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7오성판
연회장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싱주는 블레이즈가 현장을 빠져나가도록 엄호한다. 블레이즈가 도망치려는 순간 누군가에게 붙잡혔고, 블레이즈가 사실 40년 전 역모를 일으켰던 태사의 후손임을 밝히게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블레이즈, 블레이즈 디 이그나이팅 스파크, 위, 싱주
불을 꺼라! 어서 불을 꺼!
자객이다! 폐하를 보호하라!
호위병, 호위병!
불타기 쉬운 물건들을 치우고, 현장을 봉쇄해라!
조심……
이 불은……
여러분! 잔에 담긴 술을 건드리지 마세요!
(저건 저온 화염이야……)
(정체가 뭘까…… 무슨 속셈이지?)
린 칭옌은 혼란에 빠진 사람들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시끄러운 비명소리에 묻히고 말았다.
이 혼란 속에서 그녀는 낯익은 얼굴을 봤다.
서로 눈을 마주친 건 한 번뿐이었지만 린 칭옌은 확신했다.
그 사람은 자신을 보았고, 자신이 방금 사람들 앞에서 하려고 했던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도 보았다.
하지만 그 사람의 목표는 자신이 아니었다.
……!
블레이즈……!
무슨 소란이지? 무슨 일이냐!
큰일 났습니다! 백진연 연회장에 어찌 된 일인지 갑자기 불이 났다고 합니다!
현재 호위병들이 연회장을 전부 에워싸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 안이 어떤 상황인지, 폐하께서 다치셨는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들이…… 백진연을 중단하라고 했습니다……
……
린 칭옌……!
백진연에 수상한 사람이 잠입했다는 정보를 전달받았습니다. 그렇기에 지금부터 신원을 확인하겠습니다.
모두 자리에서 움직이지 마시고, 확인 작업에 협조해 주십시오.
(미치겠네…… 레이즈한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안 되겠어, 레이즈를 그냥 둘 순 없어…… 가서 봐야겠어……)
거기! 멈춰!
(어떡하지, 여기서 싸울 순 없는데……)
(시간이 없어……!)
쫓아가!
1, 5대대는 남문 입구를 봉쇄하고 7, 9대대는 북문을 막아라!
남은 인원은 남쪽부터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철저히 수색하고, 신원이 의심되는 사람은 바로 체포해라.
정보에 따르면 백진연을 망친 범인은 최소 두 명이 함께 공모한 사건이다. 모두 조심해라!
큰일이네, 수비군이 너무 많아……
레이즈, 레이즈…… 도대체 얼마나 큰 일을 저지른 거야?
들리는 얘기를 보면 아직 잡히진 않은 것 같은데……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칫…… 궁전은 왜 또 쓸데없이 이렇게 커……?
네가 왜 여기 있어?!
쉿!
당신들, 폐하께 사건을 재조사해 달라는 청을 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대체 일이 왜 이렇게 됐나요?
나도 몰라, 그 불은 우리가 지른 게 아니야!
그런데 왜 하필 이때……
일단 당신은 빨리 이곳을 벗어나요! 들키기라도 하면 설령 입이 100개라 해도 절대 빠져나갈 수 없을 거예요.
린 칭옌을 구하러 가야 해!
……
……제가 갈게요.
이건 엄청 위험한 일이야! 어떻게 너한테 맡기겠어?
금성에 대해선 제가 당신보다 조금 더 잘 알아요. 잡히더라도 어떻게든 빠져나갈 수 있고요.
걱정 마세요, 제가 린 소경을 찾아낼게요.
하지만……
절 못 믿는 건가요? 아니면 아직도 제게 화가 난 건가요?
그건 물론 아니지만……
그럼, 지금 바로 남문으로 가세요. 호위병이 출구를 봉쇄하기 전에요, 어서요!
……이곳을 빠져나가면, 그 식당에서 다시 만나요.
……알았어.
너도 조심해……
잠깐, 아까 어떤 호위병이 당신을 보지 않았나요?
아…… 아마 그랬던 것 같아.
그렇다면, 큰일인데……
아…… 그렇지! 옷을 저랑 바꿔 입어요.
저 앞에, 누군가가 뛰어간 것 같아! 저쪽이다!
휴……
현장은 이미 정리됐네…… 그렇다면 린 소경은 여기 없겠지.
그런데 도대체 누가 백진연에서 이런 일을 벌인 걸까……
블레이즈 씨가 무사히 빠져나갔기를……
……
……저 여자가 어떻게?
저 두 아이가……
……정말 운명이란 게 있는 건가?
이제 거의 다 왔어……
그쪽 상황이 어떨지 모르겠네……
……찾았다.
