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2기도
양육 신전의 관리자인 '대주교'는 총기사 파트리치온에게 만물을 포용하는 라테라노의 미래를 보여준다. 엑시아는 총기 공방의 제자를 설득해 폭발물 제작에 도움을 받는다.
등장 오퍼레이터: 르무엔, 엑시아, 피아메타, 모스티마, 엑시아 더 뉴 커버넌트, CONFESS-47, 산크타 믹사파라토
들러리 씨, 이건 다 필수 영양분입니다. 드셔야……
말했잖아. 못 먹겠다고.
특별히 드시고 싶은 게 있으시다면 음식을 바꿔 드릴게요.
*살카즈 비속어*. 내가 편식하는 것처럼 보여?
그럼……
그래, 당신들은 내게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했고, 당신네 대장인…… 그 '대주교'도 나를 어떻게 하진 않을 거라고 했지.
그래도 불안해.
난 황무지에서 무엇이 내 목숨을 위협하는지 알고 있고, 어떻게 해야 아이를 무사히 낳을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어.
어디로 사냥을 가야 할지, 어떻게 몸을 따듯하게 할지, 동굴을 어떻게 막을지……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나와 아이한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두렵지 않았지.
하지만 여기에선…… 쳇.
나가줘, 나가는 김에 이 음식도 가져가. 손 안 댔어. 나보다 더 필요한 사람이 있을 거야.
……
당신은…… 총기사 파트리치온 님이신가요?
그렇다네. 대주교가 나를 찾는다고?
안에 계십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대주교께서는 새로 온 살카즈 임산부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직접 보살피러 가셨습니다. 벌써 한 시간이 넘었는데, 아직 나오지 않았네요……
함부로 의심하고 싶진 않습니다만, 종족 간의 원한 때문에 우리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살카즈들이 많은 것 같아요.
혹시라도 대주교님께서 호신용 무기를 챙기지 않으셔서……
내가 가보도록 하지.
총기사 파트리치온은 라테라노에 수십 년을 헌신했고, 셀 수 없이 많은 살카즈를 용서하거나 처형했다.
파트리치온은 살카즈들로부터 분노에 찬 저주와 고통스러운 울부짖음을 들었고, 증오로 가득 찬 절규, 절망스러운 기도까지 들었다……
하지만 단 하나, 경건한 기도만은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한 살카즈 임산부가 성상 앞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은 채, 아직 다 숙지하지 못한 기도문을 더듬거리며 읊고 있었다.
대주교는 여성의 뒤에서 몸을 살짝 굽히고 함께 기도하고 있었다. 임산부가 더듬거리면, 대주교는 기도를 멈추고 기다렸다. 두 사람은 고요하고 온화한 빛의 세례를 받고 있었다.
……
……
인간이란 본디 평안과 기쁨을 갈망하고, 고난과 고통을 두려워하는 법입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종족의 구분 없이 기도를 드리죠.
대주교, 이 살카즈는……
밤낮없이 떠돌던 시절을 벗어나 처음으로 휴식을 가지게 되니, 수년간 생각할 겨를이 없던 걱정과 두려움이 한꺼번에 밀려온 거죠.
자신을 위로할 방법이 필요한 것뿐입니다.
자네가 기도를 가르친 건가?
함께 기도문을 조금 읊었을 뿐입니다.
방해되지 않게 멀리 가서 얘기 나누죠.
대주교, 날 부른 이유가 무엇이지?
대화를 나누며 의문을 풀어 드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보니, 굳이 많은 말이 필요 없어 보이는군요.
음? '의문'이라고……? 나는 의문을 가진 적이 없네만.
의문이 없었던 건가요, 아니면 감히 의문을 품지 못했던 건가요?
라테라노인들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과거부터 이어온 불변의 질서는 계시 속의 재이에 맞서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걸 말이에요.
하지만 재이가 닥쳐온다면, 저희의 질서 또한 극한으로 확장되겠죠…… 아무도 라테라노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는 예측하지 못합니다.
상상할 수는 없지만, 아름다울 거라 믿고 있다네.
