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9열매 수확
지가 행한 모든 일은 '산하백경도'를 짜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계획의 근원은 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미한 영혼들의 눈에 비친 세상은, 이런 모습이었구나.
혼돈과 무지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넓고 험한 대지를 걸었다.
나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 걸까?
거대한 몸의 기억, 마치 신과 같은 능력, 다른 자신의 거대한 체구와 신기루 같은 능력, 그리고 눈앞에 있는 생명과는 다른 수명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처럼 주변 사람을 따라 하며 배울 수밖에 없었다.
세월이 흘러, 나는 두 명의 스승을 만나게 되었다.
염국의 북쪽 끝에 황무지가 있어.
난 그곳 사람들과 함께 농지를 개간하려 하고 있어. 씨앗에서 싹이 트는 걸 보는 것도 정말 재밌거든.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면, 여기 와서 날 좀 도와줄래?
그곳은 어떤 곳인가요?
음…… 이 마을들과 비교하면 많이 척박해. 게다가 저기 있는 문에서 나오는 것들 때문에 조금 위험해.
하지만 '인간'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그곳만 한 곳도 없어.
시간은 많으니까 천천히 답을 찾아봐도 괜찮아.
생명에 '동포'라는 개념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어쩌면 이것이 그 거대한 존재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참 신기하네. 어젯밤에 우박이 억수같이 내렸는데도, 이 작물은 멀쩡해.
운이 좋았던 게 아닐까요? 하늘이 열심히 농사짓는 여러분을 보고 선심을 베푼 게 아닐까요?
지, 네가 한 거지?
……
전 그냥, 모두가 반년 동안 힘들게 농사지었던 건데, 우박 때문에 허사가 되어버리는 게 안타까워서……
세상 만물 모두 나름의 규칙이 있는 거야. 한 철의 작물이 망가져서 흙에 묻혀도, 그 흙이 비료가 되고 다음 해의 작물이 더 잘 자라게 하지.
네가 이번 작물을 구했다 하더라도, 염국엔 이런 농지가 수없이 많아. 게다가 하늘에 의지하며 밥을 먹는 사람들도 많이 있어.
네 착한 마음은 이해한다만, 사람은 언제나 자신의 힘으로 이 땅에서 살아갈 길을 찾아야 한단다……
당신도 언젠가는 떠나나요?
물론이지.
하지만 이 땅은 영원히 이곳에 있을 거야, 생명도 마찬가지고.
천지 만물 모든 것에는 자신만의 자리가 있다.
하지만 우린 이 하늘과 땅 사이에서 태어났다. 마치 뿌리 없는 나무, 물에 떠다니는 연잎처럼.
이유도, 결과도, 시작도, 끝도 없다.
우리는 결국 어디로 돌아가는 걸까?
시간은 흐르고, 세상은 변한다.
식량을 사러 오신 상인인가요?
올해는 각지에서 가뭄이 들어서 말이야, 근데 북쪽에는 아직 여유가 있다고 하더군. 식량을 조금 사들여서 더 필요한 곳에 팔려고 해.
요즘 날씨가 변덕스럽죠. 농민들께서 고생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흉년이 꼭 농부에게 나쁜 것만은 아니야.
그건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인가요. 흉년이 어떻게 농부에게 좋은 일이 될 수 있죠?
간단한 이치야. 흉년일수록 식량의 가격이 오르니까.
한 근을 한 푼에 팔아 오백 근을 팔든, 한 근을 닷 푼에 팔아 백 근을 팔든, 아주 단순한 셈법이라고.
전 어려서부터 이곳에서 자랐거든요. 전 식량은 사람의 배를 채우고, 사람을 구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어요.
밖의 세상에는, 그런 이치가 있었다니……
넌 아직 대황성 밖의 세상을 보지 못했군. 모든 사람이 물 옆에서도 물을 잊을 수 있는 경지에 오른 신선인 건 아니야. 이 작은 땅들만 지키면서 어떻게 세상의 이치를 깨우칠 수 있겠어?
