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회서리

HS-3이른 망종

사이드 스토리작전 후2024-07-31

좌락은 지에게 대황성으로 돌아온 이유를 물었지만, 지는 겁날 게 없다는 듯 거리낌 없이 군다. 한편, 이번 홍수 재해가 대황성 내부에 기이한 현상을 일으키게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좌락, , 완칭, 그레인버즈


화려한 옷차림의 남자

……

좌락

지 씨.

당신은…… 좌 공자님이시군요.

처음 뵙는 것인데도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군요. 이런 결례를.

좌락

저를 아시나요……?

신기한 직물

(길게 나는 괴이한 소리)

좌락은 본능적으로 허리에 손을 올렸지만, 손에 잡힌 건 농사일에 쓰는 천사의였다.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남자의 눈을 피하지는 못했다. 남자는 미소를 지었다.

경계하지 않아도 됩니다. 해가 되는 물건은 아니니까요.

좌락

“인으로 과를 만들고, 허상으로 현실을 만든다”…… 이 물건은 당신이 만든 건가요?

별것도 아닙니다.

신기한 직물

(괴상한 소리)

남자가 가볍게 손을 흔들자, 기이한 천이 순식간에 가느다란 실처럼 변하며 사라졌다.

좌락

베헤모스 대리인의 능력은 언제나 이해하기 힘들군요.

별 볼 일 없는 자수 기술일 뿐, 쓸모가 많지는 않습니다.

홍수가 덮친 후에는 보통 병해와 충해가 따라오죠. 눈에 보이지 않는 재앙은 대처하기 어렵지만, 그것을 생물로 만들어 없애면 처리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누님이 이런 모습을 보면, 또 '하늘을 거스른다'며 나무라겠지요.

좌락

당신은 이곳에 계시면 안됩니다.

이곳은 제가 어렸을 적에 있었던 장소라고 할 수 있죠. 오랜 기간 돌아오지 못했더니 조금 그립더군요.

좌락

당신 같은 존재도 '어린 시절'이란 개념이 있나 보군요.

수명의 길고 짧음을 떠나, 사람에겐 철없던 시절이 있는 법이죠. 그때 처음 본 것들은 기억에 더 오래 남습니다.

계속 함께했던 사람에게도 더 많이 신경을 쓰기 마련입니다.

좌락

형제자매가 모이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미리 사세대에 말씀을 하셨어야 해요.

노천사님을 통해 조정에서 보낸 수송대가 재앙 때문에 막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사비를 털어 우선 필요한 물자를 급하게 보낸 겁니다.

이곳에 도착해서는 누님을 잠깐 뵈었을 뿐, 두 여동생은 아직 얼굴조차 보지 못했습니다. 사세대에겐 약간의 '인정'도 없는 건가요?

좌락

당신은 사세대의 관리 명단에 있는 사람, 더욱 면밀히 관찰해야 할 대상입니다.

혹시 최근 몇 년간 제가 법을 어긴 적이라도 있던가요?

좌락

그건 당신이 판단할 일이 아닙니다.

근데 좌 공자님도 지촉인의 제복을 입고 계시지 않는군요?

남자는 미소를 지었다. 온화했고, 예의도 바른 데다 침착해 보였다.

하지만 좌락은 한기를 느꼈다.

좌 공자님의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이렇게 만나다니, 어쩌면 좋은 친구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좌락

……그런 인사치레는 필요 없습니다.

몇 년 전 백조에 머물고 있을 때, 수많은 귀족 가문의 자제와 만나봤습니다. 글솜씨나 가진 지식만 보면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이인 건 틀림 없었지요.

하지만 좌 공자님처럼 착실하게 일하는 분은 드물었습니다. 학궁의 명단을 전부 살펴봐도 이런 사람은 몇 없겠지요.

좌락

……

지난해 11월, 낭이의 산해중이 도적과 결탁했을 때 좌 공자님은 위험을 무릅쓰고 뛰어들어 수십 명의 무고한 백성을 구해냈었죠.

