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9열매 수확
슈와 왕은 거래를 마무리 지었고, '산하백경도'는 결국 지와 왕의 손에 들어간다. 대황성은 평화를 되찾았다. 노천사는 밭 사이 좁은 길에서 지를 막아서며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눈이 올 줄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논은 절망적인 흰색으로 뒤덮여 있고, 듬성듬성 보이는 노란 점은 겨우 고개를 내민 한 달 전에 심은 밀이었다.
열흘 뒤에는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두렵다.
무스비스트 한 마리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조용한 밀밭에 도착했다.
눈앞에 있던 얼마 되지 않는 작물은 뜻밖의 기쁨이었다. 무스비스트는 신중하게 냄새를 맡으며, 자신의 배를 절반 채울 양과 동굴로 돌아가 동료와 나눌 양을 생각하고 있었다.
괭이가 무스비스트의 등 위로 떨어졌다.
밀 세 포기가 또 줄었다.
분노에 찬 농부는 농사를 망치는 짐승을 잡는 데 성공했지만, 앙상한 뼈만 남은 시체는 결국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
농부는 길게 한숨을 쉬고 무스비스트의 시체를 땅에 묻었다.
참 안됐어.
날씨는 원래 변덕스러워, 이런 날도 있는 법이지.
눈 때문에 곡식들이 다 죽어버리면, 내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굶게 될까?
아주 많이.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도와줄 거야.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겠지.
생명은 쉽게 끊어지지 않아.
하늘은 마치 거대한 천막과 같았다.
하늘거리지만 천근 같은 무게를 지닌 비단이 두 사람의 공격을 막아냈고, 두 사람을 제압했다.
니엔, 이쯤 하시죠.
심장을 만드는 데도 엄청 공을 들였습니다. 계속 싸우다가 심장이 망가지기라도 하면, 그동안의 공이 모두 허사가 되어버린다고요?
너도 그런 헛소리를 늘어놓을 여유는 없을 텐데? 방금 폭죽에 죽을 뻔했잖아!
내 그림 속에서 난동 부리던 때의 힘은 다 어디로 갔는데? 큰 가위를 만들어서 천 조각을 자를 수는 없는 거야?
너도 좀 힘내! 네 그림이 자수로 변할 판이야!
지금 남 걱정할 때야……?
이러면 곤란한데, 방금 만든 큰 폭죽도 바로 실이 되어버렸어. 원래부터 저런 게 가능했었나?
최근 몇 년간은 능력을 키우는 데 힘을 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왜일까, 저 녀석이 우리의 능력을 너무 잘 알고 있는 것 같아……
잠깐, 저 녀석 정말 혼자야?
시간이 거의 다 됐군요……
어쩌다가 만난 자리라 이야기를 좀 더 나누고 싶었는데 시간이 촉박하군요.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이렇게는 하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죠. 다음에 만날 기회가 있다면 사과하겠습니다.
진짜 기회가 있다면 말이죠……
동생들한테 손을 쓰다니, 정말 못됐네.
슈 언니?
언니가 이대로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정말 괜찮아?
일부러 우리에게 장난쳤던 거라고는 하지 말아 줘……
오랜만에 좋은 꿈을 꿨어. 걱정하게 해서 미안해.
그래도 남동생을 보러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랜만에 돌아와서 소동을 일으키다니, 여기가 정말 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누님.
넌 잘못할 때마다 항상 이런 표정을 지었지.
얼마나 되었더라?
……정확히 67년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꼭 밥이라도 먹고 가, 쌓인 이야기는 천천히 나눠보자.
죄송합니다, 누님. 이번엔 누님의 말을 들을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있겠지……
그 사람은 언제까지 숨어만 있을 거래?
하고 싶은 말은 나한테 직접 하면 안 되나?
멀리서 한 사람이 천천히 걸어왔다. 그 사람은 영겁의 시간을 넘은 것 같으면서도, 처음부터 이곳에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그의 발걸음에 맞춰 시간과 공간이 멈추는 것 같았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구나.
사람이 많아…… 북적이는군.
그나저나, 계속 여기서 떠들 생각인가?
……!
아니, 정말 미친 거 아니야?
내가 상상했던 가족 모임하고는 많이 다른데……
영화에서 수배 중인 가족이 갑자기 나타나면 어떻게 했었더라?
저거 정말 본인인가? 아니면 그림자?
바둑꾼은 뭘 해도 이젠 놀랍지도 않아. 여기서 또 쉐이를 만들어낸다면 그땐 정말 큰 일이 되겠지만……
어떡하지 슈 언니? 싸워야 할까?
……
상촉, 옥문, 그리고 여기까지…… 조금 너무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내줄 건 내주고 취할 건 취한다. 그뿐이다.
밖에 있는 망가진 농지, 고통받는 사람들을 봐…… 이번엔 말만으로는 넘어갈 수 없어.
