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등림의

WB-8공전의 만남

사이드 스토리작전 전2023-07-28

재앙이 다가오자, 모든 옥문 군민은 힘을 합쳐 최후의 준비를 한다. 한편, 연무장에서 많은 사람의 관심 속에 와이틴푸이와 총웨는 드디어 3년 전에 약속했던 대결을 시작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총웨, , 치우바이, , 와이후


떠밀린 백성

짐이 떨어졌어요. 밀지 마세요!

순방영 수비군

시간이 충분합니다. 여러분, 당황하지 마시고 질서 있게 대피해 주십시오.

당황한 아이

엄마, 엄마……

당황한 아이

엉엉, 무서워.

애써 진정하려는 여성

괜찮아, 엄마 손 꼭 잡아, 엄마랑 떨어지면 절대 안 된다.

당황한 아이

우리 어디 가?

애써 진정하려는 여성

우리가 살던 곳엔 해마다 몇 번씩 큰바람이 불어, 이번도 마찬가지야.

애써 진정하려는 여성

바람에 날려가지 않으려면, 얌전히 피해야지.

우르릉거리는 소리와 함께, 방대하고 네모반듯한 그림자가 옥문 성벽 밖에서부터 솟아올라 태양의 절반을 가렸다.

'옥문사위'. 소위 4개의 '병풍위'라 불리는 이동식 외장 방호벽은 토목천사가 직접 설계하고 군부의 주조사에서 제작한 것이다.

옥문은 염국의 장벽으로서 수백 년 동안 변방을 지켰으며, 병풍위는 옥문의 방벽으로서 사막으로부터 오는 모래바람과 겨울바람, 그리고 각종 오리지늄 폭풍을 막아냈다.

병풍위가 있는 한 바람은 넘어올 수 없다.

순방영 수비군

세상에, 높기도 해라……

순방영 수비군

옥문에 온 지 3년이 됐지만, 병풍위가 솟아오르는 건 처음 보네요.

천부장

호들갑 떨지 마라.

천부장

옥문의 기본 성벽은 원래 높다. 성벽 위에 오리지늄 방어 공사를 설치하긴 했지만, 일반 규모의 재앙으로는 병풍위를 가동하는 경우도 매우 드물지. 그렇다고 전혀 가동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천부장

그래도 이번처럼 재앙을 피하려고 도시 절반의 백성을 이주시키는 것은 내가 입대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군……

순방영 수비군

그럼, 이번 재앙은 어느 등급입니까? 병풍위로도 막을 수 없나요?

병풍위는 이미 고정되었고, 정강판은 서로 빈틈없이 맞물려 있어서 바람도 통하지 않았다.

장사진을 이룬 백성들의 이주 대열은 병풍위가 드리운 그늘 밑에서 성벽의 반대 방향으로 행진했다. 두껍고 튼튼한 병풍위가 사람들을 안심시켰는지, 잠깐의 혼란도 다시 질서를 되찾았다.

사막을 거니는 긴 세월 동안 사시나무는 이미 모래바람에 익숙해졌다.

천부장

왜? 무서운 거냐?

순방영 수비군

……

천부장

쓸데없는 생각 말고 보초나 잘 서도록.

천부장

그리고 두 눈 똑바로 뜨도록. 산해중이 아직 도시에 남아 있다. 지금처럼 사람들이 몰려있을 때 사고가 쉽게 일어나지.

천부장

백성들을 잘 보호해야 한다.


용문 염탐꾼

주인장, 왜 아직 안 떠나십니까?

용문 염탐꾼

곧 재앙이 닥칠 거라고 여러 번 방송했잖아요. 도시 동쪽에 사는 주민들은 오늘 점심 전에 서쪽에 있는 대피소로 이동하라고 했는데.

객잔 주인

서두를 거 없습니다. 재앙 구름이 아직 보이지도 않는데요. 뭐 좀 정리할 게 있어서 말이죠……

객잔 주인

아, 찾았다.

객잔 주인

객잔은 그렇다 쳐도 이 레시피는 내 목숨과도 같은 겁니다. 절대 잃어버릴 순 없죠.

용문 염탐꾼

하아, 만약 객잔이 이번 재앙에 휩쓸린다면 차라리 저와 함께 용문에 갑시다.

객잔 주인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용문 염탐꾼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재수 없게 쓸데없는 소리를 했네요.

용문 염탐꾼

다만, 요 며칠 주인장이 잘 챙겨준 덕분에 주인장 요리 솜씨를 좀 배워보고 싶어서요. 용문에서 식당 차리면 분명 장사가 잘될 거란 말이죠.

