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4붕설
링과 허우의 도움으로 왕은 쉐이의 악몽을 엿본다. 그 판에서 그는 다시 몇 수를 잃고, '미래'의 쉐이수가 깨어나 사람들을 집어삼키는 참혹한 결말을 직접 겪는다. 결국 꿈속에서 그는 백을 집은 자의 그림자를 지우고 다시 한번 쉐이를 죽인다.
759년
오른발…… 음 거의 다 갈았구먼.
간신히 몸을 다시 만들어 놓고, 처음 하는 일이 남 대신 죽으러 가는 거라니……
이제 출발해야겠어……
귀공인가.
아니지. 귀공은 쉐이지만 또 쉐이는 아니고…… 쓰읍……
재밌군, 재밌어.
과거의 원수가 지금 네 눈에 보이는 것처럼 이렇게 분열됐고, 옛 추종자들도 오합지졸이 됐는데, 소감이 어떻지?
원수라니?
꿈을 꾸었고, 못다 한 일을 잠시 미뤄뒀을 뿐이라네. 꿈에서 깨어나기 전에 목숨을 건졌지. 대사냥이라는 발굽에 치여 죽는 일을 피했고, 꿈에서 깨어나 여기서 죽는 것도 나쁘지 않아.
하지만 귀공은 나를 여기서 소리 소문 없이 죽일 게 아니라, 염국의 군대 앞에서 나를 죽여야 한다네. 그렇지 않으면 미치광이들이 줄줄이 내 이름을 들먹이며 목숨을 내던질 테니까.
그거야말로 내가 보고 싶지 않은 일일세.
……살아남지 못할 사람은 자연스럽게 반기를 들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를 따져본다면, 그게 너와 연관된 것이라 할 수는 없겠지.
난 너를 죽이지 않는다. 아니, 반대로 넌 죽으면 안 돼.
나라는 '원흉'을 죽이지 않고, 오히려 도와주겠다는 건가? 그거 재밌군.
그러면 저 '산해중'이란 놈들은 어떻게 할 셈이지? 비록 반쪽짜리에 불과하긴 하다만, 늙은 목수의 아츠가 그들에게 전수됐으니, 나와 아무 인연이 없다고는 할 수 없는데.
네가 떠난다면 자연히 살아남을 것이다.
어떻게?
염국의 군대가 잡으려고 하는 건 저들이 아니라 너다. 그리고 네가 떠나는 건 어려운 선택이 아니지.
만약 정말 무슨 문제가 생긴다면, 내가 너를 돕겠다.
산해중은 아마 이틀 정도는 더 버틸 수 있을 거다. 이틀 뒤면 산해중은 전멸할 거고, 염국도 3할의 군대를 잃겠지.
하지만, 만약 네가 여기 남아 저들 대신 죽으면, 저들은 더 미쳐 날뛰며 죽음을 불사하고 싸울 것이다.
물론 반대로 네가 떠난다면, 저들도 도망칠 것이고, 염국의 군대도 목적을 달성했으니 군대를 물리겠지.
전쟁을 멈추고 싶다면, 네게 남은 건 이 길뿐이다.
역시 쉐이인가…… 아니지, 완전히 쉐이 같지는 않아. 계략으로 치면 귀공이 쉐이보다 10배는 낫네.
오늘 이렇게 큰 은혜를 입었는데, 내게 원하는 것이라도 있나?
그냥 심심해서 둬본 수다. 유용하면 쓰고, 그렇지 않으면 버릴 뿐.
허허…… 그렇게 말하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구먼그래.
약속하지, 이 은혜는 반드시 갚겠네.
내가 뭘 하려는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나를 돕겠다는 거지?
베헤모스조차 '심심해서 둬본 수'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귀공이 계획하는 건 필시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닌, 자네 자신을 위한 거겠지. 아까 분열됐다고 했는데, 몇으로 갈라졌지?
……열둘이다.
최후에 남는 게 '열둘'인지, '하나'인지, 귀공이 신경 쓰고 있는 건 분명 이것이겠지.
일단 조언 하나 하겠네. 나무 한 그루로는 숲을 이룰 수 없다네. 귀공이 하려는 일은 하늘을 거스르는 일이니, 가능한 한 도움을 많이 구하는 게 좋을 걸세.
