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W-7난국
혼자 산에서 술잔을 찾던 리는 니엔을 만났고, 뒤이어 쫓아온 좌락도 만나게 된다. 니엔은 세 사람을 존재하지 않는 심일봉으로 데려갔고, 그곳에서 정자를 발견한다.
……어디에 떨어진 거야……
크오오!
흠……
저쪽 나무인가…… 그런데 기괴한 녀석들이 너무 많은데……
크오오……
……하하, 저걸 어떻게 가져와야 하나……
흑돌 하나.
세상 만물은 모두 자기만의 규칙을 따른다. 이 치창들의 성질도 본체의 '뜻'과 일맥상통한 법이지.
그렇다면, 내 고요함을 어지럽힌 녀석은……
먹으로 강산을 그리는 그 동생일까, 아니면 말로써 법을 정하는 그 동생일까?
그것도 아니면……
이 녀석이 바둑돌을 놓을 때 난 잠깐의 잡음뿐일까?
……비켜.
……!
크……오오!
……
……오랜만이네.
……엇? 당신은…… 로도스 아일랜드의……
아아, 리였구나.
오랜만이야. 그런데 어쩐 일로 용문에서 상촉까지 왔어?
하아, 사장님이 칼을 들고 나갔는데 누구랑 싸우러 간 것 아닐까요?
글쎄.
우리 같은 신입들은 사장님이 칼을 쓰는 걸 본 적이 없어서 말입니다. 하긴, 가업도 크고 재산도 많으시니까 객잔만으로도 충분히 상촉에서 자릴 잡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사장님이 칼을 휘두르는 모습은 어떤 느낌일까요?
최근 몇 년간 사장님이 칼을 다룬 적이 별로 없어. 굳이 꼽자면 채소나 고기를 손질할 때랄까?
예전처럼 치고받고 다니던 나날에 비해, 사장님께선 '사람을 해치는' 용도로 칼을 사용하지 않은 지가 오래됐어.
……오호, 뭔가 은퇴한 강호의 고수 느낌인가요? 그런데 갑자기 왜 칼을 들고 나가셨대요?
채소나 썰려고 가져갔겠지. 오랫동안 채소만 썰었으니 아마 그것밖에 할 줄 모를걸.
에이, 시시하네요.
그럼 뭐, 채소를 오래 썰었다고 갑자기 강해지기라도 해야 하나?
칼을 잘 쓰네! 당신이 요 몇 년간 사장 노릇만 한 건 아닌 것 같네.
……아니, 그 후로 확실히 칼을 잡아본 적이 없네.
장부 계산이나 평범한 생활에 익숙해졌는데…… 이 서리칼이 아직도 손에 이리 잘 맞을지 몰랐네.
뜻밖이군.
……만약 세상 우울한 정청월을 만나면, 이기든 지든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하늘의 뜻인 것 같군.
……뭐가 하늘의 뜻이야. 그냥 당신이 일방적으로 원수를 갚으려는 것뿐이지!
큭……!
아가야! 넌 끼어들지 말거라! 어서 그 용문인을 쫓아 가 술잔을 찾아와야 한다!
미안해, 아빠. 그건 아빠가 결정할 일이 아니야……
으윽!
이럴 줄 알았다.
……이 아이를 때린 적이 없는데.
자네 후회하게 될 거다.
……태합 아저씨, 정 사장님을 도와드리세요.
공자님은?
저는 술잔 찾으러 가겠습니다. 이 일을 빨리 처리해야죠.
잠깐!
어딜 감히!
아니, 좀 살살 하면 안 되나요? 이렇게 싹 다 부숴버리면 하산은 어떻게 하려고 그럽니까?
쓸데없는 발악이네.
은인님! 여긴 제가 맡겠습니다. 은인님은 리 형님을 도와주세요! 꼭 그 소년을 막아야 합니다.
알았어! 너도 조심해!