올해 2월에는 특별한 술잔과 관련된 것을 추적하기 위해 길을 나섰고, 그 과정에서 여러 번의 위기를 넘기셨죠.

사정을 모르는 자는 좌 공자께서 어린 나이에 지금 자리에 오른 것이 아버지라는 그늘 덕이라 생각하겠지만, 그들이 과연 지촉인의 임무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알고 있을까요?

좌 공자께서 여태 해온 노력이 한 번의 실수로 모두 부정당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좌락

그건…… 당신이 알 필요 없는 일입니다.

무릇 상인이란, 시장의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여러 방면을 살피는 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이렇게 알게 된 정보는 가끔 돈을 받고 팔기도 하지요. 물론 가격은 사는 사람이 얼마나 지불할 것인지에 달렸지만요.

그리고 어떤 손님이 어떤 정보를 원하는지, 또 얼마나 지불할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예를 들자면, 대황성 북쪽의 강 건너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지난해 이곳에서 진행한 과업이 실제로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옥문에 재앙이 발생한 일도 알고 있죠. 좌 공자님은 고위층의 소행이 아닌가 의심했지만 이렇다 할 단서를 찾지 못한 것도 알고 있습니다. 맞나요?

좌락

……

좌락

당신이 세심하고 치밀하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좌락

하지만 사세대도 무능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사소한 단서라도 사세대는 끝까지 추적할 겁니다.

좌락

도를 넘는 행동은 자제해 주시죠.

이건 좌 공자님께서 친구로서 하시는 조언인가요?

좌락

이건 사세대 지촉인으로서 드리는 충고입니다.

아무래도 좌 공자께서 괜한 염려를 하신 것 같군요…… 염국에서 가장 뛰어난 천사가 이곳 대황성 북쪽의 천기각에 모여 있는데, 제가 무슨 일을 벌일 수 있겠습니까?

저보다는 지금 저 강 건너편에 있는 수상한 악귀를 더 걱정하셔야 할 겁니다.

좌락

……그게 무슨 소리죠?

최근 3달 사이에 천기각에서 얼마나 많은 천사가 죽었는지 좌 공자님은 아마 모르실 겁니다.

좌락

……!

좌락

그런 이상한 헛소문을……

상인에게 신뢰는 가장 중요한 것, 이건 거짓말이 아닙니다. 믿지 못하시겠다면, 공자님께서 직접 확인해 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그리고 다시 생각해 보시죠, 당신이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그리고 저와 거래할지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모든 것이 평소와 같았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었다.

스톡비스트들은 머리를 숙여 풀을 뜯고 있었다.

소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소만

보들이는 바보야. 돌아다니지 말라고 계속 말해도 잊어버리고, 전혀 기억하지 못해.

소만

화생도 바보야…… 내가 불어준 노래도 기억 못 하다니, 정말 바보 같아! 이제 같이 안 놀 거야!

넓은 잎이 서로 겹쳐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촘촘하게 겹쳐 있었고, 바람에는 벼 냄새가 실려 왔다.

소녀는 축축한 땅에 깊게, 때로는 얕게 발자국을 남기며 하늘을 가린 잎사귀를 헤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소만

보들아~~ 집에 가자~~

소만

보들아! 또 어딜 맘대로 돌아다니고 있는 거야? 빨리 돌아와! 안 그러면 나까지 혼난다고!

산들바람이 불었다. 초롱초롱한 스톡비스트의 눈, 스톡비스트의 크고 검은 눈동자에는 하늘, 구름, 논밭이 비쳤다.

소만은 스톡비스트의 눈에 자기 모습이 비친 것을 보았다.

스톡비스트의 목소리

난 가봐야겠어.

소만

……응?

스톡비스트의 목소리

더 이상 풀을 먹고 싶지 않아.

소만

뭐라고……?

소만

혹시…… 화생이 또 뭔가 이상한 사료를 만들어냈나?

소만

지금 화생에게 말해서 맛있는 걸로 바꿔줄게!

스톡비스트의 목소리

여기, 너무 무서워.

