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을 넘어
강호 인사들이 다투고 있던 비급은, 사실 와이틴푸이가 막일이라는 산해중의 사주를 받아 빼앗은 것이었다. 막일은 그 비급으로 '숴'의 거대한 환영을 불러내게 되고, 이 소동은 결국 '숴'와 와이틴푸이의 비무로 끝나게 된다.
이건 도대체……?
그 미친 작자가 다짜고짜 연무장에 뛰어들어, 우리 쪽 사람 수십 명을 때려눕혔습니다. 모습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반년 전 이곳에서 종사님과 비무를 했던 그 남자인 것 같습니다.
왜 발광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희는 최대한 그를 다치지 않게 했습니다. 한바탕 난동을 부린 후, 눈 깜빡할 사이에 도망쳤습니다!
와이틴푸이……?
이런 미친 짓을 벌이다니, 종사님의 검은 어찌 되었는가……?
장군님!
방금 무기고에 누가 침입한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사라진 것이 있느냐?
종사께서 남긴《무공전》이…… 사라졌습니다.
좌 장군에게
전쟁이 임박했으니, 마땅히 장병들의 목숨을 아끼고, 백성들의 민생을 헤아려야 한다.
최고의 병법은 꾀를 써서 이기는 것, 그 도의는 공격을 하지 않음에 있지.
책 한 권 빌려 간다. 조만간 돌려줄게.
산해중 막일
올림
무기고 내 물건들은 모두 그대로였지만, 책장에 있어야 할 책 1권이 없었다.
그 대신 서신 하나가 남겨져 있었다.
……
여봐라!
예!
장군님, 분부하실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전달자를 불러오거라. 경성의 사세대에 서신을 보내야겠다.
알겠습니다.
잠깐, 1명 더 불러오거라. 천사부에도 밀서를 전달해야겠다.
예.
대협은 역시 대단하네. 만 명의 군세를 향해 거침없이 쳐들어가는 경지에 이른 그 무예는, 염국에서도 고금을 통틀어 단연 으뜸이라 할 수 있겠어.
와이틴푸이는 대꾸하지 않고, 제자리를 맴돌며 무언가를 중얼거릴 뿐이었다.
안심해, 대협. 나를 도와 이 책을 가져왔으니, 나도 당연히 무언가 도와야 하지 않겠어?
만인이 주목하는 비무대에서, 종사와 다시 한 번 겨루게 해줄게.
열흘 후, 망산 산꼭대기에서 연회를 마련해 놓고 기다리고 있을게.
……그래.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 대협의 무공은 이미 천하무적인 데다, 그 종사는 애초에 '평범한 인간'도 아니잖아. 근데 어째서 그 종사를 이기려고 하는 거야?
인간과 짐승은 애초에 서로 다른 존재고, 만 년에 달하는 싸움에서도 인간은 자신의 약점을 가지고 상대의 강점에 도전하진 않았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누군가의 무공이 나보다 높으면 그를 이길 때까지 수련하고, 천지의 조화가 나보다 깊으면 그걸 뛰어넘을 때까지 단련할 뿐이다.
하아…… 당신을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그 집념은 이미 인간의 정도를 뛰어넘었고……
인간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그 잊지 못할 인정 때문에 그 '상인'에게 이 지경까지 내몰리게 되었지.
불쌍하다고 해야 할지, 우습다고 해야 할지.
재미있네……
리 선생님, 아빠가 이쪽으로 왔나요?
으음…… 바닥의 발자국을 보니, 보폭이 매우 넓고, 걸음도 안정적이고, 모든 발자국의 깊이도 균일해.
아무래도 상당한 실력자인 게 분명해.
제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이건 맹글러비스트의 발톱 자국일 텐데요……
리 선생님…… 또 저를 놀리시네요.
하하하……
저번에 잠깐 만나긴 했지만, 결국 또 도망가 버렸어…… 지금까지의 단서를 봐선 이 길뿐이야.
똑똑한 사람을 상대할 때는 똑똑한 방법이 필요하겠지만, 무공 바보인 네 아버지를 상대하려면 '바보' 같은 방법을 쓰는 수밖에 없어.
