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W-ST-2산 넘어 산
사리아는 저격당하고, 박사는 협박당한다. 군부와 부통령은 임시 합의를 달성한다. 그리고 놀라움이 진정되기도 전에, 가장 뜻밖의 인물이 등장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사일런스, 뮤엘시스, 로즈몬티스, 이프리트, 사리아, 켈시, 틴맨, 오올헤약, 사일런스 더 패러디그매틱
사일런스! 마침 잘 됐다. 여기 온 뒤로 언제 널 볼 수 있을까 계속 생각했는데……
……
음…… 사, 사일런스?
……이프리트, 이쪽으로 와 봐.
괜찮아, 사일런스, 나 멀쩡해. 아직 나쁜 놈들을 더 쓰러트릴 수도 있고, 한 손으로 널 안고 몇 바퀴 뛸 수도 있어! 못 믿겠으면 다른 손으로는 사리아도 안을게! 하…… 하하하……
조용히 해. 치료 드론의 판독에 영향 주니까.
윽…… 알았어.
고개를 숙이고 이프리트의 몸을 검사하는 사일런스는 평소처럼 세심하고 다정했지만, 이프리트는 여전히 긴장했다.
사실 이프리트는 화내는 사일런스가 두렵지는 않았다.
그녀가 성장하면서 알게 된 첫 번째 일은 바로, 사일런스가 화를 낸다는 건 그만큼 자신을 신경 쓴다는 뜻이었다.
이프리트는 알고 있다. 사일런스가 화를 내고 나면, 자신에게 해가 되거나,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을 쫓아내 준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건 정말로 화를 내는 게 아니었다.
그러나 이프리트는 침묵하는 사일런스를 매우 두려워했다.
사일런스가 화내지 않고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하다면……
그건 분명 무언가가 사일런스의 선을 넘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트리마운츠의 하늘은 늘 으스스하고 먹구름이 괴물처럼 크네. 어쩐지 예전에 네가 방에 들어올 때면 머리가 자주 젖어있다 싶었어……
……그리고 '핫도그', 너 핫도그 좋아해? 박사가 나랑 로즈몬티스한테 2개씩 사줬어. 다음에는 딸기 맛 시럽을 뿌려서 먹어 보고 싶어……
……
사일런스……
내가 오고 싶어서 온 거야. 켈시한테 한참 졸랐고, 오는 동안 박사한테 엄청 긴 각서까지 썼다고.
요 몇 년간 모든 레슨과 훈련을 다 마쳐서 나도 이젠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 너랑 사리아처럼 말이야……
혈중 오리지늄 결정 밀도가 약간 상승했어.
……상승 속도와 체세포 융합 추세 예측은?
일단은 통제 가능한 범위야.
다른 결과는 이프리트가 본함으로 돌아간 뒤에 종합 검진을 해야 알 수 있어.
본함에 돌아가라고? 역시 너희들은 날 못 믿는 거구나……
아니, 이프리트, 난 널 믿는다.
그렇지만……
……
사리아가 있으니 걱정할 일은 없어!
……4년 전, 이 도시에서, 똑같은 간판 아래에서.
난 영영 널 잃을 뻔했어. 그때도 지금과 똑같이 사리아가 네 곁에 있었지.
하지만 난 살아남았잖아. 지금도 아주 잘 살고 있다고! 사리아가 날 지켜줬으니까 이번에는 내가 사리아랑 함께 너랑 모두를 지킬 수 있어!
이프리트, 사일런스 말을 들어. 사일런스는 네 주치의이자 가장 믿어야 하는 사람이다.
난 너도 믿어! 박사도 믿고, 로즈몬티스도 믿어. 모두 똑같이 신뢰하고 있단 말이야.
……
……사리아, 그날 널 봤어. 트렌치코트를 입은 이상한 사람과 함께 13구역의 공장에 나타났지. 바로 그날,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졌고.