스톡비스트의 목소리

이대로 있으면, 죽고 말 거야.

스톡비스트의 목소리

우리랑 같이 가지 않을래?

소만

며칠 전의 홍수를 말하는 거야?

소만

무서워할 필요 없어, 홍수는 이미 지나갔어. 아무리 큰 재앙이 와도 무섭지 않게 더 튼튼한 집을 지어줄게, 내가 너희를 지켜줄게!

스톡비스트의 목소리

아니야.

스톡비스트의 목소리

그건 강 건너편에서 온 거야.

스톡비스트의 목소리

네 발밑을 봐.

소만

발밑이…… 왜……?

소만은 스톡비스트의 눈에 자기 모습이 비친 것을 보았다.

산들바람이 불었다. 초롱초롱한 스톡비스트의 눈, 스톡비스트의 크고 검은 눈동자에는 하늘, 구름, 논밭이 비쳤다.

소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스톡비스트들은 머리를 숙여 풀을 뜯고 있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었다.

모든 것이 평소와 같았다.

과묵한 나무꾼

……


화생

왕 아저씨, 뭐 하고 계세요?

피곤한 농부

나무를 옮겨 심고 있어.

화생

나무를 옮긴다고요? 복숭아나무가 잘 자라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옮기려는 건가요? 토목천사는 어디 가고요?

피곤한 농부

이 흙더미를 저쪽으로 치워야 하니 좀 도와줘…… 천사들은 벌써 공장으로 돌아갔고, 곧 차를 몰고 와서 자재를 실어 갈 거야.

피곤한 농부

이제 다들 알았어. 이 땅은 지킬 수 없다는걸.

화생

……

피곤한 농부

화생, 넌 평소에 마을 사람하고도 잘 지내지만, 천사부에서 공부도 하고 있잖아. 우리한테 솔직히 말해줘. 이 땅에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야?

화생

저…… 저도 잘 모릅니다……

피곤한 농부

……흐음.

피곤한 농부

알고 있어. 높은 사람들 눈에는 이 작은 땅덩어리가 다 돈이지. 이동도시로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얼마인지, 그걸로 얼마를 벌 지.

피곤한 농부

하지만 여긴 우리의 집이야! 우리 조상 대대로 여기서 살아왔다고!

피곤한 농부

입만 열면 오랜 시간 농사를 지었던 이 땅을 버리라는 소리만 하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

화생

이곳은…… 제 집이기도 해요……

화생

아저씨, 약속드릴게요. 여기서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반드시 알아내고, 이 땅을 지킬 방법을 꼭 찾겠습니다.

피곤한 농부

네 약속이 무슨 소용이야. 이전에 이동도시를 짓겠다고 했을 때도 반드시 이 땅을 옮겨주겠다고 약속했었잖아.

피곤한 농부

하아, 이젠 됐어. 땅을 밀어버린다면 그냥 그런 셈 치자고, 재앙이 지나갔다 생각하지 뭐. 그래도 이 나무는 반드시 옮겨야 해.

피곤한 농부

이 나무는 우리 할아버지의 할머니가 심은 거야…… 이동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집'을 옮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내겐 이 나무가 집이니까, 나무를 옮기겠어.

화생

도와드릴게요……

농부는 어깨에 복숭아나무를 짊어진 채, 한 걸음, 또 한 걸음을 내디뎠다. 농부는 고향을 짊어지고 있었다.

화생은 무거운 복숭아나무를 메고 코어를 돌아봤다.

화생

……


과묵한 나무꾼

……

나무꾼은 땅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빛은 공허했다.

그는 잠시 침묵한 뒤, 입을 열었다.

과묵한 나무꾼

뭘 찾고 있지?

소만

아저씨, 말도 할 줄 알았어?

과묵한 나무꾼

여긴 왜 온 거야?

소만

키우던 스톡비스트가 도망갔는데, 방금 봤거든, 그래서 찾으러 왔어.

과묵한 나무꾼

스톡비스트는 어디에 있지?

