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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2탕과점

사이드 스토리작전 전2025-07-17

추리 끝에 레이즈는 미해결 사건 두 개와 가장 직접적으로 연관 있는 인물을 밝혀낸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은퇴한 예부 상서 영술이었다. 같은 날, 옥문 참지 양현이 영 씨 저택에 찾아온다.

등장 오퍼레이터: 블레이즈, 싱주, 블레이즈 디 이그나이팅 스파크


하늘이 높고 공기가 상쾌한 가을.

고요한 정원, 길게 늘어선 담장은 외부의 소란으로부터 주인을 멀리 떼어놓았다. 오래된 감나무 한 그루만이 담장 그늘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고, 거대한 나뭇가지들은 담장 너머로 뻗어 있었다.

아무도 이 오래된 나무가 무엇을 보았는지 알지 못한다. 오직 뜰에 심어진 이 나무가 몇 번의 봄과 가을을 거쳤다는 것, 몇 번 붉게 물들었던 것만 알 뿐이었다.

나뭇가지에는 감들이 새빨갛게 열렸고, 해마다 더 맛있게 익었다. 작년에 땄던 열매나 흙 속에 묻힌 잎사귀는 지금의 결실과는 무관한 것이다.

노인은 그 나무 밑에 앉아 그늘을 벗 삼아 단잠을 잤다.

영사추

……할아버지.

인자한 노인

……

영사추

할아버지?

인자한 노인

……

인자한 노인

으음…… 그래……

인자한 노인

사추야…… 돌아온 것이냐?

영사추

네…… 오는 길이 좀 지체되었지만, 추석 전에 겨우 돌아왔습니다.

인자한 노인

휴…… 며칠 전부터 생각했다. 감은 하루가 다르게 빨갛게 익어가는데, 네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올해의 감은 먹을 수 없겠다고 말이야.

인자한 노인

내가 이 나무에서 감이 열리는 걸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네가 더 늦었다면 아마 이 늙은이까지 만나지 못했을 수 있다.

영사추

할아버지……

영사추는 습관처럼 농담으로 받아치지 않았다. 그녀는 곁에 있는 노인을 바라보며, 자신이 떠나기 전 기억했던 모습과 자세히 비교해 보았다. 노인이 가늘게 뜬 눈 주변으로 주름이 더 늘어난 듯했다.

불어온 가을바람은 마치 할아버지의 무릎에 올라탄 장난꾸러기처럼 정돈되어 있던 하얀 수염과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렸다.

영사추

대황성 첫 번째 이동 섹터의 시범 운행이 지난달에야 끝났어요. 예부가 그곳에서 해야 할 업무가 끝난 셈이라, 이제야 보름간의 휴가를 받을 수 있었죠.

영술

돌아왔으면 됐다. 고생 많았다.

영술

대황성의 일은 진작에 들었다. 혼낼 말도 다 편지에 써뒀지.

영술

재난 구호 때 너도 힘을 보탰다는 걸 알지만, 백성을 보호하는 건 모든 염국 관리의 본분이다. 예부 시랑으로서 감독 부실의 책임은 반드시 져야 한다.

영술

반년 치의 봉급을 삭감하겠다. 그나마 가벼운 처벌이니 원망 마라.

영사추

원망하지 않습니다. 이번 실수를 마음속 깊이 새기겠습니다.

영술

사추야, 항상 기억해라. 자신이 이룬 것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루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영술

관리이자 백성으로서, 그리고 신하로서, 위로는 군주의 명을 받들고 아래로는 백성의 녹을 받으니, 관직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어깨에 짊어진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영술

게다가 너는 이미 그 위치에 있다. 더 많은 일은 하는 것은 너의 본분이지만, 조금이라도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그것은 큰 잘못이다.

영술

이런 깨달음이 없다면, 그 적색 관복을 입을 자격도 없다.

영사추

“나라를 위하여 온 힘을 다하라, 그뿐이다.” 할아버지께서 가르쳐 주신 말씀,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영사추

이번 실수는 당연히 마음에 새겨야겠지만, 이로 인해 포기하려는 마음이 든다면, 그것이야말로 제 직책에 부끄러운 일이겠지요.

영술

그래……

영술

됐다, 훈계는 여기까지. 자리에 없는 사람이 일에 대해 왈가왈부해선 안 되는 법, 예부의 일은 관여할 수 없겠구나.

