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2운명의 종착점
아테누스로 돌아온 레나는 고향에 감염자 의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길 바라며 도움을 구하던 그녀는 옛 지인의 방해를 받게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팔라스, 티티, 퍼퓨머 더 디스틸트, 퍼퓨머
영웅 헤라케스처럼 팔씨름을 시켜서…… 장인과 과수농이 차분히 대화할 수 있게 유도하셨다고요? 정말 똑똑하네요, 티티.
하지만 팔라스 씨도 어젯밤에 이미 해결책을 떠올렸었잖아. 그냥 너무 피곤해서 사과 상자 속에 쓰러져 잠들어버린 거고.
팔라스 씨가 담근 사과주가 아깝게 됐네…… 원래는 장인들과 과수농들에게 술을 대접하면서, 술기운에 함께 채석 작업을 하게 할 생각이었던 거지?
맞아요. 그래도 손님 접대용으로 쓰면 아까울 일은 없을 거예요.
아직도 뱃멀미 중이잖아요? 자, 건배해요. 제가 만든 술로 멀미를 해소해 봐요!
건배!
캬하…… 달달한 게 정말 맛있네!
……
팔라스 씨, 결국 우리의 생각이 일치했던 건 맞지만, 솔직하게 말해줘. 내가 제1신전 재건 작업에 멋대로 끼어든 게 적절한 행동은 아니었지?
당신이 사르곤의 대사라서요?
왜냐하면 사르곤은 과거에……
티티, 이 질문에만 대답해줘요. 당신은 하얀 갈기 왕 파흐리투의 미노스 정복이 필요한 일이었다고 생각하나요?
아니.
그렇게 하면 사르곤 내부의 갈등을 외부에 돌릴 수 있는데도요?
제국 내부의 갈등은 제국 안에서 해결해야 해. 죄 없는 이웃 국가에 그걸 전가한다는 건, 그 사람이 무능하다는 거니까!
사르곤에 돌아가면 이렇게까지 대놓고는 말하지 못 하겠지만……
후훗! 솔직하네요! 자, 건배!
당신처럼 자유분방하고 엉뚱한 사람이 역사 문제를 이렇게 예리하게 볼 줄은 몰랐어요.
방금 한 대답이 자신의 신변 안전을 위해 꾸며낸 말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라면,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어요.
팔라스 씨……
친구한테 '팔라스 씨'가 뭐예요?
알았어, 팔라스. 아무리 현지 풍습을 따르는 게 맞다지만, 내 신분까지 잊을 순 없어.
페페가…… 아, 내 사르곤에 있는 친구가 늘 내 생각이 너무 튀고 행동거지도 상식 밖이라고 말하지만, 이건 또 다른 문제야!
사르곤의 파디샤가 당신을 사절단 책임자로 지목한 걸 보니, 사람 보는 안목이 꽤 좋은 모양이네요……
걱정 말아요. 장인들과 과수농들은 다 당신을 좋아하니까요. 우리는 나쁜놈들을 가려내는 노하우가 있어서 사르곤인이라고 다 함부로 대하지는 않아요.
게다가 지금은 중요한 시기잖아요. 문제만 해결할 수 있다면, 단순히 제1신전 재건 작업에 참여하는 것 정도는 월권이라고 할 수 없어요.
음…… 왜 그런 거지?
자, 봐요. 신전 내부의 기둥, 부조, 문양 대부분이 아직 미완성이에요. 신전 밖 노천극장은 경사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아서 세 번째 열부터는 무대가 보이지 않죠……
게다가 극장 중앙에 세워질 케레세이라 조각상도, 조각가가 완벽주의자인 탓에 아직도 다듬는 중이라 납품받지 못했어요.
진도가 좀……
속 터질 거 같죠? 시 쓸 것도 아니니 말을 고를 필요도 없어요…… 건축 진도가 예상에 한참 못 미친다는 건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요.
