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2신농제
대황성에서 매년 열리는 신농제가 시작되었고, 즐거운 웃음소리와 함께 수확이 시작되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던 광경에 좌락은 깊은 인상을 받는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로 흥겨운 축제가 중단되고 만다.
이번에도 농작물이 버텨내지 못했다.
씨를 뿌리고, 싹이 트고, 이삭이 여물기 전, 언제 재앙이 발생할지 모른다. 지금까지의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베헤모스로부터 땅을 되찾았는데, 왜 여전히 이렇게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는 걸까?
재앙이 없는 땅은 찾을 수 없는 걸까? 언제나 날씨가 좋기를 바라진 않는다. 서리, 눈, 비는 어떻게든 대처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재앙의 오리지늄은 다르다. 인간은 만지면 병에 걸리고, 작물은 닿으면 죽어버린다.
작물을 심으려면 적절한 땅이 있어야 한다. 만약 이 땅이 정말로 인류가 살기에 부적합하다면, 처음에 이곳에 '인간'을 심은 사람은 누구였을까?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결국 사람은 먹어야 살아갈 수 있으니까.
땅을 고르고 도랑을 만들어 사기를 북돋아라! 거대한 포부를 갖고 강산을 바라봐라! 세찬 동풍, 빛나는 달, 어쩔 수 없는 하늘의 뜻, 천둥소리♪
설령 가뭄과 홍수가 닥쳐온다 하더라도 벼의 향기가 온 세상에 가득하기를! 이 몸, 구름이 되어 봄비로 내리고, 인간 세상에 아름다운 봄을 선사할 수 없다는 것이 원통하구나♪
농삿일로 몸을 땀에 적시고, 괭이 하나를 들고 드넓은 평원에 맞서! 광활한 땅을 평평히 고르고 다져서 기름진 옥토로 만들겠노라 맹세하리~♪
6월의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어 도시 전체가 거대한 가마솥처럼 달아올랐다. 바람이 불 때마다 벼꽃 향기가 멀리서도 코끝을 찔렀고, 마음까지 따스하게 데웠다.
올해의 공연은 무척 성황이었다. 무대 앞에는 사람들이 겹겹이 둘러쌌고, 무대를 보기 위해 발끝으로 서며 작은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불렀다.
좌락은 먼발치에서 무대를 바라봤다. 그들은 소박한 의상을 입고 있었고, 비장한 표정과 함께 웅장한 노래를 부르며 한 걸음씩 힘 있게 내디뎠다. 노래 가사가 사투리였기에 좌락은 귀를 쫑긋 세웠지만, 제대로 알아듣진 못했다.
무슨 내용인가요?
이건 신농이 대황성에 와서 제일 처음 땅을 개척한 이야기야.
매년 신농을 기리는 제사 때면 이 연극 놀이를 해. 모두 3막인데, 이건 두 번째 부분인 《쟁천시》이야.
그런데 왜 가사가 이곳의 사투리가 아닌 건가요?
처음 이곳에 온 천사들은 염국 각지 출신이지만, 세월이 너무 많이 흘러서 어디 출신의 사람들인진 다들 기억하지 못하거든.
연극을 할 때, 남아있는 기억을 더듬어 캐릭터마다 다른 사투리를 쓰기로 했어. 일종의 오마주인 거지. 그렇게 이어져 지금의 모습이 된 거야.
저쪽에 줄 서있는 사람들은 무엇을 하는 건가요?
“신농 맞이”.
전해지는 말로는, 매년 여름 수확 철이 되면 신농이 대황성으로 돌아와 올해의 수확은 어떤지 살펴본다고 해.
천 년 전, 대황성은 오리지늄으로 인한 오염이 적은 귀한 땅이었어. 염국의 중요한 농경지 중 하나였지.
그 땅에서 농부들은 터를 잡고 농사를 지었고, 오두막을 짓고 살았어.
그랬지만 결국 재앙이 그들을 찾아왔지……
날카롭고 가느다란 노랫가락이 무대 위에서 울려 퍼졌다. 귓가를 자극하는 신경질적인 소리가 나는가 하면, 마치 빗방울이 떨어지듯 북채가 조그만 북 위를 빠르게 두드렸다.