객잔 주인

그건 안 되죠.

객잔 주인

제가 떠나면 여기 사람들은 더 이상 제 비밀 레시피로 만든 버든비스트 조림을 먹을 수 없게 되잖습니까.

용문 염탐꾼

사장님은 옥문 현지인인가요?

객잔 주인

그건 아닙니다.

객잔 주인

고향은 중원에 있죠. 원래는 용문에서 생계를 꾸리려 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더 북쪽으로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도시가 도킹할 때 옥문으로 넘어왔죠.

객잔 주인

그런데 재수 없게 지갑을 잃어버린 바람에 이 객잔에 남아 일손을 도왔죠. 어느덧 내가 주인이 된 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군요.

객잔 주인

이 객잔은 아깝지 않지만…… 사람만 살아 있으면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용문 염탐꾼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용문 염탐꾼

그럼, 제가 정리하는 걸 얼른 도와드리죠.


바람이 없다.

멀리 떨어져 있긴 하지만, 짙은 색의 기괴한 안개가 반쪽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재앙 구름은 움직일 기미가 없어 보였지만, 공기는 점점 더 뜨거워졌다.

마치 바람이 일기만 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도시를 무너뜨릴 것처럼.

후우……

좌 장군이 어쩐 일로 우리 오라버니의 비무를 구경하러 올 마음이 다 생겼을까?

좌선료

재앙에 대한 대비는 이미 다 해놓았소. 재앙 전에 그자가 믿을 만한 사람인지 종사가 확인하고 싶다는데, 내가 안 올 수는 없잖소.

좌선료

다만 이런 방식으로 검의 소유권을 결정한다는 건, 황당하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군.

오라버니와 수십 년간 쌓아온 우정을 봐서라도, 아니면 친구로서도 그의 선택을 믿어야 하지 않나?

좌선료

……친구 말인가.

맞아.

좌선료

우리가 함께 전장에 나간 건 맞지만, 생사를 함께했다고는 말할 순 없소. 총칼과 포화에도 꿈쩍 않는 자네들이 어찌 진정으로 전우란 것을 이해할 수 있겠소?

좌선료

자네들은 결국 외부자들이거늘.

……

'외부자'?

나는 '자유'를 탐해서 그렇다 쳐도, 오라버니를 그렇게 말하는 건 좀 불공평한 것 같은데?

좌선료

인수 유별은 영구불변의 법칙이오.

좌선료

링 씨도 자네들에 대한 조정의 태도를 잘 알고 있을 텐데.

좌선료

만약 자네들과 실력이 비등한 자가 있다면, 기꺼이 자네들을 조력자로 볼 것이오. 그러나 자네들과 균형을 맞출 사람이 없다면, 차라리 쓰지 않는 게 낫소.

좌선료

나는 종사보다 못하기 때문에 조금의 남김도 없이 그를 믿을 수 없는 것이오.

좌 장군이 이렇게 솔직할 줄은 몰랐네.

하지만, 자신을 너무 얕보는 것 같아……

좌선료는 말없이 성 밖의 사막을 바라보았다. 성 아래에는 둘의 그림자가 희미하게 비치여 마치 드넓은 두루마리에 튄 두 방울의 먹물 같았다.

하늘과 땅이 스산해졌다.

그 시절이, 마치 엊그제처럼 느껴지네.

전쟁을 하지 않을 때 우린 곳곳을 유람하며 술도 마시고 노래도 불렀지. 옥문은 여전히 그 옥문인데, 왜 평숭후만은 수많은 일 때문에 머리가 하얗게 됐을까?

저 둘을 보고 있으면 파란만장했던 그 시절이 떠오르지 않아?

평숭후는 인수 유별이라고 했지만, 저길 봐봐. 하필이면 지금 그 벽에 도전하는 사람이 있잖아. 이런 대결은 가슴을 설레게 하지 않아?

좌선료

……

그렇게 눈살 찌푸리지 말고.

한 잔 어때? 아니면, 내기라도 할까?


와이틴푸이

멋지군.

와이틴푸이

드디어 내 도전을 받아들이는 건가.

총웨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군.

와이틴푸이

고작 3년, 그리 길지는 않았다. 해야 할 일이 남았다면 더 기다릴 수도 있어.

3년 전

와이틴푸이

그만.

총웨

……

총웨

이제 겨우 첫 합이네만.

와이틴푸이

충분하다.