그건 당신이 라테라노에 많은 것을 헌신했기 때문입니다. 손녀와 함께할 시간도 없었고, 오래된 친구의 이름도 잊어버리셨죠. 게다가 당신이 질서의 수호자로서 지난 몇 년간 추방한 옛 친구들까지……
라테라노의 미래를 부정하는 건, 당신의 모든 헌신과 희생을 부정하고 당신이라는 존재를 부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 미래의 일부가 당신의 눈앞에 펼쳐져 있으니까요.
라테라노의 신앙이 믿음이 없는 자들에게도 위안을 줄 수 있다면, 살카즈와 산크타가 함께 기도할 수 있다면……
우리의 질서는 만물을 포용하게 될 것입니다.
더 이상 엇갈리지도, 잊히지도 않을 것이며, 어쩔 수 없는 이별 같은 건 더더욱 없을 겁니다.
마치 꿈을 묘사하는 것 같군.
모두가 보는 앞에서 꿈과 현실의 장벽을 걷어내는 것, 그게 바로 우리가 하려는 일 아니었나요?
가장 극단적인 꿈조차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모든 사람이 믿는다면, 이 땅에 기적이 내려올 것입니다.
탄생 의식은 순조로워야 합니다, 파트리치온.
최선을 다하겠네, 대주교.
야, 화면을 가렸잖아. '신성한 추심자'!
그러니까 누가 그렇게 멀리 앉으래…… 그리고 《여덟팔 전기톱맨》같은 킬링타임용 영화는 조금 놓쳐도 괜찮아.
그리고 보고 있던 대사에서 글자 따와서 아무렇게나 부르지 마. 여긴 임무 현장도, 회의실도 아닌 내 집이라고!
괜찮은 이름인 것 같은데? 다음 임무에서 네 코드네임으로 쓰면 될 것 같아.
르무엔, 너마저……
엉터리 코드네임을 지을 때면 또 죽이 잘 맞더라.
하하.
르무엔. 추기경 일은 잘 적응하고 있어? 많이 바빠?
음. 휠체어에 앉아 있을 때보다 바쁜 건 확실해.
그러고 보니, 네 다리가 언제 다 나았는지 기억도 안 나네.
나한테 너무 관심이 없는 거 아니야? 속상하니까 뿔 만지게 해줘.
그냥 '신성한 추심자'한테 귀깃털을 만져도 되는지 물어보는 건 어때?
만져. 닳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오랜만에 다시 모이게 될 줄은 몰랐네. 그것도 만국 정상회담 때문에.
하룻밤 사이에 외부에 있는 라테라노인을 전부 부른 것 같은데.
모스티마같은 만국 전달자가 돌아와야 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난 사르곤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가 노인네한테 강제로 소환당했다니까!
……
참, 너희 할아버지는? 오늘 모임의 주최자 아니었어?
곧 올 거야.
뭘 하려는 건지 알 수가 있어야지. 일단 곧 은퇴이기도 하니까, 다들 모인 김에 중대 사안을 발표한다고 했어.
퇴근하고 와서 이렇게 시끌벅적한 모습을 보니 정말 좋구나. 10살은 젊어진 기분이야.
그래도 늙은 건 여전하다고요, 파트리치온.
총기사님.
아이고, 피아야. 지금 늦었다고 꾸짖는 게냐!
이걸 찾는 데 오래 걸려서 그랬다. 하마터면 사무실을 뒤집어엎을 뻔했어.
총기사님, 그 안에 있는 건 뭐야?
열어보거라.
우와! 이건…… 수호총이잖아?
꽤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데.
……
파트리치온. 만약 제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이건 내 첫 수호총이었다. 내가 12살이 되던 해에 고른 총이었지. 총기사가 되기까지 10년 넘게 함께했단다.
이제 곧 '총기 공방'도 라테라노의 역사 속으로 사라질 테니, 이 총은 진짜 골동품이 되겠지.
받거라, 피아.
음?
기념으로 받아라, 내 작은 소원이라고 생각하거라.
네 스승이자 보호자로서 했던 일들이…… 음, 뭐라 해야 할까. 늘 아쉬웠단다.