형제자매들에게도 다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지 물어보시게. 귀공들과 같은 존재는 본래 평범한 이치와 법도로는 헤아릴 수 없으니까 말이야.
부디 해법을 찾길 바라네. 그게 이 세상의 생명들에게 고난을 하나 덜어주는 셈일 테니……
……
내 꿈이 소멸하지 않는 한, 내 꿈에 아직 우리 12명이 있는 한, 우리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거야.
비어 있는 것 같지만 채워져 있는 것이고, 커다란 도의 길을 자유롭게 거닌다는 것, 결국 이런 거야.
내 귀에는 네가 제일 무거운 멍에를 메겠다는 소리로만 들리는군.
너는 가족 모두를 쉐이가 깨어날 듯 말 듯한 순간으로 끌어들이고, 네가 깨어있는 꿈속에서 그 순간을 영원히 길게 늘어뜨릴 뿐이다……
그렇게 한다면 얼마나 버틸 수 있지?
인간 세상에 있는 좋은 술을 전부 실컷 마실 때까지. 어때?
그래도…… 난 그렇게까지 힘든 길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쉐이와 대등하지 않아. 고단함 없이 어떻게 죽음 속에서 삶을 구할 수 있겠어?
알고 있다, 하지만……
……쥐서우를 구한 건 즉흥적으로 한 일이 아니다.
아니, 그 얘기는 갑자기 왜 하는 거야? 당연히 뭔가 이유가 있으니까 그렇게 행동했겠지. 단지 오라버니는 가끔 너무 멀리 내다보느라 주변을 잘 보지 않……
잠깐, 그 말은?
부탁을 받았다.
누구한테?
허우서우.
그 영감, 아직 살아 있었어?
허우서우에게는 산해중 같은 추종자가 없어서 염국의 감시를 피할 수 있었다. 내 도움으로 염국의 손길이 닿는 땅을 벗어난 후, 쥐서우에 대한 것을 내게 말해줬다.
……그거, 큰 오라버니한테도 말했어?
아니.
……오라버니도 영리함이 필요할 때는 상당히 영리하구나.
허우서우를 염국 밖으로 대피시킨 후, 국면을 타개할 방법을 물었다. 그리고 허우서우의 대답에서 영감을 얻었다.
“내가 그것의 꿈속에 있으리란 법은 없고, 그것 역시 나의 꿈속에 있으리란 법은 없다.”
하하, 그 영감 여전히 재밌네. 술이라도 한잔할 수 있었으면 좋을 거 같은데.
최근 쉐이가 이상할 정도로 활발해졌다. 꿈속에서 뭔가가 소란을 피운 탓에 각성이 빨라졌을 가능성이 높아.
임시방편일 뿐이겠지만, 내가 쉐이의 꿈속에 들어가서 화근이 무엇인지 똑똑히 볼 수만 있다면……
그러다가 깨우면 어떡해?
쉐이가 70년 후에 깨어나든, 7일 후에 깨어나든, 우리한테 큰 차이가 있을 거라 생각하나?
……내가 오라버니를 도와주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을 찾을 거다.
혹시 그 계획에는 나한테까지 뭔가 손을 쓴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어? 예를 들자면, 내 물건을 훔친다든가.
……
말을 안 하는 걸 보니, 맞나 보네?
하아……
약속해, 꿈에서 경거망동하지 않겠다고.
만약 약속을 어긴다면……
그만.
가족끼리 그렇게까지 맹세할 필요는 없잖아.
……
근데, 나를 슬프게 하지는 마.
알았다.
자, 약속했으니 이 술을 마셔. 술잔은 선물이야.
술만 마시면 되나?
그냥 꿈만 꾸는 건데, 술 한잔이면 충분하지. 뭐 의식 같은 게 필요할까 봐?
조금 더 연장자인 대리인이 술잔을 들고 단숨에 들이켰다.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캄캄해졌지만, 대리인은 억지로 버티며 팔로 몸을 지탱했다.
어느새, 팔꿈치로 괴고 있던 석재 탁자는 이끼가 잔뜩 낀 바위로 변해 있었다.
왕은 확신했다. 이건 혼돈 속에서도, 속세에서도 보지 못했던 풍경이었다.
