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7'병풍위'
위급한 순간 와이틴푸이가 나타나 산해중 수장을 물리쳤고, 부녀는 마침내 재회한다. 한편, 진짜 재앙 데이터는 무사히 좌선료의 손에 넘겨졌고, 제때 경성에 도착하기 위해 좌선료는 재앙과 맞서 싸울 결단을 내린다.
저, 저기!
또 너냐? 풀어준 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또 소란 피우면 가만 안 둬!
멍청이들아!
이 상자 안에는 옥문을 구할 수 있는 물건이 들어 있어. 잔말 말고, 빨리 좌……
이건…… 흠천감의 데이터박스잖아? 영패도 있네?
이봐, 아가씨? 이게 왜 너한테 있지? 정신 좀 차려봐!
빨리! 군의관 불러!
이 녀석, 대체 뭐야?
첸 총경도 적에게 놀랄 때가 다 있네?
이 녀석의 오리지늄 아츠는 적소로 베어지질 않아.
그게 정말 오리지늄 아츠라면 말이지……
저 여자는 무공 초식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칼을 다루는 속도는 말도 안 되게 빨라요.
마치 누가 지어낸 무공 비급에 나올법한 '이형환영'처럼 공간 거리를 아예 무시하고 있어요.
제가 몇 합 겨뤄서 무슨 기술을 쓰는 건지 알아볼게요……
조심하세요, 이건 대련이 아닙니다.
방심하는 순간 죽을 수도 있어요.
……
조심해도 죽을 거야.
나랑 겨뤄본다고 했지? 그럼 너부터 시작하지.
……!
칼은 아까보다 더 빨라졌다. 와이후는 그저 얼굴을 스치는 쓸쓸한 가을바람을 느꼈을 뿐,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눈앞에 벽이 하나 생긴 것 같았다. 정확히는 벽처럼 넓고 두꺼운 등짝이었다.
못 본 지 십수 년이 되었지만, 와이후는 기억 속 모습과 겹쳐 보이는, 눈앞에 나타난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재회는 생각보다 빠르게, 그리고 너무 갑작스럽게 다가왔다.
리가 말한 골치 아픈 일이란 게, 이 녀석인가?
또 너인가?
어쩐지 요 며칠 잠자리가 뒤숭숭하다 했더니만,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나려는 거였나.
와이틴푸이는 고개를 돌려 뒤를 힐끗 바라보았다.
동작은 매우 가볍고 빨랐지만, 와이후는 똑똑히 보았다.
그 종사와 비무하기 전까지는 다른 자와 겨루고 싶지 않았는데.
하아…… 오늘은 그 규칙을 깨도록 하마!
이봐, 너도 무공이 제법 뛰어난 것 같은데, 젊은 후배들을 괴롭혀도 되는 거냐?
정녕 손이 근질근질하다면 내가 상대해 주마!
와이 무치, 맨주먹으론 불리해요. 제 검을 빌려드리죠.
필요 없어.
이 세상에 내 주먹으로 깨부술 수 없는 것이라면, 검을 사용해도 소용없다.
분수를 모르는군.
하아아앗!!!!
와이후는 가장 가까이 있었기에, 가장 잘 볼 수 있었다.
몸을 측면으로 돌려 주먹으로 내려치고, 잽싸게 파고들어 살짝 웅크렸다가 팔꿈치로 올려치기. 분명 와이후도 배웠던 초식들이다.
상대방이 괴로운 표정을 짓는 걸 보니, 와이틴푸이가 확실히 힘을 많이 실은 것 같았다.
와이후는 담벼락에 부딪히는 기분을 상상했다.
음……
무서운 칼이군. 바로 피했는데도 살갗이 벗겨지다니.
빌어먹을……
멀리 튕겨 나간 여인은 칼로 몸을 가눴다. 좀전의 엄청난 충격이 그녀에게 오래 작용하지 못한 듯, 그녀는 다시 칼을 들어 태세를 취했다.
하지만, 이런 추태는 그녀를 분노케 했고, 그 분노는 형체가 있는 바람으로 변했다. 그리고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은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달빛이 더 밝아졌다.
아직도 남겨둔 수가 있나?
또 이런 느낌이야……
오? 기세가 달라졌군…… 좋다, 다시 겨뤄보자!
(나지막이 울부짖으며) 크르르르르……
……
여인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고, 멀리서 몰려온 구름이 달 반쪽을 가렸다.
여자는 반쯤 들어 올렸던 칼을 내려놓았다.
그 아가씨가 데이터를 이미 전달한 것 같으니 나도 더 이상 너희와 볼 일은 없다.
하지만, 너희도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옥문은 이번 재앙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
……
아무래도 괜히 온 것 같군.
그래도 멋진 대결을 구경했으니 괜히 온 건 아니죠.
