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츠빌링슈튀르메의 가을

ZT-2서곡 '보초병'

사이드 스토리작전 전2024-04-30

협박을 받고 라이타니엔으로 돌아온 에벤홀츠는 위치킹의 잔당에게 추격당한다. 헌병 대장과 페데리코는 싸움이 벌어진 현장 근처까지 추격했고, 페데리코는 첼로 소리를 따라갔지만, 아르투리아의 진정한 목표는 헌병 대장이란 걸 뒤늦게 깨닫는다.

등장 오퍼레이터: 에벤홀츠, 이그제큐터 디 엑스 포에데레, 비르투오사, 베이스라인


아르투리아

아주 아주 오래된 고탑에 불쌍한 아이가 한 명 갇혀 있었어.

아르투리아

태어날 때부터 그 아이의 인생은 이미 정해졌지. 마치 한 편의 오페라처럼 모든 선율, 모든 줄거리가 다 설정되어 있었고, 그 아이는 각본에 따라 연출할 수밖에 없었어.

아르투리아

그러던 어느 날, 아이는 자신이 극중 인물이라는 걸 깨닫게 됐어.

아르투리아

가짜, 모든 게 다 가짜였어. 주변 사람들은 모두 가면을 쓰고 있었고, 모든 사랑과 원한은 전부 연기였어.

아르투리아

아이는 아주 당혹스러웠고, 두렵고, 분노했어. 그래서 그는 이것을 '운명'이라 이름 짓고 반항하기 시작했어.

아르투리아

마침내, 아이는 무대에서 도망칠 수 있었어. 그렇게 그는 자신이 성공한 줄 알았지.

아르투리아

하지만 그가 간과한 게 있었어. 부여받은 자유는 진정한 자유라고 할 수 없었던 거야. 운명의 실타래가 다시 팽팽해지면, 어디로 도망치든 그는 다시 무대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어.

아르투리아

그래서 이번엔 맞서 싸우기로 마음먹었어.

아르투리아

아이는 공연이 계속될 거란 걸 알았고, 관객들이 자신의 처절한 몸부림을 지켜볼 거란 것도 알고 있었어. 그래서 그는 두 눈을 부릅뜨고 관객들을 쳐다보며 그들이 자신에게 강요한 운명을 조롱하겠다고 다짐했어.

아르투리아

하지만 그도 가끔 이런 의구심이 들었어…… 자신이 만약 극 중의 인물이라면, 무대는 어디에 있고 관객은 어디에 있지?

아르투리아

만약 우리 모두 그 아이처럼 극 중의 인물이라면, 공연이 언제 진정으로 막을 내릴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지나가던 아이

이야기 주인공이 너무 불쌍해. 그 사람은 탈출할 수 있어? 그가 나쁜 사람을 무찌르는 영웅이 될 수 있어?

아르투리아

음…… 모두가 다 영웅이 될 수 있는 건 아니야. 영웅이라 하더라도, 어쩌면 긴긴 세월 속에서 일반인으로 돌아가거나, 심지어 악당으로 변절할 수도 있거든.

지나가던 아이

뭐야, 아르투리아 누나, 우린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아.

아르투리아

알았어, 알았어. 그럼 내가…… 음, 더 오래전의 이야기를 들려줄까? 그러면 오늘 내로 결말을 들을 수 없고, 너희들도 듣고 싶지 않은 대목을 들을 수 없어.

지나가던 아이

누나, 빨리 이야기해 봐!

아르투리아

너희들은 이 밀림 공원에 놀러 오기 좋아하지?

아르투리아

사실 이 공원은 말이야, 원래는 위치킹에게 반항하다가 죽은 '영웅'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거든.

아르투리아

구스타프 공원은 한 군주의 위대한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어.

아르투리아

그가 주인공인 이야기에서는, 그 사람도 위대한 '영웅'이었지.


에벤홀츠

후…… 후…… 하아……

에벤홀츠

역시, '오랜 친구들'이었군.