자, 일단 마셔요.
신전 재건에 따로 정해진 기한이 없다고는 해도, 완벽을 도모하느라 효율이 좀 떨어질 순 있어도 언젠가는 끝나겠죠. 하지만 지금 보니까, 완공이 늦어질수록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주게 되는 것 같아요.
과수농들의 수확 작업도……
맞아요. 다음에 이런 일이 또 일어나면, 그땐 팔씨름 몇 판과 좋은 술 한 병으로는 어림도 없을 거예요…… 벌써 다 마셨어요? 한 잔 더 드릴까요?
고마워! 근데 팔라스,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네?
넌 장인들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해 줬고, 장인들에게 엄청 신뢰받고 있잖아. 하지만 이번 작업의 책임자로서는 왜 전혀 급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
네? 저는 신전 재건의 책임자였던 적 없는데요?
에엥?
“옛 법을 따른다”라는 말은 즉, 이 작업 전체에 제사장 한 명만 필요하다는 뜻이에요…… 그러니까 카산드라 씨가 주도하되, 정식 시행 단계에는 책임자를 아예 두지 않는다는 거죠.
저는 그저 술과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한량일 뿐인데, 어떻게 그런 직책을 맡겠어요. 하지만……
당신은 사리 분별에도 뛰어나고, 머리도 잘 돌아가는 것 같네요.
(시원하게 술을 들이키며) 캬……
방금 뭐라고 했어? 제대로 못 들었는데……
아무것도 아니에요.
음, 벌써 한 병을 다 비운 건가요? 주량이 꽤 좋네요. 제가 빚은 술이 도수가 그렇게 낮진 않은데 말이죠.
이상하네…… 파, 팔라스, 이 술이 뱃멀미에 좋다고 말하지 않았어?…… 그런데 왜 마실수록 점점 더 어지러워지지?
후훗, 술 취해서 어지러운 게 뱃멀미하는 것보다 낫지 않아요? 다 마시고 푹 잠들어버리면 뭐든 해결되니까, 뱃멀미쯤이야 문제없죠.
어?
어머니, 아버지, 죄송해요. 전 광석병에 걸렸어요. 감염자가 가업을 물려받는 일은 당연히 허락되지 않겠죠. 그렇다면 이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될까요?
저도 더는 집에 머물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최대한 빨리 나갈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자신을 충분히 잘 돌볼 수 있고, 가문에 폐를 끼치지도 않을 거예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제 정원은 남겨 주실 수 있을까요? 거기 있는 건 그저 식물일 뿐이에요. 광석병이 식물의 고결함까지 오염시키지는 않으니까요.
그럼, 건강히 지내시길.
아테누스에 돌아온 건 정말 오랜만이네. 길을 잘못 든 건 아니겠지?
광장 서쪽의 공공 정원…… 맞을 거야. 카산드라 씨는 아직인가?
아테누스 의사당 소속인 카산드라 씨가 공공장소에서 로도스 아일랜드 제약회사 사람과 사적으로 만날 리는 없지 않겠어?
집을 떠난 지 너무 오래돼서 여기 사정을 다 잊은 모양이야, 언니.
리디아? 나랑 만나기로 한 사람이 너였어?
정말 오랜만이야. 아테누스의 시정감독관이 됐다며? 찾아가서 안부라도 묻고 싶었는데, 로도스 아일랜드 사무소 설립 준비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알아. 언니가 아테누스에 돌아온 두 달 동안 감염자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하느라, 집에 돌아와 볼 겨를도 없었다는 걸.
……
리디아, 나는 집에 돌아갈 생각 없어. 가문 사람들은……
걱정하지 마. 저택에 돌아가도 그 허영심 넘치던 가문 사람들은 볼 수 없을 테니까.
어?
2년 전, 아토풀루 가문은 파산을 선언하고 약초 제작 사업을 모두 접었어. 마지막 남은 가문 사람들도 이미 아테누스를 떠났고.
