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츠빌링슈튀르메의 가을

ZT-5소나타 '가을'

사이드 스토리작전 후2024-04-30

여황 그리마흐트가 하늘에서 내려와 우르티카의 밀실을 파괴한다. 학자는 위치킹의 힘에 삼켜졌고, 아르투리아는 그를 위한 악곡을 연주한다. 페데리코가 마침내 아르투리아를 잡았지만, 여황의 처형자가 와서 아르투리아를 데려가게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에벤홀츠, 비비아나, 레싱, 이그제큐터 디 엑스 포에데레, 비르투오사, 베이스라인


겁먹은 학생

저, 저게 뭐지?

겁먹은 학생

위치킹…… 위치킹의 탑인가?!

겁먹은 학생

위치킹이 돌아왔어. 그 무시무시한 군주가, 사악한 캐스터가 돌아왔어!

헌병

멈춰, 돌아가지 마. 밀지 말고……

분노한 학생

하하하하, 어딜 도망가는 거야? 이건 위대한 헤르쿤프트쇼른이 우리에게 내린 벌이야. 타라, 훨훨 타올라라!

헌병

뭐 하는 짓이야? 흑염을 이쪽으로 끌어오고 있잖아!

분노한 학생

어차피 다 끝나가는 마당에 그딴 체면은 남겨서 뭐 해?

헌병

불 꺼, 얼른 불을 꺼!

헌병

정렬……

헌병

안 돼, 불이 퍼지고 있어. 학교 전체에 퍼져서 막을 수가 없어!

흑염은 모든 걸 휩쓸었고, 웃음소리와 울부짖는 소리마저 삼켜버렸다.

천둥이 울리고 머리 위 먹구름은 점점 낮게 드리워져 기이한 모양의 고탑과 거의 한 몸이 되려 했다.

나이가 조금 많은 학생은 고탑 깊은 곳에서 우연히 읽었던, 아직 불태워지지 않은 역사책이 떠올랐다.

책에 따르면 사황 전쟁 때, 헤르쿤프트쇼른이 일으킨 오리지늄 폭풍은 전장의 하늘을 가르며 가울의 육상함대를 통째로 삼켰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같은 위치에서, 재앙 구름의 깊숙한 곳에는 여전히 무시무시한 공동이 있었고, 그 속에서는 안식을 얻지 못한 망령들의 비명이 여전히 메아리치고 있었다.

게사츠슈베이터

……

여황의 캐스터

게사츠슈베이터 님, 장막이 더 이상 버티기 힘듭니다.

여황의 캐스터

학생들은 모두 밖으로 도망치고 있어 막을 수가 없습니다. 학생들이 모두 그 탑을 봤으니, 언젠가는 알려지게 될 겁니다. 그러니……

게사츠슈베이터

……안 된다.

게사츠슈베이터

장막을 내리고 에너지를 집중해서 흑염에 대처한다.

미하엘

효과가 없어요!

게사츠슈베이터

지금 이 공격은 카시미어의 출정 기사 선봉대 전체를 삼킬 수 있는 정도다.

여황의 캐스터

헤르쿤프트쇼른의 술식은 근절하기 어렵습니다.

여황의 캐스터

그가 오리지늄 아츠를 다루는 방식은 다른 캐스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합니다. 당시 위치킹 탑 전투 때, 다른 캐스터들의 아츠는 전부 효과가 없었고, 오직 여황들만이 선율을 연주할 수 있었습니다.

게사츠슈베이터

……저 탑을.

게사츠슈베이터

저 탑을 반드시 쳐부수고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만 한다……

코라

브란트.

코라

들려? 천둥소리가 멈췄어.

게사츠슈베이터

……

미하엘

다행이야! 그분이 왔군요!

게사츠슈베이터

전원, 방어에 집중한다.

구름층이 갈라졌다.

소리도, 진동도, 아무런 조짐도 없이, 보랏빛이 감도는 검은 섬광이 높은 곳에서부터 떨어졌다.

그것은 화려한 폭발도 일으키지 않았고, 마음을 뒤흔드는 굉음도 수반하지 않았다.

섬광은 탑을 관통했다. 탑의 꼭대기로부터 한 층 한 층, 그 침범할 수 없어 보였던 탑이 부서졌다.

