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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 우주에 들어선 테레시스는 프리스티스를 마주하고, 그녀로부터 일부 오리지늄 권한을 빼앗는다. 프리스티스는 테레시스와 테레시아에게 큰 타격을 입고 다시 휴면 상태에 들어간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깨어난다.
융합 우주'그녀'가 깨어난 순간
테레시스는 정보의 바다에 빠졌다. 방대한 정보가 끊임없이 그의 사고를 동기화시키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사고가 점점 느려지는 게 느껴졌지만, 그럼에도 테레시아의 인도를 따라가려고 애썼다……
그의 장검을 따라, 테레시아가 재구성한 정보의 흐름과 기존 정보의 흐름이 서로 부딪히기 시작했다.
두 개의 거대하고 복잡한 정보의 흐름이 순식간에 충돌했다.
해수면이 요동치기 시작하더니, 날카로운 검에 베인 듯 정보의 바다는 갈라졌다.
칠흑 같은 심연이 융합 우주에 나타났고, 정보의 바다 전체가 세차게 휘저어졌다.
파도와 파도가 부딪쳤고, 물결이 물결을 덮쳤다.
사고는 점점 무뎌져 가고 있었지만, 테레시스는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의지도 빠르게 약해지고 있는 것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네 계획이 통했어, 테레시아.
'암나남'에 대한 그들의 통제를 끊고, 권한을 손에 넣으면……
그런데 눈 깜짝할 사이에 그 모든 광란의 광경이 완전히 멈춰버렸다.
그녀가 눈을 떴고, 그녀가 이 연약한 생명체를 보았기 때문이다.
(미지의 언어) 연결이…… 불안정하네.
(미지의 언어) 너구나?
(미지의 언어) 너희의 행동은 정말 의외였어.
(미지의 언어) ……'테레시아', '테레시스'.
테레시스는 눈앞의 공간을 전혀 인지할 수 없었다. 아마 죽기 직전에 나타난 또 다른 환각인 줄 알았을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언어가 들릴 때까지는.
음, 어쩌면 이게 그 사람이 바라던 결과일지도?
너희의 의도는 너희의 언어처럼 쉽게 간파되는구나.
테라의 진화 과정은 정말 놀라웠지만…… 아쉽네.
우리가 실패했다고 생각하는군.
그렇다면 왜 모습을 감추고 숨어있는 거지?
테레시스는 생각에 잠긴 듯, 가볍게 장검을 휘둘러 이 혼란스러운 정보의 흐름이 순백의 공간을 가로지르도록 이끌었다……
흥, 환영뿐인 주제에.
……너희는 확실히 내 프로젝트 안에서 무단으로 백도어를 설치하고, 내 권한 일부를 차단했어.
데이터가 말해줬어, 내가 지금 오리지늄 하나를 잃고 있다고 하네. 내 유지 작업이 효과가 별로 없었나 봐.
칭찬해 줘야겠어. 무모한 행동이 효과가 있었으니.
눈앞의 이 실패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테레시스에게 어떠한 실질적인 압박감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테레시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네 오만한 태도를 보니 떠오르는 사람이 있군.
그자는 확실히 나를 속였지. 지난 시대에서 온 악령이 하나뿐이 아니었군.
{@nickname} 박사…… 이미 만났나 보네.
그럼 나도 내 소개를 할게.
나는 프리스티스, 언어학자이자 {@nickname} 박사의 동료야.
테레시스는 프리스티스가 누구인지 관심 없었다.
그에게 있어, 프리스티스든 악령이든 별 차이가 없었으니까.
그는 검을 힘껏 쥐었다. 그는 지금 이 교착 상태를 타개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
너는 전혀 알지 못하는 현실에 맞서 싸우기 바쁘구나, 테레시스.
예전에 {@nickname} 박사랑 카즈델 국경에서 계략을 짤 때는 훨씬 차분해 보였는데.
감시하고 있었나……
감시? 아니.
나는 이미 신생 문명의 진화 과정을 지켜볼 힘과 열정 따윈 잃은 지 오래야.
방금 오리지늄에 새로 기록된 데이터를 보는 김에 흥미로운 정보를 발견해 확인한 것뿐이야.
테레시스, 오리지늄의 확산을 추구하는 건 나랑 {@nickname} 박사의 공통된 견해였어.
지금 테라의 상태는 내 예상을 약간 벗어났지만, 정해진 궤도를 이탈하진 않았어.
너희가 이 오리지늄을 뺏으려 한 건 확실히 뜻밖이지만, 너희가 아무리 몸부림쳐도 오리지늄은 자신의 사명을 다할 거야.
그렇게 믿어도 상관없다, 오리지늄의 창조주.