천천히 찾아보자고……
……
아버지의 안위가 걱정되는 거야, 아니면 또 이런 대형 사고를 친 것에 화가 나는 거야?
저는…… 모르겠어요.
믿음직스러운 아빠는 아니지만, 무예나 무덕이라면 언제나 정직한 사람이었거든요……
힘으로 약자를 괴롭히지 말 것, 무고한 사람을 해치지 말 것, 이건 모두 아빠가 가르쳐 줬던 거예요.
그런데 지금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된 건지, 전혀 이해할 수 없어요……
사람이 갑자기 이상해지는 건,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거나, 수련에 너무 열중하다가 주화입마한 경우라고 듣긴 했어……
하지만 무학에 관해 그 녀석의 신념을 깨뜨릴 만한 게 이 세상에 있을까,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
어쩌면……
그 녀석이 무학의 길에서 너무 멀리 나아간 나머지, 인간 세상의 일이 아닌 것을 겪게 된 걸지도……
흥, 아직 아빠를 용서하진 않았지만, 아빠를 이렇게 만든 사람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그렇지…… 그 녀석을 이렇게 만든 녀석이라면, 단 한 명도 놓쳐서는 안 돼.
그런데, 네 덕분에 한 가지 생각난 게 있어……
그 녀석의 행방이라면, 단서가 있을 만한 곳이 하나 더 있어…… 근처의 마을에 들러보자.
사람을 찾는다고요?
최근 의원에 온 사람이 많긴 합니다만, 모두 깁스하고 대기실에 앉아 있어요. 그중에 찾는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보아하니…… 작은 의원인데도 꽤 장사가 잘되는 모양이군요.
한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여기는 왜 이렇게나 다친 사람이 많은 겁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이 마을은 오랫동안 조용했던 데다, 무예를 중시하는 전통 같은 것도 딱히 없었거든요.
무공으로 먹고사는 사람이야 몇 명 있긴 하지만, 그리 실력이 좋은 편이 아니라, 사람들을 도와 집을 지켜주거나, 기껏해야 조금 먼 곳으로 물건을 날라 주는 것 정도가 전부였어요.
그런데 요즘 어떻게 된 건지, 온갖 강호 인사들에 별별 사람들까지 모두 몰려들고 있다니까요.
사람이 많으면 소란도 많아지는 법이죠. 게다가 강호 인사들은 다들 불같은 성격이라, 말이 안 통한다 싶으면 주먹부터 나가니까요.
여기 사람들 모두 심하게 다친 것 같은데, 대체 무슨 갈등이 있었길래 이렇게까지 심하게 다친 건가요?
그건 좀 별개의 일이긴 한데……
최근 이 마을에 온 사람들이 무슨 무공 비급을 두고 다투고 있다 하더군요. 익히기만 하면 천하제일 고수가 될 수 있다나 뭐라나. 이 사람들은 그 책을 빼앗으려고 목숨 걸고 싸운 거지요.
천하제일…… 또 천하제일 때문인가.
그중에 한 괴한이 있는데, 진짜 유별나요.
무예를 익힌 사람이나 마을 밖에서 온 강호 인사를 만나면, 상대가 원하든 말든 무작정 달려들어 비무를 청한다더군요.
미친 사람처럼 보이긴 하는데, 하필이면 무공은 또 말이 안 될 정도로 강해서. 요 며칠 사이 우리 의원에 온 환자들 중, 절반은 그 사람에게 당해서 실려 온 사람들이에요.
……
당신이 말한 그 괴한…… 지금도 이 마을에 있나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워낙 원한을 많이 샀으니, 아마 많은 사람들이 노리고 있겠죠.
설마 그 괴한이 당신들이 아는 사람인가요?
그게……
걱정 마시죠, 저희는 싸움을 막기 위해 왔습니다.
가능하다면, 얼른 그 사람 좀 잡아가세요.
아무리 관무불가침이라 하지만, 그 '대협'이 계속 그 난리를 피워서 만약 천사, 심지어 조정에도 이 소식이 알려지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수습하기 어려울 겁니다.
