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사람들, 우리들

PA-6각자 망명

사이드 스토리작전 후2026-09-16

소냐는 인질을 심문해 '16 용사' 본부에 관한 정보를 알아내고, 안토샤 일행과 함께 뼈 아픈 희생을 치르고 그로모프를 처치한다. 그리고 인질을 처리하는 방식에서 생긴 갈등으로 인해, 소냐와 안토샤는 갈라서고 만다.

등장 오퍼레이터: 지마, 보타니, 레토, 우쿠시크, 지마 더 레이징 타이드, 크라운슬레이어


'몽당연필'

예레메이! 이 맥주, 오늘 화학 공장을 하루 종일 뒤져서 겨우 한 상자 건진 건데, 마시게?

예레메이

훠이, 저리 가……

니카

하하, 그냥 마시라고 해. 요 며칠 엄청 무서웠을 테니까.

예레메이

그래도, 잘 버텨냈잖아. 끄윽…… 이까짓 맥주는 평소라면 거들떠보지도 않는 건데!

'몽당연필'

하아, 이 도련님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셨나. 나 같은 '천민'한테 술을 얻어 마시러 오시다니?

예레메이

아니, 넌 좋은 사람이야. 최고로 좋은 사람이지.

니카

예레메이, 나도 '천민'이니까 얼른 칭찬해 줘.

예레메이

그건 싫은데…… 끄윽!

'몽당연필'

……갑자기 왜 그런 말까지 하는 거야. 쑥스럽게.

예레메이

잘 들어, 우리 친구들. 내가 이곳에서 나간다면 여기서 마신 거 한 잔당 한 박스로 갚아줄게.

예레메이

소냐, 미콜라, 그리고 페댜까지 다 한몫씩 받는 거야!


[CG: 72_i08_1]
니카

예레메이, 너 괜찮아?

'몽당연필'

저렇게 잘 퍼마시는데 뭘……

'몽당연필'

야, 남은 맥주는 우리 줘. 페댜가 네 바로 뒤에 앉아 있다고!

예레메이

오늘 밤은, 오늘 밤은 안 돼. 나중에 너희 마음대로 해……

[CG: 72_i08_2]
보타니

너는 왜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안 앉아?

표도르

너는? 겁쟁이 포로 하나 잡아 온 대영웅이잖아.

표도르

소냐랑 안토샤가 하루 내내 심문했으니까, 곧 결과가 나오겠네.

보타니

그로모프의 만행이 하루빨리 끝나면 좋겠어……

표도르

근데 표정이 안 좋네?

보타니

아, 봉쇄 구역 안의 무선 통신이 두절된 이유가 대체 뭔지 계속 생각하고 있었어.

표도르

그건 제3국 특기잖아.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는 놈들이지.

보타니

그런데 네 장비는 내 신호를 계속 수신했잖아. 어째서……

표도르

질문 참 많네, '보타니'…… 흥, '책벌레'라는 코드네임이 딱이네.

표도르

너처럼 착실한 우르수스인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 옛날이 좀 그리워지네.

보타니

……네게 비밀이 있다는 거 알아, 페댜.

보타니

말하고 싶지 않으면, 그냥 비밀이 없는 척하고 있을게.

보타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네가 없었다면 내가 파발로 남작을 데려올 수 없었다는 거야…… 이번 일의 진짜 영웅은 너야.

보타니

언젠가 너는 더 많은 사람에게……

표도르

……

'몽당연필'

야, 페댜, 보타니! 와서 한 잔 할래?

'몽당연필'

예레메이, 취하니까 힘이 엄청 세지더라. 아까 기를 쓰고 술을 못 건드리게 막더라니까.

'몽당연필'

드디어 뻗은 것 같은데, 혹시 몰라서 주먹을 두어 대 더 꽂아두긴 했어. 한동안은 못 일어날 거야.

표도르

어?

'몽당연필'

아무튼, 남은 술이 딱 4잔 나오거든. 괜찮으면 같이 얘기도 좀 더 나누고 친구 하고 싶은데……

보타니

물론이야, '몽당연필'. 너희 앞에 제대로 나오는 건 처음인 것 같네.

'몽당연필'

하하, 처음 왔을 때는 온몸이 피투성이라서 다들 깜짝 놀랐는데, 목소리 듣고 바로 안심했다니까.

