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7오성판
백진연에 모든 관리들이 모인 그때, 태위의 전달자가 옥문을 지키던 좌선료를 찾아간다. 블레이즈와 레이즈는 백진연에 잠입했고, 레이즈가 관리들 사이에서 일어나 진룡에게 진언하던 순간, 연회장은 갑자기 불길에 휩싸인다.
등장 오퍼레이터: 블레이즈, 좌락, 블레이즈 디 이그나이팅 스파크, 싱주
명이 참 긴 사람이네.
내가 대리사에서 꽤 오랜 세월 일을 했다만, 사형수 감옥에 들어갔다가 살아나온 건 네가 처음이야.
……저도 이런 결말은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흥, 너희 글쟁이들은 이런 고약한 버릇이 있더라고. 울분에 못 이겨 일을 저지르고 뒷일은 생각하지 않는단 말이지.
그렇게 오랫동안 조사한 사건을 백진연에 진상하는 음식으로 만들어 놓고는, 결국 진룡의 노여움을 사다니.
그 난리를 부리고 이런 끝을 맞이하다니, 이걸로 만족해?
맞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제가 한 모든 일은 충성심과 대의를 위했던 것, 마음에 한 점 후회는 없습니다.
심연의 린수를 목도한 사람은 큰 불행을 겪게 된다던데, 정말 불길한 게 맞았군……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이미 전근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3일 후 외교 사절단과 함께 빅토리아로 떠날 겁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저는 더 이상 백조에 남을 수 없게 되겠죠. 이 또한 상서 대인께서 고생해 준 덕분입니다.
빅토리아? 그 몸 상태로 그 긴 여정을 어떻게 버티려고?
은혜를 입어 사면을 받았는데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게다가 빅토리아로 가는 거라면 제겐 고향에 돌아가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곳을 여전히 고향이라 할 수 있나? 아내와 딸은 이미 죽었다고 했잖아?
네…… 아주 오래전 일이지요.
……나는 그렇다 쳐도, 다른 사람들이 그 얘기를 믿을까?
……
네가 그때의 일을 기억할 수 있다면, 분명 다른 누군가도 기억하고 있을 거야.
이번에 돌아가면 널 주시하는 눈이 얼마나 많을지 알기나 해?
그럼,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우 형의 조언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네 목숨을 빌려줘.
그리고 네가 원하는 진실을 내가 명백히 밝히겠어.
백조에 처음 공부하러 왔던 시절,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하늘을 뒤덮은 고층 건물들과 끝이 보이지 않는 불빛이었다.
그리고 그 불빛 중심에는 금성이 있었다.
하늘 높이 솟은 건물은 구름마저 뚫고 올라 그 끝이 보이질 않았다.
선생님은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결정, 시행되는 모든 정책이 수많은 백성의 삶을 좌우한다고 했고, 그 책임은 산보다 무겁다고 했다.
그렇기에 이곳은 모든 학생이 재능과 학문을 펼칠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천지를 위해 마음을 다잡고, 민생을 위해 생명을 바친다.
하지만 정작 이곳에 서서 화려한 궁과 높은 성벽을 마주한 나는……
숨이 막히는 듯한 한기를 느꼈다.
……
양 대인께서 일찍 오셨군요.
영 소저……?
음? 양 대인께서 많이 놀라신 것 같은데, 혹여 저와 마주친 것이 기쁘지 않으신가요?
그럴 리가요……
영 소저도 백진연에 오는 줄 몰랐을 뿐입니다.
상서 대인께서 몸이 편찮으세요. 올해, 예부에서는 제가 대신 참석하게 되었어요.
갑작스러운 결정이라 양 대인께는 미리 말씀드리지 못했네요.
그런데 양 대인께서는 연회에 참석하시면서 제게 알려주실 의향이 없으셨나 봅니다.
그저 공적인 업무일 뿐…… 영 소저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흐음……
문득 든 생각인데, 양 대인과 상촉에서 마지막으로 만난 게 벌써 반년 가까이 됐네요. 그동안은 서신 몇 번 주고받은 게 전부고요.
서신을 보내기가 어렵기도 하고, 또 공무로 바빠 연락을 못 했습니다.
