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T-2서곡 '보초병'
헌병 대장이 에벤홀츠를 구했고, 본인은 위치킹의 잔당의 손에 죽게 되며, 페데리코는 용의자로 오해를 받는다. 비비아나는 위치킹의 잔당이 일련의 살인 사건을 이용해 위치킹이 남긴 최대의 비밀, 잃어버린 '기원의 뿔'을 찾기 위한 것이란 걸 알게 된다.
……
책을 그렇게 오래 읽었는데, 눈이 피곤하진 않아?
이젠 적응됐어요.
예전에 경기할 땐 스케줄이 항상 꽉 차 있었어요. 저는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시간이 너무 소중해서 낭비하고 싶지 않아 늘 밤새도록 책을 읽었죠.
너무 부담 가지지 마. 넌 이제 막 라이타니엔에 돌아왔잖니.
카시미어에 있을 때, 제 고향은 다른 곳에 있다는 걸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어요.
언론은 항상 저를 '라이타니엔에서 온 기사'라고 불렀죠.
저는 자주 라이타니엔 손님들을 맞이했고, 그들은 저에게 고향의 시와 음악에 대해 자주 얘기했죠. 그러면서 저를 '라이타니엔의 우아한 빛'이라고 불렀어요.
그건 칭찬이 아니야.
하지만…… 저는 인생의 대부분을 라이타니엔 밖에서 보냈어요.
(라이타니엔어) 언어와 제가 읽었던 책을 제외하면……
(라이타니엔어) 제가 이 땅에 대해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여기서 앞으로 쭉 보면, 저기 뾰족한 돔이 달린 건물이 보일 거야. 그 건물 꼭대기가 무슨 색으로 보여?
흰색에 주황색 포인트가 있네요.
그렇구나. 저 건물엔 내가 예전부터 가장 좋아했던 꽃집이 있어. 꽃향기는 아직도 맡을 수 있지만, 저 돔이 요즘엔 무슨 색으로 칠해졌는지 모르겠네.
그래서…… 난 네가 부러워. 너에겐 이 도시, 이 나라를 감상할 기회가 있잖아.
나는 달라. 나에게는 지금의 츠빌링슈튀르메를 볼 기회조차 없어.
당신의 눈은……
내 시력은 위치킹이 죽은 그날 밤에 사라졌어. 내 머릿속에서 이 도시는 아직도 23년 전 모습이야.
하지만, 너는 달라. 비비아나, 너는 아름다운 지금과…… 당연히 지금보다 더 나아야 할 미래를 볼 수 있으니까.
여보세요, 드로스테입니다.
네? 뭐라고요?
아뇨, 제대로 들었습니다만…… 너무 충격적이어서.
……
누구야?
아까 '양초의 기사'를 좋아한다던 그 헌병이요. 제가 미술관 사건의 조사 상황을 알려달라고 부탁했었거든요.
그 사건은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을 거야.
맞아요. 하지만 제가 생각지 못했던 건……
로리스 보르딘, 사망 확인.
사인은 다섯 가지 이상의 오리지늄 아츠의 공격에 의한 것. 직접적인 사인은 갈비뼈가 부러지면서 폐를 관통해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음으로 조각상을 부수고, 시신을 회수하겠습니다.
조각상 파괴 난이도 높음. 아주 희귀한 물질로 재구성된 오리지늄 아츠로 추측됩니다.
저기요, 갑자기 뛰어가면 어떡해요……
이번엔 여기서 뭐 하고 계세요?!
로리스 보르딘 씨는 라테라노 공민이었습니다.
공증소의 관련 규정에 따라, 집행 가능한 유언을 남겼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신을 자세히 조사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현장 전체를 부수려고요?
목표물에 정확하게 명중시킬 겁니다.
계산에 따르면 시신을 훼손하지 않고 조각상을 파괴할 경우, 붕괴를 일으킬 확률은 27%에 불과합니다.
그렇게는 할 수 없어요.
그 이유는?
우선, 헌병대 사람들이 이 구역을 포위했어요.
방금 총소리를 들었으니, 아무리 늦어도 3분이면 도착할 거예요.
그리고 그들은 당신이, 산크타가 냉혹한 표정으로 총을 들고 얼굴도 알아볼 수 없게 된 헌병대 대장을 겨냥하는 광경을 목격할 거예요.
빠르게 처리하면 됩니다.
