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경중집

마을 기록

미니 스토리브릿지2025-12-11

100년 전, 쉐이가 깨어난 바람에 망산 마을은 치명적인 재난을 겪었다. 그러나 멸망 속에서도 새로운 생명이 태어났다. 그리고 계원의 주인 '이'의 도움으로, 새롭게 태어난 창괴들은 고향에 돌아온 주민들과 함께 고향을 재건하고, 그곳에서 함께 살아가게 된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망산 마을의 유래이다.

등장 오퍼레이터: 좌락, 레이즈 더 썬더브링어, 레코드키퍼


린 칭옌

아직도 포기하지 않은 겁니까?

허공을 가르는 벼락이 소녀의 칼을 부러뜨렸고, 그녀 또한 커다란 힘에 쓰러져 버렸다.

짙은 먹구름이 소녀의 머리 위에 도사리고 있었고, 더 큰 벼락이 언제라도 하늘에서 떨어질 것만 같았다.

린 칭옌

머리에 벼락을 맞고 싶지 않으면, 함부로 움직이지 마세요.

막일

린 칭옌, 좌락, 너희 둘은 정말로 끈질기네……

막일

사태도 원만하게 마무리됐고, 피해도 전혀 없었는데,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나를 몰아붙여야겠어?

운청평

막 소저는 그저 구경만 하고 싶었겠지만, 이미 적지 않은 사람이 그 '구경'에 휘말렸습니다.

좌락

베헤모스 대리인의 물건으로 쉐이 형상을 소환한 수완은 정말이지 대단했습니다.

좌락

그러나 이젠 똑바로 말하십시오, 당신은 대체 누구입니까? 그리고 이런 금술은 대체 어디서 배운 겁니까?

막일

훗, 알고 싶은 게 고작 그거야?

막일

사세대의 지촉인, 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비밀이 바로 네 눈앞에 있는데, 네가 원하는 건 고작 그 비밀을 파헤치려는 자들을 하나씩 잡아가는 거였어?

막일

물건에 주인이 있어도, 지식에 주인이 있다는 법은 없잖아? 근데 왜 사세대는 그 비밀을 알아도 되고, 다른 사람들은 알면 안 돼?

좌락

……당신이 망산 마을에서 벌였던 일을 생각해 보십시오. 당신이 다시는 소동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저희가 어떻게 믿을 수 있습니까?

좌락

이제 우리와 함께 가시죠. 당신이 알고 있는 것과 계획까지 모조리 털어놓아야 합니다.

막일

하하하, 아무래도 나에겐 아직 생포할 가치가 남아 있나 보네? 근데 내가 기어코 도망치려고 한다면, 너희도 어찌할 방법은 없겠네?

린 칭옌

말을 들을 생각은 없는 모양이군요……

린 칭옌

기왕 이렇게 된 거, 당신을 기절시키고 데려가도……

???

잠깐!

하늘에서 어떤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빨리 떨어진 건 한 줄기의 사나운 불길이었다.

칼날 같은 불길이 벼락을 갈랐고, 어떤 사람의 형상이 리베리 앞에 나타났다.

'노천사'

젊은 나이인데, 뇌법을 쓰는 솜씨가 뛰어나네?

'노천사'

익숙한 오리지늄 아츠인데, 설마 백정산의 그 녀석이 제자를 들인 건가?

린 칭옌

이 화염 아츠는……

린 칭옌

혹시 조사님이십니까?!

좌락

……?!

운청평

(이 아가씨는, 대황성에 있을 때 소만이랑 함께 놀던 그 친구 아닌가……)

린 칭옌

천사부 뇌법의 후계자, 린 칭옌…… 조사님을 뵙겠습니다.

'노천사'

아냐, 아냐. 공식적인 자리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예의 차릴 필요는 없어.

'노천사'

어이, 그쪽도 인사 좀 하지 그래?

막일

……산해중 막일, 노천사를 뵙겠습니다.

