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V-9늑대와 무리
트럭 기사들과 패밀리 멤버가 법원 앞에서 대치한다. 라플란드는 육지 함선을 직접 도시로 몰고 와 베네치아 패밀리가 비밀리에 운반하던 무기를 모두 광장으로 내던진다. 이로써 각 세력 간의 싸움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라플란드, 텍사스, 텍사스 디 오메르토사, 라플란드 더 데카덴차, 크라운슬레이어, 불피스폴리아, 페넌스, 피구리노
1100년 11월 9일 11:10 P.M.
……이게 뭐죠?
운전기사들의 진술을 정리한 명단이에요. 6개월 동안 이 명단에 적힌 사람이 지속적으로 각종 수단을 동원해 도시로 금지품을 운송하도록 협박했어요.
그날 밤의 교통사고, 뉴 볼시니 항구의 화재,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광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란까지 모두 같은 세력의 소행이에요. 바로 패밀리의 짓이죠.
……그런 거였군요.
에이레네, 트럭 조합이 당한 일은 더 빨리 제게 말해줬어야 했어요. 어제 캠프로 찾아갔지만, 당신을 만나지 못해서……
그런 말을 하기엔 이미 늦었어요. 라비니아 판사님,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저 사람들을 심판하는 거죠.
심판이요?
저 사람들은 법원을 점거하고 카르네발레를 핑계로 자신들을 위협하는 사람들을 처리하려 하고 있어요…… 레온투초 다음은 당신이에요. 라비니아 판사님.
이제 저 사람들은 뉴 볼시니의 시민이 아니에요. 《신도시 관리법》이 금지하는 가장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죠.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이 증거이고, 운전기사들은 모두 증인이에요.
이곳에 있는 텍사스 씨는 정부, 패밀리, 트럭 상조회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았으니, 임시 배심원으로서 손색없을 겁니다.
어……
그리고 당신은 뉴 볼시니의 대법관이니까, 긴급 재판 절차의 기본 요건은 이미 충족된 셈이죠…… '긴급 재판 절차', 이 이름이 맞나요?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최소한의 조건만 충족되면 법원이 뉴 볼시니의 공공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범죄자들에게 결석 판결을 진행할 수 있죠.
……
시급한 건 상황을 통제하고, 시민의 안전과 카르네발레의 순조로운 진행을 확보하는 겁니다.
그게 바로 제 목적이에요, 라비니아 판사님. 당신이 판결을 내리면, 트럭 조합이 판결 집행을 도울 수 있습니다.
그런가요?
당신이 작성한 이 명단은……
지나칠 정도로 상세하네요. 에이레네.
베네치아, 살루초, 메디치, 레오티, 제노베제…… 여러 패밀리가…… 이 사람들이 전부 밖의 광장에 있나요?
라비니아 판사님, 명단에 있는 사람 중 무고한 사람은 단 1명도 없습니다.
……
긴급 재판 절차를 발동하고 이 판결문에 서명한다는 건, 명단의 모든 이가 《신도시 관리법》이 규정하는 극악무도한 범죄자가 된다는 뜻이에요……
누구나 긴급 회피 원칙에 따라 이 사람들을 제압하고, 심지어 처결할 수도 있게 되죠. 그에 대한 책임도 묻지 않고요.
현재 상황에서 그런 판단을 내리기엔 전 아직 부족합니다.
하지만 저 사람들은 당신을 해치려고 온 거예요. 라비니아.
맞아요. 하지만 에이레네, 오늘 당신이 온 진짜 목적은 무엇인가요?
오늘 이렇게 많은 트럭을 몰고 와서 법원을 에워싼 건, 친구를 지키기 위함인가요? 아니면…… 자신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증거를 얻기 위해서인가요?
어제 판사님이 캠프에서 절 찾고 있던 때, 전 소머의 시신을 수습하려고 했었어요……
……
소머를 기억해 주셔서 감사해요…… 맞아요, 소머는 죽었어요. 많은 사람을 동원했지만, 끝내 시신을 찾지 못했죠.
범인이 누군지 모르지만, 범인이 밖에 있다는 건 알고 있죠.
게다가 저는 범인이 특정 인물이 아닌 것도 알고 있어요. 그건 그림자예요. 항상 우리의 머리 위에 있죠. 설령 이 신도시로 도망쳐왔다 해도 그 그림자를 떨쳐내진 못했어요.
