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7'그녀'
모두가 어비스에 들어간 순간, 프리스티스는 박사, 켈시, 그리고 아미야를 갑판으로 소환하고, 남은 이들은 PRTS의 공격에 맞서게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켈시, 블레이즈, 아미야, 아스카론, 라이디언, 터치, 미저리, 로즈몬티스, 로고스, 스톰아이, Mon3tr, 만트라, 샤프, 피스, 메커니스트
나는 우리 사이의 연결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거라고 믿어.
바닷물이 끓고 대기가 사라진다 해도, 우리의 위성이 죄다 중력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해도, 우리의 태양이 사납게 팽창해 자신의 아이를 무자비하게 집어삼켜 만물을 고요하게 만든다 해도……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거야. 어둠과 별빛으로 장식된 그 문명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될 거야. 반드시.
그날까지 기다릴게. 난 반드시 그날을 기다릴 수 있어…… 기다려줘. 당신도 나를 기다려줘.
……날 잊으면 안 돼.
시간이 됐나……?
아직 살아있네. 이건 착각일 리 없어.
여긴 익숙한 로도스 아일랜드, 기본적인 작동이 되는 걸 보니, '그'가 아직 오지 않은 건 확실하고.
그녀는 아직 잠들어 있나? 오리지늄의 상태는……
그리고 이 행성의 변화도……
아직 여기 있었구나, AMa-10.
잘됐네…… 나랑 산책 좀 하자.
하얀색 겉옷을 입은 흑발의 여성이 조금 떨어진 갑판 위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들이 온 걸 알게 된 그녀는 당신을 뒤돌아보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당신은 이 얼굴을 본 적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꿈속의 꿈에서든, 깊이 잠든 기억의 가장 구석진 곳에서든.
하지만 지금은 절대 꿈이 아니다.
그녀가 눈앞에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게 느껴졌고, 당신의 모든 감각이 그녀의 존재를 또렷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 프리스티스……
박사님, 이 사람이 바로…… 프리스티스인가요?
켈시 선생님이 늘 경계하던 적……
다가올 위험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미야는 습관적으로 당신 앞을 막아서며 전투에 대비했다.
당신은 지금 이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건 지금까지 맞섰던 그 어떤 강적이나 위기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이었다.
비록 눈앞의 여성에게 적의는 없어 보였지만, 당신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건 가늠할 수조차 없는 위험이라는 것을.
그녀가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nickname}, 나보다 빨랐네.
당신은 각성실에서 나를 기다리지도 않았고, 이 새로운 세계를 처음 마주하는 기쁨도 나와 함께 나누지 않았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당신의 조급함을 탓할 수 있을까?
당신도 그녀의 순수하고 진실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멀리서 바람 소리와 천둥소리가 들려왔고, 오리지늄이 퍼져가는 바스락거림도 희미하게 들려왔다.
이 혼란스럽고 소란스러운 공간에서, 그녀는 오직 당신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그 어떤 다른 것도 담겨 있지 않았다.
이러한 재회는 우리가 예상했던 모습과는 많이 다르지만, 난 이런 뜻밖의 경험도 나쁘지 않아.
우리는 수도 없이 함께 상상했지. 시간의 너머에서 깨어난 우리가 처음 마주할 그 순간 말이야.
오리지늄이 이 행성을 전부 뒤덮었고, 우리는 그 위를 자유롭게 거닐 수 있어. 이건 오직 우리만의 세계야.
이 세계는 우리가 함께 꿈꿔온 궁극적인 이상에 단 한 걸음만을 남겨두고 있고,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향해 나아가고 있어……
그리고, 그날은 분명 화창한 날일 거야.
박사님, 저기 구름을 보세요……
하늘의 이상 현상을 발견한 아미야가 경고했다.
그러나 당신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상상도, 심지어 이해할 수조차도 없었다.
프리스티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하늘에 있던 두꺼운 재앙 구름은 기괴하면서도 규칙적인 형태로 수축하고 접히더니, 캔버스 같은 하늘만을 남기고 완전히 사라졌다.