와이틴푸이

방금 한 합에 우린 세 수를 주고받았다. 우리 실력으로 만약 제대로 싸웠더라면, 지금쯤 누군가 이미 다쳤을 테지.

와이틴푸이

너도 힘을 제대로 쓰지 않으니, 나도 전력을 다할 수 없다.

와이틴푸이

재미없군, 참으로 불쾌해.

총웨

비무 대련이니, 전력을 다할 필요는……

와이틴푸이

누가 대련이라 했고, 전력을 다하지 않겠다 했나! 싸울 거라면 최선을 다해 싸워라!

와이틴푸이

세상의 모든 무공은 원래 싸우고 죽이는 기술이다. 진정으로 목숨을 걸고 연습했기 때문에 진화한 것이란 말이다. 네 그 말은 옥문 연무대 방의 1위가 할 말이 아니야.

총웨

일리가 있네. 하지만……

와이틴푸이

됐어. 네 직책이 있으니, 진심으로 싸울 수 없다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다.

와이틴푸이

이임하는 날이 언제지? 그때 계속하도록 하지.

총웨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네.

와이틴푸이

확실히 말해.

총웨

……짧게는 3에서 5년, 길게는 10년이 걸릴 수도 있네.

와이틴푸이

좋다. 기다려 주지.

와이틴푸이

어차피 너는 이 도시에 있을 거니, 도망칠까 봐 걱정할 일도 없겠지.

총웨

해야할 일에는 끝이 없네. 귀공에게 빚진 결투는 지금 여기서 하는 게 딱 좋을 것 같군.

총웨

여기엔 내 사심도 조금 들어있으니, 귀공에게 꼭 설명하고 싶네.

와이틴푸이

음?

총웨

과거 삼군이 출정할 때면, 선봉 장교가 연무장에서 병사들을 훈련하며 사기를 북돋아 주는 전통이 있었네.

총웨

옥문이 곧 재앙을 맞이하게 된 지금, 마침 우리 둘의 대결을 병사들의 사기진작을 위한 격려의 수단으로 삼고 싶군.

와이틴푸이

나는 상관없다. 다만, 네가 병사들 앞에서 내게 맞아 쓰러진다면 체면이 구겨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군.

총웨

하하……

총웨

그리고 보니, 귀공처럼 내게 도전장을 내민 사람은 참 오랜만이군.

와이틴푸이

너만큼 도전할 만한 사람을 못 만난 지도 몇 년이나 됐지.

와이틴푸이

전력을 다할 건가?

총웨

물론이지.

와이틴푸이

승패는 자신에게 달렸고.

총웨

생사는 운명에 달렸으니.


두요야

어떻게 됐어? 시작했어?!

와이후

상처도 다 아물지 않았는데, 왜 벌써 침상에서 내려온 거예요?

두요야

뭔 소리야. 이래 봬도 몇 년은 무예를 익힌 체질이라, 그 정도로 약골은 아니거든.

두요야

그리고, 아무리 다쳐도 이런 수준의 대결은 놓칠 리가 없지. 지금 아니면 어디 가서 또 보겠어?!

와이후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요……

두요야

저 필라인 아저씨가 바로 그 미덥지 않다는 네 아빠야?

두요야

역시 부녀야. 아빠를 똑 닮았네.

와이후

어디가요?

두요야

대결에 임하는 자세.

두요야

세상에, 사람을 잡아먹을 기세야.

와이후

흥……

두요야

듣기로는 저 종사의 무공이 비상할 수준에 다다랐는데, 최근 들어 제대로 대결한 적은 거의 없었다고 해. 과장을 좀 보태면 천하의 무공 중 거의 절반은 모두 저 종사가 발명했대.

두요야

어젯밤에 네 아빠가 그 악녀한테 이겼다며?

두요야

그럼, 이번 대결은 누가 이길 것 같아?

와이후

……

두요야

물어볼 필요 있나? 넌 당연히 네 아빠가 이기길 바라겠지.

와이후

저 사람이 이기고 지는 건 저 사람 일이죠.

와이후

저는 그저 제가 저 사람과 아직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확인하고 싶을 뿐이에요.


양대인……

이런 소매를 걷고 힘을 겨루는 일에 양대인도 구경하러 올 줄은 몰랐네.

양현

친구니까, 당연히 보러 와야지.

양현

'천하에 이름을 날리겠다'고 했는데, 이 목표를 달성했는지 모르겠군.