누구냐?!
역시 너였군.
쓰읍…… 대단한 검술이네!
옷차림으로 보아 일반 병사는 아닌 것 같은데, 설마 장군인가?
긴말하지 않겠다.
네가 바로 린 칭옌이 여태껏 숨기려고 했던 사람이군…… 그런데 어째서 너를 금성으로 데려온 거지?
음…… 남의 연회에 함부로 난입한 건 분명히 잘못된 행동이긴 하지만, 나쁜 의도로 그런 게 아니라고 하면 믿어 줄 수 있을까……
그러니까 내 말은, 이건 오해라는 거야……
오해일 리가. 금위군에서 너의 행방을 추적한 지 벌써 40년이 넘었다.
넌 그 여자의 후손이다.
무슨 소리지? 누구의 후손이라고? 그 '여자'가 누군데?
정말로 모르는……
아니, 아무래도 거짓말은 아닌 것 같군.
그렇게 오랜 시간 보호받아 왔으면서, 아무도 너의 출생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나?
하하, 네 말이 맞아…… 나도 내 출생이 참 궁금하거든? 어디 나한테 알려줄 사람 없나?
그런데 금위군이 날 찾았다고?
40년 전, 반역죄를 지은 죄인의 가문에서 유일하게 행방불명된 아이.
뭐…… 뭐라고?
블레이즈, 한 번만 다시 확인할게요……
1062년, 빅토리아에서 태어난 거 맞나요?
맞아, 내 기억에 의하면 난 빅토리아에서 자랐어.
당신의 아버지는 생전에 오랫동안 어떤 진실을 쫓고 계셨던 것 같았습니다……
만일…… 당신 주위의 모든 것들이 온통 거짓으로 가득했던 거라면……
무슨……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염국 욕설* 입 닥쳐!
네 신분은 특수하기 때문에, 어떻게 처리할지는 위의 결정을 기다려야 해.
일단 따라와.
꿈 깨!
……
(윽……!)
너의 실력은 만만치 않아. 그래서 너를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 제압할 자신은 없어.
그러니까 다치고 싶지 않다면 순순히 굴복해.
웃기지 마!
(가쁘게 숨을 몰아쉰다)
문제가 생기면 일단 도망치라고…… 분명 말했을 텐데요……?
……린 칭옌.
린 칭옌은 블레이즈의 눈빛을 읽었다.
그녀는 상황을 파악했지만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블레이즈의 앞을 막아섰다.
린 소경, 너의 대리사 명성을 내가 높이 평가해서 일전에는 그냥 선의의 경고만 했지.
하지만 내 경고를 전혀 새겨듣지 않은 것 같군.
제가 뭘 하고 있는지는 제가 제일 잘 압니다. 그러니까 경고는 필요 없습니다……
넌 이 사람의 정체를 알고 있었을 텐데, 그런데도 죄인의 후손을 감싸려는 건가?
……왜지?
진실을 위해서입니다…… 당신들 모두 외면하고 있는 그 진실 말입니다.
린 칭옌!
둘이서 지금 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내가…… 죄인의 후손이라니?
아빠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어? 왜 죽어야만 했던 거야……?
죄송합니다…… 오늘 밤이 지나면 전부 말해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도저히 그럴 상황이 아닌 것 같군요.
여기서 무사히 빠져나간다면, 당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어떻게든 사과하겠습니다.
저자는 오늘 반드시 나와 함께 가야 한다.
……제가 있는 한 그렇게는 안 됩니다.
날 이기는 건 둘째 치고, 그 실력으로 나를 막으려면 적어도 셋은 필요해.
린 칭옌!
……가세요!
천둥이 내리쳤고, 궁 담장에 구멍이 생겼다. 뒤이어, 부드러운 에너지가 블레이즈를 강타했다.
블레이즈는 금성 밖 먼 곳으로 떨어졌다.
블레이즈는 높은 곳에서 수도 없이 뛰어내렸다. 전장 한가운데, 그리고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
블레이즈는 절대 두려워하지 않았다. 자신의 힘을 믿었고, 또 자신의 동료들을 믿었기에.
블레이즈는 절대 방황하지 않았다. 자신이 누구인지 명확히 알았고, 또 자신이 지켜나가야 할 방향과 신념에 대해 확고했기 때문에.
어떠한 음모나 계략도 블레이즈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마치 새벽의 안개가 떠오르는 태양의 빛을 가릴 수 없는 것처럼.
……하지만 지금은?
블레이즈를 기다리고 있던 건 견고한 땅이 아닌, 끝없는 심연이었다.
블레이즈는 눈을 감았다.
