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삶의 길

BP-8“존속이란?”

사이드 스토리작전 전2024-12-03

밀리아리움의 남은 도시들은 높은 벽으로 변형되어 육지로 끊임없이 밀려오는 시본의 무리를 막는다. 항로 계획은 실패했지만, 에기르의 항로는 전례 없던 방식으로 개척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루실라, 켈시, 아이린, 글래디아, 스펙터, 스카디, 울피아누스, Mon3tr, 스펙터 디 언체인드, 언더플로우


카시아

콜록콜록……

카시아

다행이야. 하마터면 잡힐 뻔했어……

???

카, 카시아, 계속 널 찾고 있었어. 이렇게 오랫동안 어디에 있었던 거야?

카시아

……루실라?

카시아

여기서 멍하니 서서 뭐 해?

루실라

도시 유닛 프레임 점검이 필요해. 이것도 전투의 일부야. 비콘탑 쪽은…… 도시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카시아

시본이 밀리아리움에 침입했어. 그 탑은 이미 소굴이 됐지.

카시아

여긴 내게 맡기고 넌 빨리 피해.

루실라

너무 위험해…… 난 여기 남겠어. 너와 함께 있을 거야.

카시아

괜찮은데, 윽……

루실라

카시아, 다쳤어?!

카시아

응.

루실라

설마 여기 오면서 시본에게……

루실라

아니지, 시본이 이런 찰과상을 입힐 수는 없는데……

루실라

누구한테 공격받은 거야?

카시아

콜록콜록!

루실라

잠깐만, 안전밸브를 왜 빼는 거야?

루실라

잠깐, 앞으로 밀지 마. 그렇게 하면 아래층의 자가 점검 시스템이 차단돼서 이곳의 도시 유닛 프레임이 작동을 멈출 거야……

루실라

아니지. 넌 당연히 나보다 더 잘 알 텐데……

루실라

카시아, 이게 네 진짜 목적이야? 너, 넌 심해 교회 사람이었어?

루실라

……

루실라

그래서 해양 순찰대가 툴리아를 조사할 때 일부러 툴리아가 의심받도록 유도한 거야? 설마, 툴리아의 실종도 네가……

루실라

내 목에 뭘 건 거야?

카시아

긴수염 이빨풀이야. 트랙용 산호 재배를 담당하는 친구의 작품이지. 움직이지 마. 그 촉수에 피부가 찔리면 고통스럽게 죽게 될 거야.

카시아

이제, 너는, 콜록…… 여길 떠나. 네가 충분히 멀어지면 그건 저절로 떨어질 거야.

카시아

너, 여기서 벗어나고 싶었지?

카시아

사실 우리가 동료가 되기 전에, 발전계획소에서 우연히 네 평가 자료를 본 적이 있어.

루실라

……

카시아

네가 그 데이터 분석가를 신경 쓴 건, 밀리아리움의 그 철수가 여전히 마음에 남아있었기 때문이지?

카시아

멀리 화산 에너지 스테이션의 불빛이 하나씩 꺼져가는 걸 보면서, 주변엔 끝없는 어둠만 남았지. 어둠 속에선 바다의 파도 소리와 굉음과 바스락거리는 이상한 소리만 남았어……

카시아

그게 바로 바다 본연의 모습이야.

카시아

그 순간, 너는 밀리아리움 통틀어 바다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어. 당신은 돔 사이의 틈새에 서 있었고 주변엔 아무도 없었지.

카시아

발전계획소는 당신의 심리적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고 평가했기에, 널 돔 시스템에서 지상으로 전환 배치하도록 승인했어. '고소공포증'은 그저 실없는 농담일 뿐이지.

카시아

네 마음 깊은 곳에 어떤 것이 숨겨져 있는지 어쩌면 너 스스로도 깨닫지 못했던 건지도 모르지……

루실라

……

카시아

남은 시본들이 곧 이 길이 아직 통과할 수 있다는 걸 알아챌 거야. 너는 다시 그들과 마주하고 싶지 않겠지.

카시아

어서 가, 아직 늦지 않았어.

루실라

……

카시아는 안전밸브를 잡고 계속 앞으로 밀었다. 옆에 서 있는, 늘 농담을 즐겨하던 후배를 더 이상 쳐다보지 않았다.

안전밸브가 갑자기 멈추며 귀를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를 냈고, 카시아는 조금도 더 밀 수 없었다……

가느다란 손이 반대쪽을 막고 있었다.

카시아

루실라?

루실라

하, 평소라면 화를 내며 네게 반박했겠지. 아니면 이런 풀 따위를 내 잉크병에 집어넣다니, 장난이 너무 서투르다고 했을 거야.

루실라

하지만, 너무 밝아…… 비콘탑이 가라앉는 방향, 우리 머리 위의 돔, 온 대륙붕에 있는 시본들이 모두 밀리아리움으로 몰려오고 있지?

