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회서리

HS-ST-1벼 아래 꿈

사이드 스토리브릿지2024-07-31

니엔은 염국 북부의 '오성 십이루' 건설에 관한 의뢰를 받게 되고, 이 중요한 과업을 완성하기 위해 세 명의 베헤모스 대리인이 대황성에 모인다. 외부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이번 공사에는 사실 다른 목적이 숨어 있다.

등장 오퍼레이터: 니엔, , , 좌락, 완칭, 그레인버즈


이런 광활한 논밭을 다른 곳에서 볼 수 있을까?

벼들이 무성하게 자라나 마치 스톡비스트의 털처럼 들녘에 줄지어 서있다. 바람이 불고 햇빛이 내리쬐면 따뜻한 물결이 일렁인다.

[CG: 47_i01]

논의 가운데에 여인이 서있다. 무성한 잎들이 그녀의 옷자락을 잡아당겼고, 여자는 잎을 젖히며 황금빛으로 가득한 논길을 걸어갔다.

아이의 목소리

어디로 가는 거야?

상냥한 여자

농작물을 찾으러 가.

아이의 목소리

이미 많은데 왜 또 찾아?

상냥한 여자

더 먼 곳에 심을 수 있는 걸 찾아야 하거든.

아이의 목소리

왜 다른 곳에다 농작물을 심어야 해? 이렇게 많은데도 아직 모자라?

상냥한 여자

이것만으로는 모든 사람을 배불리 먹일 수 없으니까.

아이의 목소리

……

아이의 목소리

얼마나 오랫동안 찾고 있었던 거야?

사각사각

땅굴 속에서 탈피비스트가 고개를 내밀었다. 이 좁고 긴 통로는 아마도 멀리까지 이어져 있을 것이다. 이 작은 생명체도 표류하는 이방인 같았다.

넓게 펼쳐진 들판을 바라본 탈피비스트는 광활함에 압도된 듯 깊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어두운 땅굴 속으로 사라졌다.

……

아이의 목소리

심은 씨앗에 싹이 틀지는 어떻게 알고, 날씨가 어떻게 변할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상냥한 여자

계속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돼.

아이의 목소리

많이 보면 안다고? 그럼 먼~ 앞의 일도 알 수 있어?

상냥한 여자

무슨 씨앗을 심느냐에 수확할 열매가 결정되지.

아이의 목소리

농작물은 씨앗이 자란 건데, '우리'는 무엇이 자란 거야?

아이의 목소리

우리는 어디에서 왔어? 죽으면 어디로 가는 거야?

상냥한 여자

우리는 땅에서 자란 거야, 죽고 나면 다시 땅으로 돌아가.

상냥한 여자

사람이든 식물이든, 모든 건 순환의 일부야. 만물이 그렇게 돌고 도니까.

아이의 목소리

네가 가르쳐 준 노래처럼?


봄비가 새싹을 깨우고 하늘을 맑게 하며, 여름은 더위 속에 이삭이 여문다.



가을은 서리와 함께 이슬을 머금고, 겨울은 눈 내리는 추위로 찾아온다.

……


???

잠깐……

???

이봐……

???

일어나봐.

상냥한 여자

……

니엔

언니?

음…… 왜?

니엔

상황은 어때? 밖에서 보니까 저 '큰 녀석'이 아직 말을 안 듣는 것 같던데.

맞아.

게다가 너희보다 더 고집이 세.

니엔

잠깐, 여긴 시가 평소에 낙서하던 그림과 달라. 너무 오래 있으면 언니의 머리가 아픈 건 아닐지 걱정이야.

니엔

조심해……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하잖아.

맞는 말이야. 솔직히 나도 좀 지치긴 했어……

……니엔, 나 좀 잡아 줄래?

[CG: 47_i02]

계속 안 나오면 나 혼자 돌아갈까 생각 중이었어.

니엔

정말? 방금 하얗게 겁에 질렸던 게 누구더라?

……시끄러워.

니엔

우린 지금 '베헤모스'의 심장 수술을 하고 있어. 간단할 리가 없잖아?

……하아.

이 계획을 말해줬을 때, 네가 미친 건 아닌가 싶었다니까…… 이런 생각을 하다니 말이야.

니엔

이동도시로 베헤모스를 모방해 보자는 거잖아. 모양은 내가 만들 테니, 너는 생명을 불어넣어.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니엔은 점점 일을 잘하는 것 같네.