좌락

(이 여자, 역시 산해중의 사람이었군.)

막일

뭘 그렇게 놀라? 시간이 있으면 장서각 깊숙이 숨겨져 있는 그 서류라도 뒤져보든가. 베헤모스 연구에 대한 거라면 후발주자는 너희들이니까.

좌락

지금까지 제가 본 건, 산해중이 베헤모스라는 명목을 내걸고 악행을 저지르는 모습뿐이었습니다.

막일

남이 산해중의 이름으로 살인 방화를 저지르든 말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설마 내가 남이 무슨 짓을 하는지까지 관여해야 돼?

막일

너는 그 멋진 제복을 입고 있지만, 그 제복을 입은 사람이 모두 좋은 사람이라 장담할 수 있어?

좌락

당신……

'노천사'

이런 말도 안 되는 일 처리 방식, 그리고 그 날카로운 말주변…… 정말 너희 조사랑 똑같구나.

'노천사'

그때부터 몇 년이나 지났더라? 난 사실 그 목공 노친네에게 후계자가 같은 건 없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근데 여기서 하나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

막일

천 년 전의 그 대사냥은 저희 조사님의 이념과 상충하는 것이었죠. 말년에 조사님은 그 일 때문에 낙담했고, 더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습니다……

막일

하지만 전쟁을 막고자 했던 어르신의 초심을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은 있지요.

'노천사'

말은 잘하네, 그렇다면 네가 말해봐. 전쟁을 어떻게 막을 생각이야?

막일

간단해요. 《무공전》을 훔치든, 쉐이 형상을 소환해서든, 어떻게든 계원의 주인을 만나면 되는 거죠.

막일

그리고 계원의 주인이 계원에서 물건 하나를 찾는 것을 허락해 준다면, 이 전쟁은 무조건 끝낼 수 있습니다.

막일

……사라진 대리인이 남긴 어떤 물건 말이죠.

'노천사'

간도 크네……

'노천사'

거기, 동글머리!

'노천사'

옆에서 꽤 오랫동안 듣고 있었잖아? 손님이 문 앞까지 찾아왔는데, 접대를 할 거야 말 거야?

오늘 오신 분들은 모두 귀한 손님입니다.

특히나 이 손님의 제안은 정말이지 식은땀이 날 정도로 놀라웠습니다.

'노천사'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 해. 이번 일은 너희와 가장 관련이 깊잖아. 그래서 너희는 어떻게 할 건데?

마침 제가 선생님께 얘길 드리고 왔습니다…… 노천사와 사세대 지촉인까지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는데, 제가 감히 제안을 하나 드리자면……

이것도 인연인데, 올해의 진무식은 이 손님들께 도움을 청하는 게 어떤지요?

린 칭옌

진무식?

좌락

사세대가 매년 쉐이의 수면 상태를 점검하고, 쉐이 능묘의 봉인 장치를 보강하는 걸 진무식이라고 부릅니다.

좌락

하지만 진무식은 항상 가장 경험이 풍부한 지촉인이 담당했는데……

막일

며칠 전, 그 대역무도한 대리인이 쉐이 능묘로 들어갔는데, 아직까지도 아무런 소식이 없어. 그러니 올해의 진무식을 어떻게 치러야 할지는 사세대도 갈피를 못 잡고 있겠지.

좌락

중요한 사안인 만큼, 반드시 윗선에 보고……

'노천사'

됐어, 이렇게 중요한 시점에 한가롭게 보고 같은 걸 할 시간이 어디 있겠냐.

'노천사'

너희는 그냥 들어가면 돼. 태부 그 영감탱이가 물어보면, 내가 허락했다고 그래.

좌락

예……

'노천사'

그리고 너, 너는 나랑 같이 간다.

막일

제가요……?

'노천사'

너는 저 지촉인 녀석들이랑 안 맞는 사람이잖아, 들어가 봐야 싸움부터 할 것 같은데…… 저 녀석들이 네가 찾으려는 물건을 찾아주면 되잖아?

