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4농사에 관해
몇몇 소년들이 자신이 본 이상 현상에 대해 서로 확인한다. 모든 단서는 최근 갑자기 대황성으로 돌아온 불청객을 지목하고 있다. 한편, 오랜만에 만난 지와 슈는 신농사 앞에서 긴 대화를 시작했다.
……
끝없이 펼쳐진 논밭은 몽환적으로 보였고, 넓은 세상은 침묵하고 있었다.
술내음이 스쳐 지나갔고, 구름은 빙빙 돌며 술잔 속으로 흘러들었다.
고개를 들어 잔을 비우니, 순간 세상이 맑고 환해졌다.
음…… 참 황홀한 꿈이네.
언니는 어쩐 일로 여기까지 온 거야?
최근 여기가 조금 시끌벅적하다며? 약속한 고량주가 어떻게 되었나 구경하러 왔지.
꿈속인데 내가 어떻게 술을 건네?
언니가 말하는 술은 언제의 술이고, 이건 또 무슨 꿈이야?
꿈에선 마실 순 없으니, 향기라도 맡아보려는 거지.
아니면, 고생 많은 내 동생이 얼마나 수척해졌나 보러 온 것일 수도 있고.
……
이게 니엔이 만든 신기한 물건이야?
시인이 옷소매를 휘두르자, 술독 하나와 술잔 두 개가 나타났다.
손을 들어 술독의 흙으로 만든 뚜껑을 부수자, 잘 익은 술 냄새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시인은 돌아서서 먼 곳을 바라보았다. 논밭은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하늘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쉼 없이 반복되었다. 추위가 가고 더위가 찾아오고, 봄이 가고 가을이 왔다.
이게 바로 네가 '심장'에서 본 풍경이야?
드넓은 논밭, 반복되는 4계절, 넌 매일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어. 이곳에서 정말 너희가 말한 그 물건을 만들 수 있는 거야?
나도 도와줄까?
언니가 오면 이 그릇도 큰 술독으로 변하는 건 아닐까 무서워. 어쩌면 갑자기 언니 혼자서 “이 세상은 즐겁지 않아, 차라리 깨지 않는 꿈을 꾸는 게 낫겠어”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지.
정말 내가 도와줄 필요 없어? 네가 여기에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나도 가물가물해. 안 그래도 네가 내 술병으로 변해버릴까 봐 걱정이라고.
다른 동생들은 그냥 잘 모르려니 하겠는데, 넌 너무 많은 걸 꿰뚫어봐서 걱정이야.
너무 꿰뚫어 보면 결국 '자신'을 볼 수 없게 되잖아.
그냥 이곳에서 농사만 짓고 있을 뿐이야.
자연 속의 모든 것에는 감정이 있어. 네 눈에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도 우리의 생명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겠지.
아직 내려놓지 못하는 게 있는 거야? 넌 여전히 무언가를 신경 쓰는 것 같은데?
지에 언니도 많은 책과 글을 남겼어, 모든 사람이 글을 읽고 쓸 수 있기를 바랐지. 하지만 언니가 사라진 뒤 글과 책들도 모두 사라졌어. 우리 말고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해.
하지만 이후 학당과 천사부에 있는 책 중에 있는 필적이 시에 언니의 것과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됐어.
시에 언니의 물건은 오래전에 사라졌지, 나도 단 하나도 갖고 있지 않아. 하지만 언니가 했던 말은 학생들의 입을 통해 다시 전해지고 있고, 언니가 썼던 글은 학생들의 손으로 다시 쓰이고 있어.
시에 언니가 했던 말이 기억나, “중요한 건 내가 남길 수 있는 것”이라고 했지.
……그래서 난 이곳에 있는 논밭에 과연 무엇을 남길 수 있을지 보고 있어. 언젠가 내가 사라진다면, 과연 내가 이곳에 무엇을 남길 수 있을지 보는 거지.
네가 항상 바라봤던 그 결말, 변한 게 있어?
하얗게 펼쳐진 눈밭, 변한 건 아무것도 없어.
……봄에 씨를 뿌리고, 가을에 수확해. 논밭에 벼가 무성해진 뒤에는 눈에 묻혀버리고.
