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T-ST-3코다 '저녁노을'
교황은 여황 에비게그나데와 협상했고, 페데리코는 아르투리아를 데려가게 된다. 에벤홀츠는 레싱과 함께 우르티카 영지로 돌아가기로 하고, 비비아나도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위치킹이 남긴 진짜 유언은…… 위기가 코앞에 다가왔다는 것이다.
등장 오퍼레이터: 레싱, 에벤홀츠, 비비아나, 히비스커스, 무에나, 히비스커스 더 퓨리파이어, 이그제큐터 디 엑스 포에데레, 비르투오사, 베이스라인
다쳤구나.
그래? 새로 온 아츠 선생님이 너무 무서워. 연습하다가 선생님 때문에 다쳤나 봐.
아프네.
아파? 괜찮아. 잠시 후면 우리 몸속의 술식이 상처를 치료해 줄 거야.
음…… 힐데가르트, 왜 울어? 넌 이것보다 더 심하게 다친 적이 있잖아?
안 돼. 우리는 이런 대우를 받아서는 안 돼.
목검을 줘. 내가 그 캐스터를 찾아가겠어.
난 레오폴트를 찾아갈 거야. 우리를 피조물로 보고, 우리가 감정을 가질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을 찾아가겠어.
그런 다음에 뭘 할 건데?
반항.
넌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야.
상관없어. 나는 모두에게, 너에게, 그리고 나에게 한 가지만 증명하면 돼.
뭘?
내가 살아 있다는 것. 내 슬픔과 고통, 사랑과 생명은…… 반드시 의미가 있다는 것.
예쁘네…… 늘 그랬던 것처럼.
날씨가 쌀쌀해졌어. 몇 달만 더 지나면 가을도 끝이야. 하지만 츠빌링슈튀르메는 눈이 거의 안 내려서, 노을은 계속 볼 수 있을 거야.
……
이상하군. 아무리 봐도 너는 풍경을 보며 감탄할 사람 같지 않은데 말이야.
내 말은, 겨우 보름밖에 안 지났는데, 여기는 이미 아무런 소동의 흔적도 찾을 수 없다는 거야.
쌍둥이 탑은 여전히 우뚝 솟아 있고, 노을은 여전히 찬란해. 사람들은 은총대로와 권위대로를 쉴 새 없이 오가고 있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만 같아.
아니, 변화는 분명히 일어났어. 그걸 무시할 수는 없어.
다친 곳은 어때?
할아버지는 별문제 없을 거라 했지만, 그래도 황역에 너무 오래 있었잖아. '침식'이 완전히 제거됐다는 보장은 없어.
적어도 요 보름 동안은 두통이 없었어.
에벤홀츠, 너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용감해. 너는 많은 사람을 구했어.
……
나는 단지, 나를 귀찮게 하는 그 '여음'이 더 많은 사람에게 상처 주는 걸 용납할 수 없을 뿐이야.
너는 '위치킹'을 만났잖아. 네가 그를 욕했든 죽였든, 너는 이미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했어.
그럼, 앞으로는?
두 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에벤홀츠 씨, 저는 그리마흐트 폐하를 대신해서…… 찾아왔습니다.
나는 또 멋대로 라이타니엔에 돌아온 '죽은 자'를 에비게그나데가 처벌하라고 보내온 줄 알았는데.
이건?
그리마흐트가 전에 제게 두 통의 밀서를 줬어요.
한 통은 당신을 츠빌링슈튀르메로 소환하는 것이었고, 다른 한 통은 당신에게 주는 마지막 선택입니다.
……
그동안 계속 고탑 안에 있었어?
라이타니엔에는 여전히 두 명의 여황이 있습니다. 그리마흐트는 잠시 부재중이니, 누군가는 산더미처럼 쌓인 문서를 대신 처리해야 하는데……
그건 제가 할 수밖에 없습니다. 계속 그렇게 해왔으니까요.
결정했어?
미래의 라이타니엔에는 아마 고탑이 하나밖에 남지 않을 텐데.
7년 전, 제가 츠빌링슈튀르메에 와서 여황을 알현했을 때, 에비게그나데는 제 연주와 신중함을 싫어했어요. 혹은 제가 대표하는 루푸카른을 싫어했달까…… 하지만 그리마흐트가 절 구해줬죠.
게다가 저는 '여황의 목소리'입니다. 비록 그리마흐트가 이 칭호를 제게 주지 않았고, 주려고 하지도 않았지만.
