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사람들, 우리들

PA-8천 년 후

사이드 스토리작전 후2026-09-16

모두가 힘을 합친 결과, 이고리 조각상이 무너지게 되고, 부서진 조각상은 성벽에 구멍을 낸다. 파블로비치는 패배하고, 학생들은 카토르가 구를 벗어난다.

등장 오퍼레이터: 지마, 레토, 우쿠시크, 보타니, , 듀나, 지마 더 레이징 타이드


파블로비치

돌격하라! 놈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려!

파블로비치

오리지늄 화살을 아끼지 마라. 이기면 모두에게 포상금을 주겠다!

'16 용사' 건달 A

발사!

'16 용사' 건달 A

저 미치광이들이라고 한들 이 화력에는 무사하지 못해! 엄폐물 밖으로 머리도 못 들게 짓눌러버려!

레토

교관! 후퇴해야 해!

듀나

부상자들을 데리고 먼저 가. 내가 엄호할게!

'16 용사' 건달 A

저 꼬마 녀석들도 이제 한계인 모양이군. 화력을 집중해! 저 방패 든 불포부터 처리하자고!

'16 용사' 건달 B

감히 우리 두목의 무기고를 털어 우리를 겨누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16 용사' 건달 C

그로모프 두목의 복수다!

복수의 함성이 파도처럼 울렸고, 건달들이 물밀듯 몰려왔다……

초조한 학생

소냐, 로잘린드도 이제 곧 한계야. 우리가 가서 도와야 해!

지마

잘 숨어 있어, 로잘린드는 무사할 거야. 이건 전부 계획이니까.

초조한 학생

하지만 놈들의 화력이 예상보다 강해. 외부에서 보급이라도 받았다면 우린……

지마

진정하고…… 네 동료를 믿어.

지마

나는 이 땅에서 가장 뛰어난 전술 지휘관을 따르고 있어. 우린 반드시 살아서 이곳을 나갈 거야.

초조한 학생

……알았어!

지마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점점 가까워지는 인파를 바라보며 로잘린드 일행의 뒤를 바짝 쫓았다.

듀나도 잠시 저항하다가 돌아서서 도망쳤다. 그녀를 바짝 뒤쫓는 건달들은 마치 굶주린 맹글러비스트 떼처럼 앞다투어 차량 2대 너비의 좁은 골목으로 뛰어들었다.

놈들은 발밑에 깔린 끈적한 액체도, 기괴하리만큼 굳게 닫힌 머리 위의 창문도 눈치채지 못했다.

'16 용사' 건달 A

겁먹은 꼬마 녀석들이 도망친다. 계속 쫓아라!

보타니

목표 위치에 '16 용사'가 도착했어.

보타니

소냐?

지마

전원 준비하고, 내 신호를 기다려.

골목 끝자락에서 '황급히 도망치던' 듀나가 돌연 멈춰 섰다.

하지만, 듀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살짝 몸을 틀었다. 그녀의 손에 들린 방패가 지면에 가볍게 부딪히며 맑게 '탱'하는 소리를 냈다.

지마

1팀, 2팀, 공격!

창문이 일제히 열리고, 횃불과 폭약이 비처럼 쏟아졌다. 횃불과 폭약은 질서정연하게 바닥으로 떨어져 적진 한복판을 정확하게 강타했다.

불씨가 건달들의 얇은 옷가지 위를 타고 번졌다. 공포 섞인 비명이 삽시간에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지마

측면으로 우회해서 전방을 포위해! 골목 중앙의 불길은 피하고!

지마

이제 반격의 시간이다!

부서진 창문 아래, 잡동사니가 잔뜩 쌓인 쓰레기통 뒤, 죽은 듯 고요했던 모든 그림자 속에서 수많은 형체가 몸을 일으켰다.

그들은 쇠 파이프와 렌치, 그리고 그로모프 쪽에서 가져온 이상한 무기를 들고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자신들을 짓밟았던 적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은 원래 서로 다른 교복을 입고 있었다. 누군가는 거칠고 투박한 외투를, 누군가는 정갈하고 고운 외투를, 누군가는 낡아빠진 솜 외투를 걸치고 있었지만, 이제 그들은 똑 같은 '군복'을 입고 있었다.

