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W-5물건과 사람
좌락에게 치창이라 불리던 요괴들은 일행을 포위했고, 양현은 앞서 발생한 술잔 사건 때문에 영 소저를 찾아 자신의 우려를 토해냈다. 우요우는 결국 치창에게 공격당하게 되었고, 그를 위험에서 구해준 것은 뜻밖에도 좌락이었다.
정오차 한 잔.
알았어. 편히 쉬고 있어!
그런데 오늘은 왜 이렇게 늦었나?
올라오면서 오래된 친구를 만났으니까.
친구라니, 누구요?
……당신이군.
아하, 이렇게 또 뵐지는 몰랐네요.
왜, 아직도 그 정자를 찾고 있는가?
당신이 범위를 좁혀준 덕에 훨씬 수월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찾는 건 정자가 아니라 사람이니 좀 더 어려운 거지요.
저기 앉아 있는 여자가 당신 애인인가?
……뭐!?
쿨럭, 제겐 그럴 배짱이 없습니다.
그럼, 딸인가?
아니, 제가 어딜 봐서 애 아빠처럼 보이는 겁니까?
그렇긴 하지.
어이, 당신 방금 뭐라 그랬어? 내가 저 용문 사기꾼이랑 뭐가 어쩌고 어째?!
초봄 이 시간에 등산하는 남녀라면, 대개는 한가해서 할 일 없는 녀석들이지.
난……
상 씨, 정오차 나왔어.
그래.
정오차요? 아직 정오는 아니잖아요?
상촉의 산을 누비는 지게꾼이라면 누구나 산 중턱에 있는 찻집에서 차 두 끼를 공짜로 마실 수 있지. 오전에는 정오차, 오후에는 일몰차. 게다가 소소한 간식거리도 제공되고.
공짜로 마시는 차라면 맛이 좋겠네요.
그냥 차야.
그래도 산에서 마시는 차는 좀 비싸지 않나요? 공짜로 마시는 거면 땡잡은 거나 마찬가지죠.
계산을 할 줄 아는 사람이군.
그런데 가게마다 다 그렇게 친절한가요? 무슨 자선사업 하는 것도 아니고.
관청에서 보조해주는 게 뻔하잖아.
……뭘 아나 보네?
당연히 알고 있지. 우리 집도 요식업을 하니까.
……음.
상촉 관청이 이렇게 잘해준다고?
양대인이 부임한 뒤론 줄곧 이랬어.
전임 관리들은 토목 건설에 산림까지 개발해서 도시를 부흥시켰을 뿐만 아니라, 더욱 활기차게 만들었지.
양대인이 부임하고부터는 상촉이 이미 참신한 모습으로 일신되었다고 생각했는지, 주로 민심을 어루만지는 데 집중했어…… 이런 차를 제공하는 건 그중에서도 가장 사소한 정책이거든.
……
……젊은데 아는 것도 많네.
아빠가 장사를 하다 보니 귀동냥으로 알게 된 것뿐이야.
좋은 아빠를 뒀군.
잘 마셨어, 이만 가봐야겠네.
다음에 또 뵙죠.
그럼.
……야! 리 씨, 그런데 왜 저 사람이 술잔을 갖고 있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 사람은 전혀 숨길 기미도 없이 저렇게 당당하게 허리춤에 차고 다니시네요. 마치……
일부러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려고?
……뭐, 괜찮겠죠? 우리도 차나 마시면서 지켜봅시다.
여기요! 차 두 주전자랑 고기국수 두 그릇이요.
난 안 먹어.
그럼 제가 다 먹을게요.
손님, 차 두 주전자 나왔습니다. 그런데 국수는 좀 기다려서야 합니다. 오늘 손님이 좀 많아서요.
고맙습니다……
크오오?
왜 여기까지 따라왔지……
크…… 오오!
있잖아, 리 씨, 뭐 물어볼 게 있는데 너 웃으면 안 된다.
혹시 저 주전자가 저절로 움직이는 것 같지 않아……?
주문하신 고기국수 나왔습니다……
깜짝이야,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잖아요! 손님, 좀 조심하세요. 저 지금 국수를 들고 있잖아요!
크오오?
……뭐야 이건?!
조심해요!
뭐?
으윽!
……야, 너 괜찮아?
저 냄비 그릇들, 그리고 간판 그림들…… 죄다 집안에서…… 뛰쳐나왔네!
꺄아아악……! 이게 다 뭐야?!
부! 불이다! 저 괴물에 불이 붙었어!
우릴…… 향해 오고 있는데.
야, 리 씨,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술잔의 전설이 다 사실이었네…… 여긴 사람이 많으니, 먼저 나갑시다!
