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회서리

HS-2신농제

사이드 스토리작전 후2024-07-31

홍수 피해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됐지만, 농지의 피해는 여전히 심각한 상태이다. 대황성은 건설 작업을 잠시 멈추고 수해 복구에 집중한다. 이런 와중, 특별한 인물이 보급물자와 함께 대황성으로 돌아온다.

등장 오퍼레이터: 좌락, , 니엔, 완칭, 그레인버즈


이런 재난을 앞으로 더 얼마나 겪어야 할까……?

갓 자란 새싹, 휘어진 벼 이삭, 열매가 듬성듬성 달린 가지들…… 재앙이 휩쓸고 간 뒤에 남은 건,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광활한 대지 뿐이었다.

메뚜기 떼는 작물의 모든 줄기와 잎을 갉아 먹었다. 가뭄, 눈보라, 한파, 홍수와 같은 재난은 셀 수 없이 많다…

봄에 닥친 한파는 어린싹을 위협했고, 남은 새싹을 지키려고 우리는 며칠 밤낮을 지새웠다.

얼마나 더 노력해야 모두가 풍족하게 배불리 먹을 수 있을까?


축제였던 분위기는 갑작스러운 폭우로 인해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비는 그쳤지만, 논밭에 고였던 물은 사라지지 않고 서서히 차올라 사람의 발목을 덮었다.

다급한 농업천사

비는 잠깐 내렸을 뿐인데 물이 벌써 여기까지 차올랐다고?!

다급한 농업천사

물이 너무 탁해…… 설마 상류에서 흙이 섞여서 쓸려 내려온 건가? 그대로 두면 논이 다 오염될 거야!

다급한 농업천사

*염국 욕설* 공사장에서는 뭐 하는 거야? 빨리 물 빼!

놀란 농업천사

큰일이야! 댐이 무너졌어!

다급한 농업천사

제길, 이게 무슨 상황이야?!



베테랑 토목천사

무슨 일이야!

젊은 토목천사

상류 어딘가의 오리지늄 광맥이 폭발해 잔해가 강물에 섞여 내려온 것 같습니다. 파편이 수문을 지나다가 터빈에 걸려서 큰 구멍이 났나 봐요!

베테랑 토목천사

왜 미리 발견하지 못했지?!

젊은 토목천사

올해 수위는 계속 정상이었어요. 아직 특이한 오리지늄 반응도 감지되지 않았고요. 오리지늄의 활성 상태가 이렇게 불규칙할 리가……

베테랑 토목천사

젠장…… 하필 장마철이라 물살이 더 빨라.

베테랑 토목천사

물속에 얼마나 많은 오리지늄 조각이 섞여 있는지 모르겠군, 논밭에 유입되면 작물은 모두 끝장이야. 게다가 사람도 감염될 수 있어.

베테랑 토목천사

모두 조심해! 댐에 생긴 균열은 바로 수리할 수 없으니, 일단 인부들을 나눠서 하류로 보내서 막아!

젊은 토목천사

물살이 눈에 띄게 세요. 댐이 더 무너질 것 같은데 어떡하죠……

베테랑 토목천사

어떡하긴 뭘 어떡해? 오리지늄 아츠로 목숨을 걸고 막아야지!


오염된 물은 계속 퍼져나갔고, 논밭은 이미 진흙탕이 되었다.

초조한 농업천사

빨리 움직여! 모래주머니를 더 가져와!

초조한 농업천사

여긴 시험 농지야. 물에 잠기면 피해가 엄청날 거야!

초조한 농업천사

어이! 네 오리지늄 아츠는 모래놀이용 아니었어? 좀 더 힘내 봐!

허둥대는 농업천사

모래놀이라니…… 내 오리지늄 아츠는 토양을 분석하는 거라고! 하아, 그래도 한 번 해볼게!

농민들과 천사들은 줄지어 서서 모래주머니를 손에서 손으로 옮겼다. 그리고 오리지늄 아츠를 이용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제방을 만들었다.

