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W-4촛불을 들다
좌락이라는 소년은 다시 크루스를 찾았다. 소년은 염국의 사세대라는 존재를 솔직하게 말해주며 로도스 아일랜드에 협력을 제안한다. 리와 양현은 오랜만에 함께 술을 마셨고, 취한 틈에 무서운 진실을 알게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리, 좌락, 크루스, 크루스 더 킨 글린트
오늘도 아무런 소득이 없네요……
……용문 탐정사무소에 있을 때는 이런 귀찮은 일은 없었는데.
양대인이 주신 단서가 너무 적어서 그런가요?
아니요, 용문에는…… 친구가 많거든요.
하지만 상촉에 있는 친구라고는 당최 집 밖을 나가지도 않는 양대인과 신 사공님밖에 없으니까요.
……하아.
입구에 사람이 너무 많은 거 아닙니까?
아예 숨을 생각도 없나 봐요.
……야, 그 용문인도 여기 있어. 맞아…… 경거망동하지 마. 여기서 나가지 못하게만 하면 돼.
잘 감시해.
아니, 우리가 제 발로 그물에 걸려든 것 같은데요?
……이상하군요. 예전에 아무리 잘나갔어도 지금은 그저 식당 몇 개를 운영할 뿐인데, 용케도 사람을 이만큼이나 채우다니.
주위에 아무도…… 자, 잠깐!
사…… 상 씨.
……
나 왔네.
……
……자, 앉으시죠. 차라도 마시겠습니까?
……내가 알아봤네.
자네가 말한 곳이 몇 군데 있어. 한적하지만 예전부터 남겨진 정자 몇 개가 있긴 하더라고. 지도에 표시해 두었네.
그리고 주막이라면 마을마다 거의 다 있긴 한데, 굳이 자네가 말한 주막을 꼽자면 여기 몇 곳이 다 조건에 맞네.
음……
취강봉 근처에도 있습니까?
……나는 기억이 없던데, 그걸 알려준 전 씨는 계속 있다고 하더군.
여긴 다 외진 산길이야. 일반 여행객은 다니지 않는 곳이니 조심해야 하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그럼 난 가보겠네.
그런데 밖에 있는 사람들과는……?
……!
……모르는 자들이네.
가겠네.
이, 이럴 수가……
(어서 사장님께 알려…… 상 씨가 용문인과 만났다고!)
(그럼 계속 문을 막아야 하나?)
(막긴 뭘 막아? 우선 철수하자고, 가자.)
돌아왔군.
헛수고만 했으니 물어보지 마.
도둑이 널 노리는 게 아닐까 걱정했을 뿐이야.
……양대인께서 이렇게 걱정해주시는데, 그 도둑은 날 어쩌지 못하겠지.
게다가 그 골치 아픈 술잔이 나한테 없잖아. 조심해야 할 건 양대인이야.
……상관없어.
자네를 습격한 인물을 알아냈어. 그냥 오해였던 것 같아. 문화재를 훔친 밀수꾼으로 오해했나 봐.
상촉은 의협심이 여전하구나. 그저 '오해'만 했을 뿐인데 이렇게 야단법석이라고?
너무 탓하지 마.
신 사공, 리는 현지인이 아니니까 당분간 당신에게 부탁 좀 드려야겠어.
당치도 않습니다. 양대인의 분부에 따르겠습니다.
나루터도 한창 바쁠 시기일 텐데, 요 며칠 빠진 임금은 내가 배로 지급하지.
아닙니다, 양대인. 저희는 돈 얘기를 한 적이 없잖습니까.
그래도 백성을 부당하게 대할 수는 없으니까.
자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고 앞으로도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할지도 몰라.
……알겠습니다. 양대인 마음이 그러하시다니 저도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당분간 전 리와 함께하겠습니다. 상촉 삼산십칠봉의 산과 물은 제가 훤히 꿰고 있으니까요.
잘 부탁해.
……양현.
뭔데?
안에 들어가 얘기하자.
내가 전에 그랬지. 네가 나한테 숨기는 게 없다면 이 일은 복잡한 일이 아니라고.
말해 봐. 이 술잔, 그리고 그 주인에게 얼마나 큰 비밀이 있는지?
……
말할 수 없나?
없어.
오늘 산에서 또 그 녀석들을 만났어.
뭐……?
그러니까 네가 말하는 '오해'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
얼마나 큰일에 엮인 거지?
엄청난.
……하아……
그럼 진작 나한테 말했어야지.
네가 너무 많은 걸 알면 오히려 연루될까 봐 그랬어.