영 소저께서 뭐라 말씀하셔도 변명의 여지는 없습니다……
어떻게 제가 양 대인께 뭐라 할 수 있겠어요?
양 대인께서는 지부를 맡으셨을 때, 고향의 아주 사소한 일도 마음에서 놓질 못하셨잖아요. 이제 직책이 바뀌었으니 걱정할 일들이 더 많으시겠죠.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반년밖에 안 지났는데 양 대인과는 사이가 멀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어떤 말들은 입 밖으로 못 꺼내겠어요.
……
그나저나 양 대인께서는 백진연이 처음이겠군요.
네…… 예전에 상촉에서 관직에 있을 때는 이런 정무를 접할 일이 거의 없었죠.
역대 백진연에서는 큰 일들이 결정되곤 했었죠.
올해, 폐하께선 전쟁에 대해 어떤 결단을 내리실까요?
제가 어찌 감히 폐하의 뜻을 함부로 추측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대인은 총명한 분이고, 늘 정확히 맞히셨잖아요.
……
그날, 양 대인께서는 사실 제 할아버지와 상의할 일이 있었던 거죠?
……제가 어찌 영 소저에게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어떤 이유에서든, 양 대인께서 저를 만나러 오신다면 전 늘 기쁘답니다.
하지만 양 대인에게 저는 언제나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까진 아닌 거겠죠.
영 소저, 그건 오해입니다……
양 대인께 불평하는 게 아니에요.
처음으로 홍포를 입은 사람 중에, 관청의 더러운 실상을 보고 질색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을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일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법이죠.
비록 제가 조정의 중심에 있진 않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진실을 말하는 건 어렵고 그 진실을 믿게 만드는 건 더 어렵다는걸요.
궁에서 가장 힘이 없는 단어는 '진심'이란 단어에요.
……
하지만 저 양현은 영 소저에게 늘 진심입니다.
……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영 소저가 항상 이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양 대인, 이제 들어갈 시간입니다. 가시죠.
서둘러!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재료를 확인해! 손님들이 이미 착석했으니, 주문이 오면 바로 음식을 내야 한다!
모든 재료를 다시 점검하고, 찜 요리랑 국 상태도 확인해라!
90호 화구의 '복만전' 말입니다만, 왜인지 국물 색이 조금 부족한 것 같습니다.
대체 어떻게 한 거야? 몇 번을 말했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사각형으로 썰어야 하고, 크기가 조금이라도 다르면 안 된다고! 그리고 10 시진 동안 한순간도 불 조절을 놓쳐선 안 된다고 했잖아! 분명 또 대충대충 했던 거겠지!
아오……! 그냥 둬, 내가 가서 볼 테니!
(작은 목소리로) 여기야…… 여기!
아직도 이 옷을 입고 있으면 어떡해! 사람들 눈에 띄고 싶어서 안달이라도 난 거야?
공식 석상에 참석할 땐 당연히 정식 복장을 입어야죠…… 이 옷은 집에 따로 준비해 둔 겁니다.
하지만 여기는 주방이잖아! 좀 더 적당한 옷 없어?
……없습니다.
넌 정말……
에휴!
너 같은 대리사 조사관들한테 변장 같은 건 기본 아니야?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대리사 소경은 굳이 신분을 숨길 필요 없습니다……
근데 왜 요즘 자꾸 일을 몰래몰래 하고 있는 건진 모르겠습니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이 옷이나 받아. 이따가 음식을 나르는 무리에 섞여서 연회장으로 들어가, 그 뒤에 다시 지금 입은 옷으로 갈아입어.
네……
휴우…… 이런 중요한 자리에 잠입하려니까 확실히 긴장되네……
이따가 진룡에게 얘기한다고 했지? 혹시라도 진룡이 분노한다면 너를 잡아가는 거 아냐? 아니면……
백진연에는 간언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요구하는 건 단지 증거가 부족한 옛 사건을 다시 조사해달라는 것뿐인데, 진룡께서 굳이 화를 낼 이유가 있을까요?
다만 한 가지 일이 좀 걸립니다……
그게 뭔데?
