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회서리

HS-3이른 망종

사이드 스토리작전 전2024-07-31

니엔과 시는 오빠의 갑작스러운 대황성 복귀에 불안함을 느낀다. 화생과 소만은 밭에서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왔다는 상인과 만나게 되고, 상인은 호탕하게 그들에게 '소원' 하나를 팔겠다고 제안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니엔, , 좌락, 완칭, 그레인버즈


누님.

상인과 함께 먼 곳을 다니면서 바깥세상은 대황성과 매우 다른 것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가 이곳에 안주한 수십 년 동안, 인류는 수많은 것들을 새로 만들었죠.

염국 곳곳에는 다양한 도시가 들어섰고, 끝없이 펼쳐진 농지, 호화로운 궁전, 활기찬 시장. 모든 것이 새롭고 놀라웠습니다.

이곳엔 잠시 머물다 떠날 겁니다. 이번 여정도 먼 곳으로 갈 예정이어서, 언제 돌아올지는 모르겠군요.

그러고 보니, 대황성도 어려웠던 시절에 비해 지금은 땅을 돌보는 사람도 많아지지 않았나요. 저와 함께 밖으로 나가 이 넓은 세상을 구경하고 싶지 않나요?

……누님, 사실 바깥세상도 이곳 대황성과 크게 다르지 않더군요.

그래요. 수십 년, 아니 수 백년을 나아갔던가요? 생각이란 건 언제나 변하는 법이죠.

많은 것을 보았습니다. 결국 어디를 가더라도 인간은 인간이더군요. 이 세상은 별 의미가 없는 곳이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헤아리기 어렵지만, 예측하는 게 어렵진 않은 법이죠.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하셨던 말씀을 이제 이해했습니다.

누님…… 이곳에 얼마나 더 머물 생각인가요?


니엔

어이~

니엔

어렵게 산꼭대기에서 데려왔더니 계속 집에만 있을 거야? 슈 언니도 없는데 나랑 밖에 좀 돌아다니지 않을래?

니엔

이곳에 딱히 특별한 건 없지만, 과일과 식량의 맛은 이동도시랑 비교하면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야. 맞다. 넌 아직 이곳에서 술을 어떻게 만드는지 못 봤지?

짜증 나.

니엔

천사부에서 또 귀찮게 구는 거야?

내가 천사부 같은 걸 무서워할까 봐?!

난 그냥…… 그냥……

……그럴 여유가 있으면 밖에서 움직이지도 않는 녀석 좀 어떻게 해봐.

니엔

천사들은 모두 구호 활동을 하러 갔잖아. 나 혼자서 무엇을 할 수 있겠어? 직접 손을 쓸 수도 없고……

니엔

아아 심심해! 오늘 네가 그린 그림이나 볼……

싫어!

니엔

왜 그래? 떠오르는 게 없다면 내가 아이디어를 줄 수도 있는 거잖아?

됐으니까, 나가.


니엔

뭘 그렇게 예민하게 구는 거야? 비밀이라도 있는 거야?

비밀이 아니라, 짜증이 나서 그래.

니엔

……천사부 노인네들이 정말 짜증 나긴 하지만, 사실 널 어떻게 할 수는 없어. 조정에서 지켜 주겠다고 약속했으니, 그 노인네들도 몇 마디 떠드는 게 전부겠지.

니엔

그러니까 진짜 짜증이 난 이유는…… '그 녀석' 때문이겠지.

……

니엔

그 녀석, 이미 도착했을 것 같은데 어쨌든 가족이니까 만나러 가지 않을래?

안 가.

니엔

꼭 그래야 하나…… 그 녀석도 네가 있는 산을 지날 때마다 그 시대의 가장 훌륭한 그림을 가져다줬다고 들었는데, 설마 그게 싫었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

……이젠 다르니까.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어?

니엔

음, 정확한 날은 기억이 안 나.

니엔

사업이 번창하면서 몇 번이나 사세대한테 주의를 들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최근엔 좀 자중하고 있다나 봐. 몇 년간 여행만 한 게 아니라 염국의 모든 도시를 갔다고 해.

니엔

근데 사세대는 우리보다 더 심하게 녀석을 감시했지.

왜 그렇게 자세히 알고 있는 거야……?

니엔

사세대 사람과 이야기할 때 슬쩍 기록부를 봤어…… 제대로 가려져 있지 않은 부분만.

……

“사업이 번창했다”는 거구나, 내 기억엔 그저 뽕나무를 키우고 누에 치는 걸 좋아하던, 그리고 슈의 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니던 바보였는데.