당신도, 저도, 심지어 귀족 중 일부 사람들도, 수많은 라이타니엔 사람들마저도 그리마흐트가 추구하는 방향을 믿어왔어요. 아닌가요?
어쩌면 그건 더 이상 고탑이 필요 없는 시대일 수도 있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직 많으니까요.
네 말투……
미하엘, 전에 봤을 때보다 많이 성장했네.
음, 그건…… 저는 한창 성장기니까요.
에벤홀츠 씨, 편지는 다 읽은 것 같으니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당신의 대답이 자신을 만족시키길 바랄게요.
뭔가 미묘한 표정이네.
그리마흐트가 나한테 두 가지 선택지를 줬어.
사망 증명서를 또 받게 될 거야. '우르티가 백작'으로서만 아니라, '라이타니엔인'으로서…… 나는 '사망'하고,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어.
……아니면, 우르티카 영지로 돌아가든지.
내가 이야기 하나 해줄까?
예전에 한 소년이 있었어……
……
이야기하는 건 익숙하지 않으니까, 대충 들어.
소년의 집안은 대대로 어떤 귀족의 시종이었다. 수백 년 동안 시종은 시종을 낳았고, 귀족은 귀족을 낳았으며, 시종은 귀족을 위해 싸우고 피를 흘리고 영예를 차지하고 비난받아야 했다……
그렇게 어떤 귀족이 나타날 때까지. 출신, 전통, 제도…… 그는 이런 것을 죄다 쓰레기로 취급했고, 그의 눈에는 모두가 똑같았다. 똑같이 평범하고 나약하고 천박했다.
그래서 그는 문서 한 장으로 자신의 가문을 섬기던 모든 시종의 신분을 해방했고, 소년의 가족은 자유를 얻었다.
훗날, 그 귀족은 이 국가에서 역사상 가장 논란이 많은 군왕이 되었다. 그의 공적과 죄악은 동등했고, 그의 고탑이 무너지면서 제국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그리고 그가 생전에 만든 수많은 법령이 뒤집히게 되었다. 시종 해방의 법령도 포함해서……
어느 날, 어린 소년은 한 통보를 받았다. 죽은 군왕의 후손이 새 황제의 용서를 받아 다시 가문의 영지를 다스리게 돼서, 소년은 즉시 고탑에 가서 새 주인을 알현해야 한다고……
운명은 그저 빙 돌아서, 다시 제자리에 돌아온 것만 같았다.
하지만 소년은 새로운 사건으로 인해 결국 고탑에 들어가지 못했다. 새로 부임한 귀족은 시종을 다시 불러들이는 문서에 서명하는 것을 거부했다. 단지 그 시종이 자신과 같은 나이의 소년이라는 것 때문에……
그렇게 소년은 다시 한번 '자유'를 얻었다.
그 소년의 이름은 레싱 마이어야. 그리고 그 새로 부임한 귀족이 바로 너, 에벤홀츠, 당시 12살이었던 우르티카 백작이고.
……
생각 안 해도 돼. 어차피 기억도 안 날 거니까.
그때 나는 너무 불안했어. 또 누가 농담하는 게 아닌지. 그래서 시녀에게 부탁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봤어……
시녀가 그랬어. “어린 백작은 두통 때문에 기분이 매우 안 좋아, 모든 시종을 방에서 내쫓고 문서를 죄다 버렸어요.”
……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이른바 '운명'이란 것에 감탄하려고 그러는 게 아니고, 네 무심한 행동이 어떤 사람의 인생을 바꿨다는 것도 아니야……
너는 자신의 신분이 싫었고, 또 그것으로 인해 짊어져야 할 아쉬움과 고통이 싫었겠지. 물론, 너는 그렇게 할 자유가 있고, 그게 얼마나 진실한지 네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난 마찬가지로 네가 그 가치를 알아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이야기를 들려줘서 고마워. 아주 엉망이긴 하지만……
내가 '기원의 뿔'에서 뭘 겪었는지 들려준 적 없지?
없어.
얘기할 가치도 없어. 하지만 위치킹이 눈앞에서 사라질 때 내가 미처 하지 못한 말은 들려줄 수 있지.
너에겐 더 이상 자손이 없다. 나는 네 마지막 후예일 뿐이고, 우리는 모두 우르티카라는 성을 가졌을 뿐이다.