너도 거기 있었구나.
또 라인 랩의 비밀 실험이야?
……
물론, 넌 대답하지 않겠지. 그게…… 나랑 이프리트를 '보호'하는 거니까.
……10분 전, 이프리트는 부통령을 겨냥한 암살을 막았다.
……뭐?
일부러 숨긴 건 아니다, 사일런스. 내가 파악한 정보도 아직 한정적이니까. 이번 일은 배후에 너무 많은 세력이 연루되어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사태가 악화되는 걸 막는 것뿐이다.
……
“반드시 일을 정상 궤도로 돌려놔야 한다.”…… 사리아 주임이 수도 없이 한 말이지.
라인 랩에 있을 때 넌 늘 사태를 통제했어. 하지만 무시무시한 실험은 계속해서 일어났지.
늘 누군가는 다른 사람의 야망 때문에 상처를 입어. 하지만 이런 상처는 정의로운 심판으로 보상되는 게 아니야. 물론…… 그런 심판이 있던 적도 없지만.
그럴 때마다 난 생각해…… 너희가 그 불을 껐을 때, 예전의 이프리트처럼 폐허 속에 누워 사경을 헤매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
……넌 나보다 더 많이 생각하고 더 잘 알 거야.
하지만 모두를 위해 상황을 '통제'하는 데에 익숙하지. 그래서 모든 비인도적인 행위를 없애는 게 아니라, 가급적 아무도 알 수 없게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그치고 마는 거야.
……부정할 수는 없겠군.
사리아…… 그동안 계속 너한테 궁금한 게 하나 있었어.
네가 진정으로 라인 랩과 대립할 수 없는 건, 네가 애초부터 그 사람들…… 그리고 총괄과 같은 부류이기 때문이 아니야?
……
나는……
저격수다!
사일런스, 숙여! 이프……
윽……
……!
사리…… 아?
눈앞에서 새하얀 칼슘 결정이 흩날렸다.
그것들은 방금 사일런스와 이프리트를 지켜주었지만, 시전자가 쓰러지면서 소리 없이 부서졌다.
목표에 명중했습니다!
잘 했다.
장갑차에 구멍을 낼 정도로 출력이 큰 무기지만, 오리지늄 아츠는 관통하지 못했나.
저 망할 와이번과 오리지늄 아츠는 *컬럼비아 욕설* 기동 장갑보다 더 단단한가 보군.
녀석이 아직 살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허, '가능성'. 연구자 놈들이 입에 달고 사는 그런 말에는 넌덜머리가 난다.
내가 원하는 건 결과야, 명확한 결과.
그럼 부통령 쪽은……
메이랜더가 두 번째 기회를 주진 않을 거야.
작전팀이 아직 명령 대기 중입니다. 즉시 철수 명령을 하달할까요?
아니, 일거리를 찾아 줘야지.
저 눈에 가장 거슬리는 와이번처럼, 라인 랩 현장에서 방해한 놈들은 한 명도 놓치지 마라.
회사 몇 개 차렸다고 정세를 바꿀 수 있다 착각하는 멍청이들의 정신을 차리게 할 때야……
컬럼비아 땅에서 컬럼비아 군부의 위엄에 도전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비켜!
블레이크 대령, 라인 랩을 구렁텅이에 빠트리라고 제 인맥을 당신한테 넘긴 게 아닙니다!
그래서, 라인 랩에 있는 자네의 루트를 동원한 건가?
적반하장이군, 퍼디낸드.
현재 상황이 어떤지 아나?
누군가 정보 전달을 방해해서 폭발이 앞당겨졌어.
지금은 기자들의 여론몰이 때문에 이번 일은 잭슨의 방문과 아무런 관계가 없게 됐지.
네?
암살은 실패했다는 말이다.
……
이제 만족하나?
됐어, 퍼디낸드. 숨겨둔 무기엔 손대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자네가 정말 날 해칠 수 있다고 생각하나?
