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회서리

HS-1대황성으로

사이드 스토리작전 후2024-07-31

여름 수확을 앞둔 시점에서, 화생의 우량 품종 재배 프로젝트는 여러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슈의 조언으로 다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시작한다. 평화로운 여름밤, 몇몇 소년이 논둑에 앉아 각자의 속마음을 이야기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좌락, , 총웨, 지에윈, 완칭, 그레인버즈


좌락

장군님, 최근 며칠 산해중 추적과 재앙 대응에 관한 임무 보고서입니다. 그리고…… 제 반성문도 있습니다.

좌락

부끄럽습니다. 아버지에게 실망을……

좌선료

……

좌락

다음엔 더......

좌선료

그럴 필요 없다.

좌선료

옥문이 경성에 복귀하는 향후 업무는 네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좌락

그건……

좌락

저더러 정직 후 반성하라는 말씀인가요?

좌선료

내게 사세대의 인사 권한은 없지만, 옥문 장수로서 옥문의 군사 배치에 누구를 쓸지는 결정할 수 있다.

좌선료

옥문을 떠난 후, 네겐 더 중요한 임무가 있다.

좌선료

북쪽 대황성에서 봄 파종을 시작했지만,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더군. 널 그곳으로 보내 인력을 보태려고 하는 중이다.

좌락

봄 파종? 농사일 말씀이십니까……?

좌락

그게…… 말씀하신 '더 중요한 임무'인가요?

좌선료

넌 그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가?

좌락

아닙니다. 농업도 중요하고 대황성의 사정도 들었습니다만……

좌락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어째서 제가 가는 거죠?

좌선료

많은 것을 봐라.

좌락

다음은요……?

좌선료

많이 생각해라.

좌락

……

좌선료

인수인계가 끝나면 바로 출발하도록 해라.

좌락

…… 아버지, 마지막으로 보고드릴 일이 있습니다.

좌락

산해중의 행적을 조사하다가 몇 가지 의심스러운 점을 발견했습니다.

좌락

산해중의 행동을 보면, 옥문 순방영의 움직임을 상당히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좌락

만약…… 그들이 정말로 옥문 수비군의 배치도를 손에 넣는다면, 그건 심각한......

좌선료

방금 말했을 텐데.

좌락

……

좌선료

이제 그 일은 너와 상관이 없다.



총웨

일을 처리할 땐 최소의 인정과 도리를 잊어선 아니 된다.


지에윈

당신 같은 사람은 믿을 수 없어!


좌락

하아…… 하아……

녹무관

낮에는 농사일로 바쁘고, 밤에는 무예 연습도 게을리하지 않으셨군요. 요 한 달간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좌락

당신이었군요…… 콜록.

녹무관

열심히 하고 계시는군요.

좌락

항상 진지하지만, 정작 이룬 건 없습니다……

좌락

…… 이곳에 온 이유도,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좌락

어쩌면 이곳에서 무예를 닦고, 단련하다 보면 앞서 이루지 못한 것을 이뤄낼지도 모르겠죠.

녹무관

음…… 그럴 수도 있겠죠.

녹무관

용문의 어떤 무협 영화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녹무관

주인공은 오만합니다. 천부적인 능력을 갖춘 협객인 주인공은 평생을 무도 수련에 정진했지만, 최종 목표인 '최고의 경지'에는 오르지 못해 오랫동안 슬럼프에 빠졌었죠.

녹무관

그렇게 여러 시련을 겪으면서 본인이 가진 명예, 재산, 지위, 심지어 한쪽 팔까지 잃고 초라해진 모습으로 작은 마을로 오게 되었습니다.

녹무관

그곳에서 평범한 농민과 함께 살면서 나무를 하고 차를 끓이는 일상을 3년 동안 보냈고, 늘 지니고 다니던 보검에는 손도 대지 않았죠.

녹무관

하지만 원수와 다시 만나 검을 다시 뽑아 든 그때, 그의 무예 실력이 전보다 훨씬 나아져 있음을 알게 됐어요.

좌락

제가…… '오만하다'는 겁니까……?

녹무관

음? 전 그저 영화 속 이야기를 했을 뿐입니다.

좌락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을까요?

