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아테누스 복수록

ME-2운명의 종착점

사이드 스토리작전 후2026-06-22

제1신전의 케레세이라 조각상이 완공되었다. 조각상 앞에서, 티티는 문화재 교환식을 거행할 최적의 장소를 생각해 낸다.

등장 오퍼레이터: 티티, 팔라스, 퍼퓨머 더 디스틸트, 바르카리스


레나

아~

리케이온

……아……

레나

좋아. 호흡기와 발성 기관 모두 정상이고, 폐의 결정도 역 감염을 일으키지 않았어.

레나

그렇다면, 며칠 전에 로도스 아일랜드 사무소에 와서 아무 말 없이 우리 메딕 오퍼레이터들을 빤히 보기만 한 것도 병세 악화로 말이 안 나와서가 아니었겠네.

레나

내가 굳이 여기까지 올 필요도 없었고.

리케이온

레나 씨, 레나 씨가 아테누스의 감염자들을 위해 마음도 많이 써주시고,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가져온 약도 저희가 전에 복용하던 약보다 훨씬 효과가 있어서 저희 모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이렇게 계속 시간을 뺏을 수는……

레나

검사만으로는 부족해.

레나

미노스의 감염자 정책은 관대한 편이야. 성직자 같은 특수한 포지션이 아닌 이상 감염자의 일상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

레나

하지만 “광석병이 미노스인의 영웅적 기개를 끊는다.”라는 말을 신봉하는 사람이 많아. 그래서 많은 환자가 자기 병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심지어 숨기려고까지 하지.

레나

자, 대답해 줘, 리케이온. 이게 몇이야?

리케이온

4요.

리케이온

레나 씨, 신경 써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이제 그만 돌아가주세요. 저는 경도 감염이라, 아직 시력에는 문제가 없거든요.

레나

그렇다면 지난 보름 동안 로도스 아일랜드 사무소를 네 번이나 다녀간 이유는 뭐야?

리케이온

그건……

레나

거짓말이 영 서투네. 그리고, 너의 스승인 크산토스가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만든 모니터링 팔찌를 차고 있는 걸 봤어.

레나

여태 대신 진료 받았던 거지?

리케이온

네……

리케이온

선생님은 매일 신경 쓰실 일이 워낙 많으셔서, 재진 받는 걸 늘 깜빡하세요. 제가 대신 처방 받아오는 것도 당연하죠.

레나

하지만 사무소에 그분 이름으로 접수하지 않았잖아. 그건 크산토스 이름으로는 광석병 치료 기록을 남기지 않을 거라는 뜻이고.

리케이온

선생님은 제 목숨을 구해주신 분이에요. 수문학과 전투 기술도 가르쳐 주시고, 제게 잘해주시죠. 존경받아 마땅한 선배이시니, 더 많은 사람이 알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레나

크산토스가 '영웅'과는 인연이 없다는 사실을?

리케이온

……

레나

리케이온, 감염자 치료 센터를 드나드는 일이 크산토스와 너를 보는 타인의 시각에 영향을 줄 수는 있겠지만, 너희들이 선택한 길을 바꾸는 건 아니야.

레나

나는 카산드라처럼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은 잘 못하지만, 두 사람에게 적절한 치료가 시급하다는 건 알아.

레나

감염자 치료 명단의 우선순위를 조정해서, 두 사람의 병세를 확실히 지켜보도록 하겠어. 난 꽤나 끈질긴 편이니까 각오하라고, 고집불통 씨.

리케이온

레나 씨는…… 보기보다 단호하시네요.

레나

네가 그 활 위에 앉아 있는 새끼 파울비스트처럼 옥수수 몇 알로 설득될 것 같았으면, 이렇게 말이 길어지지도 않았을 거야.

리케이온

죄송합니다……

레나

그나저나 크산토스는?

레나

네가 가져온 기록이 다 크산토스의 것이라면, 근래 체내 결정 밀도가 심하게 요동치고 있으니 충분한 휴식이 필요해. 전에 당부했었는데.

리케이온

선생님께 전달드리긴 했는데요……

레나

설마 또 나루터에 나간 거야?


크산토스

과수농과 장인들의 선박 배정 작업이 아직 안 끝나서, 지금 바쁘다. 용건만 말해, 헤카데모스.

헤카데모스

……리케이온은 왜 안 온 거죠? 평소에 크산토스 님 옆에 딱 붙어 다니잖아요.