루실라

이 기이한 색의 빛 뒤에 있는 건 뭐야?

루실라

카시아, 네 말이 맞아. 시본이 우리의 삶을 침식하고 있어. 난 이미 생생히 직접 경험했으니, 잊을 수가 없지.

루실라

난 툴리아가 부러워. 우린 비슷한 일을 겪었는데, 툴리아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을 지켜냈어. 정말 대단해!

루실라

하지만 난 돔에서 지상으로 도망쳤고, 방금 네가 오기 전까지도 이곳에서 도망치고 싶었어……

루실라

하지만 난 어디로 가면 되는 걸까?

루실라

카시아, 난 네가 도시 유닛 프레임을 파괴하도록 놔둘 수 없어. 시본이 밀리아리움의 다른 도시 유닛으로 침투하게 내버려 둘 순 없다고. 이 풀 따위가 정말 내 목숨을 앗아간다 해도!

루실라

왜냐하면, 왜냐하면 내 뒤에는 길이 없으니까.

카시아

콜록콜록……

카시아

넌, 힘이 정말 세구나……

루실라

로렌티나 씨의 부모님께서 가르쳐 주셨어. 돔은 분명 아름답지만, 이 투명한 구조물은 사실 에기르 도시의 눈이라고.

루실라

사실, 난 최근까지도 계속 스스로에게 물었어…… 우리가 전쟁 중이라면, 눈은 위험을 주시해야 하는 게 아닐까?

루실라는 꿋꿋이 앞을 바라보았다. 기묘한 빛깔들이 그녀의 눈동자에 비쳤고, 귓가에서는 휘몰아치는 파도 소리와 바다의 아이들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젊은 에기르인은 안전밸브를 꽉 붙들었다. 루실라는 손을 놓지 않았고, 놓을 수 없었다.

누군가 루실라의 어깨를 강력한 힘으로 눌렀다. 이미 굳어버린 근육이 거의 강제로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했다. 그제야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

세쿤다

진정하세요, 루실라 씨.

루실라

카시아는……

세쿤다

일시적인 마비입니다. 실수로 빗나가는 바람에 살짝 긁히는데 그쳤죠. 그래서 독소 작용이 이렇게 뒤늦게 나타난 겁니다.

세쿤다

당신의 안전이 위협받았군요. 죄송합니다.

클레멘티아

집정관 클레멘티아가 밀리아리움 전 도시에 명령을 내립니다!

클레멘티아

비콘탑이 있는 도시 유닛의 분리가 완료되면, 나머지 도시는 육지 방향으로 이동하여 시본의 포위망에서 빠져나오십시오!

클레멘티아

이동 과정에서 도시 유닛 프레임 연동 장치를 재가동하여 구조를 재구성하고, 중력장을 전면 개방하여 육지로 몰려드는 시본을 차단하십시오!

클레멘티아

제8군단, 제10군단 및 해양 순찰대 등 이동이 가능한 모든 함선은 교대로 출항하여 도시를 호위하십시오!

세쿤다

루실라 씨. 카시아에 대한 사건 보고서는 당신이 작성하는 게 더 적절할 것 같군요.

루실라

이대로 허브항으로 가세요. 집정관이 내린 전투 임무가 더 시급하니까요.

루실라

카시아는 이미 제압됐으니, 먼저 의사에게 데려가요. 그다음에…… 처벌을 받게 해야겠죠.

루실라

그리고 도시의 구조를 재구성을 한다면, 돔 시스템을 중력장의 발생원이 되고, 대규모 시본 무리와 정면으로 맞서게 될 거예요. 그쪽 인력이……

루실라

긴급 복귀 신청서를 제출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세쿤다

루실라 씨, 당신은 매우 용감한 분입니다.

루실라

듣고 있었군요……

세쿤다

네. 그전에 당신도 의사의 진찰을 받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긴수염 이빨풀은 신경 독성이 정말 강하니까요.

루실라

아…… 알겠어요.


전투함 조종사

범퍼 장갑, 함포 탑재, 감시 유닛, 위장 코딩, 추진 시스템…… 전체 시스템 점검 완료. 언제든 출발 가능합니다.

전투함 조종사

최대한 빨리 지정된 해역에 도착해 북쪽에서 오는 시본 떼를 막겠습니다.

허브항 관리자

무기 시스템의 모든 권한이 허가되었으니 망설이지 마라. 시본이 밀리아리움에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도록.

전투함 조종사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허브항 관리자

제군들은 첫 번째일 뿐이다. 뒤이어 작동 가능한 모든 함선이 전투에 투입될 것이다.