재앙, 이 대지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라 일컬어지는 재앙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당신은 끔찍한 사실을 깨달았다.
- 너, 오리지늄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어……?
{@nickname}, 그런 질문은 낯설게 느껴지네.
이건 우리가 함께 창조한 거잖아. 우리 둘만의 결정이자, 희망의 씨앗이지.
하지만 아쉽게도…… 당신은 기억을 못 하네, 그렇지?
- 오리지늄을…… 우리가 만들었다고?
- 기억이 안 나……
알아, 안타까운 사고로 당신은 일부 기억을 잃었지.
안타깝긴 하지만, 일부 기억이 사라져도 당신의 본성은 바뀌지 않을 거라고 나는 믿어. 우리 사이의 연결은 흔들리지 않아.
당신을 모질게 대하고 싶지 않지만,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 시간은 촉박하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직 많으니까.
그래도 우리는 늘 함께 일하는 시간을 즐길 수 있었잖아, 그렇지?
내 곁으로 돌아와, {@nickname} 박사……
테라를 오리지늄 결정으로 바꾸어.
미래로 이어지는 계단으로 만들어.
부드러운 부름 소리가 귓가에 울렸고, 이루 말할 수 없는 다정함을 느껴졌다.
확실한 것은, 당신은 기억 속에서 그녀와 관련된 그 어떤 단편도 찾을 수 없었지만, 그녀와의 연결은 왠지 기억이나 언어에 담긴 정보를 훨씬 뛰어넘은 듯했다.
그건 본능에 가까운 반응이었다.
당신은 자신도 모르게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
{@nickname} 박사!
켈시가 뒤에서 당신의 팔을 꽉 붙잡았다. 그런 켈시의 손은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당신은 아까부터 켈시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챘다. 석관을 떠날 때부터 그녀는 이미 극도로 쇠약해진 상태였고, 지금은 서 있는 것조차 버거울 것이다.
당신은 혼란스러웠다.
당신은 켈시가 평소처럼 방향을 제시해 주거나 간단명료한 답을 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엄청난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는 듯, 표정에는 고통과 고뇌가 서려 있었다.
긴 순간이 흐른 뒤, 그녀는 손을 놓았다.
그녀는 당신에게 선택을 맡겼다.
- 아니……
- 아니.
- ……아니.
- 오리지늄이 테라를 파괴하도록 둘 순 없어.
……
당신은 그녀의 눈에 드리워진 어둠을 보았다. 그건 분명 실망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당신의 심장은 세게 조여들었다.
너구나…… AMa-10. 너도 오랜만이야.
비록 지금 모습은 태어났을 때랑 많이 다르지만, 내 감정을 쏟아 만든 피조물을 내가 어찌 못 알아보겠어?
……
이 4백만여 일이라는 세월 동안, 네가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 같은데, 너의 행동 원칙은 처음 태어날 때 설정된 목표와는 어긋나 있구나.
대체 무엇 때문에 너의 생각이 바뀐 건지 알고 싶네.
너의 비열한 속임수와는 달리……
……내 목표는, 단 한 번도 변한 적 없어.
그렇구나…… 네가 그 사람의 명령을 흔들리지 않는 목표로 삼은 거였네.
그래서 네가 오리지늄 계획을 방해했고, 원래도 얼마 없는 시간을 낭비한 거였구나.
그렇다면 {@nickname}, 어떻게 해야 당신은 알 수 있을까……
내가 얼마나 실망했는지.
내가 당신의 배신을 또 어떻게 용서해야 할까?
- 배신?
- 켈시, 이게 무슨 말이야……
……
알았어, AMa-10.
너는 내가 설정한 언어의 금지령을 깨버린 거네, 그렇지?
그 정도의 대비책으로는 네 행동을 완전히 제어할 순 없었던 건가, 넌 항상 방법이 있었구나……
그렇다면, 왜 말하지 않은 거지?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말하고 싶었지만 {@nickname}에게 말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을?
프리스티스……
*미지의 언어 욕설*.