……우선, 우선이라고 했잖아요!
더 중요한 건 당신은 시신을 완전히 꺼낼 순 없어요. 그의 육체는 이미 조각상의 일부분이 돼서 애초에 분리할 수 없다고요……
당신의 오리지늄 아츠로도 안 되나요?
당연하죠. 저는 아직 어린아이라고요. 설마 제게 위치킹의 술식을 풀어달라고 할 건 아니죠?
이쪽이야! 여기 있다!
헌병대가 2분 만에 왔군요.
……
당신은 두 번째 내용부터 말했어야 했습니다. 목표를 달성할 수 없으니 로리스 보르딘 씨의 시신 회수는 일단 포기하겠습니다.
예예, 제 잘못이에요. 설마 그 여자보다 소통하기 더 힘든 사람이 있을 줄이야.
꼼짝 마! 무기를 내려놓고, 돌아서!
포위되었군요.
열을 셀 테니까, 다 세면 함께 도망쳐요.
당신, 이름은?
이름이요? 미, 미하 볼프…… 아니, 지금 자기소개할 때가 아니잖아요?
당신은 지금 저에게 라이타니엔의 법률을 어기라 강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이랑 함께 움직여야 하는 타당성을 평가해보려고 합니다.
저희는 목표가 일치해요. 저도 아르투리아를 찾고 있거든요. 이거면 충분하지 않나요?
충분합니다.
하지만, 이건 국제적인 업무이니, 교황님께서는 제가……
진범은 당신이 외교 절차를 다 밟을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을 거예요, 집행자 씨.
몇까지 셌죠?
……하나. 다 센 거라 치고 얼른 뛰어요!
……드로스테 씨!
……핌 씨, 상황은 어떻죠?
용의자는 막 도망갔습니다! 키 작은 루포는 흔치 않은 오리지늄 아츠를 사용했고, 다른 한 사람은 총을 든 산크타였는데, 전에 미술관에 침입했던 사람과 동일 인물인 게 틀림없습니다!
산크타에 루포까지?
……현장은 저 앞에 있나요?
드로스테 씨, 하수구에 들어가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저기는…… 조금 많이…… 처참하거든요.
보르딘 씨의 발자국이 입구에서부터 여기까지 있군요.
오리지늄 아츠의 기운으로 봤을 때…… 많은 사람이 전투에 참여한 것 같군요.
위치킹의 나선형 뿔 모양 조각상…… 책에서 본 거랑 조금 다르네요.
잠깐, 저건……
보르딘 씨의…… 얼굴? 조각상 중앙에?
……
어떻게…… 이리도 잔인할 수가?
……누구시죠?
나오세요, 거기 있는 거 다 알아요.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저는 헌병이 아니에요. 비밀경찰도 아니고.
저는 그저…… 당신과 마찬가지로 보르딘 씨가 당한 불행한 일 때문에 슬퍼하는 사람일 뿐이에요.
당신도 저 사람을 아는 거야?
한 번 만난 적이 있어요.
처음 보르딘 씨를 봤을 때, 카시미어에서 함께 일했던 많은 사람이 떠올랐어요.
그들에게 숭고한 이상이나 불타오르는 열정 같은 건 없지만, 절대 흔들리지 않는, 마치 등대처럼 올곧은 영혼은 좀처럼 보기 드물어요.
보르딘 씨 같은 분과…… 저 같은 사람이 더 많죠
그럴수록 저는 더 궁금해지네요. 보르딘 씨 같은 사람이 혼자서 강적에 맞설 결심을 한 이유는 대체 뭘까요?
그리고…… 왜 보르딘 씨여야만 했을까요?
어째서 자신의 평범함을 받아들인…… 평범한 사람을 죽여야 했을까요?
저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야!
저 사람은 영웅이야. 아마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 이곳에 왔겠지! 흑……
손수건을 드릴까요?
미안해, 내가 너무 멍청해서…… 로리스는 나 때문에 죽었어……
로리스가 도망가라고 해서 도망쳤어. 하지만 놈들이 로리스를 가만두지 않을 거란 걸 진즉에 알았어야 했는데!
그 사람들이 누구죠?
나도 놈들의 정체는 몰라. 멀리서 봤을 뿐이야…… 모두 가면을 쓰고 있었고, 자신을 '헤르쿤프트쇼른의 여음'이라고 했어.