조금 더 생각해 보자면,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다시 따져봐야겠지.
그렇다면 여기 남아, 나랑 얘기해.
따져보면 이 일은 천 년 전부터 시작됐다.
당신은 이곳에 오랫동안 오지 않았잖아.
내겐 할 일이 있다…… 북쪽의 전쟁, 진을 치려면 언제나 전선에 있어야 하지.
“시체가 널브러져 있는 황야, 천 리를 둘러봐도 동물의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몇 년간 이어진 전쟁, 전쟁 때문에 고생하는 건 결국 백성들이야.
그 사람들이 꽤 신경 쓰이나 보군.
당신이 약하다고 하는 그 종족들이야말로 우리의 진정한 스승이야. 우린 사람의 모습을 흉내 내서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발견했고, 이 세상에서 우리가 발 붙일 자리를 찾았어.
우리와 그들은 다르다.
어떻게 다르다는 건데?
베헤모스가 만 년을 살든, 하루살이가 하루를 살든 결국은 이 땅에서 태어난 똑같은 생명이야. 생명이란 것은 언제나 끝이 있는 법이야.
전쟁과 살육, 어째서 이런 일을 선택한 거야? 도대체 그곳에서 뭘 봤길래?
질서와 규칙.
최근 놀이를 하나 배웠다. '바둑'이라는 것이지. 규칙은 간단하지만, 그 원리는 병법과 일맥상통해.
이것을 통해 깨달은 게 있다. 이 세상은 아무리 복잡해 보여도, 규칙만 알아내면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거지.
우리 모두가 궁금해하는 그 결말을.
……
이 적막함…… 이게 네가 본 결말인가.
우리뿐만이 아니야, 이 땅 위의 모든 생명도 같아.
정말 어이가 없군. 멸망이 '결과'라면, '생명' 자체가 '원인'이라는 건가?
넌 계속 이곳에서 지켜봤겠지, 단 한 번도 지루했던 적이 없나?
세상의 모든 것이 아름다워, 바로 지금, 이 순간의 모습이.
모든 것에는 때가 있어. 사람도, 동물도, 산과 강, 나무들도 모두 마찬가지야. 이게 바로 사람들이 말하는 '도'라는 거야.
봄이 오면 풀이 자라듯, 우리도 여기에 왔고, 존재했으니까, 그 자체로 충분하지 않아?
그래서 넌 이런 결말을 받아들인단 거군.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보네.
나는 단지……
우리가 진정 스스로를 위해 살아봤던 적이 있던가를 생각했을 뿐이야.
당신 설마……
오랫동안 생각하고…… 고민했다……
결국…… 그리고 다른 결말을 보았지.
쌓인 눈 아래로 푸른 새싹이 고개를 내밀었다.
넌 볼 수 있을 거다, 슈.
수척한 남자가 손을 뻗었다. 그의 손끝에는 바둑을 두느라 생긴 굳은살이 남아 있었다.
내 운명을 좀 봐줄 수 있을까.
“고독하게 홀로 마주하는 끝없는 역경, 아홉의 죽을 고비를 넘겨 한 번의 생을 얻으리라.”
기대되는군…… 기다려 보겠다.
……그 아이와 다시 만났나?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알잖아.
자주 생각나.
“가르침에 차별은 없다”며,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읽고 쓸 수 있기를 희망했지…… 학교와 책들, 모두 그녀가 남긴 흔적이야.
그 점에서 너희 둘은 닮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많은 것들을 잊어버렸다…… 그 아이에 대한 기억도.
썼던 책들이 뭐였는지도, 이름에 담긴 진정한 의미도……
한 가지 확실한 건, 함께 바둑을 두었고, 내게 뭔가를 전하려 했다. 하지만 도저히 생각이 안 나더군.
……
난……
그래…… 설령 같은 '우리'라도 이런 영향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것 같군.
후회하고 있구나.
해결책을 찾고 싶다……
181개의 수…… 다들 당신이 미쳤다고 했지.
아마도……
어떻게 하고 싶은데?
그 몸으로 돌아가고 싶어. 그것의 힘이 필요해.
그것을 죽이고, 그것이 되겠어.
그것의 힘을 이용해서 이 세상 모든 생명을 위한 '큰 이익'을 만들고 싶어.
죽을 수도 있어.
너희는 살아남을 거다. 진정한 자신으로서……
슈, 네 힘을 빌리고 싶다.
우리 12명 중 한 사람의 힘만 더해져도 승산이 커지겠지.
광활한 농지에는 길이 사방으로 나 있었고, 방문자는 바둑판에 바둑돌을 하나 내려놓았다.
슈는 손바닥을 펼쳤다. 한 줌의 씨앗이 바둑판 위로 떨어졌다.
이게 네 대답인가.
이게 바로 당신의 인과야.