소머를 죽인 범인이 응당한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남은 사람들이 더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라비니아 판사님, 이게 바로 제 목적입니다.
이제 나가야겠어요. 저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겪어보지 못했으니까 제가 곁에 있어야 해요……
이해해요. 갑자기 많은 걸 알게 되셨으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겠죠. 사람을 배치해서 법원의 입구를 지킬 겁니다. 아무도 방해하지 못하게요.
하지만 너무 오래는 안 됩니다.
뭐야? 매복이라도 있었던 건가?
시청에서 우리가 오늘 밤에 행동할 거란 걸 미리 알고 있었나?
녀석들의 대장이 법원으로 들어가는 걸 방금 봤어. 분명 그 판사를 만나러 간 거겠지……
뭘 겁내? 짐이나 실어 나르는 트럭일 뿐이잖아, 전차도 아니고.
게다가 정부 놈들은 안에 숨어서 운전기사 놈들을 내세웠을 뿐이야. 두려울 게 뭐가 있어?
신경 쓰지 말고 법원으로 가자고!
에이레네, 어, 어떻게 됐어?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 같아.
여러분, 난 당신들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려는지도 알고 있어.
하지만 더는 다가오지 말아 줘.
……시끌벅적하군요. 시라쿠사에 이렇게 도시 전체가 참여하는 카르네발레가 열릴 거란 건 상상도 못 했어요.
이 신도시는 모두의 것이니까.
레온, 당신 생각에는 시라쿠사에 앞으로 이런 도시가 몇 개나 더 생길 것 같나요?
……
침묵이라니, 당신답지 않은 반응이네요.
구체적인 숫자를 말해야 할지, 아니면 '시라쿠사 전체'라고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을 뿐이야.
독자적인 법률과 패밀리가 없는 새로운 질서가 뉴 볼시니에서만 유효하다면, 이 도시는 점점 더 고립된 섬이 되겠지……
이 점에 대해선 라비니아와 나도 깊이 공감하고 있어.
진흙탕 속에서 외딴섬을 끌어내는 것은 의미가 없지만, 그전에 난 시칠리아 부인에게 이런 가능성이 시라쿠사에서 실현될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해.
그때가 되면, 당신 생각엔 얼마나 많은 도태된 사람과 일이 버려지게 될 것 같나요?
……
레온, 당신은 여전히 그대로군요. 이상을 말할 땐 거침이 없는 데다 명료하고 확고하죠.
하지만 이곳에서 당신과 시라쿠사의 미래에 대해 논의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최근 몇 달 동안, 시청은 벨로네 명의로 된 기업의 모든 입주 신청을 반려했어요. 거기에 당신의 입김이 있었겠죠?
부정하진 않겠어.
왜 그렇게 했는지 이해할 수는 있어요. 과거와 단절하고, 시청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겠죠……
그렇다면 '패밀리'를 버리지 못한 건 대체 누구일까요?
기억하겠지만, 1년 전 보스가 일으킨 소동 때문에 대다수 사람들이 패밀리를 떠났지만, 그래도 남은 멤버의 수는 적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모르는 건, 우리가 새로운 패밀리를 만들고 향후 어떤 이름으로 활동할지 의논할 때, 거의 모두가 '벨로네'란 이름을 유지하는 것을 선택했다는 겁니다.
시라쿠사에서 '벨로네'란 이름을 유지한다는 건 다른 패밀리의 공격, 원수들의 계속되는 보복, 끝없는 문제를 뜻하는데도 말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 뉴 볼시니로 왔어요.
하지만 그들은 후회하지 않았어요. 그들은 벨로네 패밀리에서 함께 생활했고, 함께 피와 땀을 흘렸고, 함께 영역을 쟁취했고, 함께 모두의 존중을 얻었죠……
보스와 도련님의 배신도 그 정체성을 빼앗아 가지는 못했습니다.
……
당신과 보스는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세움으로써, 이 나라를 근본적으로 바꾸려 했어요. 정말 결연하고, 정말 위대해요.
하지만 당신들의 위대한 이상이 생사를 함께했던 형제들조차 포용할 수 없다면, 그건 너무 잔혹하지 않나요?