소만

저기……

소녀가 손을 뻗어 옆을 가리켰다.

발밑의 물에는 소녀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고, 하늘과 구름도 함께 있었다.

짚이 빽빽하게 깔려 있었지만, 동물의 흔적은 조금도 없었다.

소녀는 토끼처럼 눈을 깜빡였다.

소만

……분명 여기 있었는데

과묵한 나무꾼

……

과묵한 나무꾼

따라와.

과묵한 나무꾼

스톡비스트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줄 테니까.


영사추

좌 공자님, 앉으시죠.

좌락

……영 시랑.

영사추

이런 우연이 있을 줄이야.

영사추

상촉에서부터 옥문을 거쳐 대황성까지, 좌 공자님은 지촉인으로서 탁월한 활약을 보였기에 이렇게 중용되고 있는 것 같군요.

좌락

해주실 말씀이라도 있는 건가요?

영사추

제가 어찌 감히.

영사추

공적인 일이었다면 이런 곳에서 만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딱 하나,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좌락

쉐이 대리인과 관련된 건가요?

영사추

오성 십이루의 건설은 염국의 중요한 공사입니다. 이런 때에 이 도시에 대리인이 4명이나 모이다니, 꽤 곤란한 상황입니다.

영사추

만약 누군가가 이 틈에 문제를 일으키려 한다면, 결과는 상상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좌락

영 시랑님의 말씀은 이미 누군가가 문제를 일으키려 한다는 것인가요?

영사추

대황성 건설이 재개되었다는 소식을 들으셨나요?

좌락

그 상인의 보급 물자…… 그 사람은 이 일에 개입해선 안됩니다.

영사추

제가 알기로는, 그분이 오신 후 공부의 만 시랑과 만났다고 하더군요. 좌 공자님께서는 그분을 기억하십니까?

좌락

제가 기억하는 건…… 그 사람은 몇 년간 대황성의 이동 섹터 건설을 책임졌습니다. 하지만 몇 달 전에 시간을 쪼개 옥문성 복구 작업을 했죠……

좌락

그 사람은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건가요?

영사추

기록에 따르면, 지와 슈는 우애가 깊었습니다. 천 년 전, 두 분은 함께 대황성에서 농사를 지었지만, 지는 얼마 후 대황성을 떠나 사업을 시작했죠.

영사추

그분은 몇십 년에 한 번씩 대황성으로 돌아오셨습니다. 마지막 방문은 벌써 60년 전이죠.

좌락

영 시랑님께서는 그 기록을 매우 정확히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좌락

혹시 그분이 대황성에 해를 끼치려 한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영사추

우선 대황성으로 돌아온 목적을 먼저 알아내야 합니다…… 이게 바로 좌 공자께 부탁드리고자 하는 일입니다.

좌락

예부와 사세대는 쉐이 문제를 다룰 때마다 항상 의견이 맞지 않았는데, 영 시랑님이 제게 이런 부탁을 하실 줄이야.

영사추

그렇다면 좌 공자님,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좌락

집촉인으로서, 명에 따라야겠죠……

영사추

좌 공자께서는 칼이 되고 싶으신 거군요.

영사추

설령 잘못된 목표를 베어도 칼에는 책임이 없을 테니까요.

좌락

저는 결코 책임을 회피한 적이 없습니다.

영사추

그렇다면 좌 공자께서는 정말로 사세대가 왜 그토록 강경한 수단으로 '쉐이'를 제거하려 하는지 생각해 보셨나요?

영사추

만약 어느 날 옥문이 경성으로 진격해 오고, 두 도시와 베헤모스가 포화 속에서 사라진다면…

영사추

터전을 잃은 백성과 전사한 장병에게, 정말로 '어쩔 수 없었다'라는 말로 넘길 생각인가요?

영사추

정말 다른 방법이 없는 걸까요?

좌락

……

좌락

그렇다면 영 시랑은 어떤 생각으로 이 일을 제게 부탁하신 건가요?

영사추

단순한 관직 간의 다툼이 아니라, 오로지 백성과 나라를 위한 것입니다.

