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10의례 광장
스툴티페라 나비스는 격전 속에 침몰하고, 새로운 탐험은 바다에 의해 허무하게 실패를 맞이한다. 가장 평범한 조르디가 가장 많은 생명을 구하지만, 에기르와 이베리아를 구할 자는 어디에도 없다.
등장 오퍼레이터: 켈시, 스펙터, 스카디, 글래디아, 울피아누스, Mon3tr, 스펙터 디 언체인드, 아이린, 루멘
……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만일 그렇다면, 어비설 헌터스들이 찾던 물건이 처음부터, 이렇게 가까이 있었다는 소리거늘……
그 가능성이 상징하는 것은 너무 열악하군.
이베리아의 눈은 계속 재난의 여파를 주시하고 있었어. 하지만 그것은 단지 말할 수 없는 고통에 빠진 눈에 불과했지.
……그게 뭘 의미하는 겐가?
이건 에기르의 몰락이 더 가속화되고 있다는 걸 의미해.
그리고…… 만일 이 거리의 도시에서도 구조 신호를 보낼 수 있었다면, '스툴티페라 나비스'는 처음부터 놈들의 소굴 위에서만 맴돌았다는 걸 의미하지.
……헌터들이 위험해.
그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겠네. 하지만 지금 여기엔 고작 배 한 척과 두 사람뿐일세.
스툴티페라 나비스를 구조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아.
당신은 몇몇 어비설 헌터스가 바다에서 목숨을 잃는 것에 개의치 않을지 몰라도, 그건 기회를 죽이는 거야. 에기르든, 이베리아든.
……
……다리오는 이미 전사했어. 당신은 설마 남은 그 재판관의 입에서 귀중한 지식을 얻고 싶지 않은 거야?
이건 마지막 기회야.
아니지. 붕괴 직전의 무력화된 도시, 이건 이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바다의 에기르인에게로 넘어갔다는 걸 의미하는지 아나?
우린 신중을 기해야 하네. 그렇지 않으면 우린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이 될 걸세.
설령 그렇더라도, 이것은 마지막 기회야.
에기르가 어떠한 메시지에도 응하지 않고, 다시 한번 고요함이 이베리아의 머리 위에 내려앉을 때, 진정한 적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낼 거야.
하지만 그때에는 더 이상 의미가 없겠지.
당신이 짊어진 직책은 이해해. 징벌군이 이곳에 도달하기 전까지, 당신은 어떠한 모험을 수반한 선택도 하지 않으려 하겠지.
그러니 나 혼자 가겠어.
……그대와 그대 펫의 힘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니네. 하지만 길은 아득히도 멀지. 겨우 혼자서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나?
헌터들에게는 특수한 피가 흐르고 있어. 시테러들은 평범한 배에 과도한 적개심을 드러내지는 않을 거야.
그것이 그대가 단지 나의 인정을 받으려 지어낸 말이 아니길 바랄 뿐이네.
나도 이런 말을 지어낼 생각 따윈 없어. 난 그저 헌터들을 포기할 수 없을 뿐이야.
……
후우……
……헌터들과 아이린을 데리고 와야 하네, 켈시.
그럴게.
……그, 저……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Mon3tr. 주변을 경계해. 만일 그 시테러들이 바다 밑의 소굴로 숨으려 한다면, 그것들을 자극하지는 말고.
우리에겐 시간이 좀 필요해. 이 배는 이미 조금 전의 항행에서 손상을 입었어.
(고개를 끄덕인다)
이 배는……
앞서 헌터들이 타고 간 것은 재판소의 첩보원이 남겨놓은 배야.
카르멘의 원래 계획은 그란파로에서 징벌군과 만나, 전선 지휘부를 세운 뒤, 중형 수륙함을 타고 이곳으로 오는 거였어.
즉, 이 배는 그란파로 해변에 홀로 남겨진 배이자,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야.
