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6각자 망명
의도치 않게 황제 표도르는 학생들과 함께 카토르가 구에 갇힌다. 그는 통신을 통해 같은 카토르가 구에 있는 보타니를 알게 되고, 보타니는 그의 격려에 힘입어 핵심 인물을 납치해 학생들의 캠프로 데려온다.
등장 오퍼레이터: 보타니, 지마, 레토, 지마 더 레이징 타이드
……미콜라, 너 뭐 해?
안 온 사람이 있어서……
그래서 좌익 대형을 흩트리겠다는 거야? 다시!
좋아, 창으로 내 방패를 밀어내면서 나를 구석으로 몰아넣어.
소냐, 네 힘이 너무 세. 우리 힘으로는 못 밀어.
못 미는 게 아니라, 너희가 힘을 덜 쓴 거야.
명심해, 우리는 오합지졸이 아니야. 우르수스가 우리를 지켜주지 않기 때문에 우리 각자가 서로의 요새가 되어줘야 해.
알겠어?
응!
어이! 동장군, 아직 훈련 중이야?
왔어? 수고했어.
오늘은 상황 어때?
좋은 소식이야. 어제까지만 해도 아주 위풍당당하게 있던 대포랑 중화기가 완전히 사라졌어.
니카 쪽에서 몇몇 사람이 물건을 밖으로 반출하고 있는 걸 봤대. 무기 같다고 했어.
나탈리야가 성공했어, 소냐.
……역시 믿을 만하다니까.
그리고 전에 말했던 것처럼 그로모프는 매일 밤 봉쇄 구역 안에 있는 캠프에 있고, 성벽 위에는 파블로비치만 있대.
성벽을 공격하기 전에, 먼저 녀석들의 주력 병력을 먼저 제거할 수 있겠어.
식량이랑 다른 보급품을 더 확보해야 하는데, 녀석들의 창고를 찾은 사람은 있어?
아니…… 지금 식량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지?
길어봤자 사흘. 언바운드 쪽도 곧 바닥이래. 안토샤한테 신세를 너무 많이 졌어.
식량은 내가 한번 망친 적이 있어서…… 나는……
빨리 내 손 잡아, 동장군! 아무 일 없을 거야. 버텨낼 수 있어.
훈련에 박차를 가해야겠어, 레토. 앞으로의 며칠이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지금 싸울 의지가 있는 애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아. 요 며칠간 한 훈련은 큰 성과를 거뒀고, 다들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어. 의료 및 후방 지원을 자원하는 애들도 있고.
우리 또래라면, 불의에 굴복하는 게 가장 어려운 법이잖아, 그렇지?
후후, 그건 네가 잘해서 그런 거지.
그런데 그 페댜라는 녀석은 학생도 아닌데 작전에 참여하겠대?
응…… 믿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페댜의 이력은 아직도 미궁에 싸여 있지만, 결심은 확고하더라고.
페댜! 고기 통조림 하나 찾았는데 같이 먹을래?
……고맙지만 됐어.
애 부담스럽게 하지 마, '몽당연필'. 넌 페댜랑 안 친해서 페댜가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지도 모르지?
알고 지낸 지 며칠이나 지났는데, 그렇게 어색한 사이 아니거든.
참, 페댜. 너는 학생 같아 보이지도 않고, 노동자 같아 보이지도 않는데.
난 아직도 네가 어떻게 이딴 곳에 온 건지 정말 모르겠어.
……미안, 그건 절대 말할 수 없어.
엥?
너는 도대체……
1101년 12월 24일동계 무도회 시작 30분 전
폐하, 시간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고려해 주십시오.
고려? 그래, 나도 고려하고 있다. 저 배때지에 기름기가 줄줄 흐르는 늙은이들을 전부 플레시 부티다스의 먹이로 던져줄지 말지 고려 중이야.
그러면 녀석들의 재산을 몰수해 국가 재산도 두둑이 챙기고, 통통하게 살 오른 플레시 부티다스도 덤으로 얻을 수 있겠지.
폐하…… 폐하의 분노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폐하께서도 알고 계시듯, 충성심에도 값을 매기는 산업 귀족보다는 오래된 구귀족이 더 폐하의 편에 서려 할 것입니다.
특히 네바 호수 건너편에서 버티고 있는 군단을 억눌러야 하는 지금 같은 때는, 폐하의 편이 더 많이 필요할 겁니다.
그게 저놈들이 나와 협상을 시도하고, 내게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카드라는 말인가?
올겨울에는 내 궁전의 난로도 제대로 못 때울 판인데, 감히 내게 굴러가지도 않는 카토르가 구에 오리지늄을 대라고?