그는 본디 쉐이였다. 하지만, 쉐이의 꿈은 너무 방대했기에, 하나씩 살펴볼 수는 없었다.
여긴……
전장이었다.
공허와 공허의 전쟁터였다.
대리인은 베헤모스가 베헤모스를 향해 내지르는 포효를 들었다. 인간이 인간에게 칼을 휘둘렀고, 파도처럼 베헤모스를 향해 돌진했으며, 베헤모스에 의해 질식했고, 부서졌고, 삼켜졌다.
그는 베헤모스의 고통 어린 전율까지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인간의 거대한 무기는 발사 직전의 임전 상태였다……
눈길이 닿는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형태가 없는 베헤모스가 지면을 스치고 지나가자, 풀과 나무가 사라지고 검고 누런 진흙이 드러났다.
형태가 없는 거대 구조물이 봉우리를 강타하자, 산이 갈라지고 바위가 무너졌다.
하지만 그것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두려웠다, 분노했다,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그것은 반격하지도, 피하지도, 비명을 지르지도 못했다.
……쉐이의…… 악몽?!
우리 12명이 전부 떠난 후, 쉐이가 꿈속에서 보이는 형상이 사라진 건가……
대리인은 자기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산조차도 악몽 속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똑바로 서 있기가 어려웠다.
아무리 꿈속이어도 발밑은 제대로 봐야지.
누구냐?!
……어떻게 여기에 왔지?
쥐가 자네의 목숨을 구하러 직접 오고 싶어 했지만, 안타깝게도 본인 머리로 꿈꾸는 것조차 무리인 상황이라서 말이지, 이런 곳은 내가 오는 게 낫다네.
애석하게도 쉐이의 꿈이 이 지경까지 망가졌구먼…… 화 속에 복이 있고 복 속에 화가 있다더니, 딱 그 꼴이구먼.
자네는 이미 쉐이의 꿈에 들어왔다네. 자네가 원했든 원치 않았든, 자네는 이미 본인을 붓으로 삼아 이것의 꿈에 선을 그었다네.
보게.
허우가 가리키는 방향, 하늘인지 땅인지 분간할 수 없을 만큼 먼 곳의 공허 속에서 갑자기 무언가의 검은 윤곽이 나타났다.
베헤모스.
인간.
무기.
모든 것은 여전히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이어서 왕은 몇몇 염국 군인들이 가지고 있던 그림책을 떠올렸다.
빠르게 넘기면 마치 시의 손길이 닿기라도 한 것처럼 각 페이지의 그림이 연결돼, 생명이 없는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림책이었다.
내가 쉐이를 깨운 건가?
정반대일세.
악몽은 오래 가지 않는다네. 누구든 악몽에 갇히면 깨어나고 싶은 생각뿐이지. 허나 이런 테두리가 생겼으니, 적어도 한동안은 더 잘 수 있겠지.
그러면 화 속에 복이 있고 복 속에 화가 있다는 말은……?
허우는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왕은 그 의미를 직접 보았다.
그 형상들은 처음에는 어색하고 딱딱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점차 부드러워졌다.
다른 변화가 있지는 않았다. 단지 검은 윤곽 안에 하얀 그림자가 나타났을 뿐이었다.
저건 뭐지?
……자네를 포함한 자네의 가족 12명일세. 각자가 쉐이의 꿈에서 무언가를 가져갔지. 위를 보낸 뒤에는 쉐이의 꿈이 점점 희미해졌고, 새로운 꿈에는 아무것도 없게 되었지.
하지만, 남아 있는 것은 텅 빈 구멍이라기보단 아무것도 없는 거울에 가깝다네. 꿈속으로 가장 먼저 들어올 존재의 형상을 비추길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야.
저건…… 아니지, 저 사람은 이미 자네가 되었다네.
……이건?!
쉐이의 악몽은 쉐이의 꿈속 공허를 채운 자네의 그림자이기도 하다네.
자네는 내게 말했지, 100년 전 자네 가족에게 일어난 이상한 일에 대한 것을 말이야. 지금 그 이상한 일들이 하나로 합쳐졌군…… 자네의 형상을 빌려서 말이야.
이건 쉐이의 창조물이자, 쉐이의 꼭두각시이자, 쉐이가 마주하길 원치 않는…… 그림자의 그림자일세.