……
안심해, 자네를 탓하진 않으니까.
블레이크는 퍼디낸드의 뺨을 툭툭 쳤다.
퍼디낸드는 블레이크의 눈빛에서 살기가 느껴질 줄 알았지만, 그가 본 건 웃음이었다.
현재 정보로 볼 때, 자네가 방해하지 않았더라도 라인 랩 빌딩 내 암살은 매우 어려웠어.
게다가 일이 이렇게 됐는데도 자네는 여전히 라인 랩 생각뿐이지. 본인의 욕망에 충실한 건 나쁜 일이 아니야.
솔직히, 퍼디낸드, 난 자네가 대견스러워.
자네에겐 군인 신분이 잘 어울리겠어.
하지만 실패했잖습니까……
그럼 뭐 어떻나? 이제 시작일 뿐인데.
잘 됐어. 메이랜더가 모든 면에서 우리보다 앞서고 있지. 내 윗선에 진작부터 메이랜더를 손보고 싶어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아나?
일이 완전히 통제를 벗어나기 전까지, 이런 실패는 그저 내게 더 많은 지지를 가져다줄 뿐이지.
만약 일이 완전히 통제를 벗어나면……
날 믿어. 자네도 내 말로 같은 건 알고 싶지 않을 거야.
물론 그 땐 나도 자네 말로를 장담할 수 없겠지만.
……난 약속한 대로 최대한 당신을 도와 크리스틴을 찾을 겁니다.
그 여자를 통제해야 사태가 호전될 수 있으니까요.
우리한테든…… 라인 랩한테든 말이죠.
……야라를 만나러 가겠습니다.
……그래, 편할 대로 해.
우리를 먼저 쫓아오는 게 행운일지…… 아니면 명령일지 두고 보자고.
A팀은 저쪽을 수색하고.
B팀은 이쪽을 수색해.
목표는 후드를 쓴 비무장 인원과 높은 살상력의 오리지늄 아츠를 쓰는 필라인 소녀다.
박사, 내 단말기에 불이 들어왔어.
이건…… 이프리트와 내가 약속한 시각이 됐다는 건데, 이프리트가 안 느껴져.
- 이프리트는 이미 사리아와 합류했을 거야.
- 우리 계획이 성공했어.
- 당분간 라인 랩은 안전해.
여기는…… 안전하지 않아.
실험실이 너무 많아. 모든 방이 하얀 벽으로 돼 있어. 마치 미궁처럼.
이프리트는 이런 방을 제일 싫어해. 예전 기억을 얘기할 때마다 호흡이 가빠지고 손의 온도도 평소처럼 뜨겁지 않아.
난 이프리트를 찾고 싶어. 친구가 다치는 걸 보고 싶지 않아.
이 벽도 그렇게 단단하지 않아. 박사가 명령만 하면 내가 데리고 바로 떠날 수 있어.
- 아직은 아니야……
- 지금 위치를 노출시킬 순 없어.
벽을 무너뜨리지 않아 줘서 정말 고맙군요. 이래 봬도 카시미어에서 들여온 재료라 가격이 만만치 않거든요.
……
긴장할 필요 없어요, 꼬마 아가씨. 보다시피 저는 주머니에 펜과 지갑밖에 없는 장사꾼이랍니다.
- 당신은……
- 안녕.
- 피츠로이 주임,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
아하하, 그러게요. 근처에 마침 미팅이 있어서 가는 길에 우리 손님한테 인사차 들린 겁니다.
……C 구역과 D 구역 수색 완료.
앞에 회의실이 여러 개 있다. 하나하나 조사할 예정이다.
……복도에 적이 있어, 그것도 아주 많이.
명령을 내려줘, 박사.
- 잠깐만 기다려.
- ……
- 아직 손님이 있잖아.
무시무시한 음모를 저지한 배후의 영웅인데 오히려 체포 대상이 되어버렸군요.