무대의 사람은 허름한 옷을 입고, 벼가 가득 담긴 대나무 바구니를 들고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저 사람이 신농 역할을 하는 건가요?
저당시의 대황성은 전례가 없던 큰 재앙을 겪었어. 반 이상의 땅이 심하게 오염됐고, 농지를 파괴하는 괴물도 나타났지.
몇 세대를 이어온 사람들의 노력이 모두 허사가 되고 말았어.
땅을 개간하는 것도 어렵지만, 적합한 땅을 찾는 게 더 어려워. 신농은 이곳에서 벌어진 일을 알았고, 힘겹게 얻은 이 땅을 어떻게든 구해내려고 결심했어.
그는 많은 농부와 천사를 이끌고 이곳에 정착했어. 땅의 오염을 제거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환경에 적응할 작물을 연구했지…… 세대를 거듭하면서 말야.
북소리는 가늘게 시작해 울려 퍼지며 점차 두꺼워졌고, 무대의 노랫소리는 마치 머리를 뚫고 지나갈 것처럼 강렬해졌다. 징 소리가 들린 후, 찢어지는 듯한 큰 소리가 무대의 한쪽을 덮었다.
무대 위로 하얗게 흩날리는 눈송이가 천천히 신농의 뒷모습을 가렸다. 벼 이삭과 갈대로 만든 눈이 하늘을 가르며 날아올랐고, 무대는 곧 고요한 백색이 되었다.
맑고 힘찬 피리 소리가 울렸고, 푸른 싹이 눈 속에서 돋아났다. 피리 소리가 멀리 퍼져나가고, 좌락은 무대에서 흩날리는 벼 이삭을 손으로 받아내며 아름다운 순간을 간직했다.
이건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 건가요……?
신농은 새로운 씨앗을 찾기 위해 북쪽으로 가던 중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
신농의 유해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바구니 하나와 벼 이삭이 든 주머니를 찾았어. 사람들은 그것을 대황성으로 가져와서 무덤을 만들었지.
또 어떤 이야기에는 신농이 세상을 떠난 그해 하지, 사람들이 수확을 마친 직후에 신농이 하늘에서 내려와 기쁜 얼굴로 수확물을 만지고 밭에 새 종자를 뿌렸다고 해.
그 뒤로 대황성에서는 매년 연극을 열어 신농을 맞이하고 풍년을 기원해.
신농은…… 신화 속의 인물인가요?
물론 아니지! 신농에 관한 전설은 많지만, 신농은 실존했던 인물이야.
천사부 교재에도 신농에 대한 기록이 있어. 신농은 염국의 농업 이론을 처음으로 정립한 사람이자, 농업 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24절기의 규칙을 요약한 최초의 인물이야.
이건 천사부 교재에만 있는 내용은 아닐걸? 대다수의 염국 사람이 다 아는 상식일 텐데…… 근데 왜 이런 상식까지 나한테 물어보는 거야?
슈, 여섯째. 천시를 정하고, 24절기를 규정했다…… 대기근 때 대황성에 나타나 직접 농사를 지으며 천 년 동안 머물러 있었다……
대리인 중에서, 이런 사람도 있었다니……
어이, 화생. 오늘 일찍 왔네. 네 짝꿍 소만은 어디 있어? 너랑 같이 안 왔어? 옆에 이 친구는 누구야?
아저씨, 그게 아니고……
하하하! 젊은 친구들 일에 끼어들 생각 없어! 올해 연구한 작물 수확은 어떻게 됐어?
……
음, 꽤 잘 됐어요!
중요한 단계에 도달했어요. 아마도 계절을 두 번 정도 지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좋아, 성과가 있으면 그걸로 된 거지. 우린 일 년 내내 바쁘게 지냈으니까!
재밌게 놀고 있어. 수확기 준비 때문에 먼저 가볼게.
방금……
거짓말한 거지?
그만 물어봐.
……
……이상하네. 소만은 어디로 간 거지?
이번 공연에서 피리 연주를 한다고 하지 않았나……?
만나러 왔어.
새로 만든 달콤한 쿠키를 가져왔어.