그만해. 천사부의 늙다리와 슈 언니가 없었으면 시작도 못했을 거야.

니엔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사세대를 도와줬는데. 그 정도 덕이라도 봐야지.

그래서, 진짜 상황은 어때?

니엔

최고야.

니엔

근데 이 녀석을 본체를 대신할 그릇으로 쓴다면, 그 늙다리가 죽은 후에도 우리처럼 공허하고 불쌍한 사람들이 기댈 곳을 얻기 위해서는 아마 더 애를 써야 할걸.

그만큼 까다로운 아이니까.

뭐가 최고라는 거야? 아직 아무것도 못 해냈으면서.

니엔

너도 이걸 만드는 데 도움을 줬다고 생색내고 싶은 거잖아. 언니한테 칭찬받지 못해서 삐지기라도 한 거야?

……유치하긴.

시의 그림 실력도 많이 늘었네, 오랫동안 본 적은 없지만 노력한 게 눈에 보여. 그냥 시간만 보낸 게 아니구나.

……크흠.

아직도 납득이 안 되긴 해. 가짜 몸으로 '거짓으로 진실을 숨기는'게 어려운 건 아니지만, 결국 '혼란'을 불러올 거야.

결국 이것도 우리가 만들어낸 작은 부분에 불과해…… 세 명이 힘을 합쳐 만들어낸 것이지만, 그마저도 완벽하지 않아.

이 오성 십이루가 우리 같은 사람의 기댈 곳이 될 수 있을까……

어쩌면 그럴지도.

하지만 그림 속에 있을 때……

난 정말로 '생명'을 느꼈어.

동물과 땅이 하나가 되듯, '우리'도 원래는 이 땅에서 태어난 생명이야.

……어쩌면 정말로 가능할지도 몰라.


니엔

아, 이제 그만 얘기하자.

니엔

둘은 조정의 녀석들이 얼마나 성가신지 모를 거야! 오성 십이루를 우리한테 잠깐 '집'으로 빌려준다고 말은 했지만, 사실 노천사를 찾는 동시에 다른 문제까지 해결하려고 하는 거야.

니엔

염국 사람들이 장사를 잘 하긴 해, 우리 '집'을 교두보로 만들어버렸잖아. 한 번에 2개를 해낸 셈이지.

니엔

……그런데 염국이 기술적으로 이렇게 발전할 줄 꿈에도 생각 못 했어. 녀석들이 '쉐이'를 두려워할 필요가 있을까?

이 '집'이 다 지어졌다 해도 그 사람들의 감시하에 있을 게 뻔한데, 절대 안심할 수 없어.

게다가, 이 일을 하면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위험이 생길지는 나도 장담할 수 없어.

방금 너희가 그림에 빠져 있을 때, 잠깐 셋째 언니가 생각이 났어……

니엔

……

먹물 꼬맹이도 언니를 걱정하고 있구나?

먹물 꼬맹이?

먹물을 엎질러서 머리에 뒤집어썼던 것 기억 안 나? 그때 별명으로……

기억 안 나. 그런 일 없었어.

그래, 알았어.

니엔

아, 생각났다! 그리고 네가 연못에서 열심히 얼굴을 씻었……

말했잖아, 기억 안 나.

니엔

맑은 샘에서 맑은 물로 얼굴을 씻으면 물은 탁해져, 근데 그래도 맑은 물을 뜰 수 있을까?

……

……그건 지에가 했던 질문이었어. 지에는 온화하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사실 누구보다도 영리해.

하아.

니엔의 계획이 정말로 성공한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은 없겠지.

니엔

당연하지. 이 일이 성공하길 바라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바둑꾼이 있잖아.

그 녀석이 뭘 하려는지 누가 알겠어? 큰언니 일 이후로 가끔 먹물을 보면 녀석이 만들어낸 '분신'은 아닌지 의심스러워.

우리가 이 그릇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그 녀석은 그렇게 쉽게 자신을 분리해 낼 수 있다니……

무슨 연유로 그러는 걸까?

그 사람은 인간 세상의 모든 것을 미워하지만, 자기 자신을 가장 미워해. 하지만 무척 똑똑하지. 그렇게 똑똑한 사람이 설마 염국과 죽기 살기로 싸우는 걸 지에가 보고 싶어 한다고 생각할까?

누가 알겠어…… 오랫동안 그 사람 얘기를 하는 건 너밖에 없어.