네가 나타나기 전까지 그건 명예도 아니었고, 소위 말하는 치욕도 아니었다.
너 한 사람 때문에 모든 게 바뀌었다. 그렇다면 내가 다시 바꿀 수밖에 없다. 너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이게 내가 너를 비웃는 방식이다.
이건 내 수치이자, 내 감옥이다.
이건 내 책임이자, 내 의무다.
그리고 이건, 내가 갈 길이다.
이미 결정한 거야?
그런데 왜 아까 여황의 밀서를 받을 땐 그런 표정이었지?
갑자기 골치 아픈 일이 떠올라서……
에벤홀츠 씨!!!
드디어 찾았네요!!!
히비스커스……?
자신의 신분을 잊은 건 아니겠죠……?
잊지 않았어.
당신은 로도스 아일랜드의 오퍼레이터예요. 입사할 때 오퍼레이터 매뉴얼을 자세히 읽지 않았나요?
“200년의 죄악이 어떻게 끝나는지 보여주겠다…… 다행히 영원한 이별의 날도 마침내 찾아왔다! ……내 삶의 길은 이미 똑똑히 보았다……”
저 사람은 뭘 읽고 있는 거야?
……
오퍼레이터가 함선을 떠나려면 엄격한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고요. 그런데 당신은 어떻게 이런 영문도 모를 편지만 달랑 남겨놓고 사라져 버릴 수 있죠?
아직 전달도 못 했다고요.
……히비스커스, 그거 돌려줘.
앞으로 난 장시간 라이타니엔에 머물 거야. 우르티카 영지로 다시 돌아가야 해.
정식으로 이함 신청을 다시 제출하고 싶어. 미안하지만 네가 대신……
음, 그렇다면 직접 박사님이나 켈시 선생님을 찾아가서 말씀드리는 게 좋을 거예요.
로도스 아일랜드 본함이 근처에 있는 건가?
아니면 제가 왜 여기 있겠어요? 그렇게 가까운 건 아니지만, 앞으로 우리는 라이타니엔 주변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있긴 해요.
……
히비스커스, 넌 내가 우르티카 영지로 돌아간다는데 별로 안 놀라는 것 같군. 비세하임을 떠난 이후로 우리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지만……
왜냐하면 당신이 방금 이를 악물고 말한 것도 아니고, 이유 모를 내용도 아니었으니까요…… 그건 당신이 이미 충분히 생각한 후에 내린 결정이란 뜻이겠죠.
……
츠빌링슈튀르메, 바흐 구, 바흐 거리
비비아나는 눈앞의 정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원은 크지 않지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구석에는 식물이 심겨 있었고, 주위의 낮은 돌계단은 제거되었으며, 그 대신 새로 왁스 칠을 한 하얀색 오크 울타리가 둘려 있었다. 아마 주인이 걸려 넘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작은 집이 고즈넉한 정원의 품에 조용히 누워 있었다. 갓 칠한 순백의 벽은 아침 햇살을 반사하며 기어오른 구등의 잎을 환하게 비추었다.
들어와라, 비비아나.
제대로 찾아왔군.
이 거리는 당시 바흐가 '영광의 수도 계획'을 주관할 때, 본인이 어린 시절에 살았던 거리처럼 만든 곳이다…… 금잔화 골목과 매우 비슷하지 않나?
2년 전에 한 요양 중인 후작이 영지로 돌아가면서 코라가 이 집을 사들였다. 하지만 한 번도 여기 살지는 않았지.
네가 츠빌링슈튀르메에 온 뒤에야 나한테 여기를 정리해 달라고 했지.
어떻나?
너무 예뻐요. 다만…… 이 구등은 너무 가지런히 정리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자유롭게 자라게 두죠. 뭔가 좀 딱딱해 보여서요……
그래.
……비비아나,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라.
브란트 씨, 당신의 맨얼굴은 처음 보네요.
오래됐군.
츠빌링슈튀르메에 온 뒤로, 내가 투구를 벗고 맨얼굴로 사람을 마주하는 건 처음이다.
그게 내 신분이고, 내 직책이자, 내…… 전부니까.
다만 '게사츠슈베이터'로서, 여황 축제를 망치고 귈데네스게사츠를 왜곡한 주모자를 추모할 수는 없다.
브란트 씨, 그날……
자책할 필요 없다, 비비아나.
