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장진주

IW-5물건과 사람

사이드 스토리작전 전2022-07-29

정 사장은 한발 앞서 블랙나이트라는 도둑을 막아섰지만, 지게꾼 상총이 끼어드는 바람에 결국 술잔을 빼앗긴다. 크루스 일행도 뱃사공을 찾아 리와 합류하려고 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블랙나이트, 좌락, 크루스, 크루스 더 킨 글린트


산바람은 늘 상쾌하다.

상쾌한 아침에는 불명확한 일들을 해결하기에 딱 좋다.

산골 마을 인가에는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올랐고, 봄 눈은 아직 녹지 않았다. 늙은이와 젊은이는 아무 말도 없이 서로 바라보았다.

멀리서 징 소리가 들려온다.

정 사장

자넬 오래 기다렸네.

블랙나이트

……쯧쯧, 이 녀석…… 라이트, 멋대로 움직이면 안 돼.

정 사장

자넬 본 적이 있네, 음, 자네였군.

정 사장

정말 의외군. 림 빌리턴 사람에, 처음부터 몰래 상촉에 숨어 있었다니.

블랙나이트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정 사장

……흥.

블랙나이트

라이트!

블랙나이트

뭐야……?

정 사장

올가미?

정 사장

슬럼버풋을 이렇게 잘 훈련한 걸 보면 자네도 대단하군. 보통 사람이었다면 지금쯤 땅에 거꾸로 처박혔을 텐데 말이지.

블랙나이트

(뒤에 있는 함정도 바로 발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올가미를 안정적으로 밟을 수 있다니…… 이 영감탱이……)

정 사장

걱정 말게, 자네 같은 젊은 아가씨를 곤란하게 하는 일은 없을 테니.

정 사장

자네 품에 있는 그 술잔이 어떤 물건인지 아는가?

블랙나이트

……관심도 신경도 안 써. 질문이 너무 많은 바운티 헌터들은 다 초보던데.

정 사장

그렇다면, 자신을 원망해야겠네.

블랙나이트

너무 나대지 마! 헬멧, 드릴!

정 사장

뭔지 모르겠으면 얌전히 내놓게, 괜히 이용당하지나 말고.

블랙나이트

너, 감히 헬멧한테……! 이건 네가 자초한 거다!

정 사장

……화살촉이 없네.

블랙나이트

(소, 손으로 잡았다고? 이 거리에서?! 활시위를 바꾼 지도 얼마 안 됐는데……!)

정 사장

좋아.

정 사장

자네가 사람의 목숨을 노리지 않은 점을 생각해 기회를 한 번 주지.

정 사장

이 술잔을 내게 넘기고 자네 뒤에 있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전하게. 행동거지 조심하고, 제멋대로 하지 말라고.

블랙나이트

흥, 내 뒤에 누가 있는지 알아?

정 사장

알고 모르고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내가 이 길에서 자넬 막을 수 있다는 거야.

블랙나이트

……내가 왜 네 말을 들어야 하는데?

정 사장

자넨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까.

정 사장

여기서 도망갈 수 있을진 몰라도, 본인이 기르던 이 짐승들이 봉변당하는 꼴은 차마 볼 수 없을 거네.

블랙나이트

협박하는 거야?

정 사장

자넨 솜씨가 좋은 것 같지만, 석궁을 다루는 것 외엔 별다른 재주도 없잖아.

정 사장

좋은 말로 할 때 듣는 게 좋을 거네. 강호에서 살아남으려면 눈썰미도 있어야 하는 걸세.

블랙나이트

……확실히. 당신 같은 실력자가 방해할 거라고 그 사람도 말하지 않았어.

정 사장

누군가에게 위험한 일을 부탁한다면, 나도 다 털어놓진 않을 것 같네.

정 사장

외부인이 단지 일 때문에 굳이 목숨까지 걸 필요는 있는가?

정 사장

술잔을 내게 넘겨주면 내가 표국의 명의로 약조하지. 그자가 자네한테 주기로 한 금액의 배로 주겠네.

블랙나이트

……핫, 애초에 밑지는 장사였어, 의무로 한 것뿐이니까.

