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W-3무대 위, 무대 아래
서로 속고 속이는 상황에서, 결국 메이랜더가 승리한다. 일이 일단락이 되어갈 때, 사리아와 이프리트는 사일런스와 만나게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이프리트, 사리아, 뮤엘시스, 사일런스, 사일런스 더 패러디그매틱
“과학 기술이 컬럼비아의 미래다.”라는 게 허울 좋은 말이나 광고 문구가 아니었군요, 야라 주임. 오늘 처음 과학 수업을 들은 아이처럼 새로운 걸 많이 배웠습니다.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많지만 설명을 다 듣기에는 시간이 부족해서 아쉽군요.
언제든지 라인 랩을 다시 방문해 주세요, 잭슨 부통령님.
고맙습니다, 야라 주임. 오늘 너무 요란스럽게 굴었군요. 불편하게 만든 건 아니길 바랍니다.
그런 말씀 마세요. 전 오늘 그저 안내만 해드렸을 뿐입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마리안 블레이크 님께 안내받은 건 이번 트리마운츠 여정에서 또 하나의 큰 수확이군요.
사실 저도 당신의 팬이거든요.
야라 씨 데뷔작의 사인 포스터도 갖고 있는데, 사무실 벽에 붙여놓았죠.
정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아내가 제게 준 취임 선물이랍니다, 하하하.
파바르, 라인 랩이 특별구에 신청한 새 연구 기지 건설 건은 신경 써서 추진 좀 해주게.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 일정은 여기까지군요, 야라 씨.
트리마운츠에서의 남은 일정도 순조롭길 바랍니다.
……
아주 좋은 축복이군요.
오늘 하루도 거의 끝났지만, 앞으로도 쭉 맑은 날씨였으면 좋겠군요.
찍어, 빨리 찍어……
부통령님, 이번 라인 랩 일정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다들 진정하세요. 부통령님께서 특별히 10분간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하셨으니 순서대로 질문해 주세요.
……
잘못 들은 게 아니야. 난 지금 박수를 치고 있어.
“부통령과 라인 랩 인적자원조사과 주임의 즐거운 회담”, “부통령의 방문으로 라인 랩이 과학 기술계의 거물로 급부상”, 기자들이 어떤 제목을 붙일지는 뻔하지.
일정은 끝났고 현장에 별다른 상황은 없어. 부통령은 10분 후에 라인 랩을 떠날 거야.
……박사.
박사, 보내준 노선도는 받았어.
그러니까, 지하 구조물로 바로 연결되는 비밀 통로가 하나가 더 있는데, 그게 뮤엘시스가 준 도면에는 없다는 거지?
나한테 맡겨!
너는 로즈몬티스랑 위에서 기동 장갑이랑 신나게 싸우고 있었는데, 나는 이 연결 층에서 반나절이나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고. 수상한 사람은커녕 사람 그림자도 안 보여……
사리아가 날 찾아올 거라고?
그럼 내가 지하 구조물 쪽으로 갈게. 부통령이 몇 분 뒤면 떠난다고 했으니 최대한 빨리 위험을 제거해야지.
(목소리를 낮추고) 이만, 이프리트가 작전을 시작한다, 박사.
나 왔어.
위쪽은 어때?
잘 안 들려. 위로 올라가지는 않았지만 특별한 움직임은 없는 것 같았어.
아마도, 실패했겠지.
그럼 우리는?
대령님 명령대로 신호 차단기만 켜고 어느 쪽도 지원하지 않으면 돼…… 여기까지 찾아오는 사람은 없을 거야. 퍼디낸드가 알려 준 잠입 경로는 잘 은폐돼 있으니까.
작전 계획대로 하자. 시간 맞추고…… 음, 시간이 거의 다 됐네.
폭약은 어떻게 됐지?
네가 상황을 살피러 갔을 때 다 설치했어…… 개조한 가소성 폭약 2개면 이 층의 누출 방지 장치를 충분히 파괴할 수 있을 거야.
그건 그렇고 퍼디낸드도 참 독하네. 이건 에너지과 전용 액화 오리지늄 기체 파이프잖아. 나중에 라인 랩으로 돌아갈 거라고 하지 않았나?
대령님 말씀대로라면 퍼디낸드는 지금 우리랑 같은 배를 탔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겠지.
그래도 이제 와서 이런 폭파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군……
지금쯤이면 부통령도 라인 랩을 떠났을 텐데, 액화 오리지늄 기체 파이프를 폭발시킨다고 부통령을 해치울 수 있을까?
대령님도 다 계획이 있으시겠지. 우리는 그냥 명령만 따르면 돼.
