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상견환

OR-1일청이백

사이드 스토리작전 후2025-07-17

레이즈는 대리사로 돌아와 우징의 재판에 참여한다. 우징은 문서고에 불을 지른 범인이 자신이라며 자수했지만, 논리가 맞지 않는 그의 행동으로, 레이즈는 그에게 다른 속셈이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한다. 결국, 레이즈는 우징이 과거에 조사하던 옛 사건을 재조사하기로 결심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블레이즈, 싱주, 블레이즈 디 이그나이팅 스파크,


젊은 목소리

제게 뭐를 보여주신다는 거죠?

확고한 목소리

조금만 더 서둘러, 거의 다 왔어.

린 칭옌

시냇가에서 눈을 밟고 오래된 매화 향기를 맡는 게 드문 일이긴 하지만, 그건 산 아래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에요.

린 칭옌

아마 이곳에 도시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있는 거겠죠. 그렇기에 굳이 돌아가며 힘들게 산을 오를 가치가 있는 거고요.

우징

불꽃으로 가득한 도시에 볼 게 있겠어? 린 칭옌, 네게 보여주고 싶은 건 이 소나무야.

린 칭옌

……우뚝 솟은 소나무는 추위를 견디며 푸르름을 잃지 않는다.

우징

아니, 그런 아무나 할법한 소리를 하려는 게 아니야.

우징

이 소나무는 내가 백조로 부임하기 전 직접 심었어. 이 나무를 심을 때 가졌던 마음은 너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야.

우징

오랜 세월이 지났고, 나도 처음과는 달라졌어, 그리고 이 나무도 더 이상 예전의 그 소나무가 아니게 됐지.

린 칭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우징

괜찮아, 지금은 그저 이 소나무를 보고 기억하기만 하면 돼.

우징

칭옌…… 대리사는 네게 잘 맞을 거야. 언젠가 훌륭한 소경이 될 거고, 대리사경도 될 수 있겠지.

우징

그 사건들은 네게 문제가 되지 않아, 네가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는 하나뿐이야……

우징

진실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겠어?

린 칭옌

……

린 칭옌

이해가 안 됩니다.

우징

괜찮아, 지금은 이해할 필요 없어. 앞으로 이 소나무를 자주 떠올리게 될 거야. 그리고 충분히 떠올리고 나면, 어떤 일은 자연스레 이해하게 될 거야.

우징

내가 죽으면 이 나무를 베어서 내 관을 만들어.

린 칭옌

선배님……

우징

가자. 높은 곳은 추우니까 돌아가자.


그렇게 몇 번의 눈바람이 더 불었고,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리고 나는 다시 그 소나무와 눈 덮인 산길을 떠올렸다.

우징, 자네의 죄는 무엇인가?


린 칭옌

……

해진

(가벼운 코 고는 소리)

해진

흠흠……!

해진

어…… 몇 시죠? 용의자가 자백했나요?

린 칭옌

해진 어사, 이런 엄중한 자리에서는 행실에 주의하세요.

해진

이건 대리사 내부 사건이잖아요, 이런 자리에서 숙정원은 그냥 형식적으로 참석하는 것뿐이니 괜찮아요.

해진

하지만 오늘의 심문 현장은 꽤 흥미롭네요…… 성격 좋다는 대리사경 대인께서 이렇게 크게 화를 내는 건 처음 봅니다.

심철

우징! 너도 한때 대리사에서 관직을 맡았고, 이 구리거울 앞에서 맹세한 적이 있었지.

심철

이 대리사 판결원이 네가 멋대로 행패를 부려도 되는 곳이라 생각하는 거냐?!

우징

정말 억울합니다. 대리사경 대인께서는 질문할 것을 모두 질문했고, 저 역시 대답할 것을 모두 대답했습니다. 아직도 부족하다는 건가요?

우징

지난달 15일, 축시, 삼각. 대리사 문서고 남쪽 구역에 불이 났습니다. 그 불은 제가 직접 질렀습니다.

심철

황당하군!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넌 심문을 받기 위해 투옥된 상태였어, 어떻게 불을 질렀다는 거지?

심철

이 일이 네가 계획한 것이라면, 공범은 누구냐?

우징

공범은 없지만, 조력자는 있습니다……

우징

파울비스트죠.

우징

그날 밤, 다친 파울비스트가 감옥 창가로 날아와 앉았고, 전 파울비스트에게 쌀 몇 알과 마실 물을 조금 주었습니다.

우징

그 파울비스트는 꽤 영리했고, 선의를 베푼 저의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했죠. 저는 불붙은 볏짚을 한 무더기 주며 문서고로 날아가라고 했어요.

해진

풉……

해진

크흠…… 흠……

심철

우징, 판결원의 사람들은 네 헛소리에 장단을 맞춰줄 여유 따위 없다!

우징

제가 어찌 감히 장난을 치겠습니까. 전 그저 질문에 대답했을 뿐입니다.

