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사세행

TA-ST-1끊임없는 가르침

사이드 스토리브릿지2026-07-16

백진연 후 염국 각지에서 이상 현상이 속출한다. 진룡과 태위는 보름날이 지나면 군사를 일으켜 쉐이를 토벌하기로 약속한다. 좌락은 계원에서 나와 증표를 가지고 백조로 돌아간다. 한편, 첸은 베헤모스가 엮은 꿈에 들어선다.

등장 오퍼레이터: 좌락, , 호시구마, 레이즈 더 썬더브링어, 첸 더 던스트릭, 레코드키퍼,

[CG: cg_moonmasked]

???

“……이국의 방사가 말하길, 북쪽에 '경'이라 하는 큰 산이 있고, 그 산속에는 '와'라는 신비한 돌이 있다고 한다.

“그 크기와 높이는 천 장에 달하고, 옥처럼 영롱하며, 유리같이 투명하다……

그 빛은 밝고, 그 불꽃은 만 년 동안 꺼지지 않고 타오른다……”

“그것은 쇠도, 돌도 부수며, 만물을 창조한다. 그렇기에 그 이치를 알 수 없고, 원리 역시 헤아릴 수 없다……


“이 신물을 얻는다면 염국이 이 재난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선생님, 저는 이해가 안 됩니다. 저희는 이것을 얻기 위해 엄청난 희생을 치르지 않았습니까, 근데 왜 이걸 염씨 가문에 넘겨주려 하십니까?”

“그자가 전쟁을 일으키는 바람에 수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어찌하여 덕망 없는 군주를 돕는 겁니까?”


“우리의 뜻은 백성의 곤경을 해소하기 위함이지, 군주를 돕기 위함이 아니다…… 또한, 천명에는 때가 있는 법, 그 흐름 역시 한 사람이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니다……”

“이 전란이 하루빨리 끝을 맞이하고, 백성들이 더 이상 전란의 고통을 받지 않길 바랄 뿐……”

연로한 목소리

아…… 그렇지, 그래……!

연로한 목소리

이게……

연로한 목소리

……염국의 '천명'이로구나.


1102년 늦가을

호시구마

어이, 아직 당직이야?

당직 중인 근위국 멤버

오니 누…… 아니, 호시구마 경관님……

당직 중인 근위국 멤버

얼마 전에 추석에 시내에서 시민 하나가 꽃등을 구경하다 차도까지 나왔는데, 우리 쪽 순찰 인력이 부족해서 통제하지 못하는 바람에 사고가 날 뻔했어요.

당직 중인 근위국 멤버

그거 때문에 국장님이 얼마나 화를 불같이 내셨는지……

호시구마

아이고, 그건 좀 아니지.

당직 중인 근위국 멤버

하여튼, 저희 쪽에 징계가 내려와서 팀 전원의 이번 달 근무 시간이 배로 늘어났습니다.

당직 중인 근위국 멤버

그리고 한동안 웨이 총독이 안 계시니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호시구마

뭐,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호시구마

다들 고생이 많네. 먹을 걸 좀 가져왔으니까, 좀 나눠줘.

당직 중인 근위국 멤버

아이고 호시구마 경관님, 이런 걸 다……

호시구마

말은 잘하네, 보니까 배에서 천둥소리가 나던데? 일단 좀 먹어.

당직 중인 근위국 멤버

아니, 그건 아니거든요……

당직 중인 근위국 멤버

그나저나, 갑자기 천둥이라뇨?

당직 중인 근위국 멤버

어, 뭐야. 잠깐, 제 눈이 이상한 건가요 지금?

당직 중인 근위국 멤버

저기 하늘에 있는 게…… 뭐죠?


흥분한 관광객

뱃사공님, 잠깐만 세워주세요. 강 저쪽에 뭔가가 있는 것 같아요!

흥분한 관광객

백비스트일까요? 근데 백비스트가 어떻게 강에 나타난 거죠? 등에 뭔가가 있는데…… 술잔?