영술

지금의 나는 그저 손녀의 상처가 어떤지 걱정되는구나.

영사추

이미 다 나았어요, 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영술

근골의 상처는 백 일이 가느니라, 방심해선 안 된다. 요 며칠 동안 좀 쉬었다가 틈이 나면 의원에 가봐라. 얼마 전 옛 동료가 약을 좀 보내줬으니 이따 가져가고.

영사추

네, 알겠어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영술

너희 젊은이들은 하나같이 마음을 놓을 수가 없구나.

영술

곧 고향으로 돌아갈 날이 다가오는데, 아들딸은 바빠서 얼굴 한 번 안 비추고, 네 언니는 하루 종일 집에 없구나. 대체 누가 이 늙은이를 신경 써주는 건지.

영사추

하하, 언니가 노는 걸 좋아하는 건 납득하겠지만, 아무도 할아버지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건…… 며칠 동안 방문객을 받지 않으셨잖아요. 괜히 그러시는 건 아니겠죠?

영술

흥, 말도 마라! 요즘 젊은것들은 당최 마음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전혀 모르는 것 같구나.

영술

지난달부터 하루 종일 이 정원이 조용할 날이 없었다.

영술

요즘 젊은 녀석들은 참 영리해. 대놓고 차나 술을 보내지는 못하고, 대신 내 꽃에 물을 준다며 눈치를 보더군. 집 앞에 힘들에 키워 놓은 수국들에 물을 너무 많이 주는 바람에 죽어버렸어!

영사추

풉……

영사추

요즘 손님이 많았던 걸 보니, 아마도 상서 대인께서 백진연 연회 초대 명단 초안을 들고 할아버지를 찾아오셨나 보네요.

영사추

1년 중에 진룡을 만나 뵐 기회는 정말 드물죠. 조정의 소식을 들을 수 있는 이번 기회에 분명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거예요.

영술

그 녀석은 상대하고 싶지 않아. 현직 예부 상서인데도 대체 왜 여전히 내 생각을 묻는 건지.

영사추

할아버지께서는 수십 년간 관직에 계시며 예부에서 수많은 공적을 쌓으셨고, 누구보다 높은 덕망을 지니고 계시잖아요?

영술

다 지난 일이다. 자꾸 과거를 뒤돌아본다면, 후임자들이 어떻게 일을 하겠나?

저택 집사

영 대인, 문밖에 손님이 오셨습니다.

영술

문을 걸어 잠그고 손님을 받지 말라고 했잖나…… 이번에는 또 어디서 온 사람이지?

저택 집사

손님께서 자신이 옥문 참지라고 하십니다……

영사추

응……?

영술

옥문 참지? 처음 들어보는데……

영술

무슨 관직이든 상관없다. 만나지 않겠다, 전부 돌려보내라.

영사추

할아버지, 잠시만요. 이 손님은 저를 찾아온 것 같아요.


저택 시종

선생님, 영 대인께서는 요 며칠 손님을 만나지 않고 계십니다. 다음에 다시 찾아와주시죠.

말주변이 없는 남자

영…… 영 대인 다시 한번 말해주시게, 옛 친구가 찾아왔다고……

저택 시종

선생님, 실례지만 선생님의 나이는…… 정말 영 대인의 '옛 친구'가 맞으신지요?

말주변이 없는 남자

그렇습니다, 제가 어찌 감히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저택 시종

선생님, 돌아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영 대인께서는 정말로 손님을 만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옛 친구'인 만큼, 더는 영 대인을 곤란하게 하지 말아 주세요……

???

양 대인……?

말주변이 없는 남자

……!

양현

……

영사추

절 못 알아보시겠어요?

양현

영 소저…… 오랜만입니다……

양현

그게…… 당신이 백조로 돌아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당신을…… 만나러 왔습니다.

양현의 시선이 영 소저의 뒤로 향했다. 그곳에는 인자한 표정의 노인이 서 있었다.

영술

거기 서 있지 말고, 사추야, 어서 네 친구를 안으로 들이거라.

양현

그……


양현

……

영사추

……

영술

참나, 어째서 먹지 않는 게냐?

영술

하하, 아무래도 이 늙은이가 젊은 사람들 분위기를 망친 것 같군. 아니면 잠시 자리를 비켜줘야 하나? 천천히 먹으면서 이야기 해라.

