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사람들, 우리들

PA-8천 년 후

사이드 스토리작전 전2026-09-16

결전 전날 밤, 안토샤는 우쿠시크에게 편지를 맡기며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한다. 그 후, 마트베이는 잠든 우쿠시크를 소냐에게 맡긴다. 절망에 빠진 파블로비치에게 특별한 '조력자'가 나타나고, 전투는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등장 오퍼레이터: 우쿠시크, 지마, 레토, 지마 더 레이징 타이드


유라

아니, 그게 아니야.

유라

“녹은 눈으로 잿빛 거리를 닦아낸다”? “눅눅해진 담배를 가져온다”? 아니, 다 아니야!

그는 희미한 달빛을 향해 손자국이 가득한 초고를 들어 올린 후, 영감이 바닥난 자신을 원망했다…… 옆에서 자고 있는 동료가 하는 잠꼬대만도 못한 시였다.

화재 후, 언바운드의 캠프는 이상할 정도로 평온했다. 겨울바람은 마치 무딘 칼날로 청년들의 보드라운 뺨을 긁어내는 것 같았다.

아직 기운이 남은 청년들은 소곤댔다. 곰팡내 나는 외투를 꽁꽁 여미고, 어둠 속에 옹기종기 앉은 게 흙더미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이따금 웃음을 터뜨렸다.

유라

……모든 별에게는 기억될 수 있는 이름을 주시오.

유라

잊고 싶은 이에게는 싸구려 독주 한 잔을 주시오.

유라

나에게는……

유라

나에게는 봄으로 가는 편도 티켓 한 장을 주시오……

유라

툰드라를 헤치는 바람 속에 나를 깃들게 해주시오.

우쿠시크

왁!!!!!!

유라

?!

유라

또 너였냐…… 맹세하는데, 언젠가는 네 장난에 놀라지 않게 될 거야.

우쿠시크

또 그 오글거리는 시 쓰고 있는 거야? 유라.

유라

전부 심혈을 기울여서 열심히 쓴 건데, 오글거리긴 뭐가 오글거린다는 거야? 무슨 의미인지 알아보기는 해?

우쿠시크

알아보고 싶지도 않거든. 알아볼 수 있는 사람들은 맨날 죽상을 하고 있잖아.

우쿠시크

게다가 내가 아는 글자는 마트베이한테 조금 배운 게 다야. 주소를 알아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다들 편지에 뭐라고 쓰든 배달은 내가 하는 거니까.

우쿠시크

자, 유라. 이번엔 어느 소녀에게 전해줄까?

유라

너한테 쓴 거야, 이 꼬맹아!

우쿠시크

어린애를 때리다니! 이제 더 못 쓰게 종이 다 가져갈 거야!

유라

하아, 알았어. 그냥 종이로 살짝 친 건데 엄살은…… 그래도 가져가고 싶으면 가져가.

유라

이번 시는…… 모두에게 쓴 거야. 물론 너도 포함이고.

우쿠시크

하여튼 이상하다니까…… 그럼 가방에 넣는다.

유라

그건 됐고, 우쿠시크.

유라

안토샤 쪽에 편지가 많은 것 같더라. 네가 가봐야 할 것 같아.

우쿠시크

안토샤는 매일 너희랑 저녁 같이 먹지 않았어? 왜 여기에 없지?

유라

그건 나도 모르지? 아무튼 안토샤는 안쪽에 있어. 이유를 말해주거든 나한테도 좀 알려줘.

유라

참, 외투 단추 꼭 잠가. 너 얼어 죽으면 안토샤한테 또 혼나니까.

우쿠시크

응? 나는 안토샤한테 혼난 적 없는데.

우쿠시크

안녕, 유라.

유라

혼나는 건 우리라고, 꼬맹아……


우쿠시크

안토샤, 나 왔어.

안토샤

……올 때마다 그렇게 크게 안 불러도 돼, 우쿠시크.

우쿠시크

유라가 나한테 줄 편지가 있을 거라고 말하던데. 어디 있어?

안토샤

있는데, 좀 많아.