리에게 어떻게 연락하냐고요?
……편지에는 우리가 합류한 후, 취강봉 정상에 가서 그를 찾으라고 했어. 만약 그가 없으면 해가 질 때까지 기다리래.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도 서두를까요? 술잔이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가면 안 되니까.
은인님, 전에 그 묵량과 비슷하게 생긴 괴물들은 어떡하면 좋죠?
아마 그 술잔 때문일 거야…… 일단 미스터 리부터 만나러 가자.
윽!
크오오……
은인님, 저것들이, 더 많아진 게 아닌가요?
……? 이건 무슨 짐승이죠? 요 며칠 자주 보이던데.
우리 포위됐어……
크오오!
읍, 사납기도 해라.
……어쩔 수 없습니다! 은인님! 먼저 신 사공과 함께 가세요. 제가 녀석들을 상대할게요!
……너 괜찮겠어?
묵량과 대개 비슷한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상대할 수 있습니다.
신 사공~! 이쪽이야~!
……
무슨 일이세요? 안절부절못하시는 모양이군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양대인께선 누굴 걱정할 때 늘 이맛살을 찌푸리거든요.
제가요?
네, 어떤 사람이길래 양대인을 이렇게 마음 쓰이게 하나요?
……제 그 친구가 걱정돼서 그럽니다.
그 친구가 왜요?
그가 어떤 사건에 말려들었죠.
대인께서 그분을 끌어들였나요?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지금 후회하고 계신가요?
……그래도 저는 이게 최상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확실치가 않을 뿐이죠……
당신은 아주 총명하십니다, 양대인.
그렇지 않습니다.
바보 같은 방법을 선택했을 뿐입니다.
……염국 야수들은 다 이런 느낌인가?
……
……
……크오오?
……응? 라이트? 아, 긴장하지 마…… 음, 너희들만 같이 있어 주면 돼.
다만……
……!?
드릴! 바로 그렇게 저 녀석을 붙잡고 있어!
처음 보는 염국 야수들인데…… 생각지도 못한 함정으로 쓸 수 있을지도 몰라!
아이고! 이게 웬일이냐! 내가 요즘 귀신이라도 씌었나? 왜 종일 이 괴상한 생물들과 싸워야 하지?!
……우오오오?!
크오오오!
……자세히 보니 이것들……
크우우……
(아차……)
…… 큰일 날 뻔했네.
선생님, 다친 데는 없으십니까?
당신은, 그날의……
닥쳐.
……!
태합 아저씨, 너무 차갑게 대하지 마시고……
……!
……이 물체들의 내력을 아십니까?
저 술잔이 지나가는 곳엔 곳곳에 치창이라는 물체가 나타나죠. 오히려 사세대의 추측이 옳았다는 증거입니다.
그 말인즉……
공자님, 신중해야 합니다.
……태합 아저씨의 훈계가 일리 있습니다.
크오오……오!
(이 괴물들이, 아니, 치창들이…… 설마 이 두 사람을 무서워하는 건가? 아니야, 이 소년을 무서워하는 것 같은데……?)
……하아.
이 치창들을 보십시오. 이런 일이 몇 번 발생했었나요?
10년 전에 한 번, 25년 전에 한 번, 그리고 육십갑자 전에도 여러 번 발생했었습니다.
가끔 오리지늄 아츠를 사용하는 악당들이 소란을 피우긴 했어도, 상황이 지금보다 좋진 않았죠.
그러나, 쉐이는 결국 쉐이고, 짐승은 결국 짐승일 뿐. 당신들이 진정 이 세상을 해칠 생각이라면, 얼마나 큰 재해를 불러올지 알고는 있나요?
……크오오?
사세대는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 원치 않습니다.
이제 천 년 동안 꼬이다 못해 엉망진창이 된 이 일을 결판지을 때가 된 거죠.
……
……잔재일 뿐입니다.
저것들이…… 일반 기물로 다시 변했네요……
우요우 선생님.
……네.
크루스 씨에게 저희의 제안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전해주시겠습니까?
거래가 성사되지 않더라도 의리는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다못해 크루스 씨만의 생각이 있더라도요. 제 쪽에도 마침 신분과 상관없이 로도스 아일랜드에 의뢰하고 싶은 일이 있으니까요.
전하는 건 문제는 없습니다만, 그때 왜 은인님께 직접 말하지 않으셨어요?
……하하, 그때는……
좀 긴장해서 말을 다 못했습니다.
공자님.
그럼…… 저희도 이만 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실례하겠습니다.
……긴장?
부감찰어사를 데리고 다니는 도련님도 긴장이라는 걸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