사람을 너무 얕보지 마십시오. 당신이 관리이기 때문에 제가 손을 대지 않았을 뿐입니다……
……관리?
내 재능을 알아봐 준 은혜에 보답하고자 좌 공자님을 보좌하는데, 무슨 관리 같은 소리냐?
덤벼! 리엔 가문의 후계자, 단순 무도인으로서 실력을 겨뤄보자고.
……그렇다면 실례하겠습니다!
……음?
비가 오네?
……갑자기 무슨 비래?
분명 일기예보에는 오늘 맑은 날이랬는데.
손님, 비가 오는데요.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괜찮겠습니까?
……괜찮아.
비 오는 경치를 감상하시려고요? 역시 풍류를 즐길 줄 아시네요. 그럼, 이따가 우산을 가져다드릴게요……
함께 오신 그 뱃사공은요?
산에 올라갔어.
산에요? 날이 저물면 내려오기 어려울 텐데.
그러게.
그분께 폐를 끼친 것 같네.
……! 용문인이다!
그런데, 왜 치창들이 둘러싸고 있지……? 잠깐, 저 사람 옆에 있는 사람은……
오, 손님이 온 것 같구나!
……니엔!
너도 이 술잔 때문에 온 거야?
……하아, 생각보다 사람이 적어진 겁니다.
염국 사세대 지촉인 좌락, 태부님의 지시를 받들어 시와 검은색 술잔의 행방을 조사하러 왔습니다.
크오오…… 크오오……
……이놈들이 당신들 두 사람을 무서워하는 것 같네요.
날 무서워하는 거야 당연하지. 그런데 이 소년을 무서워한다는 건……
몸에다 뭘 지녔나?
예리하시군요.
당연하지…… 그렇구나…… 그 망할 영감탱이가 말한 대로네.
그런데 리, 너는 어쩌다 이 일에 연루된 거야?
니엔 씨, 말하자면 이야기가 길어집니다……
하지만, 로도스 아일랜드 오퍼레이터들도 이 일에 휘말리게 해서 너무 죄송할 따름이죠.
괜찮아. 크루스와 라바가 이 정도 풍파도 이겨내지 못한다면, 걔네들이 마지막까지 지켜보기 힘들다는 거겠지.
……그렇습니까, 니엔 씨는 정말 변함이 없군요……
요 며칠 워낙 많은 곤욕을 치러서 말이야. 하지만 그 무시무시한 영감탱이가 우리에게 몇 가지 사실을 알려주긴 했어.
사세대와 예부의 작은 마찰이라든지. 어이, 거기 소년, 너희들이 우리를 제거하는 게…… 그렇게도 급한 거냐?
……
내가 멋대로 시를 아늑한 보금자리에서 꺼낸 것 말고도,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말해 봐. 이치에 맞다면 내가 마음을 바꿔서 너희에게 협조해줄지도 모르잖아?
당신과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으니, 저희에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여자는 어디에 있나요?
……누구를 말하는 건데?
시치미 떼지 마세요!
아무래도 산을 잘못 고른 거 같은데.
뭐라고요?
링은 산꼭대기에 있어. 이 운해가 보이는 산들 중 가장 높은 봉우리에.
너희 그 정상에 올라가 봤어?
……망수평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일반 산길과 다름없었어요.
그래?
……! 그 잔을 건드리지 마세요……!
어…… 니엔 아니야?
오랜만이구나.
……
무, 뭐야?
이 순간, 이곳이야말로 상촉의 산 중에서 가장 높은 곳이구나.
보통 '가장 높은 곳'을 말할 때 '이 순간'이라는 말은 붙이지 않아.
좋은 때와 아름다운 경치가 있는 곳이 곧 정상이지.
물리적인 의미에서 가장 높으면 뭐 해? 내가 여기다 의자 하나를 받쳐 놓으면 더 높아지지 않아?
……이곳은…… 확실히……
꿈에서 봤어?
니엔 씨는 역시 무언가 알고 있군요.