에휴, 여기까지 합시다. 환자가 많아서 말이죠. 약은 충분할지 모르겠네……
리 선생님, 아무래도 아빠가 이 마을에 온 거 같아요.
틀림없을 거야.
그런데 그 비급에 대한 얘기는 들어본 적 없어.
저도 '무공 비급' 한 권이 이렇게까지 큰 영향을 끼친다는 걸 들어본 적 없어요.
진위를 떠나서 한 가지 확실한 건, 보물은 미끼로 쓰일 때가 되어야 세상에 그 행방이 퍼지게 된다는 거지.
문제는 그 미끼를 던진 놈을 어떻게 역으로 낚을 수 있을까?
음……?
어째 여기 익숙한 얼굴이 있는 것 같은데……
그쪽은…… 상촉에서 뵀던, 리 선생님?
혹시 두 분께서 찾는 사람이 '무공 비급'에 이끌려 이곳에 온 고수입니까?
비급에 이끌려 왔는지는 아직 몰라요.
그런데 린 천사는 어째서 이곳에?
공교롭게도…… 제가 찾는 사람이 바로 그 '무공 비급'을 이곳에 가져온 사람입니다.
그럼 린 천사는 단서를 찾았나요?
제가 아는 정보도 많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사람이 짠 판이 굉장히 깊습니다. 꽤 많은 사람들이 그 말을 믿고 이 마을에 모였죠.
그 사람의 진짜 목적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는 건, 뭔가 큰 소동을 일으킬 생각이겠죠…… 그 소동을 구경하기 좋은 장소는 어디일까요?
밖이 좀 소란스러운 거 같은데요?
그러고 보니, 이렇게 만나는 것도 이번이 2번째네.
이것도 하늘의 뜻이겠지? 다시 만나서 반가워.
당신은……
막일이라고 불러.
막 소저께서 무슨 일로 저를 초대하신 겁니까?
종사의 수제자인 너라면 아마 그 종사를 가장 잘 알겠지. 그래서 어떤 보물의 감정을 부탁하려고.
이게 그 사람의 책이 맞는지 확인해 줄 수 있어?
그런 거였군요……
최근 마을에서 이 비급 때문에 적잖은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아마도 막 소저께서 일부러 일으킨 것이겠지요?
하하, 부인하진 않을게.
어쨌든, 량 선생님 앞에서 이 《무공전》의 진위를 감정해 줬으면 해.
막일은 주머니에서 그 비급을 꺼내 운청평에게 건네주었다.
이 마을에 온 이후, 운청평이 이 책을 본 것은 이번이 2번째였다. 분명 찻집에서 점원이 이 책을 빼앗아 간 걸 목격했는데, 지금은 어째서인지 다시 그녀의 손에 넘어갔다.
(자세히 살펴본다)
맞습니다. 이건 바로 종사님의 구술을 바탕으로 제가 직접 기록한 책입니다. 단 한 글자도 다르지 않습니다.
저도 궁금한 게 있습니다만, 이 책은 분명 종사님께서 옥문의 좌선료 좌 장군께 선물로 드린 것인데, 당신이 어떻게 손에 넣은 겁니까?
그 얘긴 나중에 하고…… 량 선생님, 계원의 주인은 이 보물에 관심이 있을까?
막 소저가 이 책을 손에 넣었다는 건 필시 뛰어난 수단이 있다는 얘기겠죠. 자세한 건 저도 묻지 않겠습니다.
선생님께 전달하면 알아서 판단하실 겁니다.
이 책이 그 종사의 비급 원본임이 확실해졌는데, 그분은 아직도 모습을 드러낼 생각이 없는 거야?
그분의 성격은 종잡을 수 없습니다. 보물인지 아닌지는 자신만의 평가 기준이 있으니까요.
제가 찾아가서 답을 들은 후, 다시 결과를 알려드리죠.
아쉽네……
막 소저, 한 가지만 더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대체 비급을 훔치고 강호에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이유가 뭡니까?
너도 어떻게 보면 반은 무림 인사에 해당하겠지?
