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사세행

TA-5양걸침

사이드 스토리작전 전2026-07-16

140년 전, 전임 진룡이 즉위한다. 그는 쉐이를 진압하는 데 방대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이 달갑지 않았고, 왕을 불러 20년 안에 쉐이를 제거하라고 압박한다. 한편 지에는 새로운 지촉인 춘을 만나게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962년

폐하…… 소신들은 여기까지 모시겠습니다.

이 문 뒤의 방은 염국 전체에서 오직 폐하만이 들어가실 수 있는 곳입니다.

다들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 없다. 그냥 문일 뿐이다.

폐하, 그 문 뒤에는 염국의 가장 깊은 비밀이자, 염국이 가진 가장 강한 권능이 있습니다……

……그렇군.

17살의 진룡이 마지막 계단을 내려갔다.

그는 깍듯이 몸을 굽히고 있는 삼공을 돌아보고는 입을 살짝 삐죽이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문을 열었다.

그는 그 문 뒤에 무엇이 있는지 들은 적이 있었다. 이 나라에는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전설과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었다……

“땅의 은택이 만백성에게 미치니, 이 기이한 돌을 내렸고, 하늘이 염국을 도와 괴수 쉐이를 제거하였다.”

천 년간 염국이 번영한 것이 이것에서 시작됐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진룡의 권력이 그것에 기댄 가짜 권력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100년 가까이 그것의 진짜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새로 즉위한 진룡은 다소 흥분한 상태였다. 그의 손끝이 가볍게 떨렸다.

염국의 대지에 있는 모든 것은 염국의 흥성을 위하여 그의 지휘에 복종해야 한다.

……작디작은 결정 하나까지도.

결국, 그는 문을 열었다.

[CG: 70_i06]

야심만만한 그조차도 광활한 공간과 위협적인 광채 앞에서 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최초의 오리지늄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람이 그 위에 가공을 더한 창조물이었으며, 수많은 천사가 수백 년간 가공한 제한과 인도의 산물이었다.

백조를 수도로 세웠고, 골짜기를 열었고, 쉐이 능묘를 통치했고, 쉐이의 몸을 옮겼고, 재난의 기운으로 쉐이의 의식을 제압했고, 그것으로 다시 재난의 기운을 소멸하였다. 그러나 안심하지 못한 황제는 영원한 평안을 도모하고자 천사부에 대책을 물었다.

1년 만에 술법을 얻었으니, 이는 재난의 기운을 단련하여 도끼와 창으로 삼는 것이었다. 다만 재난의 기운이 흉악하고 사나워, 천사 백 명을 제물로 바쳐 그 기운을 인도해야 하고, 병사 만 명의 육신으로 칼날을 벼려내야만 비로소 그것을 제거할 수 있었다. 허나, 대업을 이룬다 해도 백조는 화를 면치 못할 것이었다.

황제가 말했다. “백성을 해치며 뜻을 도모하는 것은 군자도 불결하게 여기는 것, 하물며 어찌 황제가 그리 행동하겠는가! 기운을 인도하기 위해 사람을 제물로 바쳐야 한다면, 그것은 짐 하나로 족하다. 목숨으로 칼을 벼리는 것은 나의 후손들이 이어갈 일, 어찌 다른 이들에게 희생을 바라겠는가!”

이듬해 진룡은 자신을 희생했고, 술법이 완성되었다. 황태자가 눈물을 흘리며, 이를 '불반'이라 명하였다.

진룡

……불반, 돌아오지 않는다.

진룡

선조는 목숨을 바쳐 희생의 대가를 당대 진룡 한 사람의 몸에 귀속시켰다. 그렇게 후대 진룡은 목숨을 바치는 대가로 이 오리지늄의 엄청난 위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진룡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다면, 이게 이렇게나 거대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지……

진룡

하지만 염국 전체, 그리고 염국 전체의 미래에 비하면 작은 결정에 지나지 않는다.

진룡

이 기이한 것을 손에 넣은 이상, 염국은 본디 더 많은 것을 이뤄야 했다.