코라는 뭔가를 결심하면 절대 뒤돌아보지 않아. 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고.
……
당시 베르너의 추천으로 새로 창단된 황실악단에 들어갔을 때, 코라는 이미 실명한 상태였지. 난 베르너에게 그가 구해준 소녀를 최대한 돕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나는 차츰 코라에게도 자신의 느낌과 판단이 있고 갈망하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됐지.
코라는 루신다를 돕고 베르너를 구하고 싶어 했다. 심지어 귈데네스게사츠를 수정하려고 했지…… 코라는 착한 사람을 괴롭히는 모든 유감이 미래에는 일어나지 않게 하고 싶었다.
코라는…… 의지가 강한 여인이고, 나는 늘 존경해 왔다.
하지만 코라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도 더 용기가 있더군.
네……
그래서 코라는 죽을 수밖에 없었겠지.
나였다면……
그게 어떤 광경일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고맙다, 비비아나.
비비아나, 정말 결정했나?
오기 전에 에비게그나데 폐하를 뵙고, 정식으로 여황의 목소리 일을 거절했어요.
관례대로라면, 새로 선발된 여황의 목소리는 여황 축제 후에 고탑에 들어가서 두 폐하의 임명을 받아야 정식으로 이 신분을 획득할 수 있죠.
하지만 그리마흐트 폐하가 '목소리를 잃었다'고 해서 올해 여황의 목소리 임명식도 취소되었어요. 그래서 지금 그 신청을 하는 게 가장 적절할 것 같았어요.
그게 네 최종 결정이라면 나도 더 할 말은 없다.
다만 베르너는……
비비아나, 이건 베르너가 널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이자 최선의 계획이었다.
네 아버지를 원망하지 말거라. 비비아나, 베르너에게는 자유가 없었을 뿐이다.
아버지는 저와 어머니에게 미안한 일을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을 지켰습니다.
그때 위치킹 고탑에 있었던 코라, 언제라도 말려들 수 있었던 호흐베르크 가문, 그리고 귈데네스게사츠 사본 때문에 곤경에 처할뻔했던 슈투름란트의 수많은 사람까지……
아버지는 항상 이 시대의 소용돌이에 계셨어요. 아버지는 목격하고 경험하고 잃었지만, 무언가를 바꿀 힘은 없었어요. 온 힘을 다해 폭풍을 막을 수밖에 없었죠.
아버지가 아무런 글귀도 남기지 않았지만, 어떻게 보면 이 또한 시인이 자신을 표현하는 형태가 아닌가 싶어요.
비비아나……
그렇게 생각한다니 정말 기쁘구나.
따라서 저를 카시미어로 보내든, 여황의 목소리가 되게 하든, 모두 아버지가 원해서 한 선택은 아닐 거예요.
아버지에게, 저는 단지 아버지가 영원히 지켜줘야만 하는, 제대로 지키지 못한 아이였을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아요.
그렇다면 슈투름란트로 돌아가지도 않겠군.
카시미어에 있을 때, 저는 그저 '이방인'으로 느껴졌어요. 반짝이는 네온사인, 소란스러운 경기장, 이미 정해진 전투와 명예…… 그것들은 제 게 아니었죠.
그런데 슈투름란트에, 이 츠빌링슈튀르메에 돌아왔을 때도 저는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라이타니엔에 대한 제 기억 속엔 어두운 밤의 촛불과 책, 그리고 곳곳에 만개하는 금잔화밖에 없어요. 그리고 금잔화의 꽃말은 원래 '이별'이잖아요.
저에게는 처음부터, 선택할 기회가 있었던 겁니다.
……선택.
사람들은 언제나 선택할 여유가 생길 때, 비로소 자신의 나약함을 진정으로 마주하게 되지.
브란트 씨……
괜찮다.
여황 축제가 끝난 후, 황역에서 보고 들은 걸 카시미어에 있는 친구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네가 말했지……
편지는 이미 보냈어요. 아마 곧 답장이 올 겁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할 거지?
“등대로 향해라. 그리고 등대가 사라진 곳으로 향해라.”
무슨 말이지?
어렸을 때 읽은 책에 나온 한 문장이에요.
그럼, 이만 작별 인사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브란트 씨.
잘 가거라.
……
안녕히 계세요, 코라 씨.
안녕히 계세요, 츠빌링슈튀르메.
비비아나 씨! 후우……
비비아나 씨가 보름 동안 기다린 '니어' 씨가 도착했습니다. 앞쪽 길목에 있어요.