니카

자, 술 다 따라뒀어. 페댜, 이건 네 거.

표도르

……고마워.

'몽당연필'

내일을 위하여!

니카

승리를 위하여!

표도르

……

표도르

자유롭고 행복한 영혼을…… 위하여.


안토샤

……타협은 받아들일 수 없어.

지마

네게 더 효율적인 방법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우리가 어떻게 심문해 봤자 저 사람은 자기 안전밖에 몰라.

안토샤

……내가 경고했지. 파발로는 가장 전형적인 우르수스 귀족이라고.

안토샤

녀석들은 근시안적인 데다 겁쟁이들이야. 윗사람이 가끔 베푸는 자비나 '가르침' 따위에 매달린 채, 사람 좋은 척 순진한 얼굴을 하고는 금은보화를 죄다 제 주머니에 쓸어 담는 놈들이지.

안토샤

조금만 숨 돌릴 틈을 주면 거리낌없이 민중에게 칼을 휘두르고 그 피를 권력자들에게 가져다 바치는 것들이라고.

안토샤

썩지도 않고 살아 있는 시체들…… 저놈들의 악취가 안 느껴져?

지마

우리는 지금 계속 이렇게 입씨름할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한 계획을 세울 수도 있어. 내가 그 사람에게서 뽑아낸 정보에 '16 용사' 본부의 지도가 있었어.

지마

거기에 보급품이 제일 많고, 그로모프가 요즘 자주 자리를 비운다고 했어. 이건 절호의 기회야.

안토샤

저놈은 살아서 나가면 분명 너를 팔아넘길 거야…… 카토르가 구에서 나간다고 해도 경찰이 사방에서 덮칠 거라고. 정말 나랑 법정에서 만날 생각이야?

마트베이

……지금은 적어도 우리의 목표가 같잖아요. 이 구역을 해방시키고, 다른 건 나중에 논의해요.

마트베이

저쪽 본거지를 기습하는 건 쉽지 않을 거예요. 우리는 협조할 의향 있어요. 다만 돌아가서 정비할 시간이 필요해요. 혹시라도……

지마

알겠어. 다들 준비되면 같이 움직이자. 파발로를 앞장세우면 돼.

지마

안토샤, 네 생각은 어때?

안토샤

……사람 많이 데려가, 소냐. 그 녀석들 얕보지 마.

보타니

……소냐?

지마

쉿, 보타니, 페댜. 소리 줄여. 다들 자고 있어.

지마

그냥…… 모닥불 옆에 앉아서 좀 쉬고 싶었어.

지마

너희는 이곳 사람들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됐어. 근데, 잘 모르겠어. 내가 과연 모두를 잘 이끌 수 있을까, 그리고 너희의 노력을 헛되게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지마

우르수스에 돌아왔을 때, 나도 고향에서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 근데 지금 나뿐만이 아니라, 나를 따라온 친구들까지 이 진흙탕 속에서 발버둥 치고 있네……

표도르

……

지마

너희는 모르겠지만, 사실 나는 많은 사람의 기대를 저버렸어. 또래 친구들이 내 눈앞에서 죽는 걸 봤고…… 이제 얼마 후면 또 모두를 데리고 나서려고 해.

지마

……우리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 어쩌면 난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보타니

근데 난, 소냐 씨가 이미 해낸 것 같은데?

지마

……응?

보타니

자, 반 잔 줄게. 아직 마시기 전이거든.

지마는 얼이 빠진 채 자기도 모르게 잔을 받아 들었다. 옅은 보리 향기가 느껴짐과 동시에 나직하게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시선이 평화롭게 잠든 얼굴들을 하나씩 훑고 지나갔다. 모두 하나같이 발그레한 볼을 하고 꿈속에서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봉쇄 구역에 들어온 뒤로 가장 고요한 밤이었다.

지마

응……

지마

아직 반 잔이 남았어. 반 잔뿐이라도……


“16 용사” 경비

두목, 흥분하지 마세요.

그로모프

말해! 파블로비치 어디 있어?

그로모프

도대체 어떤 *우르수스식 욕설* 놈이 내 대포를 가져간 거야! 왜 보급을 줄인 건데! 누가 설명 좀 해봐!

“16 용사” 경비

추밀관께서 곧 오실 거예요. 무슨 일이든 말로 하면 되잖아요.

