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8공전의 만남
마침내 재앙이 찾아왔다. 지에윈은 도시 밖에 있는 사부의 무덤 앞에서 검을 뽑았고, 이로 인해 누군가의 계획도 이뤄진다. 성루 위, 린 위시아는 재앙에 맞서 싸우다 기력을 다하고 쓰러진 아버지를 보고 드디어 자신의 책임을 깨닫는다.
이 세상이 생기기 전의 혼돈 속에서, 나는 두 개구쟁이 아이가 과일 하나 때문에 크게 싸우는 걸 보았다.
둘은 나이도 비슷하고 체격도 비슷했다. 다만, 그중 한 아이는 반응이 더 빨랐고, 휘두르는 주먹도 더 묵직하여, 곧바로 상대를 바닥에 쓰러뜨렸다.
과일은 당연히 그 아이의 전리품이 되었다.
승자는 기뻐했고, 패자는 눈물을 보였다.
나는 그 사냥도 본 적이 있다.
인간은 아직 자신들이 뛰어넘을 수 없었던 '그것'들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보잘것없던 개체가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던 천지신명을 물리쳤지만, 수백만이 희생했고 피가 흘러 강이 될 정도였다.
승자는 생존하고, 패자는 멸망했다.
'무공'이란 과연 무엇일까?
힘? 기교? 아니면, 상대를 죽이는 기술?
한 사람의 힘이 아무리 세다고 해도, 천군만마를 이길 수 없고, 고속 전함을 상대할 순 없다.
하지만, 만약 암살이 기술이 되고, 살인도 거리낌 없이 저지를 수 있다면, 그것을 하나의 학문으로까지 삼을 필요가 있을까?
나는 그 답을 얻기 위해 힘을 버리고 '자신'을 검에 봉인했으며, 인간의 육신을 받아들였다.
얼마 만인가?
이토록 바라는 것 없이 싸움에 전념할 수 있게 해주는 상대가 대체 얼마 만인가?
여덟 번째 합.
다가오는 기습에 종사는 한발 물러섰고, 와이틴푸이의 주먹은 종사의 손바닥 가장자리에 닿았을 때 이미 기세를 잃었다.
(관절을 푸는 소리) 우두둑……
후우……
무예를 익힌 지도 어언 40여 년, 나는 이렇게 높은 산을 만난 적도 없고, 패배한 적도 없다.
첫 번째 스승은 반년을 가르치고는 더 이상 가르칠 게 없다고 손사래를 치며 다른 고수를 찾아보라고 했다.
그 이후로도 몇 명의 스승에게 배웠지만, 모두 일 년이나 반년쯤 가르치고 나를 파문했다.
이 세상에 무공 유파가 수백 개지만, 어차피 두 손 두 발을 쓰는 것뿐인데, 무슨 그리 많은 초식이 필요하겠는가.
나는 나만의 길을 찾으려 했다.
주먹은 더 세게, 이동은 더 빠르게, 눈빛은 더 정확하게.
하지만, 눈앞의 이 사람은……
아홉 번째 합.
와이틴푸이가 정권으로 종사의 옆을 공격해 퇴로를 막았다.
하지만 종사는 움직이지 않고, 똑같이 주먹을 날려 상대의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승패는 이미 가려졌다…… 세상에 이 자의 공격을 아홉 번이나 막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와이틴푸이는 만약 자신이 돌이라면 지금 맞서고 있는 건 자신보다 더 큰 돌이 아니라, 깊은 늪일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그리고 늪의 바닥은 돌로 가득 쌓였을 것이다.
사람이 '무예'를 익혀서, '무예' 그 자체에 맞설 수 있을까?
하지만, 자신은 여전히 여기에 서 있다.
두 발이 모래 속에 잠겼다. 그는 똑바로 서서 마음을 진정시키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한참 뒤, 그는 다시 태세를 취했다.
산을 옮겨 호수를 메울 수 있다. 하지만 이 차디찬 늪을 메울 수 없다면, 그건 돌이 충분히 크지 않고, 무겁지 않다는 뜻이다!
(각혈 소리) 쿨럭……
내가 졌다.
내가…… 졌다고?
열…… 번째 합.
녹무관은 기록을 멈췄다.
그는 이번 공격을 어떻게 기록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너무나도 단순한 주먹질이었고, 두 사람이 주먹을 휘두르고 다시 떨어질 때까지 아무런 형태의 변화도 없었다. 마치 두 아이가 음식을 위해 서로 다투는 것 같았다.