……
비비아나 드로스테 씨.
무에나 씨……
네 편지는 이미 니어 가문이 받았다. 마침 내가 라이타니엔 국경에 있었기에 가장 빨리 왔고.
편지에선 네가 니어 가문의 엠블럼이 새겨진 출정 기사의 소드스피어를 봤다던데……
그것에 대해, 모든 걸 알려줬으면 한다.
……
이게 바로, 이 순간의 선율인가?
그렇습니다.
듣고 계신 것은 제가 느낀 모든 감정입니다.
……평소에 들은 거랑 별 차이가 없는데.
츠빌링슈튀르메 사람들은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당신도 여전히 그들을 사랑하고 있고요.
그 점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습니다.
내가 '기원의 뿔'에서 현실로 돌아왔을 때, 너도 현장에 있었지.
나를 위해 그때의 선율을 연주해 주지 않겠나, 산크타?
그건 불가능합니다.
흐음?
저는 눈물이 뺨을 흐르는 순간을 기록할 수 없습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 꽃을 피우지 못했다면, 그건 그저 멈출 수 없는 눈물에 불과합니다. 눈에서 떨어진 순간 햇빛에 바로 증발하죠.
……그런가.
이 탑이 막 세워진 해에 한 학자가 라이타니엔 아츠 아카데미에서 공개수업을 진행했다. 그는 술식으로 태어난 사람에겐 선천적으로 영혼이 있을 수 없다고 했지.
다음 날, 그 사람은…… 전근 명령을 받았다. 원래대로라면 평생에도 없을 발탁이 되었고, 여황의 측근이 되었지.
다만 안타깝게도 겨우 1년 뒤에 그 사람은 과로로 고탑 깊은 곳에서 사망했다. 죽기 전에 학술 저서를 남겼는데, 자신이 지금까지 표했던 모든 견해를 조목조목 번복했더군.
그 책을 보고 싶나, 산크타? 평범한 필치였기에 출판을 허락하지 않았지만, 책에 담긴 감정은…… 꽤 흥미롭지.
저를…… 당신의 고탑에 가두시려는 건가요?
산크타,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들어오는 것이냐!
여황께서는 네 알현을 허락하시지 않았다!
들어오게 하거라.
라테라노 공증소 집행자 페데리코, 이미 며칠 전에 여황의 목소리를 통해 여러 번 알현을 신청했었습니다.
네가 바로…… 그 라테라노의 성도구나.
저는 수배자 아르투리아를 데려가기 위해 왔습니다.
네 누나는 라이타니엔에서 많은 일을 벌였지.
전 황실악단의 조율사 코라 뢰벤슈타인과 위치킹의 잔당은……
……코라? 아니, 난 그걸 말하는 게 아니다.
루트비히스 대학 사건은 이미 종결됐다. 여황 축제에 뜻밖의 사건이 일어나긴 했지만, 그래도 마지막 연주는 매우 만족스러웠지.
너도 모든 과정을 지켜봤을 것이다, 성도여. 라이타니엔을 떠난 뒤에도 라이타니엔의 강대함과 아름다움이 네게 깊은 인상을 남겼으면 좋겠구나.
폐하의 말로 미루어 보아, 아르투리아와 그녀가 벌인 사건에 대해 라이타니엔은 라테라노와 그 어떤 절차상의 소통도 거부하는 것으로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지금 내 결정을…… 의심하는 건가?
……
페데리코는 검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라이타니엔의 여황을 바라보았다.
에비게그나데는 노을이 비치는 곳에 서 있었고, 치맛자락에는 따스한 금빛이 쏟아졌다. 그러나 그녀의 뒤에는 그림자로 이루어진 긴 복도가 있었다.
수십 명의 게사츠슈베이터가 그곳에서 조용히 서 있었지만, 그들의 검은 울리고 있었다.
페데리코 잘로, 일단 가만히 계십시오.
음?
저게 뭐지? 아츠 장치…… 라테라노 드론인가?
저는 그냥 로봇일 뿐입니다.
경우에 따라 저를 '전달자'로 보셔도 좋습니다.
누구의 전달자지?
저는…… 라테라노에 속합니다.
라이타니엔의 여황이시여,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하는 분이 계십니다.
오랜만이구나, 에비게그나데.
……교황 성하.
폐하, 아르투리아 잘로는 이미 연행됐습니다.