허브항 관리자

지금부터 교대로 출항하여 재구성 중인 밀리아리움을 호위하고, '높은 벽'을 뒤이어 구축하여 육지로 밀려오는 시본 무리를 막아낼 것이다.

허브항 관리자

그러니 명심하라. 교대 지시를 받으면 즉시 귀환해 보급을 받도록.

전투함 조종사

알겠습니다.

허브항 관리자

……시본 발견!

허브항 관리자

도시 내에 남아있던 시본이 허브항에 침입했다. 함선 격납고에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하라!

시본

(고통스럽게 몸을 뒤튼다)

스카디

시본들이 소굴에서 매복해 우리를 노린 것뿐만 아니라, 도시도 기습한 것 같네.

스카디

……정말 짜증 나.

시본

(빠르게 익막을 펄럭인다)

스펙터

조각상을 휘감고 있어요? 뭘까요, 도시에 왔더니 시본에게 미적 감각이라도 생긴 걸까요?

스펙터

그래도 《고통을 마시는 자》 조각상은 딱히 걸작이라고 할 순 없죠. 부서져도 딱히 아쉬울 건 없네요.

스카디

솔직히, 팔 하나가 없으니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보여.

스펙터

칭찬 고마워요, 스카디. 괜찮아요?

스카디

소굴에서 나온 후에는 좀 나아졌어.

스펙터

다행이군요.

허브항 관리자

……헌터들이다!

허브항 관리자

어비설 헌터스가 무사히 도시로 돌아왔다!

스펙터

소드피쉬.

스카디

제2대 대장, 너도 그 사람을……

글래디아

물론이죠.

글래디아

이미 만났어요.

글래디아

좋은 타이밍에 돌아왔군요. 여러분도 세쿤다가 긴급 채널에서 한 보고를 들었겠죠?

글래디아

밀리아리움에 은밀히 잠입해 비콘탑 중앙 통제실에 침입했고, 항로 계획의 무기 기술 고문을 처형한 뒤, 결국 시본과 함께 대양으로 돌아가는 걸 선택했죠.

글래디아

울피아누스에 대한 혐의는 사라지기 힘들겠군요.

글래디아

울피아누스를 체포하고 처형하는 건, 앞으로 어비설 헌터스로서 피할 수 없는 임무가 될 거예요.

스카디

제2대 대장……

스펙터

……

글래디아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우리 임무는 각 도시 유닛에 흩어진 시본들을 수색하고 그 쓰레기들을 모조리 쓸어버리는 겁니다.


'시본'

……이야기는 다 끝났다.

클레멘티아

마르투스, 당신은 계속 가장 핵심적인 문제에서 회피하고 있습니다.

'시본'

가장 핵심적인…… 문제……?

클레멘티아

당신의 설명에 따르면, 유적 아래의 모든 변고, 당신이 저지른 죄 그리고 초래된 악몽은 마치 어떤 신비로운 색채로 둘러싸인 '필연성'에서 비롯된 것 같군요.

클레멘티아

하지만 제가 아는 마르투스는 괴팍한 성격의 사려 깊은 사색가였죠. 그는 습관적으로 의심했고 결코 어떤 결정도 독단적으로 내리지 않았어요.

클레멘티아

마르투스는 쉽게 이성을 버리고 신비주의의 함정에 빠지 않을 겁니다. 더군다나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타인의 가치를 무시하지도 않죠.

'시본'

……난 선택했고, 결과를 만들어냈다.

'시본'

과거의 마르투스가 그 결정을 내리기 전에 어떤 생각을 했는지가 뭐가 그렇게 중요하지?

켈시

마르투스의 과거 선택이 지금의 너를 만들어냈지. 마르투스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하지 못하면, 네가 어떤 존재인지 이해하는 것도 불가능해.

'시본'

……켈시, 너마저 이런 사소한 것에 관심을 가지는 건가?

'시본'

(두개골 속의 핵이 회전한다)

'시본'

알았다.

'시본'

너희들은 당연히 신경 쓰이겠지. 그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시본'

예전의 그 인간은 이종의 피와 살을 먹기 전에도 긴 고뇌를 겪었지…… 하루? 아니면 며칠 밤낮이었을까? 유적의 깊은 곳에서는 시간을 측정할 수 없었다.

'시본'

그는 두려워했고 의심했다.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야만 했지.

'시본'

위기는 어디서 오는 것인가? 그것은 언제 테라에 닥칠 것인가? 그는 자신의 평생을 바쳐 배운 모든 수단을 써서, 해독할 수 없는 것을 해독하려 했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려 했다.

'시본'

만물이 소멸한 우주에서 어떤 생명, 아니 어떤 하나의 생물 개체가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것은 도대체 어떻게 탄생하는 것일까?