첫 번째 건물 잔해가 땅에 떨어짐과 동시에, 그 새로운 위치킹의 탑은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나타나지도 않았던 것처럼.

그리고 뒤늦게 땅이 떨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여황의 캐스터가 만든 아츠 보호막 뒤에서 겁에 질린 눈을 하고 있었다. 폐허의 가장 높은 곳에 한 여자의 모습이 나타났고, 그녀는 손에 보랏빛 검은 번개가 넘실거리는 장검을 들고 있었다.

그리마흐트

라이타니엔의 땅에 다시 헤르쿤프트쇼른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그리마흐트

가짜라면, 더더욱.


아르투리아

가짜이긴 하지만…… 이렇게 쉽게 그 사람의 기대를 부숴버리다니, 정말 놀랍네.

아르투리아

아쉬운 건, 저 여자는 금빛의 쌍둥이 자매처럼 마음이 술식으로 형성됐다는 거야. 아마 내 연주에 파문도 일지 않겠지.

페데리코

끝났습니다.

페데리코

당신이 게사츠슈베이터에게 노리는 것이 무엇이든, 당신과 당신 동료의 계획은 실패했습니다.

아르투리아

그래?

아르투리아

페데리코, 넌 역시 참을성이 부족하구나. 어떤 곡이든 클라이맥스가 지나면 코다가 따라오기 마련이야.

아르투리아는 양팔을 벌리고 난간 너머 허공을 향해 쓰러졌다.

그러자 조각상의 잔해가 그녀를 떠받들며 빠르게 높이 올라갔다.

아르투리아

계단 끝에서 널 기다릴게.


에벤홀츠

방금…… 어떻게 된 거지? 밀실이 떠올랐다가…… 그다음에……

레싱

내가 너를 잡고 뛰어내렸어.

프레몬트

그래, 둘이서 뛰어내리느라 이 늙은이는 안중에도 없더구나.

레싱

어차피 영감은 무사할 거잖아.

프레몬트

……이런 양심도 없는 새끼 양 같으니라고.

프레몬트

아무리 그래도 그리마흐트의 이 일격은 너무 심했어. 내가 너희들을 끌어내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가면 쓴 놈들처럼 폐허에 파묻혔을 게야.

에벤홀츠

게르하르트는……?

에벤홀츠

죽었나?

프레몬트

도망쳤어.

프레몬트

하지만 멀리 가진 못할 거다. 그놈의 몸으로는 헤르쿤프트쇼른의 술식을 감당할 수 없어. 급격하게 악화하는 감염자처럼, 아마 조금 지나면 바로 무너질 테지.


게르하르트

후우…… 하아……

게르하르트

쿨럭, 쿨럭, 하하…… 제 몸은…… 역시 '기원의 뿔'의 그릇이 될 수 없군요.

게르하르트

이 악기 소리는……

아르투리아

안녕, 학자님.

게르하르트

저를…… 기다리고 계셨나요?

아르투리아

그럼. 내가 이 학교에 온 건 당신을 위해서니까.

아르투리아

괜찮다면…… 당신이 생명의 끝을 맞이하고 있는 이 순간에, 내 선율이 당신의 마지막 길을 함께해도 될까?

게르하르트

감사합니다. 라이타니엔 사람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죽는 것보다 더 낭만적인 일이 어디 있을까요?

게르하르트

유일한 아쉬움이라면, 그리마흐트가 너무 빨리 오는 바람에 헤르쿤프트쇼른을 만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게르하르트

그가 깨어나지 않으면 아무도 제 의문을 해답해 줄 수 없으니까요. 그렇게 위대한 사람이 왜…… 우리 같은 사람에게 살해당했죠? 왜 저에게 선택의 결과를 떠넘기는 거죠?

아르투리아

후회가 항상 당신을 괴롭게 하는구나.

아르투리아

하지만 학자님, 당신은 지금까지 진정한 자유를 얻은 적이 없는데, 과거의 선택에 후회를 느낄 필요가 있을까?

게르하르트

제가…… 자유를 얻은 적이 없다고요?

아르투리아

만신창이가 된 당신의 마음이 내 앞에 드러나 있어.

아르투리아

당신이 느낀 모든 걸 나도 느꼈어. 위치킹의 탑에서 서로 죽고 죽이던 그날 밤, 당신의 마음은 폭군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찼어. 하지만 그 외에도…… 의심과 두려움이 있었지.