그는 구석으로 가더니 두툼한 편지 뭉치를 안아 들었다.

우쿠시크

골치 아프네…… 일단 좀 볼게.

우쿠시크

첫 번째 편지는 오도예프 구 구시가지 34번지? 두 번째 편지는 젤레즈나야 구 좌안 거리 15번지, 세 번째 편지는 향신료 시장……

우쿠시크

그런데 안토샤, 이 편지들 전부 네가 쓴 거야? 이 주소들은 다 어딘데?

안토샤

오도예프 구 구시가지 34번지는 유라의 집이고, 그다음은 레프, 비사리온……

안토샤

모두의 집에 한 통씩 써뒀어. 그 추밀관 놈을 쓰러뜨리고 나면 얼마나 배달하게 될지 알 수 있겠지.

안토샤

혹시 누가 내일 죽더라도, 최소한…… 가족들이 우르수스에서 발표하는 사망자 명단을 통해 소식을 접하지는 않았으면 해.

우쿠시크

……언제 다 외워둔 거야?

안토샤

본인의 목숨을 내게 맡겼는데, 그 목숨이 어디서 온 건지는 알아야지…… 잊을 수 없는 거야.

안토샤

기억해? 처음에 내가 너한테도 어디서 왔냐고 물어봤잖아.

우쿠시크

근데 내가 이름도 없는 고아인 줄은 몰랐겠지?

안토샤

……

우쿠시크

됐어, 그 표정은 뭐야?

우쿠시크

나조차도 너처럼 그렇게 슬퍼했던 적은 없다고. 게다가 덕분에 오늘 종이도 1장 아꼈잖아.

우쿠시크

그나저나, 여기에 너랑 마트베이 것도 있어?

마트베이

제 건 있을 수도 있지만, 안토샤 거는 절대 없을 거예요.

우쿠시크

마트베이?

마트베이

큰 일 치르기 전에 둘만 따로 보는 게 습관이 됐거든요.

안토샤

맥주 찾았어?

마트베이

마지막 2병이요. 누가 썩은 채소 더미 속에 숨겨뒀더라고요. 리스트가 오늘 저녁에 장비 정리하면서 냄새로 찾아냈어요.

안토샤

……한 병 줘.

우쿠시크

마트베이, 나도 한 모금만 마셔봐도 돼? 마침 목도 좀 마른데……

마트베이

아직 어리잖아요? 꿈 깨요.

우쿠시크

치사해!

마트베이는 소녀의 머리를 가볍게 톡톡 치고는 안토샤 옆에 앉아 그에게 유리병을 건넸다.

우쿠시크

그나저나 마트베이, 안토샤는 왜 자기 집에 편지를 안 쓴다는 거야?

우쿠시크

안 죽는다고 생각하면 부고장을 써둬도 나한테 배달시킬 일은 없잖아? 설마 겁나서 못 쓰는 건가?

마트베이

하하, 그럴 리가요……

마트베이

그냥 안토샤가 가족이랑 연락을 끊은 지 오래돼서 그런 거예요.

마트베이

안토샤?

안토샤

괜찮아, 다 지난 일인데 뭐.

마트베이

우리가 안 지 얼마 안 됐을 때, 다른 사람들과 대화 중에 안토샤의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어요.

마트베이

그때 제가 안토샤를 무심결에 '안톤 셰스토프'라고 부르는 걸 안토샤가 지나가다 들어버렸는데, 1달 내내 뒤끝 있게 굴더군요.

우쿠시크

안톤 셰스토프? 귀족 나리 이름 같아.

안토샤

그 이름은 대학 들어가기 전에 버렸어. 그 이름을 지어준 사람들 곁도 떠났고.

안토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사람들은 아들을 잃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골칫거리 반역자 하나를 떨쳐냈다고 안도하고 있을지도 몰라.

우쿠시크

안토샤 가족 얘기는 처음 듣는데……

우쿠시크

가족들이 안토샤한테 나쁘게 굴었어?

안토샤

할아버지는…… 자기를 착취하던 지주를 죽이고, 결국 백작이 되어 금의환향한 분이셨어.

