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W-4촛불을 들다
시는 묵량을 이용해 두 사람에게 술잔 주인을 찾으라고 전한다. 리도 지게꾼에게 단서 찾는 걸 의뢰했으나, 정 사장이 설치한 덫에 빠지고 만다.
나는 지금의 상촉에서 백 리 떨어진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곳은 그야말로 무릉도원이다.
마을에서 멀리 바라보면 산이 보인다. 산과 산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고, 그 선에 둘러싸인 땅이 바로 상촉이다.
아주 어렸을 때, 산에 재앙이 한 번 일어난 적이 있었다. 산지는 엄청 컸지만, 그 구름은 더 컸다.
재앙정보전달자는 발 빠르게 움직였고, 철수할 때 하늘에서 반짝이는 불꽃이 보였다. 이번 폭풍이 지난 뒤, 상촉 삼산 지역의 모습이 변할 거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때 난 너무 어렸다. 어른들의 흔들리는 등, 억지로 웃는 얼굴, 그게 내가 유일하게 기억하는 것이다.
구조대는 곧바로 움직였지만, 집과 밭, 줄줄이 늘어선 과일나무가 폭풍 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라는 걸 다들 잘 알고 있었다.
그때, 우리는 산 하나를 지났다.
나는 산 정상에 있는 정자에서 한 여인을 보았다. 그 여인은 술에 취해 있었다.
나는 그 여인이 하늘을 향해 술잔을 들어 올리는 걸 보았다.
그 여인은 술에 취해 정자에 쓰러져 인사불성이었다.
하지만 구조대는 멈추지 않았고, 어른들도 보이지 않는 듯했다.
……검은색 술잔.
그때 그 사람이 쓴 게 이 술잔은 아니었을까……
……
……이 씨 있는가.
네! 부르셨습니까?
아까 방문했던 손님이 기억나?
기억납니다…… 그렇게 큰 체구는 기억하기 싫어도 기억날 것 같습니다.
……다과 두 세트를 준비해 영 소저한테 다녀오거라.
영 소저 저택에서 아까 그 포르테를 봤다면…… 돌아와서 알려주고.
알겠습니다. 그런데 왜 직접 가시지 않고…… 앗, 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걸 물었네요. 바로 가겠습니다.
……
은인님, 알아봤습니다. 이 길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 만나기로 한 장소입니다.
그런데 진짜 누구도 만나지 못하면, 그땐 어떡하죠?
그럼 양대인네 저택으로 돌아가서 미스터 리를 찾아야지. 양대인이 술잔 주인을 찾아달라고 의뢰했다니까 우리도 가서 도와야지.
……만약 두 소저의 말대로 술잔을 가로채려는 사람이 정말 대단한 인물이라면…… 양대인이 정말 아무것도 모를까요?
그렇지만 애초에 이 모든 게 다 계획된 거라면, 양대인이 굳이 귀찮은 일을 자처하면서까지 연기를 할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우리도 큰 인물을 못 만나본 건 아니잖아~
……전달자라고 자칭하는 소년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하하~ 박사가 있었으면 이런 골치 아픈 일을 다 떠넘기면 되는데~
하아…… 숙소의 폭신폭신한 침대가 너무 그립다~
하아, 우리가 어쩌다 이런 일에 휘말렸을까요……
……얼른 차 마시고 출발해야지.
……음……
이 근처일 텐데……
물이 뜨겁습니다, 비키세요, 비켜주세요!
앗! 조심해요!
(림 빌리턴어) 야! 왜 하필 나한테 부딪혀서……
……뭐지?
……편지? 방금……?
……약속 시간이 지났는데 역시 안 오네.
이제 어떡하죠? 라바 은인님이 사무소에 도착하셨는지도 모르겠네요……
……
더 기다려 볼까요?
……하아.
역시 먼저 미스터 리와 합류할까? 응?
크어어……!
……묵량!?
잠깐만요, 저것들이 그림 속을 떠날 수 있었던가요?
나도 몰라~
이 녀석, 어디서 왔어? 네 주인은?
크어어!
으악, 물지 마고. 이거 놔, 놓으라고!
네가 먼저 건드렸잖아.
아야오, 됐어.
아파파파……!
시!
사정이 좀 생겨서 일단 이런 방식으로 너희와 만나게 됐네.
사정……?
신경 쓸 거 없어, 어차피 도와줄 수도 없고.
우리가 상촉에서 구오성 회제산의 일을 조사하는 조정 특사를 만났는데…… 사세대라고 했던가~
쳇…… 니엔 녀석이 날 찾아오니까 난 이미 준비를 끝낸 줄 알았는데……
역시 니엔의 처세 상식에 기대하는 게 아니었어.
그래서, 싸웠어?
관리랑 싸울 정도는 아니었어요…… 하하, 사실 못 이기지만요.
너희 자매를 언급하긴 했는데, 지금은 깊이 캐낼 생각이 없는 것 같아.
상촉에 온 건 다른 임무 때문인 것 같아.
……그건 나도 몰라. 혹시 단서라도 있나?
검은색 술잔과 연관 있어.