게르하르트

당연하죠. 제가 죽이려던 건 헤르쿤프트쇼른, 라이타니엔의 군주였으니까요.

아르투리아

그렇다면, 당신의 마음속에 그 감정의 씨앗을 심은 건 또 무엇일까?

게르하르트

무엇이…… 제게 영향을 미쳤냐고요?

게르하르트

그 말은…… 누군가가 제게 라이타니엔의 군주를 우러러봐야 한다고 암시했다는 건가요?

아르투리아

나는 많은 곳을 다니며 다양한 음악을 수집했어. 지금 이 음악들의 스타일은 가지각색이지만, 그 기원에는 대개 공통성이 존재해. 그중에서도 당신네 라이타니엔이 가장 대표적이고.

아르투리아

이 나라는…… 한 편의 악장으로 탄생했어. 하나의 선율이 문화가 서로 다른 10개의 부족을 단합시켰지. 언어가 통하지 않을 때, 음악이 유일한 소통 수단이었으니까.

아르투리아

그런데 왜 서로 다른 의지에서 같은 선율, 비슷한 느낌이 들었던 걸까?

아르투리아

도대체 어떤 힘이…… 당신들과 우리를 속박하고 있는 걸까?

게르하르트

그러게요.

게르하르트

왜 분쟁과 역경은 늘 반복되고…… 라이타니엔을 바꾸는 건 이렇게 힘들까요?

게르하르트

저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연주가 알려줬어요. 저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단지 그 힘이…… 제가 알아채지 못하게 한 거죠.

게르하르트

답은 제 손에 있었어요. 선생님은 절 속이지 않으셨어요.

게르하르트

……

게르하르트

귈데네스게사츠에…… 라이타니엔의 의지에…… 모든 라이타니엔 사람들이 갇혀버렸던 거예요!

게르하르트

하하…… 이게 진실이었어. 내 선택 같은 건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구나……

게르하르트

내 잘못이 아니었어.

게르하르트

내 잘못이 아니었다고!

게르하르트

정말 다행이야……


학자는 자신이 다시 루트비히스 대학의 가장 높은 곳에 서 있음을 깨달았다.

23년 만에 그는 처음으로 바깥의 석양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구름은 폭신폭신해 보였다. 피를 한껏 들이마셨다 한들 여전히 원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게 바로 라이타니엔의 노을인가.

게르하르트 호프만은 자신의 몸이 귈데네스게사츠와 함께 나선계단에 무겁게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의 의식은 선율과 함께 창문 밖으로 날아가 구름바다 속으로 녹아들었다.

그는 지금처럼 자유로웠던 적이 없었다.



페데리코

……

아르투리아

지금은 조용히 있어 줘. 저 사람의 감정을…… 내 손가락 끝에서 조금 더 오래 머물게 하고 싶거든.

아르투리아

너는 스스로를 이그제큐터라고 부른다며? 넌 수많은 죽음을 목격했지만, 한 번이라도 마지막 순간에 터져 나오는 그들의 감정을 진정으로 어루만져 본 적 있어?

페데리코

집행자는 사망자의 유언에 더 무게를 둡니다.

아르투리아

너는 산 자에게 자신이 죽은 후에도 본인의 의지가 이루어질 거라고 믿게 하겠지만, 난 그들의 가장 찬란한 감정이 음악 속에서 계속 살아있게 하지.

아르투리아

우리는 모두 삶의 의미를 증명하고 있어. 그저 방법이 다를 뿐.

페데리코

저는 임무를 집행하러 왔습니다. 죄인의 변론을 들을 이유는 없습니다.

아르투리아

하아, 오랜만에 상봉한 가족처럼 몇 마디 더 나누면 안 되나? 페데리코, 어쩌면 나도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을지도 모른다?

페데리코

당신은 늘 자신을 위험에 몰아넣고 있으니, 그런 결과가 나와도 의외는 아닙니다.

아르투리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르투리아

누구나 죽겠지만, 육체는 대지의 자양분이 되어 새로운 생명의 일부가 되지. 이 또한 육체의 의미고.

아르투리아

하지만 정신은? 정신은 사라지면 그저 혼돈으로 돌아갈 뿐이야.