너도 알다시피, 내가 아끼는 제자가 너 하나만은 아니란다. 하지만 내게 교사 자격증 같은 건 없었고, 그 아이가 더 나은 길로 가는 걸 도와주지 못했어.
동료를 죽인 총기사 아우렐라를 말하는 건가요? 그건 아예 다른 얘기잖아요.
파트리치온, 만약 당신이 말했던 '더 나은 길'을 못 가게 된다 하더라도, 그건 과격한 일 처리 방식 때문이 아니에요.
넌 내 머리에 있는 걸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겠지, 알고 있단다.
하지만 나는 네가 리베리라서 널 입양하기로 했던 거야.
……그런 얘기는 한 적 없잖아요.
그러면 그건 또 어떤 아쉬움을 채우기 위한 거였나요?
……하아.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때 나는 우정을 잃고 나서야, 한 번도 리베리를 진심으로 이해한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단다.
내가 너무 서툴러서 그랬던 거라고, 리베리와 잘 지낼 수 있는 진짜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결국 잘 해내진 못했어.
난 네가 항상 긴장하고 있는 게 안타까웠단다. 그 사고에 집착하고, 분노하고, 주변 사람들과 대립하는 네가 걱정됐지……
하지만 널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몰랐다.
교감은 우리 산크타에게 서로를 이해하는 발판이었지만, 오히려 널 분리시키는 벽이었어.
그만, 그만!
사람은 늙으면 다 이렇게 감상적으로 변하기라도 하나요?
하하. 오해야.
네게 말해주고 싶은 게 있다. 만국 정상회담이 끝나면 모든 게 바뀔 거란다.
“오로지 산크타만이 수호총을 사용할 수 있다.”…… 같은 제한이 폐지될 거다. 리베리를 향한 율법의 수용은 신성한 도시에서의 거주를 허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진정한 하나가 될 거란다, 피아.
잠깐, 새로운 법 몇 개를 공포하고, 공방들을 폐업시키고, 성당을 지어 방랑자를 수용하는 것으로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요?
봐라, 이 얘기를 처음 들은 네 반응도 마찬가지지 않니.
그게 바로 네 마음 깊은 곳에선 아직도 르무엔, 모스티마 그리고…… 우리와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길 갈망한다는 의미겠지.
……
넌 알게 될 거야, 피아.
그때는 네가 원한다면 내 자리를 이어받아 진정한 총기사가 될 수도 있고…… 산크타에 속해있던 모든 일을 할 수도 있게 될 거다.
그리고 그날이 되면, 지금처럼 네 친구들이 그 자리에서 너를 지켜볼 거다.
이제 네 수호총을 들어보거라.
……
……
피아메타는 노인의 말을 잘 이해할 수 없었고, 두 친구 역시 아무 말이 없었다. 하지만 모두 미소를 머금은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피아메타는 오래된 수호총을 들어 올렸다.
각종 유탄발사기를 쏴본 적이 있는 피아메타였지만, 총구를 만진 순간 마치 육지 동물이 처음으로 바다를 접한 것과 같은 난생처음 느껴보는 이질감이 몰려왔다.
그게 산크타 간의 알 수 없는 '연결'이 자신에게도 생겼기 때문인 건지, 아니면 파트리치온의 말이 자신의 신경을 자극해서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었다.
피아. 우리는 다르게 태어났지만 결국 같은 곳을 향해 간단다.
노인은 자기 아이에게 인정받는 게 가장 신나는 법이지.
피아메타는 총을 쥐고 문을 겨눠봤다.
……
피아메타…… 오랜만이야.
르무엔, 네가 불렀어?
나도 온다는 것만 알고 있었어.
내가 불렀다.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한부터 내려놓아야겠지, 피아.
엘 언니, 아까 못 알아본 것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뭐라도 도와드릴까요?
잠깐만.
반니, 지금 라테라노에 신경 쓰이는 일들이 있거든…… 하하. 너무 오랜만에 돌아와서 말이야.
네?