……위치킹의 이름.
위치킹의 추종자들은 위치킹이 죽었다 해도 그 이름을 부르면 위치킹과 같은 지혜와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책에서 본 적이 있어요.
아니, 그저 전설이 아니야! 로리스의 피와 살로 만들어진 저 조각상을 못 봤어? 놈들은 위치킹을 대신해서 배신자에게 벌을 내린 거라고!
놈들은 배신자의 영혼이…… 잃어버린 '기원의 뿔'을 찾도록 인도해 줄 거라고 했어!
공원 안의 조각상은 마치 생명이라도 불어넣은 듯 살아났다.
조각상은 갑자기 일어서더니, 손에 든 악기로 마치 칼을 휘두르는 망나니처럼 밑에 있는 사람을 향해 휘둘렀다.
으악……!
조심하세요!
하, 하마터면…… 뭐가 조각상을 부순 거지?! 시커멓게 생긴……
……아무것도 아니에요.
다시는 그 이름을 입에 담지 마세요.
헤르…… 헤르…… 설마 그 전설이 사실이었나?
폐하는 진짜 죽은 게 아니고, 우리 모두 그의 주시 아래 살고 있다는 게?
가능하다면, 최근에 보고 들은 건 잊어버리세요…… 보르딘 씨의 희생은 제외하고요.
보르딘 씨의 죽음이 절대 이렇게 잡음으로 전락하게 둘 순 없어요. 여황의 목소리로서 제가 보장하죠.
빛을 따라 이곳을 떠나세요. 제 촛불이 당신을 지켜줄 겁니다.
……잃어버린 '기원의 뿔'? 갑자기 많은 소문이 생각나는데.
위치킹이 죽은 후, 그의 악단 수석이 고탑에서 뛰어내리며, 헤르쿤프트쇼른…… '기원의 뿔'은 여전히 이 땅의 어딘가에 '우뚝 서 있다'고 외쳤거든.
처음에 폐하들은 그게 위치킹의 고탑을 가리키는 줄 알았어.
위치킹 탑은 진작에 무너졌잖아요.
그렇지. 여황들은 위치킹의 술식이 들어있을 수 있는 모든 벽돌을 부수고, 그것들을 다시 이용해 쌍둥이 여황 탑의 뼈와 피로 만들었어.
잔당들은 고탑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믿는 건가요?
꼭 탑이 아닐 수도 있어.
라이타니엔에서 '탑'은…… 아츠의 힘을 상징해.
만약 네 추측이 사실이라면, 이 일련의 죽음 뒤에는 어떤 의식이 관련되어 있을 수도 있어……
그렇다면, 그들이 찾고 있는 건 위치킹이 남긴 이 속세의 마지막 비밀일 거야.
……'위치킹의 죽음'.
시만 부인은 마지막 그림에 이와 같은 이름을 지었죠.
위치킹의 잔당이 아무 사람이나 골라서 피해자로 선택하진 않았을 거예요. 그들이 원하는 비밀은 어쩌면 시만 부인의 그림과 관련이 있을지도 몰라요.
여황의 캐스터들이 이미 미술관의 그림을 자세히 확인해 봤는데, 그림에는 아무 정보도 없었어.
시만 부인이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 다른 단서를 남겼다면요?
뢰벤슈타인 씨, 시만 부인의 집 조사를 부탁드릴게요. 저는 잠시 후에 합류하겠습니다.
당신, 정말 이렇게 대놓고 거리를 걸을 거예요? 수배범으로서 자각을 좀 가지면 안 될까요?
라이타니엔 헌병들이 쫓아 오기 전에 아르투리아를 찾는 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좋아요. 아무래도 당신은 일이 커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같네요. 저보고 구해 달라고 하지만 마세요.
당신은 우리의 목표가 일치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당분간은요.
당신 말대로, 아르투리아가 일부러 당신을 따돌린 게 그 헌병을 처리하기 위해서였다면……
그 동기는요? 그를 죽일 생각이라면, 굳이 싸울 기회를 줄 필요는 없잖아요?
설마 그 여자가 그냥 죽이는 걸로는 부족해서, 처절한 몸부림을 감상하는 취미라도 있나요?
아니요, 아르투리아는 사람을 해치는 걸 낙으로 삼는 여자는 아닙니다.
확실해요? 위치킹 잔당들과 어울려 다니는데, 그 여자에게 기본적인 도덕이 남아 있을까요?