아르투리아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이 다른 이유, 한 인간과 다른 한 인간이 다른 이유, 우리가 석양이나 바람과 다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아르투리아

바로 감정이야, 페데리코.

아르투리아

만약에 육체를 제외한 생명에도 의미가 있다면, 만약에 닥쳐올 혼돈에 정말로 대항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아르투리아

그것은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진 감정과 그 감정이 만들어낸 선율뿐이야.

아르투리아

그러니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나는 연주를 멈출 수 없어.

페데리코

제 목적은 지명 수배범을 체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저도 방아쇠를 당기는 걸 마다하지 않을 겁니다.

아르투리아

물론 그렇겠지.

아르투리아

언젠가 아르투리아 잘로를 죽일 사람이 있다면, 그건 분명 페데리코 잘로겠지. 하지만 너는…… 백주가 흑야를, 질서가 혼돈을, 이성이 감성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해?

페데리코

이미지를 쌓아 올린다고 본질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페데리코

당신은 범죄자고 저는 집행자입니다. 당신을 체포하는 것은 제가 직책이라는 이름의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서입니다.

아르투리아

너는 의혹도 일종의 감정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래서 늘 이성적인 분석으로 답을 얻으려고 하고. 그렇지만 매번 너를 나에게로 이끄는 건, 이성이 아니라 네 당혹감이야.

아르투리아

너도 봤잖아. 오늘 수많은 생명이 혼란 속에서 죽었어.

아르투리아

만약에 네가 충고대로 나를 포기하고, 계속 너와 동행한 그 여황의 밀사를 도왔다면…… 네 예리함과 능력으로 더 빨리 배후에 숨은 '혼란 유발자'를 찾았을지도 몰라.

아르투리아

하지만 너는 매번 나를 먼저 찾아왔지.

페데리코

당신이야말로 제가 이행해야 할 직책이니까요. 저는 제 선택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아르투리아

나도 네가 후회하지 않을 걸 알아.

아르투리아

하지만 봐, 지금 넌 나를 잡았어.

아르투리아

페데리코…… 궁금해서 그런데, 지금 너는 이 결과에 만족해?

페데리코

……

여황의 캐스터

저 여자를 잡아라.

아르투리아

너희들도 왔구나.

여황의 캐스터

귈데네스게사츠의 사본도 같이 회수한다.

페데리코

아르투리아는 제가 체포해야 할 대상입니다.

여황의 캐스터

라테라노 교황청 제5청 공증소 집행자, 페데리코 잘로 님.

여황의 캐스터

당신 눈앞에 있는 이 산크타는 라이타니엔을 상대로 심각한 범죄 행위를 저지른 혐의가 있습니다. 반드시 저희와 함께 돌아가 조사받아야 합니다.

페데리코

그렇다면 심문은 헌병대가 하는 게 맞을 텐데요.

여황의 캐스터

아르투리아를 연행하는 건 여황의 명령입니다.

페데리코

그렇다는 건, 당신들은 법적인 절차에 따라 아르투리아를 처벌할 거라 장담할 수 없다는 뜻입니까?

여황의 캐스터

말씀드렸다시피, 이건 여황의 명령입니다.

페데리코

저도 제국 헌병대에 27통의 사유서를 제출했습니다. 그 외에도, 작고한 책임자 로리스 보르딘 씨에게 제 임무 목표를 거듭 진술해 왔습니다.

여황의 캐스터

그렇다면……

미하엘

요나스 씨.

미하엘

저기…… 집행자 씨가 아르투리아의 심문에 함께 참여할 수는 없을까요?

여황의 캐스터

제가 받은 명령에 그 부분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아르투리아는 라이타니엔에 있어 가장 위험한 범죄자이며, 폐하의 허락 없이는 그 누구도 접근할 수 없습니다.

미하엘

그렇다면 제가……

여황의 캐스터

거기에는 당신도 포함됩니다.

미하엘

네?

여황의 캐스터

가시죠.

아르투리아

내 정신이 소멸되기 전에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페데리코?

페데리코

……

미하엘

요나스 씨는…… 그리마흐트의 고탑에서도 가장 냉혹하기로 소문난 처형자예요.

미하엘

그런데 왜 이렇게 빨리 왔지? 설마 그리마흐트가…… 제가 가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제가……

미하엘

……집행자 씨, 쫓아갈 생각은 안 하는 건가요?