원래는 미정제 설탕으로 속을 채울까 했는데, 생각해 보니 몇 년 전부터 아무도 그런 설탕을 먹지 않았던 것 같아서 이번 쿠키는 가게에서 파는 고운 설탕으로 만들었으니 맛 좀 봐.
그리고 과일도 있어. 새로운 품종을 연구했거든. 달콤하고 향기로워서 예전에 먹던 그 새콤한 과일보다 훨씬 맛있어. 아직 이런 걸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종류별로 가져왔어.
……
요즘 어때, 아직도 머리가 많이 어지러워?
잘 지내는지 보러 왔어……
그리고 그들도.
악기 소리가 들려? 사람들이 신농제를 맞아 신농을 맞이하는 중이야.
다들 재밌게 노는데, 여기에 남겨두고 가면 너무 외로울 거야……
제방에는 소나무와 떡갈나무가 울창했다.
그중에는 수백 년 세월을 자랑하는 거목들도 있고, 갓 심어진 듯한 나무도 있었다.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이 숲 전체에 상쾌한 송진 냄새를 퍼트렸다.
슈는 옆에 있는 소나무를 쓰다듬었다. 가지에 묶여있는 붉은 비단으로 된 나무패가 바람에 흔들렸고, 작은 벌레들은 줄기를 타고 기어다니고 있었다. 숲속 새들은 나무 꼭대기에 앉아 노래를 불렀다.
여름이 시작되고 크고 작은 재앙이 몇 번 있었어. 올해는 날씨가 정말 좋지 않았지.
천사들에게 주의 깊게 살피라고 당부했어. 너무 걱정하지 마.
……
수확량은 그리 많진 않지만, 걱정할 필요 없어.
지난 몇 년 동안 모은 식량으로 충분해. 과거에도 이렇게 잘 버텨왔잖아?
……
남자는 강물을 바라보며 멍하니 입을 벌렸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밖에 많은 사람이 왔어. 진실을 아는 이도 있고. 나도 돕고 있으니 걱정 마.
우린…… 결국 이 모든 걸 지키지 못했지.
……
……흑……
(흐느끼는 소리)
남자는 얼굴을 가리고 울기 시작했다.
괜찮아질 거야, 방법이 있을 거야.
재앙이 아니었던 재앙…… 그리고 과거…… 희생, 죽음, 그 모든 것이 헛되지는 않을 거야.
아직 기억해?
우리가 모두 씨앗이 뿌리내리고 싹트는 걸 봤잖아.
(흐느끼는 소리)
저들은 내가 돌볼 테니 넌 걱정하지 마.
하지만 너도……
멀리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층층이 쌓인 솔잎 위를 조심스레 한 발 한 발 밟으며 의도적으로 소리를 감추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는 바람에 귀를 기울이고, 흐릿하게 반쯤 감긴 탁한 눈을 번쩍 떴다.
……
눈앞에는 흐릿한 실루엣이 보였다. 귀여운 양갈래 머리를 하고, 허리에는 대나무 피리를 차고 있었다.
남자는 무엇인가 말하려다 다시 침묵했다. 멍하니 주위를 둘러본 그는 이내 몸을 돌려 자신의 도끼를 들고 소나무 숲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하아.
소만, 숨지 말고 나와.
나이 든 여인이 볏짚 한 움큼을 들고 천천히 무대에 올랐다. 이윽고 황금빛 볏짚을 3개로 나누어 신농사 중앙의 곡물 더미에 꽂았다.
탁자 위의 술잔에 술을 가득 채운 후, 두 손으로 잔을 들고 눈높이까지 올린 뒤, 땅에 술을 부었다.
농부가 북채를 들고 종을 세 번 울렸고, 그 소리가 대황성 전체에 울려 퍼졌다. 울려 퍼진 소리에 땅도 살짝 떨리는 듯했다.
무대 아래의 농부들은 절을 하며 마음속으로 빌었고, 그 뒤 차례로 제단으로 올라와 품에서 몇 알의 씨앗을 꺼내어 제단 위 곡물 더미 안에 넣었다.
각자 가져온 씨앗으로 신농을 기릴 거야. 씨앗의 종류는 상관없어.