니엔

맞다. 똑똑한 사람이란 말이 나와서 그런데 말이야……

니엔

그 녀석은 지금 어디에 있어? 한동안 소식이 없던데. 슈 언니 껌딱지잖아. 혹시 언니랑 싸웠어?

……

니엔

바둑꾼 외에도, 사세대에서 가장 신경 쓰는 사람은 그 녀석일 테니까.

(소곤소곤) 바둑꾼보다는 그 자수꾼이랑 만나는 게 더 싫어……

……그 사람도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어.

니엔

그래? 그러면 됐어.

니엔

그 녀석이 어디 있든 상관은 없어. 우리 셋이 여기 모일 수 있는 것도, 저 늙다리들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니까.

니엔

자고로 '세 번의 실수는 없다'고 했지. 우리가 매일 가족 파티를 하면 용들이 기뻐하지 않을 거야.

그래. 늦었으니 나 먼저 가 볼게.

요즘 둘 다 힘든 것 같던데, 시간 나면 밥이라도 먹으러 와. 맛있는 요리를 대접해 줄게.

니엔

음, 그 꼬맹이만큼은 아니지만, 언니의 요리 실력도……

니엔

왜 날 보는 거야…… 아, 내가 말실수했나?

둘이 얼마나 친한지 알면서.

니엔

다 잊은 일인 줄 알았지.

아픈 곳을 건드리면 안 되지.

니엔

가족 관계라는 게 그렇게까지 무거운 일인 건가……

몇백 년에 한 번 모인 자매간의 만남인데, 진지하다고 느끼는 건 당연해.

니엔

그거 알아? 큰오빠와 링 언니의 잔소리보다 슈 언니가 아까 지은 표정이 더 무서워……

방금 그 말엔 나도 동감이야.

니엔

말 한마디 없는 애처로운 눈빛, 무언가 말은 하고 싶지만 말을 꺼내진 못하는 모습……

니엔

도대체 어디가 언니라는 거야, 정말……

……

니엔

……

아마…… 언니 혼자 이곳에 너무 오래 있어서 그런 거겠지.


농업천사 학생

이 복숭아, 제가 정성껏 키운 나무에서 열린 거예요. 크기도 크고 모양도 예쁘죠.

농업천사 학생

신농님, 부탁드립니다…… 졸업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이번 수확량에 달렸어요……

농업천사 학생

벌써 3년째예요. 매번 수확할 때마다 뭔가 문제가 터지고 있습니다……

농업천사 학생

재작년엔 해충을 막는 것에 집중했는데, 수확 직전에 큰 가뭄이 들어 시험 농지의 작물이 다 죽고 말았죠……

농업천사 학생

작년 과제는 가뭄 대비였는데, 오히려 폭우만 쏟아졌고……

토목천사 학생

신농님, 부탁드립니다……

토목천사 학생

오늘 무자호 섹터가 도심부에 연결되는 날입니다.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기를……

토목천사 학생

전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천사부에 돌아가면 더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토목천사 학생

그저 모든 일이 잘 마무리되어 제가 일찍 집에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농업천사 학생

어이, 똑바로 봐. 여긴 신농을 모시는 곳이야. 공사판 사람이 여긴 왜 온 거야?

농업천사 학생

우리 같은 농사꾼이야 '진인사, 대천명'이라고 하지만, 너희도 하늘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야?

토목천사 학생

네가 뭘 안다고 그래? 아무리 복잡한 학문이라도, 깊게 파고들면 결국은 현학이야. 사람의 힘이 닿을 수 없어.

토목천사 학생

진인사, 대천명, 이건 어느 업종 어느 업계나 다 마찬가지야. 신농은 이 땅의 첫 번째 주인이니까, 당연히 우리 같은 후손들을 보우해 달라고 빌 수밖에 없어……

농업천사 학생

하긴, 결국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어지는 순간이 오니까.

농업천사 학생

그럴 때 신농님이 나타나셔서 도와주실 거라 믿어.

화가 난 목소리

시끄러워!

농업천사 학생

으앗!

토목천사 학생

아얏!

농업천사 학생

복숭아 씨앗……? 어디서 떨어졌지?

토목천사 학생

지붕? 누구냐!

화가 난 목소리

잠 좀 자게 내버려둬, 여기서 쉬는 사람 안 보여? 뭐 하는 거야?!

화가 난 목소리

단잠을 방해하지 말라고!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하는 거야? 신농사가 조상님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도와달라고 비는 곳이야?

