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회서리

HS-5비단 짓기

사이드 스토리작전 전2024-07-31

좌락은 시의 힘을 빌려 유력한 용의자인 지를 그림 속에 가둬 고분고분하게 만들고자 한다. 한편, 대황성 농지의 오염은 통제 불가능한 수준까지 번지고 만다.

등장 오퍼레이터: 좌락, , 완칭


또 가는구나.

연로한 여성

이번엔 나를 말리지 않을 거야?

내 말을 들어준 적도 없으면서.

연로한 여성

그래도 네 잔소리가 없으면 허전해.

연로한 여성

난 아직 걸을 수 있어. 팔다리도 쌩쌩하지. 봄바람이 아직 차니까 의자에 누워서 햇볕을 쬘 수는 없긴 해도 말이지.

알고 있잖아, 북쪽이 얼마나 위험한지.

연로한 여성

하지만 슈…… 너도 알잖아, 선택지가 없다는 걸……

연로한 여성

수십 년이라는 시간을 들여서 겨우 이 땅을 일궜어. 하지만 아직 부족해……

연로한 여성

식량과 땅은 항상 부족해…… 북쪽으로 조금 더 가면 특별한 작물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오리지늄에 오염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작물을 찾을지도.

연로한 여성

그렇게 되면, 이 넓은 땅을 다 농지로 쓸 수 있게 돼. 더는 굶주리는 사람이 없을 거야.

그렇다면 더더욱 여기 있어야지.

그런 작물을 못 찾아도 천천히 키워나가면 되잖아. 10대, 100대가 지나면 언젠가……

연로한 여성

근데,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해?

……

연로한 여성

게다가, '오리지늄에 오염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작물'과 '넓은 땅을 다 농지로 쓴다'라는 얘기는 남들이 들으면 멍청한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말로는 널 당해낼 수는 없어.

연로한 여성

늙은이의 말은 항상 맞는 법이니까.

여성은 천천히 손을 뻗었다. 손은 무언가를 조심스럽게 움켜쥐고 있었다.

연로한 여성

슈…… 내 손금 좀 다시 봐줄래? 이 노인네에게도 늦게나마 꿈 같은 일이 찾아오는지 궁금해.

예전에 말했잖아. 난 손금 보는 법을 몰라.

연로한 여성

……

여성은 웃으며 손바닥을 펼쳤다. 손에는 하얀 꽃 한 송이가 들려있었다. 그리고 그 꽃을 바로 앞에 있는 소녀의 머리에 꽂아주었다.

연로한 여성

오늘 밭에서 꽃이 피었더라, 올해 처음으로 핀 꽃일 거야. 좋은 징조인 것 같아.

연로한 여성

운이 좋으면 올해 수확할 때쯤 돌아올 거야.

연로한 여성

날짜에 맞춰 보양식이나 끓여놓고 기다려 줘.

슈……

응?

솔직히, 이미 미래를 알고 있는 거지?

……

결국에는……

아냐…… 말하지 마, 내가 언제 죽는지는 알고 싶지 않아.

내가 묻고 싶은 건……

그 만경의 비옥한 땅이라는 건 결국 이뤄지게 돼?


……

피곤한 농부

천사……

피곤한 농부

슈 씨?

응?

피곤한 농부

슈 씨, 여기서 한참을 멍하니 서 계시던데 천사님도 이 땅이 아까운가 보네요.

아, 응……

여긴 산도, 물도 좋고, 음식도 맛있으니…… 여기가 좋아.

피곤한 농부

슈 천사님, 아직 젊으신 것 같은데, 대황성에 오신 지 얼마 되지 않으셨죠?

피곤한 농부

저는 이곳에서 태어난 지 67년이 됐습니다…… 67년을 살면서 이곳을 떠나게 될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피곤한 농부

신농께서 이 땅을 개간하신 지도 천 년이 넘었을 텐데, 저희가 어떻게 떠날 수 있을까요……

농사란, 봄에 씨를 뿌리고 가을에 거둬들이는 거야. 그 사이에는 날씨가 항상 좋기만 할 수는 없어. 우린 자연의 순리를 따라야 해.

나중에 이동도시로 가면, 다들 새로운 일을 찾게 될 거야. 모두 적절한 자리를 찾게 될 거라고 믿어.

피곤한 농부

저희는 모르겠습니다…… 근래 몇 년간은 날씨 탓에 수확이 줄었던 거고, 모두 열심히 일하면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는데요.

피곤한 농부

그런데 이 땅 자체가 문제라뇨…… 슈 천사님, 천사님은 많은 것을 아시잖습니까. 이 땅을 구할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피곤한 농부

방법을 알려주세요. 힘든 거라면 괜찮습니다. 설령 이 땅 자체를 모두 갈아엎는다고 해도……

……

피곤한 농부

며칠 전에 비가 왔을 뿐인데 이 땅이 왜……


논밭 근처에 있 농부가 갑자기 눈을 크게 떴다.