그래, 나도 봤다.
만약 그녀를 붙잡아 두고 싶으시다면, 이반젤리스타 11세가 직접 찾아와도 쉽게 돌려보내지 않겠습니다.
그 점은 나도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그 노쇠한 교황이 메시지를 하나 가져왔어.
교황은…… 곧 '재난'이 올 거라고 했어. 그때가 되면 영향을 받는 건 라테라노뿐만이 아니라면서, 라테라노와 손잡고 함께 위기를 막아내자고 하더군.
라테라노의 일관된 변명이죠.
헤르쿤프트쇼른도 비슷한 말을 했지.
그 혼돈 속에서, 본인을 위해 세운 환상의 옥좌 앞에서.
“희망이 사라졌고, 영원도 소멸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 후에 나도…… 혼돈 속에 숨어 있는 적을 봤고.
어느 순간, 그것들은 우리의 라이타니엔에 한없이 가까워졌지.
……폐하의 명령이라면, 저희는 반드시 그 산크타를 다시 데려오겠습니다.
아니, 그 산크타뿐만 아닙니다. 저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 혼돈의 공간에 다시 들어갈 방법을 찾아서 그리마흐트 폐하를 다시 맞이할 겁니다.
힐데가르트……
'기원의 뿔'이 붕괴하는 마지막 순간에 난 방패를 들고 쌍둥이 탑과 탑 아래의 백성들을 지켰다…… 힐데가르트만 빼고.
……폐하?!
브란트, 나와 함께 노을이나 좀 더 구경하지 않겠나.
나는 힐데가르트한테 이유를 묻고 싶지 않냐고 물었다.
이 모든 게 일어날 걸 알면서도 왜 방임했냐고.
왜…… 마지막 순간에 등을 돌렸냐고.
하지만 힐데가르트는 묻지 않았지.
심지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평소대로 그냥 돌아서서 적에 맞섰다.
우리가 스쳐 지나갈 때, 힐데가르트가 내게 한 마지막 말은……
……내가 원하는 이 노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는 거였지.
그리마흐트 폐하는…… 위대한 군주셨습니다.
우리는 폐하의 희생을 가슴 깊이 새기고, 라이타니엔의 미래를 위해 계속 싸울 것입니다.
그 말은, 너도 선택을 했다는 것이로구나.
……그렇습니다, 폐하.
좋다, 브란트.
헤르쿤프트쇼른은 불가능한 혼돈 속에 탑을 세웠고, 현실에서 이미 무너진 탑과 똑같은 이름을 지어줬다.
그리고, 그건 영원할 거라고 선언했지.
그렇다면 나도 할 수 있다. 아니, 나는 헤르쿤프트쇼른보다 더 완벽하니까, 당연히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우리가 보고 있는 이 노을이 영원히 변하지 않게 할 것이다.
라이타니엔, 그리고 미래의 라이타니엔에 속하는 모든 것이…… '영원한 은총'을 받을 것이다.
이게 전부예요. 아무리 봐도 이 탑들을 포켓에 넣어 가져갈 수는 없어요!
……정말 무리일까?
선생님!
알았다, 알았어. 그렇게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지 마라. 정 안 된다면 그 주술 변형 강의실 앞에 있는 조각상을 되돌려 놓으면 되잖아.
그걸 제 큐브에 넣은 건가요?!
왜? 저건 내가 100년 전에 베헤모스의 피를 뿌린 아주 훌륭한 물건이야!
됐어요, 당장 출발해요. 선생님이 안 가면 저희끼리 먼저 갈게요.
……
에르망가르드, 우리는 정말……
리치는 라이타니엔인이 될 수 없어요. 여기서 가장 오래 살았으니, 선생님이 가장 잘 아시잖아요?
살카즈는 이 대지를 떠돌고 있지만, 리치는…… 살카즈 중에서도 방랑자나 다름없죠.
우리는 대지를 떠돌아다니며 지식을 수집하고 지식을 지켜왔어요. 전쟁과 분쟁 때문에 우리의 이 전승을 망칠 수는 없어요. 그래서 어떤 곳이든 불안정해지면 우리는 즉시 떠날 수밖에 없고요.
그리고 라이타니엔은 곧 격변을 맞이할 거예요. 그리마흐트가 혼돈 속에 남았으니, 아무도 에비게그나데를 막을 수 없어요.