안토샤

어릴 때 나는 할아버지 같은 '영웅'을 동경했어. 그래서 이야기에 나오는 것처럼 소작농들과 함께 먹고 자고, 소위 '하인'들과도 친구가 됐지.

안토샤

집에서는 체통이 없다고 나무랐지만,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어. 적어도 할아버지만큼은 나를 이해해 주실 거라고 믿었으니까.

안토샤

그러다 커가면서 많은 걸 알게 됐지……

안토샤

어느 늙은 농부가 실수로 할아버지와 부딪힌 일이 있었어. 그때 할아버지는 벌로 그 노인에게 우리가 보는 앞에서 노인이 수년간 직접 키워온 무스비스트를 직접 목 졸라 죽이게 했어.

마트베이

안토샤, 하고 싶지 않은 얘기면……

안토샤

그래도 나는 실낱같은 희망을 붙들고 있었어. 그러다 그날 밤이 됐지…… 그날 밤, 할아버지는 내가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 대학에 합격한 걸 축하하려고 성대한 가족 연회를 열어주셨어.

안토샤

그때 내 또래의 메이드 하나가 본인의 어머니랑 남동생에게도 귀족 집의 성찬을 맛보게 해주려고 주방에 몰래 들어가서 음식을 잔뜩 챙겼어.

안토샤

경찰이 그 애를 잡아가려는데, 할아버지께서는 경찰을 막았지.

안토샤

할아버지는 웃으며 말씀하셨어. “오늘은 좋은 날일세. 내 손자 덕에 모두가 행복하다면 좋지 않겠는가.”

안토샤

그리고 이틀 뒤,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로 떠나는 길에 교외에서 채찍 자국투성이의 시체를 봤어.

안토샤

집사가 그러더군. 경찰에 넘겼으면 고작 며칠 갇혔다가 풀려났을 거라고…… 귀족의 '체벌권'을 통해서만 그 아이에게 '진정한 교훈'을 줄 수 있을 거라고 하더라고.

안토샤

하지만 정작 교훈을 얻은 건 나였지…… 눈을 감을 때마다 그 아이의 속눈썹 위를 기어다니던 벌레가 떠올랐거든.

안토샤

그때 알았어. 귀족이 존재하는 한, 투쟁의 결과가 또 다른 귀족을 낳는 한, 억압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우쿠시크

……안토샤, 내 말 들어.

우쿠시크

가장 슬프고 고된 날들은 이미 지나갔어. 우리는…… 이길 거야.

안토샤

……

우쿠시크

어쨌든, 내일, 내일이면, 나는……

우쿠시크는 꼬인 발음으로 마지막 몇 마디를 중얼거리더니, 고개를 옆으로 꺾고 마트베이의 어깨 위로 쓰러져 곯아떨어졌다.

낌새를 느낀 안토샤가 서둘러 우쿠시크의 품에서 술병을 빼앗았지만, 술병은 이미 깨끗이 비어 있었다.

안토샤

우쿠시크가 언제부터 그런 위로도 할 줄 알게 됐는지 궁금했는데.

안토샤

감히 내 술을 몰래 마시다니…… 마트베이, 잘 보고 있었어야지.

마트베이

됐어요…… 깨우지 말죠. 마침 어떻게 내보내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잘됐어요.

마트베이

이제 데리고 가야겠어요.

마트베이

그런데, 우리가 가려는 곳이……

안토샤

후……

안토샤

내가 도와줄게.

마트베이

그나저나…… 내 편지도 썼나요?

안토샤

아니, 나는 널 믿어.

마트베이

……

마트베이

요전에 우쿠시크가 아직 빠져나갈 수 있었을 때, 어머니께 편지를 좀 전해달라고 했어요.

안토샤

뭐라고 썼어?

마트베이

“길어야 열흘이에요. 열흘이 지나면 이 지옥 같은 곳을 벗어나 도시로 돌아갈 수 있을 거예요.”

마트베이

드디어 출발하게 됐네요, 친구.

안토샤

……

안토샤

꼭 돌아와.

마트베이는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안토샤

잘 자, 마트베이……

안토샤

날이 밝으면 다시 보자.