'시본'

시간이 무한하다면, 아주 작은 린수라도 단말기에서 궁극의 진리를 도출해 낼 수 있겠지. 하지만 시간이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사치스러운 자원이야……

'시본'

눈앞의 베헤모스가 파멸의 전조를 예견했는데, 그분과 그분의 자손들이 과연 생명의 연속성을 이어갈 수 있을까?

'시본'

만약 그렇다면…… 그것들은 얼마나 방대한 개체수와 극단적인 번식의 효율을 가져야, 유한한 시간 내에 본능적으로 파멸을 극복할 답을 찾아낼 수 있을까?

'시본'

한 해역, 한 행성, 아니면 한 은하 전체를 갉아먹어야 할까? 그렇다면 그것들의 삶은 얼마나 많은 죽음을 대가로 치러야 할까?

'시본'

만약 불가능하다면, 진정한 답은 어디에 있을까? 대양의 이면, 하늘의 저편, 아니면 테라인이 닿을 수 없는 별들 사이?

켈시

……네 일생을 바쳐도 정확한 결론을 도출할 수 없겠지.

켈시

네가 가진 정보로는 모든 가능성을 계산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니까.

'시본'

그래, 켈시. 하지만 과거의 마르투스는 추론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시본'

그의 어깨 위에는 위기와 가능성이 동시에 있었고, 그의 발밑에는 보이지 않는 철사가 있었지……

클레멘티아

원래대로라면 당신은 즉시 국가에 보고할 수 있었습니다.

클레멘티아

에기르는 당신이 두려워하는 모든 것을 받아들였을 겁니다. 과학원의 가장 오래된 문헌으로 당신이 본 과거를 검증하고, 기술원의 가장 첨단 장비로 당신이 본 미래를 예측할 수 있었을 테죠.

'시본'

선택권을 다른 이에게 넘기는 것은 해방인가? 아니면 도피인가?

'시본'

수많은 사람이 내린 선택이 소수의 사람이 내린 선택보다 더 정확한가? 아니면 더 모호한가? 더 신중한가, 아니면 더 자의적인가?

'시본'

만약 생명을 지속할 수 있는 수단이 문명이 아니고, 파멸을 극복할 종이 인류가 아니라면, 에기르는 어떤 태도를 취했을 것인가……

클레멘티아

그만하시죠, 마르투스.

클레멘티아

처음부터 이런 모든 가능성을 생각하고 이런 끔찍한 대가를 예견했다면, 당신이 마침내 선택한 타락이란 행위는 더욱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시본'

에기르인이여, 틀렸다. 난 자신을 변호하는 것이 아니다.

'시본'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바로 그때, 한 작은 생명체가 내 헛된 생각을 중단시켰다는 것이다.


[CG: 51_i07_1]
'시본'

그것의 촉수는 가늘었고, 몸도 조화롭지 않았으며, 반투명한 피부막으로는 단순한 내장 기관이 선명하게 보였지……

'시본'

그것은 이샤-믈라의 체내에서 태어났다. 언제 선체의 벽을 타고 기어올랐는지, 아무 거리낌 없이 내 발목을 핥고 있었지……

'시본'

그것은 자신이 곧 죽을 것이란 걸 모르고 있었을까?

'시본'

모니터링 패널에는 생체 신호가 빽빽하게 나타났다. 그 작은 생명체는 자신의 결말이 그저 그 무의미한 기호 중 하나로 변할 뿐이란 걸 몰랐을까?

'시본'

베헤모스가 길러낸 그 생명체는 베헤모스가 본 그 끔찍한 장면을 보지 못했을까? 종족 전체의 운명이 단지 파멸을 예고하고 파멸을 맞이하는 것뿐이란 걸 몰랐을까?

'시본'

아니…… 그것은 그저 정해진 파멸의 결말을 향해 평온하게 꿈틀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본능, 오직 본능에 따라서.

'시본'

그런데 우리는 어떻지? 하나의 결정을 내리기 전에 항상 수많은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수많은 우려들을 취사선택하지.

'시본'

우리는 자신의 결정이 어떤 대가를 치르고, 어떤 결과를 낳으며, 또 어떤 가치를 창출할지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그것에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지……

'시본'

인간이여. 으음…… 그렇기에 우리는 영원히 자신을 가두어 놓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영원히 '운명'보다 한 걸음 늦고 말지.

'시본'

이것이 시본과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차이다. 이것이야말로 시본이 존속의 사명을 짊어지기에 충분한 이유지.


선택지
  1. 그래서 너는 이종의 피와 살을 먹은 건가?
  2. 그래서 너는 지금의 모습이 된 건가?
  3. 그래서 너는 문명의 진화에 개입하기로 한 건가?
— 분기 합류 —
'시본'

그 만물이 소멸한 미래에, 어떤 생명이 어떤 형태로든 살아남을 수 있다면……

'시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것을 위해 노력할 가치가 있다.