다만, 이들은 '승리'를 위해 다투고 있었을 뿐.
하지만 그는 난생처음 선생님의 얼굴에 스쳐 지나간 고통의 표정을 포착했다.
바람이 불었다.
……종사님의 승리입니다.
……
(각혈 소리) 컥……
하하하!
하하하! 하하하!
역시 귀공은 승부에 연연하지 않는 것 같군.
내가 승부에 연연하지 않을 리가 있겠나?!!
너는 역시 천하제일이다.
내가 40년 동안 무예를 익혀 겨우 네 한 수를 이겼으니, 만약 360년 더 단련하면 아마 완전하게 이길 수 있겠어! 그때는 내가 천하제일이다!
귀공이 300년을 더 단련하면, 확실히 나는 상대가 될 수 없겠지.
하지만, 이 세상에서 평범한 인간이 그렇게 긴 수명을 가질 수는 있겠나?
확실히 오리지늄 아츠를 이용해 수명을 연장하는 사람들도 있기에, 300년을 넘긴 사례가 없진 않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와이 씨는 안 될 겁니다.
굳이 300년을 기다리지 않아도, 귀공은 이미 인간 중 제일이야.
선생님…… 와이 씨가 기절했습니다.
……
일단 군영으로 데려다 상처를 치료하도록.
(여기저기서 터지는 함성)
(칼과 칼집이 부딪치는 소리)
양현, 저자가 자네 친구인가?
그렇습니다.
자네가 보기에 검을 저 친구에게 맡겨도 괜찮겠는가?
무술이든 인성이든, 저 친구보다 더 적임자는 없을 겁니다.
좋아.
평숭후의 생각은 어떤가?
……
좌선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연무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한 명은 서 있었고, 한 명은 쓰러졌다. 승부는 이미 갈렸다.
하지만, 장병들은 여전히 칼로 칼집을 치고 있었다. 이건 오랜 세월 동안 옥문의 군대에서 연무를 구경할 때 쓰는 특유의 응원 방식이다.
확실히 보기 드문 대결이었다. 드넓은 전장에 모래가 휘날렸고 대결자는 사활을 걸고 싸웠다.
몸이 허약한 장군마저도 피가 들끓는 느낌이 들었다.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얼마나 많이 싸웠었던가? 어떤 적을 상대해도 이렇게 힘차게 맞섰던 적이 없었다.
만약 그에게 검을 맡길 만한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재앙이……
왔군.
사부님, 다녀왔어.
소녀는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이동도시의 항로 곁에 있는 언덕으로 걸어갔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무덤 옆엔 대각선으로 자란 사시나무 몇 그루가 있었는데, 이건 소녀가 특별히 기억해 둔 기호였다. 다행히 소녀가 추산한 것과 거리와 얼추 비슷했기에, 이동도시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
소녀는 몸을 굽혀 검을 무덤 위에 올려놓았다.
사부님, 내가 약속했지, 검을 꼭 가져오겠다고. 나 해냈어.
그 공방에 갔어. 그 도공도 만났고, 그 회화나무도 봤어……
이동도시 안은, 내가 상상했던 거랑 많이 달랐어……
그런 곳이라면, '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왜 사람들은 움직이는 커다란 땅 위에 살면서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거야?
재앙으로 집이 파괴될 일도, 물과 음식을 걱정할 필요도 없으니까.
사실, 나는 잘 모르겠어.
이동도시의 사람들도 모르겠고, 거기서 떠난 사부님도 모르겠어.
그리고, 그 사람,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모르겠어.
그 사람은 용감하고 강인하며, 아무도 이길 수 없어.
그 사람은 어리석고 불쌍하며, 이 세상에 속하지 않아.
너는 그 사람의 검을 들고 있고, 그 사람과 매우 가까이 있어.
......
아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자기에게 말을 거는 걸까?
소녀는 갑자기 이게 도대체 어떤 검인지 궁금했다.
내일 출발할게.
최근 변경 지역이 안정되었으니, 한동안 자리를 비워도 별일 없을 거야.
이렇게 급히?
너…… 그리고 다친 다른 형제들도 있으니, 더 이상 지체할 순 없어.
옥문에서 치료할 의사를 못 찾는다고 염국에서 못 찾는다는 법은 없지. 염국에서 못 찾는다 해도 이 대지가 얼마나 넓은데……
내게 아우가 한 명 있는데, 이런 쪽에 재주가 있어.