하지만 컬럼비아에서 이런 일은 매우 흔합니다. 시나리오로 써도 랭크우드에선 안 팔릴걸요.
과연, 저지당한 쪽이 처벌을 통해 위엄을 세울지, 아니면 의뢰한 쪽이 이 비밀 거래를 영원히 바닷속에 가라앉힐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 같군.
- 저들에겐 우리를 '조사'할 명분이 있어.
- 그쪽도 포함해서 말이지, 피츠로이 주임.
- 인사만 하려고 일부러 찾아온 건 아니겠지?
아, 이런, 순간 흥이 올라 미팅이 있다는 걸 깜빡했군요.
잠깐의 시간이니, 두 분의 계획에 영향을 주지는 않겠죠?
박사, 시작할게, 물러나 있어.
- ……피츠로이 주임.
다들 그냥 저스틴이라고 부릅니다.
- 그럼, 저스틴 씨.
- 군부 요원이 우리가 함께 있는 걸 보면, 당신에게 득이 될 건 없을 텐데.
만약, 당신 곁에 있는 이 젊고 아리따운 필라인 아가씨가, 봉인됐어야 할 군부의 기밀 실험과 연관이 있다면요?
……
- 적으로서 가하는 협박인가?
- 친구로서 전하는 충고인가?
……선택권은 당신에게 있습니다.
귀사에서 라인 랩의 훌륭한 직원을 얼마나 많이 데려갔죠? 8명? 아니면 10명이었나요?
덕분에 야라 씨는 늘 당신들의 인사부 책임자를 만나고 싶어 하죠.
로도스 아일랜드와 라인 랩이 계속 이렇게 긴밀하게 협력한다면…… 다음에 만날 때 제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내밀지도 모릅니다.
- 아주 기대되는군.
- ……
- 로도스 아일랜드에 관심을 가져 주어서 고맙군.
그럼, 더는 당신과 필라인 아가씨를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참, {@nickname} 박사님, 돌아가면 저 대신 뮤엘시스 씨한테 꼭 좀 물어봐 주세요……
대체 좋아하는 취향의 레스토랑이 어떤 건지 말이에요.
마지막 회의실만 남았다. 목표가 이 안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돌입 준비.
……비었잖아?
다들 무슨 소리 못 들었나요?
무슨 소리요?
물소리 말입니다. 음, 참 아름답군요.
이게 바로…… 운명에 대항할 수 있는 생생한 힘이라는 건가.
사리아…… 사리아!!
아무 반응이 없어…… 설마……
……머리에 큰 충격을 받았어. 아직 바이탈 사인이 사라지지 않았지만, 너무 위험해. 당장 치료해야 해.
이프리트, 사리아 팔 좀 들어줘…… 윽, 너무 무거워……
더 이상…… 사리아를 해칠 생각하지 마!
사일런스, 내가 길을 열게! 박사를 찾아가자.
……아니. 우리를 노린 자들은 분명 로도스 아일랜드도 노릴 거야.
맞아, 군부 사람들은 이미 라인 랩까지 들어왔어. 너희로서는 도망치기 어려울걸.
야라 주임……?!
따라와, 얘들아.
아무리 그래도 라인 랩의 또 다른 창설자가 여기서 쓰러지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지.
부통령님, 연합 의회에서 연락이 왔는데 몇몇 군사 기지의 폐지 법안에 대해 청문회를 앞당길 준비가 됐다고 합니다.
또한, 저번에 우리한테 먼저 연락해 온 그 대법관님도 이전 판례를 뒤집을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군부는 반드시 그 경솔함의 대가를 치를 겁니다. 긍정적으로 본다면, 그 블레이크라는 대령은 반나절 내에 트리마운츠에서 철수할 겁니다.
부통령님, 이제 결정만 하시면 됩니다.
……파바르, 슬슬 전화가 올 때가 됐는데.
