 감싸고 있는 술법이 바로 너의 선조가 우리를 천 년이나 옭아맸다는 증거다!

거대한 그림자

기억은 색이 바랬고, 꿈은 시들었고, 사고는 썩어 문드러졌고, 감정은 가라앉았다. 하지만, 오직 이 천 년의 분노만큼은 아직 활활 타오르고 있다!

거대한 그림자

하지만…… 너는 그 사람이 아니군.

진룡

……

진룡

아직도 원한이 가시지 않았다면, 손을 써도 좋다.

거대한 그림자

……이 오리지늄을 사용해 네 목숨을 대가로 나와 동귀어진할 생각인가?

진룡

염국을 위해 마지막 결단을 내릴 생각이네.

진룡

자네가 새로운 쉐이라면, 나의 생명으로 염국의 화를 제거할 것이다.

진룡

하지만, 자네가 왕이라면……

진룡

나는 약속을 지킬 걸세. 자네를 살려주고, 과거 자네가 군주를 기만했던 죄와…… 군주를 시해했던 죄를 사할 것이다.

진룡

또한, 나의 죄를 사할 것이다. 어리석고 우둔해 부모와 자녀가 서로 의심하게 했고, 혈육을 흩어지게 했고, 파벌 싸움으로 국가를 혼란에 빠뜨린 나의 죄를 사할 것이다.

거대한 그림자

설마 죽음을 간청하는 것인가?

진룡

염국 역사의 새로운 편을 열 수 있다면…… 내 목숨이 아까울 것 있겠는가?


좋아……

그렇다면 소원대로 해주지.

???

모든 은원이 이렇게 끝났다고 생각하나?


드디어 왔군.

드디어 만났군.

너는……

너는…… 이미 쉐이가 아닌 건가?

쉐이는 이미 내 손에 죽었다.

너무 늦었어.

해냈군…… 네 그 황당한 계획이 정말 성공했다는 거냐?

좋다…… 네가 쉐이를 대신했다면, 나의 분노는 마땅히 네가 감당해야 할 것이다!

……

거대한 고대의 존재는 아무 말 없이 수명이 다해가는 눈앞의 동족을 바라보았다.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지?

감히 나를 동정하다니!!

긴 여정의 끝에 도달했음에도 마음속을 잠식한 천 년의 분노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지금 쉐이를 만난 이 순간……

사무치던 증오는 실체 없는 허무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어째서 가만히 있는 거냐…… 설마 내가 널 해방해 주길 기다리고 있는 거냐?

아니, 나는 너를 죽이지 않을 거다……

손에 칼을 든 야는 주저하고 있었다.

이번의 복수로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서로 상처만 남게 될 비극? 아니면 동귀어진?

무엇을 위해 칼을 들었고, 무엇을 위해 배신했는가…… 야는 쉐이의 의식이 죽어버린 지금, 자신이 쫓던 답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내가 어찌 너를 용서할 수 있겠느냐!

하지만 이것은 명백한 너의 잘못이다.

너는 더 일찍 와야 했다. 넌 쉐이의 죽음을 목격해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쉐이의 죽음에 힘을 보태 너를 죽일 듯 죄어오던 원한을 잠재워야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너는 늦었다. 그렇기에 네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오리지늄?!

이 모든 게 너의 계책이었나?!

네가 헛소리나 해대는 그 늙은이와 작당하고, 온갖 고초를 겪었던 건…… 나를 이 추악한 돌이 있는 곳으로 유인하려는 수작이었나?

선택은 여전히 네 몫이다.

네가 복수를 선택한다면, 너는 이곳에 오기 전에 수없이 꿈꿔왔던 것처럼 이 추악한 돌을 사용해 이 몸에 영원한 고통을 줄 수 있다.

아니면, 어차피 죽을 목숨이니…… 이대로 떠나는 건 어떻겠나?

네 이놈……!!

죽음이 임박한 베헤모스는 인간에게는 너무 날카로운 칼, 동족에게는 너무 무딘 칼을 쉐이의 거대한 몸을 향해 뻗었다……

하지만, 칼을 휘두르려던 찰나의 순간, 불타고 있던 천 년의 증오는 베헤모스를 놓아주었다……

그리고 눈앞의 더 이상 쉐이가 아닌 쉐이를 바라보며 갑자기 큰소리로 웃었다.