내가 마지막으로 본 건…… 네가 말했던 '지나가던 때'야, 그림에서 잠깐 봤을 뿐이지.

그 눈빛, 탁하고 싫어, 마치……

니엔

……바둑꾼과 똑같지. 알아.

니엔

게다가 바둑꾼이 탈옥했던 해, 녀석은 백조에 있었어. 너도 알잖아. 지난 몇 년간 염국에선 우리에게 관심이 없는 척했지만, 사실은 누구를 노렸는지.

둘 사이에 뭔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니엔

잘 모르겠어. 난 그 바둑꾼이 링 언니와 오라버니하고만 친했다고 생각했는데.

니엔

근데 사세대에서 그런 판단을 내렸다면, 그 녀석도 이제 아무 데나 돌아다니지는 못할 거야.

니엔

그 녀석이 얼마나 '사람 됨됨이' 좋게 행동하는진 너도 알잖아. 매년 사세대에 장부를 제출할 때 거래 내역이나 수입과 지출을 상세하게 정리하니까, 흠잡을 데가 없어.

니엔

그리고 어떤 도시든 재앙으로 피해가 발생하면, 가장 빠르게 구호 활동에 나서지. 이런 것 때문에 사세대도 그 어느 정도는 눈감아 주는 거야.

정말로 좋은 뜻으로 그러는 거라 생각해?

니엔

그래도 결국 우리의 형제잖아…… 내가 어떻게 험담을 할 수 있겠어?

이제 안 하려고?

이 세상에 우리 같은 관계를 가진 사람은 없겠지. 이런 '형제자매'라니, 난 그것보단……

니엔

그것보다?

저리 가. 그만 좀 오라고, 그리고 몰래 볼 생각도 하지 말고!

니엔

알았어 알았어, 안 할게, 서두르지 마. 휴우.

니엔

형제자매라, 세속적인 의미인 혈육의 정은 우리에겐 성립되지 않는 거잖아……

니엔

아마 수백 년 후에는 염국의 사관이 우리와 같은 존재를 정의할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겠지…… 아마도.

니엔

그리고 네가 그 쓸데없는 고집을 좀 꺾는다면, 우리가 좀 더 자주 가족같이 모일 수도 있을 거야.

내가 언제 고집부렸다는 거야?

니엔

그럼, 언제 네 서재에 있는 그 열두 개의 그림을 보여줄 건데?

……저리 가!

니엔

음, 그래. 12개네. 셋째 언니가 사라진 뒤에도 넌 여전히 언니의 그림을 간직하고 있잖아.

니엔

……그림 속 사람이 누군지 알겠어? 아니면 더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거야?

니엔

게다가…… 네 자화상까지…… 설마 아직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거야?

니엔

그렇게 고집 피우기만 할 거야?

……


폭우가 지나갔다.

먹구름은 걷혔지만, 공기 속에는 아직 비 온 뒤의 축축한 냄새가 남아 있었다.

화생

……

좌락

……

좌락은 입을 꽉 깨물고, 손에 든 천사의의 스위치를 눌렀다.

이어서 처음 보는 거대한 기계가 밭을 휩쓸고 지나갔고, 줄지어 서있던 작물들이 하나둘 쓰러져갔다.

뽑힌 뿌리와 시들어버린 잎 사이를 바람이 휘저으며 끝없이 소음을 만들어 냈다. 마치 거만한 자의 비웃음 같았다.

재난은 순식간에 찾아왔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인간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좌락

그럼 이 작물들은 이제 다 버리는 건가요?

화생

응.

화생

이곳은 내가 처음으로 맡았던 시험 농지야. 옥수수만 심었었지. 오리지늄으로 오염된 물에 잠겨서 이젠 버릴 수밖에 없어.

화생

오리지늄으로 오염된 땅은 복구가 거의 불가능해. 땅은 넓어 보이지만, 실제로 농사지을 수 있는 부분은 손에 꼽을 정도야.

화생

옥수수 알갱이가 매우 달콤했지, 어릴 때 그걸 처음 먹고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생각했어.

화생

열심히 키워내서 누구나 그 달콤함을 맛보고, 내가 처음 느꼈던 그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었어.

좌락

……

우렁찬 기계 소리가 울렸고, 지나간 자리엔 적막한 땅만이 남아 있었다.

소만

화생, 드디어 찾았다!