심철

……좋다. 네 말대로 네가 불을 지른 거라면, 하나도 빠짐없이 자세하게 말해라.

심철

어떤 종류의 파울비스트였지?

우징

제가 파울비스트의 품종을 어찌 알겠습니까. 온몸이 새까맣고, 잔털 한 가닥 없었다는 것만 기억납니다…… 마치 세상 사람들의 마음처럼요.

심철

넌 볏짚에 불을 붙였다고 했다. 그렇다면, 감옥 안에서 볏짚은 어떻게 구한 거지?

우징

방석에서 뽑았습니다.

심철

네 감방의 방석은 면실로 만들었다.

우징

제가 착각했나 보군요…… 그렇다면 방석에서 뽑은 게 아니라, 그 파울비스트가 둥지를 틀 때 떨어뜨린 것입니다.

심철

사건 후에 네가 투옥되었던 곳을 조사했지만, 파울비스트 둥지 같은 건 전혀 발견되지 않았어.

우징

이 세상에서, 나쁜 짓을 저지른 자가 자신의 흔적을 지우지 않는다면, 대리사와 형부가 있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우징

착한 파울비스트였어요, 정말 잘 통했죠.

심철

너……

우징

아…… 그리고 불씨 말입니다만…… 그건 이 족쇄로 감방의 난간을 두드려 불꽃을 만들어낸 겁니다. 무려 863번이나 두드렸죠. 대리사가 설립된 햇수만큼 두드렸습니다.

우징

이것이 제가 방화를 저지른 경위입니다…… 충분한가요?

우징

대리사경 대인, 여쭤보실 게 또 있나요?

해진

우 대인께서는 퇴직하시고 평서를 많이 들으셨나 보네요.

린 칭옌

농담은 그만하시죠……

해진

근데 대리사경 대인도 대단하네요, 저 사람의 미친 척에 맞장구를 쳐주다니……

해진

이 부분도 기록해 둘까요?

린 칭옌

……물론이죠.

해진

재밌네요……

해진

우징은 대리사의 호연각 소경으로 임명되었고, 수많은 탐관오리와 범죄자들이 그의 손에 처벌을 받았죠.

해진

하지만 우징이 은퇴한 후, 린 소경이 증거 조작이라는 죄명으로 그에게 죄를 물었고, 지금의 처지가 되고 말았어요.

해진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린 소경께선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으신가요?

린 칭옌

법 앞에서는 아무리 공이 있다 한들, 잘못을 덮을 수는 없는 법입니다. 해어사께서도 분란을 일으킬 생각은 마시죠.

해진

하지만, 이 우징이란 사람은 정말 이상해요. 그해, 자신이 증거 조작의 배후로 지목되었음에도, 그 문서들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았잖아요. 판결이 내려진 뒤에서야 굳이 불을 질렀고요.

린 칭옌

그건……

린 칭옌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심철

린 소경?

우징

……훗.

린 칭옌이 손에 든 종이와 펜을 내려놓는 순간, 우징과 눈이 마주쳤다. 계속 미친 척을 하는 이 죄인은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똑바로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이 두렵지 않았다.

우징은 린 칭옌의 반응에 만족한 것 같았다. 그는 눈을 감았고 일그러진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심철

린 소경은 서기관의 업무 대리인으로서 기록만 하면 된다.

린 칭옌

심철 대인, 여쭈어보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용의자 우징은 자신이 문서고에 불을 질렀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동기는 무엇일까요?

심철

용의자의 자백 내용이 엉터리인 것이 자명한데, 동기를 물어볼 필요가 있나?

우징

하하하…… 문서고는 정말 제가 한 짓입니다, 믿으세요.

우징

제가 불을 지른 이유는……

심철

우징!

심철

남쪽에 있는 7만 4천 권의 문서, 60년간의 노고, 대리사 24명 소경이 심혈을 기울여 지켜왔던 것이다. 네 눈에는 그게 타버린 재처럼 가벼워 보이기라도 한다는 것이냐?!

우징은 돌연 고개를 푹 숙였고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리사경은 그의 모든 움직임에 눈을 떼지 않았다.

우징

아까울 게 있을까요……

우징

그 문서에 있는 건 온통 겉치레로 가득한 거짓들뿐입니다. 그 책을 읽으면 눈이 더럽혀지고, 책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더러워지죠.

우징

그래서 아예 태워 없앴습니다. 얼마나 깨끗한가요!

린 칭옌

깨끗……?

심철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우징

무슨 말이 하고 싶냐고요? 대리사경 대인께서 관심을 보였으니, 얘기를 해보죠. 태워버린 그 물건들이 과연 깨끗했는지 말입니다……

해진

심철 대인, 용의자의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것 같습니다. 시간도 늦었으니 오늘 심문은 여기까지 하는 게 어떠신지요?

심철

……

심철

여봐라, 우징을 감옥으로 돌려보내라.

심철

미안하게 됐군, 숙정원 앞에서 대리사의 못 볼 꼴을 보여버리다니.