진룡

수백 년 동안 저 잠에 빠진 짐승을 제압하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던가? 그리고 그 에너지가 있었다면, 우린 많은 군대를 진격시키고, 기계에서 굉음이 나게 할 수 있었겠지.

진룡

내 어찌 용납하겠는가…… 이렇게 아무런 결실 없이 무의미한 삶을 이어가는 것을!

진룡은 거대한 장치 앞에 한동안 멈춰 있었다. 이미 이 장치가 내는 빛에 익숙해져 있었다. 심지어…… 무료함을 느끼기까지 했다.

그는 방금 보았던 삼공의 공손한 표정이 떠올랐고,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어서 그는 여전히 문밖에서 시립하고 있을 삼공에게 어떻게 해야 예법에 어긋나지 않게 그들의 비겁함을 조롱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던 그는 문득 그 '규칙'을 떠올렸다. 삼공을 밖에 격리시키고, 자신 혼자서 이 눈앞의 거대한 구조물을 대면하게 만든 그 '규칙'을.

바로, 이 장치를 자신의 목숨과 긴밀히 연결시키는 규칙이었다.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진룡이 천하의 권력을 장악하는 데 이깟 작은 결정에 의존해야 한다니, 누가 그런 소리를 했던가.


진룡

……난 이제 막 정무를 맡아 모르는 게 많으니, 당분간 세 사람에게 많이 의지하겠다.

진룡

하나만 묻겠다. 우리 염국이 수백 년 동안 번영하고 평안하였는데, 어찌하여 아직도 군사를 일으켜 반란을 일으키려는 이가 있지?

진룡

아직도 염국의 은택이 미치지 않은 땅이 있나? 아니면 황권에 복종하지 않는 반역자가 있는 건가?

침묵뿐이었다.

진룡

자네들이 대답하지 않는다면, 내 스스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겠군.

진룡

은택을 널리 퍼뜨려 염국의 백성 중 그 누구도 의식주를 걱정하지 말게 하라. 또한, 황제의 위엄을 보여 염국의 백성 중 그 누구도 불온한 마음을 품지 않게 하라.

진룡

그렇기에 북방의 반역자 무리를 토벌하는 것, 그리고 백조의 이동도시를 건설하는 일은 모두 동일하게 중요하다. 어느 하나라도 지체되어서는 안 된다.

진룡

구체적인 방안, 그리고 자금과 식량과 인력을 조달하는 방법에 관한 것은 육부를 소집해 의논하고, 월말까지 결과를 내놓도록 하라.

진룡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장막 맞은편에 있던 세 사람이 일제히 응답했고, 몸을 굽혀 인사한 후 물러갔다.

얼마 후.

진룡

오, 왔군.

……폐하.

진룡

내 일찍이 염국에 많은 공을 세운 12명의 '특출난 인재'가 있다고 하여 오랫동안 궁금히 여기고 있었다.

진룡

그래서 사세대의 기록도 읽어봤는데, 그러다 재밌는 걸 발견했지.

진룡

승리를 전하는 전보에서도, 의심스러운 사건에 관한 기록에서도 말이야.

진룡

자네의 이름이 제일 많이 언급되고 있더군.

……

진룡

하하, 그런데 지금 보니 소문만큼 무시무시해 보이지는 않는 것 같군.

무슨 일로 나를 만나자고 했는지 물어봐도 괜찮겠나.

진룡

많은 사람이 그러더군, 자네가 염국에서 제일가는 책사라고.

진룡

지금 염국이 직면한 2가지 난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겠는가?

북방의 반란 세력은 현지에서나 명망이 조금 있을 뿐 그 세력을 확장할 능력은 없으니, 큰 문제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세력이 공고해지는 것을 좌시해서는 안 된다.

5만의 병사와 반년 치 식량만 있으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진룡

숫자로 따져보면 병부보다 자네가 훨씬 낙관적이군…… 하기야 생각해 보면, 이건 자네의 판단을 신뢰하는 것이 더 옳겠지.

진룡

그렇다면 나머지 하나는?

백조를 이동도시로 만드는 것은…… 공부에서 이미 건축 기술의 이론적 타당성을 입증했다고 들었다. 남은 문제가 있다면, 자금, 식량, 물자, 그리고……

……백조 아래의 쉐이 능묘 정도겠지.

