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3황금 당근
마르실이 가지고 있던 D32강 라이트는, 산성 원석충의 체액을 맛있는 황금빛 음식으로 바꾸는 재료가 되었다. 센시는 이 재료를 이용해 직공들의 소원을 훌륭하게 이루어 주었고, 그 보답으로 일행은 차를 얻어 탈 수 있었다.
……조심하게! 갱도로 떨어진 것 같네!
아까 직공 말대로라면 원석충은 이 갱도에 보금자리를 만들었을 걸세.
그 공장은 곧 문을 닫을 예정이니까, 여기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라는 건가?
이 안에 정말로 순금 원석충이 있으려나……?
저 쪽 무리는 평범한 원석충 같아 보이네.
들키기 전에 어서 나가자!
……여기도 순금 원석충은 없는 것 같군. 다 평범한 원석충들이네.
밥의 미식 가이드에 따르면, 순금 원석충은 황야에서 자주 발견된다는 것 같아. “바위 틈새나 동굴에 서식”, “다른 원석충과 유사한 습성을 가짐”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 언저리라면 있을 법도 한데……
……근데 머리에 뭐가 붙어있는데?
응? 으악!
이거.…… 원석충 유충인가? 등껍질이 부드러운 걸 보니 생긴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게다가 등껍질을 굳히기 위해 필사적으로 점액을 분비하고 있어서, 체온이 많이 오른 상태야. 머리 위에 있으니 따끈따끈한 게 좋은데.
마르실도 한번 해 볼래?
……완전 싫어!
이 앞으로 더 가는 건 좀 곤란한데……
원석충 외에도 여러 가지 생물 소리가 들려……
저기, 이쯤하고 돌아가자고.
하지만 아직 순금 원석충을 못 찾았단 말이지……
……진짜 여기 어딘가에 있는 건 맞아?
그나저나…… 순금 원석충의 분비물을 다른 금색 가루로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조금만 더 가 보세. 황금 당근을 기다리는 그 젊은 친구들을 실망시키고 싶지는 않네.
그리고 순금 원석충을 찾으면 그 차를 살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야.
으음……
쉿, 발소리 내지 마.
뒤에 있는 놈들도 순금 원석충은 아닌 것 같군…… 전부 금색이 아냐.
그럼 뭔데……?
산성 원석충이다!
빅 밥의 말에 따르면, 이 녀석이 강한 부식성 점액을 분비한대! 점액을 맞지 않도록 조심해!
마르실……!
응!
강한 마법은 쓰지 말게! 전멸시키면 안 된다고 하지 않았나!
거, 거기까진 신경 쓸 여유가 없어서――
(영창)……
악!
소환술…… 안 돼, 시간이 모자라! 방어 마법을…… 아, 마력이 부족할지도……
아 진짜, 역시 지팡이만으로는 여기서 마법을 제대로 쓸 수가 없어……
아 맞아, 섬광 마법은……?
한번 더 라이트를 써서……!
사장님이 이걸로 빛을 쏘았다는 건, 이걸 이용하면 섬광 마법을 강화할 수 있다는 얘기…… 겠지? 그게 이 마물들에게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마르실, 빨리 해봐! 원석충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생각할 시간 없어! 해보는 수밖에…… 빛을……!
우왓!? 저 한 방으로……!
와! 제대로 된 것 같아! 여기 마법이 어떤 방식인지 이제 조금 알 것 같아!
잘했어, 내 라이트! 덕분에 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마법을 써볼 수 있었어!
좋아할 때가 아냐! 점액이 다 튀어버렸잖아!
피부에 안 닿게 조심해!
어머, 뭔가 상태가……?
……어라?
라이트의 끝에 모여 있던 빛이 어두워지고,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던 부품들도 불쾌한 불꽃을 일으키며 치지직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라이트는 마르실이 반응하기도 전에 짙은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땅으로 떨어졌다.
앗……!
마르실! 멍하니 서 있지 마! 네 몸에도 점액이 튀고 있다고!
으으…… 내 라이트가……
부서졌어.……
돌아가서 그 주인한테 이거 고칠 수 있는지 한 번 봐 달라고 할까?