해진

확실히 까다로운 사건이군요. 이해합니다.

심철

이 사건에 대해서, 대리사는 숙정원에 반드시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도록 하겠어.

해진

휴……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네요. 그래야 제가 왔다 갔다 하는 수고를 덜 테니까요. 마당에 녹나무가 너무 많아 냄새를 맡을 때마다 재채기가 나올 것 같습니다.

해진

린 소경,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죠.

심철

너도 이만 가보도록, 린 칭옌.

린 칭옌

……

판결원 대문이 열리고 햇빛이 다시 쏟아졌다. 린 칭옌의 눈에 나무 그림자 뒤에 가려진 7개의 십팔각첨탑이 들어왔다.

대리사 문서고는 모두 이 양식으로 지어졌다. 7개 첨탑의 뾰족한 꼭대기에는 마치 연기와 재가 덮여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것은 불타버린 남쪽 구역의 잔재였다.

문밖으로 발을 딛으려는 순간, 작은 소리가 들렸다.

우징

린 칭옌, 때가 된 것 같아.

우징

……잊지 마.

린 칭옌은 아무런 동요 없이 따스함이 느껴지지 않는 햇빛 속으로 그대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해진

에취!

린 칭옌

해진 어사, 아직 안 가셨나요?

해진

당신과 얘기하려고 기다렸어요. 안에서 말하기는 조심스러워서요.

해진

린 소경, 만약 우징을 구하…… 아니, 우징의 사건에 대한 진상을 밝히고 싶다면 서둘러야 할 거예요.

해진

백진연이 끝나면, 백조에 구금된 모든 죄수가 이감되거나 유배될 예정입니다. 어쨌든, 앞으로 보름 안에 감옥은 모두 비워질 예정이에요.

린 칭옌

보름……

해진

위에서 곧 칙령이 내려올 겁니다. 전 눈치가 빠르거든요, 그래서 미리 알려드리는 겁니다.

린 칭옌

해진 어사께서 이 일에 신경을 쓰고 계신 줄은 몰랐습니다.

해진

저야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지만, 린 소경에게 우징은 단순한 선배가 아니니까요.

린 칭옌

대리사에서 우징은 제게 스승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제가 올바른 대리사 소경이 될 수 있게, 하나하나 가르쳐 주셨으니까요.

린 칭옌

과거, 그가 탐관오리와 악의 세력을 무너뜨리기 위해 증거를 조작했던 것은, 도의를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았던 것이라 할 수 있지만……

린 칭옌

문서고에 불을 지르는 대역무도한 짓을 저지를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해진

그러게요…… 저도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아요……

린 칭옌

그런데 말입니다…… 여태까지의 백진연은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올해는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건가요?

해진

린 소경이 관계자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아마 이곳저곳에서 들어보셨을 겁니다.

해진

올해 초, 옥문에 재앙이 닥쳤고 여름에는 대황성에서 사변이 있었습니다.

해진

이런 사고들의 배후는 모두 한 가지를 가리키고 있죠.

린 칭옌

……쉐이.

린 칭옌

천여 년이나 된 이 오래된 사건에 결말이 찾아오는 건가요……

해진

감히 윗분의 뜻을 함부로 추측할 수 없으니, 저도 이만 말을 줄이겠습니다.

린 칭옌

감사합니다……

린 칭옌

……해진 어사, 근데 아까 심문은 왜 중단시킨 겁니까?

해진

음……

해진

“귀로 들은 건 거짓, 눈으로 본 건 진실”이라는 말이 있지요. 사람의 말만으로는 사실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해진

린 소경은 아직 문서고 화재 현장을 보지 못했겠죠.

린 칭옌

못 봤습니다.

해진

직접 가서 확인해 보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군요.

해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떠들썩하던 식당이 조용해졌다.

식당 단골들은 곧 일어날 상황을 예견한 듯, 서둘러 가게를 빠져나가면서도 돈을 내는 건 잊지 않았다.

화가 난 소년

강 씨, 문 닫아.

강 씨

……하아.

블레이즈

음? 왜 그래?

화가 난 소년

강 씨, 방금 이 여자가 이 귤홍소를 먹은 거지?

강 씨

맞, 맞아……

화가 난 소년

손님, 방금 내 귤홍소가 정통이 아니라고 그랬지?

강 씨

아, 아니…… 이 손님은 “다르다”라고 했어. 그래, 그냥 다르다고……

강 씨

(열심히 눈치를 준다)

블레이즈

맞아, 정통이 아니라고 했어. 게다가 내가 먹었던 것보다 맛있지도 않았고……

블레이즈

오, 네가 바로 이 식당의 주방장이구나. 아주 어리네.

꼬마 주방장

말 돌리지 마!

블레이즈

이봐, 그냥 요리에 대해 평가한 것뿐이야. 그렇게 진지할 필요까지는 없잖아.

블레이즈

그리고, 이 귤홍소를 제외한 다른 요리들은 다 맛있었어.