진룡

그렇다…… 자네도 문제를 알고 있군.

진룡

오늘 자네를 부른 건 그 일 때문이다.

진룡

자네는 어떻게 '쉐이를 제거'할 생각이지?

……

사세대의 기록을 봤다면 잘 알고 있겠지…… '우리'는 본디 쉐이와 하나였던 존재, 그것과 존망을 함께한다.

지금 나에게 '우리'를 어떻게 죽일 건지 묻는 건가?

진룡

염국이 신경 쓰는 건, 그 유일무이한 '쉐이'일 뿐, 다른 것은 없다.

……

수백 년 전, 염국이 그 사냥으로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는 잘 알고 있겠지.

만약 강경한 수단으로 쉐이를 제거하겠다고 고집한다면, 7할의 군대와 1할의 인구가 향후 50년 동안 혼란을 겪을 것이다. 그게 염국이 그 전쟁을 위해 치러야 할 대가다.

진룡

정말 그렇다면, 염국은 더더욱 자네들 12명의 활로를 생각할 여력이 없겠군.

……

대리인은 고개를 들고 장막 안에서 내려다보는 이의 시선을 맞이했다.

진룡

난 이미 염국의 해묵은 문제를 제거하기로 결심했다. 어떠한 대가도 두렵지 않아.

진룡

쉐이를 제거하고, 그것을 제압하는 데 사용되던 방대한 에너지를 제대로 활용할 생각이다. 그것으로 수백 개의 도시와 만여 척의 전함을 만들어 염국 천년의 전성기를 열 생각이다.

진룡

허나, 본래 자네들의 지난 공적을 생각해 염국의 태평성세에 그대들 12명의 자리를 두고자 했는데, 안타깝게 됐군.

……

만약, 위업을 위한 것이 아닌 진심으로 쉐이로 인한 환난을 제거하려는 마음이 있는 거라면……

……나에게 방법이 있긴 하다.

진룡

……호오?

우리 12명은 본디 쉐이와 하나였던 몸, 그것이 깨어나든 죽든 우리는 모두 소멸하겠지.

하지만…… 어쩌면 내가 그것을 대신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진룡

……

진룡

얼마나 확신하지?

지금은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장막 안의 소년이 바깥의 정원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진룡

저 정원에 있는 은행나무는 올해 봄에 심은 묘목이다.

진룡

며칠 전, 공부 상서가 여기에서 맹세 하나를 했다. 은행나무가 열매를 맺기 전에 백조를 완전한 이동도시로 만들겠다고 말이야.

진룡

20년…… 나도 자네에게 20년이란 시간을 주겠다.

……너무 촉박하다.

진룡

난 자네와 흥정할 생각이 없다.

진룡

무한에 가까운 수명이 그대들을 오만하게 만든 것 같군. 아무래도 잊은 모양인데, 평범한 인간이 일생에 20년이란 세월을 몇 번이나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나?

진룡

염국은 기다릴 수 없다. 나도 더는 기다리고 싶지 않고.


지에

그쪽이 새로 온 지촉인인가요? 어느새 세월이 많이 흘렀군요.

지에

원래 있던 지촉인은……

과묵한 지촉인

선배는 지난달에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녀로부터 “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라는 전언도 받았다.

과묵한 지촉인

앞으로, 너와 사세대의 연락 업무는 내가 맡는다.

지에

그렇다면 잘 부탁할게요.

지에

일반적인 지촉인이라면 저의 떠돌이 형제자매를 추적하느라 골이 아플 텐데, 저의 지촉인은……

지에

매일 이 사무실에 갇혀서 서류와 원고 작업을 도와줘야 해요. 지촉인보다는 조수에 더 가깝달까요.

과묵한 지촉인

상관없다. 나도 평소에 독서와 글쓰기를 하니까, 이 일은 내게 천직이다.

지에

그러면 더할 나위 없겠네요.

지에

맞다, 당신 이름이 뭐예요?

과묵한 지촉인

춘이다.

지에

'춘'?