레온, 그들은 당신을 존경했지만……
실망했다는 건가.
맞아요, '실망'…… 당신도 알고 있었군요.
냉정한 사람이군요, 레온투초.
……
만약 뉴 볼시니가 우릴 문전박대하는 이유가 단순히 시장의 출신이 벨로네의 도련님이라는 것과, 벨로네의 기업이 진출하게 되면 불필요한 여론이 생겨난다는 이유라면……
당신이 사라지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겠죠.
……
네 부하들은 이미 주변을 장악했고, 카르네발레를 즐기는 군중들은 전혀 우리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 너에겐 쉬운 일이겠지.
정말 쉽죠.
1년 전에도 말했듯, 전 남아있는 사람들을 책임져야 합니다.
이 말은 원래 그날 밤 식당에서 하려고 했던 건데, 며칠이나 늦어졌군요……
당신의 교통사고는 정말로 저와 무관하지만, 만약 당신이 정말로 우리의 걸림돌이 된다면, 전 당신을 제거할 겁니다. 시장님.
널 믿어, 드미트리. 넌 농담을 하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뭐지?
더 큰 퍼레이드 차량? 레온, 시청이 카르네발레 행사에 무슨 비밀 이벤트라도 준비했나요?
……
……주변에 당신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숨어있는지 모르겠지만, 오늘 밤은 정식 조합원부터 임시직까지 모두 모였어. 거의 모든 조합의 운전기사들이 모였지.
흥, 패싸움이란 건가. 쪽수가 많다고 기세가 당당하군.
너희들 설마 트렁크에서 스패너나 잭, 파이프를 꺼내는 건 아니겠지……
오늘 밤 일은 눈감아줄 테니까 비켜!
인원이 아무리 많다 한들, 당신들을 막을 수 없을지도 몰라.
운전밖에 모르는 사람인 탓에 살인은커녕, 싸움도 제대로 하지 못해. 게다가 다들 삶이 고달픈 사람들이야, 하지만 양보해야 할 것들은 너무 많지.
당신들의 태도를 보니 한 가지는 확실해졌어. 패밀리는 우릴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는 거야.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똑같아. 앞으로는 더 심해지겠지.
계속 피하고 양보하면, 우린 더 많은 피를 흘리게 되겠지. 나의 피, 친구의 피, 가족의 피……
……
벌써 10분이나 지체됐습니다.
……
카포네, 감비노와 연락이 되나요?
아까부터 통화 연결이 전혀 되지 않고 있습니다……
뭔가 이상해요……
지금 시간이라면 육지 함선은 이미 지정된 위치에 도착해서 도킹을 마쳐야 했고, 화물차도 출발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직 항구 쪽에 아무 소식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 운전기사의 그럴싸한 연설을 언제까지 들을 생각이죠?
안토니오, 저 사람들은 정말 운전밖에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저 사람들을……
저 사람들은 지금 당신의 길을 막았습니다, 카포네.
……
……
무슨 일이지? 왜 이동 섹터 전체가 흔들리는 것 같은 기분이……
이 진동은, 항구 쪽인데……
어이, 저기를 봐!
저건 우리 육지 함선…… 인가?
줄에서 풀려난 풍선이 천천히 위로 떠올랐고, 몇 초 후 어떤 거대한 물체의 모서리에 찔려 터졌다……
그건 특수 제작된 화물 육지 함선이었다.
이동도시들을 오가는 초대형 운송수단. 크고 견고해 화물을 넉넉히 적재할 수 있고 잦은 재앙과 복잡한 지형을 견딜 수 있는 것. 그리고 도시에 절대 나타나선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뉴 볼시니에 억지로 들어왔다. 캐터필러가 지면을 부수었고, 벽돌이 날아다녔으며, 양쪽의 건물들이 긁혀 외벽의 파편이 비처럼 떨어졌다.
육지 함선은 이미 광장까지 진입했지만, 멈춰 설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법원을 둘러싼 트럭들이 날아갔고, 패밀리 멤버들과 트럭 기사들은 놀라며 양쪽으로 피했다.
……드디어 육지 함선이 멈췄다.
그제야 사람들은 본래 황야를 달리던 이 강철 베헤모스가 위에서 아래까지 리본과 풍선으로 장식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오늘 밤 카르네발레에 참가하러 온 것이었다!