꼬마 주방장

어물쩍 넘어갈 생각은 마! 집에는 집의 규칙이 있듯이, 식당에는 식당의 규칙이 있는 법이야! 오늘 내 귤홍소가 뭐가 문제인지 명확히 설명하지 않으면, 못 갈 줄 알아!

블레이즈

그냥 사실대로 말한 것뿐이야…… 이곳의 귤홍소는 내가 먹었던 맛과 달라!

꼬마 주방장

언제, 어디에서 먹었는데?

블레이즈

아마…… 십여 년 전쯤? 빅토리아에 있을 때 가족에게 받았어.

꼬마 주방장

……

꼬마 주방장

지금 꼬투리 잡으러 온 거지? 강 씨, 저 사람 내보내!

강 씨

아니, 가게에서 손님을 내보내는 게 어딨어……

강 씨

저기, 빨리 생각해 봐. 구체적으로 맛이 어떻게 다르다는 거야? 혹시 오해했던 건 아냐?

블레이즈

어디 보자…… 내가 먹었던 귤홍소는 주방장이 만든 것보다 더 달았어. 음, 이건 그것보다 설탕을 적게 넣은 것 같네!

꼬마 주방장

귤홍소에? 설탕을 더 넣으라고? 하하하하……

꼬마 주방장

난 또 어디서 미식가라도 납셨나 했는데 맛이라는 걸 아예 모르는 사람이었네. 나도 너와 할 얘기 없어. 나가!

블레이즈

멋대로 사람의 입맛을 평가하다니, 네 요리 실력이 부족한 거잖아?

꼬마 주방장

……!

강 씨

……!

강 씨

하아…… 망했다……

꼬마 주방장

요리 실력이 부족하다고?

꼬마 주방장

웃기는 소리! 내 요리 실력은…… 난……!

꼬마 주방장

좋아, 나랑 내기하자. 이곳을 나가서 도시를 돌아봐, 만약 내가 만든 것보다 더 맛있는 음식을 찾아낸다면 이 가게를 주겠어!

강 씨

(작은 목소리로) 그러면 안 돼, 안 된다고……

꼬마 주방장

하지만 찾지 못한다면, 창가 자리에 앉아 거리를 향해 큰 소리로 100번 외쳐.

블레이즈

외치다니? 뭘?

꼬마 주방장

당연히 나한테 하는 사과를 외치는 거지!

블레이즈

근데 난 이런 작은 가게는 필요 없는데.

블레이즈

이렇게 하자. 만약 내가 찾아낸다면 이 식당에서 1달 동안 공짜로 밥을 먹을 수 있게 해주고, 맛있는 염국 요리 몇 가지를 무료로 가르쳐 줘!

꼬마 주방장

……엥?

블레이즈

엥은 무슨 엥이야? 염국에 이런 말이 있잖아, “린수를 주기보다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라.”

블레이즈

이 식당은 내가 받아도 가져갈 수 없지만, 요리는 배워두면 돌아가서 친구랑 가족들에게 해줄 수 있으니까.

꼬마 주방장

근데 너, 방금까지만 해도 내 요리 실력을 의심했잖아……

블레이즈

다른 요리는 맛있다고 했어.

꼬마 주방장

……

꼬마 주방장

자, 잠깐! 이런 식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귤홍소에 관해서는 제대로 말해야 할 거야!

블레이즈

좋아, 그럼 이 내기를 받아들이겠어. 이 커다란 백조에서 예전에 먹었던 귤홍소를 못 찾을 리는 없을 테니까.

꼬마 주방장

흥……

꼬마 주방장

응? 어디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강 씨

주방에서 나는 것 같은데……

블레이즈

이 냄새는 내가 잘 알지. 뭔가 타고 있는 거야.

꼬마 주방장

내 국!

강 씨

정말 미안해…… 우리 주방장의 성격이 조금 별나, 정말, 정말로 미안해……

강 씨

또 와줘, 부탁할게. 또 와줘……

블레이즈

이상하네……

우아한 여성

손맛이 있는 주방장들은 다들 성격이 좀 이상하다고 들었어요.

우아한 여성

만약 주방장이 자신의 요리에 이렇게까지 예민하지 않았다면, 이런 음식 솜씨를 익히지 못했을 거예요.

우아한 여성

혹시 눈치채셨나요? 당신이 주문한 5가지 요리의 두부 크기와 모양은 모두 달랐지만, 한 요리에 들어있는 두부의 크기와 모양은 모두 동일했어요.

우아한 여성

백조에서 이 정도 칼솜씨를 가진 요리사는 몇 안 될 거예요.

블레이즈

저기, 우리가 싸우는 소리를 들었어?

우아한 여성

미안해요, 일부러 엿들은 건 아니었어요.

우아한 여성

근데 아까 자리에서 음식을 나눠 먹는다고 가져갔던 요리 중에 있던 귤홍소는, 아마 당신이 실수로 가져간 제 요리일 거예요……

블레이즈

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블레이즈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남의 음식을 가져가고, 싸우기까지 하다니……

블레이즈

잠시만 기다려, 내가 다시 주문해 줄게!