넌 오리지늄이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겠지만, 테레시아는 여기로 통하는 길을 열고 이곳에서 수많은 영혼을 해방했다.
반항자는 테레시아가 처음이 아니겠지, 물론 내가 마지막이지도 않을 거다. 언제나 누군가가 네 앞에 서 있을 거다……
아무도 더 이상 살카즈의 운명을 가지고 놀지 못할 때까지.
'운명'…… 너는 아직도 오리지늄이 너희 문명과 대립하는 쪽에 서 있다고 생각해?
네가 정말로 너희 종족의 역사를 안다면, 너희가 왜 우리와 비슷한 모습으로 진화했는지…… 의문을 품어본 적은 있어?
……
안타깝네, 너는 네가 맞서 싸우고 있는 것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테레시스는 주변을 살폈다. 그는 자신이 아직 오리지늄 안에 있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이곳을 이루는 본질은 테레시아가 만든 고탑과 다르지 않은, 재구성된 정보였다.
테레시아는 이미 그에게 열쇠를 남겼다. 그는 이 기괴한 상황을 끝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
너도 눈치챘나 보네.
……너는 실체가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그 바닷속에 있고.
오리지늄 언어에서 허와 실은 완전히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야.
이 언어를 처음 만들었을 때, 나는 이게 우리가 가진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도 풀 수 없었던 궁극적인 문제……
'그'를…… 해석해 주길 바랐어.
{@nickname}도 이 대지의 모든 종에 기대를 품었지…… 오리지늄으로 그들이 진화하고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그들에게 '그'를 마주하고, 나아가 '그'를 넘어설 기회까지 줬어.
하지만 안타까운 현실은, 그들이 결국 절망을 겪었다는 거지.
'티카즈', 너희는 원래 계획에 없었지만, 뜻밖에도 오리지늄에 가장 심각하게 오염된 종이 되었어.
네가 이곳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너희의 용기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어.
'뜻밖'? 이게 우리 운명에 대한 네 결론인가?
너희는 확실히 닮았군, 프리스티스.
너희는 우리가 농락당한 운명을 희망의 선물이라 부르고, 우리가 만 년 동안 받은 고통을 당연한 희생이라고 여기겠지.
……하지만 적어도, {@nickname} 박사는 너보다 솔직하다.
테레시스의 장검이 환영을 갈랐다. 하지만 그 너머의 공간에는……
……변화가 없다?
테레시스는 눈을 감고, 손에 든 검을 들어 올렸다.
너의 폭력은 아무 의미도 없어.
만약 네가 정말 비참했던 우리 종족이 자신의 운명을 붙잡을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면, 너는 진작에 나를 지워버려야 했다.
기나긴 꿈에서 막 깨어난 유령, 넌 아직 허약해, 그렇지?
그는 망설임 없이 검을 휘둘렀다.
검광이 눈앞의 존재를 관통해 소리 없이 저 멀리 새하얀 벽 안으로 사라졌다.
내가 말했지, 아무 의미 없다고.
다시 한번 검을 휘둘렀다.
내겐 늘 의문이 있었다. 창조주라 자처하는 너희들은 대체 우리와 뭐가 다르지?
테레시스에게 더 이상 망설임은 없었다. 이윽고 새하얀 벽에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네가 모든 걸 정체시킨 건 아니다.
너는 시간을 끌고 싶은 거겠지. 아니면, 비참한 종족의 발악을 조롱하고 싶은 것뿐일지도……
뭐가 됐든, 프리스티스.
테레시스는 다시 한번 밀려오는 정보의 파도를 느꼈다. 그건 테레시아가 만든 고탑이 부서지고 남은 잔재였다.
테레시스는 검을 한 번 더 휘둘렀다.
황금빛 바닷물이 새하얀 벽을 무너뜨렸고, 이 끝이 보이지 않는 하얀색 공간으로 미친 듯이 들이닥쳤다.
파도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순식간에 집어삼키고 파괴했지만, 유독 프리스티스의 앞에서만큼은 막혀버리고 끊겨버렸다……
마치 혜성의 검은 꼬리처럼, 난폭한 파도 속에 마지막 고요한 지대가 남겨졌다.
너와 이 오리지늄의 연결이 약해지고 있군. 너는 사라지고 있다.
이 혼란스러운 정보들을 계속 처리하려면 에너지가 더 많이 필요해. 가치 없는 일이지.
파도는 마지막 구역을 향해 모이기 시작했고, 프리스티스의 몸도 파도에 잠기기 시작했다.
테레시스도 서서히 파도에 잠기기 시작했다.
이게 네가 원하는 결말이야?
살카즈의 데이터는 이미 융합 우주의 일부 구역을 오염시켰어. 그 데이터들은 전부 삭제됐지만, 나도 당장은 변경된 구조를 처리할 여유는 없어.