차오~
크흠…… 오늘 밤은 카르네발레잖아, 왜들 그리 다운돼 있어? 이 늑대 자식들아!
호통인지 조롱인지 모를 한마디 말이 모두의 귀에 꽂혀버렸다. 이건 함선의 갑판 쪽에서 온 소리였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하얀 늑대가 천천히 가면을 벗었다.
스포트라이트 몇 개가 그녀 주변의 어둠을 걷어냈고, 때마침 불어온 밤바람은 어깨에 걸쳐진 붉은색, 눈부신 붉은색을 휘날렸다.
시라쿠사에서 가장 직업정신이 투철한 재단사가 장미와 선혈을 하얀 늑대의 예복에 수놓았고, 그녀를 무대와 황야에 모두 어울리게 했다.
광장의 패밀리 멤버와 트럭 기사들은 모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올려다보았고, 라플란드는 관객들의 반응에 매우 만족한 듯, 가장 찬란한 미소로 모두에게 인사했다.
같이 춤출래? 스텝을 따라오지 못하면 꼬리가 잘리는 그런 춤을.
그것도 싫다면 최소한 인사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왜 벌이라도 서는 것처럼 가만히 있는 거야?
카르네발레의 마지막 장소잖아, 가장 성대한 공연으로 행진을 맞이해야 해야 하는 거 아냐?
……
아하~ 알았다. 다들 손이 텅텅 비었네!
참나, 게임은 당연히 공평해야 하고, 공연은 당연히 흥이 나야 하지. 게다가 누가 벌써 너희를 위해 장비를 준비했던데……
어디선가 음악이 울려 퍼졌고, 라플란드는 박자에 맞춰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감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거리낌 없이 말하면서 갑판 위의 상자들을 하나씩 발로 차 떨어뜨렸다.
상자들은 공중에서 열렸고, 안에 있던 물건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각종 아츠 유닛, 총기, 아츠 스태프, 제식 석궁, 오리지늄 폭발물……
법원 광장에 무기가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손만 뻗으면 바로 닿는 위치였다.
……
……
……
……
너희들이 계속 기다리고, 계속 찾아 헤매던 거 아냐?
급할 거 없어, 다들 하나씩 챙길 수 있으니까!
자, 뉴 볼시니의 친구들, 이 멋진 밤을 그냥 보내지 말자고!
살루초 패밀리의 하얀 늑대가 우리의 육지 함선을 탈취했군……
알베르토의 계획인가? 아니야, 육지 함선 동원은 임시로 내린 결정이었어. 알베르토는 트럭 조합과 관련된 일에서만 나와 대립했는데.
라플란드, 저 녀석은 대체 뭘 하려는 거지…… 설마 재미를 위해서인가?
안토니오, 여전히 감비노와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감비노가 아직 살아있길 빌어야겠군요.
그렇다는 건……
왜 긴장하는 거죠?
라플란드가 직접 무기를 광장으로 가져다줬습니다. 요란스러웠다는 것 빼고는 지금 상황은 우리의 계획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전 지금 항구로 가야겠습니다. 라플란드는 혼자니까요. 설령 뉴 볼시니 항구에 무슨 일이 생겨도 처리할 시간은 있습니다.
법원 광장은 당신에게 맡기죠. 근처 구역에 있는 멤버들을 전부 법원 광장으로 모으고, 흩어진 물건은 잘 정리해서 인계하도록 하세요.
이 도시의 두뇌와 심장만 장악하면 다른 부위가 아무리 날뛴다 한들 제어할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사람을 시켜 가시는 길을 정리했습니다. 행진 대열과 경찰을 피해서 가장 빠르게 뉴 볼시니 항구에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보스의 단말기로 경로를 전송했습니다.
이미 가는 중입니다……
……
카포네?
휴, 당신을 그림자 속에서 나오게 하는 건 정말 쉽지 않네요. 보스.
배신도 시칠리안의 자랑스러운 전통인가 보군요?
어느 편에 선 거죠? 시청? 살루초 패밀리? 아니면 도시의 변화를 눈치채고 그 틈에 잇속을 챙기려는 다른 패밀리?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어서 연결해 주는 것뿐입니다.
……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고, 안토니오는 고개를 돌렸다. 그가 너무나도 잘 아는 누군가가 골목 끝에 서 있었고, 천천히 그에게 다가왔다.