그 균열 속에 들어온 순간, 정예 오퍼레이터들과 아스카론은 잠시 멍해졌다.
여기가 어비스라고?!
라이디언, 우리 아직 로도스 아일랜드 본함에 있는 거 맞아?
이 공간의 밖에 있는 전자기 신호를 감지할 수 없어. 흠, 판단이 힘드네.
모두 잠시 말을 잃고, 무의식적으로 지휘관의 다음 지휘만을 기다렸다.
……
박사는 어딨지?
닥터 켈시랑 아미야도 보이지 않아.
균열에 들어온 순간, 그 둘과 박사의 위치는 이미 파악할 수 없었어.
거대한 하얀색 공간 안에는 변함없는 백색 소음으로 가득 차 있었고, 중앙에서는 기계의 작동 소리가 들렸다.
이곳이 정말 어비스라면, 우리의 물리적 공간에 대한 감각을 왜곡시킨 게 분명해.
만트라의 목소리가 모두의 머릿속에 울려 퍼진 순간, 다들 이 점을 알아차렸다.
벽을 구성하는 물질이 뭔지 식별할 수 없어.
뒤를 돌아본 순간, 들어왔던 균열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지금 당장은 이 기괴한 벽을 뚫을 방법이 없어. 박사 일행의 행방도 확인할 수 없고.
아미야와 닥터 켈시가 있는 한, 박사를 안전하게 지켜줄 거라 믿어.
임기응변하면 됩니다.
새로운 명령이 없으면, 기존 임무를 계속 수행하죠.
그럼 지체하지 않도록 하지.
메커니스트, 나랑 샤프가 엄호할 테니까 저 정체불명의 기계에 접근해 봐. PRTS 코어와 관련이 있는지부터 확인해 봐야 해.
우리가 언제든지 지원……
아니다, 여긴 고위험 요소가 없는 것 같아.
매우 이상해.
닥터 켈시와 박사의 추측에 따르면, 우리가 만난 오리지늄 결정체는 다 이 어비스에서 온 건데……
여긴 어떤 방어 조치도 되어있지 않은 것 같아.
고통이…… 들려.
작은 고양이?
로즈몬티스, 몸에 다른 이상이 느껴지나요?
아니, 내가 아니라……
투명한 바닥 아래, 거대한 검은 소용돌이의 회전이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다.
소용돌이 바로 위에 있는 정체불명의 기기에도 붉은빛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대량의 방해 신호가 감지됐어.
저 기기에서 엄청난 양의 데이터 전송이 이루어지고 있나 봐……
설마 저 밑에 있는 검은 소용돌이가…… 시각화된 데이터인가?
……?!
PRTS 방어 시스템 가동.
위협 요소 식별 중…… 신원 확인 완료.
위협 요소 데이터 파일 불러와 맞춤형 전술을 생성 중입니다……
연산 완료.
이건 PRTS의 마지막 경고입니다.
침입자, 어비스를 떠나십시오.
카운트 다운이 시작됩니다……
쳇, 우리가 침입자가 된 거야?
그런데 우리에게 어떻게 철수하라는 선택지는 안 줬잖아.
어떡하지, 아스카론?
로도스 아일랜드의 쓰레기를 치워버려야지.
맞는 말이야, 마음에 드네.
이것들이 어디서 기어 나왔든, 이 로도스 아일랜드인의 주인이 누군지 반드시 알려주겠어.
카운트 다운 종료.
제거 프로토콜을 가동합니다……
- 켈시?
- 이게 전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nickname} 박사, 네가 체르노보그에서 깨어난 이후로 나는 과거의 모든 진실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했어.
내게 부여된 금지령은 그저 부분적인 이유에 지나지 않아.
더 큰 이유는…… 내가 말했듯이, 넌 절대 타인의 입을 통해 네 과거에 대한 것을 알게 되면 안 돼.
언어는 객관적인 사실을 복원할 수 없고, 감정은 전달을 왜곡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네가 직접 보고, 직접 판단하며, 직접 이 대지를 다시 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래야만 너 스스로 이 대지에 대한, 그리고 자신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
나는 아직도 믿고 있어…… 그렇게 해야 의미가 있는 거라고.