소만

빨리 가봐, 공사팀이 밭을 다 망가뜨려서 농부들하고 천사들이 싸우고 있어. 어서!


토목천사

여러분, 재앙으로 인해 물자도 부족합니다. 시간도 촉박해서 공사를 지체할 여유가 없습니다.

토목천사

이 농지는 이미 폐기하기로 결정됐어요. 자리를 비켜주시고, 장비가 들어갈 수 있게 도와주세요!

성난 농부

폐기한다고? 누구 맘대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이곳을 관리하던 천사님이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작물 연구가 끝나 간다고 했다고!

성난 농부

저 큰 기계로 우리 땅을 휘젓고 다니도록 누가 허락해 준 건데!?

토목천사

“정묘호 섹터 샘플에서 기준치 이상의 오리지늄 입자가 검출되었습니다.” 즉, 이 땅은 이미 오염되어 버려졌다는 뜻입니다.

성난 농부

이런 재난을 처음 겪는 것도 아닌데, 왜 당신들만 오면 모두 폐기해야 한다는 거야?

토목천사

이 땅은 옮길 수도 없고, 반복된 재앙으로 인해 복구가 불가능해요. 땅을 폐기한다는 결정도 상부에서 내려온 겁니다……

성난 농부

올해는 흉년이야. 이 땅을 살리지 못하면 굶게 될 거라고!

성난 농부

당신들은 사람이 굶어 죽는 모습을 본 적도 없지!? 공사가 우선이라는 말 한마디만 툭 던지고, 이 땅을 살릴 생각조차 하지 않고 짓밟다니!

성난 농부

대황성은 우리 모두의 땅이라고!

토목천사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성난 농부

무슨 소리냐고?

성난 농부

하늘의 뜻이라는 소리다! 제기랄……

토목천사

……

토목천사

지금 때리신 건가요?

성난 토목천사

거지 같은 자식……!

성난 농부

이 자식이!!

소만

아저씨들, 싸우지 마……

화생

왕 아저씨!

화생

이 땅은……

성난 농부

이것 봐! 땅이 오리지늄에 오염됐는데, 제대로 복구할 기회도 주지 않고 기계로 싹 밀어 버렸다고!

성난 농부

무슨 말만 하면 보고가 어쩌니 시랑이 어쩌니 그러는데, 시랑이라는 사람은 본 적도 없다고!

화생

천사님들, 이 토지를 폐기한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습니다만?

화생

분명 우선 토지를 복구한다고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토목천사

아직 듣지 못하셨나요? 공사 자재가 도착했습니다. 대황성의 개조 공사는 어젯밤부터 시작했어요.

토목천사

가장 최근에 조사된 손상된 토지에 대한 결과를 바탕으로 복구 범위와 비용도 결정이 됐죠.

토목천사

결론은 대황성 외곽 농지는 개조를 중단하고, 코어의 공사를 우선시하는 것으로 결정됐습니다..... 그리고 언제라도 도시 중앙을 이동시킬 준비를 해야 하죠.

화생

어째서죠?!

화생

토지 오염과 관련한 정보는 모두 파악된 건가요? 왜 이렇게 서두르는 거죠?

토목천사

그건 천사부…… 보다 위쪽에 있는 상부의 결정입니다. 믿기 어렵다면, 수석 천사님께 직접 확인해 보세요.

화생

……

화생은 고개를 돌렸다. 짓밟힌 논둑을 보며 망연자실하고 있는 농부들이 눈에 들어왔다.

화생

선배님, 만약 천사부에서 정말 이 농지를 폐기하기로 결정했다면 따르겠습니다.

화생

하지만 이곳은 이분들의 일자리이자 삶의 터전이기도 해요.

화생

아직 정식으로 이사를 하라는 통지는 받지 못했습니다. 최소한 지금은 장비를 다른 곳으로 옮겨 주시겠어요?

토목천사

……알겠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화생

감사합니다.

토목천사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해마다 고생하고 있다는 사실을요.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토목천사

이동도시가 없던 시절엔 사람들이 이 땅을 떠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농작물이 이동도시로 옮겨졌고, 땅 없이 배양할 수 있게 되었죠……

토목천사

솔직히 말하자면, 이 대황성이라는 땅이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에요.

토목천사

오리지늄 저항성을 가진 식물 연구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가 없잖아요?

화생

……


화생

아직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무엇을 해도 같은 결과라면 '완칭' 프로젝트는 대중화시켜 사용할 수 없게 되겠죠.