혹시 그런 생각 해보지 않았나요? 만일……
만일 이 사건을 끝까지 밝혀내서 얻은 진실이 우리의 예상과 전혀 다르다면……
만일…… 당신 주위의 모든 것들이 온통 거짓으로 가득했던 거라면……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우리가 이렇게까지 많은 일을 한 이유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아니었어? 거짓은 폭로하면 그만이잖아, 망설일 게 뭐가 있어?!
이미 여기까지 왔잖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을까?
……알겠습니다.
블레이즈…… 당신의 아버지는 좋은 분이셨을 겁니다.
응?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해?
……
약속해 주세요. 이따가 혹시 무슨 일이 생겨도 무조건 자신을 먼저 챙길 거라고……
쉿, 이제 조용히 해! 누가 온다, 빨리 숨어! 조리대 밑에!
전부 준비되었나?
준…… 준비됐어.
자네가 맡은 장수면은 간단한 요리지만 연회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네, 조금의 실수도 있어선 안 돼.
아…… 알겠어.
자네……
자네의 스승이 왜 백진연에 오고 싶어 하지 않는진 모르겠다만, 난 자네의 스승이 자네를 선택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라 믿고 있다네.
이번 연회가 끝나면 내 요리를 전수받을 기회를 주겠네.
뭐? 내가?
싫은가?
하하하…… 제자로 받아준다면 너무 기쁜 나머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요리사들이 많을 텐데.
그런데 왜 평생 갈고닦은 솜씨를 꼭 한 사람에게만 전수하려는 건지 모르겠어.
황당하군…… 역대 정풍루의 총주방장 모두 제자를 고를 때 얼마나 까다롭게 심사했는지 알고나 하는 얘기인가?
멀리 갈 것도 없지. 내 스승님께서는 《식경》을 편찬하시고, 4대 계통 요리의 조리법을 체계화하셨을 뿐만 아니라, 백진연을 수십 년간 맡아오셨다.
이 정풍루 주방에서 스승님을 따라 오랜 세월을 갈고닦은 주방장은 수백 명이었지만, 스승님께선 나를 선택해 자리를 물려주셨지.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귀한 기법을 어찌 아무에게나 전수할 수 있겠느냐?
하지만 아무리 고귀한 기법이라 해도 그 기법으로 만든 요리는 사람들이 먹어야 하는 거잖아……
……뭐?
하하…… 내 말은 네 실력에 버금가는 제자 한 명을 양성하는 것보다, 실력이 괜찮은 요리사 여럿을 배출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겠냐, 이거지……
네가 가르친 사람이 많아질수록 요리를 잘하는 사람도 늘어날 테니까. 더 많은 염국 사람이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
……헛소리, 건방진 소리군!
어서 면이나 준비해.
……
준비는 끝났나?
옥문은 최고 전투태세에 돌입했고 도시 방어 무기들도 준비 끝났습니다. 도시의 백성들은 모두 대피했고, 2만 명의 병사와 3천 명의 천사들이 남았습니다. 언제든 전장에 나설 준비를 마쳤습니다.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좋다.
그럼 오늘 밤 이 달빛이 과연 흐릴지 맑을지, 두고 봐야겠군.
장군님, 태위의 전달자가 도착했습니다.
……이 시간에?
서신은?
서신이 아니라…… 월병 상자를 하나 가져왔습니다.
전달자의 말에 따르면, 태위께서 장군님께 이렇게 전하라 하셨답니다.
“따뜻할 때 먹어라, 식으면 맛이 없다.”
……
……
좌 공자께서는 제 말을 확실히 이해하셨던 모양이군요.
또 만났군요…… 좌 공자, 그간 별일 없으셨습니까?
당신……
긴장하실 것 없습니다. 이 전당포는 문을 닫은 지 오래되어 아무도 오지 않으니까요.
절 따로 보자고 한 이유가 뭔가요?
그건 오히려 제가 좌 공자께 물어야 할 것 같습니다만?
그게 무슨 소리죠?
백조에 머물 당시, 저는 별다른 생각 없이 이 전당포를 열었고 한동안 장사도 꽤 잘 됐습니다.