화가 난 목소리

다 가버려!

토목천사 학생

뭐야 도대체…… 교양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녀석이네……

토목천사 학생

앗!

토목천사 학생

아야! 그만 던져! 아프잖아!

농업천사 학생

아야! …… 빨리 가자! 이번엔 용서해 주겠지만, 또 걸리면 좋게 끝나진 않을……

농업천사 학생

으악! 밤길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성미가 불같은 아이

하아……

어린아이가 제단 위에 놓인 과일 중 두 개를 들어 올려 한참을 살펴본 후, 더 큰 쪽을 골라 옷소매로 닦은 뒤 먹기 시작했다.

성미가 불같은 아이

이 도시에서 사건이 생길 때마다 이 제단은 풍년이라니까. 여기 오면 굶을 걱정이 없어.

성미가 불같은 아이

저기 신농님, 이 과일 2개는 내가 먹을게, 괜찮지?

성미가 불같은 아이

역시 지붕이 제일 시원하네. 여긴 진짜 최고야.

성미가 불같은 아이

내 부채는 어디 간 거지? 또 그 녀석이 채갔나?

성미가 불같은 아이

짜증 나는 녀석, 나더러 '괄괄이'라니, 다음엔 그놈의 피리를 몰래 가져와야겠어……

성미가 불같은 아이

학교는 무슨 학교, 천사부에 다니는 녀석들은 저런 희망 없는 녀석들뿐이라고, 다녀봐야 아무 쓸모도 없어.

성미가 불같은 아이

하아, 학교 땡땡이 치기도 참 힘드네……!


중년의 농부

촌장님, 이 드론이 왜 작동하지 않는 걸까요?

차분한 여성

에너지 장치를 교체할 때 필요한 단계를 빠뜨린 게 아닐까요? 여기 전선이 몇 개 빠진 게 보이네요.

중년의 농부

아무래도 누군가 이 드론으로 '파울비스트 맞추기'를 한 모양이네요…… 다음에 잡히면 혼쭐을 내줘야겠군요.

차분한 여성

혹시 부딪혀서 다치진 않으셨나요?

중년의 농부

저기 구석에 떨어졌습니다. 하마터면 머리에 맞아서 큰일이 날뻔했죠.

중년의 농부

평소에도 농사일을 잘 하시는 걸 봐왔지만, 오리지늄 회로에도 밝으시다니 놀랍습니다.

차분한 여성

천사님께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가르쳐 주셨으니까요. 이런 정밀 기계를 다룰 때에는 조심해야 하죠.

차분한 여성

그리고 이건 드론도 아니에요. '천주'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죠.

중년의 농부

이 작은 기계가 처음으로 논밭 위를 날아다닐 때, 마치 하늘을 덮은 게 메뚜기떼 같아서 정말 놀랐습니다.

중년의 농부

이 작은 기계들이 땅속으로 들어가면 땅의 상황이나 작물의 성장 상태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는 건가요?

차분한 여성

저희가 열심히 농사를 지으면, 천사님도 우리를 도와주시는 거죠. 이 새로운 발명품 덕분에 일이 훨씬 수월해졌어요.

차분한 여성

올해 수확은 어떤가요?

중년의 농부

올해는 날씨가 별로 안 좋아서 예상했던 것보다 수확량이 많지 않을 것 같아요. 천사들이 '천종'이라고 이름 붙인 이 실험용 모종도 대충 어림잡아 한 이랑당 이천 근 정도 나오겠네요.

중년의 농부

먹기엔 충분하지만 천사들이 예상한 목표에는 한참 못 미치는군요.

차분한 여성

조급할 필요 없어요. 이젠 일 년에 두 번 수확하는 게 가능하다니, 예전엔 생각도 하지 못했던 일이잖아요.

먼 곳에서 거대한 기계가 농경지를 천천히 들어 올렸고, 커다란 소음에 새 떼가 놀라 날아올랐다.

논에서 일하는 농부는 이미 이런 광경에 익숙해진 듯, 잠시 고개를 들어보고는 다시 농작업에 집중했다.

중년의 농부

요즘 대황성의 개조 공사 때문에 밖에서 많은 중요한 분들이 들어왔잖아요. 아주 바쁘시겠어요.

중년의 농부

며칠 동안 얼굴을 못 뵀는데, 어째 오늘은 시간이 조금 있는 건가요?