곡물 더미를 높이 쌓으면 쌓을수록 신농이 돌아오는 길을 더 잘 확인할 수 있어. 그리고 다음 해엔 대황성에 풍년이 들길 바라며 염국의 저장고가 풍족해지도록 비는 거지.
넌 모를 것 같아서 몇 개 더 가져왔어. 의식이 끝나면 잊지 말고 넣어.
감사합니다.
……올해 수확은 예상보다 못 했어. 부디 여름 수확 때 문제가 생기지 않기를.
젊은 천사가 깊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고, 손에 쥔 볍씨를 제단 위의 곡물 더미에 넣었다.
올해의 곡물 더미는…… 많이 줄었네.
지난번 풍년일 때는 제단에 곡물 더미를 쌓을 공간이 부족할 정도였어. 사람들은 기뻐하며 곡물을 자루에 담아 양쪽에 쌓았지.
시끄러워질 때면 아이들은 '곡물 산'을 타며 놀았고, 어른들은 말리지 않았지. 아이들이 높이 오를 수록 내년 작물이 더 크게 자랄 거라 믿었으니까.
그럼 이 곡식으로 잡곡죽을 만드는 건가요?
아니, 제사가 끝나면 이 곡물 더미로는 술을 빚어, 그리고 다음 해 신농제 때 나눠 마시지. 저기 뒤에 준비되어 있어, 한 사람당 한 잔씩.
작년에 수확한 벼로 누룩을 만들었고, 새로운 해에 술을 빚는 데 쓰였지. 이런 식으로 해마다 계속되고 있어. 우리가 매년 하는 일이지.
화생이 인사를 마치자, 무대 위의 촌장이 그에게 가득 찬 잡곡주 한 사발을 건네주었다. 화생은 두 손으로 받아 들고는 고개를 들어 마셨다.
화생, 올해는 정말 고생 많았다.
촌장님께서 더 고생이 많으셨죠.
……착하구나.
좌락도 조심스레 볍씨를 앞에 있는 곡물 더미에 넣고, 다른 사람처럼 허리를 깊게 숙였다.
……대황성에 바람 잘 불고 비 잘 오게 해주시고, 염국이 해마다 평안하기를.
독한 술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갔다. 각양각색의 곡물 향이 코를 자극하여 순간적으로 머리에 어지럼증을 느꼈다.
둥!
신농사 뒤에서 우렁찬 북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 낮게 울린 북소리는 방금 전의 종소리보다 더 무거웠다. 농부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정오에 12번 울리는 북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첫 번째, 봄비가 내려 얼어붙은 땅을 가른다.
두 번째, 봄의 천둥에 벌레가 깨고, 가지에서 싹이 튼다.
……
열두 번째, 눈이 내리고 두꺼운 땅을 덮는다.
농부가 손에 든 북채를 높이 들어 마지막 한 번을 내리쳤다……
둥!
수확이다!
수확이다!
새빨간 폭죽에 불이 붙었고, 사람들의 환호와 함께 금빛 불꽃이 일었다.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폭죽 소리가 사람들의 고막을 흔들었다.
사람들의 흥분이 가라앉기도 전에 엔진의 굉음이 들렸다. 박자감 있는 시동 소리가 이 작은 세상을 뒤덮었고, 넓고 끝없이 펼쳐진 논밭으로 나아갔다.
들판은 마치 금빛의 케이크와도 같았다. 농부들은 케이크 테두리에 수놓인 작은 설탕 알갱이처럼, 달콤한 즐거움을 한 줄기씩 그려냈다.
평평한 땅에 선명한 바퀴 자국이 새겨졌고, 풀잎과 흙먼지가 섞인 작은 입자들을 하늘로 날리며 수확기 뒤에 황금빛 물결이 일었다.
고량주 한잔 마실래? 방금 묘회에서 사 왔어.
지금은 근무 시간이야, 선생님이 알면 큰일날걸.
그냥 수위를 측정하고 숫자 몇 개 지켜보는 일일뿐이야. 내가 술을 세 병 더 마셔도, 데이터가 이상하다는 건 한눈에……
잠깐, 내가 정말 취한 걸까? 이거 좀 봐줄래, 저 흙 속의 오리지늄 결정 함량이 얼마야?