손님들은 매일 골동품, 서화, 금과 옥 그리고 기이한 돌까지 다양한 물건을 가져왔습니다…… 결국 조경을 좋아하는 제 동생이 가져가 버렸지만요. 알고 보니, 꽤 많은 물건이 동생의 정원에 진열되어 있더군요.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 전당포를 찾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는데, 모두 제게 요구 사항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고 있군요.
좌 공자께서 저를 보러 오신 건, 결국 저와 할 이야기가 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좌 공자께서 품은 의문을 제가 조금은 풀어줄 수 있을지도 모르고요.
제 관심은…… 당신들이 백조에 온 이유입니다. 대체 무슨 속셈이죠?
만약 그 죄인이 지금 염국과 전쟁을 벌이기로 결심한 거라면, 그가 맞이할 결말은 자멸뿐입니다…… 그자도 이 사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요.
물론입니다…… 제 형님이 다른 재주는 없지만, 형세를 보는 것에는 일가견이 있으니까요.
좌 공자께서는 옥문에서 나타난 그 산해중 무리를 기억하십니까?
사건이 일어난 후 사세대에서 다시 조사했고, 그중 또 다른 베헤모스가 대리인으로 변해 움직인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리고 왕 역시 의심의 대상 중 하나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뭐죠?
좌 공자께서는 분명 기억하실 겁니다. 염국 영토 내의 베헤모스들은 천 년 전 그 사냥으로 소멸되거나 쫓겨났습니다.
혹시 사세대에서 이런 생각을 했던 적은 있을까요? 그가 베헤모스 중 하나를 찾아낸 거라면……
그가 찾는 게 과연 그 하나뿐일까요?
……!
사세대는 오랫동안 염국에 있는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 왔지만, 그가 쥔 패가 염국 밖에 있을 가능성을 배제한 건 아닐까요?
사세대의 정보망을 무시하지 마시죠…… 사세대는 베헤모스들의 추적 관찰을 멈춘 적 없습니다. 그 베헤모스들이 만약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면, 베헤모스 학자가 분명 알아챘을 겁니다.
시간상, 지금쯤이면 이미 돌아오는 중이겠군요.
이 정보는 제가 좌 공자께 드리는 작은 선물로 하죠. 어떻게 사용하실지는 좌 공자께서 스스로 판단하세요.
왜 이 정보를 제게 알려주는 겁니까? 당신은 그 죄인과 한패 아닙니까? 사세대에게 죄인의 계획을 알려주는 이유가 뭐죠?
실은…… 저와 형님이 협력하고 있긴 해도, 각자의 생각에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형님은 결판을 보는 것에 고집하고 있지만, 저는 원만하게 사업을 이어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보고 있거든요.
왜 좌 공자를 선택했는지에 대해서는…… 제가 좌 공자와 마음이 맞았다고 여겨주시죠.
뭐라고요……?
저는 사람을 알아보는 데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합니다. 앞으로 좌 공자와 다시 만나 소통할 기회가 있을 거라는 직감이 듭니다……
어쩌면 앞으로 우리 형제자매의 생사가 좌 공자의 결정에 달려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이 좋은 날, 잠시나마 함께 대화를 나눈 것도 인연이겠죠…… 앞으로 좌 공자께서 저를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으로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군요.
으악!
어떻게 된 거야?!
죄송합니다! 바, 방금 손에 쥐가 나는 바람에 실수로 떨어뜨렸습니다!
정말 미치겠군…… 아휴!
죄송합니다! 당장 주방에 가서 다시 준비해 오겠습니다!
빨리 움직여! 모든 관리가 착석했다. 진룡께서 도착하시면 바로 연회 시작이야!
……
대인?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
대인?
크흠…… 백진연에 참석하러 온 겁니다.
참석하신 관리들께서는 이미 착석하셨는데, 대인께선 어찌……
죄송합니다…… 오는 길에 시간이 조금 지체되었거든요. 지금 바로 들어가죠.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실례지만 대인, 백진연 초청장을 제시해 주십시오.
왜죠? 전 이미 이곳에 들어와 있습니다. 어째서 다시 보여드려야 하죠?
형식적인 확인 절차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
대인…… 대인! 물건을 떨어뜨리셨습니다!