[CG: 70_i15]

하하, 하하하하하하하!!!

거대한 몸이 침묵했다.

어째서 끈질기게 고통을 원하는지 모르겠군. 왜 이 저주받아 마땅한 오리지늄을 네 몸으로 받아들이려 하는 거지?

허나, 내가 유일하게 아는 것은 네가 그것을 원한다는 것이다. 너는 네 몸에 부패하고 팽창하는, 영원히 치유되지 않을 상처를 남기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좋아, 내가 그 소원을 이뤄주마.

지금 너는 쉐이가 아니다. 넌 왕이다. 넌 쉐이를 죽인 왕이다. 그러니 나는 너를 돕겠다!

내가 널 도와주마, 영겁의 시간을 들여 네가 쉐이의 죄업을 갚는 것을!

하지만 아무리 강한 정신력을 가졌어도, 그 몸속에 있으면 닳고 동화되어 결국 쉐이와 똑같은 모습으로 변해버리겠지……

그때가 되면 돌아와 복수하겠다. 내 손으로 너를 죽이겠다!

지금은…… 네 녀석의 그 지루한 변명 따위를 듣고 싶지는 않다. 너와 하찮은 버러지들이 벌인 싸움 따위는 듣고 싶지 않다.

……나는 그 몸에 전무후무한 것을 남길 것이다……

그것은 너, 나, 그리고 우리와 같은 원시의 존재에 가장 걸맞은……

복수다.

시간을 재단하는 것, 그것은 대가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권능이 아니다. 게다가, 이미 죽음을 눈앞에 둔 야가 이 대지의 가장 원초적인 힘에 간섭하는 일이라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야는 해냈다.

그 오리지늄과 오리지늄이 차지하고 있던 작은 공간은 야의 손에 함께 잘려 나갔고……

쉐이의 몸속 깊숙이 사정없이 파고들었다.

이윽고 쉐이의 눈앞이 온통 암흑으로 뒤덮였다.

야는 자신의 환상 속에 갇힌 두 동족에 대한 건 진작 잊은 상태였다. 그들은 야의 힘이 완전히 사라진 후 환상 속에서 벗어났고, 풍화되어 가는 야의 몸을 비통하게 바라봤다.


포 선생

이럴 수가, 아까 그 무시무시한 것들이 이제 막 사라진 참인데, 어째서 또 지진이 일어난 거지?

포 선생

린 천사님, 이쪽입니다! 여기에 사람이 또 있습니다!

린 칭옌

가요!

린 칭옌이 달려가 우왕좌왕하는 창괴들을 무너지기 직전인 처마에서 끌어내렸다. 하지만 바닥은 더 심하게 흔들렸고, 무너진 기둥이 포 선생의 머리 위로 떨어지려던 찰나……

???

어이, 가난뱅이 서생! 위를 봐야지!

포 선생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노천사'

……

린 칭옌

조사님!

'노천사'

호오, 아직 다들 살아 있다니, 제법인걸.

'노천사'

자, 사람도 다 구했고 지진도 멈췄으니까 정리하고 돌아가자.

린 칭옌

조사님, 아까까지의 혼란은 이제 다 끝난 건가요……

'노천사'

……

아이의 모습을 한 천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쉐이 능묘 쪽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마치 온 세상을 업신여기는 듯한 원래의 표정이 아닌,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노천사'

바둑꾼, 이건 전부 네가 내린 선택이고, 네가 계산한 거야.

'노천사'

너도 이 오리지늄이 불러올 재난을 예견했으니 그런 해법을 생각해 낸 것이겠지.

'노천사'

이렇게 하면 그 누구도 너를 건드릴 수 없겠지만…… 너는 영원히 고통받게 될 거야.

'노천사'

스스로 고통스러운 앞날을 자초하다니, 지금 내가 너를 돕고 있는 건지 해치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

'노천사'

“무수한 생명을 위한 큰 이익을 도모한다”, 네가 정말로 해낼 줄이야……

'노천사'

바둑꾼, 이번 대국은 네 승리야.


거대한 그림자, 광기 어린 여자의 얼굴, 오리지늄의 강렬한 주황빛, 진룡의 눈앞 모든 것이 색을 잃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최종 계획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베헤모스, 오리지늄.

왕은 거의 영원에 가까운 고통을 대가로 쉐이를 대신해 야의 복수를 받아들였다.