지에

“팔천 년을 봄으로, 팔천 년을 가을로 삼는다.” 흥미롭군요. 당신의 이름을 지은 사람은 포부가 크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지나치게 조심스러웠다고 해야 할까요……

지에

잠깐만, 당신……

지에

……엘프인가요?

응.

지에

생김새를 보아하니…… 옌서우의 엘프인가요?

지에

옌서우와 엘프는 본래 음양오행의 도에 정통하죠. 오행을 사계절에 귀속시켜, 오행 중 나무에 속하는 봄과 나무를 합쳐서 이름을 만들었군요. 생명력을 더 발산하고, 장수한다는 뜻이 담겨 있어요…… 역시.

어릴 때 어머니가 해줬던 이야기다, 아무도 모를 줄 알았는데……

지에

매일 그런 것들이랑 씨름하는 게 역사를 편찬하는 일이잖아요.

지에

오늘은 첫날이니까 어려운 일은 시키지 않을게요. 먼저 업무 환경에 익숙해지세요. 이 서재에 있는 책은 마음껏 읽어도 돼요.

지촉인은 신중하게 방 안을 둘러보더니, 벽면 가득 늘어선 죽간과 책들을 향해 천천히 시선을 옮겼다. 그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열기가 서려 있었다.

이 방에 있는 원고들…… 전부 네가 쓴 건가?

지에

아니요…… 그냥 제가 모은 자료예요. 실제 집필 작업은 태사각의 사관들이 맡고 있죠.

지에

왜냐하면……

사서 편찬이 어려워서?

지에

어렵다기보단, 책임이 더 크죠.

지에

이 역사책들이 과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구성하고 있긴 하지만, 고작 역사책 몇 권으로 모든 역사의 전모를 분명하게 보여줄 수는 없으니까요.

지에

어떤 부분을 발췌해 후세에 남길 것이며, 후세에 어떤 경험과 교훈을 줄 것인지…… 버릴 건 버리고 고를 건 골라야 해요.

지에

말로는 '동호지필'이라고는 하나, 그게 어디 쉬운가요? 오히려 정말 심오하고 어려운 학문이죠.

그럼…… 사서에 오류가 있다면?

지에

오류는 당연히 고쳐야죠.

지에

집필자가 아무리 공정을 추구한다 한들, 역사는 서술자의 입장에 따라 왜곡되기 마련이니까요.

지에

저도 그저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오래 살고 기억하는 게 많아서, 볼 수 있는 문제도 조금 더 많을 뿐이에요.

다른 사람들보다…… 확실히 그렇군. 너희 대리인은 일반적인 장생자들과는 달라. 부임 전에 너희들은 저마다 어떤 '권능'이 있다고 들었다.

너는 그 권능으로 사서의 오류를 바로잡을 생각인가?

게다가, 신기한 서도가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역사를 고칠 때 그 서도를 쓰는 건가?

지에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그렇게 쓰여선 안 되죠.

……음?

지에

오류가 대대로 전해지다 보면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이 뿌리내리게 돼요. 그리고 그건 논증과 규명의 과정을 통해 새롭게 합의해야 하는 거예요, 지워버리는 게 아니라.

지에

직접 글을 쓰다가 글씨를 잘못 썼을 때 서도로 지우는 건 별일이 아니에요. 왜냐하면 그건 저 혼자만의 일이니까요.

지에

하지만 이미 출판된 책이라면 다르죠. 수천수만 명의 기억과 관련되어 있으니까요.

지에

그리고 역사는…… 제가 어디까지 수정할 수 있을지를 떠나서, 수정하는 그 자체가 염국에게도 저에게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에요.

지에

솔직히 역사가 왜곡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일만으로도 엄청 벅찬데, 멋대로 수정할 여력 따위는 어디 있겠어요.

음……

지에

아무래도, 당신도 서도로 고치고 싶은 게 있나 보군요?

어?! 나는……

그게……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기 전에, 옌서우의 엘프는 나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지.

지에

……

어머니는…… 내가 의지할 곳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랐다.