하아…… 헤르쿤프트쇼른, 이 천 번은 죽어도 모자랄 놈 같으니라고. 네가 남긴 뒤치다꺼리를 좀 봐라. 다시 한번 살아날 생각은 없는 것이야?
그럴 생각이 있어도 상관없겠지. 어차피 부활할 수는 없으니까. 그런 기회가 생긴다 해도 더 패기 있는 젊은이들에게 줘야지.
그 말은 그리마흐트에게 아직 기회가…… 설마 황역에 다시 들어갈 생각을 벌써 하고 있었나요?
서두를 거 없어. 그렇게 빠르진 않으니까.
그래도 헤르쿤프트쇼른의 말이 맞아. '파멸'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어.
재난이 온 대지에 닥치면 리치의 안식처가 어디 있겠나?
그러니까 우리도 괜히 힘 빼지 말자고. 에르망, 리치의 방랑 시대도 이젠 끝낼 때가 됐어.
그래서, 어디로 갈 건가요?
달리 어디가 있겠어?
네 카즈델 새 친구에게 전해라. 리치 왕정…… 아니, 왕정은 무슨, 지식 전당의 수호자가 집으로 돌아간다고.
……
에비게그나데와의 특수 통신이 끝났다. 나는 라테라노의 경고를 공유했고, 다시 한번 라이타니엔과 손잡길 제안했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페데리코 잘로가 가져온 정보에 근거해 츠빌링슈튀르메에서 발생한 이변을 더 자세히 분석할 것이다.
분명한 건, 그것은 단순 위치킹의 잔당 세력이 일으킨 반란이 아니라는 거야.
어쩌면 그게 라이타니엔에 있어 '재난'의 징조일지도 모르겠군. 라테라노가 마주하고 있는 경고와도 같은.
에비게그나데, 현재 라이타니엔에서 유일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황…… 그녀의 말은 매우 적절했고 태도는 아주 모호했다. 심지어 나는 그녀의 표정도 상상할 수 있지.
……예상했던 바야.
만국 정상회담 이후, '라테라노 선언'은 실질적인 반응을 많이 얻지 못했다. 가장 먼 해안선에서 핵심 국가까지, '재이'는 아직도 수많은 나라에서 비밀로 여겨지고 있지.
라테라노는 신앙으로 단결되었고, 갈등은 이 대지의 영원한 질병이지만, 훗날 그 '재난'이 모든 국가를 하나로 뭉치게 할 때까지 기다린다면……
……때는 이미 늦었어.
우리가 '재난'의 윤곽을 어렴풋이 잡았지만, 여전히 그 기원을 시뮬레이션할 수 없는 건가?
평가 결과가 확인됐습니다. 위기 등급: 최고.
알 수 없는 재난. 경로 시뮬레이션에 실패했습니다.
......
라테라노에…… 동시에 발발합니다.
라테라노는 긴급 대응 시스템 구축을 가속할 것이다.
……적격한 인원 명단을 재확인해야겠군.
……
절차상의 인수인계는 여기까지입니다.
라테라노와 라이타니엔의 약정에 따라, 필요시 저와 여황의 목소리는 아르투리아 잘로를 라이타니엔으로 데려올 것입니다.
위 약정은 확인됐습니다.
후…… 그럼 이제 끝이네요.
이제 정말로 작별 인사를 해야겠어요.
미하엘 씨, 제가 라테라노에 있든 로도스 아일랜드에 있든 언제든지 찾아와도 됩니다.
네? 뭔가 좀 안 어울리는데요. 집행자 씨, 갑자기 왜 그런 인간적인 말을 하고 그래요?
인간적? 너무 모호한 형용사입니다.
저는 그저, 어떤…… 직감이 들 뿐입니다.
사건은 완전히 끝나지 않았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가 겪은 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페데리코, 드디어 왔네.
여황이 통행을 허가했지만, 그렇다고 당신을 바로 데려가도 된다는 건 아닙니다. 인도 절차는 계획보다 더 번잡합니다.
수고했어, 페데리코.
혼돈 속에서 당신은 헤르쿤프트쇼른의 유언을 들었을 겁니다.
그는 도대체 뭐라고 했습니까?
많은 사람이 답을 궁금해해. 귀족, 학자, 위치킹의 잔당, 에비게그나데…… 다들 헤르쿤프트쇼른의 유산이 대체 무엇인지 추측하고 있어.