'노천사'

그리고 나도, 너희 조사와 좀 더 얘기해 보고 싶거든.

막일

알겠어요……

린 칭옌

……그럼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어려울 건 없습니다. 계원에 들어간 뒤, 길을 따라 쭉 올라가십시오. 주변 풍경에 주의를 기울이면,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다만, 계원 안에 있는 수집품은 조심해야 합니다…… 선생님의 수집품이 변한 창괴는, 여러분이 마을에서 봤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니까요.

운청평

위로 올라가라고요? 하지만 저희는 지금 이미 산꼭대기에 있지 않습니까?

운청평

당신이 말씀하신 그 '계원'이라는 곳은, 대체 어디에 있습니까?

멀리는 하늘가에, 가깝게는 눈앞에…… 여러분이 서 있는 이 산이 바로 계원의 경계이죠.

여러분을 데리고 계원에 들어가는 건 문제가 없습니다만, 깊이 들어가려면 인연이 닿아야 합니다. 녹무관님, 갖고 계신 그 바둑판을 잠시 빌려도 될까요?

운청평

물론입니다……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 아가씨, 그 비급은 이제 제게 줘도 되지 않겠습니까?

막일

……자.

고맙습니다.

그럼, 통로를 열겠습니다. 통로를 지나면, 여러분에겐 계원의 금지구역에 들어갈 인연이 생기게 됩니다.

병기가 종횡하고, 천지가 질서를 따를지어다. 일어나라……


바둑판과 책이 량의 손에서 끝없이 늘어나더니, 새로운 세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 산봉우리는 평평한 들판으로 변해있었다. 사람들은 그 특이한 공간에 들어갔다……

그리고 눈앞에는 병풍에 가려진 대문이 나타났다.

계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여러분.


……여기입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군요. 그 재난이 있기 전만 해도 이곳은 원래 활기찬 마을이었습니다. 이곳에는 수백 가구가 살았고, 집과 논밭이 드문드문 어우러져 있었으며, 길과 논두렁이 사방으로 뻗어 있었죠……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흘러, 이제 이곳에 남은 것은……

다들 나와라.

신비한 생물

……

괴상한 생물

……

다들.

신비한 생물

량 선생님의 분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부 여기 모였나?

신비한 생물

(이리저리 두리번거린다)

괴상한 생물

무너진 벽 쪽에 부서진 기와나 벽돌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만, 깨어난 지 얼마 안 된 것들이라, 선생님 말씀은 알아들을 수 없을 겁니다……끌고 나올까요?

우선 내 용건부터 말하지.

잘 들어, 너희는 이곳을 떠나야 한다.

괴상한 생물

(수군거리는 소리)

과거 쉐이 능묘의 이변 때문에 원래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죽거나 흩어졌고, 그 때문에 이곳엔 아무도 남지 않게 되었다.

헌데 본래 속세의 기물이었던 너희들은 이곳에 남겨져 그 이변의 영향을 받았고, 이후 긴 시간 속에서 점차 의식을 가지기 시작하며 근처를 방황하게 되었다……

아마 너희도 이미 느꼈을 거다. 능묘 바로 위에 정원이 하나 있는데, 이가 그 정원에 '계원'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염국이든 우리 형제자매든, 계원 근처에 창괴가 돌아다니는 폐허가 있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신비한 생물

이해했습니다.

괴상한 생물

하지만 량 선생님, 저희는 어디로 가야 합니까?

이는 이렇게 말했다. 형태나 질이 좋은 자는 정원에서 거처를 잡아도 되지만, 나머지는 모조리 처분해야 한다고.

너희에게 주어진 시간은 1달이다. 그 이후로는, 이곳에 그 재난의 어떠한 흔적도 남아서는 안 된다.

신비한 생물 & 괴상한 생물

……


신비한 생물

동쪽 구역은 이미 깨끗하게 정리되었습니다.