으으으……
음……?
……이 점액……
좋은 향이 나는군. 아까 그 점액과는 달리, 오히려……
……
……새콤달콤한 향이네!
뭐라고?
어, 그러네!
야…… 벌레 점액 같은 걸 핥지 말라고.
으음~ 진짜 새콤달콤한데! 이거 괜찮네?
색깔도 맛있어 보이고. 금색으로 빛나고 있어!
금색……?
D32강으로 만든 라이트에서 방출된 마법의 영향을 받아서, 점액이 금색으로 변하고 맛도 좋아졌다라……
이거라면 순금 원석충 대용으로 쓸 수 있지 않겠나?
음…… 원래 부식성이었던 점액이 마법으로 인해서 식용이 된다니…… 별 일도 다 있네.
하지만 재료가 될 점액은 원석충 체내에 저장되어 있으니까, 그걸 모아서 식용 액체로 변환하는 작업이 필요하겠어!
설마 이 바닥에 튄 점액을 모으라는 건 아니겠지……
물론이네. 식재료는 안전하고 청결해야 하니까. 바닥에 떨어진 점액은 맛만 보았을 뿐, 이걸로 요리하진 않을 걸세.
이걸론 양도 부족하고.
황금 당근을 만들기 위해선 역시 원석충 체내에 있는 점액을 모아야 하겠군.
어떻게 모으지?
마르실의 마법에 겁먹고 도망친 원석충들이 돌아오기 전에, 여기 기절한 원석충에게서 점액을 빼내도록 하겠네.
……하지만 라이트가 고장 났는데……
지팡이로 동일한 마법을 써 볼 순 없나?
……어……일단 해볼게……
으음……
어때?
점액은…… 달라진 게 없네.
좀 더 해볼까?
으음……!
……이 번엔 어때?
역시 안 변했어……왜지? 마르실의 마법도 뭔가 계속 끊기고……
응…… 이 세계에 오고 나선 쭉 이런 상태야. 아까 그 라이트가 제대로 작동했을 땐 마력의 원천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는데……
혹시 그 라이트에 뭔가 증폭 효과 같은 게 있었을지도……
그러니까, 그걸 거치지 않고 섬광 마법을 사용하려고 하면 마력도 부족하고 위력도 떨어진다는 건가.
결국, 역시나 그게 없으면……
……야 라이오스! 언제까지 원석충하고 놀고 있을래! 마르실 얘기는 제대로 들었냐?
이럴 땐 마르실 말을 들어서 손해 볼 건 없지. 이 분야에선 제일 전문 가니까.
……알았어!
뭘?
지금 내 마력과 이 지팡이로는 점액의 상태를 바꿀 만큼의 섬광 마법을 쓸 수 없어!
D32강을 써서 마법의 위력을 증폭시켜야만 점액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즉, 지금 상태로는 아무리 해도 소용없음!
역시 라이트가 있어야 돼!
하지만 연기가 피어오르는 이걸로 마법을 발동시키면, 우리까지 이 원석충처럼 기절해 버리는 건 아닐까……
야 너! 날 지금 뭘로 보고……!?
사실 여기까지 얘기가 진전된 것도 내가 라이트를 써서 점액을 식용으로 만들어준 덕분이라고 생각하는데?
……하아. 아까는 이 세계의 마법을 조금이나마 파악한 것 같았는데, 라이트가 이 모양이니……
이 도구는, 보아하니 점액에 의해 부식된 것은 아닌 것 같네만. 그 '32 어쩌고'라는 건 이 은색 금속 얘기겠지?
마르실이 말한 내용으로 생각해 보면, 마법을 증폭시킨 건 이 D32강이라는 소재고, 어떤 형태라도 상관없이 마법을 방출할 수 있지 않을까?
……응? 그럴 것 같기는 한데……
그런 건 왜 갑자기 묻는데?
으음……
흐음……
……엥?
왜 자꾸 날 쳐다보는데!?
싫어어엇! 내 라이트가!! 그만둬! 그걸로 냄비를 만들다니, 완전 억지잖아!