이 수치는……
서둘러! 수문을 닫……
쿠궁……
구름이 요동쳤고, 여름철 천둥이 머리 위에서 요란하게 울렸다.
논두렁에 서있던 농부들은 갑작스러운 천둥소리에 모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태양은 수면을 비추고 있었고, 바로 머리 위에 있었다.
왜 몰래 따라왔어? 신농제에서 연주를 해야 하는 거 아니었어?
몰래 온건 슈 언니잖아.
왜 매년 신농제 때마다 혼자서 먹을거리를 들고 여기 강가로 오는 거야? 벙어리 아저씨를 만나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언니, 그 아저씨는 도대체 누구야? 왜 다른 사람하고 같이 살지 않는 거야?
……그 사람은 병에 걸렸어. 남에게 전염될까 봐 혼자 이곳에 살고 있어.
아……
다들 그 아저씨를 두려워하는데, 넌 두렵지 않니?
조금 무섭긴 해……
얼마 전에 보들이를 찾다가 아저씨를 만난 적이 있어. 근데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무서워 보이진 않더라고. 그냥 손에 도끼를 들고 있었고,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을 뿐이었어.
근데 아저씨가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 날 보던 눈빛은 화생이 숙제를 하지 않은 아이들을 꾸짖을 때랑 똑같았거든.
정말 영리한 아이라니까.
스톡비스트를 기를 때 보니까 혼자 남은 어린 새끼들은 사나워지기 쉽더라고, 사람을 잘 따르지 않아.
그럴 땐 일부러 다른 스톡비스트와 함께 밥을 먹고 놀게 해줬어. 금방 다른 어린 새끼와 잘 어울리게 됐지.
그러니까 드는 생각인데, 아마도 누군가 아저씨랑 말동무를 해준다면, 아저씨도 조금은 행복해질 수 있을 거야…… 혼자 여기 남겨진 것도 참 안 됐으니까.
언니, 대황성에는 뛰어난 천사들이 많이 있잖아, 근데 왜 아무도 아저씨의 병을 치료해 주지 못하는 거야?
언젠가 치료할 날이 올 거야.
언니…… 혹시 아저씨의 병이…… 전설 속의 괴물들과 연관이 있는 거야…?
……그런 건 왜 물어보는 거야?
가끔 꾸는 꿈이 있어. 똑같은 꿈을 여러 번 꿨어.
꿈속에는 여기 이 둑이 나와. 가끔은 벙어리 아저씨도 있고, 아저씨가 둑 위에 서 있어.
날씨가 나빠졌고, 가뭄도 오고, 홍수도 왔어. 그리고 하늘에서 이상한 것들이 날아왔어, 모두 강 건너편에서 떠내려온 거야……
그리고 밭의 모종은 다 죽고, 곡식 창고도 바닥이 나……
이 얘기…… 다른 사람한테 한 적 있어?
뭐지, 엄청난 천둥소리는!
……
소만, 돌아가.
……비?
비…… 비라니, 이상하지 않아? 이런 날씨에……
……
하늘이 이상해……
걱정 마! 딸꾹…… 천사도 아무 말 안 했잖아, 재앙이 올 리 없다고.
이런 날에 비라니, 흥이 다 깨져버렸잖아.
근데 밭의 물이, 뭔가 탁해 보이는데……
……아니야!
무슨 일이죠?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무대 위의 노래는 멈추지 않았고, 천둥소리는 북소리와 어우러져 점점 더 거세졌다. 북을 치는 손길은 열심히 연주를 계속했고, 작은 빗방울은 떨어져 땅에 번졌다.
이어서 먹구름이 빠르게 모였다. 마치 먹물에 물들어버린 것같은 짙은 검정색 구름이 서로 부딪혔고, 부딪히며 번개가 쳤다. 두꺼운 구름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번개는 거대한 동물과도 같아 보였다.
폭우가 내렸고, 비는 곧장 땅을 향해 쏟아졌다. 논밭에 먼지가 일어나기도 전에 빗줄기에 잠겨버렸다.
작은 오리지늄이 조용히 논밭 가운데에서 꽃처럼 피어났다.
벼 이삭은 고개를 숙이며, 그 작고 검은 꽃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