얼마나 많은 눈이 이번 비무를 지켜보고 있는지 봐봐. 누가 이기고 지든 간에 강호에는 회자되는 미담이 하나 더 생기겠지.

뭔가에 심취한 자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알리기 전에, 먼저 자신을 알 필요가 있어.

양현

우리 모두 자신을 알 필요가 있지.

양현

자네 최근……

원래는 와이틴푸이를 찾으러 왔는데, 또 골치 아픈 일이 생기게 됐어.

본업인 탐정 일을 다시 하면서 몇 가지 사실을 알아냈는데, 네 계획이 뭔지도 대략 짐작이 가.

양현

자네가 자꾸 성가신 일에 휘말리는 것도 어쩌면 이유가 있을걸.

형님으로서 늘 아우들을 챙겨줘야 하니까.

양현

그래서 자네는 무엇을 알아냈는가?

저 종사라는 자가 링 씨의 오라버니라는데, 옥문에는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몇 없지. 어쩌면 비밀이라 하는 게, 더 정확하지 않을까?

양현

확실히……

종사가 잃어버린 검을 되찾는 것도 급선무이긴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가 더 문제인 것 같아.

양대인이 검을 옥문에 두려 하지 않는 건 아마 사세대의 뜻일 수도 있고, 또는 옥문 참지로서의 생각일 수도 있겠지. 그런데, 하필이면 그 평숭후가 손을 놓으려 하지 않으니.

그래서 너는 이 검을 맡길 적임자가 필요했던 거야. 그래야 양측 모두 납득시킬 수 있을 것이고.

게다가 마침 무예가 뛰어난 의형제가 있는데, 그자가 공교롭게도 옥문에 있었지.

와이틴푸이를 이 사건에 더 깊숙이 개입시키기 위해, 검을 훔친 소녀를 그가 있는 의원으로 보낸 것도 뭐, 너무나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지. 안 그래?

양현

……

상촉 때도 그렇고, 이번에 옥문에서까지, 우리 양대인께서 매번 옛친구를 찾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너무 게으른 거 아닌가?

양현

난 친구가 별로 많지 않아서.

궁금한 게 하나 있어.

이번에는, 어디서부터 와이틴푸이를 이 판에 끌어들이려 했던 거야?

양현

……

됐어, 안 알려 줘도 돼.

하아……

네가 얼마나 머리를 썼든, 최강의 고수에 도전하여 최강의 고수가 되는 것은 저 녀석의 소원이니까. 설령 나중에 네가 이 일을 부추겼다는 걸 알게 된다 해도, 오히려 네게 고마워할지도 몰라.

양현

우리는 늘 일을 열심히 하려고 하지만, 세상일이란 게 뜻대로 되지 않으니 말이지.

몇 년이 더 흘러도 초심에 가장 가까웠던 건 아마 저 녀석일지도 몰라.

'한평생 단 한 가지만을 이뤄낸다'라, 말은 쉽지……


녹무관

설마 저 와이 씨란 사람이, 부상을 입은채 약속 장소에 올 줄은……

치우바이

저런 사람은 부상이 아니라, 숨만 붙어있다 해도 이 대결에 왔을 겁니다. 죽어도 아쉬울 게 없죠.

녹무관

와이 씨가 옥문에 온 건 오로지 선생님과 결투하기 위해서이고, 선생님도 승낙하신 거로 알고 있어요. 선생님께서도 가끔 이 일을 언급하셨지만, 사실 선생님의 기대도 와이 씨 못지않았습니다.

치우바이

무도인 중에 고수와의 대결을 갈망하지 않는 자가 어디 있겠나요.

치우바이

그것도 일종의 집착이죠. 이해의 범주를 넘어선 것이니 당신이 이해 못 하는 것도 당연하죠.

녹무관

마치 사저가 선생님 곁에 남은 것처럼 말인가요……

치우바이

당신은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영리하다고 해야 할지……

녹무관

……

녹무관

사저, 그럼, 저는 먼저 내려가 보겠습니다.

치우바이

그래요. 저 두 사람은 모두 절정의 고수이니, 저들의 대결은 아마 그 무공기록부의 기록 대부분을 갈아엎게 되겠죠.

녹무관

최대한 상세하고 정확하게 기록하겠습니다.

치우바이

……다칠 수도 있으니 너무 가까이 가지 마세요.

녹무관

알겠습니다. 사저.


반나절 전

치우바이

그냥 오늘로 해요.

총웨

……

총웨

준비는 됐나?