블랙나이트

친구를 돕는다고 생각해도 좋아.

정 사장

친구라고 했는가.

정 사장

자네 같은 황무지 도적도 친구를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구먼.

블랙나이트

우리가 못마땅한가 봐.

정 사장

……그런 거 아니네.

정 사장

장사를 오래 하다 보면 귀인에게 굽신거리는 일이 많아지면서 친구도 적어지기 마련이네.

블랙나이트

그럼 얌전히 장사나 하지.

정 사장

그러게 말이야. 산 위에서 하는 장사가 가장 수월하니까.

정 사장

이 삼산십칠봉엔 수백 갈래의 산길이 있는데, 가는 길마다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는 찻집과 객잔이 있지. 그리고 모든 길에…… 다 우리 사람들이 있고.

정 사장

그러니 아가씨도 자기 분수를 알아줬으면 좋겠네.

블랙나이트

나를 너무 얕잡아 보는구나.

블랙나이트

정면 승부는 내 스타일이 아니긴 하다만, 이 정도까지 도발을 당했으니 가만있을 수 없지…… 얘들아, 안 그래?

블랙나이트

(림 빌리턴어) 이 영감탱이한테 된맛을 보여줘야겠네! 우리가 그동안 굴러먹으면서 밥만 축낸 건 아니란 걸 보여주자고!

정 사장

하아……

정 사장

고집도 참.

정 사장

그렇다면, 날 원망하지……

설령 제삼자가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해도 그가 어떻게 한걸음에 다가왔는지는 똑똑히 보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걷기에 능하고 산 오르기에 능하기 때문이다. 그가 매일 쌓아온 걸음은 너무나도 많았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는 푸른 벽돌이 부서졌고, 자욱한 연기가 눈앞에 피어올랐다. 그리고 옆에는 푸르스름하고 평범한 대나무 멜대가 보였다.

멀리서 징 소리가 또 한 번 들려온다.

정 사장

……

블랙나이트

……뭐, 뭐야…… 이 사람은 어디서……, 라이트, 무서워하지 마. 드릴! 내 곁으로 와……!

정 사장

……자네였군.

지게꾼

드이어 산에 올라왔구나.

지게꾼

그래서 당신을 찾으러 왔네.

정 사장

……하아.

정 사장

올 것은 결국 오는구나, 피할래야 피할 수 없지. 자넨 왜 또 이리도 서두르는가?

지게꾼

야, 꼬마 아가씨.

블랙나이트

……나?

블랙나이트

(저 움직임…… 저 막대기는 멜대라 했던가? 방금 뭘 했길래…… 바닥에 깔린 벽돌마저 산산이 부서졌지?)

지게꾼

저 녀석을 아는가?

지게꾼

그렇다면 둘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가?

정 사장

우리 사이에 있는 건 자네뿐이네.

지게꾼

그런가, 그럼 나야말로 당신에게 귀찮은 일이겠네.

정 사장

일이 끝나면 자넬 찾아가지. 그런데 지금은 아닐세.

지게꾼

……꼬마 아가씨, 네가 손에 꼭 쥐고 있는 그 물건이랑 관계있나?

블랙나이트

……아…… 그렇지……

정 사장

자네와의 개인적인 원한을 이 일과 엮지 말게!

지게꾼

뭐 얼마나 대단한 일이라고 그래!

정 사장

백성들의 안위, 병사들의 존망에 관계되는 일일세!

지게꾼

……그 비 오던 날 밤 이후, 당신의 이런 말투는 참 오랜만이군.

지게꾼

그래, 당신이 악인일 리가 없지. 의협심이 많은 검객이고, 본분에 맞게 행동하는 객잔 사장이니까.

정 사장

그럼 자넨 비키게……

지게꾼

……당신은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나를 찾아오지 않는다는 걸 나도 알고 있지.

지게꾼

당신은 날 찾아오지도 않고, 내가 찾아가도 당신을 만날 수 없고. 그래서 난 산에서 내려간 적이 없어.

지게꾼

그렇다면……

블랙나이트

……아! 당신……!