진정 그 쥐꼬리만 한 이익을 원해서 저러는 건가? 천만에! 놈들은 단지 저런 방식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나를 굴복시키려는 것이다! 놈들의 뜻대로 둘까 보냐!
크라이니 세베르의 여대공, 군단, 그리고 구귀족놈들……
우르수스가 언제부터 이토록 많은 좀벌레를 키워냈단 말인가. 하나같이 피를 빨아먹을 기회만 노리고 있다가, 조금이라도 틈이 보이면 내 나약함을 떠벌리고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에 마수를 뻗치려는 것들을!
대답하게, 위트…… 우리가 아직 저들의 존중을 받을 수 있고, 저들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준다 해도 나를 나약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라고 답해다오.
게다가, 저 늙은 공훈 귀족들을 전장으로 내보내 목숨을 걸고 싸우게 할 수 있고, 제4군단을 본래 있던 곳으로 몰아낼 수 있다고 답해다오…… 그게 아니라면, 이 일로 나를 귀찮게 굴지 말아라!
폐하……
위트, 솔직히 가끔은 우르수스에 썩은 살이 너무 많이 자랐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녀석들이 기를 쓰고 지키려는 카토르가 구처럼, 바로 녀석들 본인처럼 말이지.
맞는 말씀입니다. 우르수스는 병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상식 있는 의사라면, 중병에 걸린 환자에게 독한 약을 쓸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오리지늄 비축량이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구체적인 해결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우르수스 내부의 세력 분열이 심화하지 않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내부의 모순이 외적과 자연환경보다 먼저 우리를 무너뜨릴 것입니다.
훌륭하군, 우리 위대한 우르수스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산산조각 날 무도회장의 유리 공예품처럼 취약하기 짝이 없다니 말이야.
사실 폐하께서 직접 많은 것을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평소처럼 저들의 마음을 달래 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우르수스는 여전히 저들의 충성이 필요하며, 폐하께도 저들의 이익을 지켜줄 의향이 있다고만 말씀해 주십시오.
나머지는 제가 대신 하겠습니다.
……알아서 해라, 위트.
이제는 익숙하다. 내가 뭔가를 하려고만 하면 꼭 저 훈장을 단 해골들과 분칠한 빈대들이 발목을 잡았지…… 저들은 우르수스에는 관심이 없다. 내게는 더더욱 없고.
그렇다면 무도회에 출석하실 때 그들에게 말씀하십시오.
……자네와 부의장이 하면 안 되겠는가? 오늘은 너무 힘든데.
폐하, 그것은 예법에 맞지 않습니다.
2년 연속 동계 무도회에 결석하는 것은 안 됩니다. 더욱이 지금은 민심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 모든 백성은 현재 폐하께서 믿음을 심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 알았다. 가도록 하지, 그러니 내게 시간을 좀 줘다오! 제발 잔소리 좀 그만하고, 올겨울엔 짜증 나는 일이 이미 차고 넘치도록 많단 말이다.
이만 물러가거라, 위트…… 미안해.
*격한 우르수스 욕설*……
표도르는 창문 너머를 내다보았다.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의 거리에서는 옛날의 번화했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정말 추운 겨울이군…… 불씨 하나가 간절해.
어떻게 된 거야…… 정전인가?
멍청한 *우르수스 욕설* 황제를 타도하라! 멍청한 *우르수스 욕설* 황제를 타도하라! 멍청한 *우르수스 욕설* 황제를 타도하라!
기생충 위트는 나와라! 무능한 표도르는 나와라!
그래, 너희의 뜻대로 난 여기 있다.
참 북적이는군……
그만! 그만 때려요! 저 좀 놔주세요!
닥쳐라! 감히 황제 폐하를 모욕하다니! 이 매국노 녀석!
경찰봉이 쉴 새 없이 학생의 등을 후려쳤다. 너무 세게 내리친 탓에 경찰봉이 옆으로 날아갔고, 이내 발길질과 주먹이 쏟아졌다……
어이, 그만해! 잘못했다고 말하고 있잖아, 그렇게까지 지독하게 때릴 필요가 있나?
아, 하마터면 빼먹을 뻔했네. 여기에 매국노가 하나 더 있었군!
매국? 참나, 내가 나라를 팔면 얼마에 살 생각이지?
건방지게! 맞고 싶어서 환장했나!
무엄하다!
으악! 감히 날 때리다니!