돌아올 때까지…… 몸조리 잘해.
당신은 의사도 아니면서 왜 이렇게 제멋대로야? 환자 본인의 의향은 안중에도 없는 거야?
내가 아무리 오래 살지 못한다고 해도, 남은 시간만큼은 다른 장소를 보러 가보고 싶단 말이야.
옥문에 이렇게 오래 있다 보니, 눈에는 온통 끝도 안 보이는 사막뿐이야. 차라리, 지금 버든비스트를 탈 수 있을 때 여기저기 돌아다녀 보고 싶어.
상촉에 가서 그 유명한 삼산십팔봉도 구경하고, 강남에 가서 아삭한 물밤도 먹어보고 싶어……
함께 갈 사람이 있으면 더 좋을 텐데.
환자가 멋대로 움직이면 안 돼……
당신이 환자의 마음을 어떻게 알아? 당신은 한 번도 아프거나, 다친 적 없지?
그것뿐만이 아니야. 우리가 알고 지낸 지 이렇게 오래됐는데, 당신 얼굴에는 주름 하나 생기질 않았어.
우린, 서로 다른 거야.
……
이제 출발해야 해. 너무 깊게 생각 말고, 잘 쉬고 있어……
이건…… 꿈인가?
검을 뽑았다.
나……
오래된 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양이 좀 이상할 뿐, 그냥 평범한 검이었다. 심지어 날카롭지도 않았다.
검신을 통해 소녀는 하늘의 구름을 보았고, 구름에 가려진 태양의 그림자를 보았다.
이게 바로 당신이 자신과 그것을 분리했던 비밀이었구나.
너무나 당연해. 지루할 정도야.
너야말로 가장 '인간'처럼 변한 사람이야.
한 가닥의 잔혼이 유유히 떠났다.
그 사람은 이미 답을 찾았다.
……
사부님, 이제 가봐야겠어.
이 검을 돌려줘야 하거든…… 그리고, 그 사람한테 직접 물어봐야겠어.
링 씨, 왜 옹성 꼭대기에서 주무시고 계세요? 곧 재앙이 옵니다, 어서 내려오세요.
여긴 저희한테 맡기면 됩니다.
상황은 어때?
옥문사위는 이미 올라갔고, 옹성의 모래 필터 구조물과 오리지늄 정화 공사도 이미 가동됐어요. 이것들은 옥문의 가장 견고한 첫 번째 장벽이 될 겁니다.
하지만, 재앙 구름의 규모로 봤을 때 옥문사위로 폭풍을 모두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에요. 병풍위를 넘어오는 황사와 오리지늄 분진이 2차 폭풍을 형성하겠죠.
적어도, 소규모 재앙 정도는 됩니다.
……
백성들이 대피한 후, 동쪽의 모든 섹터는 충격을 피하기 위해 가라앉혔습니다. 하지만 코어 구역은 고정되어 있어 2차 폭풍을 직격으로 마주하게 될 겁니다.
너희, 몇 명이야?
옥문에 주둔한 흠천감 캐스터는 총 열두 명입니다.
분업은?
여섯 명은 여기를, 나머지 여섯 명은 코어를 지키고 있습니다.
코어에 여섯 명으로 되겠어?
어느 쪽도 피해를 볼 순 없다고 평숭후께서 명을 내리신 터라.
……저희는 최선을 다해야죠.
……
여긴 내게 맡기고, 너흰 모두 코어 쪽으로 가.
……
어디든 위험한 건 똑같아. 귀찮게 하지 말고 얼른 가.
마지막으로 이와 비슷한 광경을 본 것도 몇십 년 전 막 상촉에 도착했을 때였지.
옥문에는 호송주나 귀행주 같은 청량한 술은 없지만, 소주도 나쁘진 않아. 하늘아, 또 이런 풍경으로 나를 맞이하는구나.
나도 한 잔 올려야겠는걸.
오늘은 잔이 없는 게 참으로 아쉽네.
갑자기 귓전에 울려 퍼진 천둥소리는 마치 모든 사람의 심장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
순간, 검은 구름이 도시를 뒤덮었다.
겹겹이 쌓인 기단은 마치 하늘을 억지로 무너뜨린 것 같았고, 이리저리 빗발치는 아치형 번개는 흉악한 생물을 방불케 했다.