교황청이 언제부터 도시 전역의 총기 공방을 없애기로 결정한 거야?
음…… 최근이에요. 통지서는 같은 날에 모든 총기 공방으로 전달됐고요.
무장 규제는 제가 어릴 때부터 시행되고 있었으니까…… 오래되긴 했네요. 아마 그 사람들도 총기 제작 방식을 완전히 바꾸고 싶었을 거예요.
흠,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이상하다고 생각해야 하나요?
선생님은 가게 하나가 문을 닫으면, 다른 가게가 문을 여는 법이고, 이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씀하셨어요. 몇 년 전부터 공방이 없어질 거라고 하셨는걸요.
하지만 여긴…… 총기 공방이잖아!
뭐, 뭐가 다른가요? 엘 언니?
여긴 모든 산크타들이 자신의 수호총과 '인연을 맺는' 곳이잖아!
……
엥, 설마 아니야? 수호총이 산크타에게 갖는 의미를 잊은 거야?
저는……
엘 언니, 지금 뭐 하세요?
엑시아는 자신의 수호총을 꺼내, 앞에 있는 작업대에 내려놨다.
이내 그녀는 능숙하게 총을 해체했다. 우선은 탄창, 그리고 총구, 가스관, 탄피 배출구까지……
미리 말해두는데, 나는 테러범도 아니고, 뛰어난 용병도 아니야. 내 총에 아주 익숙할 뿐이지…… 마치 내 관절 같은 거라고나 할까.
나는 모든 총을 얻었던 당시의 상황을 다 기억해…… 나중엔 좀 많아졌지만 말이야, 하하.
가장 인상 깊었을 때라면 당연히 처음이지. 이 작은 총기 공방에 들어왔을 때는, 아빠랑 엄마, 그리고 언니랑 함께였으니까……
엑시아는 물 흐르듯 말하면서, 끝없이 손을 움직였다.
언니가 내게 말해줬어. 태어날 때부터 머리 위에 생기는 광륜처럼, 모든 산크타는 자신만의 수호총을 갖게 된다고.
그래서 마음에 쏙 드는 수호총을 고르는 건…… 친구를 사귀는 것과 같다고 했지.
우리는 '교감'을 믿고 서로의 성질을 맞춰나가야 했어. 그건 마음을 활짝 열어야만 하는 과정이었지.
넌 그때 겨우 네다섯 살이었어. 키도 작고 말도 잘 못했던 데다가, 광륜도 안 자라나서 눈에 잘 띄지 않았지.
사람들이 널 발견했을 때, 넌 이미 옆에서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내가 고른 조준경을 만지고 있었어……
저는……
선생님께선 위령성당의 화단에서 저를 발견해 이 공방으로 데려왔다고 하셨어요.
저는 선천적으로 말을 잘, 음, 못하는 것 같아요. 선생님께서 처음엔 벙어리를 데려온 줄 아셨대요. 2, 3년이 지나서야 겨우 간단한 음절을 내뱉기 시작했다고 하셨죠……
선생님께 폐를 많이 끼쳤어요. 자랑스러운 아이는 아니었죠. 근데 그날은 어째서인지 슬그머니 나왔어요. 무서웠고, 울음이 터질 것 같았죠……
손을 올려, 반니. 그때처럼 말이야.
네?
반니니는 머뭇거리며 손을 올렸다.
내가 부품을 다 고르고 난 뒤에, 마스터 파가니가 조립해 줬지. 총을 쥐는 그 순간에 많은 것들이 떠올랐어……
아빠, 엄마, 언니를 지키고, 좋은 친구도 많이 사귀고, 미래의 졸업식 날엔 꼭 라테라노에서 최고로 멋있어야 한다고…… 넌 할 수 있다고 이 녀석이 말해줬지.
그때, 너도 느꼈겠지?
……
반니, 네가 방금 얘기한 건 내 기억과 완전히 달라.