두려워할 만한 후배로군.
저는 종사님이 저 사내를 말하는 줄 알았습니다.
첸 아가씨는 이미 웨이 장관의 진수를 7할은 전수받은 것 같군.
종사님은 그 아이의 검술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음……
물이 오르긴 했으나, 절정에 이른 것 같진 않네.
그렇습니까?
종사님 말씀은……
맹 형님……!
광활한 거리에 비명이 울려 퍼졌다.
……
사무소에 있을 때 와이후는 드라마에서 부녀가 오랜만에 재회하는 장면을 많이 봤다.
대성통곡하는 사람도 있었고, 책걸상을 부수는 사람도 있었다. 목이 쉬고 진이 빠지도록 열연하는 배우들의 모습이 와이후는 낯설고 이상하게 느껴졌다.
훔이나 리는 와이후 옆에서 그저 묵묵히 채널을 돌리곤 했다.
와이후도 자신이 그 사람을 다시 만날 때 어떤 기분일지 상상해 보았다. 십여 년 동안의 원한과 분노, 당혹함과 불만…… 그 사람에게 어떻게 하소연해야 할까?
하지만 지금 그 사람이 바로 눈앞에 서 있다는 것은, 얼굴에 불어오는 찬 바람보다도 더 실감이 나지 않았다.
구해줘서, 고마워.
음……
다른 할 말은 없어?
안 해도 된다.
그럼 각오해.
그래.
“아빠, '홍미영춘권'이 무슨 뜻이야?”
“세상에 수많은 무공 중 하나다. 네가 이 책을 골랐으니 이 무공을 가르쳐 주마.”
“아빠는 어떤 무공을 써? 나도 아빠와 같은 걸 배우고 싶어.”
“그것도 가르칠 거다. 하지만 아직 배울 순 없다. 네가 기초부터 다져야만 내 무공을 배울 수 있다.”
“알았어!”
기억이란 게 생기기 시작하고부터, 무공 훈련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른다.
주먹과 주먹이 맞닿는 순간, 팔은 근육의 기억에 따라 반응했고, 머릿속에 깊이 묻혀 있던 기억도 함께 되살아났다.
푸른 돌이 깔린 작은 마당, 늘 물이 가득 차 있는 독, 천에 감긴 수련용 말뚝…… 그리고 영원히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던 커다란 모습.
그 작은 공간에서 매일 같이 고된 훈련을 반복했고, 해를 거듭하며 의지를 단련했다.
대련 상대는 아버지에서 말뚝으로 바뀌었고, 와이후 본인도 하루를 게을리한 적이 없었다. 십여 년 동안, 무공 훈련이 밥 먹고 잠자는 것보다 더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와이후는 그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왜 그랬어?"
“왜 무예를 가르치고, 왜 당신처럼 무도인이 되길 바란 거야?”
하나의 동작, 하나의 초식, 질박하면서도 진실한 연결고리.
당신은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쳤다.
하지만 난 당신을 뒤쫓으려는 게 아니다.
나는 이미 내 목표를 찾았고, 내 무공을 어디에 써야 할지 알고 있다. 눈앞에 나타난 뒷모습 때문에 내가 가려던 길을 바꾸진 않을 것이다.
언젠가 나는 당신을 뛰어넘을 것이다.
주먹은 남자의 다부진 가슴팍에 닿았다. 그건 마치, 정말 두꺼운 벽을 때린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둔탁한 소리.
그동안 많이 늘었구나. 나에 비하면 아직 멀었지만.
잘난 척하긴. 그래도 예전 같았으면 주먹이 닿지도 못했겠지.
십여 년 동안 당신이 이 정도밖에 늘지 않았다면, 내가 곧 따라잡을 수 있을 거야.
입심이 센 걸 보니, 내 딸이 맞구나.
그건 칭찬 아니거든.
제가 졌어요.
와이틴푸이는 수염을 꼬며 한참을 헤아리다가, 돌연 웃음을 터뜨렸다.
내 턱을 걷어찬 그 기술은 내가 가르쳐준 게 아니었지.
……재밌군.
됐어, 의원으로 돌아가겠다.
와이 무치, 잠깐만요.
너도 나한테 볼일이 있나?
종사님의 검은 어디에 있나요? 그리고, 좌락은?
검은 그 아가씨한테 있다. 그 애송이 관리는 아마 그 아가씨를 쫓아갔겠지.
모른다, 그건 이제 나랑 상관없는 일이야.
……잠깐.
종사님이 뵙고 싶어 합니다.
호오?
네가 아나사라서 적당히 봐준 거다.
검을 내놔. 아니면, 더 이상 봐주지 않겠다.
쿨럭……
줄 수 없어.