제, 제가 도울게요…… 제가 가서 배를 좀 볼게요. 비록 제가 배를 수리해 본 적은 없지만, 공구는 어느 정도 있어요.
음, 이 배만으로 정말 바다 깊숙이 갈 수 있을까요?
네가 불가능하다 생각한다면, 불가능하겠지…… 잠깐!
비켜! 조르디!
으어……?!
시, 시테러……?!
으아악……
암초의 그늘 속에 숨어 있었나? Mon3tr!
(즐거운 듯) 그르르르!!
조르디! 배에서 뛰어내려!
하, 하지만 무언가가 배를 밀고 있어요! 닻이 안 보여요!
제, 제가 다시 배를 돌려 볼게요……
배에서 뛰어내려! 시테러들이 배를 포위하고 있어!
Mon3tr, 조르디를 구해 와.
잠깐만요…… 그러면 우린 이 배를 잃어버리게 될 거예요. 제, 제가 배를 움직여 볼게요. 윽!
뒤에!
……
조르디부터 구해.
(호응하듯) 그르르르!!
소용돌이, 해류가 변하고 있어. 시테러도 유달리 활동적이고…… 무슨 일이 생긴 거지?
(손톱을 내밀어 신호한다)
잡고 있으면 날아서 돌아가겠다고요? 하지만 이러면, 이 배는…… 음?!
(재촉하듯) 그르르르!!
나, 난……
만일 눈앞의 기회를 잡지 않으면, 배와 함께 끝없는 바다로 떠내려갈 수밖에 없다는 걸 조르디 역시 알고 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베리아의 눈으로 돌아가서, 등대 안으로 도망쳐 숨어야 한다.
마치 수십 년 동안 그 작은 마을에서 숨어 지낸 것처럼.
마치 다리오가 전사할 때처럼.
그리고 티아고처럼……
조르디는 비정상적인 파도에 쓰러지지 않기 위해, 돛대를 꽉 잡았다. Mon3tr는 불만스러운 기색을 드러내면서, 재촉한다.
시테러가 수시로 수면 위로 뛰쳐나와 물보라를 일으키면서, 매우 빠른 속도로 나아갔다. 이베리아의 눈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거리가 멀어졌다.
그는 돛대 위에 비뚤비뚤하게 새겨진 글자를 보았다.
'그란파로'.
……내가 켈시 씨를 대신해 가야겠어.
그냥…… 그 배를 찾아서, 모두를 데리고 오면 되는 거잖아? 별로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아냐……
여기에서 배를 잃어버리고, 그 등대 아래에서 기약 없이 기다릴 바엔, 차라리 운에 맡겨보는 게 나아!
나 혼자 가겠어!
단 하나의 동포라도 생명의 궁극적인 답에 닿는다면, 우린 처음부터 끝까지 밤하늘의 율법을 다 엮을 수 있다.
다음 그분이 우리에게 계시를 내리기 전에, 우린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설령, 이샤-믈라가 대답을 거절할지라도, 또 설령, 종족이 여전히 그분의 의지를 모른다고 해도.
우린 여전히 계속해서 생존할 것이다.
상어.
알고 있어요.
훗.
동포의 의지는 이미 전달했다. 영양분이 충분하니, 우린 서로 포식할 필요가 없다.
난 보금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너희도 나와 함께 갈 수 있다.
숨는 건 정말 빠르네.
놈은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이 배는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어.
아직도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아마이아? 왜 나한테 순순히 죽으려 하지 않는 거지?
종족이 나에게 돌아와서 함께 과실을 나누자며 부르고 있다.
그들에게 먼저 응답한 후, 너에게 대답하겠다. 내가 널 다시 찾아가면, 너는 날 죽여라.
후훗…… 이대로 돌려보내진 않아. 너를 돌려보내면, 이 부근의 해역에 너 같은 시본이 또 얼마나 많이 나타날까?