모두의 가슴팍에 물감으로 그린 선명한 마크가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이제는 족쇄를 끊어내기 위해 움켜쥔 주먹 모양이었다.

지마

우라!

건달들이 비명을 지르며 포위망을 빠져나가려 발버둥 쳤지만, 그들을 기다리는 건 분노를 머금은 주먹들이었다.

위세를 떨치던 '교도관'들과 모욕을 일삼던 건달들이 학생들의 주먹 아래 하나둘 고꾸라졌다.

흩어진 무기들을 밟고 대열의 맨 앞으로 걸어온 지마는 겁에 질려 달아나는 적들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지마

의료팀은 부상자들을 살피고, 나머지는 계속 전진해.

지마

교관이랑 로잘린드는 후방에서 정비하고.

레토

소냐! 나는 괜찮아. 내가……

지마는 확고한 신뢰가 담긴 미소를 띠고 레토의 앞으로 걸어와 주먹을 내밀었다.

레토는 잠시 멈칫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 후, 지마가 내민 주먹에 오른손을 세게 부딪혔다.

지마

(나지막이) 잘했어, 하장군. 이따가 보자고.

레토

……

지마

모두 돌격해!

지마

승리가 코앞으로 다가왔어, 긴장 늦추지 마!

보타니

소냐, 적들이 자기네 방어선까지 퇴각해서 반격을 시작했어.

지마

먼저 엄폐물을 찾고, 화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봐줘.

용감한 학생

동장군! 저놈들, 예비 부대가 있었어. 우익이 밀리고 있어!

지마

겁먹지 마. 지금 바로 지원하러 갈게!

지마

……어?

레토

미리 말해두겠는데, 지혈만 끝나면 바로 복귀할 거니까 아무도 말리지 마.

???

무리하지 마, 레토 언니.

레토

쳇, 고작 좀 긁힌 것뿐이니…… 아니, 잠깐!

레토

굼?! 네가 어떻게 여길……

쉿! 지마 언니한테는 안 들리게 하자, 집중이 흐트러질지도 몰라.

굼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류드밀라 언니한테 들여보내달라고 부탁했어.

게다가 류드밀라 언니가 우리를 도와줄 사람들도 섭외해 줬어.

레토

류드밀라? 류드밀라도 여기에 있어?

순간, 한 무리의 사람들이 전방에 나타났다.

마치 땅에서 솟아오른 듯한 그 사람들은 소수임에도 주저 없이 우익을 포위한 건달들에게 달려들었다. 기름때 절은 그들의 옷가지 위로 피가 번지기 시작했다.

우르수스 노동자

너희의 상대는 나다! 이 빌어먹을 놈들아!

우르수스 시민들

우라!

보타니

파블로비치와 억압에 맞서 싸우는 건 우리뿐만이 아니었어……

지마

폭발음? 녀석들의 뒤쪽에서 들린 건데…… 틀림없어, 언바운드가 저기서 싸우고 있는 거야.

지마

……안토샤 일행이 피를 흘리고 있다! 모두 전진해!

“16 용사” 건달 D

추밀관님! 퇴각해야 해요. 다들 한계입니다!

파블로비치

젠장, 젠장, 젠장!! 이게 지원이냐? 겨우 몇 발 쏘고 바닥나버린 거냐고!

파블로비치

열흘 전만 해도 이 *우르수스 욕설* 같은 도련님들이 내 앞에 앞다투어 무릎을 꿇었는데, 대체 왜 이렇게 된 거야?!

경비대장

추밀관님, 일단 후퇴해야 합니다!

경비대장

이러다간 포로가 되고 말 겁니다!

파블로비치

……불을 질러 길을 끊고, 성벽 위로 후퇴한다.

파블로비치

공작, 아니, 우르수스가 우리를 구할 거야. 나는 최대한 끝까지 버텨야 해.