그렇다면 그 도덕의 정의를 말해보시죠.
네?
만약 도덕이 사회적 질서를 보장하는 행동 규범이라면, 아르투리아는 도덕이라곤 눈곱만치도 없는, 가장 위험한 범죄자임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도덕이 타인의 경험과 감정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동기와 능력이라면, 아르투리아는 제가 본 가장 '도덕적인' 개체입니다.
……그래서요, 결론이 뭔데요?
로리스 보르딘 씨를 죽인 것은 아르투리아의 의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조각상처럼 생명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는 작품은, 그녀에게는 '역겨울 정도로 추한 것'이니까요.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그 빌어먹을 것들이 또 찾아와서 소란을 피우는 건가?!
헌병대 녀석들, 우리에게 그렇게 많이 받아먹었으면서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 거야? 당장 보르딘에게 전화해.
뭐? 보르딘이 죽었다고?
……
역시, 헌병대는 전부 쓰레기야!
이 첼로 소리…… 음, 나쁘지 않은데? 며칠 전에 들었던 거랑 비슷해. 어느 유명한 대음악가가 이 문화적 소양이 풍부한 골목이 마음에 든 게 틀림없을 거야.
흥, 날개와 광륜? 설마 첼로를 연주한 자가 라테라노의 출신의 산크타일줄이야!
우리 라이타니엔의 미래는 이제 어떡하나!
이 곡은 돌아온 영웅, 로리스 보르딘 씨에게 바칩니다.
첼로 소리가 골목 깊숙이 울려 퍼졌다.
과거의 영웅이 다시 용기를 낸 순간, 억눌렸던 미움과 사랑, 유감과 후회, 실망과 희망, 이 모든 게 선율 속에 하나씩 드러나, 마침내 폭발하고 말았다.
이건 애도이자, 기억이며 찬양이다.
원래는 사라졌어야 할 생명이 음악 때문에 되살아났고, 그 생명은 어느 때보다 더 뜨거웠고 햇살보다, 생화보다도 더 강렬했다.
……
뢰벤슈타인 씨, 시만 부인의 유품은 다 정리했습니다. 제가 위층으로 안내…… 어, 눈물을 흘리고 계시네요?
방금 추억을 '본' 것 같아서.
이 골목의 금잔화는 다 피었지?
그렇습니다. 지금은 부인께서 가장 좋아하셨던 계절입니다. 부인께선 자주 창가에 기대어 길에서 오가는 행인들을 그렸죠.
그래, 다 기억나는군.
나는 프리다의 그림을 매우 좋아해. 지금까지도 그림들이 내 눈에서 아른거려. 색도 바래지 않은 채로.
그토록 금빛 찬란한…… 모두가 살아있고, 내일에 희망을 가득 품었던 날들이……
잠깐 사이에 이렇게 멀리 떠나가 버렸구나.
프리다의 방으로 안내해 줘.
안녕하세요.
드로스테 씨, 그 새에 또 오셨군요. 제가 아는 귀족 중 당신은 독서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탑 꼭대기에 있는 장서실에 들어가게 해주세요.
탑 꼭대기요? 거긴 금서 구역입니다만.
음, 요 몇 년 동안 위치킹 잔당의 금지된 연구 자료를 확인해야 해서요.
그건 좀 곤란한데요……
폐하의 특별 허가가 필요한가요? 바로 신청할게요.
아닙니다. 금서 구역은 여황의 목소리에겐 개방되어 있습니다. 다만, 공교롭게도 오늘 오전에 모든 자료를 다 가져갔습니다.
……누가 가져갔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한 고탑 캐스터인데, 그 여자가 여황 폐하의 명을 받고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게 자료를 열람하라고 보낸 사람도 폐하신데……
아시다시피, 우리 라이타니엔에는 폐하가 한 명뿐이 아니잖습니까.
이번엔 철저히 준비했기를 바란다. 또 차질이 생기는 걸 보고 싶진 않아.
거의 다 됐어. 이 실험 노트만 남았다.
너희 라이타니엔 사람들의 취향은 실로 형편없군. 이 화려한 술식에서 쓸 만한 걸 찾기도 힘들어.
게르트루트 슈트롤로는 그저 불행한 희생양일 뿐이다. 그 여자의 재능엔 지극히 한계가 있었지.