가야겠군.
간다고?
안 그러면? 쉐이를 죽일 셈인가?
만약 이게 빈 형상이라면, 이것을 죽이는 것으로 쉐이의 꿈속에 남은 의식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젊은 친구가 영민한 것 같은데, 말은 참 섬뜩하게 하는구먼.
꿈 밖에 있는 쉐이도 아직 죽일 능력이 없는 주제에, 꿈속의 녀석을 죽일 수 있다는 건가?
백번 양보해서, 만약 자네가 무사히 빠져나올 자신이 있다면 그렇게 해도 좋네.
최소한…… 모든 것을 불태우겠다.
쩝, 남의 말은 전혀 듣지 않는 친구로군.
어쩔 수 없군. 자네가 신경 쓰는 이를 보낼 수밖에.
오라버니?
이 녀석이 자신의 목숨을 내놓으면서까지 이 꿈에서 쉐이를 죽이겠다고 하더구나.
……오라버니, 나랑 한 약속은 그새 잊었어?
이렇게 좋은 기회를……
천재…… 일우의 기회를……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자네는 자네 오라비를 이 꿈에서 데리고 나가게. 계속 있다가는 우리 모두 위험해져……
……난 이번에, 이 꿈속에서.
네 깊은 꿈속을 들여다보았고, 나의 그림자도 보았다.
너는 그 그림자를 보았다. 그 대가로…… 앞으로 수백 년간 너를 괴롭힐 정체 모를 적을 빚어냈지.
허나, 다시 이 상황을 마주하였으니, 뼈저리는 후회만이 남아 있겠구나.
한순간의 방심이 커다란 실책을 낳았군. 만약 당시의 내가 그 거울에 비친 그림자 역시 꿈을 떠나 현실에 개입할 수 있다는 걸 알았더라면…… 그 자리를 쉽게 떠나진 않았겠지.
……어디로 숨을 셈이지?
상관없다…… 내가 찾아낼 테니까.
그래, 이만 가야겠군.
허우는 잠시도 머물기 싫은 것이 분명했다. 이어서 그가 손에 든 소박한 나무 막대기로 허공에 줄을 긋자, 세 사람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러나 허우와 링이 눈치채지 못한 게 있었다. 그들이 데리고 나온 건, 수많은 바둑돌 중 하나였다.
꿈에서 나오면 그 바둑돌은 부서질 것이었다. 그 후 다시 그 꿈으로 돌아온다 한들, 그들이 올라설 산봉우리는 결코 지금과 같을 수 없었다.
다시는 나를 찾으러 오지 마라.
그럴 가치 없는 일이니까.
대리인의 몸에서 갑자기 새카만 기운이 뿜어져 나왔고, 다음 순간 그는 눈앞의 절벽 아래로 몸을 날려 아무것도 없는 진형 속으로 뛰어들었다.
지평선 너머에서 짐승 형상의 거대한 윤곽은 무언가에 명중당한 듯 산과 강을 뒤흔드는 비명을 질렀다.
검은 선으로 그려진 잿빛 인파가 베헤모스의 윤곽을 재빠르게 집어삼켰고, 대리인을 향해 밀려왔다.
그들은 마치 썰물 같았다. 멀리 있을 때는 가느다란 선처럼 보였지만, 눈앞에 몰려오자 하늘도 집어삼킬 파도처럼 거대했다.
검은 갑옷, 흰 도포, 쇳빛 검, 창백한 활.
천 년 전 염국의 무기들이 빼곡히, 채색하지 않은 한 폭의 공필화처럼 대리인의 발밑까지 번져왔다.
맨 앞의 병사가 대리인에게 돌진했다. 아츠의 잔영을 지닌 창끝이 대리인의 목을 향했지만, 대리인은 단칼에 창을 갈랐다.
덤벼라!
그가 고함을 내질렀다.
그의 앞에서 쉐이 꿈속의 천만 군대가 멈췄다……
그 이후, 군대는 그를 향해 몰아쳤다. 마치 고함 때문에 잠깐 얼어붙었던 빙하가 다시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이게…… 무슨 일이지?
숴, 숴 선생님……
그쪽은…… 링의 지촉인? 링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는가?