페데리코

만약 아르투리아가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라이타니엔이 보장할 수 있다면, 제 가장 중요한 임무는 완료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페데리코

하지만 아르투리아의 말처럼, 저는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탑 밖은 많이 조용해졌지만, 흑염은 여전히 불타오르고 있었다.

비비아나는 자신이 몇 층에 있었던지 잊어버렸다. 나선계단은 전부 비슷해 보였다.

촛불이 몇 번 흔들리더니 드디어 꺼졌다.

헌병 C

드로스테…… 씨?

비비아나

핌 씨? 왜 아직도 여기 있는 건가요?

헌병 C

아…… 하하, 저는 상처가 좀 심해서, 괜히 아이들에게 민폐 끼치지 않으려고요.

비비아나

흑염에 때문에 몸의 절반이……

헌병 C

괜찮습니다.

헌병 C

그래도 드로스테 씨를 만나서 다행이에요. 적어도 제가 죽어서도 걸어 다니는 괴물이 되진 않았다는 말이니까요.

헌병 C

재난은 다 해결된 겁니까?

헌병 C

여황의 목소리와 게사츠슈베이터가…… 모두 도착했죠? 위치킹의 잔당은 다 죽었습니까? 학생들은 무사한 거죠?

비비아나

그럴 겁니다.

헌병 C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까 대장님을 만났거든요.

비비아나

……로리스 보르딘 씨를?

헌병 C

대장님이 제게 헌병대를 망신시키지 않고 잘했다고 하셨어요. 축제가 끝나면 우리 어머니가 여황의 흑금훈장을 받을 거라고 하셨죠.

비비아나

하지만 훈장은 희생자만이……

헌병 C

아무래도 저는 살아남을 수 없겠죠?

비비아나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헌병 C

당신이 그렇게 쳐다봐 주니…… 별로 아프지 않군요.

헌병 C

당신의 촛불은…… 정말 따뜻하군요……

헌병 C

막 츠빌링슈튀르메에 왔을 땐, 매일 훈련이 너무 고돼서 하마터면 포기할 뻔했어요. 하지만 당신이 경기장에서 보여준 그 빛이 제 모든…… 모든……

그는 나선계단에서 이렇게 영원히 잠들어선 안 됐다.

적어도 조금의 빛이라도, 조금의 따스함이라도 있었으면.

비비아나는 자신이 등대가 아니란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는 그녀도 할 수 있었다.

비비아나

잘 가세요, 핌 씨.

비비아나

이 촛불 빛이 영원한 꿈속에서 당신과 함께하길 바랄게요.

게사츠슈베이터

그리마흐트 님의 밀사가 한 말로는 이 앞이라고 했다.

게사츠슈베이터

코라, 비켜라. 내가 폐허를 정리하겠다.

코라

아니, 내가 할게. 당신은 이미……

코라

잠깐, 이 발소리는……

코라

비비아나!

비비아나

뢰벤슈타인 씨, 브란트 씨……

게사츠슈베이터

……다행이다.

게사츠슈베이터

……

비비아나

브란트 씨?

코라

좀 쉬게 둬. 억지로 '장막'을 움직이느라 많이 지친 것 같아.

비비아나

하지만 브란트 씨는…… 아직 서 있는데요.

코라

브란트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이 쓰러지는 걸 용납하지 못해.

코라

오랜 세월 동안, 브란트는 너무 오래 지쳐있었어.

비비아나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저를 아버지로 착각했어요.

코라

……그게 브란트 마음속의 응어리야.

코라

23년 전, 호흐베르크 가문은 위치킹의 탑에서 막심한 희생을 치렀고, 브란트는 게사츠슈베이터라는 신분 때문에 제때 지원해 줄 수 없었지.

코라

그래서 가장 친한 친구이자 호흐베르크 가문의 후계자인 에른스트가 전사했고…… 네 아버지 베르너는 선제후 자리를 이어받을 수밖에 없었어.

코라

에른스트와 베르너에 대한 죄책감은 줄곧 브란트의 마음을 갉아먹고 있었어. 그리고 오늘, 주명 탑을 파멸하는 것과 너를 구하는 선택에서 브란트는 너를 구하는 걸 선택했지.

비비아나

그런 일이……

코라

난 브란트가 그렇게 선택할 거라고 믿었어.

코라

왜냐하면, 나라도 그랬을 테니까.