녹무관

제 경험으로 미뤄 보자면, 어렵다고 봐요.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을 아주 좋아하죠.

녹무관

말하자면 '마음가짐'이란 건 정말 중요한 것이죠.

좌락

……

녹무관

옥문을 떠나온 후로 마음에 변화가 있었나요?

좌락

전혀 없었습니다……

녹무관

잠깐 쉬는 건 어떠신가요. 물이라도 드릴까요?

좌락

감사합니다. 사실, 하나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좌락

왜 저를 따라 여기까지 오셨죠? 옥문에 남아있는 게 나았을 텐데.

녹무관

당신은 지촉인으로서 염국 각지를 누비셨잖습니까. 그래서 당신을 따라다니다 보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좌락

하지만 전 단지 아버지한테 좌천…… 아버지의 명으로 파견되어 온 것입니다. 옥문과 함께 경성으로 돌아갔다면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을 텐데요.

녹무관

선생님을 따라 백조에 갔었는데, 그곳은 번화하다는 것 말고는 달리 할 말이 없더군요.

녹무관

그런데 대황성은 오히려 더 흥미로웠어요.

좌락

……단순한 여행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군요.

녹무관

아하하.

좌락

저는 아직도 이해되지 않습니다. 아버지가 보라고 하신 건 도대체 무엇인지……

녹무관

그럼 대황성에서 지낸 기간에는 무엇을 보셨나요?

좌락

굳이 얘기하자면……

좌락

이곳 대황성은 지리적인 위치 덕분에 오리지늄으로 인한 오염이 적은 희귀한 땅입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염국의 중요한 곡창지였죠.

좌락

그리고 천사들과 농부들의 노력 덕에 경작지도 점점 늘어나고 있고요.

좌락

또한, 재앙에 대비하기 위해 작년부터 개조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좌락

현재 대형 섹터가 16개, 소형 섹터가 60여 개, 천사가 730명, 거주하는 사람은 5만 명이 넘어가죠.

좌락

비록 외진 곳이지만 여기 사람들은 즐겁게 일하며 성실하게 살고 있습니다……

녹무관

……끝인가요?

좌락

……소소한 것도 있지만…… 중요한 건 아닙니다.

녹무관

중요한 건 아니군요.

좌락

당신은 어떤가요? 종사님 곁에서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걸 본 게 있나요?

녹무관

음…… 어디 보자……

녹무관

오늘 저녁 이웃 아저씨 부부가 식사 후에 크게 다퉜어요.

녹무관

아저씨가 지난 달에 멀리 여행을 갔었는데, 바깥 생활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인지 이사를 가자고 고집을 부리더군요.

녹무관

그리고 나무 위에서 파울비스트가 알을 품고 있는 걸 봤어요. 암수가 번갈아 가며 알을 품고 사냥하더군요. 아무래도 조만간 알이 부화할 것 같습니다.

녹무관

신농 조각상 앞에서 걱정을 한가득 안고 기도하는 천사들도 봤어요. 심지어 서로 부둥켜안고 통곡하기까지 하던데, 정말 신기한 장면이었죠……

녹무관

아무래도 가장 신기한 건, 엄청난 경공을 가진 청년이 짐승들에게 꼼짝도 못 하다가 혼나는 모습이었죠.

좌락

윽.

녹무관

좌락 님, 그래서 스톡비스트는 찾았나요?

좌락

그건 언제……

녹무관

수년 전, 종사님은 저더러 다양한 무예 기술을 배우라고 하셨고, 실력자의 격투를 기록하도록 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태어날 때부터 심각한 병을 가지고 있어서 무예를 익힐 수 없었죠.

녹무관

알고 계셨나요? 방금 낮에는 농사일을 하느라, 밤에는 무예를 연마하느라 '고생'한다고 말할 때, 그 고생이라는 게 사실 정말 부러웠습니다.

좌락

…… 죄송합니다.

녹무관

하지만 종사님께서는 저같이 무예를 배우기 어려운 제자를 계속 곁에 두시고, 무예 연습을 지켜보게 하셨어요.

녹무관

처음에는 무엇을 배우라고는 말씀해 주시지 않았고, 주의 깊게, 정확하게 보라고만 하셨죠. 저는 종사님의 말씀대로 기록하고,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녹무관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죠. 무예는 단지 초식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어요. 선생님이 말씀하신 격투 이론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도 적용되는 이치였습니다. 움직임과 멈춤 사이에 만물의 흥망성쇠의 법칙이 숨어있었죠.