그 후 나는 몇 년을 떠돌아다녔다. 사람들 속에 녹아들기 위해 많은 시도를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리고 염국은……

지에

염국은 당신을 받아주지 않았죠. 대사냥 기록에…… 옌서우의 엘프는 “박쥐같고 악랄하다”고 기록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그건, 사실과 다르다……

옌서우는 생존을 위해 염국과 적이 된 거다. 이건 명백한 사실이야.

당시의 엘프들은 상생상극의 이치 속에서, 분쟁을 중재하는 데 힘을 다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양측 모두의 적이 되었고, 결국…… 대부분 전장에서 목숨을 잃었지, 그 행적조차 잊히고 말았지만.

지에

그래서, 그 역사를 바꾸고 싶은 건가요?

……그런 생각이 있다는 걸 부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너의 지촉인이 된 이상, 최우선으로 해야 할 건 업무지, 다른 게 아니다.

지에

……유감스럽지만, 당신에게 서도를 빌려주는 일은 없을 거고, 그걸로 당신이 역사를 수정하게 하는 일은 더더욱 없을 거예요.

……그래,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면 안……

지에

하지만, 그 엘프들이 당시에 했던 일이 악의를 품어서가 아니라는 증거를 찾을 수만 있다면, 당신이 올바른 방법으로 잘못된 기록을 수정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도울게요.

어?

지에

마침 요즘 일이 그렇게 많은 건 아니라서요. 먼저 당신이 살았던 그 지역을 찾아가 볼까요?

그…… 나는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내가 말한 게 꼭 진실은 아닐 수도 있고……

지에

제겐 보이거든요, 당신이 문자나 역사에 품은 진지한 열정을. 게다가…… 사서 편찬에 종사하는 제가 당신을 믿지 않는다면, 또 누가 당신을 믿어주겠어요?

아…… 알았어!

지에

자, 이건 우리 사무실 열쇠예요. 오늘부터 당신이 저의 지촉인이니, 열쇠는 당신이 보관해요.

열쇠를 내게 주면, 너는 어떻게 들어올 생각이지?

지에

주인이 자기 방에 들어가는데, 열쇠가 왜 필요하죠?


965년

대리사 관리

뭐요? 판결원을 짓자마자……?

공부 관리

걱정 마시게. 허물고 다시 짓는 게 아니니까. 토목천사들을 많이 불렀으니, 당신네 대리사를 온전하게 이동 섹터로 옮겨 줄 걸세.

대리사 관리

하지만 바로 이동 섹터에 지었으면 예산을 많이 아낄 수 있었잖아?


탐욕스러운 점주

조정에서 이 '이동도시'인가 뭔가 때문에 상당히 애를 썼다고 들었습니다. 분명 우리 백성들한테도 협조를 구할 생각이겠죠?

지친 관리

빙빙 돌리지 말고 말해. 무슨 생각이지?

탐욕스러운 점주

제 홍목 의자, 흑단목 책상, 구오에서 주문한 그릇, 단연에서 주문한 조명, 죄다 값비싼 것들입니다.

탐욕스러운 점주

이건 제가 주문한 설비의 가격표고요. 이게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지친 관리

그래, 그래, 알았어. 원가로 배상하면 되잖아.


곤혹스러운 수비병

그래, 범인들은 다 옮겼어.

곤혹스러운 수비병

……전에는 대리사 지시였고, 이제는 형부인가?

곤혹스러운 수비병

사정은 알겠는데, 도대체 어딜 가서 죄수를 데려오라는 거야?

곤혹스러운 수비병

상관없다고? 버든비스트 마차가 곧 도착한다고?


지에

상서 대인께서 오신 줄도 모르고, 마중 나가지 못해서 죄송해요.

지에

그런데 상서 대인은 원래 천경각에 안 오시잖아요. 오늘은 무슨 중요한 일이 있나요?

공부 상서

지에, 시간이 없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네…… 올해 서류에 잘못된 부분이 있는데, 수정해 줬으면 하네.

지에

제가 검토한 자료에 오류가 있었나요? 상서 대인께서 확실히 얘기해 주셨으면 합니다.