“16 용사” 경비

돈도 주셨고, 주변에 저 경호원들까지 있으니……

그로모프

*우르수스 욕설* 그건 말 안 해도 알아! *우르수스 욕설*!

그는 의자를 집어 들고 구석으로 내던졌다. 그러자 '끼잉' 거리는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몹시도 겁에 질린, 연약한 소리였다.

그로모프

……저건 또 뭐야?

그로모프가 가까이 다가가 '상자' 위에 덮인 천을 들어 올리자, 정교하게 만들어진 우리와 우리 속의 주인공이 나타났다…… 몸을 부들부들 떨며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갈색 백비스트였다.

그로모프

파블로비치 어깨에 있던 놈이잖아? 오늘은 이 녀석을 안 데리고 나간 건가……

그로모프

너, 나가서 기다려. 곧 나갈 테니까.

“16 용사” 경비

네!

부하가 나가자, 그로모프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 그 거들먹대는 고용주에게 본때를 보여줄 생각이었다.

거칠고 투박한 손이 우리 안쪽으로 들어갔고, 가엾은 백비스트의 목을 힘껏 움켜쥔 순간……


파블로비치

여어, 그로모프! 여기서 만나게 되는군. 요 며칠 나를 찾았다고 하던데.

파블로비치

근데…… 왜 내 백비스트를 그렇게 쳐다보고 있지?

그로모프

이 녀석이 왜 여기에……

파블로비치

며칠 못 봤다고 벌써 잊었어? 내가 언제 이 녀석이랑 떨어져 지낸 적이 있었나?

그로모프

그건……

파블로비치

왜, 부럽나? 하하, 역시 너도 동물을 좋아하는군.

파블로비치

내 사무실에 얘랑 교배시킬 백비스트가 하나 더 있거든. 새끼를 낳거든 하나 주도록 하지.

그로모프

……

경비대장

당장 감사 인사하지 못해?

파블로비치

됐어, 그럴 것 없어.

파블로비치

얘 때문에 온 건 아닐 테고, 도대체 뭐가 그렇게 급해?

자신보다 덩치가 큰 경호원들을 슬쩍 훑어본 그로모프는 나오려던 욕을 속으로 삼켰다.

그로모프

왜 보급을 줄인 겁니까? 원래 장비로도 저 애송이들을 막기 빠듯한데요.

파블로비치

……내가 처음에 카토르가 구를 관리하기 위해 너희를 고용한 이유를 기억하나? 네가 제일 싼 값을 불렀거든.

파블로비치

그 훌륭한 자질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데, 그로모프.

그로모프

그럼 제 대포는……

파블로비치

대포 얘기는 꺼내지도 마, 그로모프. 알아도 안 알려줄 거니까.

파블로비치

그건 귀족이 할 일이야. 너는 네 할 일이나 잘해!

'16 용사' 전투원

두목! 큰일입니다!

그로모프

왜?

'16 용사' 전투원

하, 학생 녀석들이 '명예의 방'을 찾아냈어요!

그로모프

*우르수스 욕설* 말도 안 돼!

'16 용사' 전투원

방금 거기서 왔는데, 지금 바로 가지 않으면 가장 깊숙한 곳까지 소냐가 들이칠 기세예요!

파블로비치

……

그로모프

추밀관님!

파블로비치

경호 인력 절반 붙여줘.

경비대장

네!

파블로비치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너를 갈기갈기 찢어서 내 백비스트 먹이로 줄 거야. 알아들어?

파블로비치

꺼져!


'몽당연필'

……밖은 다 됐어. 청소 시작하자.

'몽당연필'

이 녀석들, 싸움은 좀 하는데 조직력이 하나도 없네.

예레메이

동장군 쪽은 잘 되고 있으려나? 지금쯤이라면 녀석들의 근거지 깊숙한 곳까지 치고 들어가야 했을 텐데.

니카

아마 '16 용사' 녀석들은 그곳을 지키려고 끝까지 발악할 거야. 우리도 빨리 가서 지원해야 해.

'몽당연필'

근데, 그로모프 녀석이 진짜 먹을 만한 걸 좀 숨겨뒀으면 좋겠네. 통조림은 더 이상 먹고 싶지 않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화살 한 발이 그의 가슴팍을 관통했다. 그는 미소 띤 얼굴 그대로 몸을 비틀거리더니 동료의 발치에 쓰러졌다.