그래, 때렸다. 영광이라고 생각해라, 그리고 나중에 자식한테 떠들어 줘라. 황제한테 맞았……
표도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묵직한 주먹이 그의 광대뼈를 강타했다.
지지직…… 목표…… 도주…… 체포, 완료! 오바!
황제 폐하…… 지지직…… 위하여! 오바!
표도르가 몸을 일으켰을 때, 그가 가지고 나왔던 비밀 통신 장치는 이미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그는 장치를 허겁지겁 집어 들고 확인해 볼 새도 없이 다시 귀에 쑤셔 넣었다.
……
…………
……진짜 큰일 났네.
지지직……
상황이 안 좋아! 누구 들려?
학생연합대회 전원, 지금 당장 탈출해! 앞의 차들이 외곽 방향으로 달리고 있어!
들리면 누구든 빨리 응답해 줘, 보타니 오바!
잠깐……
경찰 몇 명이 다가오더니, 표도르를 군중 속으로 마구 밀어 넣은 뒤 비좁은 차에 실어 버렸다.
공포와 긴장이 담긴 울음소리와 함께 차량은 카토르가 구를 향해 달려갔다.
그렇게…… 우리는 전부 붙잡혔어.
아무 설명도, 약속도, 식량도, 텐트도 없었어.
우리는 쓰레기 버려지듯 카토르가 구에 내팽개쳐졌어.
걱정하지 마, 내가 도와줄게!
키가 작은 그 학생이 표도르의 앞을 막고 서서, 어떤 생물의 것인지 모를 정강이뼈를 손에 들고 몰려오는 터스크비스트들을 향해 쉴 새 없이 휘둘렀다.
내 뒤로 숨어! 아버지랑 크라이니 세베르에 사냥하러 가본 적이 있어서 상대할 수 있어. 날 믿어!
조심해!
휴…… 도망갔어. 아슬아슬했네.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눈더미 속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네 팔, 아까 그 녀석에게 물렸어.
어? 쓰읍…… 혹시 소독약이랑 붕대 같은 걸 갖고 있진 않겠지?
없어, 하지만 여기서 나가면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 최고의 의사를 찾아줄게.
그럴 필요 없어, 여긴 추워서 감염 같은 것도 안 될 것 같으니까.
참, 이름이 뭐야?
……표도르.
방금 내가 구해줬으니까 페댜라고 불러도 되지? 나는 '꼬맹이'라고 불러줘. 다들 그렇게 불러.
상관없다고?
못마땅해도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안 다쳤으면 나는 먼저 가볼게.
잠깐만, 성벽 쪽으로 가게?
응, 친구한테 거기 담당자가 말이 통한다고 들었어. 돈만 주면 나갈 수 있다고 하더라고.
어떻게 모아보긴 했는데, 충분한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부딪혀 봐야겠지.
아, 이거 받아, 건빵이야. 불 쬘 곳이 필요하면 우리 애들이 만든 남쪽 캠프로 가.
그럼 또 보자, 페댜……
……잠깐만.
이 금화 가져가. 경비원 매수하기엔 충분할 거야.
순간, '꼬맹이'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서 그는 표도르를 향해 몸을 굽혀 예를 표한 뒤, 성벽 쪽으로 걸어갔다.
제발요, 제 말 좀 들어주세요……!
……
지직…… 보타니다, 누구 없나? 들리는 사람 있나?
응답해……
……'16인 의회' 건달들이 학생들을 구타하고 죽이고 있어. 도움이 필요해!
들리는 사람 없어? 왜 아무 주파수도 응답이 없는 거야!
설마 우리가 버려진 거야? 우리의 울부짖음이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거야?!
그냥 벽 하나잖아. 설원 하나를 사이에 둔 것도 아닌데! 어째서……
흐윽…… 왜 아무도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 거야……
어떻게 해야……
……보타니, 오바
……
(쉰 목소리로 나직하게) 373번째 호출이다. 누구든……
……
우리는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의 카토르가 구에 고립됐다……
지난 하루 동안, 내가 아는 것만으로도 5명의 학생이 구타와 저체온증으로 죽었다…… 우리는 영광스러운 우르수스 수도 한복판에 있지만, 생사의 기로에서 발버둥 치고 있다.
내 친구들을 죽인 살인자들이 바로 내 머리 위에 있는 방에 앉아 있다……
……!
374번째 호출이다. 제발, 누군가 대답을……
……보타니, 아마 너는 크라이니 세베르의 그 목소리처럼은 될 수 없을 거야. 너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어.
도대체 어떻게 해야 누군가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이 모든 것에서 우리를 구원해 줄까?