네, 부통령님의 임시 사무실입니다…… 네, 옆에 계십니다…… 네……
부통령님, 전화하신 분은……
……이리 주게. 누구인지 알아.
……네.
알겠습니다. 이건 제 바람이기도 하니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여러분을 실망하게 할 리가 없죠.
……
부통령님, 법안 건은……
보류하게. 앞으로 반년은, 그 일을 의제에 올릴 필요는 없어.
그건…… 메이랜더 재단의 뜻입니까?
……파바르, 앞서 있었던 소동에서 몇 명이나 죽었다고 했지?
우리 쪽에서 군부의 작전 요원 30명을 사살했습니다.
우리가 매년 그런 군인을 육성하는데 얼마나 투자하지?
국방부 기준에 부합하는 전투 요원의 훈련 비용은 1인당 300만입니다.
그 말은 방금 우리가 9천만이라는 비용과 훌륭한 인재 30명을 잃었다는 소리군.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누구의 뜻인지 알 필요 없네. 이게 바로 컬럼비아의 이익에 가장 맞는 결정이니까.
블레이크와 회담을 잡아주게. 슬슬 국방부와 협력할 때가 됐어.
알겠습니다.
……
선거 결과가 나온 그날을 저는 아직도 기억합니다. 제가 드디어 그토록 바라던 책상 앞에 앉을 수 있게 되었다며 흡족해할 때…… 전 제 평생 가장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하, 그때 전 이 나라 자체가 음모라고 생각할 뻔했어요.
하지만 차츰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았죠.
이 나라는 음모 속에 살고 있지 않습니다. 메이랜더도 제가 상상한 것처럼 이 나라를 조종하고 있지 않았죠.
다만 황당한 일이 너무 조리 있게 발생해서 우리가 정말 좋은 방향으로 변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겁니다.
하지만 저 또한 평범한 인간입니다. 이따금 제 머릿속에도 우스꽝스러운 생각이 떠오르곤 하죠.
만약 그 폭발이 제 앞에서 일어났다면…… 과연, 저는 열사가 되어 컬럼비아에서 영원히 기억됐을까요? 아니면 무능한 인간이 되어 빠르게 역사 속에서 사라졌을까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부통령은 텅 빈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마치 방 안에 가득 찬 공기에 대답을 바라는 것처럼.
그러나 이 컬럼비아 권력의 정점에 거의 다다른 사람은 곧이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군부에서 더는 성가시게 굴지 않을 텐데, 아직도 울적해 보이네?
……오올헤약 씨, 얼굴 한 번 보기 참으로 어렵군.
미안. 오랫동안 보지 못한 상사가 트리마운츠에 오는 바람에, 업무 보고서를 준비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거든.
틴맨이 자네 보고서를 나한테 보내주는 걸 깜빡했던 모양이군.
그래서 내가 이렇게 직접 찾아온 거야. 내가 아는 거라면 다 말해 줄게.
그래. 자네는 메이랜더 재단 라인 랩 관련 업무의 제1 책임자이니…… 어서 대답해 보게.
이 모든 골칫거리의 원흉인 크리스틴 라이트가 지금 대체 어디 있다고 생각하나?
크리스틴은 컬럼비아에서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특수부대도 닿을 수 없는 곳에 있지. 메이랜더 재단의 자료에도 기록된 적 없는 곳이야.
컬럼비아에 그런 곳은 없을 텐데.
적어도 지금은 컬럼비아의 지도에 없는 곳이야. 그 위치는 우리의 도시나 영토에 겹쳐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우리의 시야 밖에 있는 건 확실하지.
그 말은……
부통령님이라면 오랫동안 진행된 일련의 '탐사 계획'에 대해 알고 있겠지. 메이랜더 역사 협회에서…… 더 정확히 말하자면 틴맨이 주도한 고고학 계획 말이야.
……폐허에 묻혀 있는 고대 유적 말이군.