젊은 친구, 마침 우리 카라반에 관리인이 필요한데, 관심이 있다면 같이 돌아다녀 보는 건 어때?
숙박이야.
늘 하던대로. 물건은 창고에 넣고, 선결제 후숙박.
최근 상촉에서는 많은 차밭을 개간했다고 들었습니다. 찻잎 사업을 하러 오셨다면서, 어째서 이 일대의 여관을 매입한 건가요?
최상품인 '촉산청'을 백조에 가져가면 얼마의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 그리고 조정에서 세금으로 얼마를 걷어갈까?
무사히 도착한다면 이윤을 20% 정도 남길 수 있을 겁니다. 꽤 괜찮은 장사죠.
하지만 오고 가며 정직하게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찻잎 상인들이 이 작은 길을 이용하면, 난 얼마나 벌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그렇게 보니, 당신의 사업이 더 이득인 것 같군요……
하지만 저는 분명히 봤습니다. 당신이 일부 상품을 압류해 관청에 넘겼던데요 ?
그건 또 다른 장사야.
관청도 뭔가 남는 게 있어야지.
이런 사업이라니, 관청과 찻잎 상인들 모두 두렵지 않은 건가요?
그건 그 사람들의 수지에 맞는 장사가 아냐.
만약 내가 없었다면, 찻잎 상인들은 정직하게 세금을 내야만 하거나, 위험을 감수하며 다른 운송 경로를 찾아야 했을 테니까.
그리고 내가 없었다면, 관청이 밀수업자의 정보를 다시 수집하는 데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어갈까? 관청의 과한 압력으로 상인이 반기라도 든다면, 그걸 처리하는 데 또 얼마나 들어갈까?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사업, 정말 좋은 사업이군요.
상촉에서도 머문 지 좀 됐어, 이곳의 음식이 질릴 지경이야. 여기 사업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우린 동쪽으로 가보자고.
동쪽으로 가서 무슨 사업을 하려는 건가요? 광산업? 운송업?
돈이 되는 거라면 뭐든 해야지…… 이번 목적은 집에 들러보는 거야.
……
전에 물어봤지? 세상 어디에서도 통용되는 도리가 있는지.
세상 사람들은 이익을 위해 몰려들고, 이익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법이야.
법도, 도덕, 신념, 명예…… 이 세상에 장부에 기록할 수 없는 건 없어.
…… 한 수 배웠습니다.
보이는 모든 것이 그렇다.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누님, 계산을 해봤습니다.
긴 세월 동안, 우리가 염국에서 살면서 각자의 장부에 어떤 이득이, 어떤 손해가 있는지를요.
큰형님은 자신의 길을 찾았지만, 결국 이 세상에 스며들지 못했습니다. 사랑도, 증오도, 어떤 관계도 없었습니다. 손해죠.
링 누님은 자유롭고, 이곳에 묶이지 않고 혼자서 잘 지내고 계십니다. 이득이죠.
그리고 동생들, 멀리 내다보고 있는 것 같진 않으나, 큰 고민도 없으니 이득도 손해도 아닙니다.
그리고 둘째 형님은…… 우선 넘어가고, 지에는 세상을 떠났으니 어떻게 봐도 큰 손해죠.
저희 일가는 염국 사람들하고 천 년을 함께했고, 그들의 지시를 들었죠. 계산해 보니 저희에게 조금의 이득도 없더군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당신입니다, 누님.
당신은 정말 이득과 손해를 전혀 따지지 않은 겁니까?
대신한다고요?
그렇다.
복수를 위해,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해 어떤 결말에 걸었어.
어떻게…… 한 건가요?
12분의 1이 어떻게 전체를 이긴다는 거죠?
이 일이 성공할지에 대해…… 얼마나 확신하고 계시죠?
그건 오래 생각했어……
바둑판엔 가로세로로 19개의 줄이 있지, 모든 수를 읽었다 해도…… 흑돌이 먼저 일곱 집 반을 먼저 내면 승산은 사라져.