예레메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면에서 그로모프가 덩치 큰 악당 10여 명을 이끌고 돌진하고 있었다.

니카

빨리! 저 녀석들을 막아!

그로모프

*우르수스 욕설*!

그로모프

죽어라, 이 쓰레기 자식들!

예레메이

안 돼!

예레메이는 쇠 파이프를 들고 그로모프의 해머 액스를 향해 달려들었지만, 두 무기가 맞닿으려던 찰나, 마치 바람이 빠져버린 풍선처럼 날아가 버렸다.

니카

예레메이! 안 돼!

그로모프

이제 네 차례다. 이 벌레 같은 녀석.

니카

그로모프……!

니카

이렇게 많은 사람을 죽이다니, 꼭 대가를 치르게 될 거다!

니카

죽더라도 싸우다 죽겠어!

니카는 피가 목구멍까지 차올라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니카는 감각이 남은 목을 어렵사리 돌려 예레메이 쪽을 바라봤다. 동료들이 급하게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었지만, 그로모프는 이미 광기 어린 짐승처럼 그 한복판에 파고든 뒤였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네가 그로모프를 매수해서 우리를 내보내 달라고 제안했을 때부터 난 그게 함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그런데 난 왜 널 따라갔을까…… 예레메이?

그로모프

젠장, 젠장, 젠장!

그로모프

아직 늦지 않았어…… 뒤쪽으로 가는 게 더 빨라. 내 부하들이 분명 안에서 버티고 있을 거야.

그로모프

명예의 방 암호는 나만 알고 있어. 문을 열고 숨겨둔 무기를 전부 나눠준다면,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어……

그로모프

이제 곧……


그로모프

……

지마

……

레토

동장군! 마지막 놈도 처리했어!

레토

……그로모프?

침묵이 유지된 건 찰나의 순간뿐이었다. 순간적으로 그로모프는 벽 쪽에 있는 기계 장치를 향해 몸을 날렸다.

식별 장치

암호를 입력하세요.

그로모프

*상스러운 욕설*!

식별 장치

잘못된 암호입니다.

안토샤

조심해! 저 버튼에 무슨 장치가 숨겨져 있을지 몰라!

안토샤

마트베이!

화살이 그로모프의 왼팔에 명중했다. 그는 분노가 섞인 포효를 내지르며 해머 액스를 휘둘렀고, 몰아치는 공격을 간신히 막아냈다.

식별 장치

암호를 입력하세요.

그로모프

*상스러운 욕설*!

식별 장치

잘못된 암호입니다.

그로모프

*우르수스 포효*!

식별 장치

인증되었습니다.

식별 장치

환영합니다, 용사 그로모프. 이고리 대제를 보필한 무적의 16 전사 후예……

식별 장치

꺾이지 않는 의지의 소유자, 모든 것을 파괴하는 전설 속 해머 액스의 계승자……

기계에서 나오는 방송을 다 듣기도 전에 그로모프는 벽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레토의 공격은 빗나갔지만, 대신 시끄러운 기계를 박살 냈다.

식별 장치

지직…… 16 용사…… 다음 우르수스 시대를…… 이끌라!

레토

너 같은 게?!

그로모프가 무언가를 향해 손을 뻗으려던 찰나, 화살 한 발이 그의 손가락 바로 앞 벽면에 박혔다.

그로모프

아, 아는 녀석들이군. 그래…… 언바운드도 있었나.

그로모프는 뒤로 몸을 날리며 벽돌 하나를 눌렀다. 그러자 투명한 '벽' 2개가 순식간에 아래로 내려와 그로모프와 그들 사이를 가로막았다.

그로모프

원래는 파블로비치를 상대하려고 공들여 설계한 '감옥'인데, 처음 갇히는 사람이 내가 될 줄은 몰랐군.

지마

멍청하긴. 겨우 이런 유리 벽으로 우리를……

지마가 유리를 주먹으로 쳤지만, 반동에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

레토

이 유리 좀 이상해!

그로모프

제3국에서 개발한 최신 소재다. 황제 폐하도 본 적 없는 물건이라고…… 난 항상 궁금했다. 대체 이런 소재는 뭘 가두려고 만들었을까?