녹무관

이런 이치를 어렴풋이 이해하긴 했지만, '무학'은 알면 알수록 더욱 예측이 불가능해 오히려 어떻게 배워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좌락

사세대에서 가르치는 무학은 자신을 지키는 것보다는 타인을 보호하는 데 더 많은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좌락

제 생각에는, 무학은 너무 많은 것과 연결되지 않아야 합니다. 단순한 기술 중 하나일 뿐이죠.

녹무관

맞아요. 나중에 알게 됐죠. '무학'도 결국엔 단지 무학일 뿐이라는 것이고, 별로 복잡하지 않다는 걸 말이에요.

녹무관

저는 무학에서 깨달음을 얻은 게 아니라, 식견이 넓어지면서 삶 속에 있는 이치들을 깨달았고, 그것을 무학에서 확인했을 뿐이죠.

녹무관

그 '이치'는 어느 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에 있습니다.

좌락

……모든 것이라.

녹무관

종사님이 쓰신 《무공전》에는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며, 때를 기다리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녹무관

이 말은 적과 마주할 때는 먼저 올바른 자세를 취하고, 그 후에 승리할 때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봐요.

녹무관

어떤 상황에서든 외부의 자극에 흔들리지 않고, 침착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죠……

녹무관

우왓!!!

소만

잠깐, 왜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반응하는 거야?

소만

촛대 군, 붓 군이랑 같이 있었구나? 한참 찾았잖아!


화생

우량 벼 품종 실험지 갑 구역에서는 성장기 동안 토양의 오리지늄 활성률이 20%, 1묘당 평균 수확량이 160kg입니다.

화생

을 구역의 활성률은 23%, 수확량은 75kg, 병호 섹터는 25%, 생존율은 거의 0입니다……

화생

각 데이터는 지난 시즌과 별 차이가 없고, 그 전 시즌과 비교해도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다른 작물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음, 알겠어.

화생

……전혀 실망하지 않으신 것 같네요.

조급해 봐야 아무런 의미 없어, 한 걸음씩 다가가야지.

화생

25%는 여전히 넘기 어려운 장벽이네요. 토양 속 오리지늄 활성률이 이 수치를 넘으면, 작물이든 토양 복구용 식물이든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져요.

화생

하지만 이 수치도 일반 토양 속 오리지늄 활성률에 비하면 정말 무의미한 결과라……

포기하고 싶어진 거야?

화생

아니요......

화생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아서요…… 계속 이런 결과가 나온다면, '완칭' 프로젝트를 대중화시켜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화생

…… 수년간 연구했지만, 성과는커녕 조금의 희망조차 보이지 않아서요.

……

15%야.

네가 말한 '넘기 어려운 장벽'이, 25년 전에는 15%였어.

작물 실험을 아홉 세대에 걸쳐 진행했고, 작은 한 구석에서 오리지늄에 내성을 가진 변종을 겨우 발견한 거야.

화생

천사님들이 그렇게 오랜 시간을……

대황성에서만 발견되는 '면석충'의 체액을 모아 뿌려주면, 작물이 오리지늄에 내성이 생긴다는 이야기, 들어봤지?

화생

들어보긴 했지만, 그 방법은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어요. 오리지늄은 동물처럼 식물을 감염시키지 않고, 단지 변화시킬 뿐이잖아요……

맞아. 하지만 그건 몇십 년 전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사람들이 오류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된 방법이야.

이 하늘과 땅 사이에서 사람들은 손바닥만 한 땅을 얻기 위해 정말 많은 방법을 시도했지. 그렇게 세대를 거듭한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농지와 작물을 가지게 됐어.

네가 말한 것처럼 '완칭'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연구일 수 있어.

어쩌면 다음 세대의 사람들은 지금의 우리를 보며 면석충의 체액을 뿌리던 옛날 사람과 큰 차이가 없다고 느낄지도 몰라.

하지만 하나는 확실해. 이동 섹터 위의 식량만으로는 모든 사람의 배를 채울 수 없어. 이동도시가 닿지 못하는 먼 지역에는 여전히 배고픈 사람들이 있지.