뱃사공

신기루입니다. 손님네 구오성 밖에도 있을 거예요. 그다지 신기한 건 아닙니다.

뱃사공

(……소멸.)

흥분한 관광객

이런, 갑자기 웬 비가…… 그런데 백비스트는요? 어디로 간 거죠?

뱃사공

하아……

뱃사공

올해의 가을비…… 사람이 얼어 죽는 건 아닌지 걱정되는군요.


염국 병사

비상! 비상……

염국 병사

베헤모스…… 베헤모스가 최후의 경계선에 도착했다!

염국 병사

1급 경계 태세! 반복한다. 전군은 즉시 1급 경계 태세에 돌입한다!

염국 병사

*염국 욕설*……

염국 병사

저건 괴물이나 '짐승'이 아니잖아! 저건 산이야…… 산이라고……!


하인

멈추십시오.

하인

태위께서는 병상에 계십니다. 그 누구도 만날 수 없……

하인

……앗!

그림자 속 인물

태위는 안에 있는가?

하인

예…… 예!

그림자 속 인물

……안내해라.

[CG: cg_eave]
태위

쿨럭…… 콜록콜록……

태위

……아까 꿈속에서 어렴풋이 옛 지인을 본 것 같았는데……

태위

저는…… 선왕 폐하께서 저를 데려가려고 오신 줄 알았습니다.

그림자 속 인물

태위가 늘 선왕 폐하를 그리워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림자 속 인물

하지만 지금 뒷일을 걱정하는 건 너무 급한 것 같군.

태위

폐하께서…… 친히 오셨는데……

태위

소신이…… 일어나 예를 갖추지 못해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그림자 속 인물

……며칠 못 본 사이에 많이 초췌해졌군.

그림자 속 인물

약은 먹었나?

태위

친히 걱정해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태위

폐병은 소신의 오랜 고질병입니다…… 추석 날씨가 평소 같지 않았던 데다 갑자기 오한이 들어서……

태위

아무래도 이 못 쓸 몸뚱어리는 이번 겨울을 넘기기 어려울 듯합니다……

그림자 속 인물

……태위는 염국의 뼈대와도 같은 신하 아닌가,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말아라.

그림자 속 인물

염국 밖에서 쳐들어오는 크고 작은 외세를 수도 없이 막아낸 태위가 겨우 오한 따위를 두려워해서 되겠는가.

그림자 속 인물

편히 쉬게, 태위가 조속히 건강을 회복해 나와 근심을 나누고 염국의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겠다.

태위

쿨럭…… 늙고 아둔한 소신에게…… 어찌 쓰임새가 있겠습니까.

태위

지금의 염국에는 인재가 넘칩니다. 게다가, 큰일 작은 일 전부 폐하께서 지혜롭게 판단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이 늙어버린 소신이 참견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그림자 속 인물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그림자 속 인물

태위는 내 독단에 불만을 품고 병환을 핑계 삼아 집으로 돌아온 게로군.

태위

제가 어찌 감히…… 그런 황송한 일을.

그림자 속 인물

지난 보름 동안, 각지 관청과 각 부처 관료들이 보낸 전쟁 상소문이 내각 문턱을 넘어 내 책상까지 가득 메웠다.

그림자 속 인물

정말 엄청났지, 다들 목숨을 내놓는 심정으로 간언했다.

그림자 속 인물

태위는 지금 같은 때 병가를 청하다니, 대체 나더러 어쩌라는……

태위

콜록…… 폐하께서는 보셨습니다……

태위

지금 염국 천하가 이 천 년 묵은 난제에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를……

태위

설령…… 소신을 믿을 수 없다고 해도……

태위

……'인심이 가리키는 방향'은 믿으셔야 합니다.

그림자 속 인물

……

그림자 속 인물

염국의 장병들이 피를 흘리며 죽는 것을 피할 수만 있다면, 어떤 해결책이든 시도해 볼 생각이다.