신비한 생물

씨앗을 더 가져와서 이곳에 뿌린 다음, 서쪽 구역을 마저 정리하러 가겠습니다. 그쪽은 원래 마을을 가로지르는 강이 있었는데, 지금은 진흙과 잡초투성이가 되어 버려서 정리하기가 조금 번거로울 겁니다.

……수고했다.

괴상한 생물

량 선생님, 저번에 가져온 도감을 대조해 보니, 조건에 맞는 창괴는…… 수가 많지 않습니다. 여기 있는 게 전부입니다.

먼저 그들을 돕고, 나중에 나를 따라 계원으로 돌아가자.

사세대 방문객

제법 떠들썩하군요.

그렇습니다.

사세대 방문객

이는?

여행을 떠났습니다.

정원에 있는 정자 근처가 좀 허전해 보인다며, 꾸밀만한 물건을 찾으러 갔습니다.

사세대 방문객

어째 제가 올 때마다 이곳에는 당신만 있는 것 같군요.

그게 바로 이가 저를 만든 이유 아니겠습니까?

이가 붙임성이 좋은 건 맞지만, 그것도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나 사물에 한해서입니다.

그는 돌 하나를 얻기 위해 아이와 사흘 밤낮을 이야기할 수 있고, 혼나거나 쫓겨나도 전혀 신경 쓰지 않지만, 당신들 같은 사람들 곁에 있으면 향 한 자루가 탈 시간도 못 견디니까요.

사세대 방문객

……예, 뭐. 사실 저도 그의 형식적인 인사는 질렸던 참이라.

사세대 방문객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죠. 량, 공사 속도가 조금 느립니다. 벌써 7일이나 지났는데, 폐허는 아직도 절반밖에 정리되지 않았더군요.

느리다고요?

잔해를 처리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곳에는 창기에 물든 기물이 수백, 수천 개나 있습니다. 그것들을 적절히 처분하는 게 얼마나 번거로운지는 사세대가 저보다 더 잘 아실 텐데요.

사세대 방문객

분명 더 쉬운 방법이 있잖아요?

사세대 방문객

방금 제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몇몇 치창이 당신을 따라 계원으로 돌아간다고 하던데……

그러니까 사세대의 입장은, 벽돌, 기와, 초목, 의자, 잔 등등, 창기에 물든 모든 기물을…… 계원으로 옮겨야 한다는 겁니까?

사세대 방문객

예.

그렇게 넓은 공간은 없습니다.

사세대 방문객

어라, 방금은 이가 정원이 허전하다는 말을 했다고 하지 않았나요?

제가 그리 말했던가요?

사세대 방문객

……

사세대 방문객

쉐이가 깨어났을 때, 백조와 그 주변의 대지는 하마터면 멸망할 뻔했고, 당신네 형제자매들도 참혹한 대가를 치러야 했죠. 심지어……

그만하시죠.

그건 이미 지난 일이라고 이가 말했습니다. 형제자매끼리도 그 일을 언급하는 건 금기시하고 있는데, 당신들이 그 일을 입 밖으로 꺼낼 이유는 없습니다.

사세대 방문객

어쨌든, 계원은 구상부터 건설에 이르기까지, 줄곧 염국의 만백성과 관련되어 있었습니다.

사세대 방문객

계원은 능묘 바로 위에 세워졌고, 잠들어 있는 존재를 악몽 속에 단단히 박아두는 못이자, 사악함을 진무하고 백조의 평안을 지키는……

아무래도 사세대에서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세대 방문객

예?

우선, 계원은 이의 정원입니다.

논밭에서 십 리만 벗어나도 사방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데다, 이곳에는 고금의 모든 멋과 진귀한 것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는 온 세상의 풍경을 계원에 옮기고 싶어 하고, 돌 하나의 위치 때문에 정원의 구조를 몇 번이고 바꾸곤 합니다……

계원은 사세대의 법기도 아니고, 쉐이 능묘의 쓰레기장은 더더욱 아닙니다.