나도 믿고 싶어. 언젠가 오리지늄을 극복하고 '만경의 비옥한 땅'을 우리의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을…… 이런 얘기를 했던 사람이 또 있었지.

화생

선생님, 그 말씀을 하신 분은……

촌장

늦은 시간인데 연구실에서 뭐 해, 전기 요금 아깝게.

화생

아…… 데이터를 드리러 왔습니다. 바로 가겠습니다!

촌장

오, 화생이군. 오랜만이야. 키가 많이 컸구나. 저녁이라도 같이 먹을래?

화생

……아뇨. 밭에서 할 일이 있어서요. 나중에요!

촌장

이 아이…… 혹시 나를 어려워하는 건가?

무려 대황성의 일인자인데, 어려워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어?

촌장

누구는 내 말을 듣지도 않던데 말이야. 이렇게 늦었는데 아직도 쉬지 않는 거야?

알았어. 지금 갈게.


촌장

늦게까지 보양식을 만드는 것도 정말 힘들겠어.

촌장

(킁킁) 와…… 냄새 좋은데.

촌장

이건 누구를 위한 거야? 두 여동생? 아니면 의탁하러 온 '친척'? 좌락이라고 했던가?

최근에 추수 준비로 다들 바빴잖아. 그중에 가장 고생한 사람을 위해 보양식을 준비했지.

촌장

참 못됐네, 밥 먹기 전에 꼭 내 기분을 상하게 해야겠어?

그럼 그릇을 좀 가져와 봐.

촌장

물론이지.


촌장

하아, 몇 년 동안 농사일에만 몰두하다 보니 공사 쪽은 완전 문외한이야. 처음부터 배워야 해.

촌장

게다가 공부의 윗선들을 상대하는 것도 만만치 않아. 고작 천사 몇 명 때문에 매번 얼굴을 붉혀야 해. 그렇게 한바탕하면 하루 종일 농사짓는 것보다 힘들어.

힘들면 많이 먹어. 살이 빠져서 얼굴도 야위었네, 많이 먹어둬.

촌장

좋아. 근데……

촌장

큰 갈비 3덩이라니, 지금 누구 배 터지는 거 보고 싶어?

촌장

이렇게 3개면 돼, 더 담으면 탕이 넘칠 거야.

……

촌장

탕이 넘치면 치우기 번거롭잖아, 데이기라도 하면 더 머리 아프고.

먹고 싶지 않으면 그릇을 내려놓아도 돼.

촌장

그건 안 되지, 정성 들여 만든 보양식인데 버리면 아깝잖아.

……오늘따라 말에 뼈가 있는 것 같은데?

촌장

그냥 보양식 얘기일 뿐인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촌장

맛있는 갈비는 정성 들여 기른 스톡비스트에서, 그리고 이 부드러운 연근은 정성 들여 가꿔온 연못에서 나온 거잖아.

촌장

이 탕을 마실 수 있는 건, 여러 세대에 걸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야. 물론 네 노력도 담겨 있지,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 것들로 이 소중한 땅을 망쳐서는 안 되는 거라고.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여전하구나……

촌장

오래됐지. 이제 다 잊어버릴 정도야…… 우리가 어떻게 만났는지조차.

촌장

가끔은 정말 기억에서 지웠으면 하기도 해. 넌 농사일에 헌신하는 천사, 나는 농업을 배우는 사람, 그냥 이렇게 기억하고 싶어.

촌장

하지만 잊을 수 없어, 설령 내가 잊어버린다 해도 누군가는 날 대신해 기억하겠지. 사세대의 기록에서도, 희생된 지촉인의 명단에서도 기억될 테니까.

얘기는 거기까지만 하자.

촌장

내가 하는 얘기가 무슨 뜻인지 알잖아, 내가 신경 쓰이는 건 딱 한 명이야. 네…… '남동생'.

……

촌장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시간은 속일 수 없어. 오랫동안 널 믿으면서 지내왔지만, 이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촌장

슈, 지금 이 시점에 그 사람이 돌아오면 안 됐어……

촌장

나를 난처하게 만들지 말아줘.


녹무관

소만 님, 안녕하세요……

좌락

……

소만

붓 군…… 왜 날 피해?