아마이아는 정말 나한테 어려운 문제를 줬네. 그 여자도 퀸투스처럼 그렇게 단순하고, 솔직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춤으로 아마이아를 잡아두지 못해서, 너무 아쉽네.
……!
말이 너무 많아! 쓰레기!
이샤-믈라, 줄곧 너를 만나고 싶었다.
무슨 일이 발생한 거지? 그분께선 왜 말을 안 하시는 건가? 그분은 어디에 계시지?
쳇, 바닷물을 휘젓는 것처럼, 베는 느낌이 전혀 나질 않아.
그분은 너인가? 너는 그분인가?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네. 그 커다란 녀석을 말하는 거라면, 이미 죽었어.
죽음, 쇠락. 그분은 그런 개념에 속하지 않는다. 그분의 목소리는, 절대 생명의 종점을 가리키지 않는다.
너희는 그것을 뭐라 부르지? 그 신자들과 똑같나? 너희의 신은 이미 시들어서, 나락으로 떨어졌어.
신?
아니. 우리는 그분을 이렇게 부른다……
Ishar-mla.
여기에 있다.
우리가 당한 고통은 영원할 것이다.
우리가 갈망하는 삶은 영원할 것이다.
……
……이샤-믈라. 난 또 한 번 그분의 맥동을 느꼈다.
동포여. 그분이 계신 곳까지 헤엄쳐 가서, 죽음도 심연 속으로 익사시켜라.
우리는 그분과의 연결이 끊겼지만. 그분이 선택하신 길은, 오직 미래를 가리킬 것이다.
동포여, 너의 정보…… 아니, 감정이 요동치고 있다.
너는 느꼈을 것이다, 이샤-믈라. 그건 네가 메마른 육지를 떠나, 집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네겐 우리의 피가 흐르고 있다. 그분의 피가 흐르고 있다. 너야말로 그분이다.
……아니.
나는 어비설 헌터스, 스카디야.
상관없다. 네가 그렇게 말하면 그렇다고 치겠다. 어비설 헌터스, 스카-디.
이샤-믈라, 우리는 그분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 그분은 기나긴 시간의 저편에서, 우리에게 답을 주실 것이다.
그전까지, 그분이 답을 주는 마지막 그 순간까지……
……위매니는 영원할 것이다.
글래디아는 소리 없이 시본의 뒤에 나타나, 손안의 긴 창으로 확실히 시본의 몸을 꿰뚫었다.
뒤이어 울려 퍼진 것은 전기톱이 회전하는 잡음이었다.
동작이 느려진 걸 보니, 약해지고 있구나. 그러면 차라리 얌전히 갈려주길 바라.
우윽!
……아직 부족해, 너무 얕아! 으윽!
화염의 온도가 긴 복도를 따라 전달되고, 스툴티페라 나비스가 비명을 지른다.
시본은 허점을 드러낸 스카디를 공격하지 않았다.
시본은 그저 그녀를 조용히 보고만 있었다. 이런 이상한 느낌은 살비엔토 때와 같았다.
시본이 자기를 '보고'있다고, 스카디는 생각했다.
음, 이 배는…… 이제 한계군요. 곧 침몰하겠어요.
……
놈이 도망치려 해요! 윽!
아래야!
……
꼼짝 마, 괴물.
바다로 돌려보내지 않겠어.
너는 약하다, 인간. 양분이 된다 해도, 충분히 많은 동포를 먹일 수 없다.
지금, 양분은 충분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시간이다.
이곳은 너의 영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넌 우리를 막을 이유가 없다.
너와 네 종족을 율법으로 심판할 수는 없어. 이베리아를 위해 너를 말살하는 것도, 내게는 불가능할지도 몰라.
율법? 아마이아가 그건 생존의 번거로운 규칙이라고 말했다.
동포와 비교하면, 넌 확실히 너무 약하다.
……그래도 널 놓치지는 않겠어, 이 바다의 쓰레기야.
이게 최후의 한 발이다.