그럼 뭐 지금은 연루되지 않았나?
……미안해.
푹 쉬어, 정말 못 찾겠다면…… 그래도 상관없어.
여기까지 왔는데 갑자기 미안해하는 건, 뭔가 찔리는 게 있나 봐?
뭐, 됐다. 마음만 받을게. 내가 정말 그만두면 네가 편안히 지내지 못할 거 나도 잘 알아.
그럼 이 일이 대체 뭐에 관련된 건지는 알려줄 수 있겠지?
민생과 나라에 관련된 일이야.
그럼 너무 큰 일이잖아. 일이 갑자기 너무 커져서 믿을 수가 없네.
난 절대 이런 일로 농담하지 않아.
……우리 양대인께서 절대 이런 일로 농담하지 않는다는 건 나도 잘 알지.
그럼 질문을 바꿔 물어볼게. 오늘 밤에도 또 어떤 아가씨가 찾아오는 건 아니겠지, 양대인?
……크흠.
……나와 영 소저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야.
난 그런 말 한 적이 없는데?
눈빛은 그게 아닌데?
진짜? 네가 늘 목석처럼 둔감한 사람이라고 놀림당하긴 했지만, 와이틴푸이 딸도 이젠 다 컸는데 설마 넌 아직도 그걸 모르는 건 아니지?
……
무슨 문제라도 있나?
……
……술이나 마실까?
너와 한잔 마셔야 하지 않겠나?
……그래. 맞아, 넌 나와 한잔 마셔야 해.
크루스 씨는 역시 빠르군요. 정 사장님 말씀이 거짓은 아닌가 봅니다.
부채를 쓰는 분은요?
함정이라도 있으면 어떡해? 전멸당할 수는 없잖아.
……참 신기하네요. 그분을 보내고, 크루스 씨는 몰래 숨어서 기다릴 줄 알았거든요.
차를 버리고 장을 지키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크루스 씨는 '장'일 뿐만 아니라 도망치는 데 능숙한 사격수잖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찾아오셨네요.
우요우는 아직 정식 오퍼레이터가 아니니까. 위험한 일을 당하게 할 수 없어.
오퍼레이터가 맞다 해도 크루스 씨는 혼자 위험을 무릅썼겠죠.
네가 지금 '난 모든 걸 다 안다'라는 식으로 너의 지혜를 어필하는 거라면, 나 먼저 돌아가 쉬어도 될까?
……하하, 정직하신 분이군요. 그냥 헛소리했다고 생각하십시오.
솔직하게 얘기하죠. 우리가 로도스 아일랜드를 조금 조사해 봤습니다. 시간이 급해서 많은 정보를 얻지는 못했지만요.
크루스 씨가 어떤 사람인지는 처음 만났을 때 대략 파악했습니다. 잘 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저는 믿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믿는다고? 난 너희 일에 개입했고, 게다가 감염자인데?
적재적소란 말이 있죠. 광석병은 모든 감염자에게 불행한 일이나, 그들의 책임이나 능력과 아무런 관계가 없잖습니까?
……
로도스 아일랜드가 저희를 도와주었으면 합니다.
바꿔 말하면, 로도스 아일랜드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저희와 적대적인 것으로 간주하겠습니다.
미스터 리의 술잔을 원하는 거지?
그날 밤 양대인 저택에서 나온 뒤로 흔적이 두 개로 갈라졌더라. 밤이 깊었는데도 그들의 움직임은 매우 빨랐어. 그리고 난 한 사람만 계속 쫓았지…… 저택에서 도망친 사람 말이야.
그렇지만 결국 놓치고 말았지. 그리고 내 앞에 나타난 사람은 일부러 날 유인하려는 사람 같았지……
널 숨겨주기 위해서 객잔 사장이 날 유인한 건가?
정 사장님이 크루스 씨를 괜히 높이 사는 게 아니군요.
……내 말이 맞는다는 거네?
술잔과 '쉐이'는 무슨 연관이 있지?
……'쉐이'를 아십니까?
……훗…… 아무래도 크루스 씨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지만, 모든 걸 다 이야기하는 건 아닌 것 같군요.
음, 그래?
당신들만 니엔과 시를 친구로 여기는 게 아닙니다…… 이런 일까지 당신들에게 말한 걸 보면 두 사람은 로도스 아일랜드를 목숨을 구해줄 수 있는 동아줄로 여긴다는 거죠.
몇십 년, 몇백 년 전이었다면 그 두 사람이 뭘 하든 규칙만 어기지 않았다면, 사세대도 모른 척 눈을 감아줬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죠.