그로모프

만약 이것을 부술 생각이거든 육지 함선이라도 끌고 와라…… 하하하!

그로모프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아무렇게나 주저앉더니, 풀린 신발 끈을 여유롭게 묶기 시작했다.

안토샤

시간이 없어…… 분명 지원군이 있을 거야. 밖도 오래 버티긴 힘들어.

지마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지마

잠깐, '16 용사'…… 잠깐 기다려 봐!

지마

왜 이 방에 똑같이 생긴 해머 액스가 2자루나 있는 거지?

전설에 따르면 이고리 대제와 함께 전쟁터를 누빈 16명의 용사는 당대 최고의 전사들이었다……

그들의 이름을 사칭한 건달들은 전설을 따라 해머 액스를 주조했지만, 자신들의 힘으로는 그 명예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그로모프는 '진품'은 모셔두고, 모조품을 휘두르고 다녔다.

그로모프

꿈 깨라고, 저건 아무나 휘두를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니까!

그로모프

괜히 무리하지 말고 얌전히 포기해라!

보타니

소냐, 내가 도와줄까……?

보타니는 진열장을 부수고 해머 액스를 집어 드는 소냐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소냐의 뼈마디가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지르는 비명이 희미하게 들렸다.

지마는 해머 액스를 끌고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은 유리 벽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갔다.


그로모프

아니…… 아니, 아니, 아니야.

지마

아무래도, 내가 너보다는 자격이 있는 것 같네……

지마

그렇지?!


[CG: 72_i09]
그로모프

안 돼!

지마

네가 죽인 사람들, 네가 묵인한 악행, 네가 피하려 했던 죄와 벌…… 그리고 날 화나게 만든 대가.

지마

그로모프, 유언은?

그로모프

네, 네가 대체 그걸 어떻게……

말이 끝나자마자 해머 액스가 무겁게 내리꽂혔다. 그리고 그 순간, 지마는 이 해머 액스가 가벼워졌다고 느꼈다.

그것은 더 이상 전설 속의 무기도, 박물관에 있어야 할 유물도, 살인자의 소장품도 아니었다. 그것은……

힘이었다.

저항하고, 장애물을 부수고, 활로를 여는 데 사용될 힘 그 자체였다.

그 힘에는 입장도, 주장도, 노선도, 감정도 없었다.

그것은 가장 원초적인 생명의 포효, 뛰는 심장이 뿜어내는 첫 번째 핏방울이었다. 또한, 이 대지에 있는 복잡한 것들과 무관했다. 그것의 존재 이유는 오직……

지마

전투다!!


지친 학생

살았어…… 소냐.

지친 학생

저 양아치 녀석들, 네가 밖으로 보내준 그로모프의 유품을 보여주니까 모조리 성벽 위로 도망갔어.

지마

고생했어…… 다들 정말 용감하게 싸워줬어.

지마

인원 파악하고, 가져갈 수 있는 물자는 최대한 챙기자. 그리고 희생된 애들은……

파발로

소냐! 소냐! 여기요!

파발로

당신 친구 좀 말려줘요!

안토샤

누가 날 말린다는 거야, 그 누구도 날 말릴 수 없어.

안토샤

당신이 죽어야 우르수스가 더 좋아질 거야, 남작.

파발로

무슨 소리예요…… 살려주세요!

레토

안토샤, 진정해!

지마

……이건 거래였어, 안토샤.

지마

저 사람이 위치를 푼 대가로, 살려주기로 했어.

안토샤

소냐, 내가 말했지, 내 눈앞에서 박쥐 같은 놈들이 살아 나가는 꼴은 못 본다고. 이런 놈들의 이용 가치는 몇 시간 더 살려두는 것 정도면 충분해.

안토샤

이런 녀석들을 죽이지 않으면, 죽는 건 우리의 친구들, 광산 노동자들, 황무지의 농민들이 될 거야.

안토샤

죽는 순간이 오면, 저 녀석의 비참한 일생이 마지막 대가를 치르는 것으로 본인의 죄업을 씻어내게 되겠지.

지마

아니, 틀렸어.

지마

이 사람이 살아서 나가야 가치가 있어. 그래야 저런 기회주의자들도 우리가 대화와 협상이 가능한 상대라는 걸 알게 될 테니까.