양현

후배가 경솔하게 찾아와 폐를 끼쳤음에도 이렇게 베풀어 주셨는데, 제가 어찌 감히……

영사추

할아버지, 놀리지 마세요.

영술

하하하…… 이보게, 양현. 그렇게 사양할 것 없네.

영술

사추가 상촉에 있던 시절, 그곳의 지부가 백성을 헤아릴 줄 알며 재능까지 겸비한 인재라고 편지에 자주 썼었다. 오늘 드디어 만나게 되는구나.

영사추

할아버지, 제가 언제……

영술

허허허…… 사흘 뒤면 이 늙은이의 생일인데, 원래도 거창하게 준비할 생각 없었지만.

영술

오늘처럼 두 젊은이와 함께 밥도 먹고 얘기도 했으니, 그냥 이것으로 내 생일잔치를 한 셈 치도록 하지.

양현

선배님의 생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영사추

저도 할아버지가 장수하길 기원할게요.

영술

한 식구끼리 격식이 과하구나. 자자, 얼른 먹자.

영술

양현, 자네는 상촉에서 지부를 맡고 있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까는 어째서 옥문 참지라고 했던 거지?

영술

옥문에서 백조까지 이렇게 먼 길을 오다니, 무슨 일이라도 있나?

양현

옥문의 이번 여정은 길고 험난했지만, 사전 계획에 따라 도시의 백성들을 여러 차례에 걸쳐 각 이동도시에 정착시켰습니다. 마지막 그룹의 백성들 역시 며칠 전에 백조에 정착하였고요.

영술

아, 옥문은 북서쪽에서 순찰하지 않았는가, 어찌 백조 근처까지 오게 된 거지?

영사추

할아버지, 잊으셨나요? 올해 초에 옥문은 항로를 변경해서 백조로 출발했잖아요.

영사추

옥문이 왜 백조로 서둘러 돌아가야 했는지는 할아버지도 기억하시죠?

영술

하아…… 또 그 골치 아픈 문제로구나.

영술

오랜 세월 동안 싸웠지만 결과가 나지 않았지. 은퇴한 지도 오래됐지만 종종 꿈에서 그 목소리들이 울려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양현

천여 년의 난제이죠.

영사추

음, 어떤 문제는 오랫동안 시간을 끌면 문제가 사라져 버리지만, 어떤 문제는 오히려 더 큰 골칫거리가 되죠.

영사추

이제는 결국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때가 온 것 같네요…… 할아버지, 어떻게 생각하세요?

영술

나라고 무슨 수가 있겠나. 목소리를 낸다 해도, 누군가는 내가 감 놔라 배 놔라 한다고 나무라겠지.

영사추

전 그렇지 않다고 봐요. 상서 대인도 걸핏하면 이곳을 찾잖아요, 상서 대인이 이 일에 관한 얘기를 하지 않았나요?

양현

영 소저…… 어떤 일들은, 영 대인께서도 말씀하기 쉽지 않은 법입니다.

영술

하하하하…… 우리 손녀가 이제는 다른 사람을 대신해 묻기도 하는구나.

영술

난 괜찮다. 늙은이는 그저 평범한 백성일 뿐, 말하면 안 되는 조정의 비밀 같은 건 모른다. 그러니 당연히 못 할 말도 없지. 다만, 이 일에 대해서는 젊은이들에게 한 수 배워야겠군.

영술

양현, 자네의 의견은 어떤가?

양현

후배인 제가 전체 상황을 함부로 논할 수는 없지만, 딱 하나, 아주 간단한 방법을 믿고 있습니다……

양현

책략으로 적의 계획을 타파하는 것입니다.

양현

전쟁이 발발하면 조정에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입니다. 백성들은 가정이 무너지고 목숨을 잃게 되겠죠.

영술

책략으로 적의 계획을 타파한다…… 맞는 말이다.

영술

하지만…… 만약 천 년 전 진룡이 했던 그 사냥이 아니었다면, 후에 염국이 천 년이라는 역사를 어떻게 이어왔겠는가?

양현

세상이 변하고 상황도 달라졌으니, 당시와 지금의 상황을 동일 선상에서 놓고 논할 수는 없습니다.

양현

천 년 전의 전쟁은 사냥이라 불렸지만, 실상은 인간이 감히 대적할 수 없는 '신'에게서 생존의 방법을 쟁취한 것이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물러섰다면, 생존을 위한 마지막 터전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였겠죠.