파블로비치

정 안 되면 저 꼬마 녀석들과 함께 죽겠어!

용감한 학생

……방금 보고 왔는데, 남은 적은 전부 성벽 위로 철수했어.

레토

소냐! 나 왔어. 아, 그리고 뒤에 있던 폭약도 옮겨왔으니까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거야.

신중한 학생

하지만 성벽이 너무 견고해. 그리고 불부터 꺼야 하고. 겸사겸사 놈들이 버리고 간 폭약도 회수해야겠어.

용감한 학생

시간이 너무 걸리는데……

레토

그럼 일단 불부터 끄고 생각하자고, 내가……

보타니

……소냐?


파블로비치

하아…… 하아……

파블로비치

너, 너는 왜 안 들어오는 거지?

경비대장

추밀관님…… 추밀관님의 결심은 알겠습니다.

경비대장

하지만 성벽은 견고하고, 놈들도 아직 여기까지 오지 못했습니다.

경비대장

그러니 우선 성냥을 내려놓을 수는 없겠습니까? 최소한 도화선 쪽은 피해서……

파블로비치

절대 안 돼!

파블로비치

……그 대위가 데려온 사람들은?

경비대장

그쪽도 고전 중인 모양입니다. 소식이 끊긴 지 꽤 됐습니다.

경비대장

더 지체할 수 없습니다. 어서 통신기의 버튼을 눌러 화력 지원을 요청하세요!

파블로비치

안 돼! 네까짓 게 뭘 안다고 그래?! 난, 난 절대로 그런 꼴은 당할 수 없어. 차라리……

파블로비치

……이게 무슨 소리지? 저놈들, 대체 뭘 하는 거야?


신중한 학생

소냐, 어딜 가려는 거야? 어서 돌아와!

용감한 학생

저쪽은 이고리 조각상이 있는 방향인데, 저쪽 불은 아직……

거대한 해머 액스가 지면을 내리찍자, 대지가 비명을 지르며 갈라졌다. 그 진동으로 타오르던 기름과 잔해들이 순식간에 흩날렸고, 주변의 공기마저 그 무지막지한 위력에 밀려나 버렸다.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기세등등하게 타오르던 불길은 마치 숨이라도 멎어버린 것처럼 꺼졌고, 이내 솟구치는 흙먼지에 짓눌려 사라져 버렸다.

지마

그런 거였구나……

그녀는 한 걸음 내디뎌 불길이 치솟았던 땅, 이제는 검게 그을려버린 땅을 밟고 섰다.

한 번, 두 번…… 튀어 오른 불똥이 지마의 머리카락과 어깨 위에 떨어졌다. 그녀는 존재하지 않던 길을 새로 만들기라도 하는 것처럼 불타는 대지를 끊임없이 내리쳤다.

신중한 학생

조각상을 성벽 쪽으로 쓰러뜨리면 문을 박살 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사람들은 홀린 듯 그녀의 뒤를 따랐다. 화염이 일궈낸 길의 끝에는……


거대한 이고리 대제 조각상이 버티고 서 있었다. 마치 봉쇄 구역 정문에 몸을 기대고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의 끝자락, 그리고 해머 액스를 끌고 다가오는 그녀를 굽어보고 있는 듯했다.

젊은 리더가 천 년 전의 거인에게 다가섰고, 석양은 석상에 황금 왕관을 씌웠다. 창조와 고난의 역사를 상징하는 황제가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마는 해머 액스를 꽉 움켜쥐었다. 그녀의 거친 숨소리는 마치 불타오르는 화로의 포효 같았다……


지마

하앗!!!

지마는 팔을 들었다. 억눌린 목소리를 위해 팔을 들었다.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대리석 받침대에 아주 흉측한 균열이 생겼다.

용감한 학생

……

용감한 학생

모두 소냐와 함께하자!

용감한 학생

부수고 무너뜨리자!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가 코앞에 있다!

결연한 학생

나도 갈래!

지마는 무기를 휘둘렀다. 추운 겨울밤에 얼어 죽은 이상을 위해 무기를 휘둘렀다. 제국의 초석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번졌고, 거짓된 위엄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레토

균열 쪽으로 힘을 써. 곧 무너질 거야!