에벤홀츠

아무리 생각해도 여황들이 나를 여기까지 불러놓고, 구태여 킬러를 보낼 필요까진 없잖아. 고작 며칠 더 살게 하려는 것도 아니고.

'위치킹의 여음'

우르티카 백작, 당신은 이번 계획의 관건입니다.

에벤홀츠

또 뻔한 얘기를 하는군.

에벤홀츠

게르트루트의 실패는 이미 증명된 것 아니었나? 그 여자가 그렇게 애를 썼는데도, 결국엔 음악 홀 하나 폭파하는 게 고작이었지.

에벤홀츠

그래서, 이번엔 또 내게 무슨 일을 시키려는 거지? 이 위에 있는 공원을 폭파하려는 건가?

'위치킹의 여음'

슈트롤로 백작은 자신의 무지 때문에 실패했습니다. 그 여자와 최초의 실험자들은 모두 오합지졸에 불과하죠.

'위치킹의 여음'

그들은 폐하의 선율을 손에 넣었지만, 정확한 '연주' 방법을 몰라 그냥 오리지늄 재난이나 퍼뜨리는 무기가 되었습니다.

'위치킹의 여음'

이런 조잡한 폭력은 예술을 모독하는 짓입니다. 만약 당시 폐하께서 깨어나셨다면, 그들에게 무조건 사형을 내렸을 겁니다.

에벤홀츠

훗, 네 말은 게르트루트는 짝퉁이고 너희는 진짜라는 건가?

에벤홀츠

너희들의 정통성을 위해…… 내가 여황 폐하들께 예술가 훈장이라도 신청해 줄까?

'위치킹의 여음'

저희는 당신의 이해를 바랄 뿐입니다.

'위치킹의 여음'

당신은 폐하의 후계자이자, 폐하가 가진 영광의 증명이고, 뼈와 피의 화신이며, 선율의 연속입니다.

'위치킹의 여음'

저희는 믿고 있습니다…… 당신은 우르티카에, 이 라이타니엔에 다시 영광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에벤홀츠

……그럼 얼른 시작하지.

에벤홀츠

영광, 뼈와 피, 선율, 전부 다 빼앗아 보라고.

에벤홀츠

나는 늘 궁금했어…… 이 '에벤홀츠'라는 개체에 도대체 무엇이 남아 있는지 말이야.

'위치킹의 여음'

감염 때문인지, 혹은 로도스 아일랜드라는 곳에서 당신을 단련한 것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위치킹의 여음'

조금은 강해졌군요.

'위치킹의 여음'

그래 봐야…… 아직 폐하의 만분지일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요.


고집이 센 학생

……

고집이 센 학생

내…… 내가……

로리스

가만있어.

고집이 센 학생

당신이 어떻게 여기……?!

로리스

더 움직이면 정말로 체포한다.

고집이 센 학생

난 아직……

로리스

아직 저 미치광이 무리에 정식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 운이 좋은 줄 알아.

고집이 센 학생

미치광이? 그들은 미치광이가 아니에요. 당신들 눈엔 그 폐하의 통치가 공포일 수도 있겠지만, 그분이 처리한 건 모두 현실에만 안주하는 귀족들이었어요!

고집이 센 학생

제가 왜 그분을 그리워하면 안 되죠? 제가 왜…… 저 같은 사람도 출세할 수 있는, 그런 라이타니엔을 갈망하면 안 되는 거죠?

로리스

……그게 어떤 시대였는지, 내가 너보다 더 잘 알기 때문이지.

로리스

내가 라이타니엔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실수로 길에 떨어진 초상화를 밟았어.

로리스

그 거리엔 밀정들이 쫙 깔려 있었고, 나는 그대로 감옥에 잡혀갔지. 그때 난 그냥 라테라노 상인이었는데, 그들은 '외부 반대 세력'이라는 죄목으로 나를 처형하려고 했어.

페데리코

공증소나 제7청에 연락했어야 했습니다.

로리스

됐어, 집행자 나리. 당신이라면 그 무서운 감옥에 쳐들어와 나를 구할 능력이 있을지도 모르지.