……
아까 그 질문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좀 변덕스럽긴 했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겠죠. 당신은 유능한 보스예요. 그래서 라플란드 그 녀석이 찾아왔을 때도 약간은 죄책감이 들었죠.
하지만 방금 전, 그 죄책감이 싹 사라졌습니다.
패밀리 사이에는 원수나 배신자를 처리하는 방법이 수없이 많습니다. 혀를 자르거나, 목을 따거나, 필요하다면 철저히 망가뜨리죠.
우리는 마음에 들지 않는 정부를 혼내주고, 온갖 나쁜 짓도 하지만, 아무리 형편없는 패밀리라도 보호비를 내는 민간인을 적으로 보진 않습니다……
뭐라고요?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시라쿠사의 규칙은 변하지 않습니다, 안토니오.
뭐, 당신은 어쨌든 볼리바르인이니까요.
……
빨리도 왔네.
당신의 연락이 늦었던 거야.
난 계속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었어.
……
그래도 고마워.
감사 인사는 라플란드한테 해. 물론 난 아직도 그 녀석이 뭘 노리는지 모르겠지만.
……기회가 있다면.
도와줘?
가도 돼.
……
……잉그리드.
텍사스는 어느 행정 건물의 옥상에 서 있었다.
텍사스는 법원 옥상을 넘어온 거였고, 밤바람은 텍사스의 옷자락을 세차게 펄럭였다. 텍사스는 최대한 난간에 몸을 밀착시킨 채 목표를 향해 움직였고, 아래에서 일어난 소란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저 육지 함선은…… 베네치아 자동차 회사 소속으로 등록되어 있어요.
무기로 가득한 배를 몰래 들여왔다니……
이제는 비밀도 아니지.
라플란드가 이렇게 행동해 버리면 상황은 완전히 통제할 수 없게 돼요.
어쩌면, 그게 바로 목적일지도 몰라…… 연기 욕심이 과한 외로운 늑대에게 이성적인 행동을 기대할 순 없지.
라플란드의 이번 목표는 내가 아니야. 더 과한 행동을 할까 봐 걱정이네.
라플란드는 예전에 시라쿠사 전체가 모두 자신의 적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어.
가보세요, 텍사스.
……
하지만 너 혼자서……
우리는 법원에 갇혔고,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아요. 잠재된 위험을 가능한 만큼 제거하는 것밖에 할 수 없죠.
베네치아 패밀리와 트럭 조합의 목표는 저예요. 전 여기 있어야만 해요…… 게다가 전 당신처럼 몸을 쓸 줄도 모르고요.
그리고 에이레네가…… 지금은 저한테 어떤 짓도 하지 않을 거라 믿어요.
라플란드는……
그 녀석은 내게 맡겨.
하지만 육지 함선이 지면을 파괴했고 광장은 이미 아수라장이 됐어요. 법원 정문도 막혔고……
어떻게 접근할 건가요?
텍사스는 문득 펭귄 로지스틱스의 동료들이 그리웠다.
크루아상이었다면 방패를 들고 선두에서 길을 터줘 혼란스러운 군중 속을 돌파했을 것이다. 만약 엑시아였다면 아마 더 기발한 방법을 생각해 냈을 것이다.
텍사스는 대략적인 방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리고 깊이 심호흡한 뒤, 뛰어내렸다.
(박수를 친다)
와우, 아주 멋진 등장이야, 텍사스.
왜, 네 스포트라이트를 가로채기라도 했나?
하하, 그럴 리가. 어쨌든 날 만나고 싶어서 급한 마음에 그런 거잖아.
의사라도 불러줄까? 다리가 부러진 건 아닌지 확인하게.
아, 지금은 의사가 올 수도 없겠구나. 일단 아무 데나 좀 앉는 게 어때?
……
어디에?
넌 이 배의 갑판을 마치, 음…… 무대처럼 꾸며놨잖아.
게다가 옷까지 맞춰서 입었네?
카르네발레잖아.
어때, 네 옷보다 좀 더 멋있지 않아?
야, 감비노!
(숨을 헐떡인다)
사탕은 다 나눠줬어?
……선실에 조금 남았어.
선실에 꼬맹이가 사탕을 훔치고 있어. 가서 처리해 줘…… 아마 너를 따라 몰래 들어온 것 같아.