맞아. 마침, 최근에 라인 랩 관련 인원의 기습 작전을 펼치던 중에, 우리가 우연히 그 자료를 발견했지.
……
탐사 기록?
이 기록은 현재 라인 랩의 전 임원인 크리스틴 라이트의 친구와…… 컬럼비아에서 범죄 기록이 있는 해외 기업의 손에 있어.
그리고 아주 공교롭게도 로도스 아일랜드라는 이 기업은 내 친애하는 상사 틴맨과도 꽤 깊은 사이지.
……정수 순환 시스템인가.
그냥 '배수구'라고 불러도 됩니다.
더 이전에는 '주술 급류 초점'이라는 이름도 있었어. 티카즈의 가장 원시적인 주술 무기였지.
가장 완전한 이름이 바로 그거였군요. 이걸 그냥 이렇게 개척대의 이동식 판잣집에 설치하다니.
의심할 여지는 없어. 이 장치의 가장 핵심인 부분은 이미 사라졌다.
현재 남은 건 가장 바깥쪽의 파이프뿐이지. 너희는…… 그걸 재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아주 합리적인 상상을 발휘했더군.
컬럼비아를 대신해 그 칭찬에 감사드리죠, 켈시 경.
이 나라는 매우 힘겨운 시절을 보냈습니다. 물자가 부족했던 대개척 시기에 모든 물건은 쓸모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만 나뉘었죠.
당신의 눈에 그건 웅장한 기억이 깃든 물건일지 몰라도, 컬럼비아에 사는 평범한 사람에게는 그저 쓰기 좋고 녹슬지 않는 파이프에 불과합니다.
뭐, 아무리 오래됐고 위대한 시대를 겪은 물건이라 할지라도, 현시대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한다면 폐품이나 다를 바 없으니까요.
사람들의 인식은 자신이 처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기 마련이야. 우리라고 예외는 아니지…… 크리스틴 라이트도 마찬가지고.
……크리스틴은 이러한 티카즈 유산에서 힘을 얻을 수 없어. 크리스틴이 의지하는 외부의 힘은 더욱 강한 것이겠지.
아직도 가장 가능성 있는 32가지 기술을 배제해야 해. 이 기술들은 대부분 메이랜더 역사 협회의 탐사 기록에 실려 있지 않고.
이제부터는 제가 동행하지 않아도 되겠군요.
……맞아.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와 메이랜더의 협력 관계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니야.
그럼요, 당연하죠. 그저 당신의 일관된 행동 규범일 뿐이니까요.
당신은 이런 기술이 크리스틴의 손에 넘어가거나…… 너무 일찍 컬럼비아의 주머니에 들어가는 걸 원치 않죠. 당신은 여전히…… 사심이 없고 중립적이군요.
한 가지 더 부탁할 일이 있다.
말씀하시죠.
{@nickname} 박사랑…… 그 두 아이에 대한 일이야.
네가 말한 것처럼 어떤 길은 나 혼자서 가야만 해. 그러니까 내가 곤란할 때엔, 네가 돌봐주기 바란다.
엇, 판단 실수. 하나도 변하지 않은 건 아니군요, 켈시 경. 뭔가, 예전보다 훨씬 인간미가 넘치네요.
이 세상에 하나도 변하지 않는 건 없어, 레버넌트…… 틴맨 씨.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뿐이야.
앗, 박사, 괜찮아?
어라, 난 물이 기도에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조절했는데……
너무 오랜만에 쓰는 기술이라서 통제 능력이 떨어졌나?
아마 박사는 도중에 너무 흔들려서 정신을 잃었을 거야.
아…… 미안, 미안.
이게 다 저스틴 때문이야. 갑자기 문서를 한 무더기 주면서 다음 년도 경비를 받으려면 모든 주임이 다 작성해야 한다고 했거든.
하마터면 늦을 뻔했어.