……
……역시, 나로는, 콜록. 네게 상처 하나 입힐 수 없나 보네……
……감정. 매우 이상하구나, 인간. 넌 매우 약하다. 넌 감정에 동요되어, 나의 포식에서 도망치려 하고 있다.
도망, 맞다. 도망칠 수 있다. 공포인가? 그런데, 넌 왜 아직 여기에 서 있지? 왜 나를 공격하지? 왜…… 내게서 도망치지 않는 것이지?
너…… 너도 너의 위매니를 위해 '헌신'하는 건가?
……흥.
너에게 날 심문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
시본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눈앞의 생물은 결코 동포가 아니다.
포식에는 언어라는 도구가 필요 없다.
하지만, 시본이 움직이기도 전에, 어두컴컴한 천장에서, 검은 그림자 하나가 내려왔다.
알폰소?!
쳇, 놈이 저런 모습이 되고 나서, 아직 피 색깔조차 보지 못했구나.
이번 사냥은…… 퉤. 이제 곧 끝날 것이다. 넌 나의 일등 항해사를 죽였다. 너는, 대가를 치르게 될 거다.
너희 둘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달라. 너는 아직도 우리의 동포가 되는 걸 거부하고 있지.
너는 수많은 동족을 잡아먹었다. 하지만 종족의 일부가 되는 건 거부하고 있다.
……선택해라. 시간이 얼마 없다.
포식하고, 양분을 얻어, 위매니로 돌아간다.
아니면, 네 신체의 움직임을 멈추고, 생명의 권리를 포기해서, 다른 동포에게 넘겨라.
선택해라.
……아이린.
네! 윽, 뭐야? 내 이름을 부른 거야?
말해다오. 아직 육지로 돌아갈 방법이 있긴 한 것이냐?
……난……
난 반드시 돌아갈 거야.
내가 시본에게 대항할 수 없지만, 이베리아는 가능해. 난 마지막 경고를 짊어지고 있어. 너희가 당한 것, 글래디아가 본 것, 내가 모두 가지고 돌아갈 거야.
마치 전달자라도 된 양 말하는군.
……괜찮아, 내가 뭐든지 상관없어.
난 반드시 돌아갈 거야.
음?!
내 배는 곧 침몰할 거다.
60년, 60년이 넘었어. 너희들이 오는 바람에 우린 이런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다.
……말해다오.
옛 이베리아에선 이 위대한 알폰소 선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지?
……
'석류나무 아래의 알폰소', '영웅 알폰소', '침몰자 알폰소'.
많은 사람이…… 스툴티페라 나비스가 침몰하지 않았다고 굳게 믿었지만, 우리는 바다로 나갈 수가 없었어.
다…… 당신이 만일 정말로 알폰소 님이라면.
당신은 일찍이 수많은 이베리아 군인들의 마음속 우상이였을 거예요.
흥…… 석류나무인가…… 깜찍한 별명이군……
선장의 눈에서 순간 격앙된 감정이 스쳤다.
먹구름과 거센 파도가 감옥처럼 그들을 가둬버린 이후로, 그는 이런 표정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놈이 약해졌군.
내가 놈을 붙잡아두마.
……
포, 폭발?!
오리지늄 보일러는 진작에 사용할 수 없게 되었지만, 방금의 충격으로 인해 엔진에 불이 붙었을 거다.
불은 위로 타오를 테지. 이젠 놈들을 구워 먹을 기회도 없을 것 같군.
……!
온도는 시본을 불안하게 했다.
시본은 약해졌다. 동포가 주위를 포위했고, 시본은 더 이상 바다에 닿을 수가 없다.
시본은 부르짖었지만, 그 부름에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아니, 동포가 오고 있다. 가까워지고 있다. 시본은 동포의 소리가 들렸다.
동포가 말했다……
……죽어라.
글래디아는 망설임이 없었다. 스카디와 스펙터가 시본의 몸을 잘랐다.
