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3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팔라스와 카산드라, 시정감독관 리디아, 그리고 코리니아에서 온 제사장, 그들은 각자의 속셈을 갖고 티티를 제1신전 재건 마무리 작업의 책임자 자리에 올리고자 한다.
일주일 전에 제가 당신 밑에 있는 어린 제사장에게 눈총받은 후로, 여기엔 찾아오지 않았었잖아요, 카산드라?
엔디미온 신전을 관리하면서 제1신전 재건 작업까지 넘겨받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폴리아는 단지 제가 무리하는 게 걱정돼서 그랬던 거예요. 그 아이는 우리가 제사장 학원 시절부터 친구였다는 걸 잘 알아요.
그래서 돌아오자마자 당신을 귀찮게 만드는 저를 더 용납할 수 없었던 건가요?
팔라스……
반년 전, 당신이 제사장의 길을 포기하고 해몽을 기다리는 평범한 미노스인처럼 엔디미온 신전에 나타났을 때부터, 우리가 이 귀찮은 일에 휘말리게 될 거라는 걸 저는 알고 있었어요.
한밤중에 찾아오는 꿈이든, 갑자기 닥쳐오는 환각이든, 일반적인 신탁이라면 영웅이 내리는 지시는 대부분 흔한 상징으로 간추려지죠.
알아요. 학원 시절에 따로 외웠잖아요. 그래야 '재능' 없는 평범한 제사장도 신탁을 받은 사람에게 방향을 제시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당신이 가져온 신탁은, 거기에 제시된 세부 사항 하나하나가 그 어떤 경전이나 고문서에도 기재되어 있지 않은 것이었어요…… 분명 아주 강력한 계시겠지요. 그래서 더 불안해요.
걱정 마세요.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하아, 당신은 제사장을 그만두지 말아야 했어요. 그랬으면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자신의 병을 숨기고, 미노스 국경 전설 속 '승리의 여신' 노릇을 계속하라고요?
그 이름이 이미 다른 동포에게 계승된 이상, 저도 불필요한 문제를 일으킬 순 없어요. 게다가 수많은 영웅이 저에게 먼 길을 돌아오게 했으니, 저는 자신에게 솔직해야 해요.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휴양하는 동안, 아주 잘 지냈던 모양이군요.
물론이죠. 아, 거기서 제가 '미노스 연맹'을 만들었다는 걸 말 안 했었나요?
고향을 떠나 치료받으러 온 미노스인이 그렇게 많았나요?
꽤 있었죠. 하지만 우리 연맹에서 진짜 미노스인은 에라토 씨와 벌컨 씨뿐이었고, 다른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우리나라를 동경하는 사람들이었죠.
기회가 되면 자세히 소개할게요. 다들 영웅의 기개가 넘치고, 시와 예술, 그리고 양조 기술에 열정 넘치는 사람들이에요!
그러니까, 음주 연맹이라는 거군요.
후훗, 맞아요. 그래도 당신이 없으니까 허전하더라고요. 당신이 술은 잘 못 마셔도 양조 기술은 제사장 동기 중에 최고였는데.
학원 교류회 때, 당신이 단정하게 소매를 걷어붙이고 노련한 장인처럼 포도를 짓이기는 모습은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
그저 술이 고픈 거잖아요. 제가 준 레시피는요?
아크로티 마을로 가는 길에 잃어버렸어요. 그러다 나중에 같이 다니던 살카즈 호위병이 저한테 카즈델의 양조법을 알려줘서, 그걸로 버텼죠.
당신이 같이 다닐 친구를 못 찾을까 봐 걱정한 적은 없어요. 살카즈 호위병에 이어서, 이제는 사르곤 사절단 대사와도 친구가 됐네요.
……
과수농이랑 장인들 얘기 들었죠? 티티는 믿을 만해요.
메제티케티 씨가 똑똑하고 미노스에 적의가 없을지는 몰라도, 그녀의 신분이 민감한 부분인 건 사실이에요.
아까 제가 끼어들지 않았다면, 문화재 교환식의 장소 선정은 물론, 우리가 사전에 논의했던 연극 의식마저 그녀에게 맡길 셈이었죠?