차분한 여성

여름 수확을 앞두고 논밭을 점검해야 하니까요. 그래야 사람들을 제대로 배치할 수 있거든요.

차분한 여성

그리고 제사 준비도 해야 하고요. 모든 것을 신중하게 준비해야 해요.

중년의 농부

당신이 이곳 대황성을 관리하고 계시죠. 이곳에 부임하신 지도 꽤 된 것 같은데, 그동안 정말 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

중년의 농부

그나저나 정확한 직책이 뭐였더라…… 대황성, 동지? 아, 어렵군요. 역시 촌장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촌장

직위가 뭐가 중요하겠어요? 저흰 모두 같은 농부잖아요.

중년의 농부

저는 이곳에서 나고 자라서 밖에 나가본 적이 없거든요. 듣기로는 이동도시에서는 농작물을 빌딩 위에 심는다면서요?

중년의 농부

밖에서 오신 분인 만큼, 바깥 도시의 모습을 알고 계시는지요?

촌장

너무 오래된 일이라, 잘 기억나지는 않아요.

촌장

제가 기억하는 건, 마을 사람들이 대황성에서 키운 씨앗을 대황성의 전달자에게 받으면, 웃으면서 올해의 수확이 기대된다고 말했던 것뿐이에요.

촌장

……재앙이 없기만을 바라면서요.

중년의 농부

땅에 심은 씨앗은 연구할 수 있어도, 머리 위의 하늘은 연구할 수가 없는 법이죠.

중년의 농부

설령 재앙으로 인한 피해가 없더라도 수원이 오리지늄에 오염될 수도 있고, 흙 속에 미세한 오리지늄 결정이 가득 있을지도 모르는 법이니까요……

중년의 농부

하아, 오리지늄 환경에서 농사를 지을 기구만 사는 것만으로도 가격이 만만치 않거든요.

촌장

그래서 저희가 여기에 있는 거죠.

촌장

보세요. 고쳤어요.

[CG: 47_i03]

제방은 때때로 말라붙거나 넘쳐흐르는 골짜기를 감싸 안고 있다.

100m 이상 높이의 수로에서, 경작지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이 '성장' 중인 이동도시는……

이곳에서 경작하는 새로운 세대의 대황인들에게 있어 그들만의 새로운 세상이 될 것이다.

중년의 농부

이번 공사는 정말 대단하군요.

촌장

앞으로 반년 남았어요. 농지를 섹터 위에 옮기면 다 나아질 거예요.

중년의 농부

사람은 괜찮을지 몰라도, 스톡비스트들은 꽤 놀란 것 같아요. 최근 몇 달째 여물을 잘 먹지 않아 비쩍 말랐더군요.

중년의 농부

매일 같이 솟아오르는 농지를 보고 있자면, 왠지 모르게 불안해져요.

촌장

농지가 이동 섹터 위에 있으면 이점이 더 많죠.

촌장

전기와 물 사용도 쉬워지고, 재앙이 발생해도 천사들이 목숨 걸고 막을 필요가 없게 되죠. 그냥 농지 전체를 옮기면 되니까요.

중년의 농부

여기서 오랜 기간 평범하게 농사를 지어 왔는데, 왜 갑자기 저희의 땅을 개조하려는 건가요?

촌장

식량을 잘 재배하고 많이 재배하면 더 많은 사람이 배불리 먹을 수 있고, 그래야 도시를 발전시킬 힘이 생기니까요.

중년의 농부

이건 뭐, 거의 마술이나 다름없네요. 멀리 다녀온 사람은 아마 고향을 알아보지도 못할 거예요.

중년의 농부

하지만 저희가 땅을 옮긴 걸 신농님이 알게 된다면, 과연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촌장

땅의 모양은 바뀌었을지 몰라도, 집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어요.

촌장

신농님이 이 모습을 보셨다면 분명 기뻐서 입을 다물지 못하셨겠죠.


촌장

처음 이 땅에 오셨을 때, 그분이 원한 것은 단순히 황무지를 개간하는 것이었어요.

촌장

그러다가 농지가 늘어날수록 농사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셨죠. 심지어 오리지늄에 오염된 땅에서도 식물을 재배하는 방법을 찾고 싶어 하셨어요.

중년의 농부

그런 위험을 감수하다니…… 신농님은 똑똑한 걸까요, 아니면 미련한 걸까요?