당연하지. 너는 이 술잔과 함께 한 시간이 너무 길어.
일반인들은 이 술잔의 비밀을 모르겠지만, 사세대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너무 무심했던 거 아니야?
……아니면, 이것도 네 계획 중 일부인가……?
니엔?
아니, 나는 일단 그렇다 치더라도…… 저기 저 소년, 뭔가 할 말이 엄청 많은 것 같은데?
……우선은, 시가 떠난 것에 대해 해명해 주시길 바랍니다.
크루스 씨는 당신을 여전히 로도스 아일랜드의 일원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 계시는 세 분은 전부 다 로도스 아일랜드 관계자라는 말이죠.
당신들의 대답과 이번 사건의 결과에 따라…… 조정에 상서를 올려 엄숙하게 처리할지 말지 결정할 것입니다.
윽……!
시를 데려간 건 내 결정이야. 로도스 아일랜드는 내 개인적인 의뢰를 받아줬을 뿐이고. 이 대답으로 만족해?
아니요. 당신들 열두 명의 만남, 통신, 대화 모두가 사세대를 움직이는 중대한 사항임을 당신은 모를 리가 없지 않나요?
허, 나이는 어려도 언변은 어른스럽네……
지금의 사세대 보스는 누구야? 내가 아는 사람인가?
……당신이 한가로이 세월을 보내고 있을 때 강산이 몇 번이나 변했습니다.
유감이네.
시는 어디에 있어요? 링은 또 어디에 있나요?
당신들 세 명이 상촉에서 만나 무슨 짓을 하려는 겁니까? 이 술잔엔…… 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거죠?
술잔은 분명 너희들이 사람을 시켜 용문에서 보내온 건데, 왜 우릴 탓하고 그래?
사세대가 반드시 술잔을 손에 넣어야 하는 의미를 당신은 알고 계실 텐데……
……당연하지. 술잔에 우리 그 둘째 오빠의 일부 의식이 갇혀 있으니까.
……잘 아시는군요. 그렇다면 나머지 분들은 몰라서 죄가 없다고 할 수는 없겠네요.
저는 모른 체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양현 그 녀석이 실제로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하하, 이제 와서 로도스 아일랜드는 아무것도 몰라…… 라고 하기엔 좀 무리인가?
그렇지, 어쨌든 너는 피해자니까.
제가요?
나도 방금 깨달은 참이야. 오히려 너희 사세대는 할 일도 없으면서 그리 오래 고민했다는 게, 아직 아무런 결과도 없어?
베헤모스는 자신을 독립적인 인격을 가진 대리인으로 분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의식을 다른 매개체에 저장하여 연명할 수 있죠……
……하지만 당신들은 같은 일을 한 번 더 할 수 있나요? 마치 우르수스의 마트료시카처럼.
나도 그게 가능할지 몰라…… 그가 생각해 낸 게 아닐까?
백팔십일개의 흑돌을 다 모으기 위해 그랬을 수도 있지.
……그러면 미치지 않습니까?
미쳤잖아 벌써. 경성에 가둬놓았으니 너희들은 만날 수 없는 것도 아니고.
그자와 만나는 건 최대의 금기 사항입니다.
사세대가 그렇게 많은 일을 해놓고, 아직도 그런 걸 신경 쓴다고?
시는 어디 있습니까? 시를 찾아 무엇을 할 생각입니까? 시를 찾아놓고 여기까지 온 건 또 무슨 이유 때문인가요?
……내게 한 가지 생각이 있어.
기록에 따르면 당신은 늘 생각이 많았더군요.
오호……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네?
(이쪽을 바라본다……)
……
나는 말이야……
……어떻게든 그걸 죽여버리고 싶어.
비.
이른 봄의 가랑비.
강에서 노를 젓는 뱃사공이 지금은 높은 산꼭대기까지 올라왔다.
……곧 날이 저물 것 같네.
하아……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느라 이 늙은 몸이 고생이 많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