예전에 선생님을 따라 여러 지역을 유람한 적은 있지만, 무림 인사라고 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렇구나…… 근데 나도 무림 인사는 아니야. 기껏해야 강호를 돌아다니는 정도지. 무공 같은 건 전혀 모르고.
하지만 나는 무림 호걸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원한 때문에, 심지어는 하찮은 일 때문에도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걸 구경하는 게 좋아.
그야말로 생생한 인간의 감정과 본성이랄까. 연극보다 훨씬 더 재밌어.
하지만 막 소저가 보고 싶어 하는 그 연극 때문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피를 흘려야만 했습니다.
이건 인의에 어긋나는 게 아닙니까?
이 세상엔 원래부터 인의 같은 건 없었어, 근데 내가 왜 인의가 있는 척을 해야 할까?
두고 봐, 앞으로 펼쳐질 연극은 너도 분명 마음에 들어 할 거야.
이것들은……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제 눈이 잘못됐나요? 거리에 있던 탁자나 의자, 심지어 빗자루까지 모두 사람으로 변한 것 같은데요?
잘못 본 게 아닙니다.
이 마을은 원래부터 좀 이상했습니다. 이 기물들이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는 건 일종의 환술 같은 거라고 생각하세요, 놀랄 필요는 없습니다.
저한테는 별로 놀랍지도 않군요……
이 괴물들…… 설마 이곳에도 링 씨의 형제자매들이 있는 건 아니겠죠?
……아마 상황이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일제히 날뛰는 건 저도 처음 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죄다 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지 않나요?
전부…… 산으로 올라가고 있네요?
망산의 꼭대기는 이미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소문을 듣고 온 강호 인사들은 물론, 마을 주민이 아닌 것들도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 인파 속에 섞여 있었다.
강호의 호걸과 기인 여러분, 오늘 이곳에서 여러분을 만나 뵙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여러분의 시간이 귀하다는 걸 알고 있으니, 서론은 생략하겠습니다. 자, 보시죠!
막일이 《무공전》을 높이 치켜들자, 군중은 수군대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최근 강호를 떠들썩하게 했던 그 비급, 바로 변방을 지키는 그 종사께서 직접 쓴 《무공전》입니다.
“무예의 절정, 비급 하나로 세상을 제압할지니.” 만약 이 비급의 진수를 깨우치게 되면, 문파를 빛내는 것은 물론, 자신도 환골탈태하여 성스러운 것으로 거듭나, 그 종사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겁니다!
문파를 빛내 자신의 문파가 천하제일이 되는 것은 모든 무림 인사들의 염원이다. 하지만 일부 '인간'들에게는 '환골탈태하여 성스러운 것으로 거듭난다'라는 내용이 더 중요했다.
각자 원하는 게 무엇이든, 막일의 말은 그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최근 들어 강호에 유언비어가 자자해, 책 한 권으로 여러분의 믿음을 얻을 수 없다는 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자리에 이 운청평 씨를 모셨습니다.
이분은 그 종사 곁을 지켰던 녹무관으로, 여기 계신 무림 선배님들께서 이분을 알고 있다면, 제 말이 절대 허언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분께서 감정한다면, 여러분도 책의 진위에 이견을 갖지는 않겠지요.
……
막일은 잠시 말을 멈추고는, 밑에 있는 군중들이 더 이상 자신의 말을 의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말을 이어 나갔다.
저는 스스로 재주가 없다는 걸 알기에, 감히 이 보물을 독점할 엄두도 낼 수 없습니다. 그리하여 오늘 이곳에서 '영웅 잔치'를 열고자 합니다.
여기 모인 영웅호걸들께서 각자 실력을 발휘해, 이 비급을 손에 넣고 끝까지 지켜낸다면, 그분이 바로 이 비급의 소유자가 됩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래 있던 군중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모두가 경계하는 눈빛으로 옆 사람에게 무기를 겨누었다. 기회만 오면 주저 없이 휘두를 기세였다.
자신이 없는 사람은 뒤로 슬그머니 물러섰지만, 물러선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눈앞의 약속에 현혹되어 막일을 향해 몰려들었다.
뭔가 속셈을 품은 창괴들 역시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다투기 시작했다.
여러분! 여러분! 부디 제 말을 들어보십시오!