하지만 제방에는 아직 작은 틈이 남아있었다.

허둥대는 농업천사

조금…… 힘들지도……

좌락

……!

소년은 모래주머니를 안고 벌떡 일어나 그 틈을 메우기 위해 달려가려 했지만, 불어오는 바람은 마치 소년의 발목을 붙잡는 듯했다.

화생

뭘 하려는 거야?!

화생

강물에 들어간 흙 속에 오리지늄 불순물이 얼마나 들어있을지 아무도 몰라, 감염될 생각이야?!

좌락

사람들을 지키는 게 제 책임입니다……

화생

네가 뭔데 이곳 사람들이 네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네가 지금 여기 서있는 사람들과 뭐가 다른데?

좌락

저는……

좌락

……제가 뭔가 도와드릴 수 있을까요?

화생

확인해 본 바에 따르면 이건 댐이 무너지면서 발생한 홍수야…… 본래 논밭에 있던 배수 시스템은 이미 과부하 상태가 되었지.

화생

게다가 지금은 홍수철이야, 댐을 빠르게 수리할 수는 없어. 계속 막는 것만으로는 안 돼, 손실이 커질 뿐이야……

화생

……네가 전달자라고 했던가? 혹시 발이 빠른 편이야?

좌락

그럭저럭 빠릅니다만…… 무엇을 하면 될까요?

화생

다들 혼란스러워할 거야. 현장을 이끌어 줄 사람이 필요해.

화생

이 지도를 받아, 그리고 지도에 표시된 곳으로 가줘. 표시된 섹터의 책임자를 찾거든 모든 사람이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준비해 줘.

좌락

무엇을 하려는 생각인가요……?

화생

대황성을 이동도시로 개조하는 작업은 아직 일부만 완료됐을 뿐이지만, 기본적인 이동 기능은 있어.

화생

댐이 수리될 때까지 대황성 섹터의 배치를 바꿀 거야. 섹터의 높낮이를 이용해 새로운 배수 시스템을 만들면……


베테랑 토목천사

큭……

거대한 금속 덩어리가 녹아내려 댐의 틈을 메웠다.

하지만 물길은 마치 댐의 약한 부분을 알고 있기라도 한 듯 계속 약한 틈을 공격했다. 물은 금속 틈 사이로 계속 뿜어져 나왔고, 마치 칼날처럼 갈라진 틈을 점점 벌렸다.

젊은 토목천사

선생님! 선생님의 오리지늄 아츠는 이런 용도로 사용하는 게 아닙니다. 이대로 가면 선생님이 버티지 못할 거예요. 제가 대신하겠습니다.

베테랑 토목천사

비켜!

베테랑 토목천사

네 오리지늄 아츠로는 아직 부족해!

베테랑 토목천사

크윽…… 쿨럭……!

니엔

하늘엔 용광로가 있고……

베테랑 토목천사

니엔……!

니엔

아직 공장 일도 다 안 끝났는데, 밖은 왜 이렇게 소란스러운 거야……

니엔

근데 이 홍수를 보니까…… 정말 오래 버텼구나.

베테랑 토목천사

코어 바깥의 일은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니엔

급한 상황을 수습하는 것 정도는 규칙 위반이라고 하면 안 되지, 너희 공사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된 게 사세대보다 더 까다로운 것 같다니까.

니엔

됐고, 가서 좀 쉬어. 나머지는 내가 처리할게.


토목천사

대황성 섹터 배치를 네가 조작하겠다고?

화생

자세히 설명할 시간은 없습니다. 아직 이동 섹터가 완성된 건 아니지만, 기본적인 이동 기능은 갖추고 있으니까요.

화생

일부 섹터만 움직이면, 농지에 고인 물을 상당 부분 배출할 수 있을 겁니다.