누구냐?
아이…… 잖아?
박사의 정보 대로네. 진짜 사람이 있었네……
야, 거기 둘, 숨어서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냥 항복해.
모든 작전 팀과 다 연락이 끊겼다고?
……네, 다 갑자기 통신이 끊겼습니다.
현장 상황으로 볼 때 부통령과 수행 인원, 기자 중…… 특별한 반응을 보인 사람은 없습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보낸 요원들이 작전 전에 모두 제압된 것 같습니다.
게다가 라인 랩 내부 작전도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기동 장갑의 방해가 있었다고 합니다.
……흥.
대령님, 각 길목의 감시 카메라가 하나둘씩 꺼지고 있습니다.
현장 확인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
우리가 완벽하게 세팅한 작전 계획도, 메이랜더 재단의 정보망에 비하면 허점투성이였나 보군.
이번 암살 계획이 워낙 촉박했으니 그쪽에서 잘 대응하는 것도 당연한 거겠지.
대령님, 그럼…… 철수합니까?
상대가 빠르게 반응하는 걸 보면 여기까지 찾아내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서두르지 마라……
부통령이 '훌륭한 연구원들과 제대로 대화'를 나눠 보고 싶다고 하니, 그 소원을 이뤄 드려야지.
C1, C2 쪽은 어떻나?
신호는 안정적입니다. 아직 지정된 위치에 있습니다.
라이커, 제어판 우측 상단에 있는 리모컨 장치를 활성화하도록.
네.
블레이크가 말한 리모컨 장치는 그저 평범해 보이는 기계식 버튼으로, 그 위에는 구식 안전 커버까지 달려 있었다.
병사가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투명한 안전 커버가 열리며 빨간색 버튼이 드러났다.
대령님, 이건 뭡니까?
폭약의 기폭 장치다. 액화 오리지늄 기체 파이프의 차단 구조를 폭파하기 위해 준비했지.
……!
모니터를 봐라. 퍼디낸드가 제공한 침입 노선에 따르면, 라인 랩 빌딩 서쪽에 에너지과 전용 액화 오리지늄 기체 파이프가 있다.
라인 랩 엔지니어링과는 일을 참 꼼꼼하게 한단 말이야……
방어 장치 외에도 일정한 범위에 지하 차단 구조를 추가했다. 그곳에 사용된 특수 재료는 새어나간 액화 오리지늄 기체가 연쇄 폭발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방지해 주지.
원래 계획은 폭발로 액화 오리지늄 기체를 누출시키고 소란을 만들어서 지상에 있는 인원이 잭슨한테 접근할 기회를 만들어 주려던 거였지.
그런데 공교롭게도 잭슨의 예정 복귀 노선에 마침 액화 오리지늄 기체 파이프가 있군.
너…… 라인 랩 직원인가?
뭔가 만만치 않아 보이는데…… 아무리 방위과에 성격이 불같은 녀석들이 많다고는 해도, 저런 어린애를 고용하는 건 좀 아니지.
……
항복하라니까 뭔 말이 그렇게 많아?
너희 둘이 재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제어해 볼게. 박사랑 시리아가 너희 나쁜 놈들을 심문하고 증인으로 세울지도 모르니까.
잠깐, 네 손에 있는 건…… 화염방사기?
이 주변에는 액화 오리지늄 기체 파이프가 있어, 조심해!
……
역시 너희들이……
붉은 사브라 소녀는 1초 만에 판단을 내렸다. 소녀는 화염방사기에 안전핀을 채우고 왼쪽에 있는 사람을 향해 힘껏 내리쳤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오른쪽으로 돌격하며 상대의 뺨에 주먹을 날렸다.
불이 깜빡인 것 같은 찰나의 순간에, 이프리트는 둘을 공격하고 다시 똑바로 서서 손을 털었다.
……
커헉……
코, 코가 부러졌나……
꼬마야, 얼른 도망쳐라……
어라?
무슨 소리지?
젠장, 결국 타이머를 눌렀네……
1분도 채 안 남았어……
그럼 C1과 C2는 돌아올 수 있습니까?
그 둘과 오늘 순직한 모든 전우를 위해 내가 직접 장관님께 신청해 공훈장을 내려달라고 할 것이다.
그렇지만 대령님, 거긴 부통령의 행렬이…… 차량 5대에 10여 명의 수행 인원이 있습니다. 혹시 주변에 라인 랩 직원과 기자 또는 행인이 있다면……
명령에 따르도록, 라이커.