우아한 여성

호호, 괜찮아요.

우아한 여성

사실은 오늘 이 가게를 평가하려던 참이었어요. 근데 여기 손님들이 이렇게 행복하게 식사하는 걸 보면, 주방장의 솜씨가 형편없을 리는 없겠죠.

우아한 여성

근데 이건 저도 정말 궁금하네요. 방금 말씀하신 정통 '귤홍소'는 도대체 어떤 맛인가요?

블레이즈

음…… 나도 구체적으로 설명을 못 하겠어. 확실한 건, 예전에 가족이 보내줬던 귤홍소가 더 맛있었다는 것뿐이야.

우아한 여성

그렇다면 그 음식의 이름이 '귤홍소'인 게 확실한가요?

블레이즈

물론이지!

블레이즈

당시 가족 중에, 백조에 살던 사람이 있어서 이런 간식을 자주 보내줬어. 절대 잘못 기억할 리 없어…… 절대로.

우아한 여성

혹시 부탁 하나만 드려도 괜찮을까요……

우아한 여성

혹시 아가씨, 찾으러 다니는 길에 저를 함께 데려가 주시겠나요?

블레이즈

좋아! 백조 현지인이지? 마침 길 안내해 줄 사람이 없어서 걱정이었거든!

블레이즈

하지만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 내일 점심때 여기서 다시 만나는 건 어때?

우아한 여성

좋아요.

블레이즈

참! 아가씨라고 부르지 마, 난 블레이즈라고 해…… 빅토리아에서 온 관광객이지. 네 이름은 뭐야?

우아한 여성

부끄럽지만, 전 맛있는 음식과 글 쓰는 걸 좋아해요.

싱주

제가 글을 쓸 때 사용하는 필명은 '방랑 싱주'죠, 싱주라고 부르면 돼요.

[CG: 58_i05]
린 칭옌

팔방을 장악하여 만권의 책을 소장한다.

린 칭옌

그런 문서고가…… 결국엔 잿더미로 변하다니.

어둠 속에는 아직 코를 찌르는 냄새가 남아있었다. 무너져 내린 목재 기둥 위에는 탁한 빗방울이 곧 떨어질 듯 맺혀있었다.

문서와 서적을 보관했던 철제 상자는 불길에 의해 형체가 일그러졌고, 그곳에 담겨있던 종이와 먹은 잿더미가 되어 희미한 글자 자국만 남아있었다.

심철

너무 오래 있지는 마. 화재 후 비가 내리면 탁한 공기로 가득 차게 되니까.

린 칭옌

1차 조사 결과는 나왔나요?

심철

확실해, 누군가 고의로 불을 지른 거야.

심철

하지만 황당하게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시간과 발화 지점은 우징이 자백한 내용과 완전히 일치해.

심철

문서고는 대리사 중에서도 중요한 곳이야, 경비가 삼엄하지. 그런데 사건이 발생하기 전, 그날 밤 경비원 중 아무도 이상함을 감지하지 못했어.

심철

범인은 무공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대리사에 대해 상당히 잘 알고 있어, 분명 사전에 우징과 결탁했을 거야……

린 칭옌

당신은…… 대리사 내부에 공범이 있다고 의심하고 계십니까?

심철

……단정 지을 수는 없어.

린 칭옌

피해는 얼마나 심각하죠?

심철

불에 탄 건 모두 오래된 사건들이라 현재 업무에 큰 지장은 없어. 하지만 해당 사건을 차후에 재심하게 된다면, 증거를 찾을 수 없게 되겠지.

심철

이 사건들은 대부분 우징이 직접 담당했던 거야.

린 칭옌

심 대인께선 정말 우징이 문서고에 불을 질렀다 생각하십니까?

심철

……그럴 리 없어.

심철

아무리 미친 척을 하고 있다지만…… 감옥에 있는 상태로 직접 손을 쓸 수는 없었을 거야.

심철

하지만 이번 사고가 우징과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어. 반드시 공모한 사람이 있을 거야.

린 칭옌

다만, 우징은 왜…… 이곳의 문서들이 “깨끗하지 않다”라고 한 걸까요?

심철

뭐가 의심되는 거지?

린 칭옌

혹시…… 우징이 관직에서 물러나기 전 마지막으로 조사했던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심철

……그 사건을 잊을 수는 없지.

심철

40년 전, 형부 상서가 길거리에서 암살당했어. 범인은 정신이 나간 늙은 거지였고.

심철

대리사는 그 늙은 거지의 신원을 밝히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끝내 밝혀내지 못했지.

심철

결국 이 사건은 순간적인 충동에 의한 폭행 및 살해로 종결되었어.

린 칭옌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지금, 우징은…… 현직 예부 상서인 영술을 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했죠.

심철

난 우징과 오랫동안 함께 일을 해왔어. 과거의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지.

심철

하지만 우징이 대리사에 있던 마지막 몇 년 동안, 난 우징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게 되었어.