로리스

하지만, 당신의 날개는 대부분의 산크타와 마찬가지로 관상용이지, 날 수는 없어.

로리스

라테라노와 라이타니엔의 거리로 보면, 당신은 다음 날 처형될 불쌍한 리베리를 구할 순 없었을 거야.

페데리코

하지만, 당신은 살아남았을뿐더러, 라이타니엔 사람이 되기까지 했습니다.

로리스

나를 구해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지.

로리스

그 사람은 다리를 저는 리베리 노병이었지만, 과거 전장에서 가울 병사도 여럿 사살했다고 들었어. 그리고 나중엔 헌병이 되었지. 그 당시 헌병의 직위는 위치킹의 비밀경찰과 동등했고.

로리스

내가 너무 안쓰러웠는지, 그 사람은 처형 집행인에게 한정판 담뱃갑을 쥐여 주고 날 놓아줬지.

로리스

그리고 며칠 뒤, 위치킹이 또 반대자를 처형한다는 소식을 들었어. 바로 당신 눈앞의 저 공원에서 말이야.

로리스

그리고 내가 군중 속에 숨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을 때…… 그 일그러진 조각상 들 사이로 누구를 봤을까?

고집이 센 학생

……

로리스

무섭구나? 무서운 건 당연해.

로리스

빨리 가, 가서 티엠을 찾아. 앞으로는 이런 일에 끼어들지 말고.

로리스

……

로리스

우리도 이제 철수해야겠군, 집행자 나리.

페데리코

아츠의 파동이 매우 강렬합니다. 당신도 느꼈을 겁니다. 누군가가 싸우고 있습니다.

로리스

여황의 목소리더러 처리하라고 하면 돼. 내가 알리지.

페데리코

그러면 범인을 잡을 기회를 놓치게 될 겁니다.

로리스

왜 이해를 못 하는 거야? 난 그런 기회 필요 없다고.

로리스

저 공원에 들어가면 자칭 '헤르쿤프트쇼른의 여음'이라고 하는, 가면을 쓴 사람들을 잔뜩 만나게 될 거야.

로리스

여황 폐하들의 바람대로라면, 난 즉시 무기를 뽑아 놈들을 체포하거나, 죽여야겠지.

로리스

하지만 그다음은? 그 가면을 벗으면 누가 있을 것 같나?

로리스

가면을 벗으면 어느 백작, 심지어 선제후의 후계자일 수도 있어.

로리스

그러면 나는 어떻게 될까? 운이 좋게 살아남았다 해도 감옥에 갇힐 게 뻔해. 하하! 공원에서의 전투가 개인 원한으로 인한 싸움이 될 거라고.

로리스

마치 얀의 누나 율리아처럼 말이야. 나도 마지막으로 율리아를 본 놈을 잡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고! 그놈 아버지의 작위 때문에, 그놈 가문과 여황의 관계 때문에, 털끝조차 건드릴 수 없다고!

페데리코

법의 집행자로서, 행동하기 전에는 개인의 이해득실을 따지기보다 율법의 지침에 따라야 합니다.

로리스

율법이 언제 한 사람의 득실과 생사를 신경 쓴 적이 있었나?!

페데리코

율법은 당신이 유언을 남기는 걸 허용합니다. 만약 당신이 전투에서 희생되었다면, 당신이 생전에 바라던 것을 제가 엄격히 집행할 겁니다.

로리스

……당신의 유머 감각은 정말 유별나다니까.

로리스

하지만 당신 말을 들으니 생각났어. 내가 위치킹 저항군에 들어가 그 고탑을 향해 돌진했을 때…… 죽더라도 뭔가를 남길 수 있을 거라고 진심으로 생각했지.

로리스

하지만 보라고, 난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지? 술에 찌들어 있고, 뇌물까지 받아먹고, 심지어 나보다 더 높은 귀족에겐 굽신거리고 있어.

로리스

당신 말이 맞아. 나는 집행자가 될 자격이 없어. 아마 날 구한 그 노병도 후회할 테지.

페데리코

과거의 사건 결과가 현재의 판단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됩니다.