화생

……수년간 연구했지만, 성과는커녕 조금의 가능성조차 보이지 않네요.


잔뜩 화가 난 농부

화생, 무슨 말을 했기에 저들이 떠난 거냐?

화생

별것 아니에요……

화생

왕 아저씨……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농지를 정리하죠……


화생

……

소만

물소? 물소야!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소만

이제 우린 어떻게 해야 하지? 천사님 말로는 대황성이 옮겨간다는데, 이 농지를 다 버려야 하는 거야?

소만

촌장 할머니도 어디 계시는지 모르겠어.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화생

……

소만

……뭐라고 말 좀 해봐!

화생

대황성에 이 정도로 큰 변화가 있다면 촌장님이 제일 먼저 알았을 거야. 하지만 별다른 말씀이 없다는 건 아마도 방법이 없는 걸지도……

화생

그렇다면 나도 어쩔 수 없어……

소만

그런 힘 빠지는 소리는 왜 하는 거야?

화생

그때의 신농님은, 정말 신선이었던 게 아니었을까……

화생

그게 아니었다면 어떻게 이런 가혹한 환경에서 이 넓은 땅을 개척할 수 있었을까……

소만

신농님은 정말 대단해, 하지만 지금 이 땅을 돌보는 사람들도 대단해.

소만

이렇게 쉽게 포기하면 분명 신농님에게 혼날 거야!

소만

으악!

소만은 무언가를 밟았고, 당황하며 발을 빠르게 들었다. 벼가 흔들리며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다.

낮잠 자는 남자

하아, 누가 내 꿈나라를 방해하는 거야…

화려한 옷차림의 남자

벼농사가 풍년인 꿈을 꾸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재앙이 그 아름다운 꿈을 산산이 부숴버렸군요.

소만

으악! 왜 논밭에서 잠을 자는 거야? 밟히면 어쩌려고?

화려한 옷차림의 남자

이미 절 밟지 않았나요?

소만

당신이 바닥에 누워있으니까 그런 거잖아?

화생

죄송합니다! 다친 곳은 없나요?

화려한 옷차림의 남자

다치진 않았지만, 멀쩡한 옷에 진흙 발자국을 크게 남기셨군요. 정말……

소만

아니…… 누울 자리를 보고 자야 할 거 아니야 아저씨!

화려한 옷차림의 남자

……길도 안 보고 다니는 꼬마 아가씨.

화생

소만……

소만

그럼 어떡할까?! 옷을 빨아줘? 아니면 새 옷을 사줄까?

화려한 옷차림의 남자

괜찮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물건들은 각지를 돌아다니며 모은 보물인데, 당신에게 맡겼다가는 더 망가지게 되겠죠.

화생

혹시…… 당신이 대황성에 구호 물품을 가져오신 분인가요?

화려한 옷차림의 남자

예리하군요.

화려한 옷차림의 남자

전 상인입니다. 몇 년간 돈을 조금 만졌습니다만, 대황성에 재앙이 휩쓸고 지나갔다는 소식 듣고 바로 돌아왔죠. 고향이 위기에 처하면 도와주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소만

아저씨도 대황성 사람이었어? 그럼 왜 여기서 잠을 자는 거야? 집이 없어?

화려한 옷차림의 남자

오랜만에 돌아왔더니, 죄다 바뀌었더군요. 뜻밖에도 길을 잃었습니다…… 마침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그림자 인형극을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시나요?

소만

그림자 인형극? 그게 뭐야?

화려한 옷차림의 남자

짚으로 모양을 만들고, 천으로 조명을 덮어서 생긴 그림자로 하는 공연이죠.

화려한 옷차림의 남자

……지금은 그림자 인형극을 보지 않나요?

소만

본 적 없어……

화려한 옷차림의 남자

그렇다면, 풍년 축제 같은 건 어디서 하나요?

화생

큰 무대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소만

알고 있어. 이 길 따라 쭉 가다가 세 번째 큰 나무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있어. 신농사 바로 뒤쪽이야.

화려한 옷차림의 남자

음…… 신농사는 아직 있군요. 좋습니다.

화려한 옷차림의 남자

감사합니다. 당신은 제게 길을 알려주신 첫 번째 사람입니다. 이것도 인연이니 소원을 하나 들어드리죠.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남자는 손을 내밀었다. 손에는 매끈한 돌멩이가 반짝이고 있었다.

소만

이건 뭐야?

화려한 옷차림의 남자

소원을 빌어보세요.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소만

소원?