'시본'

……“이곳에 정의는 없다, 오직 앞으로 나아갈 길만이 있을 뿐.”

'시본'

지금, 너희는 이해해야 한다. 위매니의 진화를 도와야 한다.

켈시

나와 박사는 많은 존재들과 마주해왔지…… 그중 일부는 더 이상 인간이라고 부를 수조차 없었어. 그들은 모두 비슷한 결단으로 어려운 선택을 내렸지.

켈시

그중 오직 네 결의만이, 나를 소름 끼치게 하는군.

켈시

이종의 피와 살을 먹고 시본이 되기 전부터, 넌 이미 인간으로서 사고하는 것을 포기했어.

켈시

마지막 순간에 네가 포기해 버린 의심, 걱정, 우려, 그리고 고뇌들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것이야……

선택지
  1. 끝이 없기 때문에, 그것들이 소중한 거야.
— 분기 합류 —
'시본'

……

켈시

시본이 테라의 다른 생명들을 집어삼키고 있어…… 넌 이 사실을 부정하지도, 바꿀 수도 없지. 우리가 어떻게 그걸 '희망'이라고 인정할 수 있지?

'시본'

켈시, 설마 '오리지늄'을 배양하기로 선택한 건가?

'시본'

무너진 스타게이트, 꺼져버린 석관…… 수많은 계획이 이미 무너졌다. 지금 여전히 작동하는 건 오리지늄뿐인가?

'시본'

땅과 공기 속의 돌, 침묵하는 돌, 그것들은 고질병이며 육지의 생명에도 해를 끼치고 있지.

'시본'

그것들 역시 고대 문명이 남긴 계획의 일부이자, 마지막 순간에 모든 생명과 존재를 보호할 수 있도록 기대받고 있지…… 평범한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방식으로 말이야.

'시본'

으음…… 생존을 위한 사다리는 오직 파멸로만 쌓아 올려질 수 있다.

켈시

아니, 그런 파멸은 일어나선 안 돼.

켈시

카이룰라 아버처럼, 오리지늄도 어느 시점에 아무도 모르는,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겪었어…… 그것이 바로 네가 말한 파멸이지.

켈시

이미 일어난 이상, 그것은 저지되어야만 해.

켈시

어찌 됐든, 생명으로 생명을 기르고, 파멸로 파멸을 쌓는 것은 생명의 의미를 말살하는 일이야.

'시본'

……켈시, 자료에 나온 AMa-10이여. 너는 나를 놀라게 하는군.

'시본'

우리는 서로 다른 길을 가더라도 같은 결론에 이르러야 한다. 아니, 너는 나보다 더 이성적이고 결의에 차 있어야 하지.

'시본'

난 그저 우연히 고대 문명의 불씨를 발견해 이를 계승했을 뿐이다. 하나 너는 그 불씨를 위해 태어났지. 너는 이미 나보다 먼저 수만 년 동안 그 불을 지키며 달려왔다.

'시본'

너는 아득한 염원과 유산을 지키고, 주어진 사명을 실천했다. 너는 변화를 목격했고, 상실을 견뎌냈지…… 단지 한 명에 불과한 인간이, 이런 고뇌와 헌신을 이뤄낼 수는 없다.

'시본'

하지만 지금 너는……

'시본'

켈시, 긴 '수명'이 오히려 널 약하게 만들었나? 인간처럼 되어버린 건가?

선택지
  1. 켈시는 항상 변함없었어.
  2. 넌 켈시에 대해 전혀 몰라.
— 분기 합류 —
'시본'

이 자가…… 원인인가?

'시본'

{@nickname} 박사, 아니면…… '예언가'라 해야 하나?

'시본'

많은 시설, 많은 문, 지문, 얼굴, 목소리…… 그 깊고 푸른 동굴. 유적지들의 수많은 장소에 네 흔적이 남아있다.

'시본'

너는 바다 깊은 곳을 방문한 적이 있었지.

선택지
  1. 그래?
  2. 유감스럽지만 기억이 나지 않네……
— 분기 합류 —
'시본'

널 알아봤다. 하지만 켈시와 대화하는 게 더 효과적이지.

'시본'

네가 모를 리 없다. 네 방문에는 분명 이유가 있었을 터. 어쩌면 프로젝트가 왜 정체됐는지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시본'

하지만 넌 이름을 바꿨다. 네가 무슨 일이 일어난 게 틀림없군……아무 일도 없었다면, 너와 동행한 켈시가 계획의 변동에 의문을 품을 리도 없으니까.

켈시

……어떤 이유로 인해, 박사는 그 당시 일어난 대부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해.

'시본'

(두개골 속의 핵이 회전한다)

'시본'

기억 상실…… 으음, 놀랍지 않군.