결연한 학생

페댜, 멍하니 있지 말고 좀 도와!

표도르

……

그는 한때 위풍당당했으나 이제는 위태롭게 흔들리는 조각상을 바라봤다. 묵직한 타격음이 들릴 때마다 심장도 함께 요동쳤다.

그 역시 어느샌가 석상에 손을 얹고 있었다. 학생들의 함성이 귓가에서 울렸고, 바짝 붙은 팔뚝에서 은은하게 체온이 전해졌다.

표도르

우라!


파블로비치

……

경비대장

추밀관님!

파블로비치

황제 폐하시여, 우리를 지키……

파블로비치가 마지막 말을 읊조리던 순간, 이고리 조각상의 파편이 그의 머리 위로 무너져 내렸다.


먼지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눈을 찌르는 듯한 밝은 빛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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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목소리

누가 도망쳐 나왔어! '16 용사'가 앞에 있어!

학생의 목소리

놈들을 잡아! 죗값을 톡톡히 치르게 해주자!

학생의 목소리

우르수스를 위하여!

이고리의 검이 성벽으로 떨어졌고, 돌로 만들어진 권위가 산산조각 났다.

이고리의 주먹이 족쇄를 부쉈다. 한 사람이 폐허를 넘자, 이어서 10명, 100명이 그 뒤를 이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어젯밤 지마가 외쳤던 말이 메아리치고 있었다.

[CG: 72_i16]
[CG: 72_i12]
지마

……그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지, 평범하게 살아가라고.

지마

그리고 이렇게 말했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으면 버터를 바른 빵을 마음껏 먹게 해주겠다고.

지마

우리가 무릎을 꿇으면, 사면장을 주겠다고 말했지.

지마

그리고, 동료의 피를 받아오면 가문을 빛낼 훈장을 주겠다고 말했어.

지마

아주 쉬운 방법이야. 역사 속 먼지가 되고, 대지의 양분이 될 마른 풀이 되는 것은 정말 쉬운 방법이지……

지마

하지만, “거절한다”. 이게 우리의 대답이야.

지마

우리는 선량함과 정직함을 선택할 것이고, 폭풍과 고난을 선택하겠어. 우리 자신을, 그리고 미래를 꿈꿔 마땅한 모든 사람을 지켜야 하니까.

지마

가자, 마지막으로……

지마

무릎 꿇기를 거부하는 우르수스의 아이들을 위하여!

벌판을 집어삼킬 것처럼 퍼져가던 붉은빛은 마치 둑을 무너뜨리고 흘러나온 용암 같았다.

그렇게 우르수스의 학생들은 차디찬 툰드라를 뚫고 새싹을 틔웠다.


'16 용사' 건달

……저희 대원 중에서는 저 혼자만 탈출했습니다. 나머지는 다……

'16 용사' 건달

흐윽…… 흑흑……

짜증 내는 귀족

전투 과정에 대한 진술만 벌써 4번째군요…… 왜 다들 똑같은 소리만 하는 걸까요?

생각에 잠긴 귀족

파블로비치가 고용한 건달들에게 뭘 기대해요. 대위 쪽 군인들이 오면 좀 낫겠죠.

중재자

진정하십시오. 청문회에 아직 확인이 필요한 세부 사항이 남았습니다.

중재자

……치체린 대위가 명예롭게 순국했습니다. 사전 조사 때 당신은 대위의 구체적인 전투 상황을 잘 안다고 했었지요.

'16 용사' 건달

맞습니다.

'16 용사' 건달

그, 그 사람들이 반역자들을 모두 해치우긴 했습니다만, 성벽이 무너지고 폭발하면서 대부분의 사람이 죽었……

우쿠시크

거짓말쟁이!

우쿠시크

아무것도 못 봤으면서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하는 거야!

중재자

……경찰, 이 어린이를 데리고 나가세요.


레토

동장군, 짐은 다 챙겼어. 서둘러 나가야 해.