그렇구나……
그 결말에 실망하거나 미련이 남지는 않아?
이 세상을 한 바퀴 돌아본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결말인 게 아닐까?
무수히 많은 이 세상 사람들과 똑같아. 삶에 끝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갈팡질팡하는 사람은 없잖아.
하지만 동생 중에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는걸…… 그 동생은 돌아왔니?
응.
예전에 그렇게 소심하고 순진했던 지는 어디로 가버린 걸까?
하아, 역시동생들은 어렸을 때가 더 귀엽고 사랑스러웠지.
……지와 만나러 가볼게.
하나, 둘, 셋……
괄괄아, 이거 뭐야? 새로운 품종이야? 처음 보는데, 생긴 건 참 멋지네.
말해봤자 넌 모를 거야. 말은 그만하고 찾는 거나 도와줘.
칫, 도와달라면서 까칠하게 굴기는……
그나저나 괄괄아, 한 가지 물어봐도 돼……?
넌 천사부 학생이지?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슈 언니와 화생을 빼면 네가 제일 똑똑한 것 같아.
……
뭘 물어보고 싶은 건데? 빨리 말해 봐.
……너 ……우리 부모님을 본 적 있어?
……
*염국 욕설* 천사부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가는데, 내가 무슨 경비 아저씨도 아니고 어떻게 하나하나를 다 기억하겠어!?
머리에 흙이라도 들어간 거야?
모르면 모른다고 하면 되잖아. 갑자기 왜 화를 내?
그럼 너는 갑자기 그런 걸 왜 묻는 건데?
오늘 이상한 상인을 만났거든. 대황성 밖에서 왔다고 하더라고. 아주 멀리서.
음?
슈 언니 말로는 우리 부모님도 천사로 일하기 위해 멀리 갔다고 했어. 근데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몰라, 오랫동안 돌아오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한테 들어본 적도 없어.
괄괄아, 혹시 우리 부모님 소식 좀 알아봐 줄 수 없을까?
돌아오는 것을 바라는 건 아니야. 그냥 편지로 알려주고 싶어, 대황성이 이사를 가고, 이동 섹터로 올라간다고. 돌아올 때 길을 잃어버리면 안 되니까.
……
......괜찮으니까 그런 걱정은 하지 마. 천사부를 뭐로 보는 거야, 분명 돌아올 때가 되면 누군가 이곳으로 데려올 거야.
응……
홍수에 잠긴 섹터는 여기까지야?
그런 것 같아……
왜? 네가 찾는 벼가 홍수랑 관련이 있어?
그런 건 물어볼 필요 없어, 천사부의 일은 말해도 이해 못 할 테니까.
잘난척 하지 마! 화생이 나더러 인내심을 가지고 책을 더 보면, 오리지늄 아츠 재능으로 분명히 천사부에 들어갈 수 있을 거랬어!
알았어. 그러면 네가 천사부에 온 뒤에 다시 얘기하자.
그리고, 내가 너한테 부탁한 벼를 찾는 일은 절대 비밀로 해.
왜 비밀……
아니다. 어차피 알려주지도 않을 텐데.
저기…… 요즘 잘 지내? 누가 괴롭히거나 하진 않았어?
나……? 잘 지내. 화생이랑 슈 언니가 많이 챙겨주고, 아저씨 아주머니들도 좋아. 최근엔 꼬미 촛대랑 꼬미 붓이라는 새 친구들도 만났어……
갑자기 뭐야? 날 걱정하는 거야?
너 같은 말괄량이를 누가 걱정하냐!
됐어. 오늘도 고생 많았어. 몸 잘 챙겨.
혹시 누가 너를 괴롭히면 내가 알려준 대로 피리로 머리를 때려버려!
농사를 하는 날이 길어졌고, 우리의 땅도 넓어졌네……
악귀를 퇴치하고, 세상은 새롭게 빛난다……
라…… 랄라……
……
이 조각상은 아무리 봐도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도대체 누가 '신농'은 반드시 허름한 옷차림에, 산전수전 다 겪은 모습이라고 한 건가요? 신농도 아름다운 것을 좋아해 항상 머리에 꽃을 달고는 했고, 제가 만든 옷을 좋아했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기억납니다. 그녀의 눈빛은 당신과 많이 닮았죠.