정말 그렇게까지 그 사람을 믿는 건가요, 아니면……
하아, 또 미간이 찌푸려졌네요, 카산드라. 저는 단지 제사장 일을 너무 오래 안 했더니 잠깐 적응이 안 돼서, 가끔 게으름을 피운 것뿐이에요. 걱정 말아요.
팔라스, 당신이 책임을 회피할 사람이 아니라는 건 저도 잘 알아요. 그렇지 않았다면, 미노스 국경에서 당신의 전설이 전해질 리도 없었겠죠.
제가 당신 대신 신전 재건 작업을 주도하는 건 상관없어요. 다만, 저는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에요. 당신은 처세에 훨씬 더 능하고, 장인들의 두터운 신뢰도 얻고 있는데 말이죠.
제 생각엔, 당신이 사람들에게 그런 제안을 했던 건 미노스인들이 다시 영웅 전통으로 돌아가 마음을 하나로 모으길 바랐기 때문이겠죠?
그 말이 맞아요.
하지만 그런 이유라면, 누가 주도하든 더더욱 상관없지 않나요?
우리 동포들은 영웅을 숭배하고 있지만, 미노스가 지금의 번영을 다시 이루게 된 건 몇몇 영웅들 덕분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점점 잊고 있어요.
“영웅은 본래 민중에서 나오며, 출신도 유래도 따지지 않는다……”
역시 우리는 마음이 통한다니까요.
당신의 뜻은 알겠어요…… 하지만 신전 재건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지금, 현실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전체를 총괄해줄 책임자가 필요해요.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그 책임자가 곧 나타날 테니까.
네?
그러고 보니 깜빡했는데, 조금 전 리디아 씨가 신전 광장 쪽으로 가는 걸 봤어요.
신전 재건 초반부터 은근히 우리와 맞서고, 제사장이 연극 의식을 맡는 걸 원하지 않던 시정감독관이, 과연 뭘 하러 간 걸까요?
메제티케티 대사님, 드디어 뵙는군요.
당신은?
저는 아테누스의 시정감독관, 리디아입니다. 이번의 양국 간 문화재 교환 사안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리디아 씨, 정말 죄송합니다. 아테누스에 온 첫날에 인사해야 했는데……
후후, 메제티케티 님이 사절단을 이탈해 옛길로 아테누스에 들어오신 건, 케레세이라가 처음 아테누스에 도착해서 느낀 모습을 감상하고 싶어서였겠죠.
미노스의 문화와 서사시를 사랑해서 그러신 일이니, 사과할 필요 없습니다.
제가 오히려 감사를 드리고 싶어요. 메제티케티 님이 생각해 낸 방법으로 과수농과 장인의 갈등을 해결한 게 아니었더라면, 제1신전의 재건이 이토록 순조롭지 못했을 테니까요.
저는 그저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뿐이에요.
리디아 씨, 사절단의 베누이 씨는 이미 만나 보셨을 테고, 교환식의 절차와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죠?
네.
그렇다면, 작고 호화로운 곳보다 케레세이라의 조각상이 내려다보는 자리에서, 아테누스 사람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문화재 교환식을 진행하는 건 어때요?
제1신전 광장에서 교환식을 거행하자는 말씀인가요?
맞아요. 리디아 씨도 알겠지만, 제가 사르곤인이 이곳에 남긴 3대 도시 건설 시기의 기술 자료를 교환해 가기 위해 가져온 건, 바르야반다바드 박물관에서 가장 귀중한 소장품이에요.
수많은 미노스 영웅 이야기 속에서 늘 볼 수 있었던 유물이죠. 영웅 케레세이라와 깊은 관련이 있으니까요.
오늘 저는 신전 광장에 세워진 조각상을 보고 깊이 감동했어요. 케레세이라의 용맹한 얼굴은 제가 가져온 문화재와 어우러지며 서로를 더 돋보이게 할 거예요.
게다가 미노스 전통대로라면, 교환식은 고전극으로 시작하는 거죠? 갓 완공된 제1신전 극장에서 상연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라 생각해요!
……
혹시 우려되는 점이라도 있나요?
아, 맞다. 방금 엔디미온 신전의 카산드라 씨가 그러던데, 제1신전의 사용은 본인과 먼저 상의해야 한다고……
카산드라 씨…… 말입니까?