심철

우징은 과격하고 편파적으로 변했지, 사건 조사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시작했어. 심지어 전혀 설득력 없는 증거를 제시하며 과거의 사건들을 다시 들추기도 했어.

린 칭옌

만약 그 죄에 대한 근거가 전혀 없었던 거라면, 영 상서는 그때 왜 관직을 내려놓았을까요?

심철

그게 무슨 뜻이지?

린 칭옌

혹시 고전을…… 기억하시나요.


린 칭옌

사건의 발단은 선례사로 임명된 고전이 빅토리아로 가던 도중에 목숨을 잃은 것에서 시작됐어요……

린 칭옌

우징은 영 상서가 형부 상서를 살해했을 뿐만 아니라, 30년 후 그 사건의 핵심 증인까지도 살해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심철

그게 이상하다는 거야, 그 선례사는 관직에 오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30년 전의 옛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거지?

심철

게다가 선례사는 빅토리아 국경 근처 지역에서 강에 빠져 사망했고 사인까지 명확했어. 먼 백조에 있는 예부 상서가 어떻게 그를 살해했겠어?

린 칭옌

그럼 고전의 죽음에 관련된 대리사의 기록은……

심철

그건 바로 이 앞에 있어, 이 잿더미 속 어딘가에.

린 칭옌

……

심철

왜 그 사건들을 언급하는 거지? 그 사건들이 문서고 화재와 관련이 있다고 의심하는 거야?

린 칭옌

이건 단지 추측에 불과하지만……

린 칭옌

우징의 자수 때문에 이목이 몰렸어요. 분명 문서고 화재 사건의 배후에 더 큰 계획이 숨겨져 있다는 거겠죠. 누가 문서고에 불을 질렀는지가 아니라, 범인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더 주목해야 해요……

린 칭옌

이 사건을 제게 맡겨주……

심철

안 돼.

린 칭옌

왜죠?!

심철

우징은 자신이 심문을 받을 때 서기관으로 너를 지명했어. 이건 네가 지금 이곳에 있는 이유이자 내가 너의 개입을 막아야 하는 이유야.

심철

우징이 무슨 계획을 꾸미고 있든, 너도 분명 그 계획의 일부겠지.

심철

너는 우징을 스승으로 여겼고, 그의 말년이 이렇게 된 것을 차마 볼 수 없다는 심정도 알아. 하지만 문서고 화재 사건은 다른 사람이 조사하게 할 거야, 그리고 결론은 반드시 나겠지. 그러니까 안심해.

린 칭옌

그럼, 우징이 조사하고 있었던 사건들은 어떻게 할 건가요?

심철

그건 잊어버리는 게 좋을 거야.

심철

무엇을 조사하려 하든, 지금은 적절한 때가 아니야.

린 칭옌

그건 또 어째서인가요……

심철

린 칭옌, 너는 대리사 소경이지 순찰관이 아니야. 네가 다루는 사건은 한 사람이나 한 가지 일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지.

심철

네가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행동이, 다른 의도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칼로 사용될 수도 있는 거야.

린 칭옌

……

린 칭옌

대인께서 이 사건의 배후에 얽힌 일들을 알고 계신 거죠?

심철

우징의 사건과는 거리를 둬. 이건 내 건의사항이야. 이게 명령이 되는 일은 없게 해줘.

심철

마지막으로 하는 충고야……

심철

현재의 시국을 파악할 줄 알아야 해. 과거의 일은 결코 현재의 일보다 중요하지 않아.

젊은 대리사 소경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녀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작은 길을 따라 무너진 기둥 아래로 들어갔다. 그곳은 한때 익숙한 문서들이 놓여 있었던 곳이다.

린 칭옌

방화범의 목적은 분명해, 다른 사람들이 이 문서를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야.

린 칭옌

심철의 말대로 우징이 진실을 은폐했든 아니든, 두 사건의 남은 단서들은 모두 영술을 가리키고 있어.

린 칭옌

하지만 예부 상서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일품 관리를 살해한 거지?

그녀는 몸을 숙여 불에 타 끊어진 마룻대를 치웠다. 그러자 잿더미 속에서 초록빛을 띠는 뭔가가 나타났다.

잎이 바늘처럼 뾰족한 소나무 가지였다.

린 칭옌

우징, 설마……


우징

이 소나무는 내가 백조로 부임하기 전 직접 심었어.

우징

내가 죽으면 이 나무를 베어서 내 관을 만들어.


우징

린 칭옌, 때가 된 것 같아.

우징

……잊지 마.


강 씨

이번 달 수도 요금은 2천, 전기 요금은 2천5백, 식재료는……

꼬마 주방장

가, 저리 가, 계산은 저쪽 가서 해. 옆에서 시끄럽게 하지 말고.

강 씨

계산해 보니…… 네가 3천만 더 보태면, 이번 달에는 간신히 식당을 유지할 수 있겠어.