맨 앞자리는 나와 텍사스를 위해 비워둬.
……
저 불쌍한 아이를 보렴…… 상자가 저 아이 옆에서 열리면서, 상자 안에 있던 무기의 절반이 저 아이한테 쏟아졌어.
멍하니 어쩔 줄 모르는 걸 보니, 저게 뭔지도 모르는 걸까? 반대편에 있던 가면을 쓴 사람들이 아이를 발견했고, 아이가 무의식적으로 총을 들었어……
드디어 말을 하는군, 카이사르.
아니면 어떡하게?
말할 생각이 없던 건 나뿐만이 아니야. 아녜제, 바르고…… 네 어린 늑대가 나타나기 전까지 우린 네 목구멍을 물어 버리고 싶을 만큼 역겨웠어.
자로, 이게 바로 라플란드라는 녀석이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거야?
저 화려하게 장식된 거리와 과한 축포랑 불꽃에 비하면, 조금 더 그럴듯해 보일 뿐이야.
소위 말하는 '인간들의 게임'이라는 건 인간들이 맨얼굴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지금까지 계속 우스꽝스러운 가면을 벗지 않는 걸 말하는 건가?
이게 모든 늑대 군주가 오늘 밤 이곳에 모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란 말이야?
성질이 아주 급하군, 카이사르.
음, 조급한 건 바르고겠지.
네가 도와준 덕분에, 레드는 이미 '데 몬타노'라는 테일러샵을 찾았을 거야.
……
너는 수치야, 자로.
하하, 바르고, 내 동포여. 늑대 군주 사이에 그런 감정이 있어야 할까?
게다가 진짜로 규칙을 깨뜨린 건 너잖아.
넌 게임에 직접 개입했어. 네가 극동의 개를 시켜 데려온 암살자가, 길거리에서 카이사르와 아녜제의 송곳니를 공격했지.
흥.
이번 게임엔 이미 너무 많은 변수가 생겼고, 아녜제, 바르고…… 여러 동포가 다른 생각을 품었어. 이제 게임 자체를 살펴봐야 할 것 같아.
하지만……
……!
본래 갑판 곳곳에서 나른하게 웅크리고 있던 늑대 무리가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카이사르를 필두로 늑대 군주들이 바르고와 아녜제를 가운데 두고 포위했다. 그들은 자리를 바꾸며 몸을 낮추고 사나운 울음소리를 냈다.
안타깝게도 밤바람은 시끄러웠기에 아래의 인간들은 늑대 군주들의 사냥 소리를 듣지 못했다. 소리를 들었다면, 형언할 수 없는 공포가 순식간에 그들을 덮쳤을 것이다.
하하하하, 이게 얼마 만인지. 송곳니끼리의 싸움에서 서로를 물어뜯는 우리의 싸움으로 게임이 돌아왔군.
……닥쳐, 자로.
남은 송곳니 3명이 모두 모습을 드러냈어. 이번 라운드의 게임 승부가 가려지기 전까지 늑대 군주들은 얌전히 이곳에 있어야 하고, 어떤 일에도 개입해선 안 돼!
그렇지 않으면 무리의 이탈자로 간주되어 앞으로 영원히 잔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고, 영원히 해방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이 늑대 무리의 결의다!
그럼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자고.
이른바 '인간들의 게임'이라는 게 정말 라플란드가 말한 것처럼 '훨씬 더 재미있는지'.
……
바르고?
꼬맹이, 혹시 아무도 말 안 해줬어? 시라쿠사의 규칙에 따르면, 남의 영역에 몰래 들어온 녀석은 무릎 아래가 잘려서 남은 생은 기어다녀야 한다는 걸?
이제 그 상자들이랑 멀리 떨어져서 구석에 가만히 있어.
……
구석에 조용히 있어야 할 건 당신이에요, 덩치.
데 몬타노의 꼬마 재단사?
살려줬더니 뉴 볼시니 항구까지 날 미행하고, 이 육지 함선에도 숨어 들어온 거야?
몰랐네, 이쪽 방면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던 건가.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당신들이 이렇게 많은 무기를 몰래 도시에 들여온 걸 몰랐겠죠! 베네치아 주니어는 도대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건가요?
네가 보기엔 어때?