능묘 근처의 창괴는 제가 해결하겠습니다만, 나머지는 사세대가 참견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사세대 방문객

……

꽃병 모양의 생물

……

사세대 방문객

동쪽은 이미 정리가 끝났다고 하지 않았나요? 저 치창은 어째서 저쪽으로 도망가는 겁니까?


괴상한 생물

……

신비한 생물

……

……사람이 왔다. 너희들은 우선 피해 있어라.

귀향한 행인

틀림없어, 여기가 틀림없다고……

귀향한 행인

마침내……

귀향한 행인

아이고, 이거 죄송합니다. 이제서야 여기에 사람이 계신 걸…… 사, 사람 맞죠?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귀향한 행인

저기, 음, 이상하신 분, 그 묘한 옷차림을 보니 아무래도 이 산지를 순찰하는 관리 같아 보이는데, 맞습니까?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곳은 외지고 험한 데다 황폐하기 짝이 없어, 일반인은 거의 오지 않습니다. 당신은 누구시죠?

귀향한 행인

나리도 아시다시피 이곳은 예전에 마을이었습니다. 저는 그 마을에 살았었지요.

그건 꽤나 오래전의 일입니다만.

귀향한 행인

그렇습니다.

귀향한 행인

오래 전, 이곳에서 재난이 발생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그 재난 때문에, 마을은 하루아침에 파괴되었지요.

귀향한 행인

당시 저는 아직 철없는 소년이었고, 제 가족들은 모두…… 저만 운 좋게 살아남았습니다.

귀향한 행인

그 후에 저는 강제에서 정착했고, 이제야 이곳으로 돌아온 겁니다.

여기서 강제까지는 꽤 멀 텐데요.

귀향한 행인

예, 제법 멉니다.

귀향한 행인

아주 오랫동안 걸었지요. 하하, 덕분에 몇 년 동안 모았던 돈을 전부 써 버렸지 뭡니까.

고작 이…… 폐허를 보기 위해서 말입니까?

귀향한 행인

아, 아닙니다. 우선은 며칠 쉬면서 기운을 보충하고, 그다음 이 집을 고치고, 그러고 나서 다시 주변에 밭 몇 고랑을 일궈 볼까 합니다.

귀향한 행인

나리, 저는 이제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겁니다.

……

이해가 안 됩니다. 당신은 이미 강제에 정착해 새로운 삶을 살고 있으면서, 어째서 이런 황폐한 땅에 돌아오려고 하는 겁니까?

귀향한 행인

아마 나리의 눈에는 이곳이 그저 폐허에 불과하겠죠. 있는 거라곤 고작 부러진 기둥 몇 개와 깨진 벽돌과 기와, 그리고 땅을 메운 잡초들뿐이니……

귀향한 행인

하지만 그토록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저는 어릴 적 모은 용돈을 집 구석구석에 숨겨 뒀던 일이나, 그렇게 모은 용돈으로 기다리던 행상인에게서 탕후루를 사 먹었던 일을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

귀향한 행인

또 이웃집 친구랑도 싸우고, 밭에서 일하시는 부모님께 함께 밥을 가져다드렸던 일이나, 마을 서쪽의 서당으로 같이 수업받으러 갔던 일들 또한 기억하고 있지요……

귀향한 행인

이곳은 저의 고향입니다, 나리. 비록 이미 망가졌다 해도요.

당신도 말했다시피, 여긴 이미 망가진 곳입니다.

아직도 그 재난을 기억하고 있으면서, 나중에 혹여 그런 재난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되지도 않습니까?

귀향한 행인

나리, 재앙은 이 세상 곳곳 어디에나 있습니다. 재난 한 번 겪어보지 않은 땅이 어디 있겠습니까?

귀향한 행인

재난은 우리의 삶을 잠시 중단시키겠지만, 재난이 지나가면 저희는 고향으로 돌아오죠. 집을 고치고, 땅을 고르고, 그렇게 반복합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요.