코라

그 순간에 정말 두려웠어…… 나는 모든 희생에 각오가 되어 있지만, 오직 너만은…… 너만큼은……

코라

다행이야, 네가 살아있어서.

비비아나

……저는 그나마 운이 좋았지만, 오는 길에 수많은 사망자를 봤어요.

비비아나

저도 노력해 봤지만, 모두를 데리고 나올 순 없었어요.

코라

캐스터들이 흑염을 제거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희생자들은 편안함을 얻게 될 거야.

코라

모든 게 괜찮아질 거야.

코라

사람들이 받은 고통은 헛되이 되지 않을 거고, 내일 이곳은 새로운 모습이 될 거야.

코라

비비아나, 내가 보여줄게.

코라

반드시.


아르투리아

석양이 아름답네.

아르투리아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여황의 캐스터

배리어.

아르투리아

음…… 응? 흠……

여황의 캐스터

당신의 오리지늄 아츠에 대해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르투리아 씨.

여황의 캐스터

당신과 당신의 첼로는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습니다.

아르투리아

……

아르투리아

(소리 없이 흥얼거린다)


레싱

결정했나.

에벤홀츠

'속세의 음'…… 빨리 누가 좀 가져갔으면 좋겠군. 어차피 너희들도 이걸 터뜨릴 생각은 없는 것 같으니, 너희한테 주겠어.

레싱

드디어 날 믿어주는 건가?

에벤홀츠

확실히, 너한테는 사과와 감사를 빚졌어. 네가 없었다면 지금 살아있는 건 에벤홀츠가 아니라…… 뭔지 모를 무언가였을 거야.

에벤홀츠

그래도 믿는다는 말은 함부로 꺼내지 마. 내가 '믿는다'고 하자마자 그 검으로 내 머리를 칠까 봐 두려워서 말이야.

레싱

지금은 그럴 생각 없어.

에벤홀츠

……그럼 다행이고.

에벤홀츠

누가 첼로를 연주하고 있는데.

레싱

음악으로 희생자를 애도하는 거야.

에벤홀츠

처음 게르하르트를 만났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었지.

에벤홀츠

그 사람이 그랬어…… 음악을 통해 죽은 자의 의지가 우리에게도 이어진다고.

에벤홀츠

무척 자상하고 온화한 사람이었지. 난 정말로 그 사람을……

에벤홀츠

……내가 너무 어리석었지?

에벤홀츠

난 놈들이 쓴 가면이 보이지 않았어…… 누가 내 인생을 조종하고 있는지도 보이지 않았고.

에벤홀츠

나도 그 사람처럼 아무리 많은 좌절을 겪는다 한들, 미소 지으며 희망을 안고 갈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에벤홀츠

이 곡은……

레싱

왜?

에벤홀츠

위에서 첼로를 연주하는 사람이 도대체 누구지?!

레싱

여긴 학생 숙소랑 가까우니까 아마 학생 중 누군가 연주하고 있겠지.

에벤홀츠

말도 안 돼.

레싱

흥분하지 마. 아직 우리의 모습을 드러내면 안 돼……

에벤홀츠

너무 똑같아…… 이렇게 똑같을 수는 없어!


하늘은 맑고 푸르며,


산들바람이 흥얼거리네.


강물은 잔잔하게 흐르고,

[CG: 28_i12]

가슴속엔 희망이……

희망이……


적극적인 학생

……

에벤홀츠

왜 이 곡을 그렇게 연주하는 거지?

적극적인 학생

네? 이건 아주 평범한 곡 아닌가요?

에벤홀츠

그게 아니라, 네 기술, 네 감정 말이야! 왜 이 첼로 곡을 연주하는 방법이 걔랑 거의 똑같은 거냐고?!

적극적인 학생

어……

에벤홀츠

아무도 걔처럼 연주하지 않아. 내가 확인해 봤어. 걔가 죽고 나서 내가 수많은 곳을 다니며 사람들이 이 곡을 연주하는 걸 들었단 말이야!

에벤홀츠

네 선생은 누구지?!

적극적인 학생

선생님은…… 제 선생님의 이름은 아르투리아예요.

에벤홀츠

산크타야? 긴 머리에 소박한 옷차림의 산크타?