지마

제국 내부는 하나로 단결되어 있지 않아. 이런 식으로 그들의 관계를 흔들고, 그들 사이의 갈등을 이용해야만 효율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

안토샤

……하지만, 내 목표는 억압 없는 우르수스를 만들고, 나아가 억압 없는 세상을 만드는 거였어.

안토샤

난 이 땅의 미래를 위해 내 손으로 낡은 척추를 부러뜨리고 폐허 위에서 새 아침을 맞이하겠다고 맹세했어.

안토샤

이런 기생충들을 죽이는 건 복수를 위한 게 아니야, 소냐. 곧 무너질 위험한 집을 더 깨끗하게 허무는 거지.

지마

이미 모든 걸 뺏기고, 백비스트처럼 구걸이나 하는 '전직 귀족'을 죽이는 게……

지마

넌 정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이런 죽음에?

안토샤

내가 확신하는 건 하나야. 이 나라에서 부자의 자유는 가난한 이들의 시체 위에 세워졌다는 거.

안토샤

하나를 제거하면, 하나를 구하는 셈이지.

지마

아니, 네가 원하는 건 단순 파멸이야. 하지만 파멸도 그저 일종의 수단뿐이라는 걸 너는 이해 못하고 있어.

지마

폐허만으로는 부족해. 우리는 단결이 필요하고, 사람이 필요해. 위기의 순간에 우리 편에 서서 불의에 맞서 싸워줄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안토샤

……불의에 맞선다고? 이런 놈을 살려두는 게 이런 놈들에게 착취당한 사람들에겐 가장 큰 불의야.

안토샤

일단 여기까지 하자, 소냐. 보타니가 잡아 온 놈이니 처분할 권리는 네게 있어.

안토샤

하지만, 이런 녀석을 살려둘 생각이라면 언바운드는 더 이상 너희와 함께 가지 않겠어. 우린 따로 행동할 거야.

지마

안토샤, 감정적으로 굴지 마!

지마

……네 방식은 잠재적인 아군을 몰아내고, 성공할 확률을 깎아 먹는 짓이야. 너를 리더로 믿고 따르는 사람들의 생존율을 낮추는 짓이라고!

안토샤

언바운드에 리더는 없어. 나는 고문일 뿐이야.

안토샤

모든 사람이 이곳에 모인 건, 억압이 존재하는 우르수스 곳곳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고 귀족의 폭정에 맞서기 위한 거였어.

안토샤

나와 의견이 다르다면 누구든 떠나도 좋아. 나를 해고해도 상관없고.

안토샤는 마트베이의 눈빛을 찾아 고개를 돌렸다.

이것은 안토샤가 학교를 떠난 첫날부터 쭉 유지해 온 습관이었다. 연설할 때도, 걸을 때도, 사람을 죽일 때도.

마트베이는 언제나 뒤에서 묵묵히 지지의 눈빛을 보냈고, 안토샤는 그 눈빛을 보며 자신이 깨어있는지, 여전히 올바른 길을 걷고 있는지 확인했다.

우쿠시크조차 '안토샤가 잘못을 저지른다면, 마트베이가 입을 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안토샤

……

그는 그곳에 없었다.


안토샤

여기 있었네, 마트베이.

마트베이

네.

마트베이가 눈밭에 서서 피 묻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숨을 깊게 들이켜더니, 기침을 해대기 시작했다.

안토샤

……담배 피우는 줄은 몰랐네.

마트베이

저는 당신이 살인을 위해 살인하는 줄은 몰랐어요.

마트베이

분명 그들 중에는 처벌받지 않은 범죄자가 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죽어 마땅한 괴물인 건 아니에요.

마트베이

당신은 그들에게 폭력을 행사해 그들을 심판에서 도망치게 했어요…… 당신의 이상에는 법과 질서가 들어설 자리가 없군요.

안토샤

……비슷한 소리는 수백 번도 더 했잖아.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정의를 실현하려면 이보다 더 좋은 수단은 없어. 네가 만약……

마트베이

아뇨, 안토샤.

마트베이

당신은 귀족이고, 우르수스인이에요. 당신이 사람을 죽이는 걸 볼 때마다, 그 사람들도 당신과 같은 사람인 건 아닐지 생각하게 돼요.

마트베이

하지만, 당신은 본인이 갖고 있는 기회를 남에게 준 적이 없죠.