페데리코

당신은 율리아라는 소녀를 구하지 못했지만, 방금 그 여자의 동생을 구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구할 기회도 있습니다.

로리스

솔직히, 나는 당신이 부러워, 집행자 나리. 라테라노를 떠날 때만 해도 산크타를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당신들이 이해하기 가장 쉽군.

로리스

그렇다고…… 라테라노의 율법이 무조건 다 옳은 건 아니잖아?

페데리코

당신이 말한 그런 사건은, 저도 경험한 적 있습니다.

로리스

뭐라고?

페데리코

지금 조사 중인 이 사건은 제게 특별한 사건입니다.

페데리코

그 여자의 소행은 라테라노의 질서를 엄중하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건 분명 잘못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율법은 아직 그 여자에게 어떠한 선고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로리스

그럼 의심이 들거나 실망스럽지 않나?

페데리코

제 경험상 실망은 어떠한 사물에 너무나 긍정적인 감정을 쏟아부었을 때 나타납니다.

로리스

하지만, 당신은 그렇지 않다는 건가?

로리스

훗…… 집행자 나리, 당신은 여태껏 만난 산크타들과 너무 다르군. 당신은 라테라노를 진심으로 사랑한 적이 없어.

페데리코

저는 임무 수행에 그 어떤 감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로리스

그럴지도.

로리스

또 어쩌면, 당신이 나처럼 어쩔 수 없이 자신을 의심하고, 막막하고 흔들린다고 느낄 때…… 힘이나 이유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을지도 몰라.

로리스

그때가 되면 율법이 당신을 인도하지 못한다는 걸, 당신도 알게 되겠지.

페데리코

첼로 소리입니다. 목표가 바로 저 앞에 있습니다.

페데리코

당신이 앞으로 나아가길 거부한 이상, 이제부터 저 혼자 범인을 색출하고 체포 임무를 수행할 것입니다.

로리스

그러시든지.

페데리코

하지만 저는 여전히 헌병대가 협력해 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로리스

이제 더 이상 내 소관이 아니야. 바로 시청에 가서 사표를 낼 거야. 츠빌링슈튀르메를 떠나기 전에, 당신이 보내준 서류는 후임자에게 잘 전달하지.

페데리코

……

페데리코

로리스 보르딘 씨, 저는 과거의 그 '영웅'이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로리스

응?

페데리코

당신은 바로 제 눈앞에 있습니다. 업무 특성상 저는 절대 생사를 오판하지 않습니다.

로리스

……그런가?

로리스

하하.


페데리코

……

페데리코

목표는 여기에 없군요.

페데리코

아까 그 첼로의 선율은……

평온한 학생

물을 뿜고 있는 이 조각상들을 눈치 못 챘나요? 술식이 바뀌면서 그 여자의 연주를 모방하고 있어요.

페데리코

……

평온한 학생

산크타님, 왜 저를 겨냥하고 계신 건가요…… 제정신이 아닌 건가요?!

페데리코

금잔화 골목, 밀림 공원, 당신은 매번 사건과 관련된 장소에 나타났습니다.

페데리코

당신의 말과 행동 모두 같은 나이대의 라이타니엔 사람과는 달랐죠.

페데리코

이상의 증거들로 봤을 때, 당신의 신분은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평온한 학생

그렇다고 제게 총구를 들이미는 건가요? 제가 당신과 같은 편일 수도 있단 생각은 없나요?

페데리코

일부러 신분을 숨기려는 자는 먼저 제압하고 심문하는 게 더 효율적입니다.

평온한 학생

……가장 어설픈 캐스터가 조율한 조각상도 당신보다는 융통성이 있겠네요!

평온한 학생

아까도 의심했지만, 이런 함정이 무슨 의미가 있나요? 라이타니엔에선 어린아이도 이게 사람의 연주가 아니란 걸 알 수 있어요.

페데리코

……

평온한 학생

이 함정을 설치한 사람은 분명히 당신을 아주 잘 아는 사람일 거예요. 그 여자는 당신이 첼로 소리에 즉각 반응할 거란 걸 알고 있어요. 마치 오랫동안 굶주린 짐승이 먹이를 보면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드는 것처럼요.