시국이 변했을 뿐만 아니라, 당신들이 니엔과 가깝게 지내고 게다가 멋대로 시를 데리고 산을 떠났으니 사세대가 크게 분노하는 겁니다.
우리는 그저……
의도한 게 아니라는 건 압니다. 그렇지만 그다음은요?
그들이 함께 천지를 뒤흔드는 음모를 꾸미지 않는다는 걸, 염국이 어떻게 판단하면 좋을까요?
……'염국'인가.
……제가 으름장을 놓는 게 아닙니다.
니엔과 시는 상촉에 온 뒤로 자취를 감추었고, 마침 그때 이들과 연관된 술잔이 나타났죠. 그리고 이 모든 것과 관련된 사람은 하필 '로도스 아일랜드'에 얽힌 인물이고요.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습니다. 말씀해 보시죠, 크루스 씨.
……
저는 세상에 이런 우연은 없다고 믿습니다.
……아이고!
빨래한 걸 깜빡하고 안 널었네. 이런, 이런…… 오늘 널지 않으면 내일 갈아입을 옷이 없는데.
……엇, 상총 형님, 여기 오면 안 되는데.
……
얼른 돌아가세요. 못 본 거로 할게요.
오늘 한 젊은이가 나한테 산에 있는 정자를 찾아달라고 했네.
……형님이 떠날 때 상황이 복잡했던 거 알아요. 하지만 아무런 설명도 없었고 거기다 사장님까지 노렸으니, 규칙에 따르면 형님은 틀림없는 배신자입니다.
그리고 자네 사람들이 그 남자를 포위했지.
배신자 형님, 상 형님, 제발 부탁드릴게요. 누가 보기라도 한다면, 저는 손을 댈 수밖에 없어요. 그럼 감정만 상하잖아요.
그자는 누구지?
형님!
누구냐고 묻잖아.
……그 용문인을 말하는 건가요?
그래.
그냥 장사예요. 외부인과는 상관없는 일이고, 드릴 말씀도 없어요.
……올해가 지나면 딱 10년이군. 이제 슬슬 결말을 지을 때가 됐네.
표국과 결판을 짓고.
정청월을 찾아서 결판도 지을 거다.
그래도 전 말씀 드릴 수 없어요, 형님.
류 씨! 그때 불구덩이에서 자네를 구해준 사람이 누구지!?
말할 수 없습니다.
……그 술잔과 연관이 있는 거지? 10년 전 그 술잔과 연관 있는 거 맞지?
형님……
……그런 것 같군.
젊은이들이 말하는 '술잔'은 역시……
형님, 몰래 젊은 제자를 추궁한 거 아니죠?
……하늘의 뜻인가.
저기요, 형님! 질문만 하고 가시는 거예요? 너무 비겁하잖아요! 형님!
하핫, 주량이 변하긴 했네.
예전의 양현이라면 진작에 탁자 밑으로 기어들어 갔을 텐데.
가끔 혼자 한잔한 지 오래됐어.
역시 양대인답군. 관리가 됐는데도 한가롭게 술을 즐기다니…… 잠깐, 가끔 술을 마신다는 게 설마?
걱정이 더해질 뿐이지, 인지상정 아닌가.
……사람들이 그러더군. 주량이 변하면 사람도 변한 거라고. 너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
일리가 없는 건 아니지.
하아, 술에 담긴 건 세상사야.
솔직히 말해서 이번에 상촉에서 널 만나고 꽤 많이 놀랐어.
응? 어째서?
내가 아는 양현은 융통성 없고 잘 웃지도 않는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학교에 다닐 때, 선사각 밖에서 너는 천하 사람을 위해 복을 꾀할 거라고 했지. 세상이 너무 차고 쓸쓸하니 천하 사람들이 함께 불을 피우고 열기를 가져가서 다시는 어둠을 보지 못하게 할 거라고 했어.
……젊은 패기에 호언장담한 거야. 내가 자기반성으로 삼는 초심이기도 하고.
벌써 몇 년 전이네.
그렇지.
너도 이제는 당시 자유롭고 풍류를 즐기던 도련님이 아니잖아.
허송세월하는 것뿐이야.
……집을 떠난 지 오래됐는데, 가족들과 연락은 해 봤나?
집 떠난 지 얼마 안 됐잖아.
그 말은 용문에 있는 탐정사무소가 이제 네 집이라는 소리인가?
당연하지.