설마 이 일에 연루된 귀족들을 또 죄다 죽인 건 아니겠지? 지난번 빅토리아 공작과 몰래 거래했던 귀족처럼.
찾을 수 있는 사람은 다 죽었다.
말투가 왠지 익숙하군.
사람들이 너를 두려워하는 이유가 다 있었어, 우리 친애하는 폐하. 사람들이 뒤에서 너를 뭐라 부르는지 아나? '제2의 위치킹'. 그러고 보니, 둘 다 검은색을 좋아하는 것 같군.
난 헤르쿤프트쇼른의 지식과 수완, 그리고 힘이 라이타니엔에 미치는 의미를 부정한 적은 없다.
오히려, 지금의 우리에겐 그런 부분이 필요하지.
선제후들은 이 변명을 좋아하지 않을 건데.
놈들이 두려워하는 건 '위치킹'이라는 이름이 아니다. 놈들은 나와 리젤로테가 다시 헤르쿤프트쇼른의 길을 걸어, 권력과 이익을 빼앗을까 봐 걱정하는 것뿐이지.
그러고 보니, 갑자기 레오폴트 생각이 나네. 너희들이 태어났을 때, 레오폴트는 이런 비술로 태어난 아이가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냐고 물어본 적이 있거든.
뭐라고 대답했지?
“존귀하신 대공작 나리, 구체적으로 말해주긴 어렵지만, 당신보다는 더 오래 살 거야.”라고 했지.
분명 그 대답에 만족하지 못했겠군.
내가 틀린 말 했나? 그는 헤르쿤프트쇼른의 실각을 기다렸지만, 정작 자신의 나이는 잊고 있었지.
레오폴트는 사황 전쟁에 참가했고, 위치킹의 통치를 무너뜨리는 데 앞장섰으니, 라이타니엔에 있어 기념할 만한 영웅이란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영웅도 사심이 있을 수 있지.
놈들이 라이타니엔의 안정을 위해 함께 힘써 준다면, 야심이라도 눈감아 줄 수 있어.
그게 아니라면, 놈들 혹은 놈들의 머리는 반드시 그 자리에서 굴러떨어져야 할 거다.
정말 잔인하군. 에비게그나데는 어떻게 생각하나?
리젤로테는 내 방법에 찬성한 적 없어. 너무 급진적인 수단은 오히려 반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늘 내게 말하지.
흥, 자신을 상냥하고 다정한 어머니라 생각하나 보군.
네 냉정함은 리젤로테에게 상처가 될 거다.
그리마흐트…… 우리 무정하신 폐하, 네가 이런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게 정말 낯설어.
리젤로테는 라이타니엔과 라이타니엔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해. 그렇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내게 방해가 될 수밖에 없고.
좋아, 이제야 내가 아는 그 음흉한 모습으로 돌아왔군.
네가 어쩔 수 없이 손을 쓸 수밖에 없을 때가 되면, 마음을 독하게 먹을 수 있을 거라 믿게 하고 싶은 건가?
많은 학자들은 우리처럼 술식으로 태어난 사람에겐 선천적으로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지.
쯧쯧.
그들은 이 말을 당신에게도 똑같이 표현했지. 나와 당신이 같은 부류라고 생각해.
같은 부류? 어디 보자, 내게 영혼이 없다는 걸 말하는 건가? 가혹한 걸 말하는 건가?
……
한 번 더 도와다오, 프레몬트.
반드시 위치킹의 유산을 찾아야 한다.
……
……
(어렴풋한 목소리)
누가…… 날 부르는 거지?
너…… 인가?
나를 구해 준 그 사람은 어디에 있지?
죽었어.
……
미안하군, 내가 또 한 번…… 다른 사람의 용기를 무의미하게 만들었어……
……윽!
이건…… 물?
일부러 내 얼굴에 뿌린 건가?
마셔.
내가 순순히 협조할 거라 생각한다면, 그건 분명 오산……
으읍!
안 마시면, 다른 조치를 취할 거야.
콜록, 콜록! 이 맛은…… 약이잖아? 이건 새로운 고문 수단인가, 킬러 씨?
죽는 건 쉬워. 특히 너처럼 연약한 감염자 귀족은 더더욱.
하지만 기회는 단 한 번뿐이야.
진짜로 죽기 전에, 자신이 원하는 커튼콜이 어떤 형태인지 잘 생각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