혼자서는 해내기 힘든 일이다.
그렇기에 네 도움이 필요하다.
만약 이게 유일한 가능성이고, 유일한 길이라고 한다면.
넌 이 가능성에 모든 것을 걸 수 있겠나?
정말 끈질기게 쫓아오는군요.
지금 하고 계신 일에 대해 조금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만.
좌 공자께서는 무슨 대답을 듣고 싶은 겁니까?
데몬을 이용해 사람들을 해치고, 국가의 공사를 탈취하고, 또 다른 대리인의 목숨까지 위협했습니다.
당신이 지은 죄는 왕이 지은 죄보다 더 무겁습니다.
죄에 대해서 이견이 조금 있지만, 좌 공자가 하고 싶은 건 무엇인가요?
그 천을 건네주고, 사세대의 감시하에 경성으로 돌아가십시오.
당신의 말대로 한다면, 전 무엇을 얻을 수 있죠?
재판을 받을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안타깝지만, 그 가격은 힘들 것 같군요.
염국을 적으로 돌릴 생각입니까?
설사 그렇다고 한들, 좌 공자께서 무엇을 하실 수 있겠습니까?
좌락이 한 걸음 나아가며 칼을 뽑았다.
……
평범한 사람을 괴롭히다니, 재밌냐?
여러분……?
여기까지 쫓아오다니, 꽤 하잖아? 다시 봤어.
지금부턴 가족 간의 일이야, 사세대는 자리를 좀 비켜줬으면 좋겠는데.
제 예상보다 '심장'에서 빨리 빠져나왔군요. 여러분의 마음가짐도 많이 성장한 모양입니다.
우리 사이가 좋은 것처럼 말하는 건 사양이야.
이게 진짜 시험이었어? 내가 보기엔 넌 우리를 진짜로 없애고 싶었던 것 같은데.
설마요……
오랫동안 자취를 감춘 이유가, 이 천을 짜기 위해서였나.
염국의 '국조'로 옷을 짜다니, 진짜 대단한 녀석이네.
그 사람이 그것과 만나기 전에 이게 필요했습니다.
염국 각지를 돌아다녔고, 마지막에 대황성을 이곳에 넣어야 한다고 결심했을 때는 아무래도 좀 아쉽더군요.
역시 너희는 연관이 있던 거였어……
설마 그 녀석, 이미 준비가 끝났나……?
진작에 네가 그 바둑꾼과 가깝게 어울린다는 걸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네가 이 천을 밖으로 가져간다는 게 무엇을 뜻하는지 모른다고는 하지 마.
이건 염국에게 하는 명백한 선전포고야.
그게 어쨌다는 거죠?
셋째 오빠, 솔직히 말하자면 언니오빠 중에서는 난 네가 제일 마음에 들어. 왠지 둘이 있으면 괜찮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을 것 같거든.
옛날에, 날 데리고 다니면서 시의 위조품을 팔 때 나도 도와줬잖아?
그런 일이 있었어?!
근데 미안해, 이번엔 아무래도 네가 좀 선을 넘은 것 같아.
아쉽게 됐군요.
아무래도, 시도 저와 같은 편이 될 생각은 없는 것 같군요?
꿈 깨.
수백 년 만에 처음으로 가족이 셋 이상 모였는데, 만나서 기껏 하는 일이 싸우던 때로 돌아가는 거라니.
이렇게 쓴 추억의 맛은 사양하고 싶은데.
만약 평화로운 대화로 해결할 수 있다면야, 저도 손을 쓰고 싶지 않습니다.
동생에게 어떻게 손을 쓸 수 있겠나요?
큰소리치지 마. 2대1이야, 네가 이길 확률은 높지 않아.
그렇다면 해보는 수밖에요.
이번엔 설령 과거 대사냥의 그 부대가 있다 하더라도, 저를 막을 순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