토목천사

웃기지 마! 섹터를 조정할 권한은 영 님과 슈 천사님만 가지고 있어, 다른 사람은 그럴 권한이……

화생

그분들은 지금 홍수 대응을 지휘하느라 바빠서 이곳에 신경 쓸 겨를이 없습니다.

화생

지금 홍수는 약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수많은 농지와 작물에 피해가 가는 마당에, 설마 천사부에서 이 내용을 토론이라도 하실 생각입니까?

토목천사

너……

토목천사

기억났어, 넌 슈 천사님 옆에서 보좌하던 학생이야.

토목천사

좋아…… 한번 믿어볼게.

토목천사

하지만 대황성엔 수십 개의 농업 섹터가 있어, 섹터 재배치는 매우 복잡한 일이야. 최소한 몇 명의 천사가 하루 종일 계산해야 하는 양인데, 혼자서 어떻게 할 생각이지?

화생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이곳 논밭의 지도는 제 머릿속에 있으니까요. 지금 당장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화생

제 지시에 따라주세요.

화생

갑신호 섹터는 동쪽으로 다섯 칸 이동, 그리고 을미호 섹터는 다섯 단계를 내려주세요.

토목천사

난……

화생

멍하니 뭐 하고 있는 건가요! 빨리 조작해 주세요!

토목천사

에잇! 모르겠다. 속는 셈 치고 한번 해보자고!


당황한 농부

뭐지, 섹터가 움직이고 있어!

당황한 농부

물살이…… 좀 누그러진 것 같네……

좌락

모두 조심하세요! 섹터가 움직이고 있으니, 안전에 유의해……

당황한 농부

말로만 주의하라고 하지 말고, 우린 어디로 피해야 하지? 비닐하우스로 대피하면 돼?

운청평

모두 진정하세요. 지금 바로 이 통로를 따라 병묘 섹터로 대피해 주세요. 거기는 지대가 높으니 좀 더 안전할 겁니다.

좌락

청평 씨, 왜 이곳에 계시는 건가요?

운청평

방금 화생과 만났습니다. 계획에 대해 들었어요.

운청평

강물은 대황성 북쪽에 있으니, 만약 물을 대황성의 서북쪽에서 남서쪽으로 흐르게 하려면 서쪽의 몇 개 섹터를 움직여야 할 겁니다.

좌락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소만

보들아, 도망가면 안 돼!

좌락

소만 씨?

소만

촛대 군, 붓 군? 너희들이구나! 물소는 어디 있는데? 괜찮아?

좌락

물소는……

좌락

안전한 곳에 있습니다. 걱정 마세요.

소만

다행이다!

소만

아니지, 아직 다행이 아니야. 섹터가 움직여서 스톡비스트들이 놀라서 도망쳤어. 빨리 막아줘!

놀란 스톡비스트

(겁에 질린 듯한 울음소리)

허둥대는 농부

어이! 이 스톡비스트들은 어디서 온 거야? 이리저리 부딪히지 말라고!

소만

보들아, 날뛰면 안 돼!

좌락

멈추세요! 그 앞은 섹터 끝입니다!


좌락

시?!

좌락

누가 능력을 사용해도 된다고 허락을……

먼 곳의 여자 목소리

꾸물거리지 마, 너무 늦어.

먼 곳의 여자 목소리

일일이 알리다간 집 앞까지 물이 차오르겠어.

좌락

당신은……

먼 곳의 여자 목소리

사세대 사람들까지 나서야 한다니…… 이번 한 번만이야, 다음부터 이런 예외는 없어.


허둥대는 농부

여긴 어딘가요……? 이렇게 위대한 오리지늄 아츠를 쓰는 건 어느 천사님이시죠? 대단합니다!

경악한 농부

저기 봐!

경악한 농부

하늘이…… 맑아지고 있어……


하아……

다들 이제 한계야, 대황성도 이런 일은 견디기 힘들지.