적극적인 학생

제 선생님을 아세요? 오늘도 선생님을 만났는데 바깥의 소리는 신경 쓰지 말고 여기서 연습하라고 하셨어요.

에벤홀츠

바깥의…… 소리?

에벤홀츠

그 산크타도 위치킹의 잔당인가?!

적극적인 학생

그, 그럴 리가요. 선생님은 아주 좋은 분이에요.

에벤홀츠

지금 어디 있지? 직접 만나서 물어볼 게 있어! 나는……

레싱

또 머리가 아픈 거야?

에벤홀츠

……레싱, 그거 알아? 나와 그 아이의 일생, 고통과 기쁨, 절망…… 모두 다른 사람이 준 거야.

에벤홀츠

그런데 희망마저도 그렇다면……

에벤홀츠

희망마저도……

에벤홀츠

난 내가 정말 그 답을 원하는 건지 모르겠어.


그리마흐트

생각은, 정리된 건가?

프레몬트

훗, 생각을 정리하고 말고 할 게 있나? 헤르쿤프트쇼른의 잔당 때문에 학교가 이 지경이 됐는데, 아무리 아쉬워도 남을 수가 있어야지.

프레몬트

이제는 기억도 잘 안 나는군…… 내가 라이타니엔에 몇 년이나 있었더라? 500년…… 더 오래됐나?

프레몬트

막 왔을 때 여기는 아무것도 없었지. 이동도시도, 고탑도, 귀족도. 훗, 예전에는 다들 호숫가의 숲에 살면서, 밥 먹을 땐 불을 피웠고 바람 불 땐 돌로 막았는데.

그리마흐트

우리 입장에서 보자면, 수십 년이란 시간은 도시가 무너졌다가 다시 건설되고, 한 청년이 노인이 되며, 친밀한 동료가 서로 알게 되면서…… 배신까지 하기에 충분하지.

프레몬트

그러게. 베두니엔에서 츠빌링슈튀르메가 될 때까지, 눈 깜빡할 순간이었지. 이 도시의 다음 이름은 또 뭐가 되려나?

프레몬트

머릿속에 선율이 있는 그 불행한 새끼 양을 해결하고 나면, 우리의 약속도 이행할 거다. 그러고 나서 도시나 돌아다니며 구경할 생각이야.

그리마흐트

구경이 끝나고 나면……

프레몬트

우린 여길 떠날 거다.

프레몬트

귀족들에겐 편히 잠잘 수 있을 거라고 전해 다오.

그리마흐트

이미 다 설명 했다.

프레몬트

무슨 설명? 리치는 뱀파이어랑 달리 군사위원회의 일에 별로 관여하지 않으니까, 이 도시도 다음 런디니움이 될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프레몬트

그리마흐트, 그 녀석들이 그걸 모를까?

프레몬트

리치를 쫓아내고 싶은 대귀족들 배후에…… 누가 서 있는지는 네가 가장 잘 알 텐데?

그리마흐트

……

프레몬트

앞으로의 일은 지지든가 볶든가 둘이 알아서 해.

프레몬트

리치는 확실히 여기에 너무 오래 있었어. 지식은 원래 그 어떤 국가나 종족의 편을 들어서도 안 되거늘.

프레몬트

그 꼬맹이들이 새로 만든 스크롤에, 라이타니엔어로 쓴 명사가 얼마나 많은지 아나?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야!

프레몬트

헤르쿤프트쇼른이 죽었을 때, 우리는 떠났어야 했어.

프레몬트

이건 그냥…… 뒤늦은 작별일 뿐이지.


백발의 리치가 한쪽 손을 들었다.

마치 허락이라도 받은 듯, 수많은 앙상한 그림자가 석양 아래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아마 그들은 평범한 학생이나 교사로 위장해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순간부터 이들은 이제 자신과 라이타니엔인의 차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리치들이 일제히 손을 들었다.

보일락말락 한 무수한 실들이 그들의 몸에서 뻗어 나와 하늘의 두꺼운 구름으로 들어갔다.

별빛 같은 빛이 떨어졌다. 올려다보던 많은 학생들은 황혼과 밤, 그리고 여명을 동시에 보았다.

쏟아지는 별빛 속에서 지상의 흑염은 소리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곧, 실타래를 두른 그림자도 이 환상 같은 빗속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 뒤로 라이타니엔의 고탑에는 더 이상 리치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