권력, 힘, 아니면 지식?
페데리코, 너는 어떻게 생각해?
……저는 그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수많은 환영을 봤을 뿐입니다.
위치킹 헤르쿤프트쇼른은 23년 전에 죽었습니다. 이게 유일한 사실입니다.
그 혼돈의 공간 속에서 그가 자신을 위해 얼마나 많은 허상을 꾸며내고, 얼마나 많은 말을 했든, 다 과거의 메아리에 불과합니다.
헤르쿤프트쇼른은 한 번도 죽음을 정복한 적이 없어. 하지만 본인 평생의 감정을 허공에 새겼지.
그의 교만, 실의, 분노, 아쉬움…… 그리고 기대마저.
그는 우리의 시작이 곧 끝이고, 우리의 능력이 곧 질곡이라고 했어.
“혼돈의 침입은 필연적이다.”
“만물의 주인이 곧 깨어날 것이다.”
……
해독하기 어려운 위기입니다.
어쩌면 이것도 교황님의 태도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을 라테라노에 데려가는 것은 교황님이 제게 맡긴 임무입니다.
아르투리아, 포타워 극장에서 당신은 한 번도 스스로 라테라노를 떠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맞아.
법률에도 공백이 있다는 건 인정합니다. 어쩌면 감정은 보완적인 힘으로서 라테라노가 위기를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정의할 수 없으며, 반드시 미지의 위험이 동반될 겁니다.
따라서 저는 당신을 더욱 경계하고, 당신 행동의 주관적인 동기와 초래할 수 있는 객관적인 결과를 신중히 판단할 것입니다.
만약 어떤 의심스러운 점이 발견된다면, 당신을 사살할 것입니다.
성도님, 그때가 되면 가장 이성적인 네가 내 처형자로서 가장 적합하겠어.
자, 페데리코. 급히 출발하지 않아도 된다면, 이 노을을 잘 봐둬.
지금이 츠빌링슈튀르메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야. 이런 아름다움은…… 짧고 나약하지. 곧 밤이 찾아올 테니까.
예전에 네가 나한테 한 질문 기억해?
라테라노는 영원히 순백하고 무결하며, 영원히 빛이 휘황찬란할 것 같지만, 밤이 찾아왔을 때 가장 먼저 불이 켜지는 곳은 어딜까?
그때 내가 약속했잖아. 너를 라테라노에서 가장 높은 곳에 데려가겠다고.
답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응?
성도 칭호 수여식이 있던 날, 교황님을 만난 후 저는 대성당의 꼭대기에 갔습니다.
라테라노에 밤이 내리면 계시의 석탑 우측에 있는 거리가 가장 먼저 불이 켜집니다.
그 원인에 대해서도 제가 조사해 봤습니다.
라테라노 전력 관리소는 도시 전체의 공공 전력 시스템을 통일적으로 계획했고, 가장 먼저 불이 들어오는 구역은 계시의 석탑이 있는 구역입니다.
관리소의 조작원 알치데는 가벼운 강박증이 있는 왼손잡이로, 매일 습관적으로 제어판의 가장 좌측에 있는 스위치부터 누릅니다.
계시의 석탑 우측에 있는 거리를 시작으로, 미카엘리온 구역의 공증소와 크고 작은 총기 공방, 그리고 세인트 마르솔 구역의 일몰 예배당을 지나 성당 광장까지 이어집니다.
밤이 되면 라테라노의 가로등은 차례대로 켜집니다……
역시나, 가장 이성적인 네가 얻은 답마저도……
……변함없이 아름답습니다.
……
사실, 그 작은 방에서 나는 네가 본 것만큼 그리 당황하지는 않았었다고 말하려 했는데.
영원한 어둠, 영원한 침묵이 둘 사이의 감정을 갈라놓을 순 없어.
물론, 네 발견도 나쁘지 않아.
이것 자체가 반드시 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라는 걸 깨닫게 해줬어.
가로등은 다시 켜질 것이고, 우리 머리 위의 이 작은 광륜도 꺼진 적이 없잖아……
빛은 영원하고, 어둠이야말로 잠깐이야.
그리고 우리의 감정…… 슬픔과 기쁨은 모두 생명의 어느 순간에만 존재해.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일어나는 모든 일을 느끼고 있지.
그래서 감정은 진정으로 사라지지 않아.
……마치 노을이 하늘을 떠난 적이 없는 것처럼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