크산토스

로도스 아일랜드의 의사가 집에 방문 진료를 왔거든. 그것 때문에 휴가 냈어.

헤카데모스

방문 진료요?

헤카데모스

(설마 저번에 타온 약도 효과가 없었던 건가. 이젠…… 걷기도 힘들 정도로 악화된 거 아니야?)

크산토스

리디아 시정감독관의 '제안'을 전하러 온 거라면 돌아가. 나루터 문제는 내가 해결한다. 시정감독관이 신경 쓸 일이 아니야.

헤카데모스

이번에는 나루터 문제가 다 해결됐다는 걸 전달하라고 보내셨어요.

크산토스

해결됐다고? 이번엔 팔라스가 꽤 빨랐던 모양이군.

헤카데모스

아뇨, 해결책을 낸 사람은 팔라스 씨가 아니에요.

크산토스

그럼 누구였지? 카산드라 씨가 나서서 민심을 가라앉혔나? 아니면 시정감독관이 무슨 수라도 쓴 건가?

헤카데모스

둘 다 아닙니다.

헤카데모스

장인과 과수농의 갈등을 해결한 건 사르곤 사절단의 대사였어요. 짙은 피부에 검은 귀를 가진 아담한 체구의 필라인이요.

크산토스

검은 귀의 필라인……

[CG: 69_i02]

크산토스

그날 아침 보조 나루터에서 만났던 '컬럼비아인'이……

크산토스

사르곤의 사절이었다고?


티티

고대 미노스인은 순백의 대리석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쐐기, 돌끌, 줄칼로…… 전설과 서사시를 조각했지.

티티

《케레세이라기》에는 건국의 영웅 케레세이라가 서른 켤레의 신발이 닳도록 전쟁과 역병을 넘어, 산에 둘러싸인 정원에 당도했다고 기록되어 있었어.

티티

케레세이라는 제1신전의 옛 터에서 산과 바위가 갈라지는 모습을 목격했고, 신탁을 받았지.

티티

온화함과 지혜가 깃든 케레세이라의 얼굴에 아테누스의 아침 햇살이 비쳤어. 케레세이라는 자신을 따르는 난민들을 보호하며 날카로운 칼날로 이방인들을 몰아냈지. 그리고 케레세이라의 리라는……

티티 & 팔라스

“오직 영웅의 이야기만을 위해 울린다!”


팔라스

《케레세이라기》를 이렇게 잘 알고 있다고요?

티티

좋아하는 거라 여러 번 읽었거든. 내 마음속 미노스 영웅에 대한 첫인상은 이 서사시에 나오는 케레세이라로부터 비롯됐어.

팔라스

“영웅은 정의감과 동정심을 의미하며……”

티티

“영웅은 운명이 다가오는 순간에, 그것을 담담하게 마주하고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팔라스

작품을 정말 잘 알고 계시네요.

티티

인쇄된 책을 아무리 본다 한들, 직접 케레세이라 조각상 아래 서서 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지.

티티

이 조각상의 작가는 작품 속에 케레세이라가 일으킨 기적을 일부러 과장해서 담았어. 그건 케레세이라가 원래 가지고 있던 오리지늄 아츠가 아니었는데도 말이야……

티티

하지만 이런 예술적 과장 덕분에 조각상이 생동감 있어 보이는 게 아닐까 싶어. 수천수백 년 후에도 이 조각상이 이 풍요로운 대지 위에 우뚝 서 있을 모습이 머릿속에 절로 그려질 정도야……

팔라스

케레세이라 제1신전이 이 조각상 수준으로 완공된다면, 십수 년이 걸린다 해도 기다릴 수 있겠다고 생각 중인 거 아니에요?

티티

그럴 리가. 문화재 교환식이 끝나고 미노스를 떠나기 전에 하나라도 더 보고 싶은걸.

티티

이제 케레세이라의 조각상도 완성됐고, 관객석의 돌계단도 정비가 끝나지 않았어?

팔라스

맞아요, 당신의 제안 덕분이죠. 과수농들이 채석 작업에 합류한 후, 재배 구역 사과나무의 일조량을 최대한 빨리 확보하려고 장인들보다 더 열심히 일해준 덕분에, 석재가 상당히 많이 모였거든요.

티티

본전을 짓는 데 쓰기로 했던 석재를 노천극장 정비에 먼저 쓴 거야? 책에서도 읽긴 했지만, 미노스인의 연극 사랑은 정말 놀랍다니까……

팔라스

영웅은 민중으로부터 나오고, 민중도 영웅이 되기를 갈망하죠. 연극 안에서라도요.