'시본'

너희들에게 기억 상실 따윈 아주 사소한 희생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

'시본'

만 년이 넘는 시간. 아무리 강인한 생명체라도 그렇게 긴 시간의 침식에 저항할 수는 없지. 그런데도 네가 지금의 테라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기적이다.

선택지
  1. ……
— 분기 합류 —
'시본'

내가 본 것, 그분과 그분들이 본 그 끔찍한 장면은 너희에게 절대적인 진실이지.

'시본'

너희는 자랑스러워하던 문명과 고향을 잃었고, 대지와 하늘은 빛을 잃었으며, 시간과 공간은 끝없는 감옥이 되었지……

'시본'

너희는 절망에 쫓겼고, 테라에서 멈췄으며, 정해진 파멸을 피하지 못했다…… 모든 사람이 사라지고, 모든 일이 무의미해졌지.

'시본'

그런데도, 너희는 결코 희망을 쟁취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 행성에는 너희가 투쟁한 흔적이 영원히 남아 있지…… 물론 대부분 잔해와 폐허만이 남았지만.

'시본'

나는 너희가 해온 일들에 경의를 표한다…… 지난 시대의 사람들이여.

선택지
  1. 시본이 내 과거를 인정해 준다고?
  2. 네가 말한 그 일들에 지금의 '시본'도 포함된다면……
  3. 계획이 정체된 건, 참가자가 그 대가에 대해 깨달았기 때문일 수도 있겠네.
— 분기 합류 —
'시본'

{@nickname} 박사, 긍정해도, 부정해도, 입장을 정하지 않는다 해도 상관없다. 난 애초에 네 말에서 어떠한 이해도 얻고 싶지 않으니.

'시본'

나는 네 동의를 구하려는 게 아니다.

'시본'

너와 네 동료들은 확실히 바다 깊은 곳에 씨앗을 뿌렸다. 하나의 희망, 하나의 가능성, 한 점의 불씨를.

'시본'

당신들은 그것을 잊었거나 포기했을 수 있고. 지금은 그것과 싸워야 할지도 모르지. 무슨 일이 있었든…… 지금은 내가 그 빛을 보살피며 꺼지지 않도록 하고 있어.

'시본'

불붙이는 자가 이를 부정한다 해도, 지금의 종족을 흔들 수는 없다.

'시본'

무의미한 자기 증명은 버리고, 현실 그 자체로 돌아가자.

'시본'

종족은 위기를 감지했다. 구름층 너머의 그 눈동자는 이미 테라의 이상을 들여다봤을지도 모른다. 위기는 이제 모든 이들의 머리 위로 다가오고 있다.

'시본'

테라는 감옥일 뿐이며, 진실을 모르는 수많은 이들을 가두고 있지.

'시본'

지금, '감옥'에 구멍이 생겼다. 이는 위기이며, 기회기도 하지.

'시본'

듣고, 보고, 맡아보고, 만져 보거라. 파도가 환희와 함께 용솟음치고 있다.

'시본'

테라의 감옥 안에서, 바다의 아이는 이미 가장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종족이 되었다. 한순간도 진화를 멈추지 않았지……

'시본'

너희들도 부정할 수 없을 거다. 위매니는 이미 장대한 기적으로 성장했지. 무리는 빅뱅 이후의 불씨가 되어 전 우주가 다시 피어나는 기점이 될 것이다……

'시본'

시본은…… 성공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것이다.

'시본'

켈시, {@nickname} 박사, 그리고 에기르인이여, 대답해 보거라……

'시본'

너희가 지금 지지하는 것은 무엇인가? 인류인가, 오리지늄인가, 아니면 시본인가?

켈시

확실히 위기가 다가오고 있어. 그리고 나는 여전히 많은 질문에 답할 수 없고 알지 못하는 진실도 수없이 많지.

켈시

하지만 그렇다 해서, 생명이 공허한 개념으로 추상화될 수밖에 없다는 건 아니야. 그건 생명 본연의 의미를 말살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켈시

마르투스, 넌 이게 약점이라고 보는군. 하지만 난 이걸, 긴 '수명'이 내게 부여한 일종의 결단이라고 생각해.

선택지
  1. 생명의 가치는 생명 스스로가 부여해야 해.
  2. 생명의 의미는 생명 스스로가 써 내려가야 해.
— 분기 합류 —
켈시

시본은 반드시 제거해야 할 재앙이야.

켈시

이 점에서, 나와 박사의 입장은 변하지 않아. 로도스 아일랜드의 입장 역시 변하지 않을 거고.

켈시

……문명 없이는 존속을 논할 수 없는 법이지.

'시본'

……

'시본'

존속 없이 어떻게 문명을 논할 수 있지?

클레멘티아

바보 같은 토론은 여기까지입니다, 마르투스.