영사추

“공명정대”, 좌 공자께서도 알고 계시겠죠.


남자는 조용히 흐르는 강을 가리켰다. 물결은 너무 잔잔해 거울처럼 보일 정도였고, 마치 강물이 굳어있는 듯한 생각이 들게 했다.

강물에는 구름이 있었고, 그 속에 여자아이의 얼굴이 비쳐 보였다.

과묵한 나무꾼

스톡비스트는 저 안에 있다.

소만

강 안에?

과묵한 나무꾼

찾고 싶으면, 아래로 내려가.

소만

그렇구나……

소만

알겠어.

소만

내려가면 스톡비스트를 만날 수 있겠지. 그럼 다시 집으로 데려갈 거야.

강물 속에서 요란스러운 물소리가 울려 퍼졌고, 공기가 격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자아이가 한 걸음을 내디뎠다.


소만

돌아와! 그러다가 죽어!

무언가에 홀린 듯한 나무꾼은 갑자기 손에 든 도끼를 높이 들었고, 또 힘없이 떨어뜨렸다.

슬픈 남자

시조님, 날 보내줘! 내가 구해오겠어!

슬픈 남자

난 저것을 어떻게 다루는지 알아. 아직 깊게 들어가진 않았으니, 날 보내줘, 내가 구해올 테니까!

슬픈 남자

시조님, 제발! 아직 구할 수 있어!

슬픈 남자

시조님!!!

소만

가까이 가면 죽어. 이젠 늦었어, 구해낼 수 없어.

소만

데려가자. 돌아가서 비석을 세워 주자.


화가 난 아이

멍청아! 어딜 가?

소만

……

소만

뭐라고?

소만

……스톡비스트가 아래에 있다고 아저씨가 알려줬어. 데려와야 해.

화가 난 아이

스톡비스트는 너잖아!

소만

……

소만

…………

소만

지금 욕한 거야?

화가 난 아이

그래. 욕했다! 어떻게 된 거 아냐? 스톡비스트가 아래에 있다니!

소만

야, 이 괄괄이가……

툭!

머리 위로 큰 진흙 덩어리가 날아와 소만의 머리를 때렸고, 묽은 진흙이 그녀의 얼굴을 뒤덮었다.

소만

으악!

소만

……퉤퉤!

그나마 시야는 완전히 가려지지 않았기에, 눈앞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소만

무슨 일이야!

소만이 얼굴에 묻은 진흙을 열심히 닦아내려 했지만, 축축한 진흙 속에 뭔가 딱딱한 것 2개가 그녀의 얼굴에 달라붙어 있었다.

소만

내 얼굴에 왜……

소만

벼이삭이 묻어있지?

소만

아저씨……

소만

벙어리 아저씨는?

화가 난 아이

아저씨라니 무슨 소리야? 무슨 콩알 같은 눈을 하고선 물속으로 뛰어들려고 했잖아. 정말 미쳤어?

화가 난 아이

빨리 버려!

소만이 강물로 얼굴의 진흙을 깨끗이 씻어냈다.

욕을 하던 아이는 고개를 돌렸다. 둑 너머 숲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숲속 깊은 곳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스락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점점 멀어졌고, 깊은 숲속으로 사라졌다.


“무단으로 대황성에 들어와 대리인과 사적인 만남을 가졌다. 이것은 규칙 위반, 그러나 재난 구호에 공헌한 것을 감안하여, 죄를 묻지 않기로 한다.”

“사세대의 감시하에 대황성을 3일 이내에 떠날 것을 명령한다. 기한을 넘길 경우, 엄중하게 처벌할 것이다.”

주황색 도장이 찍힌 편지가 책상 위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조용히 놓여 있었다. 마치 그 편지의 주인이 언제 돌아올지, 그리고 어떤 기분으로 그것을 볼지 알고 있는 것처럼.

……마주 보고 대화하는 건 싫구나.

나를 믿는다고 했지만, 우리가…… 정말 다시 마주 앉아 이야기할 날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