양현

하지만 지금은 공수의 형세가 달라졌습니다. 이미 주도권을 쥔 상황에서, 전쟁을 피할 방법을 마련하지 않고 장병과 백성들에게 전란의 고통을 겪게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들의 무능함일 것입니다.

영술

하하하하, 정말 훌륭하군. 양현, 자네의 고견을 들으니, 무능하여 아무것도 못 했던 내가 떠올라 얼굴이 붉어지려 하는구나.

양현

죄송합니다, 망언을 했습니다! 부디 자책하지 말아 주십시오……

영술

진정 전쟁에 뛰어난 자에게 화려한 공적은 없는 법…… 양현, 자네가 이와 같은 주장을 한다는 건, 국면을 장악할 비책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겠군.

양현

전……

저택 집사

영 대인, 밖에 또 손님이 오셨습니다.

영술

또 무슨……

저택 집사

찾아온 분은 대리사 소경이라 하셨고, 급한 일을 여쭙고자 왔다고 합니다. 아무 이유 없이 찾아온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영사추

대리사……?

영술

아무래도 이 손님은 꼭 만나야 할 것 같구나.

영술

정말 미안하지만, 이 늙은이는 이만 가보도록 하지.

영술

사추, 나 대신 손님을 잘 대접하거라.

양현

방금 집사가 말한 손님…… 설마 린 소경은 아니겠죠?

영사추

당신도 린 소경을 아시나요?

양현

천사부와 교류하고 있어서, 어느 정도 들어본 적은 있습니다.

영사추

저도 들어봤어요. 청뢰백 백정산은 바로 린 소경 스승의 형님 되는 사람이죠. 린 소경은 뇌법에 조예가 깊고, 사건 처리도 아주 신속하다고 들었습니다.

영사추

궁금하네요, 린 소경이 할아버지를 왜 찾아온 걸까요……


블레이즈

린 칭옌! 넌 너대로 조사를 하면 되는 거잖아. 사람이 자는 사이에 집에 가둬버리는 건 또 뭐야?!

블레이즈

내가 세 살짜리 애도 아니고! 네가 뭔데 내 자유를 제한하는 거야!

블레이즈

내보내 줘!!

블레이즈

젠장…… 그 사람과 약속한 시각이 벌써 다 되었어. 연락처도 안 남겼는데, 이걸 어쩌지……

블레이즈

안 돼…… 이 문을 부수면 수리할 수 없어, 주인이 쫓아내기라도 하면 있을 곳이 없어져.

블레이즈

창문……

블레이즈

18층? 그렇게 높진 않네, 뛰어내리자!


골동품 가게 주인

아가씨, 벌써 여기서 한 시간째 서 있었어, 살 거야 말 거야?

싱주

저 사장님, 한 번 더 여쭤볼게요. 이 《춘취유원도》가 정말 수강 선생님의 진품이 맞나요?

골동품 가게 주인

아가씨, 밖에 나가서 물어봐. 골동품 업계에서 우리 가게의 명성은 자자하다고, 내가 물건을 잘못 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는지.

골동품 가게 주인

이 작품의 기법과 기풍을 봐. 수강 선생님이 아니라면, 누가 이렇게 그릴 수 있겠어?

싱주

제가 그림에 대해서 조예가 깊지는 않지만, 이 그림에는 너무 명백한 오류가 있어요.

싱주

그림 속 식탁 위에 있는 이 포도는 628년에 처음으로 가울에서 염국으로 들어온 겁니다. 그런데, 그림의 낙관에는 580년이라고 쓰여 있네요. 이건 어떻게 설명하실 건가요?

골동품 가게 주인

참나, 그럴 거면 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트집 잡는 걸 보니 싸게 사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골동품 가게 주인

당신 같은 사람 많이 봤어. 경고하는데, 더 귀찮게 굴면 사람을 부를 거야.

싱주

저기, 전 애초에 이곳에서 그림을 살 생각이 없었어요. 근데 제가 왜 가격을 흥정하겠나요?

싱주

더군다나, 제가 방금 말씀드린 건 분명 어느 책방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자료예요. 제 개인적인 견해도 아니란 얘기죠.

싱주

제가 틀렸다고 생각하시면, 증거를 제시해 저의 오류를 지적하면 돼요. 백조 사람들을 전부 불러 모은다 해도, 가짜가 진짜가 될 수는 없어요.