시가 그분의 초상화를 그려줬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그땐 시도 그림을 그릴 줄 몰랐었죠.
다신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제가 가출할 나이는 아니죠. 그리고 제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은 안 했을 텐데요?
밖을 오랜 기간 돌아다니다 보면 집이 그리워지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집이라 부를만한 건 이곳뿐이었죠.
그게 하필 지금이라는 거야?
조금 일찍 왔으면, 올해의 연극도 볼 수 있었을 테고, 누님이 만든 보리 만두도 맛볼 수 있었겠죠.
좋아, “집 떠나면 고생”하는 법이지. 뭘 먹고 싶어? 집에 뭐든 있으니까.
밥 먹고 나면, 또 떠나야지.
겨우 이틀 있었을 뿐인데, 벌써 가라고 재촉하는 거 같군요?
네가 그저 쉬러 온 거라면, 얼마든지 여기 있어도 돼.
그냥 물어보는 거지만, 정말 그냥 쉬러 온 거야?
……
전 이곳에 올 때마다 대황성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봅니다. 천 년 전에는 여기가 온통 얼음덩어리였다고 누가 생각이나 할까요.
사람들은 악귀들 바로 옆에서 이 땅을 되찾았습니다. 그때는 모든 것이 혼돈이었고 사계절도 없었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밝았죠.
신분이나 국적과 관계없이 사람들은 서로를 응원했고, 유일한 적은 눈앞에 있는 황무지와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데몬뿐이었죠.
며칠 전, 그분을 꿈에서 보았습니다. 그 사람도 보았죠. 그래서 생각했죠, 이제 돌아와서 이곳을 다시 봐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다행히도 집에 돌아오는 길을 찾을 수는 있었지만, 아쉽게도…… 예전 같지 않더군요.
이곳 사람들을 제대로 본 지는 얼마나 됐어?
세상 사람들은 이익을 위해 몰려들고, 이익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법이죠.
이익이 있는 곳이면 사람이 모여듭니다. 어디나 똑같죠.
지금 상황에서 누님은 조정에서 논의하는 게 진짜로 우리 가족의 목숨을 지키는 방법인지, 아니면 자신에게 가장 안전한 방법을 찾으려는 것인지 생각해 봤나요?
……누님은 정말 니엔이 만든 그것이 모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믿나요?
그게 우리 모두를 지킬 유일한 방법이야.
그건 우리의 목숨을 남에게 맡기는 겁니다.
쌍방이 함께 일을 하면서 이익은 함께 취하지만 부담은 한 쪽만 짊어진다니, 이건 수지에 맞는 거래가 아닙니다. 최소한 공평한 거래는 아니죠.
함께 오래 일을 하려면, 적어도 양측 모두 부담을 짊어져야 합니다.
그렇게 오랜 기간 여행했으면서, 결국 장부상의 손익만을 신경 쓰는 거야?
제가 신경 쓰는 건 누님입니다.
누님, 누님은 지금 지쳐있습니다.
이곳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까지 돌보느라 고생하는 것도 모자라, 니엔의 공사까지 돕고 있잖습니까. 분명 큰 부담이 될 겁니다.
그게 아니었다면, 분명 이번 일을 더 빨리 알아차렸겠죠.
……
천 년간 있었던 무수한 재앙, 매번 이 땅에 재앙이 닥칠 때마다 누님은 항상 재앙을 미리 알고 있었죠…… 당신은 이 땅의 모든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지키려는 건 도대체 무엇이죠?
지금 이 상황에서, 하늘의 뜻을 거스르려는 건 도대체 누구인가요?
정신 차리세요!
알려주세요. 도대체 무엇을 본 거죠?
……
난…… 도대체 무엇을……?
내가 본 건……
잠깐…… 그걸 네가 어떻게 알지?
좌락은 손에 든 실을 꼬며 그 실이 공중에서 사라지는 걸 지켜봤다.
누군가의 소행일지도…… 어쩌면 오리지늄 아츠겠죠……
당신이 본 건 아마 당신의 환각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분명 당신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게 있었을 겁니다. 마치 어떤 심리적 암시 같은 거죠…… 무엇을 보았나요?