소만

알았어, 네 책이 그림책이 아닌 걸 알았으니까 책에 있는 사람 얼굴에 낙서하지 않을게.

좌락

(그, 그림책? 혹시 무공기록부를 얘기하는…… 헉!)

녹무관

(……제 불찰입니다.)

좌락

(……종사님과 슈 천사님한테 들키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녹무관

(저도 알고 있습니다……)

녹무관

(근데, 오히려 만화책 같은 무예 기록을 마음에 들어 할지도 모르죠……)

좌락

크흠……

좌락

소만 님, 여긴 무슨 일이시죠?

소만

자, 이걸 받아.

좌락

……팔찌?

소만

보들이 털로 만든 거야. 오늘 보들이를 집까지 데려다줬잖아. 고맙다고 전해달래!

좌락

전 딱히 한 것도 없는데…… 번거롭게 만들어 버렸군요.

소만

화생 말에 너무 마음 쓰지 마. 평소에는 멀쩡한데 농사 얘기만 나오면 왜 그렇게 변하는지 모르겠어. 천사부에서 수업 듣는 애들도 그래서 화생을 무서워하더라고.

좌락

……화생이 벌써 천사부에서 수업천사를 맡고 있다고요?

소만

응. 슈 언니가 바쁠 때는 화생이 대신 수업을 해. 천사 중에도 직책이 많아서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소만

참, 촛대 군는 왜 촛불이라고 불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거야?

녹무관

설마 '지촉인'?

소만

맞아! 이상하잖아, 요즘에 누가 촛불을 쓴다고.

좌락

'지촉인'의 본래 의미는……

좌락

아닙니다. 그냥 염국의 공식 전달자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소만

그렇다면 편지를 배달할 때 조심해야 하잖아. 편지가 다 타버리면 안 되니까.

녹무관

……풉.

좌락

……왜 웃는 거죠? 그림쟁이 붓 군 씨?

녹무관

아니에요. 편지 배달하는 촛대 군 님.

여름 해가 저물었고, 신선한 저녁 바람이 불어왔다. 흙 내음이 사람들의 코끝을 간지럽혔다.

풀밭에서는 풀벌레가 울었고, 저녁 별이 하나둘 떠올랐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한 사람이 멀찌감치 서성이고 있었다. 눈썰미가 좋은 소만은 바로 그 망설이는 모습을 포착했다.

소만

화생…… 도대체 언제 오는 거야!

소만

천사들에게 새끼 스톡비스트의 등록을 도와달라고 한 것뿐이잖아, 왜 아직도 화를 내는 건데?

화생

……화난 거 아니야.

화생

데리고 온 새끼 스톡비스트 때문에 좀 지친 거야.

소만

그럼…… 돌아가서 쉴래?

소만

아, 맞다. 새끼 스톡비스트의 이름도 지어줘야 하는데. 같이 발견했으니… 음, '꼬마 화생'이랑 '꼬마 소만'은 어때?

화생

싫어.

화생이 풀밭에 쭈그려 앉았다.

좌락

……죄송합니다. 만약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다면……

화생

……

화생

화난 것까진 아니야……

소만

촛대 군! 넌 전달자면서 왜 대황성에 온 거야? 편지도 배달하지 않고 맨날 우리랑만 놀잖아.

좌락

……전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아버지께서 이곳에 와 공부를 하라고 하더군요.

좌락

하지만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무엇을 배워야 배웠다고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곳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좌락

원래 하던 일에도 아직 해결하지 못한 의문점이 많습니다만, 조사를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사실 이곳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화생

……

소만

그랬구나. 아버지가 좀 엄하시네.

소만

천사부 선생님이 나보다 어린 애들을 가르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말을 듣지 않으면 엄마랑 아빠에게 혼날 거라고 하더라고.

소만

음. 촛대 군도 아버지한테 혼나고 왔구나. 나도 잘못한 일이 많은데, 왜 우리 부모님은 혼내러 오시지 않는 거지?

좌락

당신의 부모님은……?

소만

슈 언니 말로는 먼 곳에서 천사로 계신대. 근데 무슨 일을 하는지, 왜 소식이 없는지는 안 알려 주더라고.