그럼 강동 쪽은……
그냥 저택 하나, 초롱 몇 개와 친구 몇 명뿐이지.
……우리 모두 변했군.
오늘 우리가 술잔을 부딪칠 때 들리는 소리가 지난날의 장대했던 의욕이 깨지는 소리가 아니었으면 좋겠군.
아니, 아니지. 지금의 양현은 4품 관직에 한 도시의 지부 대인이잖아. 백성들이 너한테 만족하니 과거의 바람을 이미 이룬 거 아닌가?
아직 갈 길이 멀어. 상촉은 원래 활기찬 곳이야. 난 그저 차려진 밥상에 수저만 놓았을 뿐.
그럼 양대인께서 초심을 잊지 않길 바라며, 자, 건배.
건배.
염국의 신비학 연구는 줄곧 이 대지의 가장 심오한 비밀이야.
저희가 공유하지 않으려는 것처럼 말씀하지 마세요.
형식은 각자 다르지만, 이 땅의 다른 나라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같은 문제를 대처하고 있습니다. 이 땅에 놓인 문제는 같으니까요.
다만, 어떤…… 역사적인 이유 때문에 '베헤모스학' 분야에서, 전 테라를 망라하고 염국 사세대는 단연 독보적인 존재입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그럴 것입니다.
쉐라그에서는 아직도 그것들을 천지신명처럼 모시고, 사미에서는 그것들과 공존하는 있는 지금, 사세대의 연구는 이미 깊고 세밀해졌다는 말입니다.
사세대의 '세'자가 염국에서는 '쉐이'라고 읽는다던데, 그럼 그 '쉐이'가 니엔이 얘기했던 '쉐이'인 거야?
니엔이 고대 '제왕', '사냥', '일어선 것'에 대한 전설들을 말해주던가요?
(라바가 얘기해준 것들인데……)
옛날 사람들이 '천지신명'이라고 여기던 어떤 생물이 문명이 발전함에 따라 점차 모습을 감췄습니다.
소위 말하는 '쉐이'도 그중 하나죠.
어떤 '생물'……?
생물이란 정의가 어울리는지는 굳이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들이 나라와 백성에게 재해를 가져올 때, 염국은 녀석들을 처치할 능력이 있다는 것만 알면 됩니다.
……아주 일리가 있네.
이건 딱히 사세대의 기밀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대중들이 다 아는 그런 지식은 아닙니다.
그리고 학술 회담을 하자고 크루스 씨한테 얘기해 주는 것도 아니고요.
……
……니엔, 시, 그리고 상촉 어딘가에 숨어 있는 그 사람까지, 사세대는 세 사람을 계속 감시하고 있었죠.
원래는 이렇게까지 갑작스러운 일은 아닙니다만, 어느 날 산의 안개와 구름이 갑자기 사라지더니 사세대의 지촉인이 도착했을 때, 시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바로 며칠 전 얘기네.
사세대의 지촉인이 이 일을 조정에 보고하는데도 며칠 걸리지 않았습니다.
……대단하네. 회제산은 염국 수도에서 꽤 거리가 멀잖아.
로도스 아일랜드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개입했으니 죄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반대로 말하면,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 두 사람과 함께 했다는 건데, 전혀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죠.
지금은, 로도스 아일랜드가 사세대의 계획에 따라 용문인을 설득해 술잔을 우리에게 돌려주셨으면 합니다.
……역시, 양현은 애초에 너희 명령을 받은 거네~
그렇습니다.
미스터 리한테 용문에서 물건을 가져오게 하고, 일부러 도둑맞은 척 몰래 넘겨받을 생각이었지?
지부 대인의 이름은 그대로 부르면서, 그 용문인은 '미스터'라고 부르는 걸 보니 당신은 좋은 사람이군요.
염국 말로 '좋은 사람'은 다른 뜻이 있나?
오해하지 마세요. 비꼬아서 한 말이 아닙니다. 그저 용문인에 대한 믿음을 전혀 숨기지 않아서 하는 소리입니다. 그 사람이 로도스 아일랜드와 협력하는 사이이기 때문입니까?
사실 평범한 협력 사이가 아니야~ 친구라고 할 수 있지~
……친구는 많지 않습니다. 니엔과 시도 당신의 친구 아닙니까?
말을 들어보니 염국에서 사세대는 지위가 꽤 높은 것 같은데. 그럼 대체 누굴 속이려고 일부러 연극을 꾸민 거야?
그건 로도스 아일랜드가 알 필요 없습니다.
이렇게 쿨하게 인정한다고?