지마

이번에는…… 부상자가 얼마나 되지?

레토

의료팀이 파악 중이야…… 모두가 끝까지 버텨준 건 아니더라고.

지마

……

지마

언바운드는?

안토샤

……

안토샤

소냐, 로잘린드.

레토

안토샤?

레토

왜 너뿐이야?

안토샤

……후방을 기습하러 갔다가 우르수스 헌병을 만났어.


마트베이

자, 이걸로 가슴을 꽉 눌러요. 아무 일 없을 거예요.

결연한 표정의 여성

으윽……

결연한 표정의 여성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 마트베이? ……하늘이 참 어둡네……

겨울바람이 불어왔고, 젊은 여성의 얼굴 위에 있던 진흙이 굳어갔다.

마트베이

……네.

마트베이

녀석들의 장비가 너무 우수해요. 더는 무리예요, 안토……

마트베이

돌아와요! 안토샤!

안토샤는 오리지늄 폭탄을 안아 들고 돌진했다. 화살이 허공을 갈랐고, 왼쪽 다리에 힘이 풀린 안토샤는 진흙 바닥에 거칠게 처박혔다.

안토샤

윽, 조금만 더……

마치 북소리 처럼 몰아치는 발소리가 다가왔고, 안토샤가 반응하기도 전에 누군가의 손이 그의 품에서 오리지늄 폭탄을 거칠게 가로챘다.

유라

잊었냐, 안토샤?

유라

우리 중엔 내가 제일 날렵하다는 거.

안토샤

!

유라

무기를 들어라, 이 멍청한 놈들아! 너희는 자유를 죽일 수 없다!


안토샤

언바운드는 놈들을 전부 해치웠어……

지마

그렇다면, 마트베이는……

안토샤

……

레토

거짓말…… 그럴 리 없어……

지마

……

지마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전부 너희와 마트베이 덕분이었어……

지마

떠나기 전에 작별 인사를 하러 갈게, 안토샤. 나는……

안토샤

그만, 더 이상 말하지 마.

안토샤

……네가 할 일이 하나 남았어.

안토샤

나를 쓰러뜨려.

레토

무슨 소리야?!

안토샤

소냐, 너는 저 문밖으로 나가기 위해 파블로비치를 죽였어.

안토샤

파블로비치가 카토르가 구 안의 모두를 핍박한 죄인이라는 걸 알았으니까……

안토샤

그런데 왜 파발로의 죄와 우르수스 귀족들의 죄는 보지 못하는 거지?

안토샤

파블로비치 같은 녀석들, 아니, 그 녀석보다 더한 우르수스 귀족들, 그리고 '황제'인 표도르까지 이 썩어빠진 곳에서 날뛰고 있어.

안토샤

그 녀석들은 그냥 보고만 있었어. 평범한 사람들이 피눈물을 흘리는 걸 보고만 있었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남의 불행을 착취해서 먹고살았다고.

안토샤

폐허 아래에 깔린 '추밀관'을 생각해 봐. 그의 한심한 삶은 그가 죽은 후에야 억압받던 이들에게 보답이 됐어.

안토샤

그리고, 그들의 파멸은 내가 원하는 답을 가져다줄 거야. 우르수스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파멸시키겠지.

지마

너는 그 사람들의 신분을 근거로 그들 개개인을 심판하고 있어.

지마

파괴는 수단에 불과해. 때로는 유용할 때도 있겠지만, 더 많은 사람을 하나로 단결시키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

안토샤

또 그런 따분한 소리를……

안토샤

네가 그들을, 그들의 부패한 사상과 수단들을 남겨둔다면, 머지않아 그들의 '더 나은 삶'이 네 친구와 네 후계자를 매수하려 들 거야.

지마

그래서, 살육과 파괴가 있어야 그 사상들을 억누르고 불공정을 뿌리 뽑을 수 있다고 믿는 거야?

지마

아직 도래하지도 않은 예언 때문에 우리가 한데 모여 서로를 지키는 군단이 되는 게 아니라, 순수한 신념 하나만 앞세워서 우르수스의 대포와 전함에 맞서겠다는 거야?