뭐, 황금 당근만 만들면 로도스 아일랜드도 금방 찾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빨리 돌아가서 파린도 구할 수 있지 않겠어?
읏샤!
영차!
그렇게 한탄하지 말라구. 너네들도 내 피킹 툴로 미믹 살 파낸 적 있잖아.
라이트는 그러라고 있는 도구가 아니라구!
나도 당시에 똑같은 말을 했었지.
냄비가 완성됐네!
우아아아앗!! 안돼에에에!!
걱정 말게. 외관이 바뀌었을 뿐, 이 도구가 쓸모 있다는 건 변하지 않아.
그 외관이 중요한 거라고!
그럼 바로 시도해 볼까? 이 점액을 새콤달콤한 액체로 바꿔 보자고.
……안녕, 내 라이트……
너와 함께 한 시간은 무척 즐거웠어……
안심하게. 이 희생이 무의미하게 하진 않을 테니.
(영창)……
자, 이제 마지막 공정이다. 이걸 모두 운반해서 분류한 다음, 폐품 공장에 팔도록 하자고.
하…… 아깝네 정말……
여기서 이것저것 만들어 먹던 시절이 그립네…… 야식도 만들고, 바베큐 파티도 했었는데……
하아……
음? 무슨 냄새지……? 좋은 향기로군.
어……그러네.
어디서 나는 냄새지? 밖에서 누가 요리라도 하나?
황금 당근 풀코스를 준비했네.
뭐……뭐라고?
정말로 순금 원석충을 발견했나?
아니, 대신에 당근을 금색으로 변하게 할 수 있는 걸 찾아왔지.
그대들이 전통으로 삼는 황금 당근은 아니네만, 매우 유사한 색으로 재현했네.
내 생각에, 작별을 앞두고 함께하는 마지막 만찬에 걸맞지 않을까 싶군.
그리고 사장님이 주신 라이트가 없었다면 이 풀코스 요리는 완성되지 않았을 거야!
D32강 라이트 덕분에 내가 이 세계에서도 마법을 쓸 수 있게 됐어.
그러니까, 당신이 만든 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잡동사니가 아냐!
지…… 진짜로?
어떤가?
음? 이거……
뭔가 새콤달콤한데!?
음. 그렇겠지.
근데 맛이 기가 막히는데.……! 신선한 과일향이 입 안 가득 퍼지는 느낌이야!
음음. 그래야지.
흠…… 산성 원석충을 이런 식으로 요리해 먹는 건, 빅 밥도 상상 못 했을걸.
이런 식으로 가공해 놓으면 탄산음료나 샤베트를 만들어도 맛있을 것 같아……!
고마워, 공장장…… 설마 진짜로 황금 당근을 먹을 수 있게 될 줄이야……
내가 뭐 한 게 있다고…… 감사는 저 친구들에게 해.
그건 그렇고 이 황금 당근은…… 맨 처음 너희들이랑 같이 먹었던 그 맛과는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옛날 생각이 나네……
그 시절 너희들은 황금 당근을 먹으면서 이렇게 말했었지. 나와 함께 이곳을 림 빌리턴 최고의 공장으로 만들자고!
후훗! 젊었을 땐 꿈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지금 이 상황도 나쁘지는 않잖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
그렇군. 내 제품을 인정해 준 사람도 있으니, 아직 꿈을 포기하기엔 이를지도……
그래 그래! 이 참에 차 타고 여기저기 돌아보는 건 어때? 네 꿈을 이뤄줄 곳이 분명 나타날 거야.
그러고 보니, 차 말인데……
너희들, 내 차를 사고 싶다 했었지.
응?…… 맞아!
팔아주는 건가?
……그래도 우리가 지금 가진 것들로는 어렵겠지……
그래, 나도 팔 생각은 없어. 앞으로도 이 차로 생계를 유지할 거니까.
그렇구나……
다만 그 대신, 림 빌리턴 내에서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태워다 줄 수는 있지!
진짜로?
물론.
그것도, 공짜로 말이야!
이 황금 당근에 대해서는, 너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
자, 다 먹었으면 출발하자고. 도중에 차가 퍼지지 않는 한 어디든 데려다줄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