치우바이

몇몇 노병한테, 옥문이 겪은 크고 작은 재난이 백 번은 족히 넘지만, 이번처럼 이렇게 큰 적은 없다고 들었어요.

치우바이

이번에 결과가 어떨지 당신도 확신이 안 들죠?

총웨

정세가 보기보다 더 복잡해.

강제에서 옥문까지, 얼마나 많은 위험을 겪었고, 또 목숨이 위태로웠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하지만 황야에서 변사하지도, 산해중 같은 악당으로 전락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자신을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은 과연 무엇일까?

치우바이

제가 여기 이렇게 오래 머무르면서, 많은 사람의 보살핌을 받았으니, 저도 힘을 보태야죠.

치우바이

그전에, 반드시 저 자신을 위해 해야 할 게 있어요.

치우바이

제가 원하면 언제든지 상대해 주겠다고 약속하셨죠.

총웨

그래. 그건 걱정할 거 없다.

총웨

준비가 되었다면, 검을 뽑으면 된다.

검객은 한 발 뒤로 물러나 정신을 가다듬고 검을 뽑았다.

자신의 모든 동작이, 모든 초식이 눈앞의 이 사람에겐 아무 소용 없다는 건 그녀도 잘 알고 있다.


흔히 '원한이 있으면 원한을 갚으라'고 한다.

이 말은 깰 수 없는 이치라기보다는 하나의 결과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예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수채를 지나다가 강바닥에 묻혔는데, 그들의 가족이라고 설마 아빠한테 원한을 품지 않았을까?

자신은 복수하기 위해 찾아왔지만,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을 죽이면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신에게 원수를 갚으려고 할까?

원한은 원한을 낳고, 피는 피를 낳는다. 복수는 이렇게 영원히 순환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자신을 버티게 해준 건, 과연 원한이었을까?

이 문제를 얼마나 오랫동안 고민해 왔던가? 눈앞의 이 사람을 따라다니며 그와 함께했던 5년 동안?

아니, 그것보다 더 오래됐다.

강제에서 옥문까지, 손에 든 검은 피로 물든 지 이미 오래다. 그 검에 죽은 망혼들의 옳고 그름 또한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바로 이런 이유로 나는 옥문에 왔다. 복수를 위해서, 검술을 배우기 위해서.

갚아야 할 원한은 갚고, 풀어야 할 의혹은 풀어야 한다.

[CG: 35_i15]

검의 기운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돌연 검을 거둬들였다.

하지만 검은 손아귀에서 빠져 좀 멀리 떨어진 도랑에 떨어졌고, 파울비스트 한 무리가 놀라서 하늘을 날아올랐다. 우렁찬 울음소리는 한참 뒤에야 흩어졌다.

훈련할 때나 적에 맞설 때처럼 전혀 멋지지 않았고, 그녀 자신도 검을 거둘 때 관성 때문에 다칠 뻔했다.

그러나 그녀는 오히려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치우바이

이 정도면 충분해요.

치우바이

당신을 향해 공격했고, 이 공격으로 당신을 죽이지 못했어요.

총웨

……그래.

치우바이

제가 당신을 죽일 수 없다고 해서 복수를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치우바이

단지 '원한'은 더 이상 제가 검을 뽑으려는 이유가 아니게 됐으니까요.

자신은 언제부터 이러한 답을 얻었던 걸까?


총웨

귀공의 자세를 보니, 지난 3년간 무공이 더 는 것 같군.

총웨

우리는……

와이틴푸이

말이 너무 많군.

총웨

나는 단지……

총웨는 하려던 말을 멈췄다.

상대는 상처를 입었기에, 몇 마디 더 얘기하면 그에게 호흡을 가다듬을 시간은 벌어줄 순 있겠지만……

한편으론 이러한 배려가 눈앞에 있는 자에겐 오히려 모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이 세상에 절대적으로 공평한 싸움이란 없으니.

잡념을 버리고 이기려는 마음가짐으로 전력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공평'이다.

총웨

시작하지.

[CG: 35_i10]

와이틴푸이가 주먹을 불끈 쥐자, 주먹 위의 거친 주름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보였다.

이것은 그가 무공을 연마했던 흔적이자, 40년이란 세월의 연식과 기개이다.

이 대결을 위해 그는 3년이나 기다렸다. 하지만 그는 애초에, 이 대결을 위해 무공을 배웠던 것일지도 모른다.

무도인이라면 높이 올라 정상에 서는 것을 갈망한다.

순간, 바람과 구름이 멈췄고 만물이 조용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