소만

촌장 할머니 말씀으론, 우리 부모님이 내가 소소하게 만족하며 살라고 소만이라 지어줬대. 세상일이 아무리 많다고 한들, 우리 가족이 행복하면 된다고 했어

녹무관

그러면 좌 장군님도 좌락 님이 평생 편안하게 살기를 바라셨겠군요.

좌락

종사님께서도 아마 당신이 아무 걱정 없이 살기를 바라셨을 겁니다.

화생

이분은 누구야? 아직 이름을 물어볼 기회가 없었어.

녹무관

……성은 운씨, 이름은 청평입니다. 가끔 여자 이름 같다는 말을 듣기도 하죠.

화생

아냐, 좋은 이름이네.

화생

여름 연못이 떠올라.

소만

화생이라는 이름에도 의미가 있어! 한 농부가 벼 심은 논밭에서 화생을 주웠고, 마을 어른들은 전설처럼 벼에서 태어난 아이인 줄 알고 이름을 지었댔어.

소만

슈 언니가 그때 사진을 가지고 있으니, 내일 가져와서 우리 다 같이 볼까?

화생

……소만!

소만

우리 모두 좋아하는 사진인데, 촛대 군랑 붓 군한테도 보여주자고!

좌락

(……화생은 왜 별명이 없는 거죠?)

운청평

(좌락 님께서 별명을 하나 지어주시는 건 어떤가요? 꽤 좋아하실 것 같은데요.)

여름밤의 부드러운 바람이 매미와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를 싣고 불어왔다. 바람은 네 사람의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반딧불 무리가 날아올랐고, 하늘에서는 별똥별이 떨어졌다.

소만은 반딧불을 쫓는 걸 그만두고, 숨을 헐떡이며 풀밭에 드러누웠다.

어린아이의 마음에 근심이란 없다. 눈에는 순간의 즐거움이 가득 차 있었다.

[CG: 47_i07]
소만

봐! 별똥별이야!

소만

신농의 전설에 따르면 별똥별이 떨어진 곳은 풍년이 든다고 슈 언니가 말했어.

소만

우리 별똥별 떨어진 곳을 찾아볼까?

화생

……그건 그때 너를 나무에서 내려오게 하려고 한 이야기야. 다 컸는데도 그걸 믿어?

소만

당연하지!

운청평

아무래도 별똥별이 너무 멀리 떨어진 것 같군요. 대황성의 바깥인 것 같습니다.

소만

그럼 대황성 밖으로 가보자고.

운청평

만약 하늘 끝에 떨어진 거라면?

소만

그럼 하늘의 끝까지 찾아볼 거야! 나는 꼭 갈 거야. 가능하다면 화생도, 너희도 함께.

소만

해가 뜨기 전까지 충분히 찾아볼 시간이 있어.

소만

설령 찾지 못하더라도 계속 찾을 거야, 할아버지 할머니가 될 때까지.

좌락

별을 찾는다고요?

운청평

하하, 네, 별을 찾는답니다.

운청평

이게 당신이 찾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까?

좌락

……별을 찾는 거요?

소만

응!

소만

가자. 일단 저기 작은 강부터 건너보자!

화생

저기, 좌락.

화생

너…… 올해 몇 살이야?

좌락

19세입니다.

화생

흐음……

좌락

무슨 일이시죠?

화생

아니, 그냥…… 나보다 어리구나.

소만

얘들아, 무슨 얘기 해?

소만

내일이 하지야, 대황성에서 신농제가 열리는 날이지. 사람들이 연극 놀이를 하면서 신농을 기린다고 하던데, 같이 놀러가지 않을래?

화생

별을 찾는다고 하지 않았어?

소만

날이 밝으면 찾을 수 없잖아?

좌락

신농제? 놀면서 즐겨도 되는 곳인가요?

소만

그럼! 신농제에는 연극 공연도, 묘회도 있고, 맛있는 음식도 많아! 촌장 할머니도 우리가 최근 고생했으니까 가서 놀다 와도 된다고 했어.

소만

화생도 나랑 같이 가, 나는 피리 연주도 할 거고…… 볼만한 공연도 많을 거야!

좌락

좋습니다. 같이 가죠.

좌락

많은 것을 보고…… 많이 생각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