(고통스럽게 구역질하는 소리)
(흐느낌)
374번째…… 너는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의 어떤 고위 관료보다도 굳은 의지를 갖고 있어.
스스로 의식하지는 못했을 수도 있지만, 너는 굉장한 일을 하고 있어.
……어?
내, 내 목소리가 들려? 너는……
나는…… 페댜라고 해. 소냐 캠프에 있어.
소냐 캠프…… 알아. 하지만 나는 거기까지 갈 수가 없어. 아니, 갈 엄두가……
마지막 차에 몰래 올라타고 여기까지 왔어…… 처음엔 내가 본 걸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어. 이곳의 젊은이들이 얼마나 끔찍한 폭력을 당하고 있는지 말이야.
근데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어. 아무도 듣지 못했어.…… 내가 숨어 있는 이 방이 하필 그 건달들 주둔지의 한복판이라……
오늘 그놈들이 여기 들어왔고, 날카로운 칼을 내가 숨어 있는 옷장에 꽂았어…… 모르겠어. 지금도 칼을 꽂았을 때의 진동이 느껴지는 것 같아……
무서워서 그쪽으로 못 가겠어. 가다가 잡히고 말 거야.
흐윽…… 아무것도 못 하겠어……
그런데……
왜 계속 말하고 있는 거야?
……왜냐고?
건달들이 근처에 있잖아.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침묵하고, 눈과 귀를 닫았을 거야. 마치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일인 것처럼……
카토르가 구의 일이 너랑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처럼…… 넌 아무 목소리도 내지 않아도 됐어. 위험과 고통 속에서 버티는 네게 침묵한다고 손가락질할 사람은 없었을 거야.
하지만 너는 들킬 위험을 무릅쓰고 봉쇄 구역에 들어왔어. 녀석들이 코앞에 있는데도, 아무도 듣지 않는데도, 비보를 전했어. 넌 네가 그렇게 반복할 때마다, 학생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거야.
희망…… 줄 수 있어…… 모두에게 필요하니까……
아니면 조금 더 그럴싸한 얘기를…… 하아, 진짜. 용기 있는 사람이 자신의 나약함을 끝없이 얘기하는 꼴이라니, 나오자마자 마주치는 일들이 죄다 이런 식이군.
말해봐, 그쪽에 있는 적은 몇 명이야?
2명.
좋네, 2명으로는 너를 잡을 수 없어. 지금 그 위치에서 녀석들의 동태를 파악할 수 있겠어? 녀석들이 말하는 내용이라든가, 현재 상태라든가.
……자세히 들으면 들려, 계속 일하기 싫다고 불평하면서 하품을 하고 있어. 엄청 피곤해 보여.
잘됐네, 사람은 지친 상태에서 경계심이 가장 낮아. 놈들도 사람이니, 기력이 떨어지고 해이해지기 마련이지. 너도 지친 사람 하나쯤은 쉽게 죽일 수 있어.
그래도 그건 너무……
알겠어. 손 쓸 생각 없으면 그렇게 해. 그럼, 도망치는 건 문제없겠지?
오늘 밤에 녀석들이 곯아떨어진 뒤, 코 고는 소리가 들리거든 뒤도 보지 말고 뛰어.
길을 모르면 내가 알려줄게. 나도 성벽에서 캠프까지 걸어왔거든. 길목에 있는 건물들은 아직 기억해.
해보면 알아. 그렇게 어렵지 않아.
……계속 네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거지?
그걸로 네게 거기서 나올 용기를 줄 수 있다면……
그녀는 그날을 떠올렸다. 앞으로 무엇을 할지 결심했던 그날을.
먼지 냄새와 달아오른 전자 부품에서 나던 탄 냄새…… 그녀는 의자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뒤엉킨 주파수 속에서 고향…… 브레스크의 소식을 찾고 있었다.
“다음은 오페라를……”
“지직……”
그녀는 손가락으로 다이얼을 돌렸다. 그녀에게는 고향의 소리가, 마음을 안정시키는 그 힘이 필요했다. 마치 기댈 곳이 사라져 방황하는 가슴속 불안을 억누르기 위해, 단 한 순간만이라도 억누르기 위해……
……뭐라고?
“지직, 지지직……”
“광산과 도시에 있는 모두에게.”
“우리는 크라이니 세베르에서 왔다.”
……나, 해볼게.
그 전에 신원 확인부터 하고 싶어. 너, 학생은 아니지?
……맞아, 근데 소냐가 여기 있어도 된다고 했어.