소란스러운 가운데, 운청평은 앞으로 나아가 아래에 모인 군중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군중 속에는 그의 목소리에 주목하는 이들도 있었고, 연약해 보이는 소년이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윽고 사람들은 점차 손을 멈추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겨뤄보지 않으면 자신을 돌아볼 수 없고, 승부를 다투지 않으면 정진할 수 없다.” 무예를 익히는 자로서, 엄격한 단련을 거듭하고 서로 겨루는 것은 분명히 소중히 여겨야 할 마음입니다.
하지만 “무예를 정통하려면, 고된 수련이 따른다”는 기본적인 이치도 절대 잊어서는 안 됩니다.
무도의 길이란 본디 자신을 갈고닦는 수행입니다. 그러나, 승리만을 위해 잔꾀를 부리는 것, 또는 사도를 통한 무공의 비약적인 향상을 노리는 것은 그야말로 본말이 전도된 것입니다.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이 책이 《무공전》 원본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여러분에게 알려드리고 싶은 것은……
이 책은 선생님의 구술을 바탕으로 제가 받아 적은 게 맞습니다. 하지만 막 소저의 말처럼 그런 신비한 능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만약 이 책에 정말 신비한 능력이 있다면, 이 책의 필자인 제가 어찌 무예를 익히지도 못한 평범한 사람으로 남아 있겠습니까?
소년의 목소리는 크진 않았으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무게감이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또 웅성대기 시작했다.
저기, 지금은 쓸데없는 사달을 일으키지 않은 게 좋을 텐데……
소녀가 낮은 목소리로 위협했으나, 운청평은 전혀 들리지 않는 듯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이 《무공전》에는 선생님께서 한평생 익힌 무학에 대한 이해와, 무공을 수련할 때 쉽게 놓치기 쉬운 요점들이 기록돼 있습니다. 무예를 익히는 사람에겐 큰 도움이 되는 책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밖에는 딱히 특별한 점이 없습니다.
만약 그래도 여러분께서 믿기 힘드시다면……
운청평은 말하며 품에서 《무공전》의 인쇄본을 꺼냈다.
이 《무공전》은 유일본도 아니고, '비급'이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다들 서로 다툴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리 선생님, 조심하세요!
아차차……
이거 참 하나도 반갑지 않은 광경이구먼……
수가 너무 많아요……
사람으로 변한 냄비나 그릇들, 설마 그 '비급'과 관련이 있는 걸까요?
이 혼란을 일으킨 원흉은 아마 이것들이 가는 방향에 있을 겁니다. 그자를 체포하면 모든 것이 밝혀지겠죠.
와이후 씨, 리 선생님, 저를 도와주세요.
예! 린 천사님, 제가 길을 열어드릴게요!
지금 무슨 소리를……
더 많은 사람들이 무도의 길에서 멀리 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선생님께서 오랫동안 품어온 염원입니다. 하지만 무공을 전수하려면 말로 전하고 몸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선생님께도 시간과 체력의 한계라는 게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할 수 있는 건 그자 자신이 무예를 익힐 때의 생각과 심득을 최대한 정확하게 기록해, 뒤를 따르는 사람들이 시행착오를 덜 겪게끔 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이 《무공전》이 선생님께서 심혈을 기울인 작품인 건 확실합니다. 그 안에는 역대 수많은 녹무관들의 기록이 들어있고, 제가 겨우 한 권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제게는 평생의 자랑거리죠.
그리고 선생님께서 이 책을 좌 장군에게 맡기신 건, 군에서 시작해 이 책을 널리 퍼뜨려, 나중에는 만백성이 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애초에 이걸 감출 생각이 없으셨습니다.
즉,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이 모두 무예를 익힐 마음이 있다면, 제가 인쇄소에 부탁해 이 '비급'을 더 많이 인쇄하고, 하나씩 나눠드리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잠깐의 침묵 후, 사람들의 입에서 거친 말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누구 하나라도 앞장선다면, 모두가 함께 몰려들어 그 리베리 사기꾼을 산 아래로 던져버릴 기세였다.
……
좋아, 아주 좋아.