……검은색, 술잔이라.
저희는 리라는 분을 협조해서 술잔의 주인을 찾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술잔의 문양이…… 니엔 씨가 라바 은인님에게 준 물건과 아주 비슷해요.
……훗.
술잔이라…… 그래서 계속 이상한 느낌이 들었구나. 내 예상이 맞는다면 술잔의 주인은 분명……
그 여자를 정말 찾을 수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될 거야. 적어도 니엔의 입은 막을 수 있지.
시! 어서 나와! 그 영감 잔소리 때문에 귀찮아 죽겠어, 네가 가!
어라, 이건 니엔의 목소리잖아?
……잘못 들은 거야.
하늘엔 용광로가 있고……
그, 그, 그럼 저흰 이만 갈까요?
……너희는 술잔의 주인을 찾고 있다고 했지?
조정보다 먼저 찾아서 설득해. 우리를 도와줄 수 있도록 말이야.
적어도 우리가 상촉에 도착할 때까지는 시간을 끌어. 사세대에서 데려가지 못하게 해.
그럼 부탁한다.
……!
……음, 돌아온 건가……?
은인님, 시 아가씨의 기묘한 술법은 몇 번을 봐도 정말 편리해 보이네요.
어차피 평범한 오리지늄 아츠가 아니니까 넌 궁리하지 마.
……확실히 편리하지만 말이야.
……정자를 찾는다고?
당신 같은 지게꾼은 산을 수도 없이 다녀봤으니, 이 산을 본인 집 마당처럼 잘 알고 있을 게 아닙니까?
그렇다면 바로 알려주지. 삼산십칠봉은 예전에 지어진 정자건 새로 지어진 전망대건 수도 없이 많아.
그중 하나를 찾는 건 몹시 어려운 일이네.
당신이라면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할걸. 게다가 난 횟수에 따라 임금을 받아서……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니.
물론이죠. 이건 보수입니다……
……용문인인가?
네. 어떻게 부르면 될까요?
……내 성은 '상'이네. '상촉' 할 때의 그 '상'.
어떻게 도우면 되나? 내가 길을 안내하면 되나? 아니면 먼저 비슷한 곳을 찾고 자네한테 알려주면 되나?
시간이 없으니 각자 움직이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외지인인 자네가, 이 뱃사공이랑 같이?
저는 강에서 오랜 세월을 보내서 이 부근도 나름대로 잘 알고 있습니다.
강과는 다른 길이지.
같은 상촉이기도 하죠.
……
……별리봉, 재운봉, 청난봉은 갈 필요 없네. 이 세 봉우리는 옛사람들이 십칠봉에 끼워 넣은 거지, 사실은 작은 언덕이나 다름없네.
알겠습니다. 오늘 중점적으로 찾아볼 곳은 사실 이곳 취강봉입니다만.
해 지기 전에 단서를 찾아 주셨으면 합니다…… 특히 산의 마을에 유명한 주막이라도 있으면 각별히 살펴봐 주세요.
술?
정자에서 술 마시는 거 다들 좋아하죠? 혼자 누워있는 사람은 다 술에 취했던데요.
……그럼 알아보겠네.
감사합니다.
일단 유시로 정하고 그 찻집에서 만나지.
좋습니다.
……그럼 이따 보게.
참 내키는 대로 하는군요. 아무 사람이나 잡아서 일을 부탁하고, 당할까 봐 걱정되지도 않습니까?
탐정이잖아요. 늘 위험은 감수해야죠.
저자를 믿는 겁니까?
믿어도 나쁠 건 없습니다. 아까 지나오면서 꽤 많은 가게 주인이 저 남자와 인사했거든요. 대인 관계가 괜찮다는 거죠.
몇 푼 되지도 않는 돈을 위해 외지 사람인 저를 속이는 지게꾼이라면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무작정 찾아다니는 것보다는 훨씬 낫거든요.
일리가 있군요…… 그럼 우선 어디로 갈까요? 단서라도 있습니까?
양대인께서 상촉에 있다고 단언했지만 어디 있는지 전혀 찾을 수 없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평범한 마을에는 없을 것 같아요.
따라서 문제는 대게 그 술잔에 있다는 거죠.
게다가…… 이름도 없는 술잔을 빼앗으려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면, 이 술잔이 중요한 열쇠라는 것이겠지요.
신 사공님, 그날 밤의 도둑을 또 만나면 우리가 힘을 합쳐서 놈들을 물리칠 수 있을까요?
하아, 저는 몇십 년 동안 평화롭게 강에서만 지내다 보니 걱정이라고는 손주들의 학업밖에 없습니다. 싸움은 한 번도 안 해 봐서, 정말 만난다면 아주 곤란해질 것 같네요.
저는 얌전히 길잡이나 할 테니, 당신이 정말 불안하다 싶으면 빨리 양대인을 찾아가서 경호원을 붙여달라고 하는 게 좋을 겁니다.
강호를 누비시는 분이 정말 싸워본 적이 없다고요?