골동품 가게 주인

사지도 않을 거면서 뭘 자꾸 떠들어대는 거야?!

골동품 가게 주인

말해두겠는데, 내가 파는 물건 중에 단 하나라도 가짜가 있다면, 이 가게에 천벌이 내릴 거라고!

블레이즈

웬 천막이 지붕에 설치되어 있지……?

싱주

블레이즈 씨? 당신이 어떻게……

블레이즈

하…… 하하…… 그게……

블레이즈

안 늦었지?


영술

손님을 오래 기다리게 했군. 요즘 이 늙은이 집에 손님이 너무 많이 오는구먼, 양해해 주게나.

영술

자네는……?

린 칭옌

후배는 린 칭옌이라고 합니다. 현재 대리사 소경으로 재직 중이죠. 오늘 갑작스럽게 찾아뵌 이유는 영 대인께 몇 가지 여쭤보고 싶은 일이 있어서입니다.

영술

흐음…… 대리사? 여러 해 동안 교류가 없었는데. 내가 정말 나이가 들어 가물가물하는군. 지금의 대리사경은 우징인가?

린 칭옌

우징…… 대리사경? 영 대인께서 잘못 기억하시는 것 같군요. 우 소경은 이미 대리사에서 물러났습니다.

영술

그래, 기억났네, 그랬었지. 청뢰백 백정산에게 뇌법을 사용하는 제자가 천사부를 떠나 대리사에 부임했다고 들었는데, 아마 그게 자네겠군.

영술

백천사가 백조로 소환된 지 꽤 됐다고 하던데, 이 늙은이와 밥 한 끼, 차 한 잔 마시러 오지 않는구나. 나 같이 은퇴한 노인은 안중에도 없나 보군.

린 칭옌

특별한 시기인 만큼, 천사부도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겁니다. 다음에 사백을 뵙게 되면, 이 말씀 꼭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영술

하하, 사설이 너무 길었군. 린 소경, 어서 앉아 차부터 들게.

고풍스러운 방 안에는 책상, 의자, 가구, 장식들이 하나같이 정교하게 놓여 있었다. 하지만 유독 문과 마주 보는 벽 쪽, 그림 하나가 걸려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 있는 것 같았다.

원래 그림으로 가려져 있었을 부분은 그 밖의 다른 부분과 맨눈으로도 뚜렷하게 색의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린 칭옌

영 대인께 고상한 취미가 있었군요. 차도 훌륭한 데다, 방 안의 물건들도 전부 훌륭한 것들입니다…… 다만, 방을 둘러보니 그림 하나가 빠진 것 같네요?

영술

아…… 저것을 말하는 건가, 몇 년 전에 선물 받은 수옹도가 있던 자리지.

영술

나이를 먹고 생일을 보내는 것은 좋지 않다는 옛말이 있다. 이 중요한 시기에 그런 그림은 불길할 수 있는 법이지.

린 칭옌

영 대인께서도 그런 미신을 믿으실 줄은 몰랐군요.

영술

이렇게 나이를 먹고도 미신을 떨쳐내지 못해 린 소경에게 웃음거리가 되어버렸군.

린 칭옌

최근 도둑이 들어 영 대인 집의 그림에 손을 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린 칭옌

당밀로 입을 막는 건 민간 전설이죠. 매년 설날이 되면 당밀로 '조왕신'의 입을 칠해 좋은 말을 많이 하게 하고, 나쁜 말은 적게 하도록 한다고 하죠. 이 도둑은 대담할 뿐만 아니라, 다른 의도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린 칭옌

댁에서 이런 일을 겪으셨는데, 영 대인께서는 왜 관에 신고하지 않으셨습니까?

영술

내가 신고하지 않았는데 린 소경은 도둑이 들었다는 걸 어떻게 안 건가?

린 칭옌

……동료가 이 사건을 맡고 있어서, 서류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신고자가 영 대인의 저택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던데요?

영술

허허, 뒷방 늙은이라도 신경 써주는 사람이 있었군.

영술

그나저나, 린 소경도 그런 민간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를 믿을 줄은 몰랐군.

린 칭옌

……

영술

하하하하…… 이 늙은이는 한가할지 몰라도 린 소경은 한시가 바쁘겠지. 오늘 일부러 이 늙은이를 찾아왔을 텐데, 궁금한 점이 있다면 바로 물어보게나.