이러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는지 알기나 해요?
넌 패밀리에 들어가서 거물이 되고 싶어 하지 않았나? 설마 거물들이 많은 영역을 차지하고 화려한 인생을 사는 것만 알았을 뿐이고, 어떤 수단을 쓰는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던 건가?
할아버지 말씀이 맞았어……
시라쿠사에 사는 당신들의 옷은 피로 얼룩져있고, 그래서 자주 새 옷을 맞춰야 하는 거라고……
하지만 당신들은 거물이라고 할 수 없어요. 할아버지는 당신들을 취급도 하지 않아요!
만약 내가 너였다면 얌전히 할아버지의 말을 들을 거야. 울 거 다 울고 얌전히 단추를 다는 법이나 배우겠지.
……
당신들을 이대로 둘 순 없어요!
네가? 뭘 어쩌려고?
오, 오지 마세요!
루치노는 나무판자를 걷어찼다. 빨간색 재봉실이 상자 안에서 이리저리 엉켜있었다. 마치 정교한 장식 끈처럼 보였고, 실의 끝은 루치노가 꽉 쥐고 있었다.
……폭약? 이건 마피아 영화에서 배운 수법인가?
모든 오리지늄 폭탄이 전부 연결돼 있어요. 제가 이 재봉실을 당기면 당신 앞의 모든 무기가 산산조각 날 거예요……
네가 먼저 산산조각 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
……
아니면 패밀리의 거물이 될 수 없을 것 같으니까 패밀리를 처단하는 정의의 사자가 되려는 건가?
내일 신문 헤드라인에는 네 기사가 실리겠지. '뉴 볼시니를 구한 꼬마 영웅 루치노'. 어쩌면 시장이 직접 명예 훈장을 수여할지도 모르고……
그리고 넌 더 이상 꼬마 재단사가 아니게 되겠지, 사람들은 너를 보면 모두 허리 굽혀 인사할 거야……
이제 여기까지 하자고, 꼬맹이. 지금은 너랑 '거물 되기' 놀이를 할 여유가 없거든.
……
저, 저는 그런 거 필요 없어요.
뭐라고?
제가 문제를 일으켰으니까, 제가 해결하겠어요. 누가 알아줄 필요도 없어요.
루치노 데 몬타노는 무의미하게 살아가지 않을 거예요…… 어쩌면 미래의 제가 되는 건 결국 재단사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리고 덩치, 아까 그 말투는 맘에 들지 않네요.
재단사를 얕보지 마세요! 바늘과 실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당신은 절대 모를 거예요!
……
쯧.
꼬맹이, 솔직히 말하자면 네가 좀 마음에 들어. 젊었을 때의 나를 떠올리게 하거든.
네?
내가 막 철이 들던 시절, 이미 정해져 있던 사실이 2개 있었어…… 시라쿠사에서 가장 오래된 패밀리는 시칠리아 패밀리라는 것, 그리고 시칠리아 부인의 퇴임으로 오래전에 사라졌다는 것.
시칠리아 부인에게 아부하던 자들은 결국 모두 헛수고를 한 셈이 되었고, 패밀리를 부활시키려 했던 자들은 모두 이 나라에서 추방됐어. '시칠리안'은 웃음거리가 됐지.
그리고 그건 내 꼬리표가 되어버렸지, 난 동의도 하지 않았는데! 마치 모두가 너를 꼬마 재단사라고 부르는 것처럼.
그래서 당시 나는 큰일을 해내겠다고 다짐했어. 시라쿠사는 감비노 리치를 인정해야만 한다고, 그는 시칠리안이라고!
음, 지금은요?
지금도 마찬가지야.
……
만약 네가 베네치아 주니어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을 뿐이라면, 그 사람은 지금 이미 매우 난처한 상황이야.
이 배는 이미 그의 통제를 벗어났어. 넌 잘못된 곳에 힘을 쓰고 있어, 꼬맹이.
갑판 위의 저 미친 여자를 봤지? 넌 저 여자의 일에 끼어들면 안 돼.
……
그런 말을 한다고 내가 믿을 것 같나요……
……
아직 자신은 너무 어리다. 루치노는 그렇게 생각했다.
감비노는 계속 그에게 접근할 기회를 찾고 있었다. 더 최악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재봉실을 끊어버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자욱한 연기가 모든 것을 뒤덮었다.