흥분한 학생

얼마나 남았어, 로잘린드? 밤새 붙들고 있었잖아.

레토

재촉하지 마. 기타를 고치고 있는 거잖아, 헝겊 인형 같은 게 아니라.

레토

쓰레기 더미에서 주워 온 기타야. 줄 하나 성한 게 없는 걸 무슨 수로 그렇게 빨리 고치냐?

흥분한 학생

내일 큰일을 치를 거니까 그렇지. 음이 하나라도 더 나오면 좋잖아.

레토

쳇…… 펜치 이리 내.


지마

……확인 다 했어?

신중한 학생

전부 확인했어, 안전한 건물이야. 부상자들을 둬도 괜찮아.

지마

좋아, 미콜라한테 가서 거리 양쪽 배치 다시 한번 확인해 봐.

지마

빈틈없이 해, 알겠지?

신중한 학생

알았어!

???

……혹시 이번에도 타이밍이 별로 좋지 않았나요, 소냐?

지마

마트베이?

지마

어쩐 일이야? 거기 무슨 일 생겼어? 우리가 도울 일 있어?

마트베이

고마워요. 저희는 괜찮아요.

마트베이

안토샤가 전에 말한 게 있으니…… 그 성격이라면 굶어 죽어도 부탁하러 오는 일은 없을 거예요.

마트베이

이 아이 때문에 왔어요.

마트베이가 몸을 살짝 틀자, 등 뒤에서 쿨쿨 자는 소녀가 드러났다.

지마

이 냄새는……

마트베이

제가 잠깐 한눈판 사이에 몰래 술을 마셨지 뭐예요.

마트베이

그래서 지금 맡기러 온 거예요. 인원이나 작전 계획상 여기에 있는 게 더 안전할 것 같아서요.

지마

……

지마

로잘린드한테 쿠션이 좀 있을 거야. 그쪽으로 가봐.

마트베이

후우……

마트베이

정말 고마워요.

마트베이

그때 다툰 일 때문에 걱정했는데……

지마

안토샤의 방식은 냉혹해 보일지 몰라도…… 너희가 순수한 용사라는 걸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마트베이

예전의 안토샤는…… 조금 더 따뜻했어요.

마트베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상한 사람이라는 건 알았어요. 말이나 행동거지는 영락없는 대귀족인데, 선생님을 붙들고 어디서 잡일을 좀 할 수 없겠냐고 묻더라고요.

마트베이

나중에 선생님은 안토샤와 함께 귀족 정치를 비판하는 글을 쓰셨는데, 당시 의회는 처벌은커녕 선생님을 장학사로 발탁했죠.

마트베이

그날 안토샤가 제 손을 붙들고 우르수스에 드디어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어요. 이제 더 이상 고통받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우리 모두 자유를 얻게 될 거라고도 했죠.

마트베이

그 순간을 기념하려고 학교 정원에 체리나무도 한 그루 심었어요.

마트베이

그러다 신문이 단속을 당하고, 선생님도 저희 때문에 돌아가셨죠……

지마

너희는……

마트베이

저희는 퇴학당했어요. 선생님께서 주된 죄를 다 떠안으신 덕에 저희는 우르수스의 '관대한 처분'을 받을 수 있었죠.

마트베이

학교를 떠나기 전날, 안토샤는 그 체리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아 이파리 하나 자라지 않은 가지를 밤새 쓰다듬었어요.

지마

……

마트베이

이제 로잘린드한테 가봐야겠네요. 다시 한번 고마워요.

지마

마트베이, 잠깐만.

지마

여기 있는 게 더 안전할 것 같으면……

지마

너도 여기에 남으면 안 돼?

마트베이

아니에요. 약속한 게 있어서요. 오늘 저녁에 한 약속이에요.

마트베이

……어쩌면, 더 오래전에 했던 약속일지도 모르고요.


흥분한 학생

이거…… 된 거야?

레토

한번 해볼게.

레토

음정이 약간 이상하긴 한데, 소리는 나네.

흥분한 학생

우와! 역시 로잘린드는 천재라니까!