그림자 속 인물

나는 태위가 내 마음을 가장 잘 헤아리는 줄 알았는데.

태위

폐하께서는 염국의 청사를 천 권이나 숙독하지 않으셨습니까…… 콜록…… 설마 모르시는 건 아니겠죠……

태위

예로부터 지금까지 마땅히 흘려야 할 피를…… 흐르지 않게…… 아니, 그걸 피하려 한다고 피했던 적이 있었습니까?

태위

결단이 필요할 때는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완벽만을 추구하며 눈앞의 문제만 해결한다면…… 흘려야 할 피가 더 많아질 뿐이죠.

태위

저는…… 폐하께서 이 이치를 이미 알고 계신다고 생각했습니다만……

그림자 속 인물

……

태위

그 죄인이 쉐이 능묘에 들어간 지 보름이 지났는데, 아직도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태위

지금 염국은 사방으로 어지러운 상황입니다. 그 다섯 베헤모스뿐만 아니라 외적들까지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고 있지요……

태위

녀석들이 쉐이 능묘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염국은 훨씬 더 위험해질 겁니다.

태위

이건 저 혼자만의 견해가 아닙니다……

태위

설령 제가 폐하를 도와 잠깐 민심을 억누른다고 해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않을 겁니다……

그림자 속 인물

……그러면 나더러 어쩌라는 거지?

태위

소신이 감히 폐하의 칙령을 철회해달라 간언할 수는 없습니다……

태위

제가 바라는 것은…… 그저 기한을 정해 주시는 것뿐입니다.

태위

……염국이 기다릴 수 있는 최후의 기한을 말입니다.

그림자 속 인물

……

그림자 속 인물

그게 과연 흘려야 할 피였는지는 수백 년 후에 사관과 백성들이 스스로 판단하겠지.

그림자 속 인물

단지 지금의 상황에서, 태위의 생각으로도…… 내 생각으로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건 아닐지 두려울 뿐.

그림자 속 인물

하지만, 하나 물어보지. 기다릴 수 없다는 건 염국인가, 아니면 공을 세우려는 자들의 마음인가?

태위

……폐하……

그림자 속 인물

……하지만, 태위의 말에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그림자 속 인물

내 기억이 맞다면, 그자가 쉐이 능묘에 들어간 건 8월의 망일 다음날……

그림자 속 인물

그렇다면 다음 망일까지 기다려보겠다.

그림자 속 인물

만약 그자가 쉐이 능묘에서 무언가 결과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태위의 뜻대로 하겠다.

태위

폐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림자 속 인물

그럼 그렇게 하지.

그림자 속 인물

……태위, 오한이라는 게 위독한 병 같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잘 요양하게.

그림자 속 인물

단연의 배가 폐에 좋다고 하더군, 이따가 사람을 시켜 몇 개 보내겠다.

그림자 속 인물

오늘 배를 먹고 한숨 푹 자면 태위의 병도 나아질 거다.

그림자 속 인물

내일 조회에 늦지 말도록.


망일 사흘 전

운청평

우리…… 나온 겁니까?

린 칭옌

베헤모스 대리인들의 능력…… 정말 신기할 따름이군요.

린 칭옌

진무식이 이제야 끝난 걸까요?

좌락

어쩌면요……

좌락

뭔가 이상합니다. 도대체 이 진무식을 끝낸 게…… 몇 번째일까요?

좌락

우리가 계원에 얼마나 있었죠?

린 칭옌

천사부 단말기 시간을 보면, 계원에 들어간 날부터…… 보름 정도 지난 것 같아요.

좌락

보름이요? 그런데 왠지 안에서 아주 오랜 시간을 보낸 기분이 듭니다……

좌락

그동안 쉐이 능묘 쪽에는 다른 움직임이 있었을지……

운청평

좌 공자님, 방금 '몇 번째'라고 하셨습니까……?

좌락

우리가 여기에 있는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요.