시본은 치유를 시도하면서, 그곳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이번에는 알폰소가 필사적으로 시본의 몸을 붙잡았다.
이미 변이된 선장의 손이 시본을 꼭 붙잡고 있다.
시본은 생명이 끝나가는 걸 느꼈다.
시본은 스펙터가 더 높이 무기를 치켜드는 걸 보았다.
안녕, 아마이아.
이걸로 빚은 다 청산됐네요.
……
……뭐라고요? 또 그녀와 대화하겠다고요? 그 잡종이 당신한테 무엇을 말해줄 수 있죠……?
당신은 이해할 수 없을 거예요, 퀸투스.
그녀는 저한테 에기르의 생활에 대해 말해줬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가요? 만일 당신이 지식을 얻고 싶다면, 사자가 당신한테 더 많은 것을 알려 줄 수 있어요.
심해의 소리를 부르기만 하면,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어요.
그래서 당신은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말하는 겁니다. 퀸투스
제가 여태껏 분석하고, 목격하고, 어루만지고, 파괴하고 싶은 것들은 저런 도시들이 아니었습니다. 육지의 것, 물속의 것들은 다 똑같아요.
제가 듣고 싶은 건 그들의 삶에 관련된 이야기예요. 그들이 일찍이 어떠한 아름다운 삶을 살았고, 또 어떻게 사회를 만들었으며, 어떻게 고향을 지켜냈는지요.
마치 우리처럼, 그들이 어떻게 서로 죽이고, 어떻게 멸망을 맞이했는지 알고 싶어요.
우리?
에기르를 모독하는 자는 당신 같은 에기르인이에요. 이베리아를 모독하는 자는 저 같은 이베리아인이고요.
후훗…… 실험의 결론은 이미 알고 있었어요. 아직 더 많은 대조 실험이 필요해요. 그녀는 미쳐 우리를 증오할 거예요.
그녀는 우리를 증오할 거예요. 솔직히 말하면, 저도 사실 그들이 싫어요. 자기 스스로 파멸한 전사, 독선적인 국가, 화를 자초하는 행실, 전부 싫죠.
하지만…… 당신도 가끔은 우리가 그들과, 인류와 더욱 닮았다는 것을, 아직 시본과는 많이 멀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거예요.
우리는 영원히 싸움을 멈추지 않을 거예요.
……성공했어!!
윽, 알폰소 선장님, 괜찮아요?
……내 배와 비교하면, 나쁜 편은 아니지.
……정말 죽은 거야, 아마이아? 이렇게나 약골은 아닐 텐데.
(몸이 경련을 일으킨다)
놈한테 시간을 주지 마세요.
(몸을 흔들며) 로렌……
그래. 나 여기 있어.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네, 아마이아.
매우 유감이야. 난…… 원래부터 과학 실험에, 흥미가 없었어.
(근육의 찢김에 따라 꿈틀거린다)
죽어. 항상 변화하려 하는 하등생물아.
기억에서 사라져 버려.
……
……이제 깨끗해졌네요.
……아니……
시본…… 더 많은 시본들이 이 근처에서 다가오고 있어.
게다가 이 배는 곧 침몰하겠죠.
제가 아직 깨어나지 못했을 때에도, 당신들이 이곳에 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이번에도, 난관에 부딪힌 것 같네요.
소드피쉬, 당신이 원했던 물건은요?
……울피아누스가 가져갔어요.
이 함선에 있던 기술 프로토타입을 보존할 수 없게 되었으니, 우린 실패한 거예요. 하지만……
아무런 수확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
선장.
……흥.
상관없다. 가르시아가 이미 말했다. 오늘이 이 항행의 마지막 날이라고.
……기나긴 시간이었다. 우리가 살려고 발버둥 쳤던 의지도 점점 꺾이고 있어.