레토

이제 와서 아부냐? 그럴 시간에 듣고 싶은 노래나 생각해 봐.

흥분한 학생

음……《고향의 강 위에서》? 아니면 라이타니엔 노래 중에……

레토

뭐? 그런 말랑말랑한 곡은 연주하기 싫어.

레토

이렇게 하자. 내가 즉흥으로 대충 연주할 테니까, 너희가 분위기에 맞춰서 아무 가사나 읊어봐.

흥분한 학생

너무 어려운 거 아니야?

레토

여기 글공부한 사람이 몇인데, 그동안 배운 건 어디에 써먹으려고? 빨리 가사 생각해. 시작한다.

레토

하나, 둘, 셋……

……

차가운 철사로 짜인 거미줄을 밟고♪

밤의 갑옷을 벗겨내네♪

그건♪

새싹이 얼어붙은 땅을 뚫고 나오게 하기 위한 것♪

눈 속의 거짓된 새벽을 지키기 위한 것♪

우쿠시크

음…… 이 소리는……

우쿠시크

……마트베이?


파블로비치

아직도 소식이 없어?

파블로비치

지금이 대체 몇 시인데 아직도야?

경비대장

추밀관님, 그 두 경로에 있는 경계탑은 모두 보강을 마쳤습니다만……

파블로비치

내가 지금 경계탑 얘기를 하는 줄 알아? 지원군이랑 보급 말이야!

파블로비치

다닐라 트레플레프가…… 약속한 화살은? 대포는? 전차는? 군대는?

파블로비치

편지를 수도 없이 보냈는데 답장 한 줄 없다니, 어떻게 감히!

경비대장

진정하십시오, 추밀관님. 저희 쪽 인원 몇 명이 훌륭한 화살과 예비 사격 장비를 갖추고 있으니, 최소한 추밀관님의 안전은 보장할 수 있습니다.

파블로비치

나더러 '진정'하라고? 겨우 '너희 쪽 인원 몇 명'으로?

파블로비치

지금 내가 너희를 부른 게 겨우 너희에게 돈을 줄 목숨을 지키기 위한 것인 줄 아나 보네? 내가 여기서 도망친다고 한들, 그 녀석들이 나를 가만히 놔둘 것 같아? 그게 죽는 거랑 뭐가 다른데?

파블로비치

어이 '대장 나리', 돈을 받고 싶으면, 당장 나가서 저 애송이 녀석들을 없애버려!

경비대장

하지만, 당신이 준 돈으로는 저희 몇 명을 부리는 게 고작입니다. 게다가 그로모프 쪽에 사람을 보냈잖아요. 근데 상대는 수백……

파블로비치

그걸 굳이 말해야 내가 알겠어? 들어봐, 놈들의 노랫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고 있다고.

파블로비치

저 녀석들이 나에게 장송곡을 불러주고 있잖아!

파블로비치

……누구지?

우르수스 장교

안녕하십니까, 추밀관님. 저는 치체린 대위입니다.

우르수스 장교

여기는 물자가 풍족한 모양입니다. 난로가 어찌나 뜨거운지 땀을 다 흘리고 계시네요.

파블로비치

너…… 아니지, 당신은 트레플레프 공작께서 보내신 지원군입니까? 이, 일단 앉으시죠.

우르수스 장교

아닙니다. 공작께서는 이미 카토르가 구에 흥미를 잃으셨거든요.

파블로비치

왜죠?!

우르수스 장교

저희는 공작님의 의중을 함부로 추측하지 않습니다. 이건 저희의 규칙입니다.

우르수스 장교

그래도, 공작님이 저를 이곳으로 보낸 것은 아니지만, 제가 이곳에 온 건 추밀관님을 돕기 위해서입니다.

파블로비치

그래…… 좋아. 내가 우르수스를 위해 이 카토르가 구를 얼마나 성심성의껏 관리했는데. 조국이 내 충성심을 잊을 리 없지.

파블로비치

병력은 얼마나 되죠? 중화기는? 무기 배치는 마음대로 해도 좋습니다. 이 방 안에 대포를 놓아도 좋으니 제발 부탁 좀 드리죠.