예상치 못한 재난이니까 이런 식으로 모두를 도와주는 건 옳은 거겠지……

후우……

흩어져라.


산들바람이 불었다.

끝없이 펼쳐진 논밭이 마치 숨을 쉬듯 부드럽게 일렁였다. 거대했던 홍수는 여러 갈래로 갈라져 통제가 가능할 만큼 가늘어졌고, 조용히 계획된 경로로 흘러갔다.

살아남은 스톡비스트들은 가만히 서서 발밑의 물이 빠져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어서 깨끗한 풀 내음을 맡은 후 머리를 숙여 먹기 시작했다.

구름 사이로 쏟아진 햇빛이 재난이 휩쓸고 간 대지를 환하게 비추었다.



화생

대황성 갑신 섹터부터 병인 섹터까지 안전하게 이동했고, 모든 물은 수로로 배출됐습니다.

화생

이상 보고를 마칩니다.


만 시랑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요?

촌장

갑신부터 을인 섹터까지 모두 오염됐어. 다른 섹터는 다행히 큰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주의 깊게 검사할 필요가 있어 보여.

촌장

이 논밭에서 재배한 작물은 모두 거둔 뒤 처분해야 해. 적게 계산해서 흉작이라 쳐도 여름의 수확량은 그것보다 더 적을 거야.

만 시랑

사람들이 몇 달 동안 흘린 땀방울이 얼만데…… 올해 수확량은 계획했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요?

만 시랑

많은 사람들이 굶게 될까요?

촌장

아직은 괜찮아. 여러 세대가 이어온 노력의 결과니까.

촌장

……하지만, 또 다른 재난이 온다면 버틸 수 없을 거야.

영사추

이 정도로 큰 피해는 이제 대황성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즉시 경성에 소식을 전해 전국적으로 올해의 식량 공급을 조정해야 합니다.

영사추

……대황성과 가장 가까운 옥문 쪽도 올 초에 재앙을 겪었고, 복구 작업이 아직 진행 중이라 지원을 요청할 여력이 없습니다.

만 시랑

맞아요. 공부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재앙 횟수가 지난 수십 년의 평균을 초과했습니다.

만 시랑

그야말로 재난의 해군요……

촌장

대황성은 곡물 생산에 있어 중요한 지점이야. 다른 도시의 도움을 바라는 건 이치에 맞지 않아.

촌장

이동 섹터의 점검은 지금 급한 문제가 아니야. 대황성은 우선적으로 농작물과 식량을 책임져야 해. 이제 곧 성과를 볼 수 있겠지만 아직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지 못한 시험 농지가 얼마나 있을지 ……

촌장

그리고 오성 십이루의 공사 속도를 늦춰야 할 것 같아. 이전에 도와주러 갔던 천사들도 모두 돌아와서 남아있는 농지와 농작물을 구해야 해.

촌장

이번 여름에 파종하는 것도 절대로 늦어져서는 안 돼.

만 시랑

……

만 시랑

고생하고 계시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오성 십이루의 공사를 늦추는 건 다시 한번 논의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만 시랑

식량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오성 십이루도 국방의 중대한 사항입니다. 조정에서 정한 가을까지의 완공 기한도 쉽게 결정된 것이 아닙니다. 손익에 대해서도 신중히 고려해야 합니다.

촌장

음…… 자네는 꽤나 신중하군. 그렇다면 지금 바로 공문을 작성해 경성으로 전달자를 파견하고, 상서대에서 열흘가량 논의를 한 후에 다시 알려주는 것으로 하지.

촌장

식량은 시장에서 파는 재료가 아니야, 1000분의 1이 줄었다고 해서 식량의 가격이 1000분의 1이 오르는 건 아니지.

촌장

1000분의 1만큼의 백성이 굶게 되는 거야.

만 시랑

그렇다면 만약 전쟁이 난다면, 얼마나 많은 백성이 삶의 터전을 잃게 될까요?