소만

칫, 안 믿어. 당신은 상인이지 신선이 아니잖아. 말한다고 정말 이루어지겠어?

화려한 옷차림의 남자

제가 일개 상인이긴 하지만, 사업이 커지다 보니 무엇이든 사고팔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화려한 옷차림의 남자

하지만 모든 사람이 저와 거래할 수 있는 건 아니죠.

소만

……정말?

소만은 고개를 돌려 화생을 바라보았고, 잠시 고민한 후 다시 눈앞의 남자를 보았다.

소만

(작은 목소리로) 난……

소만

(작은 목소리로) 난 대황성이 해마다 풍년을 맞고, 항상 평화로웠으면 좋겠어.

화려한 옷차림의 남자

좋습니다. 그 소원을 팔도록 하죠. 무엇으로 구매하실 건가요?

화생

소만…… 이 사람 좀 수상해. 그냥 가자.

소만

나한테 값이 나갈만한 물건은 없어, 날 속일 생각은 하지 말라고.

화려한 옷차림의 남자

귀중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이 좋아하거나 소중히 여기는 거라면 뭐든 상관없습니다.

소만

화생, 그 노래를 연주해도 될까?

화생

노래? ……어떤 노래?

소만

……

소만은 입을 삐죽였다.

소만

……이 바보 물소!

먼 곳, 파울비스트 몇 마리가 스톡비스트의 등 위에 앉아 긴 부리로 스톡비스트의 몸에 있는 작은 벌레를 잡아먹고 있었다.

스톡비스트는 머리를 숙여 풀을 뜯고, 파울비스트는 콩콩 뛰어다니며 가끔 긴 목을 쭉 빼고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소만이 피리를 들어 입술에 대고는 천천히 연주를 시작했다.

부드러운 바람이 그녀의 연주에 조용한 반주를 더했다.


산들은 푸르고, 물은 유유히 흐르니, 강물에 쏟아진 달빛이 조용히 흘러가네♪

작은 배는 흔들흔들, 나는 씨를 뿌리고 꽃이 피기를 기다리지♪

별은 하늘에 말없이 떠 있고, 바람을 타고 온 씨앗은 이제 싹을 틔우네♪

그대는 작은 배에 올라 멀리 떠나고, 벼꽃이 흩날리며 손끝 위로 내려앉네♪

흘러가네, 흘러가네, 나는 너를 먼 곳으로 데려가지♪


화려한 옷차림의 남자

……정말 대단하군요. 마음에 듭니다.

화려한 옷차림의 남자

이 돌멩이는 이제 당신의 것입니다. 소원은 이뤄질 겁니다.

소만

……흥.

소만은 피리를 내려놓고 화생을 힐끗 째려보고는 언짢은 듯 자리를 훌쩍 떠났다.

화려한 옷차림의 남자

아무래도 화가 난 것 같군요. 왜 저러시는 걸까요?

화생

……아까의 그 노래는 3년 전에 제가 시험 보러 가던 날, 절 위해 만들어 준 노래예요.

화생

……잊지는 않았지만, 갑작스러웠던 탓에 떠올리지 못했어요……

화려한 옷차림의 남자

그런 거였군요. 그런 정성은 정말 드물죠.

화려한 옷차림의 남자

그렇다면 당신은 제게 사고 싶은 게 있나요?

화생

……저요?

화생

감사하지만, 지금 당장은 딱히 가지고 싶은 게 없어요.

화생

진짜로 원하는 건…… 돈으론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제가 직접 해내야 하는 일이죠.

화려한 옷차림의 남자

무엇인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제가 특별히 잘하는 건 없지만 많은 곳을 다녀봤거든요. 덕분에 많은 것들을 팔 수 있게 되었죠.

화생

……

화생

정말로 모든 걸 판다면, 모두를 배부르게 먹인다는 꿈도 팔 수 있나요?

화려한 옷차림의 남자

……

화려한 옷차림의 남자

네, 가능합니다.

화생

가능하다니…… 그게 무슨……

화려한 옷차림의 남자

귀한 물건일수록 값은 비싸지는 법. 당신의 위대한 이상을 구매하기 위해 당신은 무엇을 지불할 수 있나요?

화생

당신……

좌락

화생, 오염된 작물은 다 치웠습니다. 뭔가 더 도와드릴……

좌락

당신은……

화려한 옷차림의 남자

어째서 저를 그렇게 보시는 거죠? 혹시 저를 알고 계시나요?

좌락

……

좌락

잠깐 얘기 좀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