빗방울은 응집된 순간 증발해 버렸고, 공기는 조금만 마찰해도 즉시 타오를 것처럼 건조했다.
옥문이 바로 그 부싯돌이었다.
천지에 이런 풍경은 둘도 없다. 얼마나 이루 말할 수 없고, 얼마나 두려우며, 또 얼마나 장관인가!
잘 왔어!
옆에 있던 랜턴은 소리와 함께 켜졌고, 시인은 몸을 일으켜 표주박을 열고 술을 한껏 들이켰다……
백 장 높이의 모래가 비처럼 쏟아지고, 곳곳에서 천둥 번개가 휘몰아치네.
그때는 술잔을 던져 땅거미를 날렸거늘, 오늘 밤은 술을 움켜쥔 채 고성에 맞서노라.
천지를 항아리에 담으리.
출력은 이미 다시 올렸어.
……
더 높여! 모래 방아를 최대 출력으로 올려.
옥문이 최고속으로 이동할 때도 모래 방아의 출력이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지금 도시가 멈춰 있는데, 만약 연동 장치로 분담하지도 않고 최대 출력으로 모래 방아를 돌리면 기계의 소모가……
그딴 거 신경 쓸 겨를 없어!
병풍위가 막아낸 모래와 오리지늄 분진이 정면에 쌓인다면, 지금 그 양으로 봤을 때 옥문 기반이 '잡아먹힐 수'도 있다고. 그때가 되면 더 골치 아파져.
……
그 전에, 먼저 너희 목숨부터 걱정해라.
너희는?!
날씨가 완전히 변했군.
형 선생? 다들 서쪽으로 피난 갔는데, 왜 아직 여기 있는 건가?
다시 돌아왔지.
그 산해중 *옥문 은어* 놈들이 지금 혼란을 틈타, 곳곳에서 방호벽을 파괴해 백성들을 괴롭히고 있어. 우리가 몇 번이나 발견했는데.
이건 순방영의 일이야……
재앙에다가 산해중까지, 순방영이 모두 대처할 수 있겠나?
게다가 이럴 때 숨어 있으면, 우리가 허리에 찬 이 칼을 볼 낯짝이나 있겠냐고?
……
나, 나도 끼워줘.
사르곤 친구, 자네는 옥문에 여행하러 왔잖나? 이런 일에는……
염국 옛말에 '물 한 방울의 은혜도 샘으로 갚으라'는 말이 있잖아.
당신들에게 술을 얻어먹고만 있을 순 없지.
자식, 기개가 있군. 좋아, 너도 끼워주마.
그건……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옥문을 지켜내지 못하면 좌선료가 자네를 문책할 거 아니야?
자.
이건 새로 빚은 소주야! 방주가 한잔하러 오라 했었잖아.
맹철의 어르신……
다른 건 다 필요 없어.
그 사람이 *옥문 은어* 놈들 손에 죽었다는 것만 알면 돼.
옥문 놈들은 대피하는 주제에 재산까지 싹 다 챙겨갔군.
그래도 이 거리에 옥석 가게가 몇 집 더 있으니, 설마 그것까지 다 가져가진……
너는 뭐 가난에 찌들어서 재물만 보면 눈이 돌아가냐?
저쪽 팀은 벌써 모래 방아를 파괴하러 갔어. 우리 임무가 뭔지 잊지 마.
잊지 않았어, 않았지.
상대도 이미 준비해 둔 것 같아.
이미 20년이나 제대로 싸운 적도 없고, 연무대만 전전긍긍하는 놈들은……
오합지졸일 뿐이야.
놈들이 왔습니다.
뭘 그리 벌벌 떠나. 도적놈들이었던 것들이, 이제는 그럴싸한 이름만 달고 있는 것뿐이야.
오합지졸일 뿐이지.
놈들의 목적은 곳곳에서 혼란을 일으키는 것이다. 놈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막아라!
한 팀은 따로 강경 거리 쪽으로 출발한다. 거긴 서쪽으로 향하는 통로다. 백성들이 다 서쪽에 있어!
내게 맡겨!
이 술을 마시면 우리는 함께 놈들을 토벌한다.
올 땐 몰랐는데, 왜 돌아가는 길은…… 이렇게 멀지……?
모래바람도 갈수록 더……
다행히도 발자국이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기에…… 당신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당신은 확실히 옥문으로 돌아오고 있었군요. 약속을 어기지 않았습니다.