메제티케티 님, 그렇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시정감독관 사무실은 원래 바쁜 제사장들이 처리하지 못하는 잡무를 대신하는 것이니, 제가 가서 얘기해 보겠습니다.
제가 걱정했던 건 신전 재건이 고대의 방식을 따르다 보니, 아직 미완성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이런 곳을 의식 장소로 썼다가는 체면이 서지 않을 것 같아서요.
괜찮아요. 제가……
하지만 당신이 신전 재건의 책임자를 맡아주신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지도 모르겠군요.
네? 그게 무슨 말이죠?
신전 재건도 이제 마무리 단계입니다. 신중한 계획보다는 과감한 결정과 전반적인 조율이 더 필요할 때죠.
그런 점에서 메제티케티 님은 장인들과도 이미 안면을 텄고, 그들 대신 어려운 문제도 해결해 주셨잖아요. 분명 각 공정의 상황도 대략 파악하고 계실 겁니다.
게다가 메제티케티 님은 컬럼비아에서 가장 선진적인 박물관학을 배웠고, 박물관학과 관련된 다른 각종 학문도 배우셨다고 들었습니다. 건축학도 포함해서요.
그렇다면 이번 건설 작업의 마무리를 담당해, 사용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건 당신에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겁니다.
확실히 저희 박물관 증축 설계와 현장 감독을 맡은 적은 있지만, 이 신전처럼 큰 규모는 아니었어요……
게다가 사르곤의 사절인 제가 제1신전 수리 책임자가 되는 건 부적절하지 않을까요?
애초에 문화재 교환식을 제1신전에서 치르자는 제안 자체가 미노스 문화에 대한 당신의 깊은 이해를 증명합니다.
저는 그 제안에 전적으로 찬성해요. 타인을 잘 배려하는 카산드라 씨도 분명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설마하니 이웃 나라의 대사께서 이토록 겸손하고 예의 바른 분이셨을 줄이야.
페리안드로스 씨?
코리니아 상인의 아들이 인사드립니다. 존경하는 사르곤의 대사, 메제티케티 님.
저는 리디아 시정감독관의 초청으로 교환식에 온 제사장 대표입니다. 지나가다가 우연히 두 분의 대화를 듣게 되어,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지켜보았답니다.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신분 문제만 아니라면 제1신전 재건 사업에 기꺼이 참여할 의향이 있으십니까?
당연하죠!
이토록 우아한 미노스 건물의 수리에 참여할 수 있다면, 지식을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자재 하나를 깎는 것만으로도 무한한 영광이니까요!
그렇다면 무엇을 고민합니까?
그게…… 고민이 안 될 리가 없잖아요!
그럼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작은 제안을 하나 하죠. 제가 보기엔 두 분 다 본심은 일치하지만, 각자의 입장 때문에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메제티케티 님의 입장은 특수하니 걱정하시는 게 당연합니다. 반면 건설을 서두르기 위해 유능하고 인망 두터운 책임자를 원하는 리디아 시정감독관의 마음도 이해가 가죠.
그렇다면 미노스에 전해져 온 가장 오래된 해결법의 도움을 받아보는 건 어떨까요?
그 말은……
투표입니다.
제1신전 광장에서 재건에 참여하는 아테누스 백성들에게 선택을 맡기고 표를 던지게 하는 거죠. 메제티케티 님이 책임자로 취임하는 것을 받아들일지 물어보는 겁니다.
……역시 저 여자가 사르곤 사절단의 대사였나.
황당하군. 케레세이라 제1신전 극장은 외교 쇼나 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그 사르곤 대사가 자신이 가져온 문화재로 3대 도시 건설 시기의 기술 자료를 교환하겠다고? 어쩐지, 그 '화물'을 옮길 때 느낌이 무슨 영화의 피규어 같은 게 아니다 싶더니.
무게, 형태, 케레세이라와의 관련성…… 설마……
말도 안 되는 소리! 미노스에서 약탈해 간 물건으로 미노스의 신뢰를 얻으려 하다니, 그걸 정녕 성의라 부르는 건가?
절대 네놈들의 뜻대로 안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