평온한 학생

그렇게 되면 그 여자는 오히려 진정한 목표를 처리할 수 있겠죠……

페데리코

……로리스 보르딘.

평온한 학생

누구요? 그 겁쟁이 헌병대 대장이요? 그 사람 얘긴 왜 하는 거죠?

페데리코

당신 말이 맞습니다. 아르투리아는 일부러 저를 이쪽으로 유인한 겁니다. 목표는 로리스 보르딘 씨입니다.


로리스

티엠, 나다. 얀은 돌아왔어?

로리스

그렇다면 다행이고. 이제 시름이 놓이네.

로리스

얀에게 전해줘…… 율리아 일은 정말 미안하다고.

로리스

난 서둘러서 라이타니엔을 떠날 거다. 요 몇 년간 내가 단서를 수집했는데, 모두 보덴 구의 집에 있어. 열쇠는 너에게 준 지갑에 있고. 얀에게 전해줘.

로리스

내가 떠난 후에…… 누군가 이 사건을 맡아 줬으면 좋겠어.

로리스

어쨌든 이렇게 오래 걸렸는데 결론은 내야지. 난 못 해냈지만, 누군가는 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로리스

……뭔가 큰 소란이 일어난 것 같은데.

로리스

핌, 지금 밀림 공원 근처에 있어. 여기 사건이 발생한 거 같은데, 사람 한 팀을 불러와. 아니다, 한 팀도 모자랄 수 있으니, 부를 수 있는 사람 다 불러와.

로리스

맞아. 아마 가면 쓰고 여기저기에서 소란 피우는 녀석들일 거야. 놈들이 엉덩이에 불을 지핀 글룸핀서로 하수도를 폭파하려는 것 정도의 장난이었으면 좋겠군.

로리스

무고한 사람이 재수 없게 연루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안 그러면……

로리스

어디서 나오는 첼로 소리지?

로리스

……

로리스

누구야? 거기 누구냐…… 산크타?

로리스

집행자 나리, 당신인가?

'페데리코'

과거의 사건 결과가 현재의 판단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됩니다.

'페데리코'

당신은 율리아라는 소녀를 구하지 못했지만, 방금 그 여자의 동생을 구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구할 기회도 있습니다.

로리스

……환각인가? 아니, 그냥 회상인 것 같은데.

로리스

응? 아무것도 아니야. 여기엔 나 혼자밖에 없어. 얼마 전 일이 문득 생각나서.

로리스

맞아. 소란 피우는 놈들은 내 발밑의 지하에 있어. 내가 아츠 비콘을 남겨두지.

로리스

위험하지, 나도 알아. 그러니까 나도 멀리 떨어져 있……

'고집이 센 학생'

얼른 꼬리나 말고 도망가세요. 당신에겐 이미 그때의 용기가 없어요.

'고집이 센 학생'

“위치킹 탑에 발을 들여놓은 첫 병사”는 무슨…… 당신은 아직도 자신이 그 영웅인 줄 알아요?

로리스

이 자식이, 왜 또 내 머릿속에 나오고 난리야.

로리스

아, 핌, 너한테 한 말이 아니야. 빨리 가봐야겠다. 일단 끊어.

로리스

……내가 겁쟁이라는 사실을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어. 율리아도 찾지 못했고, 그렇다고 복수도 할 수 없었지.

로리스

율리아…… 율리아.

로리스

만약 네가 이런 나를 봤다면, 뭐라고 말했을까?

로리스

넌 너무 착해서, 실망한 내색조차 안 하겠지?

'헌병'

꼬마야, 그렇게 기죽지 마라.

로리스

당신은…… 영감, 이젠 당신마저 나타나는군.

'헌병'

넌 좀 맹한 구석이 있지만, 그래도 용기가 없는 건 아니야. 요즘 같은 세상에 그림 속 위치킹을 똑바로 쳐다볼 사람도 없는데, 그림을 짓밟은 사람은 오죽할까.