공부 상서

올해 단연성의 치도 정비 작업의 희생자 수 말일세. 공부에서 제출한 자료에는 백여 명이었는데, 어쩌다 삼천여 명으로 바뀐 건가?

지에

그 문서는 어떤 자료 하나만을 기준으로 작성된 게 아닙니다. 삼천여 명이라는 숫자는 공부, 호부의 자료와 지역 관청의 기록을 종합해 얻은 결과예요.

지에

다 출처가 있는 기록이죠. 상서 대인에게 의혹이 있다면, 제게 사본이 있으니까 검증해 주셔도 좋습니다.

지에

제게 공부의 업무를 물어볼 권한은 없지만, 단연 지역에 기록된 '삼천여 명'이 왜 백조에서 '백여 명'이 됐는지 모르겠네요.

지에

상서 대인, 천경각에서 검토한 문서에 의혹을 제기하고 싶으면 충분한 증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공부 상서

크흠…… 저기, 지에 양, 단연은 백조만큼 인적자원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통계 작업을 진행하기가 어렵다네.

공부 상서

게다가 그곳의 기후는 춥기 때문에 겨울철에는 전염병이 잦고 동상도 흔히 발생하지. 그러니까, 삼천 명이 다 치도 정비 작업에 투입됐다가 죽은 건 아니라는……

지에

알겠습니다. 상서 대인은 공부가 내각에서 떳떳할 수 있게 제가 자료를 수정해 주기를 바라는 거군요?

공부 상서

이건 내각의 문제가 아니라, 염국에 대한 문제일세.

공부 상서

자네도 알겠지만, 올해 염국 각지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 국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는 하지만, 어찌 됐든 국가와 국민에게 이로운 사업이야.

공부 상서

이렇게 보기 흉한 숫자를 내놓으면, 사기가 꺾이고 민심이 사라지게 된다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닐세.

지에

지금의 여러 정책이 나라에 이롭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치도 작업에서 희생된 삼천 명 또한 국가를 위해 헌신한 자들입니다. 삼천을 백으로 줄이는 건 그들에 대한 모독이에요.

지에

자료가 명백히 틀렸다는 걸 입증하지 않는 한, 제 손을 거친 글은 절대 고칠 수 없어요. 또 이견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저를 직접 찾아오라고 하세요.

공부 상서

지금의 이동도시 건설 임무는 특히 막중하네. 위아래 모두 마음을 모아 단결해야 할 때지. 조정의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각자 나름대로 고충이 있다네……

공부 상서

그런데 유독 태사각과 천경각에서는 이동도시 공사가 내일 당장이라도 중단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이더군.

지에

글을 쓰는 사람의 의도가 불순한 걸까요, 아니면 글을 읽는 사람의 양심이 찔리는 걸까요?

공부 상서

자네……!

공부 상서

조정에서 이미 모든 사상자에게 충분한 보조금과 위로금을 한 푼도 빠짐없이 지급했다는 걸 알지 않는가!

지에

그 내용은 제가 검토한 문서에도 똑같이 기록되어 있죠. 조정은 희생자와 그 가족에게 후한 위로금을 지급한 것으로 백성을 아끼는 마음을 충분히 보였다고.

공부 상서

그러니까, 겨우 숫자 하나 고치자는 건데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겐가?!

지에

염국을 위하는 상서 대인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런 일이 반복되면 사람들이 '보기 좋은 공적'만 보고 '보기 싫은 사람'은 못 보게 됩니다.

지에

제가 할 수 있는 건, 사람들을 위해 제가 본 역사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기록하는 거예요.

공부 상서

염국의 역사라는 게, 자네 말대로 되기라도 한다는 건가?!

지에

……

지에

역사라는 건 누군가의 한마디가 아니라, 만백성의 소리 없는 말로 기록되는 겁니다.

지에

상서 대인에게는 만백성의 복지를 도모하는 재능과 학문이 있겠죠. 하지만, 저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신해 눈에 보이는 글자를 지킬 뿐입니다.

지에

자, 상서 대인, 그런 백성들을 생각하며 가슴에 손을 얹고 다시 한번 대답해 주세요……

지에

올해 단연의 치도 정비에 희생된 사람이 백 명입니까…… 삼천 명입니까?