그랬구나…… 나는 통신으로 학생연합대회에 도움을 주고 있었어. 학생들은 다 내 목소리랑 '보타니'라는 이 코드네임을 알고 있어.
파발로, 좀 쉬어. 오늘 또 물자 한가득 옮겼잖아. 나도 지치는데 너는 오죽하겠냐.
아뇨, 그로모프 님의 수고를 좀 덜어드린 것뿐입니다.
그래도 네 아버지가 너를 남작으로 만들어 줬는데, 이렇게까지 납작 엎드려 길 건 없지 않아?
아버지는 진작 돌아가셨고, 우리 집도……
그로모프 님께 말 좀 전해주시겠나요? 저는 그냥 빨리 여기서 나가고 싶어요. 당신들한테 강제로 끌려……
시끄러워. 그래, 내가 끌고 왔다. 그래서? 대장이 셈 좀 할 줄 아는 사람 필요하대서 그런 거잖아? 홀대한 것도 아닌데 왜 이럴까?
나가고 싶으면 말이나 좀 아끼고, 일이나 계속해.
……
무슨 일이야, 보타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저 사람들 얘기를 차분히 들어보니까……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무서운 사람들은 아닌 것 같아서.
쳇, 우르수스에 빈 깡통이 얼마나 넘쳐나는지는 내가 제일 잘 알지.
헤헤……
고마워, 페댜.
내 목소리를 들어줘서 고마워.
깊은 밤, 제대로 닫히지 않는 창문 사이로 한기가 이따금 파고들었고, 낡은 집은 그때마다 삐걱거렸다.
파발로는 기름때 묻은 책상 앞에 앉아 미간을 찌푸린 채 옆방에서 들려오는 우렁찬 코골이 소리를 들으며 장부를 넘겼다.
그로모프가 물자를 엄청나게 많이 신청했는데, 왜 하나도 못 본 거지……
아니야. 구매가가 시세보다 한참 비싸고, 장부상 '16 용사'의 급여도 실제보다 훨씬 많게 적혀 있어.
흥,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에 차고 넘치는 게 이런 더러운 짓이지.
그는 가볍게 코웃음 쳤다. 거의 동시에 등 뒤에서 들리던 우레 같은 코골이가 뚝 끊겼고, 무언가 축축한 느낌이 나는 구르륵 거리는 소리로 변했다. 마치 누군가 물로 입을 헹구는 듯한 소리였다.
또 먹는 꿈을 꾸는 건가? *우르수스 욕설* 멍청하긴, 꼭 국솥에 빠진 것 같은 소리를 내는군.
이어서 '구르륵' 거리는 소리가 멈췄고, 나무 바닥에 액체가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물이 새나?
그는 뻑뻑한 눈을 비비고 자리에서 일어나 옆방으로 향했다.
문을 여는 순간, 파발로의 동공이 순식간에 수축하면서, 그의 손에 들린 장부가 바닥에 툭 떨어졌다…… 자고 있던 동료의 목에서 검붉은 액체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
쉿…… 남작, 당신 명줄은 내가 쥐고 있어.
다, 당신은 누구죠?
몰라도 돼. 근데 나는 당신 도움이 필요해.
……목소리를 떨고 있군요. 손은 목소리보다 더 심하게 떨고 있고요. 많이 긴장했습니까?
그렇다면, 칼 내려놔요. 차근차근 말로……
싫어……
소리를 지르거나 시간을 끌려 한다면, 죽이는 수밖에 없어.
당신 말대로 손이 너무 떨려서 칼이 어디로 들어갈지 장담할 수 없거든.
아니요, 안 돼요…… 제게는 아내도 있고 부모님도 계세요. 살려만 주신다면 뭐든지……
……좋아. 우선 이 이어폰부터 껴.
이건……
계속 칼을 들고 있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함부로 움직였다가는…… 제3국 최신 기술로 만든 이 이어폰이 언제든 당신 머리를 날려버릴 거야.
제3국?! 아니, 내가 어쩌다 이런 사람들한테……
목소리 낮춰…… 동료가 이어폰으로 길을 알려줄 거야. 나를 데리고 '16 용사'의 거점을 전부 피해가, 알아들었어?
아, 알겠습니다……
친구, 캠프 위치 알려줘. 지금 바로 갈게……
하, 하하……
……왜 웃어?
아니야, 아무것도. 우선 주변에 있는 건물부터 알려줘……
나한테 '임무'까지 생기다니…… 일이 점점 예상 밖으로 흘러가고 있군, 뭐, 더 나빠진 것 같지는 않지만.
맞다, 제3국 그 미치광이들이 평소에 어떤 식으로 말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