로리스

난 그냥 재수 없는 놈일 뿐이었는데, 이런 나를 위해 목숨마저 내놓다니. 당신에겐 정말 그럴 가치가 있었던 거야?

'헌병'

내게 빚졌다고 생각하지 마라.

'헌병'

위치킹 밑에서 오랫동안 일한 내게 좋은 결말이 있을 수 있겠어?

'헌병'

너를 구해주고, 적어도 내 생에 마지막 며칠 동안은 편히 잘 수 있었어.

'헌병'

너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불편하다면, 더 많은 사람을 구해 봐.

리베리는 절뚝거리며 걸어갔고, 이내 햇빛 아래의 그늘 속으로 사라졌다.

그늘은 마치 그 시절 고탑의 그림자처럼 아주 길게 드리워졌다.

많은 생명이 아무도 관심 없는 그림자 속에서 사라진다. 과거에도, 지금도.

귓가에 들리던 첼로 소리가 점점 사라져갔다.

남은 건 발밑으로부터 전해오는 진동뿐. 그것은 무고한 생명이 몸부림치는 소리라고 그의 경험이 말해주고 있었다.

물론, 그는 제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다.

물론, 그는 라테라노를 떠나듯이 라이타니엔도 떠날 수도 있다.

단호하게 돌아서서 떠나버리면 그뿐이다. 지난 십여 년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맨 앞에서 돌진하는 것보다 훨씬 쉽지 않은가?

로리스

난 이제 너무 지쳤어, 영감.

로리스

나도 살고 싶어. 살고 싶을 뿐만 아니라, 매일 신선한 맥주를 마시고 싶고, 퇴근하면 핌과 함께 재즈 음악도 즐기고 싶어. 내년 여름엔 사미에 가서 휴가도 보내고 싶고.

로리스

결국 난…… 당신처럼, 영웅처럼 죽을 수 없어.

로리스

나는 왜……

로리스

내 자신이……

로리스

이리도 실망스러울까?


'위치킹의 여음'

많이 지치셨군요, 백작님.

에벤홀츠

하아…… 하아……

'위치킹의 여음'

광석병이 당신의 몸을 갉아 먹고 있습니다. 계속 오리지늄 아츠를 사용한다면, 당신을 기다리는 건 죽음뿐입니다.

에벤홀츠

내가 죽는다면…… 너희가 두려워할까?

'위치킹의 여음'

죄송하지만, 그렇게 내버려둘 수는 없습니다.

에벤홀츠

윽…… 크윽!

에벤홀츠

머…… 머리가…… 아파……

'위치킹의 여음'

저희도 당신을 해치고 싶지 않습니다.

'위치킹의 여음'

하지만 당신 몸 안에 있는 선율이 머리보다 더 가치 있다고 '수석'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위치킹의 여음'

필요하다면, 저희가 당신을 잠시…… 잠들게 하겠습니다.

에벤홀츠

너희…… 내 의식을 없애려고……

에벤홀츠

어림도…… 없다!

에벤홀츠

으아아악……!

'위치킹의 여음'

누구냐?!

'위치킹의 여음'

헌병대 제복의…… 리베리?

'위치킹의 여음'

혼자인가?

'위치킹의 여음'

영웅 행세라도 하려는 거냐!

“빨리 도망쳐. 내 부하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어.”

에벤홀츠는 난생처음 보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다.

에벤홀츠

감사를……표하지.

'위치킹의 여음'

잡아라, 목표가 도망친다!

에벤홀츠는 이게 유일한 기회라는 걸 알고 있었다.

입가엔 피가 줄줄 흘러나왔고, 머리는 터질 듯이 아팠다.

뒤에서는 아직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는 터지는 불꽃 사이에서 자신을 구한 영웅이 어떻게 생겼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으나, 그 모습은 너무나도 작아 금세 수많은 오리지늄 아츠의 빛에 삼켜졌다.

에벤홀츠는 앞으로 뛰어갈 수밖에 없었다.

계속, 끊임없이 뛰었다.

발밑의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얼마나 더 발버둥쳐야 이 정해진 결말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그는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