나는 낯선 여자아이와 함께 수호총을 골랐어. 서로 번갈아 가며 맞은편 거리에 있는 파울비스트를 조준했었지. 총구 세 개를 이어 붙여 확성기처럼 가지고 놀기도 했어……
말은 잘 못했지만, 같이 부품을 가지고 놀면서 이 아이가 어떤 기분인지는 느낄 수 있었어! 그러니까 그 아이가 마지막에 눈시울을 붉힌 건, 분명 즐거워서였을 거야.
이건 우리 둘의 비밀이잖아. 그래서 언니가 나한테 널 괴롭힌 거냐고 물었을 때, 아무 말도 안 했었고!
나한테 그날은 친구를 둘이나 사귄 날이었지!
엑시아는 쥐고 있던 총을 흔들었다. 그녀는 어느새 조립을 끝내고 어린 총기 견습생을 향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반니니는 엑시아를 지긋이 바라봤다. 방금까지의 과정 속에서 엑시아의 얼굴에 있던 건…… 확신과 자부심이었다. 반니니는 확신했다.
반니니는 그런 확신과 자부심이 어디서 온 건지 잘은 몰랐지만, 마치 “나는 산크타야, 이게 바로 산크타가 하는 일이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어때, 반니?
그때의 상황을 다시 재현해 봤는데…… 아직도 생각나는 게 없어?
(고개를 젓는다)
하지만, 하지만 전 엘 언니를 믿어요.
어…… 어라?
선생님께서 이 공방이 문을 닫는다고 하셨을 때 정말 슬펐어요.
저는 그게 단지 우리가 이곳에 오래 살았고, 떠나기 아쉬워서 그런 줄 알았어요……
저는 언니가 말한 수호총이 가져온 연결고리를 믿어요, 엘 언니…… 설령 그게 이 신성한 도시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해도 말이에요.
좋아!
그래서 제가 뭘 도와드리면 될까요?
총기 공방에 오래 있었으니까, 도시 전체를 뒤흔들만한 대폭발을 도와줄 수 있겠지?
피아는 괜찮나?
모스티마랑 같이 있습니다.
피아의 성격은 당신도 알잖아요. 걔가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죠.
안도아인은?
갔습니다.
더 분노할 사람은 자네일 텐데, 르무엔. 그때 다친 사람은 자네였으니까.
부정했던 적은 없어요.
다만, 어떤 감정이든 세월이 흘러가면서 변화가 생기기 마련이죠.
제가 혼수상태였던 5년 동안, 안도아인은 이동 수도원에서 복역했어요. 수도원을 따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흩어진 동족들을 돌보면서 속죄했죠……
근데 결국 라테라노에 돌아온다는 선택을 내렸더라고요. 평범한 보육사로서 이 국가에 다시 녹아들기로 했다며.
지금의 라테라노는 안도아인이 필요하니까, 저도 기회를 줘야겠죠.
그렇게 생각한다니 정말 기쁘군…… 참, 할 말이 있다고 했던가?
피아메타에 관한 일이에요. 피아메타가 예전에 학교에서 일부러 총기 관련 수업들만 들었던 거 알고 있죠?
피아메타는 매일 가장 일찍 등교했고, 가장 늦게 사격장을 떠났어요. 피아메타의 총기 사랑은 의심할 여지가 없죠…… 결국 총을 다루는 법은 끝내 익히지 못했지만.
하지만 아까 당신이 수호총을 건네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해줬을 때, 피아메타의 눈빛은……
그 눈빛에 있던 게 의문이었는지 낙담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건 순수한 기쁨은 아니었어요.
그랬었나…… 나는 기뻐하는 줄 알았는데. 적어도 안도아인이 들어오기 전까진 말이야.
나는 아직도 피아의 기분을 헤아리지 못하는 건가……
피아메타뿐만이 아니라, 당신이 발표한 일도 저한테는 너무 갑작스러웠어요.
“'오로지 산크타만이 수호총을 사용할 수 있다'…… 같은 제한이 폐지될 거다.”라고.
하지만 오랫동안 이어져 온 무기 규제는 이제야 막 가장 중요한 단계에 들어섰어요.
두 일이 완전히 모순된다는 말이 하고 싶은 건가?
그게 아니라, 당신이 혹시 더 깊은 계시를 받은 건 아닌가요?