역시 종사의 제자답네. 그 기개는 확실하게 배웠군.
그런데 나를 화나게 하는 게 두렵지 않아? 난 단칼에 너를 베어버릴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된다면 제 운도 거기까지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제가 비록 무예를 익히지는 못했으나, 강호의 규칙은 잘 알고 있습니다. 강호 인사들은 불의를 보면 참지 않습니다.
막 소저, 부디 훔친 《무공전》을 옥문에 돌려주십시오. 여기 모인 강호 인사들에게 이 책은 그다지 특별한 게 아닙니다.
하지만 좌 장군에게 이 책은 매우 중요한 선물이지요.
너……
막 소저, 마지막으로 몇 마디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방금 막 소저는 인간의 감정과 본성을 구경시켜 줄 거라 했죠.
막 소저께서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아마도 사람들이 비급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죽기 살기로 싸우는 장면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제 눈에 보이는 것은 무공을 연마하려는 사람들뿐이군요.
무학을 추구하는 것, 그 자체가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세상의 수많은 악행을 보았습니다만, 대부분은 악을 위해 악행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른바 '악행'이라는 것은, '선'을 이루기 위한 잘못된 수단일 뿐이지요.
막 소저, 당신이 대체 어떤 의도로 이 일을 행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방식으로 타인을 기만하는 것은 올바른 길이 아닙니다.
당신의 재능과 수완이라면, 분명 더 정직한 길에 사용할 수 있을 텐데요.
그래. 좋아…… 역시 그 종사의 수제자 답네. 무공은 배우지 못해도, 거창한 도리는 확실하게 배웠군.
그렇다면 나를 원망……
드디어 잡았군요……
……!
군사 요충지에 난입해서 절도 행각을 벌인 것도 모자라, 여기서 요사스러운 말로 사람들을 현혹하다니, 도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겁니까?
훗, 네가 바로 그 유명한 린 소경인가?
그런데 너 관직에서 물러나지 않았어? 사적 제재는 너답지 않은데.
천사로서 이런 악행을 손 놓고 구경만 할 수는 없으니까요.
당신을 백조까지 압송하겠습니다.
하하……
하하하하하……
왜 그리 웃는 겁니까?
너희들이 너무 웃겨서. 너희는 하나같이 대의를 앞세우지만, 실은 견식이 천박한 족속들에 불과해.
백조에서 옥문까지, 모두의 목숨이 위태로운 지금, 너희는 용케도 정의의 사도를 자처하며 당당하게 내 일을 망치는구나.
그게 무슨 소리죠?
인정해. 무도에 관한 거라면 확실히 너희가 나보다 아는 게 많아……
하지만 베헤모스에 관한 거라면…… 너희는 한참 멀었어!
원래는 이 방법까지 쓰고 싶진 않았는데……
막일은 뒤로 몸을 날리며 사람들과 거리를 벌렸다.
그녀는 산꼭대기 가장 높은 곳에 서서, 손에 책을 들었다. 눈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집중과 경건함이 담겨 있었다.
염국 곳곳이 먹빛으로 물들고……
그 말과 함께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천지에 고요가 깃들지어다……
아득히 먼 곳에서, 내 진언을 빌려……
경위가 종횡하며 땅을 정하고, 무공 속 존재가 하늘을 열지어다……
산해중이 간절히 청하노니, 열둘의 우두머리, 그 이름은 '숴', 현현하라!
하늘을 뒤덮은 어둠이 갑자기 갈라지더니, 그 틈으로 천지를 압도할 듯 거대한 쉐이의 화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압도적인 존재 앞에서, 높은 산봉우리마저 자신의 미약함을 절실히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환영이든 실체이든, 그 존재의 등장은 한 가지 사실을 증명했다. 그 원본에는 분명 '숴'의 위대한 힘이 담겨 있다는 것을.
(낮게 울부짖는 소리)
저건……!
저건…… 선생님?
맞아. 지금 염국에 살아있는 사람 중, '그'의 이런 모습을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거야.
마침 잘 됐어. 이참에 염국이 오랫동안 어떤 괴물을 상대해 왔는지 보여주지.