그 한마디를 내뱉은 찰나, 산맥과도 같은 거대한 발톱이 숴의 머리를 짓눌렀다.
숴가 주먹을 휘둘러 맞받아치자, 하늘과 땅이 진동했다.
공격에 실패한 쉐이의 관심이 다른 쪽으로 쏠렸다. 쉐이는 피가 흘러나오는 상처를 핥을 겨를도 없이 저편에서 막 조립이 끝난 커다란 병기를 보고 맞섰다.
쉐이를…… 막지 못할 것 같습니다.
금위군을 절반 이상 잃었습니다. 쉐이 능묘로 소집한 옥문 국경 군인은 거의 전멸했고요……!
백조 주변에 있는 도시 4개의 수비군을 모두 소집했습니다. 쉐이가 다음 도시를 멸망시키기 전에……
왕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대체 어디에 있는 거냐?!
지금 찾아봐야 무슨 소용입니까?
링 씨는 쉐이가 갑자기 깨어났을 때 꿈속에서 남은 사람들을 보호했고, 숴 선생님은 염국 군대와 함께 쉐이와 맞섰습니다…… 쉐이를 깨울 수 있는 게 죄인 말고 또 누가 있습니까?!
그…… 죄인이라고……
오라버니?
링?!
링, 너는 여기에 오면 안 돼! 혹시 꿈이……
누가 알았을까…… 술에 미쳐 살던 이가……
이제는…… 변해……
링은 아직도 눈을 감은 채였다. 꿈에서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비록 꿈속이었지만,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꿈속의 형제자매들 또한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이미 가까이 와 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죽음만이 유일한 길이겠군.
깨어 있는 숴는 아직 피를 마시기 전인 그 검을 뽑아 들었다.
꿈속의 링이 등불로 쉐이의 몸을 비스듬히 가리켰다.
마침내 쉐이도 고개를 돌리고 자신의 분신을 마주했다……
그러나 전장의 모든 이와 모든 짐승이 살육을 시작하려는 그 순간, 피투성이가 된 검은 그림자가 쉐이의 뒤에 나타났다.
잡았다.
너는……
수많은 꿈속의 꿈속을 지나 지금 모든 나, 모든 우리가 여기에 있다. 너에게 갈 곳은 없다.
감히! 만약 네가 나를 죽인다면, 너와 네 가족 모두 재가 되어버릴……
왕은 대답하지 않았다. 왕은 칼로 얼마나 많은 꿈을 쫓아왔을지 모를, 자신의 모습을 한 그림자의 목을 정확히 찔렀다.
꿈속에 있던 기이하고 괴상한 풍경이 목의 상처를 통해 분출됐다.
산, 베헤모스, 군대…… 새하얀 꿈이 하늘과 땅 사이로 피어올랐다. 꿈 바깥의 군대, 대리인, 그리고 그 베헤모스까지도 피처럼 뜨겁고 새하얀 안개에 휩싸였다.
그 하얀 그림자가 쓰러지고 나서야 사람들은 생기를 잃고 바닥에 쓰러진 몸 2개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하나는 왕이었고, 다른 하나는 왕과 매우 닮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숨이 끊어진 순간까지도 얼굴에 살기가 넘쳤다.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링?!
2개의 몸이 쓰러짐과 동시에 링과 링의 꿈속 동생들도 동시에 소멸했고, 무로 돌아갔다.
링!
쉐이는 슬프게 울부짖었고, 그 소리는 마지막 대리인의 비통한 외침과 한데 겹쳤다.
아직도 이런 환상으로 나를 흔들려고 하는 건가…… 헛수고다.
“누가 알았을까, 술에 미쳐 살던 이가 이제는 변해 술에 슬퍼하는 이가 되어버릴 줄은.”
이건 링이 쓸만한 시가 아니다. 죽음이 코앞에 들이닥친다 해도 말이지.
……훗, 이번에는 바둑돌을 얼마나 썼지?
……직접 세어봐라.
내 바둑돌이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네 기억은 이제 얼마나 남았지?
많지 않다.
하지만, 아무래도 하나 잊은 모양이군.
너는 정말 겨우 12분의 1에서 다시 분열한 조각 몇 개로 온 대지와 공생하는 나와 겨룰 수 있다고 생각하나?
기억하나?
네 지난번 패배는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