린 칭옌

오늘 제가 영 대인을 찾아온 이유는 한 사람에 대해서 여쭙고 싶어서입니다.

린 칭옌

영 대인께서는 고전을 기억하고 계시는지요?

영술

음……

린 칭옌

10년 전, 고전은 염국 외교 사절단을 따라 빅토리아로 가던 중 폭설을 만났고, 발을 헛디뎌 강에 빠져 사망했습니다.

린 칭옌

이 일을 영 대인께서는 기억하고 계십니까?

영술

물론이다. 잊어버릴 수 없는 일이지……

영술

아마 12월, 겨울의 일이었을 것이야. 백조에 소식이 전해진 건 거의 설날을 앞두고 있을 무렵이었지……

영술

아직도 기억나는군, 돌아온 전달자가 당시 사절단이 눈보라를 만나 산속에 갇혔다고 했지. 고전은 대열의 맨 뒤에서 다른 사람들이 위험한 길을 지나가도록 도왔지만, 정작 자신은 추락하고 말았다고……

영술

하아, 엄동설한에 강물이 얼마나 차가웠을지……

린 칭옌

영 대인께서도 이 일에 마음을 많이 쓰셨나 봅니다.

영술

고전…… 그 사람은 예부에 있을 때도 항상 성실하고 책임감이 있던 사람이었지, 문학적 재능이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명필이었다.

영술

안타깝게도 고전은 가족이 없어서 사고 후 사현릉에 의관묘만 남게 되었다. 예부에서 매년 사람을 보내 관리를 하고 있지……

린 칭옌

가족이 없다고요……?

영술

이미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린 소경은 고전에 대해 무엇이 궁금한 건가?

린 칭옌

외교 사절이 사고로 타국에서 사망한 경우, 이는 중대한 외교 사고에 해당합니다. 염국 법률에 따라, 양국은 전담 조사관을 파견해 공동으로 사건을 조사해야 하며, 결과는 단계별로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기록되어야 하죠.

린 칭옌

하지만 어째서인지, 고전이 사망한 이후 예부는 이러한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리사의 사건 기록도 상당히 부실합니다.

영술

이 늙은이가 이해할 수 없는 얘기군. 그건 명백히 대리사의 문제인데, 어째서 린 소경은 나 같은 예부 사람에게 이 문제에 대해 물어보는 거지?

린 칭옌

그렇다면 영 대인께 알려드리겠습니다.

린 칭옌

사절단이 출발하기 2달 전, 고전은 평범한 9품 봉례랑에 불과했습니다. 헌데 어째서 갑자기 빅토리아로 가는 외교사절단의 선례사가 된 거죠?

린 칭옌

고전의 전출 명령서에 서명한 사람은, 당시 예부 상서인 영 대인이었죠.

영술

하하하하…… 린 소경의 질문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겠군.

영술

린 소경은 이 늙은이가 일부러 고전을 외국 사절단에 합류시키고, 손을 써서 그를 살해했다는 뜻인가.

린 칭옌

……그런 뜻이 아닙니다.

린 칭옌

사건에 의문점이 있기에, 저는 이 오래된 미제 사건들을 하나씩 명확히 하고자 할 뿐입니다. 부디 영 대인께서 이 후배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시길 바랍니다.

영술

이미 린 소경이 질문을 던졌으면서, 어째서 더 제대로 물어보지 않는 건가.

영술

린 소경은 상서씩이나 되는 이 늙은이가 어째서 9품 봉례랑을 궁지에 몰아 넣었는지 말하고 싶은 것 아닌가? 설마 그자가 알려지지 않은 이 늙은이의 약점이라도 쥔 것은 아닌 건지 궁금한가?

영술

린 소경이 묻고 싶은 건, 10년 전의 오래된 사건만은 아닌 것 같군.

린 칭옌

……

영술

하하…… 괜찮네, 물어봐도 괜찮아.

영술

하지만 이미 답이 나와 있는 같은 질문을 백 번, 천 번 물어봐도, 결국 같은 대답을 듣게 될 거야……

영술

린 소경, 자네가 원하는 답은 무엇인가?

린 칭옌

……가장 진실한 답변입니다.

영술

허허허…… 늙은이는 살 만큼 살았어. 더 이상 뭘 속이겠나.