공부 상서

아니…… 하아……!

공부 상서가 엄청 툴툴거리며 나가던데…… 단연의 그 일 때문이야?

지에

둘째 언니도 그 일로 나를 설득하러 온 거야?

지에

하아, 설마 저 사람들이 둘째 언니에게 설득하라고 시킨 건가…… 설마 지금 난 아직 꿈속에 있고, 쉐이 능묘에 있는 그 녀석이 깨어난 건 아니겠지?

아니, 요즘 왜 그렇게 까칠해?

지에

……

오늘은 사세대와 형부에서 옌서우 엘프의 결백이 인정됐다는 걸 알려주러 왔어.

지에

아 그게……

지에

미안해, 언니. 방금은 약간 화가 나서 그랬어.

됐어.

지에

오랜만에 듣는 희소식이네, 춘의 응어리도 조금은 풀리겠지?

사세대와의 관계가 틀어지는 것도 좋진 않지만, 지촉인과 너무 가깝게 지내는 것도 사세대가 바라는 일은 아닐 거야.

지에

그건 나도 알아. 근데, 그동안 춘은 내 사서 편찬 작업을 정말 잘 도와줬어…… 이 일을 참 좋아하는 것 같아.

지에

나는 춘이 자원해서 지촉인이 된 게 아니라, 무리를 떠나서 홀로 살던 중에 누군가가 내민 손을 어쩔 수 없이 잡게 되었던 것 같아…… 그런 기분이 들어.

지에

됐어. 아무튼 억울함이 밝혀지는 건 언제나 좋은 일이지.

하지만 지금 같은 시기에, 다들 네가 문서 작업에서 고집을 좀 내려놓기를 바라는 것 같아. 각자 한발 물러나서 타협하려는 생각이겠지.

나도 이 일이 벌써 삼공과 진룡의 귀에 들어갔기 때문에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고 온 거지, 누군가를 대신해 설득하려고 온 건 아니야.

지에

……언니, 방금은 쉐이 능묘에 있는 그 녀석이 성질낸 거라고 생각해 줘.

우리 가족 중에서 이런 일에 참견하는 건 너뿐이잖아.

지에

큰언니는 아주 아름답게 말하고, 둘째 언니는 엄중함을 담아서 말하잖아. 나라도 가벼운 말투로 이런 참견이나 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

그래도 이번 일 같은 경우는 조정에 있는 사람에게도 고충이 있을 거야.

지금 같은 시기에 삼천이라는 숫자를 보면, 이동도시 건설에 그늘이 드리워질 게 분명해. 염국 곳곳에 예측할 수 없는 결과가 생길 거야.

지에

그러면 언니, 언니는 법을 집행할 때 누군가가 숫자를 조작하는 걸 용납할 수 있어?

숫자를 조작하는 건 당연히 죄지. 근데 만약 거기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고, 사리사욕을 위한 게 아니었다면, 죄로 다스리되 어느 정도 참작은 해줬을 거야.

지에

그건 조금 의외네.

내가 역사와 경전을 연구하지 않고, 네가 법을 집행하지 않는 건 각자 전문 분야가 달라서 그런 거잖아?

지에

법 집행은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역사는 그렇지 않아.

지에

내가 역사와 문자를 배우려 했던 이유는 근본적으로 그 안에서 '인심'의 진짜 모습을 찾고 싶어서였어.

지에

문자 뒤에 숨은 진짜 의미, 역사 문헌 뒤에 숨은 진실에 내 마음속 의문을 풀어줄 해답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니까……

지에

염국도, 이 대지도, 심지어 우리 가족도 아닌…… 그냥 내 마음속에 있는 의문을 위한……

지에, 지에!

지에

춘, 벌써 돌아왔어요? 아직 당신에게 말할 준비가……

어……? 무슨 말을?

지에

아니, 아니에요…… 그런데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허둥거려요?

방금 네가 서재에서 원고를 가져다 달라고 해서 갔는데, 방에 누군가 침입한 흔적이 있었어!

책상 위에 있던 서도가, 사라졌어!

지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