나를 잡고 싶다면, 일단 이것부터 상대해야 할 거야.
조심하세요!
거대한 그림자가 손바닥을 내리치자, 순식간에 산 전체가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제대로 서지도 못한 채 연달아 쓰러졌다. 운청평은 이를 똑똑히 볼 수 있었는데, 그건 분명 형의 변화를 담은 공격이었다.
몸집은 거대했지만, 동작은 전혀 느리지 않았다. 그의 초식 하나하나와 위압감은 자신이 바로 '무'의 화신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모두 피하세요!
오뢰정법……
뇌법이 그림자에 명중했으나, 마치 허공을 명중시킨 것만 같았다.
아무 소용이 없다고?!
저 그림자는 도대체……
아니…… 저건 절대 선생님이 아닙니다.
선생님의 검은 이곳에 없습니다. 이곳에 나타난 건 그저 《무공전》이 투영한 환상일 뿐입니다.
막 소저가 대체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어떻게든 이 아츠를 풀 방법이 있을 겁니다……
만약 저 환상을 피해서 저 여자를 직접 공격할 수만 있다면……
마침내……
마침내 다시 만났다……
사방으로 흩어지는 사람들 속에서, 마침내 '숴'의 첫 번째 도전자가 나타났다.
잠깐만요! 위험합니다! 다가가지 마세요!
와이틴푸이?!
와이틴푸이는 그저 묵묵히, 한 걸음 한 걸음 '숴'를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뿐이었다.
나는 검을 잃어버렸고, 약속을 저버렸다. 그러니 내겐 너를 만날 자격이 없다.
하지만 나의 숙원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한, 이 목숨이 붙어 있을 때 어떻게든 너를 만나야 했다.
(위협하듯 울부짖는 소리)
주먹이 내려치자, 바람이 일고 구름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와이틴푸이는 피하지 않았다. 권풍이 스쳐 지나가도 그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또 한 번의 주먹이 산이 울리고 바다가 뒤집힐 기세로 와이틴푸이를 향해 내리꽂혔다.
힘에는 힘으로, 주먹에는 주먹으로.
이, 이럴 수가?
와이틴푸이는 '신'의 허상, '무'의 화신에 맞섰다. 주먹이 맞부딪히며 둘은 뜻밖의 호각을 이루었다.
또다시 이어지는 대결.
운청평은 자신도 모르게 붓과 종이를 꺼내 들었다.
일장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졌다.
호흡, 운기, 모든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권과 장의 충돌은 여전히 팽팽했다.
와이틴푸이는 그렇게 모든 공격을 대처하며, 차근차근 거리를 좁혀갔다. 합을 거듭할수록, '숴'는 더욱 또렷해지고 실체화되어 갔다.
일격, 또 한 번의 일격, 와이틴푸이는 마침내 정상에 올라 분노의 빛이 어린 '숴'를 쳐다보았다.
이게…… 11번째 합?
운청평이 무공기록부를 펼쳤다. 그 기록에는 온 세상을 놀라게 한 비무에 대한 기록들이 적혀 있었다. 그는 차마 글자로 기록할 수 없었던 마지막 주먹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와이틴푸이 씨의 무공이 또 정진한 것 같군요……
큰 재주는 꾸밈이 없고, 지극한 도는 가장 단순하다. 이 이치는 모두가 아는 것이다.
하지만 이 생사가 걸린 혈투에서 무위, 무아지경으로 임할 수 있는 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초식도 없고 형식도 없이, 오직 주먹과 발로 가장 정확한 순간에 방어하고 공격했다.
그는 이미 무공과 한 몸이 되었다.
30번째 합이 지났음에도, 와이틴푸이는 여전히 서 있었다. 그는 여전히 지지 않았다!
발밑의 바위 표면에는 상대의 공격에 깎인 홈 2개가 깊게 파여있었다.
하지만 앞에는 더 이상 갈 길이 없었다. 다시 주먹을 휘두르는 순간, 그는 벼랑에서 떨어지고 말 것이다.
그럼에도 와이틴푸이는 전혀 물러설 기색이 없었다.
큰일이에요…… 저러다간 저 사람이 위험해지겠어요!