이런……
……
영인은 가는 숨을 내쉬며 침대에 누워 있었다.
지팡이를 쥔 노인의 손은 떨고 있었다. 하마터면 몇 번이고 넘어질 뻔했다.
그는 긴 세월을 살아온 만큼 많은 것을 겪었기에, 그를 흔들리게 할 일은 이 세상에 더 이상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노인은 머뭇머뭇 입술을 달싹였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림자 속의 인물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 사람이 아직 살아있더군요.
자네인가……
영 대인, 멈추십시오. 가까이 오지 마시죠.
오늘 밤 영 대인께서는 저를 본 적이 없고, 아가씨 또한 집을 나간 적이 없는 겁니다.
영인이…… 이게 어떻게……
아가씨는 백진연에 멋대로 침입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발견했을 때는, 이미 그 사람와 함께 있었죠.
아가씨가 제가 아닌 다른 자와 마주쳤다면 결코 살아남지 못했을 겁니다.
이럴 수가……
40년이 지났는데…… 또 자네가……
40년 전 자네는 영인을 살렸고, 이번에도 영인의 목숨을 구했군.
운명…… 운명인 게야……
……피할 수 없는 거야, 결국 피할 수 없는 걸세.
제가 아가씨를 살려둔 건 구해주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를 구한 건 영 대인이지요.
영 대인께서 그 일을 영원히 비밀에 부치겠다고 약속하셨고, 그 대가로 이 아이를 지켜냈습니다. 이제 보니 영 대인은 약속을 어긴 셈이네요.
……
진룡께서 오늘 밤의 변고를 알게 되실 겁니다.
선택은 영 대인께 달렸습니다.
바람이 불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노인은 혼란스러웠다.
담장 밖에서 다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포효 같기도, 호소 같기도, 비난 같기도 했다.
어지럽구나……
이제 가을인데…… 어디서 매미가……
앗……!
여긴…… 내가 왜 여기 있지?!
아, 깨어났네.
말했잖아, 얘는 몸이 튼튼하니까 아무 일 없을 거라고. 펄펄 날뛰는 것 좀 봐.
강 씨가 호들갑을 떨면서 쓸데없이 의사를 부르겠다고 난리를 치더라고. 지금이 몇 시인 줄도 모르고 말이야.
기절한 지 얼마나 된 거지…… 다른 사람들은?
린 칭옌이랑…… 영인은? 난……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제발 진정해, 한꺼번에 물어보니까 나도 어디서부터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잖아.
원래는 저녁에 채소를 싸게 팔길래 시장에 가려 했는데, 네가 길 한복판에 대자로 누워 있더라고. 난 네가 술에 취하기라도 한 줄 알았지.
그대로 두면 감기에 걸릴 수 있으니까 오는 길에 널 데려온 거야.
곯아떨어진 와중에 계속 욕을 하더라고. 위선자, 사기꾼, 그리고 또 어쩌고저쩌고…… 쯧쯧, 대체 그런 염국 말은 어디서 배운 거야?
영인이랑 린 칭옌 인지 뭔지는…… 난 못 봤고, 잘 모르겠어.
난……
난 그들을 찾으러 가야 해……
이봐, 어디 가는 거야?
……금성.
보니까 밖에 순찰 중인 호위병이 널려 있던데, 갈 수 있을 거 같아?
상관없어, 그래도 난 가야만 해……
……네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누굴 찾겠다는 거야?
너…… 방금 뭐라고 했어?
틀린 말도 아니잖아. 널 잃어버린 거 아냐?
어디서 왔는지도,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르잖아. 그래서 남이 했던 말에 휘둘려서 자신의 이름도, 자기가 누구인지도 모르게 된 거라고.
틀렸네, 틀렸어……
귤 씨앗은 바람을 타고 강남에서 강북으로 날아가지. 그리고 어딘가에 떨어져 뿌리를 내린 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그 씨앗을 귤로 변하게 한 건 강남도, 강북이라는 땅도 아니야. 수십 년 동안의 햇빛과 비 덕분이지.
같은 과일이라도 강남과 강북에서 쓰는 표현은 달라. 하지만 과일의 본질은 변하지 않아.
이 세상 모든 것엔 시작과 끝이 있고, 표면과 본질은 다를 수 있다…… 이 이치를 깨달아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어.
너…… 뭔가 알고 있지? 뭔가 알고 있는 거지?!
내가 알긴 뭘 알아? 나는 그냥 요리사일 뿐이야. 내가 아는 건 각종 양념과 요리법밖에……
아, 널 보니까 생각이 난 것이 있어.
너, 정통 귤홍소를 찾고 있었잖아?
어떻게 만드는지 알게 된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