영술

린 소경은 이 늙은이를 의심하고 있지. 근데 내가 하는 말이 진실이라고 믿을 수 있나?

린 칭옌

저는 단지 영 대인께서 당시 고전이 갑작스럽게 전근을 가게 된 전후 사정을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 외의 판단은 제가 하겠습니다.

영술

그래, 그래…… 어쨌든 린 소경이 직접 여기까지 왔으니, 나도 답을 줘야겠지.

영술

당시 고전이 전근을 간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건 고전이 직접 요청한 거였지.

린 칭옌

직접 요청했다고요?

영술

그래, 자신이 질병으로 남은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면서, 빅토리아로 돌아가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빅토리아로 가는 사절단에 합류하도록 허락했지.

린 칭옌

……무슨 병이었죠?

영술

자세한 건 나도 잘 모른다만, 이건 아직 기억하고 있다. 당시의 고전은 기운이 없어 보였어.

린 칭옌

하지만 고전은 예부의 말단 사무원이었고, 아마 영 대인을 직접 뵐 기회조차 없었을 텐데, 어떻게 직접 관직을 요청할 수 있었던 거죠?

영술

말하기 부끄럽지만…… 거기엔 이 늙은이의 사심도 있었다.

영술

고전은 명필이라 눈에 띄었지. 가끔 서신을 대신 써달라고 부탁하기도 했고, 우리 집 아이들에게 서예를 가르쳐달라고 부탁했었다.

영술

그런 정이 있었기에, 그런 요청을 하는 것도 그럴 수 있다 생각했지. 게다가 그건 고전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었으니 그 부탁을 들어준 거다.

영술

이게 바로 당시 고전의 전근에 얽힌 뒷이야기지…… 린 소경, 더 질문할 게 있나?

린 칭옌

영 대인께서 직접 답하셨으니, 저도 받아들이겠습니다.

린 칭옌

다만, 감히 말씀드리자면 선배님께서 하셨던 말씀 중에 잘못된 부분이 있었습니다.

영술

음?

린 칭옌

제가 대리사의 관원이 아니더라도, 떳떳한 사람이라면 그 누구든 진실을 알고자 함에 있어서는 이유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린 칭옌

저는 그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왔을 뿐, 다른 의도는 없습니다. 부디 영 대인께서는 안심해 주시죠.

린 칭옌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영술

멀리 나가진 않도록 하지, 잘 가게나.


영술

어라, 양현 그 총각은?

영사추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는걸요, 돌려보냈어요.

영사추

할아버지도 참. 기어코 식사하라고 붙잡아 두고선 한참 동안 기다리게 하고, 이런 푸대접이 어딨어요?

영술

이런, 실수하고 말았구나. 실례를 해버렸군. 이 할애비 대신 미안하다고 전해주고, 틈이 나면 집에 또 놀러 오라 하거라. 다음번엔 내가 제대로 대접하고 정중히 사과하마.

영사추

걱정하지 마세요. 양 대인도 융통성이 없는 사람은 아니니까, 할아버지를 충분히 이해할 거예요.

영술

참…… 양현의 이름은 무슨 뜻이냐?

영사추

음, 진실하다, 참되다라는 의미인 현을 사용하고 있어요.

영술

호오…… 그런 의미를 갖고 있었군. 좋은 이름이구나.

영술

자고로 이름에 현이 들어간 사람은 다 똑똑하다는 얘기가 있지.

영사추

할아버지만 그렇게 말씀하시죠. 다른 사람들은 양 대인이 마치 나무처럼 무뚝뚝하다고 하던데요.

노인은 그 말을 들으면서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책상에 다가가더니, 붓을 들어 명단에 한 사람의 이름을 적었다.

영술

음…… 나무도 나도 말수가 적으니, 무뚝뚝한 셈이겠지.

영술

그나저나, 마음에 둔 사람을 만나러 멀리서 왔으면서, 가져온 선물이…… 옥문의 조차라니. 게다가 이 '열도자 소주'라는 독주는 어째 내게 주는 선물 같은데?

영사추

……


???

린 칭옌, 멈춰라.

린 칭옌

누구세요?!

린 칭옌에게 이런 일은 극히 드물다.

검을 든 사람이 자신의 일장 반경 이내로 다가왔는데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 인물이 눈앞에 나타날 때까지.

린 칭옌

그 옷차림은……

린 칭옌

당신은…… 금위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