너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이 융합 우주 속에서 '존재'할 수 있는데.
존재?
나는 오로지 신을 심판하기 위해 왔다.
정보의 흐름이 테레시스를 완전히 집어삼키기 전, 살카즈는 창조주를 향해 마지막으로 검을 휘둘렀다.
경고.
정체불명의 위협이 감지되었습니다.
이상 코드를 식별합니다…… 식별 실패.
경로를 시뮬레이션합니다…… 시뮬레이션 실패.
……기본 로직 구역이 재가동되었습니다……
위기 등급을 평가 중입니다……
반복합니다.
후임자를 구하는 것만 빼면, 교황으로서 아이들에게 사탕이나 나눠주는 일만 남았을 줄 알았는데.
……
자넨, 내게 이런 계시를 내린 적이 없잖아.
(미지의 언어) 데이터가 몰려온다…… 오리지늄……
(미지의 언어) 경고인가, 아니면 희망이 사라지고 있는 여음인가?
(미지의 언어) 동포여, 넌 어디에 있고, 또 무슨 일을 겪은 거지……?
……
……
바람이 왕좌를 스쳐 지나갔고, 군주의 시선은 영토 밖 혼돈의 심연으로부터 거두어졌다.
질서 밖의 음악이 어떻게 내 파빌리온과 라이타니엔에 존재할 수 있는 거지?
만물 기원의 흔적?
……
정체되었던 것이 무너져 내렸다.
프리스티스의 형체는 황금빛 정보의 파도에 휩쓸려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정보의 바다는 더 거침없이 테레시스를 휩쓸었다.
그의 사고는 흐려지기 시작했고, 그의 육체는 갈라지기 시작했다.
정보의 파도는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쓸어갔고, 오리지늄 결정은 그의 모든 세포 속에 퍼져 자라나기 시작했다……
결국, 테레시스도 완전히 잠식당했다.
선홍빛 바닷물이 끝없는 심연에서부터 역류해 나오며, 황금빛 바닷물과 뒤섞였다.
융합 우주 속 정보의 바다는 혼탁한 붉은색으로 물들어 버렸다. 피와도 같은 색, 그건 살카즈의 색이었다.
마침내, 아주 작은 형체가 해수면 위로 떠올랐다.
우리가 '암나남'의 권한을 빼앗았다, 테레시아.
나는 이제 파도가 휘몰아치는 방향을 느낄 수 있어. 그리고 그 방대하고 복잡한,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정보들도……
그는 자신의 기쁨을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끝없는 허무 속에는 오직 파도 소리만 남아 있었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심장 소리마저 들을 수 없었다. 여기에 남은 건 자신 혼자뿐이었다.
……
여긴 더 이상 머물 이유가 없었다.
그는 홀로 테라에, 그의 대지로 돌아갈 것이다……
허공에 있던 마름모가 점점 어두워지더니, 이내 부서졌다……
프리스티스의 막 깨어난 의지는 다시 수면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오리지늄의 확산은 그녀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그녀는 뜻하지 않게 오리지늄의 일부 권한마저 잃고 말았다.
두 명의 테라인, 한때 무시당하던 연약한 종족.
아무래도, 난 당신이 왜 그들을 신경 쓰는지 알 것 같아…… {@nickname}.
의식이 다시 적막 속으로 돌아가기 직전, 그녀는 '테라'라는 이름의 대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박사'라 불리는 사람이 카우투스와 AMa-10과 함께 지하 알현실로 이어지는 어두운 통로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런디니움'이라는 이름의 도시가 전쟁의 불길 속에서 비명을 지르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죽음을 보았다……
붕괴되고 있는 한 카우투스의 정보가 이 융합 우주 속 정보의 바다에 녹아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손을 내밀었다.
(미지의 언어) 그 후로 프리스티스를 못 보았나?
(미지의 언어) 네.
(미지의 언어) 아직 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어요. 시간은 더 이상 저의 최우선 고려 대상이 아니에요.
(미지의 언어) 여행자, 넌 고향이 그립지 않나?
……
“그리움”.
……카우투스는 신을 태운 함선에서 생활하며, 이 질문에 수도 없이 대답했었다.
정보로 이루어진 시간의 파편에는 미래가 없었다.
그녀가 사귄 친구도 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존재를 완전히 잊어버렸다.
그녀는 그들의 전부를 알 수 있었으나, 이곳의 생활에 진정으로 녹아들 수는 없었다.
“저는 그냥 여행자예요. 운 좋게 먼 과거의 한 조각을 엿본 여행자죠.”
(미지의 언어) 유령한테서 배우기로 했어요.
(미지의 언어) 정말 그녀와 교류하기 싫으신 건가요?