팔라스

벌써 이 조각상의 출처를 파악했군요?

티티

《케레세이라와 이방인》, 《케레세이라기》 11장에 실린 이야기잖아. 나중에 유명 고전 정극으로 각색돼서 영웅을 모시는 신전 제사 의식에 많이 쓰였지.

티티

그러고 보니 이상하네. 며칠 동안 소극장 여러 곳을 둘러봤는데, 공연 목록에 다양한 희극과 비극이 있었지만, 이건 안 보이더라고.

티티

설마 제사 의식용 연극은 일반 극장에서 상연할 수 없는 거야?

팔라스

아니요, 《케레세이라와 이방인》이 전통 의식에 자주 올라가는 연극인 건 맞아요. 하지만 신전에서도 이미 100년 넘게 상연하지 않고 있어요.

티티

100년…… 설마……

팔라스

맞아요. 사르곤 점령기 때 상연이 금지됐었죠.

팔라스

원래 이 극은 미노스 건국 전의 이야기라, 여기서의 이방인은 고대 아가멤 왕국 외부의 사람을 가리켰어요.

팔라스

하지만 사르곤의 파디샤가 이 극의 상연을 금지하면서, 극 중에서 케레세이라에게 처결당하는 이방인이 특정돼 버리고 말았죠.

팔라스

지금은 금지령이 풀리긴 했지만, 이 극에서 이방인역을 맡는 건 곧 사르곤인을 연기해야 한다는 의미죠. 아테누스인 중에 그 역할을 원하는 사람은 없고요.

티티

정말 아쉽네……

팔라스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미노스인에게 연극은 단순한 감상용 예술이 아니니까요.

팔라스

상연을 금지하든, 극장을 불태우든, 대본에 적힌 건 역사와 전설이고, 행간에 가득 담긴 영웅의 기개를 의도적으로 지울 수는 없어요.

팔라스

아무도 무대에 서지 않으려 하고, 극 속의 음악마저 거리에서 자취를 감추었대도, 아테누스인들은 아직도 가장 유명한 대목을 외울 수 있어요. 그거면 충분해요.

티티

아니야……

티티

제1신전은 전쟁의 불길로 훼손됐고, 《케레세이라와 이방인》은 상연이 금지됐어…… 뭐가 어찌 됐든, 사르곤이 미노스에게 많은 재난을 안겨준 건 사실이야.

티티

파디샤가 날 보내 미노스의 문화재를 반환하는 건, 약탈에 대한 보상이라기보단, 정치가로서의 입장 표명에 더 가까워……

티티

나는 문화재를 호송하는 사르곤 사절일 뿐이야. 그리 대단한 가문 출신도 아닌 데다 경력이 많은 것도 아니라서, 솔직히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는 않지.

티티

하지만 난 바르야반다바드 박물관의 관장이야. 지식은 날 배신하지 않아.

티티

나는 내가 가져온 문화재가 케레세이라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미노스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걸 아주 잘 알아…… 그러니까 정치적 도구로 전락돼서는 안 돼.

티티는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았다. 아름답고 성스러운 케레세이라의 조각상이 그녀의 앞에 우뚝 서서 손에 든 리라를 튕기고 있었다.

티티는 영웅을 위해서만 울리는 리라 소리가 귓가에 들리고, 손바닥 보듯 훤히 아는 전설들이 눈앞에 펼쳐진 것만 같았다.

막 완공된 신전 극장이라 비계와 무대 커튼이 어수선하게 한쪽에 쌓여 있었지만, 티티는 그 어수선함 너머로 특별한 무언가를 깨달았다……

서사시에 기록되고, 대리석과 장인의 손길 속에 보존된 그 전통들, 100년의 세월 동안 그 어떤 것에도 굴복하지 않은 미노스만의 것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티티

나는 여기서 문화재 교환식을 열고 싶어.

팔라스

음? 괜찮은 생각이긴 한데요……

???

하지만 여기는 케레세이라 제1신전이에요. 관련 대소사는 신전 제사장과 먼저 상의해야 해요.

팔라스

카산드라? 오늘은 웬일로 재건 현장에 올 틈이 있었나요?

카산드라

대화를 방해해서 죄송해요, 존경하는 대사님. 팔라스와 단둘이 상의할 일이 좀 있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