논에 있던 물이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치 땅속 깊은 곳에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이 있는 듯 모든 물과 땅의 생명력이 빨려 들어갔다.

물기에 촉촉하게 젖어있던 땅은 순식간에 딱딱한 알칼리 지대가 되었고,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균열이 무수히 생겨나기 시작했다.


좌락

멈추세요.

좌 공자님.

좌락

어디로 가려는 건가요?

전할 물건도 전달했고, 만날 사람도 만났습니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지요…… 좌 공자님께선 저를 배웅하러 나오신 겁니까?

좌락

모든 일을 마무리 짓기 전에는 떠날 수 없습니다.

전까지만 해도 저를 떠나게 하던 사세대가 이젠 떠나지 말라고 하다니…… 갑작스런 변동은 저도 참 난감하군요.

좌락

대황성에 출현한 그 데몬은 당신과 무슨 연관이 있는 거고, 그리고 코어의 장치에는 무슨 속셈이 담겨 있는 건가요?

좌락

그리고…… 100년 전 그 죄인이 경성에서 탈출한 이후, 겨우 몇 달 만에 그의 꼭두각시가 염국 곳곳에 퍼졌습니다. 그곳에서 무엇을 하신 건가요!

……좌 공자의 질문을 이해하기가 어렵네요.

좌락

그렇다면 답을 할 수 있는 곳으로 함께 가야겠습니다.

……

좌 공자님 혼자 이곳에 오시다니, 정말 용기가 대단하군요. 조금만 시간이 더 있었다면, 좌 공자와 같은 젊은 인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을 텐데요.

하지만…… 제가 협조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남자는 옥으로 된 북을 꺼냈다.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진 것 외에는 특이한 것이 없어 보였다.

좌락은 그 북에 희미하게 실이 감겨있는 것을 보았다.

좌락

멈추세요!




음……?

찰나의 순간이었다.

남자가 옥북을 올리기도 전에, 지촉인의 칼끝이 남자의 목덜미를 겨누고 있었다.

좌락

평범한 인간인 저로서는 대리인과 맞설 수 없지만……

좌락

그림 속 세계에서의 저희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림이라…… 그건 제 동생의……

인간이 언제부터 그런 위대한 힘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나요?

좌락

베헤모스 학자들의 연구를 간과하신 것 같군요…… 사세대는 당신들의 능력을 이미 파악하고 있습니다.

시가 제게 이토록 반감을 품고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네요. 심지어 지촉인과 손을 잡고 저를 방해하다니……

근데 지촉인이 대리인과 비밀리에 만나는 것은 중죄 아니었나요? 이미 죄를 지은 자가 또 다른 규율을 어긴다면, 그 결말은 생각해 보셨나요?

좌락

이곳에서 당신을 멈추게 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좌락

데몬을 대황성에 끌어들인 게, 오성 십이루를 파괴하려는 것이 목적이었나요?

좌락

이 사건의 배후에 그 죄인의 음모가 숨어 있지 않나요?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 말이 맞다면 좌 공자께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저를 이곳에서 제거하여 경성 땅 밑에 있는 쉐이에게 또 다른 정신을 선사할 생각인가요? 염국이 전쟁을 불사할 준비가 되어 있나요?

좌락

그렇게 해야 당신을 막을 수 있다면, 망설임 없이 그렇게 할 겁니다. 쉐이는 당신들이 하는 만행을 막아주는 방패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서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거래입니다.

남자는 목 앞의 칼날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돌계단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좌락

움직이지 마세요!

긴장하지 마세요. 이 그림에 갇혀 있는 이상, 저는 힘없는 재단사에 불과합니다. 설마 제가 여기서 날아가기라도 할까 봐 걱정하시는 건가요?

드물게 찾아온 기회인데,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요.

좌락

묻는 말에만 대답하세요.

좌 공자께서는 서재에 있지만 접근할 권한이 없는 그 많은 책이 궁금하지 않나요?

절호의 기회가 눈앞에 있습니다. 좌 공자께서 여쭙고 싶은 건 이것뿐만이 아닐 텐데요?

좌락

수작 부릴 생각은……

자 그렇다면 계산해 보죠.

바로 염국과 베헤모스에 대한 계산을요.


천사 학생

……여기가 끝인 건가?

천사 학생

데몬에 오염된 씨앗이 만약 저 강을 따라 흘러온 것이라면, 왜 도시 가장자리로 갈수록 오염의 흔적이 줄어드는 걸까……

천사 학생

설마……

그녀는 한 움큼 흙을 손에 쥐고 세심하게 만져보더니,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땅에서 미세한 진동이 전해졌다. 멀리 새로 생긴 이동 섹터가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거대한 산맥이 요동치는 것 같기도, 황야의 짐승이 허리를 굽힌 것 같기도 했다.