염국의 '불반', 아니, 여태까지 염국이 쭉 의지해왔던 최초의 오리지늄은 지금 이 순간 베헤모스의 육체와 의식 가장 깊숙한 곳에 박혔다.

오리지늄의 에너지가 사라지면서 밀실 역시 점차 무너지기 시작했다.

진룡은 출구로 향한 뒤 문을 열려고 했지만, 문은 이미 무너진 부분에 막힌 듯했다.

하지만 진룡은 별로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여기서 목숨을 잃는 것 역시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적소……

진룡은 잠시 환상을 본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형과 꼭 닮은 그 모습은 자신의 어깨를 부축하고 있었다.

진룡

……염무?

웨이 옌우

말하지 말고, 일단 가자.


피처럼 새빨간 비밀 통로는 '불반'이 있던 위치부터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진룡은 웨이 옌우의 부축 아래, 힘겹게 형의 발걸음을 따라갔다.

그는 아직도 이것이 죽기 직전에 꾸는 꿈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자신의 연약한 의식이 만든 것이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형과 죽기 직전에 재회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어릴 때 형과 함께했던 바보 같은 일들, 함께 뛰어다녔던 복도를 떠올리려 했다.

그때가 무슨 계절이었더라…… 가을이었던가? 아니야, 이렇게 쌀쌀하지는 않았으니, 아마……

……

너무 많은 세월이 흘렀다.

이젠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오랫동안 계속되던 지진이 마침내 멈췄다.

조정 관리들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기에 계속 창백한 얼굴로 서로를 보고 있었다. 이어서 한 익숙한 얼굴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다들, 이제 안심해도 돼.

예부 상서

그 말은?

쉐이의 화를…… 제거했다.

모두 각자의 직무로 돌아가 줘. 대란은 끝났지만, 백조에는 여러분이 정해야 하는 사안들이 아직 산더미야.

그녀의 뒤에 있는 금위군들이 그녀의 말에 위압감을 보탰다. 조정의 관리들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각자 의관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갔다.

마지막 사람이 떠난 후, 춘은 금위군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금위군은 춘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한쪽으로 비켜섰다.

그 사람이 해냈어.

쉐이를 제거하고, 너를 찾았어. 그 두 일을, 모두 해냈어.

과거의 지촉인, 현재의 사세대 감정, 그녀는 베헤모스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거대한 생명이 자신을 향해 표출하는 분노였지만, 그 심장 소리에는 부드러운 호흡도 섞여 있었다.

그 소리에는 베헤모스의 의식에 속하지 않는, 베헤모스의 몸에서 멀리 떨어져 백조 어딘가에 모인 소리가 있었다. 그것은 용서였다.


웅장한 궁전 안, 그곳에는 초췌한 모습의 노인이 서 있었다.

진룡이 지하로 들어간 이후, 그는 줄곧 이곳에서 기다렸다. 그는 옥문의 급보와 백조의 혼란을 들었고, 사세대가 백조 전역에 보낸 모든 상황이 종료되었다는 내용의 보고도 들었다.

그의 기침은 점점 더 심해졌고, 허리는 점점 더 굽어갔다. 사세대의 보고가 발표된 순간, 그는 더 이상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용상 옆에 비스듬히 몸을 기댔다.

처음에는 분노를 느꼈고, 그 후에는 초조함을, 그 후에는 피로를 느꼈다.

그는 저도 모르게 거의 백 년 전, 자신이 당대 진룡의 부친에게 등용되었을 때를 떠올렸다.

한겨울, 눈이 펑펑 내리는 날이었다. 아직 정신이 맑았던 그 진룡은 갓 백조의 관리가 된 자신과 함께 화롯가에서 천하의 대사를 흥겹게 논하곤 했다.

라테라노와 이베리아의 접촉, 컬럼비아와 빅토리아의 전쟁, 우르수스의 커져가는 야심, 극동의 지속되는 혼란, 카즈델의 신비한 병기……

그리고 쉐이. 진룡은 쉐이를 한 번에 제거하지는 못했지만, 두 번째에는 어떻게든 만전을 기해 그것을 제거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염국은 쉐이의 잔해를 손에 넣고, 2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확보할 것이라 결심했다. 쉐이를 제거하면 염국의 시대가 올 것이라 생각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흥이 오른 군주는 맨발로 눈밭을 걸어 들어가더니, 적소의 검기를 손끝에 휘감으며 쉐이를 몰아낸 이후 염국이 실현해낼 원대한 포부를 허공에 그렸다……

함께 드높은 꿈을 품고 푸른 하늘에 날아올라 밝은 달을 거머쥐노라!