지게꾼

……

블랙나이트

돌려줘!

지게꾼

……

지게꾼

……

지게꾼

……10년 만이네.

지게꾼

10년 전, 당신은 바로 이 술잔을 지키기 위해…… 내 아들을 비명에 죽게 했지?

정 사장

……상총!

지게꾼

꼬마 아가씨, 이 일은 너랑 상관없어.

블랙나이트

방심한 틈에 내 물건을 빼앗아 갔는데, 나랑 상관없다고!?

지게꾼

이 물건, 애초에 네 것도 아니지 않나?

정 사장

상총, 자네 미쳤는가!

지게꾼

당신과는 상관없는데.

정 사장

상총!

지게꾼

꺼져!

블랙나이트

……칫!

블랙나이트

당신들 잘 기억해 둬…… 내가 반드시 술잔을 되찾는다!

지게꾼

……정청월, 당신 칼은?

정 사장

집에 뒀네.

지게꾼

허, 집이라.

지게꾼

그 비 오던 날 밤, 표국의 화물을 호송하는 도중에 열 몇 명이나 죽었지. 그중엔 아들 한 명과 아버지 한 명이 있었는데……

지게꾼

아들은 상 씨, 내 아들이었고 아버진 두 씨, 바로 두요야의 친부였지.

지게꾼

그래서 당신이 지금은 칼을 안 갖고 다닌다고?

지게꾼

참 어처구니없는 소리군.

정 사장

……자네, 아직도 날 원망하나?

지게꾼

당신을 원망하지 않아. 당신이 고의가 아니란 것도 알고. 책임은 당신한테 있겠지만, 잘못은 당신이 한 게 아니니까.

지게꾼

그런데 '물건이 우선, 사람은 그다음'이라고? 흥.

지게꾼

물건도 잃고 사람도 잃었는데, 원망 몇 마디 해도 안 되는가?

지게꾼

반드시 해명이라도 받아내야겠어. 그렇지 않으면 내가 도저히 견딜 수 없으니까.

정 사장

……내가 약조할 테니, 술잔은 내게 주게. 자네도 알지 않는가? 이 술잔에 관련된……

지게꾼

난 몰라. 아들이 이 술잔 때문에 죽었으니, 오늘 난 이 술잔을 아들 무덤에 묻어줘야겠어.

지게꾼

산 위에서 기다릴 테니, 가서 칼이나 가져와.


크루스

……신 사공!

뱃사공

어? 당신들이 여긴 왜? 지금 막 양대인네 저택으로 가려던 참인데.

뱃사공

리는?

크루스

그 술잔을 도둑맞아서 리가 우리 보고 널 찾아가랬어~

크루스

리가 당부한 말은 없어?

뱃사공

……리가 날 찾아오라 했다고? 양대인을 먼저 찾아가라 한 게 아니고?

뱃사공

당신들은 양대인 저택에서 오지 않았습니까?

크루스

그러니까…… 응.

뱃사공

……음, 양대인을 만나라고 하지 않을 걸 보니, 리는 어찌 된 영문인지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인데……

뱃사공

무섭네, 무섭군. 정말 무서운 사람이군요.


좌락

태합 아저씨, 돌아오셨습니까?

좌락

어떻게 됐습니까?

태합

신분에 걸맞게 예의 발랐습니다, 소문대로.

좌락

예의 바르다는 것은 아직 여지가 있다는 뜻이지요.

좌락

그 여자가 어떻게 행동하든, 어떤 속셈이든 태부님의 친서가 있으니 속일 순 없을 거예요.

태합

그녀는 영리한 인물입니다.

태합

제가 관리의 신분으로 찾아간 이상 이미 눈치를 챘겠지요.

좌락

……알겠습니다.

태합

이미 양쪽 모두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기고 있으니,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군요.

태합

더 많은 구설을 일으키기 전에 일을 매듭짓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좌락

모든 사람에게 우리의 선택이 진정 염국의 후환을 깨끗이 없애기 위한 거란 걸 믿게 하려면, 우린 당연히 그 네 글자대로 해야 하죠……

좌락

…… '공명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