꼬마 주방장

내가 돈을 마련할 곳이 어디에 있다고……

강 씨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동쪽에 목수 왕 씨가 2달째 밀린 외상값, 서쪽의 유 사장이 지난달 상을 치르고 밀린 잔금이 있잖아.

강 씨

그런 자잘한 것들을 받아내면 이번 달은 넘길 수 있을 거야.

꼬마 주방장

그건…… 좀 그렇지 않나……

꼬마 주방장

외상을 한 손님들도 분명 어려운 사정이 있을 텐데…… 직접 찾아가서 돈을 달라고 말하기가 좀 그래.

강 씨

정말 미치겠네! 넌 항상 좋은 사람만 되려고 하지, 빚을 독촉하는 건 왜 매번 내가 해야 하는 건데?

꼬마 주방장

너는 덩치가 크잖아! 상대가 아무리 화가 나도, 싸움으로 번지지 않으니까…… 헤헤.

강 씨

아니면…… 방법이 하나 더 있어.

강 씨

자, 정풍루에서 오늘도 경연 초대장을 보내왔어.

강 씨

정풍루에서 백진연 준비를 위한 요리사를 모집 중이야. 경연 심사만 통과해도 상금이 꽤 커. 상금을 받으면 내년까지 임대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

꼬마 주방장

안 가! 절대 안 가!

꼬마 주방장

나도 엄연히 '위미각'의 사장이고, 주방장이야! 남 밑으로 들어 가라니, 말이 돼?

강 씨

평범한 사람이 아니잖아! 정풍루의 총주방장은 절대 제자를 들이지 않지만, 그 사람이 대충 하는 요리조차 남들은 3~5년은 배워야 따라갈 수 있어. 그 사람 밑에서 일하고 싶어도 기회조차 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강 씨

게다가 백진연 행사잖아, 매년 백진연에 올라온 메뉴는 기록되어 후세에 전해진다고 해. 이건 많은 요리사들이 평생을 이루고 싶어 하는 꿈이야……

꼬마 주방장

가고 싶은 사람한테나 가라고 해, 난 절대 안 가.

강 씨

……설마 겁나서 그러는 건 아니지?

꼬마 주방장

겁은 네가 먹었겠지! 누가 겁난대!

꼬마 주방장

흥…… 백진연같은 소리 하고 있네. 그건 늙은이들이 진지한 얼굴로 회의하는 행사일 뿐이야.

꼬마 주방장

다들 머릿속에 나랏일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을 텐데, 밥을 제대로 먹는 사람이 있기나 하겠어? 난 관심 없어.

강 씨

말이야 누구든 못할까. 꼭 가보기라도 한 것처럼 말하네?

꼬마 주방장

내가 해본 연회가 얼마나 많은데, 네가 뭘 알아?

강 씨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다. 이 코딱지만 한 식당은 차라리 문을 닫는 게 낫겠어!

강 씨

아이고 내 팔자야, 이런 사장을 만나다니. 아무래도 다음 일자리나 알아봐야겠네.

꼬마 주방장

알았어, 알았다고. 3천을 마련하면 되는 거잖아. 월말까지 매일 배달을 몇 번 더 하면 되겠네.

강 씨

하아…… 너란 사람은 정말, 주방장으로서 이름을 날릴 생각도 없고, 사장이면서 가게를 키울 생각도 없다니, 이 식당은 도대체 왜 연 거야?

꼬마 주방장

먹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으니 음식을 만드는 사람도 있어야 하잖아. 내 요리를 먹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는 한, 이 식당을 계속 해야 해.

꼬마 주방장

그리고, 내가 기다리겠다고 약속한 손님이 아직 오지 않았어. 그러니까 절대로 문을 닫을 수는 없어……

강 씨

그래, 기다리는 중이지. 계속 누군가를 기다린다고는 하는데, 대체 누굴 기다린다는 거야?

꼬마 주방장

아직 때가 안 됐어. 언제 어떤 재료를 넣는지, 불 세기는 또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다 방법이 있는 거야. 아직 서두르면 안 돼.

꼬마 주방장

서두르면 안 돼……


블레이즈

이게 뭐야, 왜 아무 채널도 안 잡히지? 뉴스 좀 보려고 했더니……

블레이즈

어, 돌아왔네.

린 칭옌

……네.

블레이즈

알아낸 건 있어?

블레이즈

먹을 거 조금 포장해 왔어. 오늘 작은 식당을 하나 발견했는데, 주방장 성격이 엄청나게 고약했지만, 맛은 괜찮았어.

블레이즈

아참, 재밌는 얘기 하나 더 해줄게. 오늘 옛날에 아빠가 보내줬던 간식을 발견했는데……

린 칭옌

……누가 마음대로 집 밖을 나가도 된다고 했죠?

블레이즈

에이, 사흘째 연속으로 배달 음식만 먹었어. 근처 식당에서 밥 한 끼 먹고 온 건데, 그것도 안 돼?