촌장

그분은 똑똑하지도 미련하지도 않아요. 단순히 열정적인 사람이죠.


개구쟁이 소녀

물소야~

개구쟁이 소녀

바보 물소야~

개구쟁이 소녀

나랑 함께 '보들이' 찾으러 갈래, 안 갈래?

순박한 소년

안 갈 거야.

개구쟁이 소녀

진짜 못됐어. 보들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데! 다른 사람이 주는 음식은 잘 먹지도 않는다고!

순박한 소년

내가 정원에서 키우던 곰취 나물을 다 뜯어 먹은 걸 말하는 거야?

개구쟁이 소녀

……그건 네가 울타리를 안 쳐서 그래.

순박한 소년

그건 사람들이 필요할 때 쉽게 따갈 수 있게끔 일부러 그런 거야. 네가 스톡비스트에게 줄 거라고는 생각 못 했지.

순박한 소년

그때는 그나마 꽃 몇 송이였기에 망정이지, 스톡비스트가 선생님이 시험하던 농작물을 뜯어 먹은 건 기억 안 나?

개구쟁이 소녀

(익살스러운 표정)

순박한 소년

게다가, 스톡비스트에겐 위치 추적기가 달려 있잖아. 근처에 있다고 나오니까, 너 혼자서 더 찾아봐도 되잖아?

개구쟁이 소녀

음…… 그러네.

개구쟁이 소녀

그럼 나랑 같이 과수원에 가서 과일을 좀 따자. 아직 익지 않아서 맛은 별로지만, 빨리 따야 해. 정말 중요하게 쓸 데가 있거든!

순박한 소년

안 가.

순박한 소년

오늘은 논에 가서 샘플을 채취해야 해. 여름 수확 전 마지막 데이터를 기록해야 하거든, 늦어지면 안 돼.

개구쟁이 소녀

재미없긴……

개구쟁이 소녀

말이 나와서 그런데 말이야. 요즘 스톡비스트들이 이상해. 제대로 먹지도 않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순박한 소년

넌 쟤들과 대화할 수 있잖아? 잘 먹으라고 조금 더 설득해 봐.

개구쟁이 소녀

당연히 얘기했지. 근데 쟤들이 대황성에 최근에 무서운 것들이 들어왔다고 하더라고!

순박한 소년

새로 지어진 이동 섹터를 말하는 거야?

개구쟁이 소녀

너도 참 바보 같아. 스톡비스트는 나랑 이야기만 할 수 있지, 사람처럼 똑똑하지는 않아. 스톡비스트들이 그게 뭔지 어떻게 알겠어.

순박한 소년

나도 똑똑하진 않아. 지금 중요한 건 농사라는 걸 알고 있을 뿐이지.

개구쟁이 소녀

가끔 게으름을 피워도 되잖아. 왜 신입한테 일을 넘기지 않는 거야? 어차피 천주를 써서 숫자만 기록하는 건 누가 해도 똑같지 않아?

순박한 소년

신입이 뭘 알겠어…… 처음 왔을 때는 밀이랑 수수도 구분을 못 했어. 그래서 내가 항상 다시 확인해야 했지. 선생님이 신입을 왜 나한테 보냈는지 모르겠어.

개구쟁이 소녀

그래도 빨리 뛸 수 있잖아, 보들이를 찾는 데 도움이 될지도……

개구쟁이 소녀

맞다. 신입한테 도와달라고 하면 되겠다!

순박한 소년

어……? 신입은…… 선생님이 농사 때문에 보낸 건데, 그런 일을 하면……

순박한 소년

크흠…… 알았어, 같이 가줄게. 기다려……

개구쟁이 소녀

어이 신입! 쓸데없는 거 하지 말고, 스톡비스트 찾는 것좀 도와줘!

[CG: 47_i04]

한여름의 태양은 뜨겁고, 힘찬 매미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논에서는 소년이 서툴게 벼를 베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다부진 팔을 하고 있었지만, 힘을 쓰는 법을 잘 몰랐기에 아무리 낫질을 해도 벼를 잘 베지 못했고,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한 움큼을 베어낼 뿐이었다.

원래 입고 있던 관복은 기둥에 걸려 있었고, 벼를 향해 날아든 파울비스트들은 바람에 나부끼는 옷에 더 흥미를 느꼈는지, 옷끈을 향해 부리를 들이밀었다.

좌락

후우……

좌락

벌써 점심인가……

좌락

아직도 이렇게 많이 남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