채 아물지 않은 상처가 다시 벌어졌다. 아나사 소녀는 왼손으로 검을 가슴에 꼭 감싼 채, 오른손으로 차크람을 휘둘러 간신히 공격을 막고 있었다.
소녀는 한 걸음씩 뒤로 밀려났고 팔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
당신을 놓아줘도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내가 여기 있는지 어떻게 알았지……
저는 옥문 토박이입니다.
어렸을 때 하도 장난이 심해서 모래 방아를 통해 몰래 빠져나가서 놀 궁리를 하다가, 아버지한테 된통 혼난 적이 있었죠.
하지만, 그걸 정말로 할 수 있는 건 당신처럼 고집이 센 사람뿐일 겁니다.
어쨌든 나를 막겠다는 거잖아……
설마 옥문에 온 게 단지 그 검 때문입니까?
그래.
이 검을 가져가서 고인에게 제사를 지내려고요?
맞아.
그다음은? 다시 돌려줄 겁니까?
원래는……
응, 돌려줄게.
방금 그 의원의 이상한 사람이 당신 대신 보증을 섰습니다. 만약 당신이 약속을 어기면 그분이 직접 당신을 잡아 오겠다고.
하지만, 검을 쫓는 건 원래 제 일입니다.
모래 방아에 뛰어내려서라도 검을 가져가야 한다고 하니, 저도 당신의 말을 한 번 믿어보겠습니다.
당신은 '일낙천금'이란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만약 약속을 어긴다면 제가 직접 당신을 잡으러 올 겁니다.
……알았어.
그럴 필요 없다. 쟤는 이미 다쳐서 뛰어내려도 어차피 죽을 거거든.
유시 삼각…… 터빈의 회전 속도는 이미 느려졌습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습니다.
갈 거면 어서 가세요!
젊은 지촉인이 돌아서서 적을 마주했다. 그리고 칼을 뽑아 들었다.
아나사 소녀는 검을 가슴에 꼭 껴안은 채, 모래 폭포를 향해 뛰어내렸다.
방금 가져온 데이터로 관측대에서 다시 계산했습니다.
이번 재앙은 역시 모래 폭풍의 형태로 나타날 것이며, 규모는 4년 전 옥문 근처에 나타났던 모래 폭풍의 세 배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가짜 데이터에 이미 시간이 많이 지체된 터라 상황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좌선료는 손에 든 데이터박스를 바라보았다. 표면에는 모래에 침식당한 흔적이 역력했다.
며칠 전, 또 다른 사람이 이 박스를 이렇게 들여다보고 있지 않았을까? 당시 그 사람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만약 막사에 거울이 있었더라면, 좌선료는 요 며칠 사이에 흰머리가 많이 생긴 걸 발견했을 것이다.
결과만 말하게.
지금 옥문은 재앙이 덮쳐오고 있는 방향의 정중앙에 있습니다. 어느 방향으로 항로를 바꾸든 피하기에는 이미 늦었습니다.
유일한 방법은 옥문의 섹터를 모두 분리해 각자 다른 방향으로 재앙을 피하는 것입니다.
도시를 분리하여 재앙을 피한다면, 얼마나 더 걸릴 것 같소?
분리 후에 다시 맞추고, 최대 항속까지 끌어올리려면 대략 반년이 걸릴 겁니다.
……
너무 늦어.
도시 안전을 보장하려면 이게 현재 유일하게 실행 가능한 방법입니다.
우리가 보장해야 할 건 이 도시의 안전만이 아니오.
좌선료는 막사 안을 배회하고 있었고, 창밖의 밤은 여전히 고요했다. 보이지 않는 위험은 아직 멀리 있지만, 그는 그 위험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이런 풍경을 이미 수십 년 동안 봐왔지만, 지금처럼 이 망망한 사막이 원망스러웠던 적은 없었다.
백성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만 있다면……
장군님의 뜻은?
재앙을 정면으로 맞이할 준비를 하게. 코어 동쪽의 백성들은 전부 서쪽으로 이주시키고.
방어공사를 전면적으로 가동하고, 흠천감 캐스터들은 재앙이 성벽을 넘어왔을 때의 2차 충격에 대비하게.
나중에 파괴된 도시를 다시 복구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은가?
장군님, 그건 위험 부담이 너무 큽니다……
얼마나 걸릴 것 같냐 했네.
성벽에 대한 정면 충격, 그리고 성 내 기반 시설의 파손…… 적게 잡아도…… 석 달은 걸릴 겁니다.
음……
시간이 촉박하니, 속히 결단을 내려주셔야 합니다.
양대인?
양대인은 이 좌선료가 멋대로 결단을 내릴까 봐 감시하러 온 거요?
좌장군의 판단을 믿는다는…… 태부님의 뜻을 전하러 왔습니다.
좋소.
……
재앙에 맞설 준비를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