다음 순간, 그는 감비노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이어서 자신의 몸도 공중에 떴다가 육지 함선에 떨어졌다.
그는 희미한 한숨 소리를 들었다.
……
*시라쿠사 욕설*, *시라쿠사 욕설*! 저 하얀 늑대 녀석, 머리에 뭐가 들은 거야? 도대체 어쩔 셈이지?
대열을 정비하고, 무기를 들어. 그리고 근처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모아.
한 팀은 육지 함선으로 가. 저건 우리 물건이라고!
좋아.
머, 멈춰!
에이레네가 말했잖아. 누, 누구도 지나갈 수 없다고.
젠장, 이 멍청한 기사 놈들, 왜 우리만 계속 쫓아오는 거야!
하하, 당분간은 아무도 우리를 방해하러 오지 않을 것 같아. 텍사스.
……
그 표정은 뭐야?
나는 패밀리가 뉴 볼시니로 다시 폭력을 쓰려는 음모를 폭로했잖아, 나한테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냐?
이런 방식인데도?
라플란드, 여긴 용문의 서우인이 아니야. 그리고 저 상자들 속의 아츠 유닛과 폭발물은 사탕이 아니잖아.
정부와 척을 진 수백 명의 패밀리 멤버들이 혼란을 틈타 법원과 시청을 완전히 장악하려 하고 있어. 카르네발레를 즐기는 군중 속에는 상황이 악화되길 기다리는 세력이 얼마나 많을지……
너랑 나 모두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잖아.
변하지 않는 악습, 죽었다 살아난 패밀리가 다시 도시국가의 내전을 일으켰다는 걸 의미하나?
뉴 볼시니가 시라쿠사의 다른 22개 이동도시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의미하나?
아니면, 카르네발레가 마침내 그 이름값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가?
지금 이 순간, 이 광장에는 천 명 가까이 되는 트럭 기사들이 있어. 라플란드.
현장의 모든 패밀리 멤버들이 무기를 주웠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평범한 시민들도 어쩔 수 없이 무기를 빼앗으려 하고 있어……
……
텍사스, 왜 하필 하늘에서 떨어지는 방식으로 등장한 거야? 법원 문은 누가 막았고?
이번 카르네발레에서 가면을 쓴 건 변하지 않는 패밀리 멤버들뿐만이 아니야.
……
베네치아 패밀리는 계속 위선을 떨었고, 이 무기로 도시를 장악하려 했어. 지금 이 순간, 너희는 그들의 음모를 알아야 하고 저 운전기사들도 자신을 보호할 필요가 있어……
난 모든 사람이 갈망하는 것을 무대 위에 올려놓았을 뿐이야. 텍사스.
알잖아, 난 가식적으로 체스를 두는 건 질색이야. 직접 체스판을 밟아버리는 걸 좋아하지.
오늘은 카르네발레잖아, 이 신도시가 1년간 이룩한 성과를 점검하기에 좋은 날이지. 모든 사람은 도시에 대한 자신의 의견과 요구를 표현할 권리가 있잖아, 안 그래?
사탕만으로는 모두를 즐겁게 할 수 없어.
저기 봐……
……
급할 거 없어, 텍사스.
물어볼 게 많다는 걸 알아. 하지만 그전에, 내기를 하나 하자.
거절할게.
그럼 동의한 걸로 할게.
……
넌 늘 무섭도록 냉철했지.
넌 네가 위대한 이상을 가졌다고 뽐내거나 하진 않았지만, 공교롭게도 염국에서든 시라쿠사에서든 늘 정의의 편에 서 있었어.
11시 30분. 예상대로라면, 15분 후에 행진 행렬이 법원 광장에 도착할 거야.
누가 먼저 손을 댈지 맞혀볼래?
수십만 명의 뉴 볼시니 시민들이 곧 보게 될 건 두 무리가 도로변에서 환영하는 화목한 장면일까……
아니면 두 무리가 격렬하게 싸우고, 시체가 널브러진 상태에서 시라쿠사인의 이 카르네발레가 절정에 다다르는 순간일까?
일기예보를 보니까 오늘 밤은 날씨가 아주 좋다더라고. 갑자기 내린 비가 피를 씻어내 주는 일은 없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