만 시랑

오성 십이루가 시작된 이유도 잊으셔선 안 됩니다.

촌장

……저 강 건너의……

만 시랑

알고 계시잖습니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만 시랑

데몬 문제를 넘어서서도 더 큰 문제가……

영사추

두 분.

만 시랑

……

촌장

……

영사추

그건 지금 이곳에서 논할 주제가 아닙니다.

영사추

신중해 주세요.

촌장

*염국 욕설*.

영사추

이익과 손실을 단순하게 환산할 일은 아니나, 지금 당장의 우선순위는 명확합니다.

영사추

여름철의 파종은 대황성이 수년간 연구한 성과이며, 수천 명의 사람들이 생활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건 절대 지체되어서는 안 됩니다.

영사추

우선 천사들에게 이곳의 농부를 도와 피해가 발생한 농지의 점검과 복구를 요청하는 건 어떠신가요. 이건 절대 지체되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영사추

오성 십이루의 완공 기한은 예부의 이름으로 천사부에 다시 문의해 보겠습니다. 천기각의 도움이 있다면 아직 대응할 여지는 있을 것입니다.

영사추

혹여 조정에서 이 판단이 옳지 않다 한다면, 그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만 시랑

……

촌장

거기까지, 책임을 묻는다면 내가 지도록 하지. 내가 시랑 님의 목숨을 위협하고 강요했다고 해. 그러니까 당신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만 시랑

……하아, 시작하기도 전에 책임 소재부터 따지다니, 이러면 일을 할 수 없습니다.

만 시랑

만약 정말 문제가 생긴다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할 사람은 염국의 수많은 백성들입니다. 저희는 보잘것없는 세 사람에 불과하죠.

만 시랑

두 분께서 그렇게 나오신다면야…… 저도 어쩔 수 없죠. 두 분의 판단을 존중하겠습니다.

만 시랑

부디 방금 하셨던 약속을 잊지 마시기를.

촌장

흠……

영사추

문제없습니다. 갈등 없이 해결된다면야 다행인 일이죠.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주저하지 말고 제게 책임을 물으세요.

만 시랑

아, 아뇨 그 얘기가 아니라, 제 뜻은 지금 상황이 상황인 만큼 우선 천기각과 얘기를 해야 한다는……

촌장

그 말대로야. 지금 바로 재난에 대한 보고를 작성하도록 하지, 영시랑은 이 보고를 천기각에 보고하는 것으로 하고.

영사추

그렇다면 저도 준비를 위해, 이만 물러나도록 하죠.

만 시랑

두 분…… 음.

만 시랑

하아.

만 시랑

……그래도 공부는 화를 면했네요.

만 시랑

보급 물자가 제시간에 도착하기만을 빌어야겠어요.


룰루랄라…… 룰루랄라……

소만이 논두렁을 서성이며 흙을 차면서 걷고 있었다.

흙덩이가 이리저리 굴러다녔고, 뚜렷한 방향 없이 소만은 머리를 숙인 채로 걷고 있었다. 손에는 길가에서 꺾거든 돌피를 쥐고 있었다.

소만

이번 정전은 얼마나 계속되려나, 엄청 더운 데다 보들이는 잔뜩 겁에 질려있고, 이대로 가다가는 병에 걸리기 쉬워지는데……

소만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새로운 집에 언제 익숙해질지도 모르겠고, 걱정이네……

소만

화생도 그래. 밥 먹는 걸 며칠째 못 봤어. 버든비스트보다 둔해. 피곤하면 좀 쉬어야 할 텐데……

소만

매년 날씨가 더 나빠지는 것 같아. 농사도 영 시원찮고……

소만

신농님이 정말 이 땅을 잊어버린 걸까……

소만은 손에 쥔 풀을 빙빙 돌려 원을 만들었고, 돌돌 말아 공의 형태처럼 되었다.

그리고 손을 들어 풀을 버리려 했지만, 이전에 슈 언니가 손재주를 발휘해 진짜 같은 동물 모형을 만들어줬던 기억이 났다.