안토샤

……입씨름은 이쯤에서 끝내자, 소냐.

안토샤

대체 언제부터 설교를 하게 된 거야…… 덤벼, 싸우자……

지마

넌 많이 다쳤어.

안토샤

아직도 새로운 질서니 뭐니 하는 환상에 빠져 있다면, 내 시체를 밟고 네 갈 길을 가.

지마

싫어.

지마

안토샤, 정말 이렇게 해야만 네 이상에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지마

그게 아니라면, 눈앞에서 동료들이 희생되는 것을 봤기 때문에 시적인 죽음이라도 쫓기로 결심한 거야?

안토샤

……

지마

이해해. 지금 혼자 살아남은 게 괴롭겠지…… 하지만 안토샤……

지마

넌 처음부터 끝까지 파멸이 가진 가치를 너무 크게 바라보고 있어. 내가 너를 죽이는 것이 마치 미래를 위한 어떤 초석이라도 되는 것처럼.

지마

난 그런 어리석은 염원에 동의할 생각 없어. 목숨을 버린다고 해서 이상이 빛나진 않아.

지마

나는 이제 친구들을 찾아가야겠어……

안토샤

잠깐만, 소냐, 이렇게 가면 안……

레토

……멈춰!

레토

언바운드 때문에 괴로운 사람이 너 하나뿐이라고 생각해?!

안토샤

아니야!


[CG: 72_i13]
레토

더 이상 친구들을 아프게 하지 마……

레토

그만하자, 안토샤.

레토

네 이상을 위해, 어쩌면 거기에 너를 위해……

레토

네 친구들은 희생을 선택한 것일지도 몰라.

안토샤

……

비릿한 쇠 맛이 또 입가로 치밀어 올랐다. 그가 오늘 두 번째로 맛본 후회였다.

우쿠시크

뭐야, 뭐야?! 저기, 좀 비켜봐!

우쿠시크

로잘린드? 어떻게 된 일이야……

레토

이게 제일 빠른 방법이니까.

레토

우리도 친구들을 배웅할 시간이 필요해.


안토샤

우쿠시크……

우쿠시크

안토샤, 나 여기 있어!

우쿠시크

피를 왜 이렇게 흘려? 내가 금방 지혈을……

안토샤

너는 아직 모르는구나……

우쿠시크

모르다니? 뭐를?

우쿠시크

……잠에서 깼을 때는 이미 소냐의 캠프였어. 마트베이가 어젯밤에 날 여기로 데려다줬대.

안토샤

……

안토샤

그 편지들, 아직 네 가방에 있어?


당황한 귀족

황제 폐하! 황제 폐하!

당황한 귀족

심려를 끼쳐 정말 죄송합니다. 소식을 접한 이후 근위군을 소집했……

표도르

그래? 근위군에게 뭘 시킬 생각이었지?

당황한 귀족

당연히 저 반역자 무리를 숙청하는 것이지요.

표도르

네가 말하는 '반역자'라는 건 누구지?

당황한 귀족

폐하……

위트

폐하!

표도르

위트?

위트

뭐가 됐든, 우선 궁으로 돌아간 후 말씀하시죠.

시종

폐하, 제가 모시겠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 정차된 검은색 차량에 붉은 융단이 깔려 있었다. 표도르는 익숙한 향수 냄새를 맡은 것 같았다.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CG: 72_i14]
표도르

위트, 말하라.

표도르

20년이 넘는 세월을 버텨온 결과가 고작 저 불바다인가?

표도르

왜, 어째서 이 모양 이 꼴이 된 건가……

위트

……

시종

의장님, 폐하께서 저렇게 가시게 두면 시민들이 폐하의 행색을 모두 보게 될 것입니다!

위트

그냥 보내 드리죠.

위트

그게 폐하께서 원하시는 겁니다……

표도르는 수십 년간 이 도시에 머물렀지만, 이 거리를 직접 걷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눈송이가 그의 뺨을 스쳤다. 폐허에서도, 황궁에서도 똑같이 차가운 눈송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