클레멘티아

밀리아리움은 이미 병이 든 기관을 몸 밖으로 제거했고, 도시로 침투한 당신의 동족은 제거되고 있어요……

클레멘티아

감옥에서 당신은 모든 것을 반성하고, 아직 밝히지 않은 것들을 밝힐 충분한 시간을 가지게 될 겁니다.

Mon3tr

(분노에 찬 울음소리)

'시본'

에기르, 그리고 그 새까만 작은 괴물이여……

'시본'

날 붙잡으려 하지 마라. 너희들, 그리고 이 도시만으로는 나를, 이샤-믈라를 죽일 수 없다.

'시본'

이 도시가 이미 재구성을 마치고, 해류를 가로지르는 도시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종족은 그것을 넘어설 것이다.

'시본'

우리에게 옳고 그름은 없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이 싸움을 통해 가장 확고한 증명을 얻는 것으로 하지.

'시본'

이제 난 잠든 '퍼스트본'을 깨우고, 종족을 달로 인도할 것이다.

'시본'

켈시, 그리고 {@nickname} 박사, 너희들은 이 장엄한 순환의 일부가 될 것이다.


성도 카르멘

……

조르디

선생님.

아이린

성도님, 아이린이 보고 드립니다.

성도 카르멘

더 말할 필요 없네. 에기르가 이미 수중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우리에게 전달했으니.

성도 카르멘

켈시와 로도스 아일랜드의 박사는 어찌 되었는가?

조르디

아직 그 도시에 있습니다.

재판소 사무원

……연결되었습니다.

조르디

이, 이건?

성도 카르멘

해수면의 실시간 영상이로군. 에기르의 드론 대열이 거대한 등대의 디스플레이 시스템을 직접 비추고 있어.

성도 카르멘

시본 떼와 에기르의 도시가 동시에 육지로 접근 중이네…… 우리에게서 불과 10여 해리 남짓 떨어진 거리로군.

[CG: 51_i09_1]
조르디

부글거리는 거품들. 교차되는 물줄기. 전부…… 시본인가요? 바닷물 본연의 색까지 바꿔버렸어요……

아이린

이건 해수면에 드러난 일부분일 뿐, 빙산의 일각에 불과해.

아이린

시본은 에기르와 육지의 접촉 기회를 이용했어. 해역 전체가 이미 놈들의 소굴이 됐지.

성도 카르멘

에기르의 방어선…… 화면 속의 저 뒤틀린 도시는 얼마나 버틸 수 있겠나?

아이린

잘 모르겠습니다.

성도 카르멘

에기르의 항로 계획이 실패로 끝났다고 봐도 되겠는가?

조르디

밀리아리움, 지금 도시 안의 모든 에기르인은…… 아직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성도 카르멘

두 달 동안 징벌군은 이베리아의 해안선에서 항해 가능한 선박을 모두 징발했으며. 이미 그란파로에서 정비를 마치고 출항 준비를 끝냈네.

성도 카르멘

내가 직접 징벌군을 이끌고 출발할 것이야. 에기르 방어선을 보강하여 함께 시본의 무리를 막도록 하지.

성도 카르멘

아이린, 자네에겐 쉴 시간이 많지 않겠군.

아이린

네, 등대 아래에서 대열을 이루고 있는 재판관들을 확인했습니다.

성도 카르멘

결국 이베리아는 한 치의 실수조차 허용되지 않게 됐군.

성도 카르멘

존속…… 아니면 파멸. 다른 길은 없다.

성도 카르멘

만약 에기르의 높은 벽이 무너진다면, 우리가 시본들에게 육지가 존재하는 의미와 그것을 모독한 대가를 알려줄 것이다.


조르디

……

조르디

저, 저기 선생님, 아이린 님!

아이린

조르디, 넌 여기 남아.

아이린

이 등대는 우리의 마지막 거점이야. 징벌군은 전장에서의 모든 군사 작전을, 등대에서 보내는 신호에 의존해야 돼. 넌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해.

조르디

그게 아니라……

조르디

창밖을 보세요……

조르디

……빛이에요.

조르디

저건…… 등대의 불빛이 아닌가요?

아이린

하지만 작동되는 이베리아의 눈은, 우리가 있는 이곳 하나뿐 아니었어?

아이린

어떻게 된 거지? 왜 갑자기 같은 신호가 이렇게 많이 수신되는 거야?

조르디

아마도, 이미 바다에 삼켜진 해안선에서……

조르디

반세기 넘게 죽은 듯이 침묵하던 등대가…… 전부 불을 밝힌 거예요!

아이린

*이베리아 감탄사*!

성도 카르멘

침묵하던 섬 주민들의 과학기술은 대체 무엇에 반응하는 건가?


울피아누스는 도시 재구성의 굉음이 머리 위에서 울리는 것을 들었고, 빛을 잃은 비콘탑이 천천히 바다 깊숙이 가라앉는 것을 지켜보았다.