그랬구나……
이제 확실히 아무 미련이 없나 보네.
미련을 가질 만한 일이 거의 없어서 말이야. 저택에 대한 기억도 내 정원 말고는 남지 않았는걸.
어렸을 때 네 어머니가 너를 정원에 데리고 와서 같이 놀곤 했었잖아. 나중에 그분은 병으로 세상을 떠나시고…… 너는 우리 집에 거둬졌지.
나는 정원에서 네게 화초를 심는 법, 향을 만드는 법, 식물을 구분하는 법을 가르쳐줬어. 너는 그것들에 별 관심도 없었지만, 나를 따라 연푸른 보로니아를 심었어. 지금 이 화단에 있는 것과 똑같은……
그러니까, 언니는 정말 다 잊었다고.
잠깐, 이 공공 정원은……!
여기가 바로 언니가 식물 재배와 약초를 연구하던 작은 꽃밭이야.
……
내가 시정감독관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언니의 부모님은 빚을 갚기 위해 이 사유지를 아테누스 정부에 팔아넘겼어.
언니가 정성스레 가꾼 이곳만큼은 지켜줄 거라고 생각했어? 자기 친딸도 내쫓을 수 있는 부모가 그깟 부탁을 신경 쓸 리가 없잖아.
리디아…… 너 많이 변했구나.
언니도 마찬가지야.
감염자들의 영웅을 향한 추앙심이 치료의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언니는 감염자를 만나고, 의약 담당 신전 제사장에게 연락하고, 심지어 카산드라 씨와 접촉할 생각까지 했어.
예전에 언니는 절차에 가장 서툴렀는데, 이제는 도시 행정 시스템 속에서 아직 다툼이 있는 부분을 피하고, 신임 시정감독관인 날 피하는 방법을 배운 것 같네.
나 알았어. 너는 옛날이야기나 하자고 날 찾아온 게 아니라, 내가 제사장들과 만나는 걸 막기 위해 온 거구나? 목적은 물론……
아테누스 의사당의 감염자 의료 시스템 구축 및 유지 권한을 빼앗아 시정감독관의 권한으로 흡수하기 위해서고.
잘 아네.
로도스 아일랜드는 권력을 탐하는 공무원들을 많이 봤거든.
……
현장 방문이든 의약품 배급이든, 로도스 아일랜드 제약회사의 비공식적인 행위에는 간섭하지 않을 거야. 언니는 시정감독관의 허가 없이 이미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언니도 분명 느꼈겠지. 제1신전의 재건, 사르곤 사절단의 방문, 나아가 감염자 의료 시스템 구축까지 모두 미노스의 필연적인 변화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말이야.
미노스 영웅들의 전설은 우리 몸속에 흐르는 피와도 같아. 하지만 전통에는 비효율적인 정치 체제, 불합리한 제도, 낡아빠진 사상 또한 내포되어 있지.
그건 언니가 제일 잘 알잖아. 안 그래?
……
나는 내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감염자 의료 시스템을 순조롭게 구축할 수 있게만 해준다면 시정감독관이 뭘 하든 상관없어.
하지만 너는 내가 가문 사람 중에 유일하게 마음에 두고 있는, 내 동생이야. 리디아, 뭐가 됐든 위험한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
허, 사르곤 사절단의 대사? 그래봤자 세상 물정 모르는 아가씨로군. 진짜 신나서 제1신전 재건 현장을 구경하러 가다니.
뭐, 그것도 나쁘지 않지. 그 꼬맹이를 내세워 시정감독관의 속내나 한번 떠봐야겠어. 교환식을 연기한다고? 뭔가 목적이 있어서 일부러 지연시킨 걸지도 모르지. 만약 정말 고의로 사절단을 푸대접하는 거라면……
여봐라! 준비하도록. 시정감독관 사무실로 간다.