우르수스 장교

추밀관님, 아무래도 뭔가 오해를 하고 계신 모양이군요.

우르수스 장교

저에게는 병사가 없습니다. 상관께서 제게 허락하신 건 헌병 30명뿐이고, 당연히 중화기 같은 것도 없습니다.

파블로비치

뭐라고요?!

우르수스 장교

대신, 추밀관님을 위해 이걸 준비하셨더군요.

장교가 서류 가방에서 손바닥만 한 검은색 상자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우르수스 장교

암호화된 군용 통신 단말기입니다. 성벽 밖 포병 진지와 직통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르수스 장교

도저히 버티기 힘들어지면…… 이 붉은 버튼을 누르십시오. 저희가 '적절한' 수준의 화력을 지원할 겁니다.

파블로비치

대체 뭐가 '적절한' 수준이라는 겁니까? 전 이 거리를 통째로 날려버릴 생각이라고요.

우르수스 장교

그건 불가능합니다. 포탄 한 발 한 발이 전부 돈이잖습니까. 그리고, 카토르가 구라고 한들…… 거리마다 재산권이 있어서 말입니다.

파블로비치

그럼 오리지늄 화살은? 폭약은? 그런 것들이라면 충분히 챙겨올 수 있지 않았나요?

우르수스 장교

여기에 있습니다.

파블로비치는 그제야 장교의 손에 들린 가죽 가방 두 개를 발견했다. 크기는 별로 크지 않았다.

우르수스 장교

이 또한 무기들이 폭도들의 손에 들어가는 걸 예방하려는 조치입니다. 일전에 추밀관님께 지원했던 그 많은 물자가 결국 학생들의 손에 들어가지 않았습니까. 저희도 리스크 관리가 필요합니다.

파블로비치

나…… 나는 당신들을 위해 그 많은 더러운 일을 했는데, 당신들은 겨우……

우르수스 장교

추밀관님, 저희 쪽 30명은 모두 정예병입니다. 추밀관께 붙여드린 것만으로도 윗분들께선 충분히 성의를 보이신 겁니다.

우르수스 장교

그리고 들고 계신 '무기'를 너무 과소평가하시는 것 같군요. 그걸 누르는 순간, 우르수스가 추밀관께 최고의 '영광'을 부여할 겁니다……

추밀관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방금 들은 말의 의미를 곱씹었다. 땀이 밴 그의 손바닥에 차가운 통신기가 쥐어져 있었다.

파블로비치

그래…… 희망을 버릴 순 없지. 분명 나를 구하러 올 거야. 저따위 오합지졸쯤은 충분히 이길 수 있어……

파블로비치

거기 누구 있나!

'16 용사' 건달

부르셨습니까?

파블로비치

지금 즉시 동원할 수 있는 인원이 얼마나 되지?

'16 용사' 건달

대략…… 300~400명 정도 됩니다.

파블로비치

놈들보다 많기만 하면 돼. 전부 전투 준비를 시켜. 조만간 그로모프의 원수를 갚을 수 있을 거다!

'16 용사' 건달

알겠습니다!

파블로비치

너는 입구에 폭약을 매설해. 놈들이 여기를 돌파하려 들면, 다 데리고 이고리 대제를 만나러 가겠다!

경비대장

그건……

파블로비치

대위, 당신들은 저 '언바운드'라는 놈들을 상대해 주시죠.

파블로비치

적을 얕보면 안 됩니다. 전 저 녀석들과 이곳에서 2달을 싸웠습니다. 머릿수는 적지만 경험이 많은 녀석들이죠.

파블로비치

무엇보다 그 녀석들은 귀족이라면 가차 없이 사살해 버린다는 겁니다…… 저런 놈들에게 환상 같은 건 품지 마세요. 의회도 저런 골칫덩이들을 살려둘 생각은 없을 테니까.

우르수스 장교

네, 추밀관님.

우르수스 장교

제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누군가 온 것 같습니다.

파블로비치

……출발하지.

파블로비치

저 애송이 놈들을 똑똑히 가르칠 때가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