소만

이 풀들을 슈 언니한테 가져다주면, 분명 많은 것들을 만들어 주겠지. 근데 슈 언니도 최근 엄청 바빠, 촛대 군도 또 어디로 간 건지 모르겠고.

소만

많이 따가야겠어, 직접 만들어서 주면 기분 전환이라도 좀 되겠지.

소만

보들이가 또 도망가 버린 건가…… 아아!

소만은 발을 들어 흙덩이를 힘껐 찼다.

무심히 굴러가던 흙덩이는 벼 이삭에 부딪혔고, 약간 더 구른 뒤 멈췄다.

데굴.

아주 짙푸른 녹색의 벼 이삭에는 작은 상처조차 없었다.

[CG: 47_i05]

홍수가 다녀갔다.

땅에 있는 모든 작물은 사람처럼 고개를 숙였다.

그 혼돈 속, 단 하나의 벼 이삭이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었다.

주변의 생명을 모두 빨아들인 듯, 자신의 풍요로운 이삭을 하늘로 치켜세워 홀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주변이 조용해졌고, 오로지 벼 이삭만이 생명처럼 피었다.

[CG: 47_i05]

소만은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벼 이삭을 만지려 했다.

그 벼 이삭은 새빨갛다 할 수 있을 정도로 붉었다.

버든비스트 한 마리가 논의 가장자리를 돌고 있었고, 태양은 버든비스트를 비추고 있었다.

버든비스트 또한 매우, 매우 붉었다.


결국 이곳에 왔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그녀는 빨갛게 된 눈을 감았다.

강물은 그녀의 입을 채우고, 진흙은 그녀의 시야를 흐리게 만들었다. 풀과 나무는 생기를 잃은 채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고, 그녀는 그 소리를 구별하려 노력했다.

하아……

그녀가 무너진 벼 이삭을 어루만지자, 이삭은 마치 위로라도 받은 듯 진흙을 헤치고 다시 일어섰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강은 머리를 스쳐 갔고, 나무의 뿌리는 마치 손금처럼 되었다.

몇 년 전에도 재앙이 이렇게 자주 일어나던 때가 있었지……

……그때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어. 수확을 기다렸던 벼들이 모두 땅에 쓰러져 있었고, 조금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포대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지.

넌 얼굴에 진흙을 잔뜩 묻힌 채 포대를 안고 내게 말해줬지. “무서울 것 없어. 이렇게 1년씩, 1년씩 나아가다 보면 결실을 볼 수 있을 테니까. 인생은 길어, 그리고 인생은 고독하지 않지, 우리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라고.

……그때의 넌, 얼굴에 주름 하나 없었지.

게다가 '신농'이라 불리는 사람도 아니었고.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우리가 처음부터 바라왔던 것과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걸까……?

발밑의 대지는 그녀의 호흡처럼 요동쳤다. 마치 깊은 곳에 뜨거운 심장이라도 숨기고 있는 것처럼 무겁고 천천히 뛰는 것 같았다.

심장 위에서 가벼운 발걸음이 느껴졌다.

음……?


차량 소리가 먼 곳에서 들려왔다. 몇 달에 한 번 정도 들리는 소리였다.

먼 길을 떠나는 카라반 보급품과 다양한 물건, 그리고 각지의 소식을 가져온다. 대황성에서 반복되는 생활 속, 이 물건과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작은 기쁨을 선사하고는 했다.

지평선 너머의 먼지구름은 금방 눈앞에 다가왔고, 선두의 차량에서 사람 한 명이 내렸다.

[CG: 47_i06]

그 사람은 티끌 하나 없는 얇고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고, 바람과 먼지가 그의 뒤를 따랐다.

……돌아왔구나.

[CG: 47_i06]
우아한 남자

오랜만입니다.

[CG: 47_i06]
우아한 남자

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