- 쿨럭, 쿨럭……
- ……
- 뭐가 늦어?
아, 깨어났구나, 박사.
굿모닝…… 아니지, 굿이브닝.
- 여긴, 라인 랩이 아니네.
- ……
- 내 마지막 기억은 통풍구였는데……
맞아, 당신들이 위험하다는 걸 알고 계속 물을 조종해서 찾고 있었거든.
당신들이 들키기 직전에 드디어 내가 찾아냈지. 그리고 물로 당신들을 감싸서 여기 데려왔어.
너무 다급한 상황이라 좀 흔들렸을 텐데, 이해해 줘.
- 너한테 빚을 졌네.
- ……
-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까.
당신도 날 구했고, 나도 당신을 구했잖아…… 음, 다음에는 누가 누굴 도와주려나?
박사, 설마 나한테 어떻게 보답할지 생각하는 건 아니지?
그렇다면…… 다음에 나랑 같이 쇼핑가는 거 어때?
그렇게 대단한 일도 아니야, 헤헷.
혹시 진짜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으면 이 고용 계약서에 서명해 줘! 난 당신처럼 똑똑한 조수라면 한 명 더 생겨도 좋으니까.
박사…… 방금 깨어난 건 아는데, 꼭 전해야 할 나쁜 소식이 있어.
당신과 로즈몬티스가 습격당할 때, 사리아도 거의 동시에 습격당했어.
- 사리아는 괜찮아?
- ……
- 이프리트는?
자세한 건 나도 몰라. 하지만 다이아몬드보다 더 단단한 사리아잖아! 생명에 지장은 없지 않을까?
중요한 건 이제 어떻게 하냐는 거야. 당신도 느꼈겠지만, 군부에서 당신들에게 경고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쉽게 포기하지 않을걸.
지금 당신의 상황은, 아니, 정확히는 로도스 아일랜드의 상황은 아주 좋지 않아.
이프는 괜찮을 거야. 다만 사리아가……
뭐, 자세한 건 나도 몰라. 하지만 다이아몬드보다 더 단단한 사리아잖아! 생명에 지장이 없지는 않을까?
중요한 건 이제 어떻게 하냐는 거야. 당신도 느꼈겠지만, 군부에서 당신들에게 경고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쉽게 포기하지 않을걸.
지금 당신의 상황은, 아니, 정확히는 로도스 아일랜드의 상황은 아주 좋지 않아.
- 로즈몬티스……
……
- 로즈몬티스?
바깥에……
복도에…… 누군가 우리 쪽으로 오고 있어.
엥?
내가 꼬리를 밟히지 않도록 엄청 신경 썼는데. 군부 쪽 사람이 그리 쉽게 쫓아올 리는 없어.
메이랜더 사람 아닐까? 그 깡통 씨나 부하들 말이야…… 특수요원은 다들 신출귀몰하잖아?
- 로즈몬티스, 틴맨이야?
모르겠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어떤 느낌이 드는 사람이냐면, 음…… 아주 평범해……
- 뮤엘시스, 주위 상황 좀 살펴봐 줄래?
음? '눈'을 몇 개 더 만들라는 거지? 문제없어.
하아…… 하아…… 드디어……
미안하구나, 내가 늦었지?
네가 막 트리마운츠에 왔을 때 만나러 오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내가 생각한 것보다 일에 시간이 오래 걸리더구나.
당신은……
잠깐, 자료에서 당신 얼굴을 본 적 있어…… 당신은 로켄 윌리엄스?!
……
로…… 켄?
그래, 나다.
내 편지를 받았구나, 나르시사.
……나르시사는, 누구야?
나는 로즈몬티스, 그게 내 유일한 이름이야.
너…… 뭐, 상관없다. 중요한 건 네가 여기 왔다는 거지. 솔직히 편지를 보낸 뒤로 난 계속 불안했단다.
네가 날 보러 와줘서…… 정말 기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