만약 당신이 길을 잘못 든 게 아니고, 정말로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다면, 이 씨앗은 적절한 시기에 싹을 틔워 당신이 원했던 열매를 맺을 거야.
너도 내게 숙제를 주는군.
언제까지고 당신이 우리를 괴롭히게 할 수는 없으니까.
훗……
내 얘기는 끝이다. 남은 일이 있으면 직접 얘기해.
……
정말 많이 컸구나? 이젠 어엿해졌네.
저도 이젠 천 살입니다…… 누님.
난 널 막을 수 없어.
저번에 떠날 때는 크게 싸웠죠. 이번엔 추억할 만한 무언가를 제게 남겨줄 수 없을까요?
대황성 전체가 이미 네 비단에 들어가 있잖아. 무엇을 더 원해?
만약 아쉬운 게 남아 있다면, 살아서 돌아와.
그것도 그렇네요……
시, 마지막으로 갖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요.
뭔데?
그 그림, 제가 가져가도 될까요?
네가 그걸 어떻게……
……
소중히 보관하겠습니다.
이번엔 이걸로 비긴 셈 치지요.
누가 가도 된다고 했어?
너인가……
쉐이의 둘째! *염국 욕설*, 진작부터 네놈인 줄 알았어!
정말 가만히 있지를 못하네, 그 낡아빠진 절에 숨어서 계속 바둑이나 두지, 왜 여기까지 와서 생난리를 쳐?
너희들이 싸우는 바람에 얼마나 많은 작물이 망가졌는지 알아? 가만두지 않을 거야!
위험해요!
비단은 타오르는 불길 앞에서 순식간에 타버려 금세 잿더미로 변했다.
……
역분해 오리지늄 아츠? 이건 언제 배웠어…… 아니지…… 이건 '인과'?
훗…… 앞으로 바둑돌이 얼마나 남았지? 내 불꽃을 몇 번이나 막을 수 있을까?
천사…… 지금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지금 천기각의 피해가 막심해. 만에 하나라도 네게 무슨 일이 생기면, 염국의 북부 방어선은 매우 위태로워져.
염국 북쪽 국경에서 도사리고 있는 건, 더러운 데몬 뿐만이 아닐 텐데.
시끄러워! 오늘은 정말 가만두지 않을 거니까!
그렇다면 너와 함께 있는 그 장생자들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건가?
너……
훗…… 정신이 데몬에게 오염되지 않기 위해 미친 척을 하면서도, 진정 해야 할 일은 잊지 않았나 보군.
이해관계를 따져보면, 우리가 협력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겠지.
또 만나지.
끝난…… 건가……
응, 다 끝났어.
이 공사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려 하다니, 왜 그랬어?
……공을 세워 출세하기 위해서요.
출세한 다음에는?
저에겐 꿈이 있습니다……
하늘 궁궐에 닿을 정도의 만리도시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 넓은 땅에서 비바람을 피하지 못할 사람은 없어지겠죠……
위대한 업적을 이루지 않고서 어찌 천사라 할 수 있겠나요……
반드시 높은 지위에 오르고 수많은 사람의 위에 서야만 꿈꾸던 도시를 건설할 수 있을까?
……
당신은…… 혹시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인가요?
그 꿈, 내가 받아갈게. 그걸로 당신이 맡긴 목숨을 대신하도록 하지.
(허약한 숨소리)
천상의 백옥경, 오성 십이루…… 선인이 내 머리를 어루만지며, 장생의 비결을 가르치는구나……
……
천상의 백옥경, 오성 십이루.
수천 채의 큰 집을 지어, 세상의 가난한 이들을 모두 기쁘게 한다.
깨어났어?
이게……
걱정하지 마. 괴물은 이미 사라졌어.
네가…… 날 구한 거야?
그렇다고는 못해.
지나다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깨운 것뿐이야.
……고맙군.
당신이 대황성의 '촌장'이라고는 해도, 혼자서 모든 짐을 짊어질 필요는 없어.
자신의 목숨으로 이곳의 평화를 지켜내는 게, 그렇게 좋은 건 아냐.
어쩔 수 없었어…… 대황성이 무사하다면, 그거로 됐어.
이곳이 소중한가 보네.
인생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살았으니까, 이곳엔 내 뿌리가 있어. 소중하지 않을 수가 없지……
……그렇구나.
몸조심해, 난 이만 가볼게.
잘 가, 슈.
너도 이제 자유로워질 때가 됐어.
배양기, 배양기가……
이 벼는 아직 살릴 수 있어…… 아직 희망이 있어……
무엇을 찾고 있……
아, 찾았다!
무엇을 찾았는데?
이건 시험 농지에서…… '완칭'이라는 프로젝트에서 살아남은 벼예요.
오리지늄에 오염된 땅에서 농작물 재배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거죠. 선생님의 연구가 드디어 성공……
당신은……
당신은……?