마트베이는 말을 마치고 아직 불이 붙은 담배를 축축한 담배꽁초들이 흩어져 있는 눈밭에 버렸다.

그리고 돌아서서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안토샤

……나는 파발로를 죽이지 않았어.

하지만 마트베이는 이미 멀리 가버린 후였다.

우쿠시크

안토샤…… 마트베이랑 싸웠어?

안토샤

아니, 묻지 마.

우쿠시크

그럼…… 저녁에 로잘린드한테 가도 돼? 그로모프를 이기면 쉐라그에서 있었던 일을 들려주기로 약속했거든……

안토샤

아니, 가지 마.

우쿠시크

내일은?

안토샤

내일도 안 돼, 우쿠시크. 앞으로 다시는 가지 마.

우쿠시크

하지만, 같이 싸우기로 했잖아. 저 성벽도 같이 무너뜨리기로 했잖아?

안토샤

그럴 거야……

안토샤

하지만 소냐에겐 소냐의 길이 있고, 우리에겐 우리의 길이 있어.

안토샤

우리는 어느 쪽 길이 옳은지 증명할 거야.

안토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표도르

……

보타니

페댜, 뭐 해?

표도르

인원 점검 중이야. 내일 먹을 거 준비하게.

보타니

점검이라…… 오늘 우리 쪽에서 얼마나 죽었지?

표도르

몇 명. 어쩌면 열몇 명일지도. 아직 치료를 기다리는 애들도 있고.

보타니

드디어 정말 옳은 일을 해냈다고 우쭐했었는데…… 하지만 결과는……

보타니

하나도 나아진 게 없는 것 같아. 많은 친구가 떠났고, 안토샤 일행과는 찢어졌고……

보타니

말해줘, 페댜. 크라이니 세베르에서 들려온 그 목소리처럼, 나도 이 땅의 사람들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었던 걸까……? 아주 조금이라도.

표도르

그 불법으로 방송하는 수배자 말하는 거야?

표도르

……응. 넌 옳은 일을 했어.

표도르

하지만 내가 네 행동을 평가해 주길 바랄 필요는 없어.

표도르는 한참 전에 꺼진 모닥불을 다시 지폈다.

이어서 잿더미 속을 굴러다니던 감자 하나를 찾아 나무 막대기에 꽂고 굽기 시작했다.

표도르

내가 뭐라고 하든 그건 중요하지 않거든. 네가 너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그게 중요하지.

보타니

지금 그거, 설교야?

보타니

모르겠어…… 네가 맞을지도 몰라. 아니, 내가 맞을지도 몰라.

보타니

그날 밤에도 이렇게 불 가에 앉아서 감자를 구웠잖아.

보타니

너는 그때가 되어서야 친구들 사이에 앉아서 같이 수다도 떨고, 시국도 비판하고, 문학 토론도 했어……

보타니

난 너희를 지켜봤어. 소리로만 접할 수 있던 사람들이 처음으로 내 눈앞에 나타났던 거야.

보타니

정말 너무 좋았어……

표도르

……네 노력은 헛되지 않았어.

보타니

나는 예전에도 이어폰 너머의 목소리였고, 앞으로도 그 목소리일 거야…… 계속 그렇게 할 거야.

보타니

고마워, 페댜!

표도르

응?

표도르

……

표도르

“그날 밤에도 이렇게 불 가에 앉아서 감자를 구웠잖아.”……


[CG: 72_i08_3]
표도르

일단은 '몽당연필'……

표도르

예레메이……

표도르

니카……

표도르

그리고 '꼬맹이'……

[CG: 72_i08_4]
표도르

모두에게 경의를 표할게.

표도르의 손이 떨렸다. 그것은 '꼬맹이'에게 금화를 건넸던 손이었고……

누군가의 목숨을 구했던 손이었고……

수많은 죽음을 초래했던 손이었다……

표도르는 지금 자신의 감정을 명확히 설명할 수 없었다. 그는 떨림과 함께 마음 깊숙이에서 올라오는 두려움을 느꼈다……


표도르가 정신을 차렸을 땐, 마지막 불꽃만 남은 모닥불이 어둠 속에서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손에 들린 감자는 한쪽 면만 까맣게 타고, 반대편은 전혀 익지 않은 상태였다.

표도르

“내일이 있다”……

표도르

정말 간단한 기도문이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