(미지의 언어) 힐다, 네가 우리 사이의 갈등을 푸는 일에 열성인 것 같지만, 나는 반드시 거절해야 한다.
그들은 변하지 않는다.
그들의 데이터의 재현일 뿐이다.
……
(미지의 언어) 알겠어요.
카우투스는 창문 너머의 우주를 바라보며 속으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30초 후, 별빛이 다시 부서진 행성의 표면을 비췄다.
여러 번 본 건데도 여전히 놀랍네……
생명과 죽음이 동시에 나타나다니……
이건 대지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광경이었지만, 그녀는 동포들이 이 광경을 보지 않길 바랐다.
“안녕, 이만 가봐야 해.”
……?!
카우투스는 자신이 순식간에 그 창백한 땅으로 돌아오게 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프리스티스가 미소 지으며 그녀를 맞이했다.
네가 원하는 대답을 찾았어?
카우투스는 고개를 저었다.
어디로 가나요?
테라, 너의 고향으로.
……?!
힐다, 너에게 선택지를 줄게.
너는 여기 남아서 네가 갈망하던 지식을 얻고, 네 마음속 의문을 계속 해결해도 돼.
혹은, 내가 집에 데려다줄 수도 있어.
……집이요? 테라에?!
하지만 네 마음속 의문을 해결할 기회는 완전히 사라지겠지.
너는 예전의 동포들과 완전히 다른 널 발견할 거야. 그게 널 더 괴롭힐 것이고.
힐다, 네 결정을 존중할게.
저, 저는……
같은 시각, 당신과 다른 사람들이 균열 너머의 공간으로 발을 들인 후.
- …… 여기는……
- …… 어비스가 아니야……
(분노하듯) 크르르르르르……
PRTS가 저희를 내보낸 걸까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 여기에 우리만 나타났잖아.
갑판 위는 무척 고요했다.
고개를 돌린 당신은 정예 오퍼레이터들과 아스카론이 곁에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 검은…… 비?
아니, 엄청난 양의 오리지늄 분진이다. 방호 조치를 취해.
Mon3tr, 박사를 지켜.
켈시 선생님, 발밑이요!
갑판 전체가 빠르게 결정화되고 있어요. 이대로 가면……
검은색 오리지늄 분진이 갑판에 쌓였고, 작은 오리지늄 결정 군집이 잡초처럼 자라기 시작했다.
오리지늄 결정들은 당신의 시선이 닿는 대지 위에서도 눈에 띄는 속도로 퍼져 나갔다. 그것들은 햇빛 아래서 매력적인 빛을 반짝였다.
아미야, 아직 로도스 아일랜드에 있는 모든 오퍼레이터에게 경고를 보내. 재앙이 언제든지 닥칠 수 있으니 대비하라고.
네!
아…… 안 돼요! 모든 통신이 끊겼어요……
- 너무 조용해.
눈앞의 광경은 지나치게 비정상적이었다. 이건 당신들이 지금까지 봐왔던 그 어떤 재앙과도 달랐다.
- 오리지늄의 확산 속도가 이상해.
당신은 고개를 숙여 완전히 오리지늄 결정으로 뒤덮인 갑판을 내려다봤다. 그곳에 비친 건 당신의 그림자뿐이었다.
- ……
박사님……
당신이 뒤돌아보자, 경악하는 켈시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 ……켈시?
당신은 켈시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 먼 곳의 갑판에 검은색 오리지늄 결정이 천천히 하늘을 향해 자라나고 있었다.
오리지늄 결정의 모든 표면에서 새하얀 형체가 희미하게 보였다.
그것은 낯설지 않은 모습이었다……
검은 오리지늄 비가 갑자기 거세졌다.
빼곡한 검은색 빗방울이 하늘에서 내리는 게 아니라, 땅에서 하늘로 치솟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것들은 햇빛을 알록달록한 색채로 굴절시켜, 하늘에 일곱 빛깔의 선을 그려냈다……
이윽고 눈에 보이는 모든 색채가 다시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마치 일렁이는 무지갯빛이 감도는 것 같은 하얀 천막이 허공에서 천천히 내려앉았다.
그것은 매우 순수한, 티끌 하나 없는 하얀색이었고, 갑판 위에 돋아난 그 오리지늄 결정 군집 위로 살포시 내려앉았다.
- 결정……
그리고 결정 위에는 아름다운 모습의 무언가가 있었다.
검은색 결정은 그녀의 다리에서부터 서서히 사라졌고, 새하얀 빛은 그녀에게 외투를 덮어주었다.
하얀색과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세상, 그리고……
- ……
- 프리스티스.
그녀는 자신에게 이미 낯설어진 이 대지를 멀리 바라보았다.
오랜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