농부를 본 것 같아. 남자…… 아니, 여자였던가?
나더러 밭을 갈라고 했어. 하지만 작물을 전혀 키워내지 못했지. 근데 계속 나이가 들면서 괭이를 들 힘마저 없어졌어……
강 건너편 나무에 많은 목패가 걸려 있었어. 아무도 그곳에 가지 않았지만, 이름이 적혀 있는 것 같았는데…… 그리고 그 농부도 사라졌어.
……강 건너편?
당신에게 강 건너편을 보여줬다니……
화생은 깊은숨을 쉬며 강을 따라 먼 곳을 바라보았다.
강 건너편 나무는 우거져 있었고, 바람이 불자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화생, 촛대 군, 여기 있어?
소만 씨! 어디 갔었나요?!
벼를 찾으러 갔었어……
벼를 찾았다고? 스톡비스트를 찾는다고 하지 않았어? 어떤 벼길래 직접 찾으러 간 거야?
아 그게……
그리고, 내가 너한테 부탁한 벼를 찾는 일은 절대 비밀로 해.
비밀로 하기로…… 약속했어……
이상해…… 요즘 왜 이상한 일들이 많아진 거지……
벼를 찾으라고 한 건 누구죠? 어떤 종류의 벼인가요? 어디서 찾았나요?
촛대 군? 왜 그렇게 심각해……? 무서워……
소만 씨!
알았어. 말할게……
천사부의 꼬맹이 학생이…… 특별한 벼를 찾아달라고 했어. 숙제에 필요하다고……
정확히 어떤 종류인지는 몰라…… 그냥 빨간색이야, 검붉은색…… 댐 근처에서 조금 찾았고, 여기랑 가까이 있는 논에서도 봤어.
……
……
화생, 최근에 수확한 식량은 모두 어디에 있나요?
대황성의 곡물 창고에 있어, 그건 코어에 있고.
지금 당장 창고를 확인해 주시겠나요? 조금이라도 이상한 걸 발견하면 바로 촌장님을 찾아주세요.
잠깐……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렇게 다급한 거야?
이미 늦었을지도 모릅니다……
요즘 연극에는 총 3편이 있죠? 《대수천》, 《쟁천시》, 그리고 《만물생》이요.
그런데 아주 오래전에, 첫 번째랑 두 번째 사이에 《도북강》이라는 편이 더 있었습니다. 지금은 아무도 하지 않는 연극이죠.
누님, 아직 기억하시나요? 그 노래를 조금 불러주시겠나요?
멜로디는 기억나는데, 가사는 거의 잊어버렸어.
전부 옛날이야기잖아, 딱히 부를 필요도 없고.
그렇네요. 관객도 없는데 불러봐야 재미도 없겠죠.
금방 잊어버릴 연극, 봐봤자 시시할 뿐입니다.
……
하지만 저는 아직 기억합니다……
북쪽에서 가져온 데몬 조각, 당시에는 사람들이 그것을 상대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찾아낸 방법이죠. 하지만 그것의 화신이 데몬의 재앙에게서 사람을 보호해 주고 있습니다. 정말 재밌죠.
우린 그것과 얽히지 않는 게 좋아.
맞는 말씀입니다.
악귀는 절대로 백성에게 알려져선 안 되죠. 하지만 오리지늄의 오염이 적은 귀한 땅이 바로 여기에 있으니,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천 년간, 이곳 사람은 그 더러운 땅과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아왔습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땅을 일구며 세상일에 상관없이 천 년을 버텼죠.
이유가 생기면 결과도 생기는 법. 천 년 전에 심은 이유를 거둬들일 사람이 필요합니다. 거둬들이는 데 적합한 사람이 필요하죠.
……말해줘. 이번 재앙은 너와 상관없는 거지?
제가 언제 당신께 거짓말을 한 적 있나요?
진실을 말하지 않을 뿐이었지.
……이번에 네가 돌아온 진짜 이유는 뭐야?
말씀드린 것처럼, 집에 돌아오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전과 똑같이 여쭤보고 싶습니다. 누님, 함께 떠나지 않겠습니까?
내 대답도 똑같아. 난 여기 남을 거야. 그리고 떠나고 싶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