처음에 우리의 가장 큰 적은 초조함, 의심, 불안과 공포였지. 그런데 나중에는……
감정은 점점 사라져갔고, 바다에 대한 갈망만이 신경을 자극했을 뿐이다. 결국 하나둘씩 '스툴티페라 나비스' 선원으로서의 영광을 점차 잊어갔지.
선원들은 잇달아 바다에 뛰어내리거나, 그 전에, 내게 참수당했지. 이런 건 한계가 있다는 걸…… 인정한다.
살기 위해 노력했던 기나긴 시간도 그 끝에 다다랐지.
배에 바닷물이 들어오고 있어요. 명흔들이 빠른 속도로 이곳을 잠식하고 있군요.
……재판관, 이곳의 과학 기술과 저 오리지늄 보일러의 기술들이 지금의 이베리아에 도움이 되는 것인가?
스툴티페라 나비스의 모든 것은 이베리아의 귀중한 자산이에요…… 고요함 이후, 이베리아가 복원하지 못한 섬 주민의 기술이 매우 많죠.
단순히 함대와 도시를 잃었기 때문만은 아니에요. 그 에기르인들을 심판함으로써, 많은 인재를 잃었기 때문이기도 하죠.
그건…… 필요한 일이었어요. 저는 지금도 회유와 같은 연약한 방식으로는 심해 교회에 대항할 수 없다 생각해요.
만일 오늘, 우리가 '스툴티페라 나비스'를 잃게 된다면…… 그것은 중대한 손실이겠지만, 이미 정해진 운명이라 생각해요.
……
흥, 쓸데없이 말이 많군…… 국교회가 현재 이런 꼴이라니……
에기르인들이여.
이 이베리아인을 잘 지켜다오. 이 여자는 헤엄쳐서 돌아갈 수 없으니.
……약속하죠.
폭발이 더 심해졌어…… 이곳이 기울어지고 있어!
이곳을 떠나요. 스카디, 당신 머리 위의 가림막을 잘라 내세요!
서두르세요! 아이린!
아, 알았어! 그런데, 알폰소는?!
해류가 우리를 얼마나 멀리까지 데려다준 걸까? 아니면 아직도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던 걸까? 이곳은 놈들의 소굴 위인가?
어찌 되었든, 우린 헤엄쳐서 돌아가야 할 것 같군요.
뭐, 뭐라고?!
……가라. 내 배에서 사라져라.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을 테다.
가라. 난 이곳에 남겠다. 이곳은 나의 이베리아다. 내 배를 배반할 수는 없다.
……
알폰소는 천천히 왕좌에 앉아, 눈을 감는다.
이베리아의 아름다운 햇빛이 갑판 위에 세월이 남겨놓은 온도를 비스듬히 비춘다.
와이너리의 향기. 고향의 선율.
눅눅한 빈방. 새싹이 돋아나는 페트리 접시.
파도.
과거의 바다. 가르시아 손의 온기, 브레오간의 쓸쓸한 표정, 카르멘의 웃는 얼굴. 전우들의 하늘을 찌를 듯한 포효.
그는 눈을 떴다. 불이 이 모든 것을 태울 때까지 그는 큰 소리로 웃고 있었다.
그의 웃음소리는 시간을 뛰어넘어, 바닷바람 냄새가 나는 석류꽃이 활짝 핀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아이의 첫울음 소리와 뒤섞인다.
알폰소, 사람들은 그를 그렇게 불렀다.
그는 녹으로 얼룩진 칼을 자기 목덜미에 갖다 댔다. 그리고는 웃으며 기도했다.
하…… 우습군! 기억해라, 아이린! 육지로 가서 알폰소의 업적을 노래해라!
알폰소가 마지막으로 죽인 괴물은, 자기 자신이다!
배가 무너졌다.
불빛이 100년 가까이 고요하였던 바다를 비춘다.
한 시대가 끝났다.
전설의 한 단락이 멀어져간다.
먼 곳에서, 햇빛이 비친다.