하지만 이런 결투에 누가 끼어들 수 있겠는가?
아빠!!
……!
그 외침 소리에 목숨을 걸고 싸우던 남자는 순간 멈칫했다.
너는……
나……
……생각났다.
생각났다.
나는 누군가와 40년의 약속을 나누었다.
내가 그 검을 그자에게 넘긴 건, 미련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생각났다.
내겐 딸이 하나 있고, 나는 그 아이를 지켜야 한다……
내 이름은…… 와이틴푸이.
하지만 나는 어느새 이 모든 걸 잊고 있었다.
배웠던 초식도 잊어버렸다.
만났던 원수나 호적수도 잊어버렸다.
나는 누구에게도 진 적이 없다. 나는 이미 천하무적이다.
그렇다면, 이제 누구와 승부를 겨뤄야 하는가?
나와 겨룰 수 있는 건 오직 나 자신뿐.
앞에는 더 이상 길이 없다. 그렇다면 나는, 돌아보아야 한다.
하압……!
와이틴푸이는 높이 뛰어올라 불끈 잡은 주먹을 '숴'의 가슴팍에 내리꽂았다.
그의 몰골은 초라했으나, 두 눈에는 맑은 빛이 어렸다.
이윽고 '숴'의 모습은 허공에서 사라졌고……
와이틴푸이는 벼랑 아래로 떨어졌다.
한줄기의 바람이 지나가고, 하늘은 다시 본래의 색을 되찾았다. 방금 전의 그 천지를 뒤흔든 전투는 마치 모두가 함께 꾼 꿈만 같았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시선을 거두는 것도 잊은 채, 오랫동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좌락?
운청평 씨…… 이모……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아무래도 제가 늦지 않은 것 같군요……
좌 공자님, 방금 와이틴푸이 씨가 환상과 싸우다 벼랑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얼른 사람을 보내 찾는 것이……
와이틴푸이 씨도 여기에 있었습니까? 이런 우연이……
위관!
예.
벼랑 밑으로 떨어진 사람이 있습니다. 서둘러 사람을 보내 산 아래를 수색하세요.
알겠습니다.
옥문 군에 침입하여 종사님의 《무공전》을 훔친 도둑이 나타났고, 마을에서 소란을 피웠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병사를 이끌고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그 원흉은……
그제야 사람들은 그 소녀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아챘다.
……또 놓쳤네.
괜찮습니다. 산의 각 출입구는 모두 지키고 있으니, 도망칠 순 없을 겁니다.
이제 남은 사람들은…… 크흠!
조정의 명령이다! 오늘의 일은 무법자의 선동으로 일어난 것이다. 지금 현장에 있는 자들은 지금 즉시 물러난다면 책임을 묻지 않겠다.
그러나 이를 거역하는 자가 있다면 엄벌로 다스릴 것이다.
병사를 본 강호 인사들은 이미 의기소침한 상태였지만, 문책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자마자 쏜살같이 도망쳤다.
남은 것은 오직 창괴들뿐이었다. 그들은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어리둥절해하며 그 자리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허억, 허억…… 어찌저찌 따라잡았군.
이것 보거라, 아직도 사람들의 싸우고 빼앗는 것을 흉내 내고 있느냐! 내가 너희를 어떻게 가르쳤더냐!
사람이 되려거든, 인성부터 배우고 양심부터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설령 인간의 몸을 가졌다 해도, 그건 인간의 탈을 쓴 짐승에 불과하지 않다!
너희가 궁금해하던 그 책도 방금 보았겠지만, 결국은 일장춘몽에 불과한 것이다……
학당으로 돌아가고 싶은 자는 나를 따라오거라……
포 선생은 린 칭옌을 보자 멀리서 몸을 숙여 인사했다. 마치 사과의 뜻을 전하려는 듯했다.
그리고 노인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급히 온 탓인지, 산길을 오르다 발목을 삐었는지, 그는 다리를 절뚝거렸다.
창괴들은 잠시 서성이더니, 이내 원래 모습으로 변해 구불구불한 행렬을 이뤄, 노인을 따라 산 아래로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