좌락

진무식을 끝내고, 옥자를 챙겨서 계원을 나온 뒤, 마을로 돌아온 게…… 몇 번이나 있었던 일 같아요. 그리고 또……

좌락

이 선생이 저희를 맞이했던 적도, 그 바둑꾼이 우리를 막았던 적도 있는 것 같습니다.

좌락

허우서우가 나비로 변해서 쉐이에게 중상을 입혔던 적도…… 도중에 창괴의 계략에 빠져 뜬금없이 계원에서 쫓겨난 적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린 칭옌

그런 느낌이 계속 들었나요?

좌락

아니요. 이전까지만 해도 뭔가 이상한 것 같은 느낌만 들었는데, 조금 전에야 갑자기 계원에 여러 번 반복해서 들어갔다 나온 느낌이 들었습니다.

운청평

그렇다면 진무식이 이제야 진짜 끝난 걸 수도 있겠네요.

좌락

……그랬으면 좋겠군요.

좌락

참, 증표는 누가 가지고 있죠? 이 선생의 진무식이 끝날 때마다 옥자를 받은 사람이 달랐던 것 같은데……

린 칭옌

저한테는 없네요.

운청평

저도 아닙니다.

좌락

그렇다면 설마……

작은 물건 하나가 좌락의 주머니에서 떨어졌다.

모두의 예상과 달리 그것은 옥자가 아니라 작은 '인형'이었다.

좌락

이건……?

좌락

이모, 운청평 씨, 저희가 이런 물건을 받았던 적이 있었던가요?

???

이야, 다들 살아서 나오다니 기량이 상당하네.

린 칭옌

조사님!

좌락

조…… 조사님.

'노천사'

어이 꼬맹이, 너는 천사부 소속도 아닌데 왜 친한 척이야?

좌락

아, 그렇다면 제가 호칭을 어떻게 해야……

'노천사'

호칭 같은 소리 하네, 넌 경공이 뛰어나서 발이 빠르니까 네가 해야 할 일을 하러 가.

좌락

할 일이요?

'노천사'

지촉인이 계원에서 증표를 얻었으면 뭘 해야 할까?

좌락

사세대로 복귀해 옥자를 제출해야 합니다.

'노천사'

알면 얼른 갈 것이지, 뭘 꾸물대?

좌락

하지만 옥자가……

'노천사'

증표는 증표인 거야, 모양이 다르다면 나름의 이유가 있는 거겠지. 됐으니까 어서 사세대로 복귀해, 설마 그 대리인이 도난신고라도 할까 봐?

좌락

선배님, 하나 더 여쭙고 싶습니다. 지금 백조는……

'노천사'

그만 꾸물거려, 너랑 나 중에 도대체 지촉인이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노천사'

백조가 어떤 상황인지는 직접 가서 보면 알겠지?

'노천사'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알아서 눈치껏 움직일 줄을 모를까?

좌락

……네, 알겠습니다.

린 칭옌

좌락이랑 같이 가겠습니다.

'노천사'

너는 남아.

린 칭옌

조사님……?

'노천사'

백조에는 지금 재판할 사건 같은 건 없어, 넌 돌아가 봤자야. 그러니까 여기에 남는 게 더 나아.

'노천사'

거기 운 씨, 너도 똑같아. 너희는 사세대 사람이 아니니까, 일 번거롭게 만들지 말고 남아 있어.

셋은 잠시 시선을 교환했지만, 묵묵히 명령을 따라야 했다.

좌락은 증표를 품에 넣고 작별 인사를 한 후 빠르게 떠났다.

운청평

저기…… 선배님,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운청평

저희가 쉐이 능묘에 들어가기 전에 자칭 산해중이라 하는 숙녀분을 데리고 가셨잖습니까. 그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노천사'

호오? 얼뜨기 같아 보여도, 아직 그 계집애를 기억하고 있었구나?

운청평

전 그저 그분께서 계원에 염국과 쉐이의 전쟁을 막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했다는 걸 기억할 뿐입니다.