우리의 무기 규제에 더 깊은 목적이 주어졌다든지?
무기 규제의 목적은 한결같다네. 앞으로 모든 사람이 더 효율적이고, 광범위하게 총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거지.
총기 공방의 역사는 유구하지만, 결함이 많은 건 사실일세. 장인이든 고객이든, 세상에 하나뿐인 총을 만들기 위해 불필요한 힘을 너무 많이 쏟지.
미카엘리온 구역의 제총 성당이 정식으로 운영돼야, 라테라노가 모든 국가와 종족에게 무기를 지원할 자본을 가졌다고 할 수 있을 걸세.
만약 정말 한결같은 목적이었다면, 어째서 지금의 변화가 이렇게 갑작스럽고……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지는 걸까요?
그건 우리가 미래를 상상하는 데 서툴러서일지도 모른다네.
하지만 자네가 예측한 대로, 대주교는 내게 미래에 관한 더 심오한 계시를 주었다네. 곧 탄생 의식에서 모든 이들이 같은 계시를 받을 걸세.
그때가 되면, 자네도, 피아도, 그리고 라테라노 안팎의 수많은 사람들도 미래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게 되겠지.
르무엔, 자네는 예리한 사람이니 이해할 수 있겠지. 지금은 탄생 의식을 순조롭게 완료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걸.
……
이 시기에 맞춰 폭발을 일으키려는 용의자는, 제가 계속 찾아보도록 할게요.
……
꺼져, 당장.
꼴도 보기 싫으니까.
……
모임은 결국 씁쓸하게 끝나고 말았다.
안도아인은 파트리치온의 초대를 받고, 심사숙고 끝에 참석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예상했었다. 하지만 새로운 라테라노를 앞두고, 안도아인은 설명하기 힘든, 어쩌면 굳이 설명하고 싶지 않은 결심을 따라 옛 친구를 만나기로 결정했었다.
새로운 라테라노가 열린다면, '과거'는 어떻게 될까?
안도아인은 그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바람이 구름을 두둥실 흘려보내고, 길모퉁이에 작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안도아인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몇 걸음 걷다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고, 고해 차량을 막아섰다.
……
자율적 고해 차량, 일련번호 'CONFESS-47'입니다. 고해 성사를 원하시면 쿠폰을 투입하시거나 시민 카드로 결제 부탁드립니다.
……
갑자기 다른 일이 생각나 버렸네, 미안.
……
너희였군.
네? 무슨 일이시죠? 미행이 붙었나요?
고해 차량을 세운 게 주변을 살피기 위해서였군요…… 순찰대에 알릴까요?
아니야. 괜한 걱정일 수도 있으니까.
두 사람은 일부러 날 찾아온 건가?
대주교님께서 양육 신전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안도아인 선배님을 모시러 왔습니다.
……
……
르무엔 추기경님, 돌아오셨군요.
파베르 구역의 총기 공방 다섯 군데에서 받아온 인수 서류입니다. 이곳의 사장인 파가니니는 서명을 마쳤습니다.
고생했어. 이제부터는 공증소가 처리할 거야.
참, 보르고스 거리에 있는 총기 공방은 사정이 좀 특이했는데요……
파가니니 사장한테 제자가 있습니다. 조만간 자격시험에 응시하고 정식으로 근무할 예정이었습니다. 공방이 문을 닫으면, 교황청에서 보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름은 반니니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떠나면서 잠깐 마주쳤는데…… 불꽃처럼 붉은 머리에, 미소를 짓고 있었어요. 밝은 소녀였습니다.
……
보르고스 거리라. 익숙한데……
단말기 자료를 봐봐, 아모스 보좌관.
반니니는 당신이 말한 것처럼 생기지 않았어.
앗…… 저는……
괜찮아. 그냥 지나가던 사람이겠지. 아까 그 소녀가 불꽃처럼 붉은 머리카락의 산크타라고 했나?
후드를 쓰고 있었지만 맞은 편에서 걸어왔기 때문에 확실하게 봤습니다.
(엘?!)
(……어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