왜 네가 여기에 있어?
검을 가지러 왔습니다.
……당신이 무사한지도 확인하고요.
왜 너도…… 이렇게 심하게 다친 거야?
설명할 겨를이 없어요. 얼른 돌아가야 합니다!
……
당신은 운도 참 좋군요. 모래 방아에 뛰어내려도 죽지 않다니. 하지만 이 상처는 아마 오래갈 것 같네요……
제가 부축하겠습니다.
……
왜 또?
……제가 잘못 봤을 겁니다. 이 시간에 사막에 다른 사람이 있을 리가 없죠.
갑시다.
……
옥문이 완전히 멈췄군. 예상 지점과 약간의 편차가 있긴 하지만.
재앙이 본격적으로 옥문 동쪽을 습격하기 시작했다. 당분간은 웨이 장관과 연락을 취할 수 없을 것이다.
……입성한다.
길이 끊긴들 흥이 막힐쏘냐, 세월이 지나도 고향 생각은 여전하구나.
꽃샘추위는 밤새 걸음을 재촉했고, 옥문에는 서리가 잔뜩 내려앉았으니.
긴 꿈은 고금을 슬퍼하노라.
링 씨는, 기세가 대단하군.
보고만 있자니 이 늙은 쥐도 손이 근질거리는구먼.
……
저들의 목적은 모래 방아를 끄는 거다.
놈들도 모래 방아의 중요성을 알고 있나 보군…… 가만, 그렇다면 산해중에 기계에 능통한 사람이 있다는 건가?
(코웃음) 흥……
너희 스스로 뛰어내릴 테냐, 아니면 잠시 후에 너희 시체를 던져주길 바라느냐?
……
치우바이 씨?
좌락이 여기 왔다고 들어서 도우러 왔는데, 때마침 잘 온 것 같네.
너는?
산해중이 강제의 수채에 초대장을 보냈었는데, 안타깝게도 답변을 받지 못했지.
그런데 네가 지금 염국 장교랑 같이 서 있을 줄이야. 실로 가소롭기 그지없구나.
당신들은 정보력도 참 빠르군요.
당연하지. 우리는 뜻이 맞는 자들을 계속 눈여겨보고 있었으니까.
시끄럽군요.
너 설마, 자신이 복수를 위해 옥문에 왔다는 걸 잊은 거냐?
좋은 질문입니다만, 유감스럽게도 저는 이미 답을 얻었습니다.
검객은 다시 무기를 들었다.
이 일격으로, 더 이상 그녀는 검을 거둘 이유가 없어졌다.
사르곤 옷차림의 남자는 칼을 휘둘러 수비군을 습격하는 산해중을 물리쳤다.
그의 염국 말은 다소 서툴렀지만, 깔끔하고 시원시원한 참격은 오히려 강호인다웠다.
……칼솜씨가 아주 재빠르군!
객잔에서는 그저 허풍만 떠는 줄 알았는데, 실력이 보통이 아니야.
아니, 보통 실력 맞아.
그 종사가 사르곤에 여행하러 왔을 때 내게 무공을 가르쳤어. 방금 그것뿐이었지만……
저렇게 많이 베었는데도, 물러날 기미가 없어. 죽음이 두렵지도 않나 보군.
무슨 일이지……
폭풍이 병풍위 위에 부딪힌 것 같군, 모두 주의하라.
이 정도 흔들림이라면, 옥문이 겪었던 과거의 그 어느 재앙 때보다도 더 강렬하군.
재앙을 직격으로 맞이한 흠천감 캐스터들은 어떻게 됐을지……
지금이 재앙이 가장 맹렬할 때이니 허비할 시간이 없다. 놈들도 대응하느라 지쳤어.
서둘러 처리하고 서쪽 대피소로 철수해야 한다.
알았어.
소란을 피워놓고 도망가려는 거냐? 너희가 이쪽으로 올 거란 건 이미 알고 있었다.
병사들, 빨리 놈들을 포위해!
재앙은 흠천감 캐스터들이 처리하고 있으니, 우린 이 망할 *옥문 은어* 놈들을 처리해야지!
……
하늘이 갈라지면서 수많은 모래와 돌이 소용돌이에서 휘말려, 서로 뒤엉키고 부딪히며 금속과도 같은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폭풍은 빙빙 돌며 곧장 성루 쪽으로 돌진하다가 오리지늄 아츠로 이루어진 장벽에 부딪혔다.