귀향한 행인

이곳으로 출발하기 전, 저는 다른 곳으로 피난 갔던 사람들을 만났었습니다. 다들 돌아올 마음이 있으니, 그들도 머지않아 돌아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

귀향한 행인

옛말에, 오랜 시간이 지나면 물건조차 그곳에 정이 든다고 했습니다. 하물며 사람이야 어떻겠습니까?

하지만 당신은 이곳에 머물 수 없습니다…… 적어도 요 며칠 동안은.

귀향한 행인

예?

관청에서 이 산에 대한 다른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우선 근처 객잔에 자리를 잡고 소식을 기다리시죠.

귀향한 행인

……알겠습니다.

귀향한 행인

아이고…… 음, 뭐지? 방금 뭐에 걸린 것 같은데요……

……

아무것도 아닙니다, 제가 배웅해 드리죠.


나와라.

그러나 대답은 없었다.

나오지 않으면, 곱게 말로 넘어가진 않을 거다.

구석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얼마 후, 꽃병 모양의 치창이 천천히 량의 앞으로 다가왔다.

꽃병 모양의 생물

……

……너였군.

사세대 사람이 왔을 때, 여기저기 도망친 것도 너였지?

여기는 이미 깨끗하게 정리된 곳인데, 어째서 여기에 숨어 있는 거냐?

꽃병 모양의 생물

으음……

처분되기 싫은 건가?

꽃병 모양의 생물

(위아래로 흔들린다)

그러면 나와 함께 계원에 갈 테냐?

꽃병 모양의 생물

(좌우로 흔들린다)

여기에 머물고 싶은 거냐?

꽃병 모양의 생물

(위아래로 흔들린다)

어째서?

꽃병 모양의 생물

선생님, 전 사람을 기다리고 있어요.

사람을?

꽃병 모양의 생물

저를 만든 사람이요.

꽃병 모양의 생물

여기가 아직 마을이던 시절, 난가라는 서생과 백금이라는 여자가 저를 만들었어요. 두 사람은 제가 그들이 지을 새집의 첫 번째 물건이 될 거라고 했죠.

꽃병 모양의 생물

두 사람은 약속했어요. 결혼하면 저를 거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에 두고, 매일 꽃을 꽂아 주기로요.

꽃병 모양의 생물

두 사람은 함께 병의 틀을 빚어 저를 만들었고, 가마 안에 넣은 뒤, 저를 굽는 동안 각자 다른 일을 하러 갔어요.

꽃병 모양의 생물

하지만 그 직후 재난이 일어났고, 두 사람은 돌아오지 않았어요.

꽃병 모양의 생물

저, 저는 그때부터 계속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래서,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거냐?

꽃병 모양의 생물

네,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싶어요.

……

???

선생님, 선생님……

죽간 모양의 생물

선생님, 부디 이 녀석을 나무라지 말아주십시오.

죽간 모양의 생물이 량의 앞에 다가와 몸을 앞으로 바짝 구부렸다. 힘이 너무 들어갔는지 죽편은 하얗게 변해 있었다.

그건…… 읍인가?

죽간 모양의 생물

예.

죽간 모양의 생물

정중한 부탁에는 마땅히 예를 갖춰야 하니까요. 예전에 그렇게 배웠습니다.

호오?

죽간 모양의 생물

예전에 마을 서쪽에 서당이 하나 있었는데, 저는 책장에서 가장 높은 층 바깥쪽에 있던 죽간이었습니다.

죽간 모양의 생물

서당의 선생께선 항상 학생들에게 글을 배우려면 먼저 예절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선생께서 여러 번 강조하신 것을, 제가 기록했지요.

죽간 모양의 생물

저것은 고의로 선생님의 명령을 거역하는 게 아닙니다. 그저, 오랫동안 계속 그 생각만을 하고 있었을 뿐이죠.