한때 수많은 동포의 위대한 염원을 품었던 그곳은 이제 시본의 새로운 번식지로 전락했다.

노화된 개체들은 자신의 몸을 양분으로 변화시켜 소굴에 쏟아부었다. 그들의 여정은 수없이 많은 신생 개체들에 의해 이어질 것이다.

시본은 항상 그랬다. 동족으로 인정한 이들에게 아낌없이 헌신하고 전력을 다해 양육한다.

울피아누스는 잠시 메스꺼움을 느꼈다.

거대한 닻의 무게가 팔을 타고 그의 어깨로 선명하게 전해졌다. 자신이 영원히 인정받지 못하고 기억되지 않을 것임을 깨달은 그 순간, 울피아누스는 그 어느 때보다도 머리가 맑아졌다.

그는 아직 자신과 시본 사이의 역겨운 연결고리를 끊어낼 수 없었지만, 도시로 밀려가는 광란의 물결을 막아낼 여력이 남아 있었다.

글래디아의 말이 맞았다. 급격히 부화하는 소굴에서 싸우면 자신도 곧 시본에 동화될 수 있다. 그렇다면 자신을 기다리는 건 죽음일까, 아니면……

울피아누스가 힘껏 닻을 휘둘렀다.

마치 울피아누스의 움직임을 예측한 듯, 작은 새 생명체는 가볍게 그의 공격을 피하고는 태연히 닻을 스쳐 지나간다. 울리아누스는 호흡을 가다듬고 방향을 조준해 다시 한번 휘두른다……

새로 태어난 생명체

(극히 미약한 기계음)


[CG: 51_i10]

새로 태어난 어린 생명체가 울피아누스의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우아하게 몸을 뒤집자, 배 속의 작고 정교한 기계 구조가 비쳤다.

[CG: 51_i10]

그리고 두 마리, 세 마리…… 새로 태어난 무리가 연속적으로 가느다란 빛의 길을 만들며 혼돈의 파도를 밝혔다.

다양한 형상의 성체 시본들이 작은 생명체들을 빽빽이 에워싸고, 갓 태어난 생명체들을 위해 파도를 일으키며 먼 곳으로 헤엄치도록 보호했다.

울피아누스

시본, 너희는 무엇을 에워싸고, 무엇을 보호하는 거지?

멈춰 선 시본

……

멈춰 선 시본

양분.

멈춰 선 시본

생명.

멈춰 선 시본

동족.

멈춰 선 시본

그리고 너, 울-피아누스……

멈춰 선 시본

위매니, 하나로 연결……

[CG: 51_i10]

기술원에서 가장 뛰어났던 집정관 중 한 명이었던 울피아누스는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했다. 눈앞에서 끊임없이 비콘탑에서 떨어져 나오는 이 기이한 개체들……

한때 비콘탑에 머물렀던 초소형 부유 기계들. 그것은 중단된 역사의 한 조각, 실패했던 꿈이었다.

그리고 어비설 헌터스로서, 울피아누스는 자신의 후각을 믿었다…… 그것들의 냄새는 시본과 다르지 않았다.

200년 전에 이미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그 '비콘'들이 다시 생명을 얻었다. 그들은 시본에 의해 다시 부화되어 시본과 함께 광란의 파도가 모이는 해수면을 향해 헤엄쳤다.

울피아누스

에기르, 자멸을 택한 에기르여. 아직도 승부를 포기하지 않았나, 아니면 이것도 계산되어 있었던 것인가?

처음에는 그저 희미한 빛이었다.

이윽고, 흐르는 한 줄기 선이 되었다.

곧이어, 가벼운 그물망이 되어 해수면 위로 펼쳐졌다.

……

[CG: 51_i11]

수십억 개의 초소형 부유 기계들이 바다의 아이들과 함께 몸을 흔들며 파도에 휩쓸리며 넘실댄다.

그들의 빛은 미세하지만 선명했고, 희미하지만 확고했다. 빛의 통로가 시본의 몸 사이에서 도약했다.

해류는 대양 곳곳에 흩어진 모든 소굴을 연결했고, 시본들은 끊임없이 바다 곳곳에서 육지로 모여들며, 빛의 통로에 아름다운 연장선을 그려냈다……

종횡으로 교차하고 호응하며 빛의 통로로 짜인 그물은 마치 은하수가 해수면에 펼쳐진 것 같았으며, 밀리아리움을 기점으로 바다의 깊은 곳까지, 무한히 먼 곳을 향해 구불구불하게 뻗어져 있었다.

항로…… 바닷속의 네트워크는 육지와 바다를 연결하고, 광기 어린 무질서한 공간과 고요히 흐르는 시간을 넘어갔다.

그것은 위매니와 함께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