막아!
다시 진형을 갖춰라!
이 정도 충격이, 정말로 그저 병풍위를 넘어온 2차 폭풍이라는 건가?
린 선생님, 여긴 어떻게?
도우러 왔네.
여긴 저희가 있으니, 얼른 돌아가시죠.
어디로 돌아가라는 건가? 이 난리가 났는데, 이 늙은이가 방안에서 안심하고 낮잠이나 잘 수 있겠나?
……
도시 내 오리지늄 정화 장치는 그저 오리지늄 분진이 확산하지 않도록 흡수할 뿐이지만, 폭풍의 충격은 캐스터의 오리지늄 아츠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네.
사람이 많으면 더 보탬이 되지 않겠나.
래트킹은 말하며 앞으로 걸어갔다.
외투는 어느샌가 벗었는지 보이지 않았다.
수십 년 동안 모래를 다뤘는데, 이럴 때 힘을 쓰지 못한다면 이 늙은 몸을 차라리 묻어버리는 게 더 낫지.
아니면, 내 오리지늄 아츠로는 부족하다는 건가?
……린 선생님, 조심하시길.
진형을 바꿔라! 린 선생님께 자리를 내드려라!
그래야지.
아버지! 한참을 쫓아왔어요……
위시아, 마침 잘 왔다.
방금 다치셨잖아요!
그게 무슨 상관이냐?
오리지늄 아츠를 잘 보거라, 넌 아직 배울 게 많아.
허공에서 폭풍이 다시 형성되더니 순식간에 들이닥쳤다. 가장 외곽의 모래와 돌 부스러기들은 질서 없이 회전했고, 폭풍의 중심에는 공기가 극도로 압축되어 은은히 불꽃이 튕겼다.
하늘과 땅에서 한동안 요란스러운 소리가 나더니, 다음 순간 갑자기 조용해졌다.
평지에 황사가 인다. 모래알이 오리지늄 아츠 장벽의 모든 틈을 메우더니, 천천히 그러나 안정적으로 앞으로 밀고 나갔다. 1미터…… 3미터…… 10미터!
래트킹은 캐스터들 사이에 서 있었다. 아무리 강한 바람도 백 년 된 나무를 흔들 순 없었다.
이런 모래 오리지늄 아츠는 처음 봅니다……
영향 범위를 이 정도로 넓혔는데도 이렇게 안정적일 수가 있다니……
조심하게, 또 올 게야!
린 위시아는 사실 아버지가 전력을 다해 오리지늄 아츠를 시전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아버지는 적을 처리하면서도 이렇게 큰 힘을 쓰지 않았으니까.
용문의 그림자로서 래트킹의 생활은 매우 규칙적이었다……
여기저기 '산책'하면서 어묵탕을 마시고 사람들을 만난다. 살아있거나, 고인이 된 사람을.
대부분의 시간에 그는 담소를 나누다 보니, 이런 흉한 모습을 보일 일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외투를 벗어 던졌고, 그 뒷모습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앙상했다. 린 위시아는 아츠를 시전하는 그의 팔이 떨리고 있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그건 마치 언제라도 바람에 부러질 것만 같은 시든 나뭇가지처럼 보였다.
……
린 선생님을 부축해서 내려가라……
네 차례나 오리지늄 폭풍이 몰려왔고, 린 선생님께선 법진 한복판에서 대부분의 충격을 분담했어. 더 이상 견딜 수 없으실 거다.
(각혈 소리) 컥……
아버지!
하아……
하아……
“이번 일이 빨리 끝나 빅토리아로 가는 네 일정에 차질이 없기만을 바라야겠구나.”
“다른 길을 가보지 않고서는 본인에게 맞는 선택이라고 할 수 없지.”
아버지는 늘 이런 말을 했다.
린 위시아는 자신의 길을 아버지가 계획하지 않길 바랐다. 아마 자신도 아직 결정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버지는 이미 많이 늙었다. 늘 입버릇처럼 말하는 '은퇴'도 사실 농담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윗세대가 쓰러지면 다음 세대가 나서야 하는 건 당연한 일.
원래부터 불합리한 일이었다.
린 위시아는 한 걸음 다가가 다친 아버지의 앞을 막아섰고, 그의 자리를 대신했다.
……
위시아 씨……
잡담은 그만. 다들 다쳤으니까, 호흡을 가다듬어.
얼마 남지 않았어.
앞을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