……
이건 또 뭐 하는 꼬맹이야, 여긴 어떻게 들어온 거지? 호위병!
아, 존경하는 대사님, 저 친구는 제 일행입니다. 저희는 행사에 초청받아 코리니아와 라케다이몬에서 왔습니다.
이 친구가 사르곤 문화에 관심이 참 많습니다. 사절단의 책임자가 여기에 묵고 계신다는 얘기를 듣고선 대사님의 얼굴을 꼭 한번 봬야겠다는데, 도저히 말릴 수가 없더군요.
……
대사…… 크흠…… 뭐, 두 청년이 보는 눈은 있군요.
그런데, 행사에 초청받았다고요? 리디아 시정감독관에게서 그런 일정이 있다고는 못 들었는데. 양국의 문화재 교환식 장소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잖아요?
아, 제 입이 방정이네요. 분명 리디아 님이 사절단을 위해 깜짝선물을 준비하신 거겠죠.
저는 코리니아의 제사장 페리안드로스입니다. 반년 전에 사절단이 아테누스에 방문할 거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반년 전? 그렇게 빨리?
그렇습니다. 사르곤과 미노스는 기후가 크게 다르죠. 그래서 귀빈들께서 불편함 없이 지내다 가실 수 있도록, 리디아 님이 제게 따로 연락해 코리니아 상인을 통해 사르곤의 물건을 준비해 달라고 했습니다.
이 귀빈실에서 지내시는 데는 불편함 없으신지요?
아, 이게 다 페리안드로스 씨의 솜씨였군요.
리디아 님은 객실뿐만 아니라 행사 준비에도 엄청난 공을 들이고 계세요.
다만 유감스럽게도 이번 연극 의상에 쓰일 귀한 원단의 일부가 아직 카산드라 제사장님께 전달되지 않은 바람에 일정이 상당히 지체됐는데, 혹시 들으셨을까요?
연극은…… 확실히 리디아 시정감독관이 중요한 행사에는 연극을 올린다고 언급하긴 했죠.
그런데 카산드라 제사장은 누군가요? 이번 일은 시정감독관 사무실에서 다 책임지고 준비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아, 대사님, 일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하마터면 시정감독관님의 뜻을 오해할 뻔했네요! 그래서 시정감독관님이 고전 정극 의상의 제작에 쓰이는 전통 원단을 사용하지 말라고 특별히 당부했나 봅니다.
이번에 사용된 면은 사르곤과 미노스의 합성 제품으로, 질기면서도 광택감이 있는 원단이랍니다. 양국의 오랜 화합을 상징하는 터라 리디아 님이 기다리겠다고 고집하신 거예요.
그랬군. 그래서 리디아 시정감독관이 교환식을 미룬다고 한 거였어……
미뤘다고요? 그건 정말 저희의 불찰입니다. 대사님의 일정에 차질을 빚어 버렸군요. 다만 부디 리디아 님의 진심을 오해하지 않아 주셨으면 합니다.
괜찮아요. 그렇게까지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데, 여기서 더 독촉하면 오히려 그게 더 실례겠죠. 알려줘서 고마워요.
별말씀을요. 도시를 둘러보면서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며칠 후면 교환식이 거행될 겁니다.
……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오늘 아침부터 푸드마켓을 세 바퀴나 같이 돌아줬잖아. 이제 네가 나랑 같이 다녀줄 차례야. 억울하진 않지?
방금 한 말 중에 진실이 얼마나 돼?
사르곤 사절단은 입성했는데, 리디아 시정감독관이 우리를 행사에 초대해놓고 일정은 알려주지 않았으니 직접 알아보는 수밖에 없잖아.
그래도 내가 시정감독관 대신 상대의 의심을 해소해 줬잖아, 안 그래?
음…… 손익이나 따지고 있었으면, 코리니아 상인이 테라에서 그렇게 유명해질 수 없었겠지.
에이, 그런 건 알아도 모른 척해주는 게 예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