마치 예전에 누군가가 나에게 해줬던 것처럼 말이야.
- 나는 이미 내 대답을 찾았어.
- 나는 {@nickname} 박사다.
- 나는 로도스 아일랜드의 박사다.
- 나는 이 대지의 생명이야.
……
하지만 지금이 어쩌면 이런 정보들을 알려줄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
그리고 바로 지금, 네가 로도스 아일랜드와 이 모든 일을 겪은 뒤가 되어서야 네게 말해줘도 될 거라는 확신이 생겼어.
이건 단지 너의 과거일 뿐, 너의 미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어. 부디 믿어줬으면 해.
……
켈시는 당신 앞으로 걸어와, 당신과 아미야를 마주 보았다.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nickname} 박사, 너는 아마 알고 있을 거야. 테라에 생기와 위협을 동시에 가져다준 이 오리지늄이 사실 전 시대의 유산이라는 것을.
그건 그때의 문명이 궁극적인 위협에 맞서기 위해 시도했던 수많은 방법 중 하나였지.
수많은 이들의 노력과 희생 끝에, 오리지늄은 예언가와 프리스티스의 손에서 마침내 완성됐어.
'예언가', 이건 너의 코드네임이었고.
- 나랑 프리스티스가…… 오리지늄을 창조했다고?
- ……내가 이 대지에 고통을 가져온 거야?
……믿어줘. 그건 네 의도가 아니었어.
오리지늄은 이 대지에 두 가지 미래를 제시했어…… 예언가는 오리지늄이 다음 문명을 위한 선물이자, 그들의 앞길을 인도하는 표식이길 바랐지.
오리지늄이 그들을 문명의 다음 단계로 이끌어주길 바랐던 거야.
지난 만 년의 시간 동안, 오리지늄이 테라 문명의 발전에 큰 도움을 주었지만, 그에 수반된 광석병의 고통은 완전 예상 밖이었어.
과거의 너도 그걸로 인해 고통스러워했어.
저는 아직도 기억나요…… 그때의 박사님은……
어떤 순간이 와도, 절대 광석병 치료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누군가가, 너에게 또 다른 미래를 인정하라고 강요했어. 그래서…… 너도 본심과 다른 선택을 하게 됐지.
……
과거 누군가 내게 자신의 본성을 믿고, 기억이 만들어낸 모습을 넘어서서 자신의 본래 모습을 찾으라고 했어. 나한테는 그게 너무나도 힘든 길이었지.
하지만 난 기뻤어…… 그건 옳은 선택이었으니까.
{@nickname} 박사, 이게 내가 너에게 말해주고 싶었던 전부야. 이 모든 건 너의 과거일 뿐이야. 너의 미래는 언제나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
- 나는 내 약속을 어기지 않을 거야.
- 나는 내 사명을 포기하지 않을 거야.
……그렇다면 나도 내 맹세를 지킬게.
{@nickname} 박사, 내가 너와 아미야를 끝까지 지킬게.
지금이 최고의 타이밍은 아니지만, 이건 내 마지막 기회야.
미안해, 이런 위험을 너와 아미야에게 떠넘겨서…… 하지만 나는 선택해야만 해.
- 무슨 위험?
- 무슨 선택?
……
당신은 켈시의 입 모양을, 그녀의 마지막 당부를 보았다.
할 말은 다 끝났니?
과거에 대한 너의 인지에 나는 몹시 놀랍고, 너의 말에 전부 동의하지도 않아……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
AMa-10, 지금의 네가 뭘 할 수 있지?
……Mon3tr!
(흥분한 듯) 크르르르르……
파괴해.
프리스티스, 전 문명에서 온, 오리지늄을 창조한, 오리지늄으로 모든 것을 동화시키려는 사람.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테라 모든 생명체의 적이다.
그게 네 선택이구나……
나는 켈시, 로도스 아일랜드의 의사이자, 아미야와 박사의 동료다.
그리고 넌, 나에게 일말의 가치조차 없는 존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