강 위에서 보낸 지난 수십 년, 정말 그런 일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산을 돌다가 맹수라도 만난다면, 제가 당신의 안전을 지켜줄 수는 있습니다만……
그런데 최근 몇 년간 토목공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해서 이제 산에 맹수 따위는 없어요.
……맹수는 드물지만, 상촉에는…… 혹시 등에 금속 그릇이 달린 생물이 있지 않나요?
……그게 뭐죠?
저도 모르겠습니다.
어디에서 봤는데요?
어디서 봤냐면……
크오오……?
바로 눈앞에요.
아니…… 이게……
크오오!
엇, 도망갔네요……
……놀라서 도망갔군요.
어이, 거기.
……무슨 일이죠?
술잔은 네가 갖고 있냐?
우리는 정 사장님 사람이다. 사장님은 이 마을에도 식당이 있거든. 그러니까 점심 식사에 초대하지.
……
……도망가요!
아가씨랑 사장님이 대체 뭘 하시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네. 이렇게 성가신 일을 시키시다니……
물건을 빼앗으라 했다가, 또 물건이 빼앗기지 않게 지키라 하더니, 이젠 의뢰인까지 방해하라 하고…… 어라?
야, 일어나서 저쪽 좀 봐……
……
……
……
……잠깐만!
……귀하께서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저기…… 그러니까…… 여기 여행하러 왔는데 지갑을 잃어버렸지 뭐야. 낯선 곳이라서 그런데 혹시 도와줄 수 있나?
……다른 분들도 모두 지갑을 잃어버렸습니까?
아니. 아, 아, 그런 게 아니라…… 다 함께 놀러 나왔는데 가방 들기 귀찮아서 카메라랑 지갑이랑 다 한 가방에 넣었는데, 그 가방을 잃어버렸지 뭐야.
귀찮게 하지는 않을게. 산 아래 호텔에 가서 경찰에 신고나 해줄 수 있어? 제발 부탁이야. 나중에 꼭 보답할게.
……
벌써 이렇게 늦었네…… 해가 참 금방 지는구나.
우요우, 양대인 저택에 어떻게 가더라~?
……이쪽입니다, 은인님.
상촉은 크고 작은 골목이 많습니다. 높은 건물에 오르면 앞으로는 산이 보이고 아래로는 야시장이 보이는 게 확실히 운치가 있어요.
……구오성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죠.
맞아. 경치도 시야도 참 좋아. 가장 중요한 건 바람 속에 녹슨 쇳내가 난다는 거야.
그렇지?
검을 사용하지 않은지 오래됐는데 녹이 슬었다니요?
우릴 찾아왔나?
물론이죠…… 로도스 아일랜드는 너무 깊이 관여했습니다.
……벌써 우리를 조사했나 보지?
크루스 씨한테 '법은 절대 못 피한다'라는 염국의 말을 선물하고 싶네요.
종족, 출신, 빈부를 불문하고 감염자를 차별 대우하지 않고, 감염자를 돕기 위해 힘쓰는 의료 기업……
……하늘 아래 가장 깨끗한 천악산 샘물도 로도스 아일랜드보다는 맑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 정도는 아니야.
아…… 오해하지 마세요. 두 분을 위협하는 건 아닙니다.
로도스 아일랜드가 정말 수상한 조직이라면, 지금쯤 두 분은 감옥 안에서 소환되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겁니다.
그 말인즉, 지금 이 상황에서 제가 당신들을 '신뢰'하고 있다는 걸로 여겨주셨으면 합니다.
……'고마워~'라고 해야 되나?
어떻든 간에 감염자는 공공연히 번화가를 돌아다니면 안 됩니다. 안전을 고려해야 하니까요.
자리를 옮길까요?
……
(어떡하시겠습니까, 은인님? 분명 뭔가 냄새나는데요.)
(그건 몰라, 게다가 선택의 여지가 없잖아……)
좋아, 자리를 옮기자~
좋습니다. 두 분은 실력도 좋으시니, 15분 뒤에 북쪽 오방 누각에서 두 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게 염국 무공에서 말하는 경공인가?
그렇다고 할 수 있죠. 물론 저 소년의 무공을 보니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니, 솔직히 엄청 뛰어난 수준이죠.
이렇게 진지한 모습은 보기 드무네~
하하, 은인님, 농담하지 마세요. 저는 항상 자기한테 진지하지 않습니까?
저 나이에 저런 실력이라…… 타고난 재능에 명문 출신이라고 해도, 그것조차 과소평가밖에 안 됩니다. 상식을 벗어난 수준이라 해야 할 것 같네요.
제 말은 그 소머리 관리를 경호원으로 쓰는 도련님이라면,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닐 거라는 겁니다.
저들은 니엔과 시의 일을 알고 있는 게 분명해. 물론 미스터 리의 일도 알겠지.
시가 그랬지…… 우리가 먼저 술잔의 주인을 찾아야 한다고……
하지만 멋대로 염국 정부 사람과 얽히면, 나중에 아미야한테 혼날 텐데……
하아, 만약 박사가 있었으면…… 그렇다고 계속 박사한테 폐를 끼칠 수는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