운청평

선배님께서는 저희가 계원에 들어가도록 특별히 허락해 주셨습니다. 그런데도 방금 좌 공자가 들고 있는 증표를 검사할 생각이 전혀 없으셨어요.

운청평

그렇다는 건…… 그 여자가 한 말이 사실이고, 그걸 전적으로 믿고 계신다는 뜻 아닙니까?

'노천사'

이야…… 네 눈치는 그 무술 가르치던 녀석이랑 아예 딴판이구나?

운청평

저는 물론 선배님의 지시에 나름의 뜻이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다만 그게 그렇게 중요한 물건이라면, 좌 공자님이 위험한 일을 당하게 되는 건 아닐지 걱정될 뿐입니다……

'노천사'

흥, 위험 같은 소리 하네…… 지금 이 상황이라면, 이제 그 누구도 이 일에서 발을 뺄 수 없어.

'노천사'

그 녀석이 정말 지촉인으로서 각오가 돼 있다면, 이럴 때도 앞장서야 하는 법이지.

……

……무슨 일이야? 그렇게 답답해 보이는 건 오랜만이네.

그 사람들이 증표를 무사히 전달할 수 있을까요? 걱정입니다.

증표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지켜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고,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증표를 어디로 전달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이니까요.

노천사가 그렇게 해준 것만으로도 이미 우리를 상당히 배려한 거야. 남은 일은 우리 가족의 운명에 달렸겠지.

결국 그 친구들을 끌어들이게 될 줄은 몰랐는데,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걱정된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백여 년 동안 많은 사람이 이 정원에 들어왔지.

하지만 우리가 잃어버린 기억 속에 있던 한 줄기 숨결과 기회를 꺼내서 이 세상에 전달해 준 건 그들뿐이었어.

어찌 됐든 그 친구들이 우리 일가와 어느 정도 인연이 있는 거라고 믿어야겠지.

옳은 말씀입니다.

하아, 세상 만물이 아무리 다양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려면 인연이라는 게 필요한 법이야.

일찍 표를 사고, 지도를 외우고, 계획을 세우고, 정문 앞에서 개장을 기다린다 해도, 악천후 때문에 아무것도 못 보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

물론, 아무 문으로나 계원에 들어와서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닌다 한들, 마음이 한 곳을 향하고 있다면, 우연히 정답을 찾게 되는 경우도 있는 법이야.

흥이 돋으면 오고, 흥이 다하면 돌아가는 것…… 억지로 끝까지 보려고 하면, 오히려 덜 아름답다고 느끼게 되지.

우리는 이곳을 잘 지키면서 마음 편히 기다리자고……

……이 아름다운 경치는 정말이지 쉽사리 내려놓을 수 없단 말이야.


???

노인의 목소리

……귀찮아 죽겠군그래. 같은 말을 반복해서 하고 있자니 입이 바짝바짝 타는구먼.

노인의 목소리

이거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온 거 아닌가? 수천 년 동안 논쟁했는데도 그 돌머리로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 것 같군.

중후한 목소리

귀공이야말로 더 구제 불능이지. 학문 솜씨가 그 억지 부리는 재주 반만큼만 됐어도 좋았을 텐데 말일세.

중후한 목소리

규칙이 없으면 질서가 잡히지 않는 법. 사람이라면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연히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을 구분해야 하지. 이런 간단한 이치도 모르는가?

중후한 목소리

정말 귀공의 말대로 모든 이가 만물을 똑같다고 보면서 옳고 그름을 무너뜨린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엉망진창이 되겠는가?

노인의 목소리

황당한 소리를 하는군…… 자네가 고집하는 그 규칙이라는 것도 결국 스스로를 옭아매는 일에 불과하네.

노인의 목소리

그렇다면 하나만 묻겠네. 집 한 채, 건물 하나, 성 하나, 못 하나를 만드는 것에는 기본적인 규칙이 필요한 법일세.

노인의 목소리

하지만 천고의 공과를 재고, 만백성의 민심을 헤아리고자 하는 일에…… 대체 무엇을 규칙으로 삼아야 하겠는가?