전……
리모컨 장치는 내가 직접 누른다. 그건 내 임무야…… 그리고 자네의 임무는 C1, C2의 폭파 신호가 전해지면 바로 나한테 보고하는 것이고.
훗날 내가 군사 법정에 서서 절차나 도덕상의 심판을 받는다 해도, 난 변명하지 않을 거다.
따라서 지금은, 병사를 설득하기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군.
……알겠습니다.
신호가 왔습니다!
부통령의 차량 행렬도 곧 라인 랩 서쪽의 지정 구역에 진입합니다.
대령님?
……
블레이크는 차가운 버튼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서늘함이 순식간에 손가락을 타고 올랐는지 그는 잠깐 멈칫했다.
병사는 대령을 힐끔 쳐다봤다. 선글라스 뒤 그의 미간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병사는 문뜩 자신보다 대령이 더 긴장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작은 목소리로) *컬럼비아 욕설*!
블레이크는 버튼을 눌렀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저 일부 감시 화면에 폭발 장면이 나타났을 뿐.
좁은 화면에서 보이던 도로는 순식간에 함몰됐고, 불빛도 그저 희끄무레한 형상처럼 보였다. 그리고 모든 화면이 갑자기 사라졌다. 아마 감시 카메라도 폭발에 휘말려 망가졌을 것이다.
아무런 소리도 없었지만, 블레이크와 병사는 마치 폭발음을 들은 듯 귀가 먹먹했다.
……!
이쪽으로 가면 지상에 도착했을 텐데, 석판이 길을 다 막아서 하나도 안 보이네……
야, 너희 둘 괜찮아?
이런, 연쇄 폭발이잖아.
이프리트?!
폭발의 여파와 구조물이 무너지는 진동 소리를 뚫고, 한 익숙한 목소리가 이프리트의 귀에 전해졌다.
사리아? 나 여기야!
들었다…… 조금만 더 버텨라!
네 위치를 찾았다!
이프리트는 사리아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는 걸 느꼈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 이프리트의 손가락에 닿았다…… 칼슘 결정? 그건 사리아의 오리지늄 아츠다.
칼슘 결정은 물처럼 흙과 돌의 모든 틈을 파고들어 순식간에 팽창했고, 주변의 구조물이 밀리면서 소름 끼치는 소리가 났다.
사리아는 무너진 지하 구조물에서 강제로 좁은 통로를 만들어 냈다.
이프리트가 자신을 향해 뻗은 손을 잡자 강력한 힘이 그녀를 밖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그녀의 뒤로 칼슘 통로가 우르르 무너졌다.
움직이지 마.
난 괜찮아. 먼지만 좀 뒤집어썼을 뿐이야.
얼굴이…… 울었어?
우…… 울긴 누가 울어! 조금 초조해져서 그런 것뿐이라고!
그래.
사리아, 네 손도 먼지투성이면서 내 얼굴 좀 그만 만져. 오히려 더 더러워지잖아!
……아, 미안.
이 두 사람은?
저 둘이 지하 구조물에 폭약을 놓고 액화 오리지늄 기체 파이프를 터뜨렸어. 그래서 내가 데리고 나왔어.
하지만 사리아, 폭발은 막지 못했어……
넌 이미 충분히 잘해줬다.
……정말로.
……
이프리트, 뭘 보고 있는 거지?
사일런스? 여긴 어떻게……
……사일런스.
너희야말로, 왜 여기에 있는 거야?
부통령님, 파바르 비서, 이제 차에 타셔도 됩니다.
방금 그 차량은……?
걱정하지 마세요. 폭발한 건 로봇입니다.
……
이 차는 엔지니어링과에서 개조한 물건입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안전성은 확실합니다.
파바르 비서가 운전을 맡아 주시죠. 라인 랩 빌딩 동쪽의 특별 통로로 나가면 됩니다. 이미 새로운 노선을 확보해 놨어요.
다른 수행원들은 일이 끝나고 흩어져서 돌아갈 겁니다.
그럼 아까 그 폭발도 당신들이 예상했다는 겁니까?
아니요. 이런 규모의 폭발은, 사전에 알았다면 반드시 제거했을 겁니다.
다만, 부통령님이 거처로 돌아가시기 전까지 라인 랩과 메이랜더 재단의 일은 끝나지 않을 뿐입니다…… 상대가 여러 계획을 세웠을 수도 있으니, 우리도 다양한 대비책을 갖고 있어야죠.
그렇군요.
아, 그리고, 내일 뉴스에 '두 번째 트리톤 공장' 같은 말은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기자 쪽은 저희가 이미 단속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다시 한번 트리마운츠에서 남은 일정이 순조롭길 바랍니다.
고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