딱히 숨길 이유는 없으니까요. 다만 관리의 체면 때문에 약빠르게 행동하는 것뿐입니다.
자, 로도스 아일랜드에 많은 걸 알려줬겠다, 이젠 편견을 버리고 협력에 관해 얘기할 수 있겠죠?
……로도스 아일랜드가 도와줬으면 좋겠어?
그러면 그 미스터 리도 하기 편할 겁니다.
뭘 해?
쉐이를 제거하는 일이요.
……나 안 취했어. 부축하지 않아도 돼.
넌 손님이잖아.
난 그저 네가 용문에서 불러서 온 사람이지.
사실 전달자가 용문에 도착해도 널 못 찾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
사실 내가 용문에 사무소를 등록할 때, 너희가 찾아낼 거라고 생각했어.
리, 그런데 왜 갑자기 용문에 사무소를 차릴 생각을 한 거지?
거기가 염국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잖아.
더 밖으로 가면…… 난 갈 곳이 없으니까.
……돌아오면 되잖아.
돌아오고 싶지 않아.
양현.
……응.
사실 난 알아.
넌 언제나 다 알지.
용문이 네 집이 아닌데도 너는 반평생 용문을 원했잖아.
거기 있으면 내가 줄곧 하고 싶었던 일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찾았나?
찾았지. 하지만 사실 어디서든 찾을 수 있었던 거야.
예전에 와이틴푸이가 무예를 익혀서 천하에 이름을 알릴 거라고 했지.
예전에 양현은 세상 사람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사람들이 더는 무서워할 필요가 없도록 세도를 가르치고 싶다고 했지.
……너는?
예전의 나는 그저 한 마리의 린수에 불과했어. 겨우 물 밖을 살짝 뛰어올라 놓고 드넓은 하늘과 땅이 모두 내 고향인 줄 알았지.
……
하암, 너무 졸려. 내일도 고생해야 하니 너 먼저 가.
알았어.
몸조심하게.
……술이 안 남았네.
하아.
옛 친구여, 옛 친구여……
음……
......
......
……절묘한 한 수군.
……
내가 불리한 상황이니, 계속할 필요가 없지 않나?
그렇지.
계속할 필요가 없지.
문인의 네 가지 덕목에는 금기서화가 있지만, 하필 번번이 '기'인 바둑으로 나와 겨루는 건 날 괴롭히는 거 아닌가?
사람은 단점을 피하고 장점을 발전시켜야 하는 거니까.
시조나 노래는 내가 너를 당해낼 수 없잖아.
하긴.
또 지루해졌어?
태평한 세상.
태평한 세상이긴 하나, 염국만 태평일 뿐.
네 바둑돌은 염국 밖에 놓일 수 없잖아.
맞아, 내 바둑판은 염국에만 있지.
하지만 바둑 두는 자가 꼭 나라는 법은 없어. 그렇다면 이 땅의 다른 곳에도 있다는 것이지.
그자들은 너와 관계있나?
군자는 훈수를 두지 않고, 대장부는 수를 물리지 않는 법.
……넌 그냥 지켜보고 있을 뿐. 저 인간들을…… 분쟁 중인 인간들, 서로 얽혀있는 인간들을 바라보고 있을 뿐.
그냥 바둑을 보면서 바둑의 도를 깨닫는 것뿐이야. 무지한 아이들도 처음엔 모방부터 시작하니까.
……흠.
하지만 넌 그가 아니잖아.
……무슨 뜻이죠?
너는…… 엇, 너의 손에 그자의 바둑돌을 쥐고 있네.
그럼 네가 대신 두는 건가? 용문에서 온 리 씨?
예? 제가요……?
음. 이건…… 특이하군.
그자는 왜 너와 같은 평범한 사람을 이 판에 끌어들인 걸까?
그게 아니라면, 널 일부러 선택한 게 아니라 누구든 어떤 일이든, 언젠가는 이런 결과를 낳을 거라는 걸 이미 예측했던 걸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내 말은, 너는 실의에 빠진 그자가 아니라는 소리야. 하지만 그자의 자리에 앉아서 나와 바둑을 두고 있다고.
……당신은 누구세요?
링.
여긴 어딘지요?
여긴…… 백 년 전의 꿈속이다.
웃기시네, 내가 어떻게 백 년 전 꿈을 꿔요……
그러게……
어떻게 꿈을 꾸게 됐을까?
뭐 하러 온 거야!?
……!
음…… 뭔가 엄청난 꿈을 꾼 것 같은데…… 응?
거기 서!
……이 목소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