중후한 목소리

규칙이란 때에 맞춰 세우고, 사람을 위해 세우는 것이라네.

중후한 목소리

내가 언제 규칙을 위한 규칙을 세우자고 했는가?

여긴…… 어디지……?

……당신들은 누구지?


소박한 옷차림의 노인

그래, 그래…… 그러면 내 반대로 묻겠네.

소박한 옷차림의 노인

규칙은 반드시 세워야 하는 것이라 하였는데, 그렇다면 누가 그 규칙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나?

기묘한 모습의 장인

그건 당연히 덕이 있는 사람이 정하는 거지…… 덕이 있어야만 사람들이 따르고, 모두가 믿고 따라야만 규칙이 될 수 있으니 말일세.

소박한 옷차림의 노인

자, 보시게. 문제가 나오지 않았는가?

소박한 옷차림의 노인

규칙을 정하려면 먼저 덕이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그렇다면 대체 어떤 사람에게 덕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자네가 말한 덕 있는 이를 찾으려면 또다시 규칙을 정해야 하는 건 아닌가?

소박한 옷차림의 노인

만 년을 헛사셨구먼. 파울비스트가 먼저인지 파울비스트 알이 먼저인지 같은 문제조차 분간을 못 하시는구려.

기묘한 모습의 장인

하! 정말이지 억지로군, 억지로다.

기묘한 모습의 장인

이 세상엔 애초부터 '정의'라는 규칙이 있었거늘, 그게 어찌 사람이 멋대로 지어낸 것이겠는가?

당신들……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거야……?

소박한 옷차림의 노인

허어, 이쪽도 슬슬 깨어날 모양이구려.

소박한 옷차림의 노인

깼는가? 아직 꿈속인가?

기묘한 모습의 장인

물어볼 필요도 없네. 저렇게 흐리멍덩한 꼴을 보니 아직 꿈속인 거겠지.

소박한 옷차림의 노인

아무래도 아직 비몽사몽인 것 같군. 이 아가씨, 지금 난제를 맞닥뜨려서 머리가 무척 아픈 모양이야.

기묘한 모습의 장인

완고하고 둔한 데다 사리에 밝지 못하니, 자연히 무슨 문제를 만나도 머리가 아플 테지. 어떤 길로 가든 벽에 부딪힐 걸세.

소박한 옷차림의 노인

맞는 말이야……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이 일치하지 않는 아가씨로구먼. 본성은 흐르는 대로 흘러가게 두는 사람이, 자의적으로 무언가를 이루려 하다니, 말 그대로 자가당착이군.

기묘한 모습의 장인

이 지경까지 와서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공정함'을 찾아 주머니에 넣어 가고 싶어 하는 꼴이라니, 쓸모없는 내 제자보다 더 멍청해 보이는구먼.

기묘한 모습의 장인

그래, 세상에서 제일가는 바보가 아니고서야 어찌 그런 망상을 할 수 있겠나?

소박한 옷차림의 노인

자네도 너무 그렇게 나무라지 마시게. 린수를 구하려 나무에 올라가고 불을 구하려 얼음을 두드리는 이가 이 세상에 어디 한둘인가? 우리가 뭘 어쩌겠는가?

소박한 옷차림의 노인

그래도 하나 확실한 건……

소박한 옷차림의 노인

이 아가씨는, 정말 바보로군 그래……

누구……


냉담한 여성

무슨 일인가요?

아무것도 아니야……

방금 아무 소리 못 들었어?

냉담한 여성

정말 이상한 사람이네요. 조금 전부터 계속 넋이 나가 있는 것 같아요.

냉담한 여성

설마 그 창괴들 때문에 머리가 어떻게 된 건 아니겠죠? 그렇게 되면 저도 어쩔 도리가 없어요.

고맙지만, 그 정도까지는……

그냥…… 내가 마치……

여기에 처음 온 게 아닌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