철근 콘크리트는 만 년의 역사를 지닌 땅을 지탱했고, 거대한 구조물은 수많은 세월을 버틸 다리를 만들어낸 듯했다. 하지만 이 땅이 간직한 만 년의 흔적을 누가 알아볼 수 있을까?

천사 학생

......네가 한 일이야?

천사 학생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당신 혼자 조용히 이 데몬을 억누르고 있었다니…… 무엇을 위한 거지?

천사 학생

당신과 같은 존재가 '신선'이라 불린다니……


좌 공자님, 누에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게 아니라면, '자승자박'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나요?

좌락

무슨 뜻이죠?

저는 이러한 사건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익숙합니다.

벌레는 자라면서 모두 시련을 겪게 됩니다. 시련을 이겨내면 고치를 뚫고 나오고, 실패하면 어둠 속에서 조용히 생을 마감하게 되죠.

좌락

……누가 벌레라는 말입니까?

저도, 당신도, 세상 만물 전부가 그렇습니다.

좌락

생각은 자유지만, 저를 벌레처럼 얕볼 생각은 하지 마시죠.

당신들은 스스로 만든 문명에 대한 자부심이 강합니다. 그런데 사세대의 기록에는 처음의 처음에 있었던, 진룡이 어떻게 백씨지란을 끝낼 수 있었는지에 대한 내용은 기재되어 있지 않나요?

좌락

물론 있습니다. 그것은 단지 쉐이의 오만한 우롱이었을 뿐, 결코 은혜가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고요. 설마 염국더러 당신들에게 고마워해 달라고 하는 겁니까?

좌락

게다가 지금의 당신들은 그런 힘을 갖고 있지도 않습니다.

파멸과 신생, 그 어떤 생명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여름벌레가 겨울의 얼음을 이해하지 못하듯, 모든 것은 고치에 감싸여 있습니다. 그러니 언제나 겸손해야 하죠.

좌락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죠?

그 전쟁이 끝나고 저희 같은 사람이 생겨났습니다. 사세대는 지금까지 약 천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지요.

좌 공자님은 설마 생각해 보신 적 없나요? 어째서 이제 와서야 염국이 쉐이를 제거하려고 결정했는지?

좌락

백 년 전, 죄인이 소동을 일으켰고, 대리인 1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제 쉐이가 다시 깨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으니, 제거하는 건 당연한 조치입니다.

쉐이가 다시 깨어난다는 건, 누가 내린 결론이죠?

좌락

……

염국이 어쩔 수 없이 전쟁을 해야 한다면, 결국 누구에게 이익이 될까요? '쉐이를 제거한다'라는 것 뒤에 누군가의 계획이 있는 건 아닐까요?

이 문제들에 대해서 좌 공자님은 생각해 보신 적이 없나요? 아니면 생각해 보신 적이 없는 척을 하는 건가요?

좌락

당신의 일방적인 주장을 믿으라는 말입니까……?

믿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른 이야기를 해보죠.

저는 상인에 불과하지만, 제 형제자매들은 수백 년 동안 염국을 크고 작은 위험에서 지켜냈습니다.

심지어 '빈둥거리는' 제 여동생 조차도 그렇죠. 만약 그 동생이 없었다면, 염국은 오늘날 이동도시를 구축하는 데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언제나 이곳을 지키는 제 누님도 있지요……

베헤모스와 염국은 오랜 역사를 공유해왔고, 저희 형제자매는 단 한 번도 염국에 해를 끼친 적이 없습니다. 그들이 바라는 건 단지 평범한 삶뿐이었죠.

하지만 지금 그들은 불의의 재난 때문에 목숨을 잃으려 하고 있습니다…… 알려주시죠 좌 공자님, 이건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요?

좌락

……

좌락

당신들 중 일부는 분명 염국에 큰 공헌을 했습니다. 그 사실을 염국도 잊지 않고 있죠.

좌락

하지만 지금, 당신들 중 일부는 염국과 적대하게 되었습니다. 당신들이 염국 백성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겁니다.

하아, 방금 좌 공자께서 '신'의 가호가 이것뿐이라 하셨는데, 어째서 위기가 닥쳤을 때 또 '신'을 탓하는 건가요?

어디에 '신'이 있는 건가요? 결국 저희 모두는 인간에 불과합니다.

왜 당신들의 발밑을 보지 않는 겁니까?


화생

이 오염된 작물들은 분명 처리 됐을 텐데……

화생

아니, 이상해…… 이건 분명 이전에 정상적으로 수확했던 식량이야. 근데 어째서 이렇게……

며칠 전 수확한 벼가 곡물 창고에 가득 채워져 있었다.

본래라면 황금빛을 내고 있어야 할 곡물의 산이, 지금은 검붉은색의 작은 언덕으로 변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