……
옷차림을 보아하니, 천사부에서 오셨나요? 처음 뵙는 분 같네요?
……
응…… 여기 온지 얼마 안됐어.
소년은 혼란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마치 무언가를 잊어버린 것 같았다.
마치 오랜 꿈을 꾼 것 같았다. 꿈에서 느낀 감정들은 아직 가슴속에 남아 있지만, 꿈에서 본 사람이나 겪은 일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잠시 멍하니 있다가, 소년은 환하게 웃었다.
전 천사부의 학생, 화생이라고 합니다. 선생님으로 불러야겠군요.
반가워, 화생……
방금 정말 중요한 작물을 발견했어요…… 오리지늄으로 오염된 땅에서도 자랄 수 있는 벼예요……
이건 오랫동안 해온 연구예요. 만약 이 작물을 대중화시켜 사용한다면, 버려진 수많은 땅을 다시 농지로 만들 수 있고, 굶는 사람도 사라질 거예요……
이 목표에 다다르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해요. 아마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죠. 하지만 적어도 조금의 희망이 보여요……
그렇다면, 앞으로 이 일에 모든 것을 바칠 생각이야?
네!
행운을 빌게.
힘내, 연구를 방해하지 않을게. 잘 있어.
어, 벌써 가시나요? 좀 더 많은 것을 소개해 드리고, 조언도 구하고 싶었는데요……
걱정 마. 넌 분명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거야.
안녕.
어……?
아까 그 선생님, 왠지 낯이 익은 것 같은데……
어르신, 배달을 가시나요?
올해 곡물값은 어떤가요?
흉년이라서, 작년보다 조금 더 받고 있다네.
주머니에 남아있는 돈으로 따지자면, 작년보다 많지 않을까요?
좋은 일은 아니지.
농사는 사람을 배불리 먹이려고 하는 것일세. 농사로 돈을 벌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어.
그렇다면, 돈을 더 벌 방법을 알려드리죠. 팔 때 참고하세요.
좋은 품질의 작물은 가까운 곳에서 시세대로 팔아서 평판을 쌓으시고, 보통 품질의 작물은 먼 곳에서 시세보다 높게 팔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보세요.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처음 듣는군.
좋은 건 먼저 가족이나 친구에게 주고, 평범한 건 시장에 내놓고, 품질이 떨어지는 건 사료로 쓰는 것이지.
잔꾀만 부리는구먼.
……
어딜 갈 생각이지?
백조요.
이 소동을 일으키고도 말 한마디 없이 그냥 가겠다는 거야?
이제 갈 때가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 형님처럼 대단한 능력이 없으니, 절 보내주지 않으신다면 당연히 갈 수가 없겠죠.
정말로 절 보내주고 싶지 않은 건가요?
묻고 싶은 게 하나 있어.
네가 염국과 맺은 그 거래, 그건 처음부터 대황성을 위한 거였어?
저는 상인입니다. 거래는 양쪽 모두에게 이득이 되어야 하지요. 만약 한 쪽만 이익을 본다면 그건 강도와 다름없지 않나요?
염국 전체와 적대할 생각이 없다면, 왜 굳이 이런 일을 벌인 거야.
너희 두 형제가 굳이 꼭 염국과 싸워야겠어?
제 자매는 어쨌든 죽임당한 겁니다.
……
물론 염국의 백성과 저희 사이에 아무런 원한이 없다는 건 말할 것도 없겠죠. 둘째 형님이 이 세상을 바둑판처럼 다룬다 한들, 기사도 오랫동안 다뤘던 도구에 정이 생기는 법입니다.
하지만 조정에 앉아 어둠 속에 숨어있는 몇몇 사람은 자기가 한 일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겠죠.
이 빚은 언젠가 반드시 정산해야 하니까요.
네 목숨이 걸려 있다 해도?
12분의 1의 분신으로 그 전체와 맞선다는 건, 처음부터 죽음을 각오해야 했습니다.
제 목숨에도 이미 가격이 매겨져 있지요.
정말 미쳤군……
아직 기억합니다. 오래전, 당신은 우리 형제자매를 하나씩 찾아가 질문을 하시고 방향을 제시하셨죠.
“염국의 땅에서 무엇을 보았는가?”
제 대답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습니다. 둘째 형님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염국 욕설*, 처음부터 너와 둘째를 좋아하진 않았는데, 만약 말로 해결할 수 없다면 직접 손을 쓸 수밖에 없겠네.
둘째 형님은 옛날부터 그랬습니다. 바둑에 지면 숟가락이며 그릇이며 마구 집어던지곤 했죠. 그래도 몸이 허약했던 탓에 큰 문제가 되진 않았습니다만.
이번엔 조금 심했지만, 천사님의 이해와 아량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썩 꺼져!
……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