당신은……?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가장 중요한 물건을 집에 두고 가시면 어떡하나요. 다행히 제가 가져왔습니다.
호부의 당 대인이셨군요, 실례가 많았습니다.
이상 없습니다. 연회가 곧 시작되니 당 대인께서는 서둘러 자리에 앉아 주십시오.
초청장은 제가 위조한 거예요. 방금은 잘 속여 넘겼지만, 조심스럽게 행동해 주세요, 린 소경.
당신이 누구인지 알고 있습니다…… 영 씨 가문의 아가씨 아닌가요.
블레이즈 씨의 친구이기도 해요.
백진연의 요리사 명단에 있는 블레이즈 씨의 이름을 발견했어요, 그리고 당신들의 계획이 뭔지 짐작할 수 있었죠.
이제 남은 건 진룡을 뵙고, 그분이 관용을 베풀어 주길 기대하는 것뿐이겠군요.
그렇다면 당신은 알고 있겠군요…… 옛 사건이 밝혀지면 당신에게 화가 미치게 된다는 걸……
이 사건에 가장 깊이 연루된 사람은 블레이즈 씨라고 하는 것이 맞겠죠.
린 소경은 이미 블레이즈 씨에게 진실을 밝히겠다고 약속하셨잖아요. 더 이상 망설일 게 있나요?
그리고…… 린 소경이 정말 그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 건, 저도 바라는 일이에요.
감사합니다……
오랜 세월 관직에 있었지만 나 역시 금성에 온 건 극히 드물었다.
하늘에 닿을 만큼 거대한 궁이 장엄하게 우뚝 서 있었다.
연회석은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도 가득했다. 등불의 불빛은 마치 대낮처럼 밝았고, 달빛이 품속에 스며들었다.
하지만, 그 속은 꿰뚫어 볼 수 없었다……
누가 그 이름들을 의도적으로 감춘 걸까, 누가 진실이 드러나기를 원하지 않는 걸까?
문득 선배님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진실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겠어?”
……
우징…… 당신은 도대체 무엇을 봤던 겁니까……
이상하네요, 연회가 시작될 시간인데 폐하께서는 왜 아직 안 오시는 걸까요?
조급해할 필요 없습니다. 폐하께서 바쁘시거나 혹은 중요한 일로 잠시 시간이 지체된 거겠지요. 조용히 기다립시다.
전에 폐하께서 몸이 편찮으시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설마 사실일까요?
쉿…… 말씀 조심하세요.
당치도 않은 소리! 허튼소리 마라!
이곳이 어디라 생각하는 거냐! 대체 무슨 이유로 감히 조정의 관리를 막아서는 거냐?!
무슨 소란이지?
이자가 자신을 호부 시랑 당검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저희가 확인해 본 바에 의하면 호부의 관리들은 이미 모두 도착했습니다……
황당하군! 누군가가 나를 사칭하고 우기면 내가 된다는 건가? 내가 누구인지 잘 봐라! 내 손에 있는 관인을 보고도 모르겠다는 거냐?!
……음?
소란이 뚝 그쳤다.
세 번째 나팔 소리가 술시를 알렸다.
하늘 높이 떠오른 달은 밤하늘을 티끌 하나 보이지 않게 밝게 비추었다.
황제 폐하 납시오!
관리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숨을 죽이고 온 신경을 집중한 채 연회석 중앙 자리를 바라봤다.
그 자리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폐하께 아뢸 말씀이 있습니다!
불.
갑자기 어디선가 피어오른 불꽃이 가을밤의 바람을 타고 연회장 전체를 휩쓸었다.
솟구치는 불길은 마치 기괴한 환수처럼 이빨과 발톱을 드러내고 연회장 위를 배회했다.
다시 바람이 불자 환수는 위로 솟구쳤고, 엄청난 속도로 팽창하며 불쾌한 소리를 질렀다. 마치 큰 소리로 비웃으며 포효하듯이……
환수로부터 뿜어져 나온 기이한 불꽃은 이미 백진연을 물들였고, 빛을 번쩍이며 넋을 잃은 관리들의 얼굴에 기어올랐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