그러나……


그러나 그는 진룡이 쉐이를 쓰러뜨리고 승전고를 울리는 모습을 끝내 보지 못했다. 대신 보게 된 건, 모두에게 배신당하고 버림받은 어리석은 진룡이었다.

???

그 이후에도, 당신은 그 진룡의 귀환을 기다리지 못했어.

???

당신은 결국 진룡에게 자신의 소행이 결코 사사로운 욕심이 아닌, 염국의 미래를 위한 것이었음을 증명하지 못했지.

태위

……

흐리멍텅한 노인의 눈은 눈앞의 사람이 자신이 그토록 기다려 온 군주라 믿고 싶었으나, 윙윙거리는 귀에 들리는 내용은 그와 정반대였다.

???

오한은 단지 구실뿐이라는 건, 조정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어. 태위의 오랜 병환은 풍한 정도로 끝날 게 아니지. 마치 강경책을 써서 어떻게든 '쉐이'를 제거하려는 게 태위 한 사람만의 생각이 아닌 것처럼.

???

당신은 한때 말 한마디로 여러 사람을 호령했지만, 이제 모든 게 다 끝났어. 당신을 따르던 사람들은……

???

……

노인은 더 이상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의 목이 움직였다. 그는 마음속에 오랫동안 맺혀 있던 그 말을 하고 싶었다.

“보십시오. 이 난동을 일으킨 늙은이가 이곳에서 폐하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하지만 그 말은, 아무도 들을 수 없어.

태위는 마치 몰락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영웅과도 같았고, 군주를 향해 모든 것의 끝을 고하고 싶었다. 그러나, 생명은 그의 몸에 머무르기를 거부했다.

그는 죽었다.


니엔

쩝…… 이런 꼴이 돼버렸네.

니엔

결국 이 거추장스러운 능묘를 헐어버리고 말았네, 500년 전부터 이렇게 하고 싶었단 말이지.

지금은 그런 말을 할 상황이 아니잖아…… 안쪽 상황이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는데.

니엔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 우리가 다 멀쩡하게 살아 있으니, 오빠도 멀쩡하겠지.

둘째 오빠는…… 분명 성공했을 거야.

큰 오라버니가 들어갔다고 하니까, 곧 둘째 오라버니를 데리고 나올 거야.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면, 그때 물어보면 돼.

우리 몰래 그렇게 많은 일을 하다니, 따질 건 제대로 따져야지.

니엔

쥔 언니…… 무서워.

니엔

혹시, 나만 이런 느낌이 드는 건 아니겠지……?

니엔

지금까지 이렇게 많이 모인 적은 없었다 보니…… 이렇게 다들 한자리에 모이니까 도리어 어색한 것 같아.

……동감이야.

이따가 같이 밥 먹을 거면, 나는 먼저 갈게.

안 돼! 가족끼리 모여서 밥 먹기로 했잖아. 니엔, 시, 둘 다 못 가!

니엔

네네네, 우리 막내의 솜씨를 봐서라도 꼭 참석할게.

……누나라고 불러.

(메롱)

다들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니엔

이야, 둘 다 꼴이 말이 아니네…… 뭐, 살아있으면 됐지만.

니엔

그러고 보니, 누구는 아까는 엄청 비장하게 폼을 잡던 데, 지금 멀쩡하게……

니엔

앗, 슈 언니, 왜 꼬집어!

누님……

……돌아왔구나.

걱정하게 해서 죄송합니다.

……흥.

니엔

이제 안에 있는 둘도 슬슬 나올 때가 된 거 같은데?

저쪽, 봐봐……

큰 오라버니, 드디어 나왔구나!

왕 오라버니는……?

니엔

어떻게 된 거야……?

총웨는 눈앞에 있는 동생들을 바라봤다. 동생들 모두 총웨의 구겨진 얼굴에서 어떤 불길한 예감을 읽어냈다.

그리고 총웨는 무언가를 선언하려는 듯한 깊은 탄식을 필사적으로 참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