죽간 모양의 생물

그러니 부디 선생님께서도 허락해 주시길 바랍니다.

죽간 모양의 생물은 량에게 거듭 읍했다.

……

???

네가 거절한다 해도 상관없다. 어쨌든, 저것들을 다치게 해선 안 된다!

이번엔 검 모양의 생물이 꽃병 모양의 생물과 죽간 모양의 생물 앞을 막아섰다. 그것의 머리인 검 끝은 량을 겨누고 있었고, 검신은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검 모양의 생물

저 녀석들은 나의…… 나의……

친우? 동료?

검 모양의 생물

아, 맞다.

거기 꽃병, 몇 가지 물어보마.

꽃병 모양의 생물

네, 선생님.

너는 도대체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거냐?

꽃병 모양의 생물

……잊었어요.

의심한 적 없나?

꽃병 모양의 생물

어째서 의심해야 하나요?

꽃병 모양의 생물

오랜 시간이 지나, 강제로 도망쳤던 사람들이 돌아오기 시작했어요. 난가와 백금도 분명 돌아올 거예요.

……

량은 침묵했다. 바람이 그의 텅 빈 머리를 통과하자, 가슴의 장치 또한 돌아가며 은은한 소리를 냈다.

량은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줄곧 너희가 그 녀석의 영향을 받아 의식이 생긴 거라고 여겼다.

너희가 이 근처를 배회하며, 말이나 행동 역시 기물의 성질에 제한받을 줄 알았는데……

설마 너희에게 사람과 같은 감정과 그리움이 있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귀향한 행인

옛말에, 오랜 시간이 지나면 물건조차 그곳에 정이 든다고 했습니다. 하물며 사람이야 어떻겠습니까?

흥미롭군.

너희는 그 재난 이후 이곳에 남은 치창니까, 당시 마을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기억하고 있겠지?

치창들

그렇습니다, 선생님.

그 모습을 복원할 수도 있고?

치창들

네,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 생각은 있나?

치창들

……


……

량, 나를 제대로 속였구나.

왜 그러십니까?

내가 폐허를 깨끗이 정리하고, 치창들도 처분할 건 처분하고 계원에 데려갈 건 데려가라고 했는데……

난 분명 그렇게 말했는데, 넌 마을 하나를 만들었구나?

마치 전혀 몰랐던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이, 저는 당신의 피조물입니다. 제 생각이 곧 당신의 생각이고, 제 행동이 곧 당신의 행동이죠. 아무리 뛰어난 재주긴 하지만, 결국 마음이 외부의 사물로 형체를 이룬 것에 불과합니다.

하하하, 그런 거였군.

……

그리고, 이게 가장 좋은 해결책 아니겠습니까?

쉐이 능묘 근처에는 창기에 물든 기물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마냥 처분하거나 전부 계원으로 옮길 수는 없잖습니까?

게다가 마을이 폐허가 되었다 한들, 떠났던 사람들이 돌아오기 마련입니다……

네가 말한 창괴의 변화라는 건, 정말 흥미롭구나.

문제는 창괴와 사람을 함께 살게 한다면 사세대에서 또 뭐라고 할 게 뻔한데, 그건 어떻게 해결했어?

제가 감독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정원은 하나지만, 저와 이 두 사람이 이렇게 많은 창괴를 관리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언젠가 창괴가 우리의 관리를 벗어나 날뛰는 날이 온다면, 망산 마을에서 일어났던 일이 똑같이 일어나겠죠. 우선은 사세대에게, 그다음은 백조에게 일어날 겁니다.”

하하하, 좋아.

역시 항상 믿음직스럽다니까.

고맙습니다.

어쨌든, 좋은 일이라는 거네.

계원과 가까운 마을이라면, 악의를 품은 자들의 발걸음을 붙잡기에는 충분하겠지. 그럼, 우리도 슬슬 움직여볼까?


량, 정원을 깨끗이 청소하고,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