린 칭옌

몇 번을 말했나요! 지금 당신의 신분은 아주 중요하고, 상황도 위험하다고요! 도대체 이 일을 신경 쓰고 있긴 한 겁니까……

블레이즈

린 칭옌!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약속한 세 가지 규칙 중에, 집 밖을 나가선 안 된다는 얘긴 없었잖아?

블레이즈

난 분명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잘 지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찾아온 건 너잖아. 우리 아빠의 죽음에 의문스러운 점이 있다고 했지만, 정작 자세한 건 하나도 알려주지도 않았지.

블레이즈

난 그렇게 겨우 아빠가 살았던 백조로 돌아왔어. 근데 너는 여전히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고 있잖아! 맨날 이 작은 방에만 있으라 하더니, 이젠 화까지 내는 거야?

린 칭옌

그게 아니라……

린 칭옌

……죄송해요…… 화를 내선 안 됐는데. 지금 상황이 원래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달라서요.

블레이즈

무슨 상황인데, 도와줄 게 있을까?

린 칭옌

모르겠어요, 저희가 백조에 도착하기 전 이곳에서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많이 발생했거든요……

린 칭옌

저를 돕고 싶다면, 앞으로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 주세요.

린 칭옌

당신 아버지의 사건은…… 몇 년 전에 우연히 접하게 되었습니다……

린 칭옌

제가 신뢰하던 선배가 조사하던 사건이었죠. 당신의 아버지는 생전에 오랫동안 어떤 진실을 쫓고 계셨던 것 같았습니다……

린 칭옌

그의 죽음에는 의심되는 점이 있고, 모든 단서는 거대한 배후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거대한지는 저도 모르겠고, 짐작조차 못 하겠어요……

린 칭옌

그래서 당신의 존재 자체가 가장 중요한 증거인 겁니다.

린 칭옌

블레이즈, 밝혀내겠다고 약속하겠습니다. 모든 것을 알아낸다면, 전부 말해드리죠……

린 칭옌

하지만 그전까지는 저를 믿어달라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협조해 줬으면 좋겠어요.

린 칭옌

참, 방금 당신 아버지 얘기는 뭐였죠?

블레이즈

아빠가 예전에 보내줬던 간식이랑 같은 걸 다시 맛봤어.

린 칭옌

그다음은요?

블레이즈

시간이 오래 지나서 그런 건진 모르겠는데, 기억 속의 맛과 달랐어.

블레이즈

염국의 말을 빌리자면 “세상은 달라졌지만 사람은 그대로다”라는 거겠지?

블레이즈

아니지, 세상도 달라졌고, 사람도 사라진 거니까 “사람과 세상 모두 달라졌다”가 맞지.

린 칭옌

아니면…… “시간이 흐르면 세상도 변한다”겠죠.

린 칭옌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습니다. 과거의 흔적을 다시 찾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죠.

블레이즈

이건 내가 백조에서 찾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아빠와 관련된 물건이야.

블레이즈

내가 엄마랑 빅토리아에서 살 때, 아빠가 가끔 우리에게 물건을 보내줬었거든.

블레이즈

그때의 나는 순진했어. 병을 잘 억제하고 꿈을 잘 간직하고 있으면, 아빠도 빅토리아의 집으로 돌아와 날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믿었지.

블레이즈

그런 결말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블레이즈

하지만 내가 진짜 광석병을 치료할 수 있는 곳을 찾아내고, 아미야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많은 일을 해냈을 때, 아빠는 이미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었어.

블레이즈

네가 나를 찾기 전까지, 난 아빠가 사고로 죽은 줄만 알았어. 슬프긴 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지.

블레이즈

하지만 아빠의 죽음에 수상한 점이 있다면, 이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야.

블레이즈

진실을 알고 싶어. 아빠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반드시 답이 필요해.

린 칭옌

……

린 칭옌

솔직히 말하자면 당신의 아버지와 관련된 것 중, 제가 아는 건 극히 일부분입니다. 과거 기록이 많이 유실되어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없거든요.

린 칭옌

남겨진 기록을 보면, 당신의 아버지는 예부에서 십여 년 동안 봉례랑으로서 근무했지만 승진하지 못했죠. 어쩌면 관직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린 칭옌

하지만 이렇게 낮은 관직을 십여 년이나 했다는 건…… 좋은 사람이었다는 거겠죠.

블레이즈

좋은 사람…… 좋은 사람도 죽는 건 마찬가지야.

대리사의 소경은 창가로 걸어가 두 눈을 감고 관자놀이 근처를 꾹꾹 눌렀다.

먼 곳에서 빛나는 어둠 속의 화려한 불빛, 떠돌던 시절이 아득히 멀어져 갔다.

현재의 사람들은 한 삶에서 다른 삶으로 나아가고 있고, 도시는 그들에게 길을 안내하며 그들을 따라 달린다.

수많은 경계가 흐려지고, 무수히 많았던 벽은 대로가 되었다. 수많은 분주한 발걸음이 그 대로를 달리지만, 이름을 남길 자격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