스툴티페라 나비스는 이베리아, 더 나아가 모든 문명이 이루지 못한 숙원을 품에 안고, 이곳에서 침몰한다.
재난에 굴복했다.
……!
왜 그래?
어떤 소리를…… 들은 거 같네.
아니, 나이 탓인가. 잘못 들었나 보군.
카르멘……
……지금 우는 거야?
물?
그래……
스툴티페라 나비스는 침몰했다.
나는 바닷속에 있는 건가? 바다…… 바다는 위험해.
위험해, 맞아.
반드시 이베리아로 돌아가야 해!
윽……! 으윽……!
숨 쉬면 안 돼요. 물속에서 호흡하는 건 당신에게는 무리예요. 웬만한 에기르인도 할 수 없는 것이죠.
뭔가 대답하려 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물속에서는 말을 할 수 없다.
본능을 억누르려고 애를 썼지만, 결국은 우왕좌왕하는 아이처럼 그녀의 옷자락을 잡았다.
하지만, 난 보았다.
그녀 눈동자 속의 빛을.
빛은 바다 밑에서 흘러나왔다.
스펙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나를 끌어안은 그녀의 팔이 미세하게 떨고 있음을 느꼈다.
조금 전의 전투 때문일까? 아니면, 그곳의 빛과 관련이 있는 걸까?
끌고 올라갈테니, 조금만 참아요.
……윽!
시야가 흐려진다.
바다 밑은, 이렇게 생겼었구나.
그럼……
……이곳이 바로, 에기르인가?
시본은 멀리서 가라앉는 불빛을 조용히 바라봤다.
배도 바다에 가라앉고, 불도 바다에 가라앉는다. 모든 것이 바다에 가라앉는다.
동포들이 그것의 부름에 호응하여 위매니로 돌아왔다.
위매니에 둘러싸이자, 잠시 뒤, 죽어가던 그것의 생명에 활력이 넘쳐흘렀다.
……
이샤-믈라. 내가 너희를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가겠다.
?!
……알폰소와, 함께, 죽어라.
일등 항해사는 시본을 꽉 문채, 어두운 해저로 돌진했다.
연인, 기억, 신분, 돌진 속도는 점점 느려졌고, 의식은 바다에 녹아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시본을 물고 있었다.
바닷물은, 너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헤엄은, 너를 깨운다.
인정해라. 너는 위매니의 일원이다. 우린 널 오랫동안 기다렸다.
아니…… 아니야……
나는…… 가르시아야…… 나는…… 알폰소의……
그러면 왜 헤엄을 멈췄지? 너의 신호는 나와 비슷하다.
네가 입은 상처는 치유되고 있고, 너는 자신의 신분을 받아들이고 있다.
아니야……!
뭐가 아니지?
일등 항해사의 의식이 모호해진다.
그것이 이 시본을 꽉 물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것이 자발적으로 이 시본의 품속으로 들어가, 시본의 포옹을 추구하고 있는 걸까?
일등 항해사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바닷물이 마음을 더없이 상쾌하게 해준다. 시본의 생각이 자신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그것은 가르시아, 스툴티페라 나비스의 일등 항해사인가?
아니, 그것은 시본이다. 그것은 위매니의……
으윽…… (거품을 내뿜는 소리) 푸하…… (거품이 터지는 소리)
……너는……
……너는 인간의 신분으로 죽는 것이다. 가르시아.
아마이아보다 좀 더 강하군.
……우르…… 동포……
……
……고마…… 워……
울피아누스는 서로 껴안은 듯한 두 사람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것들이 추락하며 수축하고, 시드는 모습은 마치 한 줄기에 핀 두 송이 꽃과 같았으며, 어느 깊이부터는 암류에 의해 흩어졌다.
이 모든 것이 시야에서 멀어진 후에야, 울피아누스는 고개를 들었다.
……설마?
……
글래디아, 넌 반드시 나의 충고를 따라야 한다.